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짝사랑하는 여자가 좋아하는 남자가 사실 자신을 좋아한다는 것을 안 남자.



 

꼬리 없는 도마뱀 같은 의자는 묵묵히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불빛 없는 소슬한 공간을 꾸물거리면서 타고 오를 듯한 몸체에 올라탄다. 내려앉은 무게만큼의 소리가 한쪽 벽까지 달려가 부딪혀 반대쪽 벽으로 날아간다. 눈 한 번 깜빡일 동안 곰돌이 하더니 크기가 작아지고, 얼마 안 가 사라진다. 나는 두 손 깍지 끼고 눈을 감는다. 성당 유리창을 장식했을 법한 형체 희미한 물체가 일그러진 채 아래서 위로, 위에서 아래로 미끄러진다. 앞니가 조금 보일 정도로 입술을 열고 아버지, 하고 낮게 중얼거린다. 그러자 심장 박동이 편해지면서 덮인 눈꺼풀 안으로 광원이 불분명한 빛이 황황히 비친다. 구원의 핏방울처럼 성스럽게.

밤이 잠에서 깨어날 때까지, 보이지 않는 실존적인 존재에게 밤을 패가며 속에서 펄펄 끓여야 했던 것을 토로한다. 기도는 일종의 외침 같은 것이어서 오랜 시간을 하다 보면 몸도 목도 피로해지기는 하지만 고되게 땀 흘려 태산의 정상에 오른 등산가가 느낄, 사위가 뻥 뚫린 듯 시원한 기분이 몸을 장악한다. 그러나 가끔은 눈물을 흘리며 몇 시간이고 여운에서 헤어 나오지 못할 때도 있다. 나는 어제의 일을 반추하면 할수록 곰비임비 쌓여가는 혼란 때문에 목소리를 달달 떤다. 떨림은 예배당 문을 나서는 순간까지 사라지지 않는다.


*


얼굴을 쭉 내민 달덩이가 앞을 환하게 밝힌다. 올려다본 달의 형상이 웃는 하회탈 같다. 흘리는 빛이 인자하고 포근하다. 나는 할머니의 품에 안기듯 지상에 펼쳐진 달빛으로 걸어 들어간다.


*


별똥이다!

류빈은 저 혼자 고개를 쳐들고 걷더니 내 팔을 붙잡고 발놀림을 멈추었다.

어디?

벌써 산 너머 내려갔지.

조금 달뜨는지 미소가 활짝 피었다. 나는 시삐 발길을 돌렸다. 거짓말이네, 라고 비꼬아 말하자 류빈은 발끈하며 재빨리 나의 뒤를 따라잡는다.

거짓말 아니라, 진짜 있었어.

나는 그의 말을 무시하고 걸었다. 류빈도 잠자코 따랐다. 간간이 그의 흥얼거림이 들려왔다. 교과서며 필통이며 갖가지 문구들 가득 든 가방이 무겁게 어깨를 짓눌렀다. 차가운 바람이 앞을 막아서서 한 발짝 떼기도 어려웠다. 그와 대조적으로 살이 통통하게 오른 달은 입을 달싹이며 따듯하고 부드럽게 빛살을 노래했다. 류빈은 자꾸 고개를 들어 달을 보며 해갈을 갓 한 사람처럼 탄성을 질렀다.


*


마침내 공원 산책로에 접어들었고, 마녀의 입김 같은 바람에 지친 나는 잠시 쉬었다 가자고 했다. 눈에 뜨이는 벤치를 잡고 우리는 나란히 앉았다. 류빈은 털실로 짠 두터운 목도리를 감고 있었다. 진한 초록색과 검정 실이 뒤엉키어 하나의 긴 형체를 만들어가는 것이 꽤 멋졌다. 류빈은 그 목도리를 자신이 직접 짰다고 호언장담했으나 평소 손재주로 보아 필시 다른 사람의 손길이 거치지 않았을 리 없었다.

소원 빌어야겠다.

류빈은 깍지 낀 손을 앞으로 뻗어 기지개를 켜는가 싶더니 입을 열었다.

웬 소원?

별똥 봤으면 소원을 빌어야지.

류빈은 내 눈치를 보는가 싶더니 히죽 웃는다.

무슨 소원 빌게.

나는 그의 머리 너머로 솟은 나무의 우듬지를 공연히 지켜보며 말했다. 류빈은 잠시 고개를 숙이더니 곧 생각났다며 주먹을 꽉 쥔다. 무엇이냐고 묻자 말이 없어 그러려니 했다.


*


까만 도화지에서 투명하게 반짝이던 점 하나가 스키를 타듯 미끄러져 내려간다. 하도 짧은 시간에 벌어진 일이라 나는 그것을 놓칠 뻔했지만 용케 포착해냈다. 크기도 규모도 작은 별똥이나 나는 그 자리에 잠시 멈추어 선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보일 듯한 별똥의 자국을 눈으로 훑어간다. 류빈을 알지 못하던 때에, 유성우가 내린다는 인터넷 기사를 읽고 설렌 마음으로 기다린 적이 있다. 나의 상기된 모습은 마치 첫 소풍을 앞둔 아동의 뒤척임 같았다. 창가에 의자를 두고 앉아 머그잔에 녹차를 탔다. 차분하게 차를 마시며 밤하늘을 지켜보았다. 마음까지 흠뻑 적셔줄 것을 기대하며 한참을 꼿꼿이 앉아 있었는데 유성우는커녕 별조차 깜빡이지 않아 나는 화를 내며 의자를 치웠다. 그렇게 잠이 들었다. 다음 날 뉴스를 보니 새벽 4시경에 별의 눈물이 떼로 내렸다고 했다.

나무들에게서 옷을 빼앗아 입은 땅을 때리며 걸어간다. 정해진 목적지는 없고, 그저 배회한다. 아직 한구석이 먹먹하다. 그러나 절대자에게는 모든 것을 털어놓았다. 이제는 내가 풀어내는 수밖에 없다. 영 자신이 없다. 류빈이 뜬금없이 내뱉은-장난이라고 믿고 싶은 말이 머리카락 되어 한 올 한 올 몸 안으로 흡수되는 양 찝찝하다. 그 말이란, 내가 류빈의 팔을 감싸 쥐자마자 마치 계획이라도 한 듯 기계적으로 튀어나온 것이었다.


*


우리는 변두리에 있는 후미진 요양원에서 팔다리를 사용하지 못해 타인의 도움이 필요한 노인들의 식사를 도왔다. 잘게 다져진 장조림을 밥과 비벼 힘없이 고개를 뒤로 젖힌 한 노부인의 입에 밀어 넣었다. 남의나이는 족히 드셨을 고목 같은 노부인의 얼굴에는 검버섯이 자라고 있었다. 겨우 세 숟가락을 떠먹였을 즈음에 류빈은 어느새 식사 보조를 끝내고 뒤에 서 있었다. 힘들지, 라고 물으며 어깨를 토닥여주는 류빈을 보며 소박하게 웃었다.

밥이 반 정도 줄어들자 노부인은 수저를 아무리 갖다 대어도 입을 열지 않았다. 노부인의 목을 조르던 음식받이를 떼고 휠체어를 밀어 밖으로 모셨다. 수저를 쥐던 비닐장갑을 낀 채로 류빈에게 다가갔다. 작은 바퀴가 구르는 사이 불쑥 떠오른 우스운 이야기를 그에게 해줄 요량이었다. 요양원 내(內)가 보일러와 히터 등으로 상당히 더워서 이마에는 땀이 송글 흐르고 있었다. 아직 노인 몇이 식사를 마치지 않았기에 목소리를 낮추었다. 정확히 말이 전달되지 않을 듯싶어 나는 류빈을 안다시피 가까이 다가섰다. 그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흠칫 몸을 떨었다.


*


류빈은 나의 손을 밀쳤다. 잠시 머뭇거리더니 말을 꺼냈다.

미안, 호성아.

짧은 두 단어를 먼저 뱉은 다음, 몇 마디를 더하더니 초조하게 서 있었다. 류빈의 말이 끝나고 사실 그보다 더 식은땀을 흘린 사람은 나였다. 나는 이곳에서 일어난 발화에 꿈만하여 일단 궁따고 보았다. 그러나 전혀 나아지지 않았고, 나는 조금씩 뒤로 물러났다. 고개를 휘저으며, 숟가락을 바르르 떨고 있는 백발의 노인에게 달리듯 걸어갔다.


*


호성아, 너는 아니?

너의 웃음에 나는 엄청난 고통을 느낀다는 걸.

너의 행동에 나는 망령되이 떨린다는 걸.

매일 나를 억누르고 가두느라 마음의 사슬이 닳아 끊어질 지경이라는 걸.

헤진 심장 조각 사이로 농축된 눈물이 빼짓이 흐른다는 걸.


낮이고 밤이고 얼마나 많이 고민했는지 몰라.

그저 친한 친구 사이의 우정이나 동경인 줄 알았어.

그런 거라면 그런 거라고 믿고 싶었어.

그런데 너의 웃음과 손길에 아파하는 나를 보며 그런 게 아니란 걸 알았어.

…부정하고 싶지만 부정할 수 없어.


*


류빈은 한쪽 눈을 가릴 정도로 앞머리를 길렀다. 직모요 갈색이 은근히 묻어나는 머리칼은 그와 퍽 잘 어울렸다. 눈이 가려짐으로써 류빈에게는 달무리 같은 기품 퍼져 나왔다. 대부분의 반 친구들은 그 기품 때문에 류빈에게 쉽게 다가가지 못했다. 그렇다고 류빈이 사교적이거나 활발한 중세적인 성격도 아니어서 그에게는 친구가 없었다. 그러나 여자들의 입에는 자주 오르락거렸다. 매초롬한 이목구비 덕도 있겠고, 류빈 특유의 멋도 한몫했겠다.

류빈은 원색의 포장지로 싸인 선물상자를 자주 받았다. 그것은 간접적인 고백―아니, 구애의 행동이었다. 여자들은 제 어미의 화장품들까지 총동원하여 가장 예쁘게 분칠을 한 상태로 류빈의 앞에 나타났다. 한 번 흘낏 본 그 상판들은 허옇게 뜬 것이 척 보아도 부담스러웠다. 이유는 모르겠으나, 내 생각과 같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류빈 역시 모든 선물과 고백을 거절했다. 하지만 여자들은 굴복하지 않고 끈질기게 구애했다. 그중에는 K도 있었다. 윤기가 나는 머리카락을 날개뼈 밑으로 늘어뜨린 여자였다. 박속같은 피부 위로 곧게 솟은 콧날에 반해 한동안 K의 뒤를 졸졸 따라다녔다. 열 번 찍어 넘어가지 않는 나무 없다던 속담은 나와 K에게 적용되지 않았다. K는 뭇 여학생들처럼 류빈에게 쫓아가서는 꼬리를 홰홰 쳤다.

K를 떠나보낸 지 얼마 되지 않은 시기였다. 류빈은 커다랗게 접힌 종이를 흔들며 나에게 왔다.

선물은 거절해도, 편지는 거절 못 하겠어.

혀를 내밀며 류빈은 웃어 보였다. 하트가 조그맣게 붙은 걸 보아 러브테러 비스름한 것이리라. 류빈에게서 편지를 건네어 받아 찬찬히 살펴보니 K가 쓴 것이었다. 나는 앞에 서서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는 류빈을 때려주고 싶다는 충동을 강하게 느꼈다. 곧 사그라지긴 했지만, 꽤 강렬한 감정이어서 오래 잔상에 남아 있었다.

매번 거절만 하지 말고 아무라도 잡고 한 번 사귀어 봐.

애써 웃으며 K의 편지를 돌려주었다. 류빈은 어깨를 으쓱였다.

잘 모르겠어. 마음에 드는 애가 없네.

나는 그 순간만큼은 류빈이 정말 미웠다.


*


류빈은 어머니와 갓 교복을 사 입은 여동생을 데리고 살았다. 아버지는 알코올중독자였고, 이태 전에 저혈압으로 죽었다. 류빈은 그토록 자신을 괴롭혔던 아버지가 죽자 마음이 편해졌다고 좋아했다. 아버지는 류빈과 그의 가족들에게 하나의 골칫덩이에 불과했다. 벌어오는 돈마다 술과 담배, 도박에 탕진하는 몰상식한 인간이었기에 류빈은 단 한 번도 아버지의 사랑을 제대로 받아본 적이 없었다. 되레 대접붙이의 욕설과 폭행 하에서 늘 억압받고 살아왔다. 친구 하나 집에 데리고 와 본 적 없었고, 집에서 저녁 한 끼를 맛있게 먹지 못했다. 류빈은 아버지의 장례식이 끝난 날, 상당히 거리가 있는 우리 집에 왔다. 현관에 서서 피곤한지 눈그늘이 내린 눈을 둥글게 휘며 씁쓸하게 웃었다.

…아니, 괜찮아. 오히려 좋은걸.

고맙게 가족들이 자리를 피해주어서 나는 류빈과 둘이서만 밥을 먹었다. 류빈은 밥알 하나하나를 깨작거리며 젓가락을 놀렸다. 연신 괜찮다고 말했지만 끝마나 흐려지는 목소리에서 슬픔이 확연히 묻어났다. 그 슬픔은 밤이 되자 결국 눈물로서 흘러내렸고, 나는 류빈이 울음을 그칠 때까지 그의 곁에서 숨죽이고 있었다.


*


나는 하는 둥 마는 둥 청소를 끝내고 서둘러서 요양원 건물을 빠져나왔다. 류빈은 입을 꼭 다물고 뒤를 따랐다―말을 하거나 붙잡으려 뛰지 않았다. 짧아진 해는 벌써 얼굴을 숨겼다. 주차장에 차가 넘쳐 시간을 못 맞춘 운전자들은 길거리에 주차해야 했다. 죽은 사람이 인맥이 넓은 사람인 듯 수많은 차는 일제히 장례식장을 향해 있었다. 저녁 공기는 차가웠고, 그래서 나는 빠르게 달렸다.


*


별똥 하나가 또 떨어진다. 나는 소원을 빈다. 소원이라기보다 다시 기도한다.




제 주제에 한강을 한 번 흉내 내보았습니다. 그러니까 한강의 감정이라던가 문장을 따라해보았다기보다 철저히 형식만을 흉내 냈습니다. 그래도 생각보다 괜찮은 작품이 나온 것 같아서 기분 좋네요. 지금껏 써온 작품 중에 가장 마음에 들고, 또 오래 붙들고 있던 작품이에요. 류빈에게 한동안 빠져서 지금도 눈물이 빼짓이 새어나오네요. 마무리를 급하게 하느라 생각한대로는 나오지 않았지만, 사실 더 적을 만한 글도 떠오르질 않네요. 한 이주 뒤나 떠오를 때 이어보려구요. 원래 이 글 올리지 않으려고 했는데, 어느새 방문자 수가 3만 명을 넘었더라구요. 3만 명 넘으면 하나의 리뷰를 올리려고 했는데, 책을 다 읽지 못했기에 소설로 대신합니다. 곧 한강이나 황정은의 리뷰도 올릴 게요. 폭풍 리뷰가 예상된답니다. 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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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2-12-03 2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이진님, 한강 폭풍리뷰 기대하고 있어요. ^^ 노랑무늬영원도 읽은거에요? 어때요?

이진 2012-12-04 00:01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반가워요. 노랑무늬영원 읽었어요. 여수의 사랑도 몇 편 휘넘기곤 있는데 노랑무늬영원을 거진 다 읽어가서 이걸로 쓰려구요. 정말 좋죠. 역시, 한강, 이죠.
 



                             걱대는 새벽




 

          새벽

       어둠은 가볍게 퍼덕인다

          어긋난 관절은 내

                              

                                

                                 

          암흑은 사이로 스민다

 

          시리다

          암흑

 

          누군가의 따뜻한 언어를 기다린다

          무심한 듯 비상

          주체를 떠난 나비는 훨훨

          날아 암흑 위에 착지한다

          노란 액체로 흘러내리고

 

          해가 솟고

          뼈는 붙고 몸은 서고

          팽창한 기압을 이며 어스름을 걷는다

          나비로, 무릎은 단단하다

 

          아이스크림 같은 공기가 뭉텅

          뭉텅 달콤하게 입으로 던

                                                                 져진다

          언어의 편린이 피를 타고 전신을 순환

          누군가의 언어, 누군가의 편린

          너의 말, 너의 조각

          나의 마음, 나의 비늘

 

          서서히 장막이 걷힌다

          암흑도 나비도 편린도……

          관절이 다시 녹아내리려 한다

          나비의 형체가 잡히고

 

          나비는 빛으로부터 은닉

          몸이 비걱거린다

          암흑을 향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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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2-10-10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시를 쓸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으신 거에요? supportEmptyParas 라는 단어묶음도 범상치 않고 endif라는 것도 흥미롭네요. 다소 을씨년스러운 오늘에 잘 어울리는 시인 것 같아요. 계속 창작은 이어가고 있으시군요!

소이진 2012-10-10 16:18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앗! 그건 한글문서를 복사해서 크롬으로 글쓰면 나오는 괴문자에요. 크롬은 인터넷 익스플로러 같은 건데 깜빡했군요. 집에 가서 깔끔하게 지울게요. 이건 예전에 써둔 시에요. 요새 창작이 영 안되어서, 눈물이 날 정도로요... 시험 끝나면 억지로라도 책을 읽어서 문학청년의 포부를 되살려야겠네요.

댈러웨이 2012-10-10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이진님 안녕! 오랜만이에요. 요즘 딴 동네에다 아주 살림을 차렸군요. 흥~ 소이진님 시 써요. 이런 시어 저도 좀 한번 써 봤으면. 그런데 '비걱거리다/비걱대다'라는 표현을 쓰는군요. 제목도 참 좋다요. 시험 잘 보고 있냐고 아는 척 하려다가 스트레스 받을까봐 안 물어보겠어욤. 또 봐요.

소이진 2012-10-10 16:21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오랜만이어요, 댈러웨이님. 딴동네 살림도 지금 소홀해요. 댈러웨이님 동네도 새 글 표시가 안 뜨던걸요? 이 시는 거의 처음 써보는 시라고 해도 무방한데 생각보다 잘 나와서 저조차 놀랐어요. 글틴에서는 차상급 대우를 받았고 시 좀 쓴다는 친구도 인정해 주었으니까요. 이로 인해서 허세 같은게 생긴 것은 문제지만 말이어요. 거리다와 대다가 둘 다 사용되었군요. 미처 발견하지 못했는데!

상상도 못하실걸요! D-1입니다!ㅠㅠㅠ

2012-10-18 01: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0-19 22: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0-18 19: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0-19 22: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1. 주어진 글제(들)로 창작하기

 

- 붕어빵

- 소금꽃

-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 안개

- 울고 있는 삐에로, 포효하는 사자

- 하얀 불빛, 노래하는 석상, 검정색 모자

- 열쇠, 소녀, 책, 망토

- 흐드러지다, 자욱하다

- 생채기

- 수염

 

2. 노래 제목 또는 책 제목으로 창작하기

 

- 헤어지는 중입니다

- 파도를 훔친 바다

- 1994년 어느 늦은 밤

- 나를 사랑하지 않는 그대에게

- 화요일에 비가 내리면

-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 그대의 차가운 손

- 벚꽃 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3. 주어진 문장(들)으로 시작하여 창작하기

 

- 사내는 길을 걸을 때면 언제나 뒷걸음질했다.

- 현관문을 열자 편지 한 통이 팔랑거리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 고개를 떨군 채 지붕에 앉아 있을 때, 새털처럼 가벼운 티슈 한 장이 내 손등으로 떨어졌다.

전화벨은 어둠 속에서 홀로 울리고 있었다.

- 이별은 육체적인 단어다. 헤어진다는 것이고, 그래서 다시는 가까워질 수 업게 된다는 것이다. 멀어진다는 것이다. 이별이라는 단어의 물리적인 실체가, 거리에 대한 실감이, P를 괴롭게 했다. 아프긴 했지만 상처를 집어낼 수는 없었다. 살을 파고 뼈를 헤집어 상처를 들어낼 수 있다면 좋겠지만 상처는 계속 이동했다. 떄로는 무릎이 아팠고, 때로는 등이 아팠고, 때로는 발뒤꿈치가 아팠다. 마음이 아플 줄 알았는데 몸이 아파다. 모든 고통은 이별로부터 왔다.

 

4. 주어진 배경(상황)을 바탕으로 창작하기

 

- 새벽 어스름

- 실내악 공연장

- 산 속의 오래된 교회

- 수능을 앞둔 남자고등학교

 

5. 주어진 주인공으로 창작하기

 

- 시한부 선고를 받은 조모와 여행을 떠나는 손자

- 죽고 유령이 된 남자

- 아웃팅을 당한 뒤, 자퇴하고 동거하는 레즈비언 커플

- 노인이 된 동성애자

- 살해당한 일가족 중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아들

 

6. 동음이의어를 사용하여 창작하기

 

- 동경

- 무대

- 눈

- 여인

- 화장

 

7. 주어진 詩를 콩트로 창작하기

 

- 김민정, 그녀가 처음 느끼기 시작했다

- 박형준, 생각날 때마다 울었다

- 김수영,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 백석, 나와 나타샤와 흰당나귀

- 김혜순, 상습적 자살

 

8. 주어진 뉴에이지 혹은 클래식을 듣고 창작하기

 

- Flower dance

- rain

- 버려진 인형

- 연분홍

- 시벨리우스, 핀란디아

 

 

 

 

 

드디어, 1주 1작으로 돌아왔습니다.

이제 넷북도 샀겠다, 앞으로는 안 빠질테니까 관심 가지고 봐주셔요.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의 글제를 만들어내다 보니 재미도 있고 힘도 드네요.

하지만 쓸 때마다 하나씩 골라 뽑는 재미가 쏠쏠할 것 같습니다.

얼른 한 편 써야겠습니다. 글을 쓰고 싶은 욕구가 밑에서부터 올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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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2-09-19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대만발. 아주 조용히 숨죽여 다음 글을 기다릴게요, 소이진님.

이진 2012-09-19 23:20   좋아요 0 | URL
수다쟁이님, ^________^

댈러웨이 2012-09-20 15: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제 전부 다 마음에 들어요. 한 주에 하나씩 50주 동안 다 할 것요! 그럼 대충 내년 이맘 때 까지 채울 수 있겠어요. 너무 많아요? 그럼 줄여주겠어요. 2번, 3번, 7번으로다가. ㅎㅎㅎ 화이팅요!

이진 2012-09-20 16:57   좋아요 0 | URL
아니요, 안 많아요 ㅎㅎ 다 해야지! 근데 50주면 1년이 넘는가...? 놀랍군요. 훅
지금 2번에 한 글제로 필받아서 쓰고 있어요. 어우, 오랜만에 글 참 재밌다 하는 것을 느꼈지 뭐예요.

수수꽃다리 2012-09-25 1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라고 말을 하고 싶은데, 왜 나는 늘 할말이 없을까요?!
아마 이진씨를 감당하기에 나는 너무 늙어버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도 힘을 내서 이진씨를 볼 수 있다고, 내 어깨를 다둑다둑!
수다쟁이님 말처럼 저도 숨죽여 기다릴께요. 멀리서 조용히, 가만히^^

2012-09-29 11: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이리시스 2012-09-29 0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이거 재밌네요, 재밌어.
근데 넷북 산 거 결국 컴퓨터 맛가서 그런 거예요?(고쳐도 소용없었음?)

이진 2012-09-29 11:38   좋아요 0 | URL
노, 컴퓨터는 쌩쌩해요. 삼촌을 꼬셨어요. 나 이제 제대로 글 좀 쓰고 싶으니까 넷북 좀 사줘요. 컴퓨터로 글 쓰면 딴거 하느라 집중이 안되서 말이야... 이랬는데 넷북으로 지금 알라딘 하는 중;; 아 이걸 어째!

재밌죠. 만드는 저도 재밌었어요. 근데 재밌게 만들기만 하고 재밌게 쓰지 않을 거 같아서 걱정.
지금 '나는 방금 동생을 죽였다.'로 쓰고 있는데 이게 너무 잔인하고 악랄하게 이야기가 전개되어서 그것도 걱정. 알라딘에 올려도 될만한 수위일는지... 글틴에도 올릴건데 얼마나 욕을 먹을는지...ㅋㅋㅋㅋ
 



8월 4,5주 글제입니다.



1. 남자는 -에 00를 바르고 있었다로 시작하는 1인칭 콩트를 쓰시오.

2. '책을 펴는 순간 죽는다'를 제목으로 콩트를 쓰시오.

3.

-----보기-----

나는 두루마리 휴지를 손에 둘둘 감는다. 개미를 눌러 죽이려는데 문득 개미를 누르면 마룻바닥에 이것의 시신과 체액의 자국이 남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남편은 좁쌀만 한 얼룩도 곧잘 찾아내어 역정을 내곤 한다. 개미를 죽이고 나면 얼마 뒤 그 자국도 찾아낼 것이 분명하다. 소파에서 방방 뛰며 아이는 개미를 당장 죽이라고 바락바락 소리를 지르고 있다.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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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보기를 읽고 생각나는 콩트를 쓰시오.

단, 보기와 콩트의 내용에 어느정도 연관성이 있어야 할 것.


1,2,3 중 택1 할것. 분량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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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조각난 필름에 피를 바르고 있었다




남자는 갈색 빛이 나도록 구워진 옥수수 식빵에 딸기잼을 바르고 있었다. 제대로 으깨지지 않은 큼지막한 딸기 덩어리가 잼에 그대로 들어 있었다. 남자는 잼 숟가락을 놀리다 말고 그것을 집어먹었다. 내 눈치를 슬쩍 보더니 입이 찢어진 오렌지 인형처럼 실실 웃는다. 그러다가 장지갑 같은, 반으로 접힌 식빵을 하나 건넨다. 커다란 맥주잔에 포도 주스를 따르던 나는 냉큼 받아들였다. 장지갑의 접힌 틈새로 넓은 공간에 펴지느라 색이 연해진 붉은빛이 보인다. 나는 빵을 크게 베어 물었고, 뒤따라 남자도 빵을 깨물었다. 바삭한 겉과 달리 속은 부드럽고 쫄깃했다. “집에는 내려가 볼 거야?” 빵 조각을 우물거리면서 남자는 입을 열었다. 어느새 내 맥주잔은 그의 손에 들려 있었다. “아니. 나 과외 있어.”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빵가루가 잔뜩 떨어져 있는 빈 그릇을 싱크대로 옮긴다. 무엇이 그리 신 나는지 연신 오드리 헵번처럼 입꼬리가 올라 있다.


아침을 빵으로 간소하게 대신하고 나서부터 독서에 돌입한 남자를 뒤로하고 집을 나선다. 6년 동안 아침을 걸렀는데, 방 짝인 남자를 만나면서 조금씩이라도 먹기 시작했다. 덕분에 잊었던 아침에 배가 든든한 기분을 매일 만끽한다. 남자는 정우라는 이름의 동갑 친구다. 인상이 투박하나 사글사글하다. 상당히 활기차고 유쾌하다. 방을 살펴보기 위해 만났을 때, 얼른 친해져야 한다고, 쭈뼛대는 나의 손을 잡아끌어 점심을 한 끼 사주었다. 햄이 잔뜩 들어가 조미료의 맛이 입안에 계속 감도는 부대찌개였는데, 맵고 짰다. 정우는 연신 맛있다며 이 인분을 혼자서 다 먹었다. 최근에는 대학 적응이 힘에 부치는지 힘들고 우울한 기색을 내비치기는 해도 잠깐이다.


장마가 지나고 부쩍 더워진 날씨에 손부채 질을 해가며 X 아파트에 도착했다. 403호의 벨을 누르자 막대사탕을 문 소년이 문을 연다. 반기는 듯 안 반기는 듯, 묘한 표정이다. 한 시간가량 과외 수업이 진행되었다. 어떻게든 수업을 하지 않으려는 소년의 잔꾀 때문에 계획했던 분량을 다 끝내지 못했다. 강하게 불어오는 에어컨 바람 밑에 앉아서 소년과 담소를 나누다가 소년의 어머니가 차려준 간식 상을 비우고서야 일어섰다. 집을 나서자 열기가 훅 닥쳐온다. 햇살이 노랗게 세상을 덮고 있다. 다른 동으로 발걸음을 뗀다.


 

*


 

그렇게 세 명의 학생들과 티격태격하고 났더니 오후 한 시가 조금 넘었다. 교수님과 점심을 하기로 약속한 터라 서둘러 학교에 갔다. 만난 교수님과는 학교 근처 죽 가게로 향했다. 허한 속을 달래주어야 한다면서 소고기 죽을 시키셨다. 날이 더워 땀이 계속 새어나왔다. 설상가상으로 죽 가게의 에어컨이 고장 나서 더위를 품에 안고 밥을 먹어야 했다. 뜨거운 죽을 한 숟갈 퍼서 촛불 끄듯 후후 불어 식혀 먹고, 흐르는 땀에 상의는 젖는다. 죽이 굉장히 맛있었기에 먹는 동안 정우 몫을 하나 주문해두었다. 아마 그는 점심도 잊고 책에 빠져 있을 것이다.


예상외로 그는 손바로 책을 놓아둔 채 퍼더버리고 누워 자고 있었다. 선풍기 날개가 폐지 줍는 할머니의 손수레처럼 느릿느릿 회전하고 있다. 안쓰럽게 탈탈거리는 소리에, 나는 먼지가 잔뜩 쌓인 에어컨을 깨웠다. 에어컨은 오랜만의 기상에 여러 개의 입을 한꺼번에 벌리며 숨을 토해냈다. 그 기쁜 숨의 냉기에 좁은 거실은 급속히 시원해졌다. 찬 기척을 느끼고 정우가 부스스 일어난다. 나의 손에 들린 죽을 보더니 입을 벌리고 웃는다. “나 또 나가야 해.” 약간 식은 죽을 정우는 빠르게 떠먹는다. 어지간히도 배가 고팠는지 고개 한 번 안 든다. “늦게 와?” “늦는다면 늦고.” “치킨 사와!” 평소에도 식탐 많고 많이 먹었는데 요새 더 많이 먹는다. “응.”


 

*


 

정우의 소원대로 닭튀김을 손에 들었다. 몸을 가누지도 못하는 친구들을 데려다 주느라 조금 늦었다. 술을 마시지 않아 뒤처리는 언제나 내 몫이다. 느끼한 기름 냄새가 풍겨온다. 문을 열었는데 정우가 보이지 않는다. 낙하하는 물소리가 들려왔다. 날이 더워서 그런 건가 정우의 샤워 횟수가 늘었다. 거의 집에만 있으면서도 하루 네댓 번씩 하곤 한다. TV 앞에 작은 상을 펴서 닭튀김 상자를 열었다. 노랗게 튀겨진 겉옷이 버터를 바른 듯 윤이 흐른다. 정우가 욕실 문을 벌컥 열고 나온다. 눈이 마주쳤고, 정우는 화들짝 놀랐다. 정우는 애써 아무렇지도 않은 듯 방으로 간다. 수건으로 자신의 몸을 가린다. “왔어?” 방문을 열고 몸이 반쯤 들어갔을 때 정우가 입을 열었다. “튀김닭 사왔어. 얼른 먹어.” 정우는 방문을 닫는다. 나는 벽에 기대고 앉아 TV를 틀었다. 마침 하계 올림픽 경기가 한창이었다. 역도 경기였는데, 우리나라 선수도 한 명 출전했다. 여자 선수가 무거운 바벨을 들고 낑낑거리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갑자기 새삼스러웠다. 반년 가까이 함께 지냈는데 정우의 완전한 나신을 보는 것이 처음이다. 기분 탓이겠지. 정우가 어느새 잠옷을 입고 나온다. 닭튀김을 보더니 달려든다. 살이 두껍게 붙은 닭 다리를 든다. “장미 선수 나오는 경기야?” “아마.” 우리는 똑같은 자세로 앉아서 올림픽 경기를 보았다.


전등불을 끄고 거실에 누웠다. 닭튀김은 뼈만 남아 있었고, 우리는 TV에서 방영하는 영화를 집중해서 보고 있었다. 배우의 익살스러운 행동에 우리는 얼굴을 마주 보며 킥킥대고 웃었다. 남자 주인공이 사건의 비밀을 캐내기 위해 동성애자 연기를 하는 장면이 나왔다. 나는 그것이 너무 우스워 배를 잡고 웃었는데 정우를 보니 얼굴이 싸늘하다. “정우야, 왜. 아파?” 그제야 정우는 웃어 보인다. 그 후로 몇 번이고 이러한 장면이 계속되었는데 정우는 그때마다 불편한 듯 얼굴을 찡그렸다. 아까 닭을 너무 급하게 먹더니 체했나 보다. “아파 보인다. 들어가서 자” “아냐, 안 아파.” “체한 거 같은데? 방에 약 있어. 먹고 자.” 정우는 알겠다 하고 일어선다.


 

*


 

정우는 잼을 바른 식빵을 먹고 있었다. 나는 거실에 엎드려 만화책을 보고 있다. 악덕 사채업자와 도박을 하여 돈을 얻어 가는 만화였는데 굉장히 긴장감이 있어 침이 꼴깍 넘어갔다. 마지막 책장을 덮고 시계를 보니 시침이 11을 향해 있다. 친구 한 명이 마침 이 시간에 놀러 오겠다고 한 약속이 생각났다. “정우야, 오늘 내 친구 집에 놀러 오기로 했어.” 얼굴을 빼꼼 내밀며 언제냐고 물어본다. “지금. 너랑 같은 학교 다니는 애야. 인사도 할 겸.” 그러자 정우의 눈이 동그래지면서 행동이 급해진다. 재빨리 방에 들어가서 옷을 갈아입고 나설 채비를 한다. “갑자기 약속이 생각났지 뭐야. 저녁쯤에나 들어올 거야.” 말하는 정우의 목소리가 심각하게 떨린다. “인사라도 하고 가지, 왜.” “아냐. 많이 어지르지 말고 놀아.” 정우가 현관문을 열었다. 그와 동시에 친구의 문자 메시지가 도착했다. [집 앞이니까 문 열어둬.] 정우는 벌써 나갔다. 정우가 나가고 얼마 안 있어 친구의 목소리가 들린다. 나는 얼른 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았고. 거기에는 친구와 정우가 맞닥뜨린 장면이 펼쳐져 있었다. 정우의 표정은 보이지 않았지만, 친구는 꽤 놀란 듯한 표정이었다. “야~ 여기야. 정우야 일찍 와!” 나는 옆집에 피해가 가지 않을 정도로 소리쳤고 정우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나를 힐끔 보더니 도망가듯 계단을 내려갔다. 친구는 잠깐 서 있더니 내게 성큼성큼 다가온다. 눈이 힘이 들어간 채로 잔뜩 찌푸려져 있다. “너 설마 쟤랑 룸메냐?” 친구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한 눈빛과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답을 내뱉으라 재촉하는 듯했다. “응. 둘이 아는 사이야?” 친구는 내 한 마디에 놀라며 말을 짓이겼다. “쟤 게이야. 네 학교에도 소문났을 텐데 몰랐어?” “무슨 웃기는 소리야, 그건. 어서 들어와.” 나는 친구의 모습에 웃었다. 장난치는 것으로 생각했다. “들어가고 자시고 진짜 저 애 게이라니까. 우리 학교에 소문 쫙 났어. 왜 이때까지 나한테 이야기 안 했냐?” 그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말을 쏟아냈다. 진지한 모습에 나는 조금 흔들렸다. “진짜야?” “진짜라도. 그럼 너 게이랑 반년을 산 거냐? 어오. 왜 말 안 했냐?” “야, 잠깐. 너 집에 가라.”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텅 빈 집에 발을 얹어 놓기 전에 나는 먼저 정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당연한 일이겠지만 전화기는 꺼져 있었다. 식탁에 앉아 머리를 괴었다. 정우가 동성애자라. 나는 차분히 생각했다. 이미 속은 불붙어 있었다. 정우에게 화가 나는 것도 아니었는데 이상하게 맥박이 빨라졌다. 그동안의 이상했던 정우의 모습들이 파노라마로 스쳐 지나갔다. 한참을 정적 속에 흐르는 장면들을 잡아채고 있노라니 정우의 얼굴을 봐야겠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어디로 갔는지도 모르고 전화기도 꺼져 있었기에 나는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초조하게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해가 지는 시각까지 앉아 있었다. 친구의 말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학교에 소문 쫙 났어.’ …. ‘학교에 소문 쫙 났어.’…. 얼굴을 손으로 한 번 쓸어내렸을 때 휴대전화의 불이 켜졌다. 기다리던 정우의 문자메시지였다. [내일 너 과외 가면 짐 챙겨 나갈게. 오늘은 집에 안 들어갈 거니까 걱정하지 말고.] 해가 졌다.


나는 정우가 가 있을만한 곳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집 근처부터 동네 끝까지 몸을 움직였다. 먼저 찜질방을 돌았다. 그리고 게임방을 찾아다녔다. 셀 수 없이 많은 게임방이었기에 하나하나 돌기에 벅찼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흘렀고, 집에서 가장 멀리 있는 게임방에 들어가자 익숙한 뒷모습이 보였다. 일단은 아르바이트생에게 다가갔다. “저 손님, 몇 시간이나 있었어요?” 그는 자신의 컴퓨터 화면을 보더니 답했다. “6시간 정도 하셨네요.” “저녁은 먹던가요?” “그건 잘 모르겠는데요.” 그는 가라는 듯한 눈초리로 나를 쳐다보았다. 그의 눈을 피하며 조심스레 정우에게 다가갔다.


정우는 내 목소리를 듣고 놀라면서 어깨를 들썩거렸다. 뒤를 돌아보지 않고 왜 왔느냐며 물었다. 나는 밖에 나가서 이야기하자고 그를 설득했고, 그는 계속해서 어떻게 왔느냐고 물었다. 잠깐의 실랑이 후에 나는 억지로 정우를 끌고 나왔다. 정우는 나와서도 고개를 푹 숙이고 나의 얼굴을 쳐다보지 않았다. “미안.” 정우는 힘겹게 입을 열었다. 내가 말을 하기 위해 숨을 들이쉬자 아무 말도 말아 달라며 부탁한다. 그 모습이 너무 처량해 마음이 아팠다. “정우야. 괜찮으니까 고개 한 번 들어.” 정우는 그제야 고개를 들었다. 아픈 강아지 마냥 한나절 만에 얼굴이 축축 처져 있었다. “내일 나간다니까 왜 왔어. 게이인 거 숨겨서 미안해. 욕하려면 그냥 가줘.” 정우는 울먹이며 입을 닫았다. 나를 두려워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나는 정우가 스스로 만든 보호막을 뚫고 한 발짝 다가갔다. 정우는 흠칫하며 뒤로 한 발짝 물렀다. 나는 재게 다가가 정우를 안아 주었다. “괜찮다니까, 괜찮아. 나 그런 걸로 친구 버릴 놈 아니야.” 정우는 잠시 가만히 있더니 별안간 울음을 터뜨렸다. 눈물을 받아주며 그의 등을 토닥여 주었다. “집에 가자.”


담배꽁초가 여기저기 떨어진 어두운 복도에는 한 남자의 슬픈 울음소리가 울렸다. 남자를 살금살금 할퀴던 필름 조각들이 눈물과 함께 조금은 떨어졌다. 그렇게 남자의 마음에는 핏물이 고였고, 피는 따듯했다.



(원고지 27.6장) - 오후 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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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별의 별] 치킨하고 닭튀김하고 용어를 바꿔 쓸 이유가 있는지요...이게 왜 다를까, 하고 읽을 때 혼동스러웠습니다. 제목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런데 글이 그걸 실망시켰습니다. 첫 문단은 제목과 대비되서 좋았는데, 내용은 그냥 게이에 대한 거였어요. '나'의 선택이 왜 그랬는지 충분한 이유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룸메로서 반 년 동안 살았던 걸 이유로 삼기엔...아직 한국에선 그런 걸 이해하기 힘듭니다. 마지막 문단이 무언가 의미 있는 것 같은데...​담배꽁초가 어쩌구 하고, 어두운 복도가 어쩌구로는 의미를 찾기 힘들었습니다. 이상입니다.​

    

[라별] 제목이 독특했어요!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답니다. 이번 소설에 약간 추상적인 문장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이를테면 남자를 살글살금 할퀴던 필름 조각들이 눈물과 함께 조금은 떨어졌다, 라던가 남자의 마음에는 핏물이 고였고, 피는 따듯했다. 같은 표현들이요. 문장을 굳이 그렇게 써야했나, 의문이 들었어요. 남자의 심리가 어떻다고 말하고 있는 건지 잘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또 치킨과 닭튀김, 또 튀김닭. 같은 걸 지칭하는 거라면 대명사를 사용하는게 좋은 것 같아요. 특별히 바꾸신 이유가 있는건가요? 흠...또 군데군데 과거형 문장과 현재형 문장을 모두 사용하고 있어서, 조금 헷갈렸어요. 성소수자를 이해하는 ‘나’의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그런 이유로 친구를 버리지 않아, 라는 대사가 마음을 따뜻하게 해줘서 좋았어요. 좋은 글이었습니다. 이상입니다.

 

[naR] 다시 한번 동성애를 소재로 한 이야기네요. 동성애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보는 시선, 그런 시선에 다쳐 필름 같은 기억들을 안고 스스로 달아나버리는 정우, 현실의 단상을 담아내고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잘 담아낸 것 같아요. 하지만, 정우가 게이라는 말에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할 만큼 나름대로 충격을 받았던 사람치고는 '나'의 행동이 굉장히 단조롭다는 생각이 들어요. '해가 지는 시각까지 앉아 있었다'라는 말 속에서 모든 것을 찾아야 하는데, 읽는 사람 입장으로서는 '나'의 머릿속을 들여다 볼 재간이 없네요. 1인칭 시점의 장점을 십분 발휘해서, '정우'와의 과거를 되짚는다든가 동성애자에 대한 생각을 떠올리는 모습을 조금 보여준다든가, 충격을 받고 그 오랜 시간 생각해서 정우를 찾아나서는 '나'의 생각을 독자들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주었으면 싶었습니다. 윗부분, 동성애자 연기가 나오는 부분에서 그런 얘기를 조금 꺼낼 수도 있을 것 같고요.​ 또 한 가지, 앞부분에서 배경과 인물을 드러내는 부분이 많이 설명조로 이루어져 있네요./ 특히 '남자는 정우라는 이름의 동갑 친구다.' 같은 건 청자를 상정하고 말하는 것 같은데, 이야기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딱히 청자를 설정한 것 같지 않아요. 그렇다면 도입부에서부터 '남자' 대신 '정우'라고 곧바로 부르면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일상을 말하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청연] 이주연속 동성애자에 관한 이야기인데 이번엔 따뜻한 시선이라 색달랐어요. 그런데 콩트가 전체적으로 너무 평이합니다. 굴곡없고 너무 평평해서 그런가, 읽는 내내 조금 지루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1인칭임에도 룸메이트를 보듬어주는 나의 심리가 너무 드러나지 않은 것 같고요.. 초반에는 상당히 공들인 느낌이 났는데 뒤로 갈수록 빨리 마무리 지어야겠다는 느낌이 났어요. 이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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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 합평 소설처럼 처절하고 가혹하게 까이지 않을까 걱정하면서 올리긴 했지만 사실 기대도 조금 했다. 

비록 마지막 챕터에서 [청연]님 말처럼 빨리 마무리 지어야겠다는 느낌으로 한 시간만에 써버리긴 했지만

초반에는 상당히 공을 들였기 때문이다. 공을 들인 게 저 정도냐는 평을 받으면 나는 이제 소설 못 쓴다...

사실 좀 더 공을 들일 수 있었겠지만 이 게으름 때문에. 2주나 되는 시간을 활용하지 못했다.


이번 합평에서 안 좋은 평은 다 내가 예상한 것이라 다행히고 마음도 아프진 않다.

저번 소설이 처참하게 까일 때는 내 마음까지 깎이는 것 같았는데, 흑.

제목을 급하게, 생각나는 대로 적었는데 독특해서 좋았나보다. 솔직히 나도 좋긴했기에......


이 소설의 플롯으로 토지 평사리에 소설을 내야겠다. 어쩔 수 없지, 뭐.



다음엔 더 잘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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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3주 꽁트 글제>

​다음 시 중 하나를 선택한 뒤 그와 관련하여 이야기를 한 편 창작하시오.

 

 

 

1. 최승호, <북어> 

 

밤의 식료품 가게 
케케묵은 먼지 속에 
죽어서 하루 더 손때 묻고 
터무니없이 하루 더 기다리는 
북어들, 
북어들의 일 개 분대가 
나란히 꼬챙이에 꿰어져 있었다. 
나는 죽음이 꿰뚫은 대가리를 말한 셈이다. 
한 쾌의 혀가 
자갈처럼 죄다 딱딱했다. 
나는 말의 변비증을 앓는 사람들과 
무덤 속의 벙어리를 말한 셈이다. 
말라붙고 짜부라진 눈, 
북어들의 빳빳한 지느러미. 
막대기 같은 생각 
빛나지 않는 막대기 같은 사람들이 
가슴에 싱싱한 지느러미를 달고 
헤엄쳐 갈 데 없는 사람들이 
불쌍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느닷없이 
북어들이 커다랗게 입을 벌리고 
거봐, 너도 북어지 너도 북어지 너도 북어지 
귀가 먹먹하도록 부르짖고 있었다.

 

 

 

2. 김남조, <겨울 바다>

 

겨울 바다에 가 보았지

미지(未知)의 새

보고 싶던 새들은 죽고 없었네.

 

그대 생각을 했건만도

매운 해풍(海風)에

그 진실마저 눈물져 얼어 버리고

 

허무(虛無)의

물이랑 위에 불붙어 있었네.

 

나를 가르치는 건

언제나

시간….

끄덕이며 끄덕이며 겨울 바다에 섰었네.

 

남은 날은

적지만

 

기도를 끝낸 다음

더욱 뜨거운 기도의 문이 열리는

그런 영혼(靈魂)을 갖게 하소서.

 

남은 날은

적지만…….

 

겨울 바다에 가 보았지.

인고(忍苦)의 물이

수심(水深) 속에 기둥을 이루고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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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일기




2012년 1월 26일 목요일.

 

무작정 바다로 향했다. 술기운에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고속도로는 텅 비어 있었다.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 무겁게 내려앉은 어둠을 가르며 차는 나아갔다. 한 시간 째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히터를 틀지 않았더니 추웠다. 내팽개쳤던 목도리를 주워들어 목을 감쌌다. 확, 온기가 몸에 흘렀다. 얼마큼 더 가자 바다가 보였다. 어렴풋이 해가 뜨기 시작했다. 주변은 뽀유스름해졌다. 온통 연한 회색빛이었다. 해변에는 여자의 머리카락 같은 해조류가 군데군데 널브러져 있었다. 쌀쌀했다. 아직 겨울이었다. 몸도 덥힐 겸 해서 사빈을 걸었다. 모래가 얼어 있었다. 모래를 밟을 때마다 바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장승처럼 버티고 선 바람막이숲이 위엄을 뽐냈다. 멀리서 보아도 흐드러진 후박나무 꽃이 퍽 아름다웠다. 주머니에 꽂아 넣은 손이 시렸다.


문득 발로 찬 자갈돌에 그의 얼굴이 겹쳐보였다. 그는 갑자기 헤어지자고 통보했다. 그의 어두운 얼굴을 보았을 때 예감했어야 했다. 한창 상사들에 치이고 있을 때 그의 문자가 왔다. 퇴근하고 연락하라는 내용이었는데, 답장은 하지 못했다. 퇴근 한 시간 전에 전화를 걸었다. 그는 처음에 반기더니 이내 목소리를 내려 깔았다. 상사의 눈살이 신경 쓰여 X카페로 나오라는 말만 듣고 끊었다. 퇴근이 늦어져 황급히 카페로 달려갔다. 그는 머그잔 하나를 앞에 두고 혼자 앉아 있었다. 골똘히 생각하는지 눈을 내리깐 모습이 언제나처럼 매력적이었다. “동윤아, 나 왔어.” 내가 다가가자 그는 흠칫 놀라더니 일어섰다. 확실히 평소와는 다른 행동이었다. 왜 눈치 채지 못한 것일까. 내가 주문한 레몬에이드가 나올 때까지 그는 입을 열지 않았다. 억지로 분위기를 잡는 게 생경스러웠다. 레몬에이드를 한 입 마시고, 묵묵히 앉아 있는 그를 바라보았다. “왜 부른 거야?” 나의 물음에 그는 대뜸 고개를 들었다. 무언가를 결심한 듯 미간이 일그러져 있었다. “장정운, 우리 그만할 때 된 거 같다.” 나는 빨간색 빨대를 입에 물었다가 놀란 눈으로 고개를 쳐들었다. “무슨 소리야, 헤어지잔 거야?” 나는 당황했다. 반면에 그는 목소리가 조금 떨린 것 말고는 담담해 보였다. 오래 고민하고 생각해온 문제인 것 같았다. 순간적으로 그런 생각이 스쳐가자 화가 났다. 나를 좋아하지 않았나? 그 동안의 행동들은 모두 거짓이었던가?


새벽의 바다는, 겨울이었고 기온이 낮았음에도 아기 담요처럼 포근했다. 한참을 걸었을까, 사빈의 끝이 보였다. 사빈의 끝에는 바위 절벽이 서 있었다. 절벽이긴 해도 상당히 낮았다. 화려한 죽음을 계획하고 바다를 찾은 여인 같이 나는 조심스레 몸을 절벽 위로 옮겼다. 주위를 둘러보니 인가나 상점이 전무했다. 여름에도 개장하지 않는 바다인 것 같았다. 바다는 색이 까만 것이 무섭도록 깊어 보였다. 그의 심적 고통이 이 바다만 했을까? 그는 나를 사랑했다. 그가 나를 사랑하는 만큼 나도 피부가 희어 대부분의 여자보다 예쁜 그를 사랑했다. 아무래도 쉽게 만나기 힘든 인연이다 보니 더 끈끈하게 사랑을 나누었다. 특히 그는 내게 많이 의지했다. 그의 부모는 그가 오징어채를 씹어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을 때 그를 버렸다. 그들은 늘 가난에 쪼들렸다. 커가는 그를 감당하지 못할 거라 직감한 그들은 두어 시간 가량 차를 타고 간 고아원에 그를 맡겼다. 나를 여행 가방쯤으로 여겼다며 그는 나와의 첫 만남 자리에서 흐느꼈다. 가만히 그의 등을 토닥여 주었다. 3년 가까이 만나면서 다툰 적은 있어도 싸워본 적이 없는 우리였다. 교제를 시작하면서부터 말은 놓았지만 서로를 존중하는 끈은 놓지 않았다. 결코 감정적 또는 욕구를 풀 목적으로 달려들지 않았다. 성격이나 가치관도 비슷했다. 그리고 키는 커도 아이 같은 나를 그는 항상 보듬어 주었다. 다정한 품의 온기가 아직 생생하다.


그는 머그잔을 들어 커피를 한 모금 들이켰다. 유리창 바로 옆 자리였는데 창에 계속 김이 서렸다. 여전히 차분한 모습이었다. 나의 행동을 미리 예상하고 왔는지 내가 화를 내도 그는 소리를 높이지 않았다. “왜 헤어지자는 건데?” 차오른 화는 쉬이 가라앉지 않았다. 무표정한 그의 얼굴을 보자 마음은 더욱 달궈졌다. 뜨거워진 소금과 콩이 속에서 통통 튀는 것 같았다. “나 들켰어.” 머그잔을 들어 올리는 손이 떨렸다. “…… 누구한테?” “민수.” 가슴에 붙은 붉은 불이 금방 사그라졌다. 두려워졌다. 책상을 붙잡은 손이 그의 것과 같이 떨렸다. “갑자기 집에 들어와서 사진을 못 숨겼어. 집에 들어오자마자 서랍부터 열어 보더라.” 민수는 전부터 우리 사이를 의심해왔다. 친한 친구이자 먼 친구였다. 그는 호모포비아-동성애를 혐오하는 사람-이었다. 우리 둘이 꼭 붙어 다니자 처음 ‘너네 게이냐?’ 내뱉은 사람이 민수였다. “아무리 그래도 헤어지자니……. 지금처럼 몰래 만나면 되잖아.” 그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머그잔은 어느새 비어 있었다. “민수가 사진보고 뭐라고 했는지 알아? 더럽대. 씨팔 새끼들이래. 그 살갑던 민수가, 씨팔 새끼들이래.”


두어 시간 망연히 서 있었다. 햇볕이 따가워졌다. 번득 정신이 들었다. 다시 비분한 감정이 파도처럼 밀려 들어왔다. 그러나 이제는 감정적이지 않았다. 시간의 벽이 마음을 두텁게 감싸고 있었다. 덕분에 나는 좀 더 이성적으로 생각할 수 있었다. 그는 여린 사람이었다. 사람들의 시선은 개의치 않고 당당했던 나는 엄마에게 커밍아웃-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밝히는 것-까지 했다. 그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자신의 정체성이 알려지는 것을 두려워했다. 나와 길거리를 걸을 때도 일정 거리를 유지하던 그였다.


파도의 작은 포말이 튀었다. 그를 자꾸 설득했다. “민수 말 신경 쓰지마, 응? 내가 그거보다 더 잘해줄게.” 그는 눈시울을 붉히더니 카페에서 나가버렸다. 조금 있다 혼자 있고 싶다, 문자가 왔다. 툭하면 게이 이야기를 갖다 쓰면서 사람들은 우리를 아직 거부한다. 성 소수자도 사람인데, 왜 눈치를 보면서 사랑해야 하지? 만약 동성애자의 비율이 높았더라면 이성애자 당신들이 성 소수자였다. 언제 인정받을 수 있을까. 아니 인정받고 싶지 않다. 우리의, 나의 소망은 그저 동성애자, 이성애자를 따지지 않고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편견이 사라지는 날이 올까. 그 날이 오면 동윤이 다시 마음을 열어 줄까.


바닷가는 햇볕에 데워졌다. 겨울 바다는 따뜻해졌다. 얼어 있던 모래도 녹아 바삭거리며 깨지지 않고 폭 하고 들어갔다. 조금만 버티면 봄 바다가 되어 있겠지.



(원고자 15.5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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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김
그럼에도 동성애를 소재로 삼고서 이야기를 그려냅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소재로 삼을 자격이 있는 사람은 그들을 충분히 이해하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사건의 전개는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결말 부분에서 문제가 완벽하게 해소되지 못해서 갑갑한 느낌이 듭니다. 조금 더 확실하고 시원한 결말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Toy
제일 마지막 앞 문단이 조금 걸렸습니다. 굳이 넣을 필요 없는, 완전한 설명조의 글인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이진님 글은 좀 더 길게 이야기로 꾸미면 정말 좋은 작품이 나올것 같은데 뭔가 자꾸 짧게 축약하려는 느낌이에요. 이야기를 하려한다는 느낌보다는 '나 이런 이야기를 쓸거야.'라고 말하는 느낌? 개인적으로 소이진님 글은 아쉬움이 많이 남아요.

 

청연
평범한 연인의 헤어짐일 수도 있었는데 그들이 동성애자라는 조금은 특이한 조건을 가지면서 이야기는 흥미로워졌어요. 그런데 그들이 동성애자라는 점만 빼면 참 신변잡기적인 일인 것 같습니다. 커다란 사건이 없고 주인공의 독백만 구구절절하게 나열된 느낌이에요. 뭔가의 사건이나 중심 화제가 있다면 훨씬 좋은 글이 되었을 것 같아요. 저번주보단 확실히 자연스러운 거 같아요.
다만 질질 끄는 부분을 과감하게 빼고, 마지막에 무슨 동성애자 인권조례같은 글도 뺀다면 좋은 글이 될 것 같아요. 내용으로 동성애자의 편에 서야지, 마지막 글귀로 사람들을 설득하려 하면 소설로서의 매력이 떨어진답니다:)  주제를 마지막에 집약시켜놔 흥미를 반으로 떨어트리고 있어요.

 

디오
뾰유스름이라는 단어를 보고 이게 있는 단어인가? 하면서 읽었는데 있네요. 새삼 저의 어휘력을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바로 다음에 오타가 있네요 '온톤'이 아니라 온통입니다. 소설을 읽다보니 '나'는 엄마에게 커밍아웃을 했는데, 엄마는 무슨 반응이었을까요. 과연 '나'도 엄마에게 아무런 말도 듣지 않았을까 의문이었습니다.

 

장똘끼
앞문장이 너무 뚝뚝 끊기는 것 같아요. '나는 당황했다.' 감정을 너무 직접적으로 말하지 말고 그 사람과 표정과 행동으로 돌려말해주었으면 해요. 중간에 보면 피부가 희다는 표현이 나오는데 왜 나오는지를 모르겠어요. '민수는~' 이 부분에서부터 설명조가 너무 많은 것 같아요. 그리고 끝부분에 "툭하면 게이 이야기~" 부분이 나오는데. 저는 이 부분이 이 소설과 조금 떨어져있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Para
현재-과거-현재-과거 식으로 되어 있는데, 제 경험에 비춰 말하자면 과거는 되도록 한 곳에 몰아넣는 게 좋습니다. 잘못 쓰면 산만해 보여요. 문단이 뚝뚝 끊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면 아무래도 읽는 데 불편하겠죠.(제가 이런 말 할 처지는 아니지만. 사실 문단 잇는 게 제일 어려워요)
나는 당황했다.=되묻는 내 목소리가 눈에 띄게 떨렸다.(혹은 당황했음을 나타내는 어떤 행동) 1인칭이라고 해도 주인공의 감정은 '보여주는' 게 좋습니다. 그 편이 나는 당황했다, 라고만 하는 것보다 더 와닿으니까요. 그리고 정운이 성소수자임을 강조하고 싶었다면 동윤을 평범한 외모의 남자로 설정하는 게 나을 뻔 했어요.(어디까지나 제 생각입니다.) '얼굴이 희어 대부분의 여자보다 예쁜 남자'라는 묘사는 현실감이 살짝 떨어지는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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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a : ​취향이라면 어쩔 수 없지만요. 이상입니다.​
소이진 : ​취향은 아니구요... ㅋㅋ​
최정김 : ​ㅋㅋㅋ개인의 취향​
Para : ​아니 정운이 취향ㅋ

 

시 별강도
평을 떠나서 조금 가슴아픈 이야기네요 'ㅅ'...동성애자가 이성애자들 속에서 살기가 좀 힘들긴 하죠. 놀림의 대상이 되기도하고... 다소 안타깝다는 생각을 하면서 읽었어요. 조금 끊기는 감이 있었어요.

 

naR
호모포비아나 커밍아웃 같은 용어는, 작중에 넣는 것보다는 주석으로 빼놓는 게 낫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드네요, 개인의 취향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툭하면 게이 이야기를~열어 줄까.' 문단 같은 경우에는, 소설이 아니라 주장하는 글의 한 부분 같네요. '일기'라는 제목을 달고 있기에 어느 정도 이해가는 면도 있긴 하지만, 그 앞부분까지는 일기라기보다 소설적인 측면이 훨씬 강했던 탓에 글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툭하면~'문단에서 갑자기 휘청거리는 느낌입니다​. 윗부분도 1인칭 주인공 시점 소설 치고는 상당히 단조롭게 흘러가기는 합니다만.
동성애라는 소재는 제대로 다루기 힘든 소재입니다. 지금 이 이야기에 나온 얘기는 '동성애'라는 키워드를 던지면 가장 쉽게 나올 수 있는 형태고, '겨울바다'라는 글제와 연결되긴 했어도 이야기 자체의 유니크함? 특수성?은 별로 부각되질 않아요. 조금 더 깊이 있는 이야기가 나왔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밍스
게이들의 커밍아웃에 앞선 주변 사람들의 반응과 그에따른 당사자의 당혹감을 잘 표현했습니다. 하지만 당사자들은 사건을 직면함에도 불구하고, 그저 흐느끼기만 할뿐,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는데요. 이런 것은 작가의 평소 성적소수자들에 대해 갖고있는 생각을 표현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이건 그냥 그렇다구요. 무언가 편견을 헤쳐나가는 그들을 표현해주었으면 좀더 재미있었을것 같습니다.

 

라별
성소수자의 이야기군요. 음, 시간이 지나면 찬 겨울 바다가 봄 바다가 되어 있겠지, 라는 표현이 호모포비아들의 편견도 사라지길 기대하는 나의 마음을 굉장히 잘 표현하고 있는 것 같아 좋았어요.

 

선별의 별
내팽겨쳐졌던 목도리를 썼다고 온기가 흐를까요. 겨울에 목도리는 조금만 놔둬도 차갑던데. 자동차엔 히터도 틀어져 있지 않았고요. 그리고 술을 마시면 해독작용이 될 때까지 몸이 따뜻해진다고 들었어요. 한 시간 정도 달린 것 같은데, 술기운에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많이 마셨다면 해독되기 위해선 오랜 시간이 걸리잖아요. 몸이 차가워지기엔 한 시간이 부족하게 느껴졌습니다.
헤어지자는 말이 놀란 것치고는 묘사가 부족해 보였습니다. “무슨 소리야, 헤어지잔 거야?” 나는 당황했다. 이게 끝이었잖아요. 상황도 갑작스러운데 한 번에 나타난 감정을 표현하기엔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위선적으로 보였어요. (Q)그가 피부가 희다는 건 게이를 의미하는 건가요? 밑에서 두번째 문단이 주제를 너무 활짝 드러내서 아쉬웠습니다. 다르게 표현할 수도 있었을 텐데, 직접적으로 말한 건 흥을 확 깨버리네요.


<질문타임>

Q. 그가 피부가 희다는 건 게이를 의미하는 건가요?
A. 아니예요. 그냥 예쁘다는 걸 표현하고 싶었는데 표현력이 부족한 작가 탓입니다.​ 희다고 게이는 아니잖아요? 정운의 취향이기도 하구요.
└맞다고 하셨으면 주제에 대한 모순이라고 하려고 했어욬(선별)

 

Q. 과연 '나'도 엄마에게 아무런 말도 듣지 않았을까 의문이었습니다.
A. 엄마한테 커밍아웃 하고 나서 말이죠? 보통의 엄마들은 아들이 커밍아웃을 하면 거의 화를 냅니다. 정운의 어머니는 담담하게 받아들여요. 제 소망이나 마찬가지 아닐까요? 소망을 ... 살짝 반영하고 싶었습니다.

 

-막간 토론
└쿨한 부모님들도 생각보단 많아요(n)
└막상 자기 문제가 되면 '그래!' 하기 힘들죠(디)
└아들이 힘든 길을 걷는 것을 바라지 않으니까요(소)
└그래도 밝히는 게 자기도 충분히 생각하고 했을 거란 걸 헤아려 주셨으면 좋겠음(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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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보다도 합평이 더 깁니다, 크크.

저번에는 올라온 글은 많았는데 거기에 코멘트가 많이 없었어요.

이번에는 올라온 글도 많고, 코멘트도 열개가 넘개씩 달렸네요.

방학의 마지막 합평이어서 사람들이 더 많이 참여를 했나봅니다. 

평이 10개씩 달리니까 기분이 좋긴 좋아요. 내 글을 이렇게나 많이 읽고 평을 해준다니.


개인적으로 이 소설 쓰기 위해 구상하고 상상하면서 꽤 좋은 소설이 될 거 같다는 생각을 했고, 

실제로도 그렇게 느꼈었는데 평 듣고 다시 찬찬히 살펴보니 굉장히 못 썼네요.

제가 다른 사람 소설에 시에만 국한되어 재미없다고 했는데 제 글 마지막 부분에도 시를 바꿔야한다는

압박감이 존재했는지 동성애자 인권 조례 비스무리한 부분이 생겨버렸구요.


또 변명을 하자면 이 글도 서너 시간만에 다 써버린 글입니다.

이제 개학을 하면서 합평 소설 준비하는 기간이 2주로 늘어났어요. 

좀 더 좋은 글이 나오겠죠? (어째 1주 1작은 접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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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19 16: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8-19 21: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8-21 17: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12-08-19 1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흥미롭네요. 저번 소설보다 훨씬 좋게 읽었어요, 소이진님. 먼저, 글 곳곳에 좋은 표현이 보여서 좋았어요. '그의 부모는 그가 오징어채를 씹어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을 때 그를 버렸다' - 이런 문장은 참 좋네요. 튀지 않으면서도 감각으로 느낄 수 있는 그런 문장이라고 생각해요. 복잡하고 화나는 심정을 '뜨거워진 소금과 콩이 속에서 통통 튀는 것 같았다'고 표현한 것도 좋구요. 합평 중에 문장이 너무 뚝뚝 끊긴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저도 처음에는 조금 낯설긴 했지만 겨울 바다의 이미지와 주인공의 심리 상태를 생각해보면 꽤 어울리는 문체라고 느꼈어요.

그런데 조금 아쉬운 부분은 마지막 결말이랑 이별 통보를 받은 주인공의 반응이에요. 마지막에서 두번째 문단은 누군가의 말처럼 너무 교훈적으로 들리네요. 그래서 이질감이 있었어요. 그리고 이별 통보 받은 주인공의 심리를 조금 더 세세하게 짚어주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저도 연애를 안 해봐서 모르겠지만... 그래도 최대한 상상하고 그려보면서 묘사하셨다면 더 좋았을 것 같아요. (언젠가는 소이진님도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묘사가 가능해지겠죠? ㅎㅎ)

그렇지만 맨 마지막에 '조금만 버티면 봄바다가 되어있겠지'라는 마무리는 정말 훌륭하다고 생각해요. 조금만 버티면 봄바다가 되어있겠지. 소설에서는 이런 식으로 말하면 더 가깝게 와닿는 것 같아요. 정말 좋아요, 마지막 문장.


사실 동성애자의 이야기인 줄은 몰랐어요. 저도 몰랐는데, 소설을 읽기 시작하면서부터 나는 주인공을 여자로 설정하고서 읽고 있지 뭐에요. 아, 이러면 안 되겠다 싶었어요. 상대방이 남자라고 해서 저는 거의 무조건반사처럼 주인공은 여자군, 이렇게 기정사실화했어요. 이건 아마 거의 모두의 무의식에 깔린 정서가 아닐까 싶네요. 그런데 게이 이야기가 나오면 꼭 두 주인공을 예쁘고 희고 아름답고, 이런 이미지로 설정하려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그렇게라도 해야 거부감이 줄어들기 때문일까요? 그 점에 대해서 좀 더 생각을 해봐야겠네요. ( '')~ (소이진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덧)소이진님, 글 쓰느라 고생 많았어요. 간만에 제대로 된 한국소설 읽은 것 같네요. 요새 한국소설 잘 안 읽어서요. 1주 1작이 순탄대로를 가지 못해서 아쉽지만, 이렇게 간간히 올라오는 글도 읽을 맛 나네요. 그러니 간혹가다라도 소설 올려줘요. 나도 조만간(조만간?) 쓸지도 모르구요. 그리고 다음에는 진짜 작가처럼 초고, 수정, 퇴고의 과정을 한번 오랫동안 겪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그럼 또 봐요~ :)


(이거 비밀 댓글로 할까요? 좀 부끄럽고 주제 넘는 것 같은데 ;; )

2012-08-19 21: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8-20 22: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8-20 22: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이리시스 2012-08-21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응, 소이진님. 그거 해줄게요. 이것저것 찾아서 한 번 만들어볼게요^^ 함께 실천을 하도록 해요!

이제 컴퓨터 끄고 씻고 자러 갑니다^^

이진 2012-08-21 23:11   좋아요 0 | URL
헤헤, 나도 이제 잘거예요.
요새 일찍 자야지, 일찍 자야지 하면서도 12시 넘어서 자서 학교에서 꾸벅꾸벅 말이 아니어요.
잘자요, 굳밤. 나이스 밤. 꾿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