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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9-10-31 13: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나쓰메 소세키 작가 전반을 아우르는
영롱한 글쓰기에 그만 감탄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시대와 불화한 츠바이크까지 지평을
넓혀 주셨네요. 엄지 척 !

카알벨루치 2019-10-31 15:57   좋아요 0 | URL
ㅋㅋ넘 지나친 칭찬 아닙니까!!! ㅎㅎ감사하네요 따뜻한 격려 덕분에 또 열씨미 읽고 쓸 에너지가 팍팍 생깁니다 레삭매냐님도 건필하소서!^^

coolcat329 2019-10-31 16: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참 잘 읽었습니다. 조금만 더 버텨보지...이 부분은 너무나도 공감이...

카알벨루치 2019-10-31 17:31   좋아요 1 | URL
그러게 말입니다 츠바이크의 운명은 너무 안타깝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그 아쉬움이 또 독자들에게 어필하는지도 모르지만 한 개인의 인생사로 보면 너무 비극적입니다...댓글 감사합니다 ^^

stella.K 2019-10-31 20: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우, 어제의 카알님은 어디 가시고 이런 우아한 한편의 문학 논문을 다 쓰셨습니까?
깍쟁이십니다.흥!ㅎㅎㅎㅎ
근데 카알님 혹시 유튜브 운영 안 하시나요? 하시면 좋을 것 같은데...ㅎ

카알벨루치 2019-10-31 20:23   좋아요 0 | URL
스텔라님 꼭 만나야할 분은 또 만나는겁니까 이러면서 ㅋㅋ 글을 뭘 쓸까 고민을 하다가 무언가 차오르면 글을 쓰는 것도 좋은 방법인데 글을 쓰면 글읽는게 주춤해지네요 두가지 동시에는 잘 못하는 인간인가 봅니다 유튜브요? ㅎㅎㅎㅎ제가 진짜 하고싶으면 하겠지요 근데 아직은....글쓰는 시간도 없는데 그거 만들고 편집하고 영상만드는거 진짜 ‘노가다’인데 과연 그게 나을지...제가 유튜브하면 기타치면서 노래나 늘 할 듯 합니다 그리고 곧 유뷰브채널 사라지는 소리가 들리겠죠 사사삭 ㅋㅋㅋ

근데 요즈음은 자전적 스토리 안 쓰시는가요? ㅎㅎ웬 뒷북입니다 ㅋ

2019-10-31 20: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0-31 21: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1-01 19: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syo 2019-11-01 15: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역시..... 카알님도 카알님 실력도 어디 안 가시네.....👍

카알벨루치 2019-11-01 15:30   좋아요 0 | URL
실력은 무씬~잘 지내죠? 오늘도 화이팅^^

cyrus 2019-11-01 18: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만약 츠바이크가 자살하지 않고 히틀러의 패망을 지켜봤다고 해도 전후에 일어나게 될 새로운 ‘시대와의 불화’를 감당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프리모 레비처럼 말이죠.

카알벨루치 2019-11-01 18:25   좋아요 0 | URL
아 그 생각도 할 수 있겠군요 역쉬 시루스박사님~츠바이크는 츠바이크니깐...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란 노래의 가사중에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란 가사가 있다. 
김진영은 자신의 작은 골방에서 이 글을 썼다고 했다. '이별'에 대한 지독한(?) 성찰의 성격을 볼 때 그는 이 글을 아마 젊은 20대에 적었을까?아니면 30대에? '사랑과 이별'에 대한 진지한 탐색은 불혹을 넘고 나이가 더 들어서도 물론 가능하겠지만, 그의 글의 느낌은 그의 글 쓴 시기와 배경을 추측해보게 된다. 

  '난 너를 영원히 사랑해.'
  '난 널 죽도록 사랑해.'

  이별을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젊은 시절의 나는 사랑하는 연인에게 그렇게 고백했고 맹세했더랬다. 그런 다짐과 맹세를 철없는 나이엔 하지만, 철이 들면 현실을 더 직시하게 된다. 사랑하고 이별하고, 또 사랑하고 이별하고...모든 것이 끝이 있다는 것을.
  사랑...이별....회자정리...
  영화 <엽기적인 그녀>에서 그런 대사가 기억에 남았다. '꼭 만나야할 사람에게 신은 우연이란 다리를 놔준다'고.
  하지만, 대부분 그 사람도 결국 이별을 하게된다.






 김수미의 먹방 프로그램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거기에 5년 전에 암으로 아내를 떠나보낸, 세 남자아이의 아빠가 손님으로 등장했다. 막내가 1살일 때, 아내인 엄마가 죽었다는데. 아이는 엄마에 대한 추억도, 기억도 없는 채. '새 엄마'가 있었음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사연을 듣다가 눈물이 터졌다. 막내에겐 '엄마'란 단어가 '만질 수도, 느낄 수도, 맡을 수도, 볼 수도 없는' 그런 형이상학적인 그 무엇이 아닐까? 먹방 프로그램 보다가 눈물을 흘리다니...








  '이별'이라고 하는데, 난 '죽음이라는 이별'을 생각해본다. 김진영은 고인이 되었다. 사후에 책들이, 그의 글들이 수면 위에 떠오른 듯 싶다. 요즘 글쓰기가 안 된다. 그냥 게을러진 같기도 하고. impulse가 생기지 않는 듯 하기도 하고. 영감의 부재...







  부재...이별....상황과 관계의 '사이'에 존재하지 않는 현상.



"부재의 힘이 모든 것의 기원이다"
-마르그리트 뒤라스 <연인>


"그것 때문에, 오로지 그것때문에, 우리는 살아 있는 것이리라"
-T.S.엘리엇 <황무지>



  상처는 남지만 그 상처는 또 다른 재생의 힘을 부가하는 듯. 그래서 삶이 있으면 죽음이 있고, 사랑이 있으면 이별이 있는 것이 아닐까? 부재가 있기에, 존재가 있고, 탄생이 있고, 잉태가 있고, 출발이 있는 것이 아닐까? 부재의 힘이라...



'처음에는 이별이 너무 힘들었어....잠에서 깨어나면 이별이 내 곁에 함께 누워있곤 했어. 나는 이별을 아파하는데, 이별은 그런 나를 아파하는 것 같았어. 나를 위안해 주는 것 같았어. 마치 자기만은 나를 잊지 않겠다는 것처럼. 결코 나를 떠나지 않겠다는 것처럼. 그러다보니 이별과 함께 사는 일이 편해졌어. 그 사이에 이별과 정이 든걸까? 이제는 이별과 잘 살 수 있을 것 같아. 정말 이별이 끝나면 몹시 아플 것 같아."(K의 말)


"사랑과는 이별을 해도 이별과는 이별을 할 수 없는 걸까?"


칼 하인츠 보러: "이별은 존재의 원풍경이다. 우리는 이별과 더불어 태어나서 이별과 더불어 살아간다."(86-87p)






  내가 좋아하는 황동규 시인의 시이다.
  

<더 쨍한 사랑 노래>

 그대 기척 어느덧 지표에 휘발하고

 저녁 하늘

 바다 가까이 바다 냄새 맡을 때쯤

 바다 홀연히 사라진 강물처럼

 황당하게 나는 흐른다.

 하구였나 싶은 곳에 뻘이 드러나고

 바람도 없는데 도요새 몇 마리

 비칠대며 걸어다닌다.

 저어새 하나 엷은 석양 물에 두 발목 담그고

 무연히 서 있다.

 흘러온 반대편이 그래도 가야 할 곳,

 수평선 있는 쪽이 바다였던가?

 혹 수평선도 지평선도 여느 금도 없는 곳?





시에서 드러내놓고 보여주는 것은 없는데, 보여주는 풍경으로 모든 분위기를 압도하고 있다. '그대 기척 어느덧 지표에 휘발하고...' 그대와의 이별을 '그대 기척 어느덧...휘발하고...'이렇게 표현했다. 그리고 자연의 무한한 풍광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대명사 '하늘', '바다', 그리고 '하구', '뻘'...그리고 거기에 날아드는 피조물 '도요새'....
이별의 분위기를 은근히 압도하는 시가 더없이 가슴에 내려앉는다.







  어쩌다 발견한 천양희 시인의 시이다.
  

 <별이 사라진다>

 나는 1초에 16번 숨쉬는데

 별은 1초에 79개씩 사라진다

 내 심장은 하루에 10만 번 뛰는데

 별은 1초에 79개씩 사라진다

 죽을 때 빠져나가는 내 무게는 21그램인데

 별은 1초에 79개씩 사라진다

 나는 1분에 0.5리터 공기를 마시는데

 별은 1초에 79개씩 사라진다

 내 심성은 7년마다 한 번씩 바뀌는데

 별은 1초에 79개씩 사라진다

 나는 하루에 12번 웃는데

 별은 1초에 79개씩 사라진다



 별은 세상에 마음이 없어 사라지고

 세상에 마음이 있어 사람들은 무섭게 모여든다




'별은 1초에 79개씩 사라진다'...시인 안도현은 사리사욕이 없기에, 흔적 없이 사라져가는 별과 속세에 아직도 미련이 많은 인간들은 '무섭게 모여'드는 인간의 욕망을 대조하여 보여줬다고 말한다.(『이 시를 그때 읽었더라면』, 안도현 엮음. 150-151p) 자신의 존재의 사라짐과 부재에 대해 자연스러운 별을 보면서 존경이 일어난다. 이별에 대해, 부재에 대해 초연해질 수 있는 인생이 얼마나 될까? 자신의 존재의 부재 앞에, 독배를 마시기 전에도 의연함을 잃지 않았던 소크라테스 같은 위인이 얼마나 될까? 



7

  "사건들이 두서없이 일어나는 삶 속에서는 행복도 엇갈리면서 찾아온다. 즉 내가 그것이 꼭 있었으면 하는 그때에는 나를 찾아오지 않는 것, 그것이 행복인 것이다."(150p)



  내가 있어야 할 존재의 자리나 내가 꼭 유지하고 싶은 상황과 환경속에서의 그 무언가가 부재한다는 것, 그 순간의 시간과 공간에 부재한다는 것은 우리가 우리 인생 자체를 통제할 수 없음 보여준다. 내 인생이라고 해도 운명을 좌지우지 하는 것은 내 통제력 너머의 일이란 생각, 그것이 내가 크리스천이기도 한 이유이다.








  시인 김언희의 시다

 <한점 해봐, 언니>

 한점 해봐, 언니, 고등어회는 여기가 아니고는 못 먹어, 산 놈도 썩거든, 퍼덩퍼덩 살아 있어도 썩는 게 고등어야, 언니, 살이 깊어 그래, 사람도 그렇더라, 언니,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어도 썩는 게 사람이더라, 나도 내 살 썩는 냄새에 미쳐, 언니, 이불 속 내 가랑이 냄새에 미쳐, 마스크 속 내 입 냄새에 아주 미쳐, 그 냄샐 잊으려고 남의 살에 살을 섞어도 봤어, 이 살 저 살 냄새만 맡아도 살 것 같던 살이 냄새만 맡아도 돌 것 같은 살이 되는 건 금세 금방이더라, 온 김에 에 맛이나 한번 봐, 봐, 지금 딱 한철이야, 언니, 지금 아니 평생 먹기 힘들어, 왜 그러고 섰어, 언니, 여태 설탕만 먹고 살았어? 
 


 많은 생각을 하게끔 하는 시이다. 이렇게라도 기억속에 저장해두고 싶은 시이다. 그러고 보니 '고등어 회'는 한번도 못 먹어 본 것 같다. 괜히 고등어회가 먹고 싶다...








Epilogue...

<이별의 푸가>라고 했는데, '푸가'란 단어의 정의를 찾아봤는데, 너무 어렵게 느껴진다. 한국 말인데 해독이 안 된다. 아마도 음악의 문법이 들어가 있어 더 어렵게 느껴진 듯하다.사람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자 한다는데, 내 뇌의 셧트가 '푸가'란 단어 앞에 차단막을 쳐서 더 이상 알고싶지 않은 게으름을 피우는 듯 싶다. 이러면서도 나는 더 알고자 하지 않는다. 난 언제나 문법을 힘들어했다. 국어든, 수학이든, 영어이든, 음악이든...'법'이란 로직한 언어 앞에 내가 무력해지는 느낌이기도 하고. 아무튼, 불능의 언어해독이다...


난 푸가란 단어와 이별하고 싶다...ㅋ


우리는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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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9-10-30 15: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요즘 뜸하신 것 같더라구요.
그런 때가 있는 거죠. 저도 그런데요 뭐.ㅎ
얼마 전 김탁환 소설가가 TV에 나와 김진영의 책을 극찬하던데
저도 함 읽어보고 싶더군요.
그런데 정말 저도 푸가에 대해선 무슨 뜻인지 알려고 하지도 않았네요.
오늘은 이별하지만 내일은 만나지요.
만나는 순간 이별인가요?ㅋ .

카알벨루치 2019-10-30 15:33   좋아요 1 | URL
가득차면 흘러넘치겠지요 전 그걸 믿습니다 쓰지 않고서는 못 견디는 그것 ㅎㅎㅎㅎ 가을날 감기조심하소서!

이 책은 이별에 대한 해부학 같은 느낌입니다 뜨거운 사랑 이후 이별이 찾아온 이의 마음의 환부를 잘 드러내주네요!

카알벨루치 2019-10-30 17:26   좋아요 0 | URL
근데 꼭 그런것은 아니더군요 작가들은 정기적으로 의무적으로 쓰기를 강조하더군요 스텔라님처럼 말입니다 ㅋ

stella.K 2019-10-30 18:02   좋아요 1 | URL
ㅎㅎㅎ 그건 맞아요. 하지만 전 빼주세요.
전 열심히 쓰지도 않는답니다.ㅠㅠ


oren 2019-10-30 16: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푸가 형식의 음악 얘기를 들으니 문득 칼 세이건이 ‘보이저 우주비행계획‘ 때 실어 보낸 금제 음악 생각이 나네요.

그때 만들어진 골든디스크에 실린 27곡의 음악 중에는 베토벤의 후기 현악 사중주 가운데 한 곡도 빠지지 않았는데, 그의 선택기준은 ‘적어도 몇 곡은 우주의 고독을 표현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생각과 ‘추상적인 구조를 지닌 곡들도 선택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하네요.

* * *

˝지구 생물에게는 단 한 가지의 생물학만으로 충분하다. 생물학을 음악에 비유해 볼 때, 지구 생물학은 단성부, 그리고 단일 주제 형식의 음악만을 우리에게 들려준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수천 광년 떨어진 저 먼 곳의 생명은 우리에게 어떤 형식의 음악을 들려줄 준비를 해 놓고 있을까 무척 궁금하다. 풀피리 하나로 연주되는 지구 생명의 이 외로운 음악 하나가 우리가 우주에서 기대할 수 있는 유일한 음악일까? 우주 생물이 들려줄 음악은 외로운 풀피리 소리가 아니라 푸가일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우주 음악에서 화음과 불협화음이 교차하는 다성부 대위법 양식의 작품을 기대한다. 10억 개의 성부로 이루어진 은하 생명의 푸가를 듣는다면, 지구의 생물학자들은 그 화려함과 장엄함에 정신을 잃고 말 것이다.”
- 칼 세이건

☞ https://blog.aladin.co.kr/oren/6529278

카알벨루치 2019-10-30 17:25   좋아요 1 | URL
일단 다양한 성부 정도로 이해하겠습니다 그렇게 따지니 김진영의 <이별의 푸가>가 다 다채롭게 느껴집니다 이별에 대해서 깊고 넓게 조망! 20대였더라면 더 구구절절 다가왔을 그의 책의 내용이 지금은 조금 비껴간 느낌이 들더군요 제 감성이 드라이해졌는지도 모를 일이죠

오렌님의 정성스런 댓글에 감사인사 넙쭉 드립니다 ㅎ
 

1
김광균의 <은수저>란 시다

산이 저문다
노을이 잠긴다
저녁밥상에 애기가 없다
애기 앉던 방석에 한 쌍의 은수저
은수저 끝에 눈물이 고인다
(37p)

‘저녁밥상에 애기가 없다’는 현실은 ‘한 쌍의 은수저’로 그리고 그것은 ‘은수저 끝에 눈물’로 도드라진다 애기가 없은 슬픔이 느껴진다 문득 이기주의 <글의 품격>에서 본 이야기가 생각난다 헤밍웨이에게 누군가가 6단어로 구성된 소설을 쓴다면 당신의 필력을 인정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헤밍웨이는 이렇게 썼다고 한다

For sale: Baby shoes. Never worn.

어떻게 이런 글을 쓸 수 있단 말인가? 김광균 보다 더 압축시킨 아이를 잃은 상실의 슬픔이 느껴진다 ‘한번도 신지 않은 아이의 신발’을 덩그러니 내놓은 그 풍경, 그 샷이 주는 슬픔의 미는 어떠한가!

역시 헤밍웨이의 “빙산이론(생략이론)”을 더듬어 볼 수 있는 글이다 어떻게 보면 우리의 삶 자체, 나의 삶이 다른 이에게 보여지는 것은 삶의 전부가 아니라 파편일 수 있다 소위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내’가 ‘너’일 수 없기에 우리는 서로를 온전히, 타인을 100% 판독하고 이해하는 것을 불가능한 것이 아닐까? 우린 우리의 눈으로 ‘타인의 삶의 빙산의 일각’을 보면서 판단한다 그럴 수 밖에 없는 현실이고 노릇이다



2
이윤기가 말한다
‘나는 이미 많은 정보를 내 기억의 창고에다 우겨넣었다 더 우겨넣는 수고가 망설여진다 그래서 가만히 기다리면서 구정물이 맑아질 때를 기다리는 일이 자주 일어난다 자주 나 자신에게 묻는다 더 알아야 하는가? 우겨넣은 짓 이제 그만하고 가만히 되새김질해 볼 때가 된 것 같은데, 아닌가?’(68p)

이미 고인이 된 작가가 스스로 질문하는 내용이다 “더 알아야 하는가?” 구약성경 전도서의 저자, 솔로몬 왕은 이런 말을 했다

‘내 아들아 또 이것들로부터 경계를 받으라 많은 책을 짓는 것은 끝이 없고 많이 공부하는 것은 몸을 피곤하게 하느니라’(전도서 12:12)

배움에는 끝이 없고 이 세상엔 수많은 공부의 요소들이 있다 수많은 책들이 존재한다 자연의 풍광도 공부의 요소가 될 수 있겠다 자연은 언제나 우리에게 팔색조보다 더한 풍경을 보여주지 않는가! 100년이란 시간 안에 우리가 읽을 수 있는 책이 얼마일까? limit가 없는 것이리라 이윤기는 ‘우겨넣는 수고가 망설여진다’고 했다 나는 아직 조금 시간이 있으니 더 우겨넣는 수고가 있어야겠다 근데 오늘 이 페이퍼는 정말 읽기를 쉬기 위한 pause time이다 계속 우겨넣음 머리에 쥐가 날 듯 해서다



3
그리스로마 신화학자로 알려진 그가, 딸(번역가이다)의 말을 빌면 이윤기는 늘 ‘소설가’로 불려지고 싶어했다고 한다 도서관에 꽂힌 1000쪽이 넘는 이윤기의 우람한 양장본 소설책이 떠오른다 목차를 보고 책쪽수를 보고 얼른 덮었다는 기억이 있다 우린 이윤기를 소설가보다는 그리스로마학자로 잘 알고 있다 거기서 대박을 터트렸으니.
근데 이윤기가 그리스로마 신화의 전문가가 된 것은 순전히 우연이었다고 한다

‘터키의 흐린 주점에서, 나의 흑해를 건너야 한다고 결심하지 않았으면 나는 어찌 되었을꼬! 나의 신화책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좌절해있는 젊은이들을 위해서 쓴다 흑해는 누구에게나 존재한다 그 흑해를 건너야 한다’(81p)

인생의 기회는 한 순간에 포착되는 듯 하다 나는 얼마나 많은 흑해를 피하였던가? 지금은 그 흑해를 건너고 있는가? 그렇다고 자위해 본다


4
‘어머니는 한 번도 날 무시하지 않았다(151p)’

‘지진아였던 내가 지금은 작가가 되었다 때로는 전세계를 누비기도 한다 내 분야에서는 실수도 별로 없다 어머니가 나를 무시하고 능멸했다면 나는 진작에 자멸했을 것이다 내 아들 딸도 부모로부터 무시당하거나 능멸당한 적이 거의 없다 지금 잘 자라 있다 사람은 남으로부터 무시당하거나 능멸당한 경험이 없다면 남을 무시하거나 능멸하지 않는다는 게 내 생각이다’(154p)

나는?
그냥 이 대목이 울컥했다 이윤기가 학창시절에 학교 1년 쉰다고 했을 때도, 1년 쉬다 다시 학교간다고 했을 때도 이윤기의 어머니는 그를 있는 그대로 존중해줬다고 한다 근데 그건 정말 쉬운게 아닌 듯 하다 능멸당한다는 것은 존재가 쪼그라드는 경험이다 그 경험이 진짜 비극적인 체험이다
나는?
그리고 나는 자녀들에게 무시하지 않는 아버지인가? 자신이 없다 나도 그렇게 잘나지 않았고 잘 나게 커 온 것도 아닌데 이것도 트라우마이자 컴플렉스인 것 같다 괜히 애들에게 미안하다


5
“작가의 죽음은 생물학적 죽음 10년 뒤에 온다”

이 말은 프랑스 속담이다 작가가 죽은 뒤 10년이 지났는데도 책이 서점에, 서가에 꽂혀 있고 독자들에게 읽히고 있다면 그 작가는 죽은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것 이란 의미이다 우리의 존재가 싸늘한 시체로 변한 후에도 영향력을 미치려면 과연 어떤 삶을 살아야하는가?


6
Stat rosa pristine nomine, nomina nuda tenemus.
지난 날의 장미는 이제 그 이름 뿐, 우리에게 남은 것은 그 덧 없는 이름뿐.(176p)


역시 흑해를 건너는 수많은 여행에서 온 이윤기의 ‘빙산의 일각’이 보여주는 풍광이 글로 스치고 가는 느낌이 멋쩍다 ‘우리에게 남은 것은 그 덧없는 이름뿐’일지라도 나의 삶은 그래도....감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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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9-10-18 07: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이윤기 혹은 그의 작품이 카알벨루치님으로 하여금 이 페이퍼를 쓰시게 하였을까 잠시 궁금했습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카알벨루치 2019-10-18 08:45   좋아요 0 | URL
그리스로마신화를 2권읽다가 중도하차한 기억이 있네요 도서관에서 이윤기의 에세이라? 그래서 집어들었는데 의외로 생각할 꺼리가 많더군요 필사노트를 뒤지다가 기억을 더듬어 그냥 마음 가는대로 적었을 뿐입니다 원래 제가 무계획적인 것을 좋아라 해서요 댓글 감사합니다 님도 즐건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

oren 2019-10-23 14: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윤기 님이 했다는 저 말, ˝더 우겨넣는 수고가 망설여진다˝는 얘기를 접하니 문득 몽테뉴가 했던 말이 떠오릅니다. 그런데, 이윤기 님이나 움베르토 에코나 몽테뉴나 그 엄청난 ‘읽기와 쓰기‘를 했던 사람들이 하는 말은 평범한 일반 독자들에게는 너무나 동떨어진 얘기 같은 느낌도 많이 들긴 합니다. 흥미로운 글 잘 읽었습니다.^^

* * *

멈출 줄 모른다

사람은 어떤 일에서도 자기에게 필요한 정도에서 멈출 줄 모른다. 탐락이건 재산이건 권력이건, 그는 자기가 품어 안을 수 있는 이상의 것을 차지하려고 한다. 그의 탐욕은 절제가 불가능하다. 알고자 하는 욕심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는 자기가 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자기가 해야 할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일을 스스로를 위해 끌어 내며, 지식의 유용성을 그 재료가 있는 한 확대시킨다. ˝우리는 다른 모든 일에서와 마찬가지로 학문의 연구에도 무절제 때문에 고생한다.˝(세네카)

아그리콜라의 모친이 그 아들의 맹렬한 학문 연구 의욕을 억제하였다고 타키투스가 칭찬한 것은 옳은 일이다. 확고한 눈으로 보면, 학문은 다른 재물과 같이 인간이 타고난 고유의 약점과 허영이 많이 섞여 있는 값비싼 것이다.

카알벨루치 2019-10-23 13:29   좋아요 1 | URL
오렌님은 댓글로 너무 현란하게 달아주셔서 대댓글을 잘 달아야겠다는 부담감이 팍팍 느껴집니다 ㅎ앎에 대한 욕구, 지식욕도 탐욕적인 성향이 존재하는군요 참 허영이라는, 허세란 것은 경계가 없는 듯 하네요 가을날 즐거운 하루 보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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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9-09-22 19: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설 씨의 책들은 너무 가벼워서 패스
하렵니다.

정사 삼국지가 아니라 소설 연의라는
걸 밝혀 주어야 하는데 언제부터인가
소설이 역사를 대체하게 되었네요.

유비를 너무 빠ㄹ... 아니 추켜 세워서
2류 군벌을 한황실 부흥에 나선 춘추
대의를 받드는 영웅으로 격상시킨 게
바로 소설가라는 점이 역사의 아이러니
라고나 할가요.

그런 점에서 설 씨의 책과 일맥상통하
니 그렇게 비판적일 필요가 없겠구나
싶기도 하구요.

카알벨루치 2019-09-22 21:39   좋아요 1 | URL
설민석은 역사를 대중화시킨 한 사람 정도로 알아두면 되겠습니다 픽션인지 팩션인지 팩트인지는 언제나 독자의 몫인데 독자가 그걸 분별한 능력이 있어야한다는 전제가 깔리는데, 그게 쉽지 않은 것이 딜레마이기도 하고 원전을 대하지 못한 초보독서가에겐 흥미유발을 시킨다는 부분은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syo 2019-09-22 20: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몇 권을 후루룩 엮어 내는 글은 정말 어떻게 하는 건지를 모르겠단 말이지요..... 호랑이님이나 사이러스님이나 카알님이나 참 부럽다.

카알벨루치 2019-09-22 21:40   좋아요 0 | URL
쓰다보니 그렇게 되는거지요 다 자기 스탈이 있으니 ^^어여 몸부터 회복시키세요 ㅎㅎㅎㅎ

페크pek0501 2019-09-23 13: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역사의 쓸모>를 사 두고서 못 읽었습니다. 오늘부터 읽기 시작하렵니다. ㅋ
저는 정비석의 <삼국지>를 읽었습니다. 다른 건 10권인데 이건 총 6권짜리라서 선택했죠.
너무 오래전에 읽은 거라 주옥 같은 아포리즘이 있는 줄 몰랐어요. 그땐 줄거리에 치중해서 읽었던 건지...

카버의 <대성당>으로 ‘별 것 아닌 것 같지만~‘을 읽었는데 표제작인 ‘대성당‘만큼 좋았습니다.
하루키, 역사란 무엇인가 등 모두 제가 알고 있는 책 이야기라서 댓글을 안 남길 수가 없네요.
흥미롭게 잘 읽었습니다.

카알벨루치 2019-09-23 23:15   좋아요 1 | URL
<삼국지>를 재독할려고 했을때 좋은 내용을 타이핑하면서 읽다가 중도에 하차했는데 ....그렇게 읽으니 음미할 꺼리가 더 있는 듯 합니다 세상에나 세상에나 세상엔 좋은 책이 왜 그리 많대요 ㅎㅎ

coolcat329 2019-09-23 13: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꼭 읽어봐야 겠습니다.글 잘 읽었습니다. 설민석의 책은 초딩 아이를 위해 샀는데 푹 빠져서 너무 재밌게 읽더군요 ㅎㅎ

카알벨루치 2019-09-23 23:16   좋아요 1 | URL
그냥 제겐 <역사의 쓸모>란 책이 너무 좋았네요 빌려 읽고 선물도 하고 했는데 다시 한권 사서 집에 구비해놓을 작정입니다 ^^

coolcat329 2019-09-24 11: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사야겠어요:)

이혜자 2019-09-29 13: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댓글 잘 읽고 갑니다~
깊이있는 독서들을 하시는 님들의 댓글에 리스펙 합니다

카알벨루치 2019-09-29 13:35   좋아요 0 | URL
방문 감사, 댓글도 감사드립니다 ^^

하하호호 2019-10-02 15: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님글 읽고서 <역사의 쓸모>를 샀습니다. 제 인생에서도 쓸모를 찾고 싶어서요. 감사합니다.

카알벨루치 2019-10-04 00:32   좋아요 0 | URL
후회하시지 않을겁니다 최태성작가한테 제한테 오히려 감사해야하겠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