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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새 책 - 절판된 책에 바치는 헌사
박균호 지음 / 바이북스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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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때, 오노 후유미(小野 不由美)에게 빠졌었다. 아니 미친듯이 좋아했다. 사람을 좋아했다기 보다는 작가의 신비로움과 그 작품들의 맛에 미쳤었다. <고스트헌트>라는 애니메이션을 무척이나 재미있게, 몇 번이고 돌려 보았었는데 어느 날 그 만화의 원작 소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바로 <악령시리즈>. 여덟 권의 책인데 그 저자가 오노 후유미였다.   

  그때부터 그녀의 책을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돌아다녔다. <악령시리즈>는 물론이고 그 후속작인 <악령이 깃든 집>, 그리고 <십이국기 十二國記>시리즈와 다른 저서들까지 전부! 그런데 곧 좌절과 절망, 패닉에 빠졌다. 그녀의 대부분의 책이 품절, 절판되어 구할 수 없었다.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상당히 두터운 매니아층 때문에 책이 나오면 빨리 품절되어 버린다. 어찌저찌해서 <시귀 屍鬼>는 중고(책표지가 떨어질락 말락하는)로 구입했고 <악령이 깃든 집>과 <17세의 봄>,<녹색의 집>은 운 좋게 새 책으로 구했다. 내가 사용하는 인터넷 중고책방에서 <고스트헌트> 만화책 8권 세트도 합리적인 가격에 구했다. 

   아마 이때부터였던 것 같다. 중고책에 대한 편견을 버리게 된 것이. 원래 나는 매우 좋지 않은 편견으로 중고책을 꺼려했었다. 철저한 책 보존 주의파였던 나는 책에 조금의 낙서라도 생기는 것을 방지했고, 때가 타지않게 이동할 때면 신문이나 종이로 싸서 가방에 넣었다. 책이 구겨지거나 찢어지는 것은 심장이 찢어지는 것 같은 아픔을 선사해주었고, 그것을 방지케 위해 책을 읽을 때도 쫙 펼치지않고 조심스레 읽었다. 친구들에게 책을 빌려줄 때는 그것이 너무 신경쓰여서 꼭 사전에 깨끗히 읽겠다는 약속을 받는다.  

  저자 박균호씨도 나와 비슷한 타입의 사람이었다. 새 책만을 사서 읽다가 자연스레 헌책으로 마음이 빠져버렸습니다. 새 책을 사서 그 포장을 뜯는 것과 책 표지를 만지며 질감을 느끼고, 속 종이의 냄새를 맡는 일은 너무나 즐겁습니다. 헌책 수집가가 아닌 '책 수집사'들에게는 책 냄새가 어찌 그리 좋은지요. 그런데 헌책을 사는 일도 그에 못지 않은 쏠쏠한 재미들이 넘쳐납니다. 

   신간이지만 좀 더 싼 값에 사고 싶어서, 아니면 절판이나 품절로 시중에서는 구할 수 없어서 헌책을 많이 구매합니다. 제가 오노 후유미의 책을 구할 때는 후자의 이유로 책을 샀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 일이 참 쏠쏠합니다. 비록 인터넷 중고 책방이지만 이 책을 찾으러 나들이 갔다가 다른 좋은 책들을 많이 발견했습니다. 귀에 질리게 들어온 퇴마록이나 오노 후유미씨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동경이문'이라는 만화책. 전부 <시귀>를 찾으러 갔다가 건진 수확물들입니다. 

  헌책을 수집하는 것도 새 책 수집 못지 않은 쏠쏠한 재미가 있습니다. 

 

  아, 이럴수가. 저자가 소개하는 작품들이 전부 다 재밌어 보입니다. 신영복 선생님의 <엽서>라던지, 장정일 선생님의 <내게 거짓말을 해봐>라던지 아라키 노부요시의 <내사랑, 요코> 라던지 다 구미에 당깁니다. 한 가지 문제는 저란 사람이 구하기에는 무척이나, 하늘의 별 따기 만큼은 아니지만 그정도로 힘든다는 것입니다. 저는 특히 <내 사랑, 요코>라는 작품이 마음에 너무 와 닿았습니다. 자신의 아내를 찍은 사진집인데 아내의 예쁜 모습 뿐만 아니라 볼일을 보고 있는 모습이나 배설물까지도 찍어서 사진집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너무 읽어보고 싶어서 검색해봤는데 그 어떤 곳에서도 검색되지 않았습니다.  

  박균호 교사님은 이 많은 책들을, 구하기도 힘들 이 책들을 어떻게 읽으신 것일까요. 그 분의 독서 열정에 감탄의 박수를 보낼 수 밖에 없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묻혀져 있던 좋은 책들을 우리에게 가르쳐 주시기도 합니다. 민중자서전이라던지 비록 묻혀져 있던 것은 아니지만 불온 서적에 대해 처음 읽어 보았습니다. 판매량이 무려 20배나 증가한다는 그 불온서적. 진중권의 '불온 서적 선정 탈락'에 관한 불평글이 무척 재밌었습니다. 

 

   
 

   제 책들이 국방부 선정 리스트에서 제외된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네요 << 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의 저자 소개를 보십시오. 노골적으로 적화를 선동하고 있는데, 왜 그 책이 배제되었는지 이해할 수가 없네요. 그거 말고도 또 있지요. 체제 안에 머물기를 거부하는 출판사(아웃사이더)에서 아예 <<빨간 바이러스>라는 제목으로 낸 책입니다. '빨간'이라는 색깔을 적나라하게 노출하고, 거기에 '바이러스'까지 붙여 강력한 전염성을 경고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책이 국방부 리스트에서 제외되었다는 것은, 누가 봐도 형평성에 큰 문제가 있지요. 국방부는 23권 선정 과정에서 출판사 측과 검은 거래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도서 선정의 기준과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할 것입니다. 이참에 국방장관께 묻겠습니다. <<빨간 바이러스>>라는 책이 병영에 들어가 병사들의 정신 세계를 감염시켜도 무방하다는 말입니까? 

198p-19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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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1-11-18 1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침내 썼군요.
근데 시귀를 샀단 말이죠?
이거 사기 어렵다고 들었는데.
사람은 뭔가 한 가지에 미쳐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잘 썼어요.^^

이진 2011-11-18 17:41   좋아요 0 | URL
오오, 시귀 구하는 것이 힘든가요 ㅋㅋ 저는 외숙모가 바로 찾으셔서... 근데 그 전엔 정말 힘들었습니다 ㅠ

감사해요 ㅋㅋ

다락방 2011-11-22 14: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이진님, 안녕.
리뷰 잘 읽었어요. 소이진님의 댓글이나 페이퍼 글을 읽을때마다 와- 어떻게 이런 글을 쓰지 싶어요. 전 십대에 이런식의 리뷰및 페이퍼를 절대 쓸 수 없었을 거에요. 유치찬란함이 넘쳐났을 듯. 소이진님은 웬만한 어른들보다도 더 글을 잘 쓰는 것 같아요. 전 소이진님의 글을 처음 읽었을 때(아마도 퍼스나콘의 축구선수에 대한 글이었을 거에요) 20대 중반의 여자사람인줄 알았지 뭐에요. 훗.

그런데요 소이진님, 이 리뷰에서 네번째 단락, 갑자기 반말에서 존대말로 바뀌었어요. 알고있어요?
:)

이진 2011-11-22 17:43   좋아요 0 | URL
후후후... 20대 중반의 여자사람이군요... 제 친구들도 제가 인터넷에 올리는 글보고 너무 여자처럼 쓴다고 하더군요 ㅋㅋㅋ

그나저나 미천한 저의 블로그에 들려주셔서 고마워요... 그 지적하신부분은 ㅋㅋㅋㅋ 제가 정말 마감시간에 촉박한 상태여서 정신줄을 놓은 상태로 썼었답니다 ㅠ
 
행복한 길고양이 행복한 길고양이 1
종이우산 글.사진 / 북폴리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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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사람들은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는다. 옛 부터 검은 고양이에 대한 불길한 미신이 있기 때문에 인식이 좋지 않을뿐더러 날이 갈수록 길고양이들이 증가하면서 쓰레기통을 엎고 배설물을 흩트려 놓는가 하면 발정기나 세력싸움으로 콜링(울음소리를 내는 행동)을 하는 등의 만행을 저지르기 때문이다. 또 내가 보았던 사람들은 고양이 특유의 성격을 싫어한다. 원래 고양이의 습성이 무리지어 살아가지 않고 따로 대장을 만들지 않기 때문에 주인도 충성하지 않고 따르지 않는 것이다. 사람으로 따지자면 시크하고 도도한 성격인 것이다. 고양이 숭배자들 중에는 이런 성격이 고양이의 최고 매력이라고 칭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안타깝게도 일반인들에게는 안 좋게 보일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특히 충성심을 강조하던 나라였고 오랫동안 개와의 생활에 길들여져 왔다. 개의 특성상 주인에게, 또 1인자에게 복종하는 행동을 보이고 사람들도 그런 것에 만족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고양이는 툭하면 집을 나서지 않나 잠시 관심을 보이는가 하다가도 금세 다른 곳으로 가버리는 둥 절대 오랫동안 한 사람에게 관심을 주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내 지인 중 한 명은 고양이를 악랄하고 사악한 동물이라고 표현하기도 했으며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함께 살기 어려운 동물로 고양이를 인식하고 있다. 천천히 따져보고 살펴볼수록 매력이 흘러넘치고 기품이 넘치는 동물이 바로 고양이 인데 말이다.

 


한낮의 모임

 고양이를 배척하는 인구가 많아지면 질수록 희한하게도 길고양이들은 늘어나는 추세를 보인다. 키우다가 버려지는 고양이들이 있으면 그 고양이들끼리 교배를 해 새끼를 낳고 그것이 반복되면서 전 도시는 길냥이들로 뒤덮이게 된다. 내가 살고 있는 곳에도 밤만 되면 고양이 소리가 온 마을에 가득 울린다. 가끔은 세력다툼으로, 발정기로 너무나 시끄럽게 울어대서 짜증스러울 때도 있지만 볼수록 불쌍한 존재가 길고양이들이다. 아무도 돌보아 주는 사람도 없고 자신들의 힘으로 거친 세상을 이겨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런 고양이의 불쌍함을 몰라준다. 갈수록 배척하기만 하고 짜증나는 동물로 인식한다. 나도 몇 번 아침에 쓰레기봉투가 찢겨져 내용물이 길거리에 흩어져 있는 모습을 목격한 적이 있어서 주민들의 마음이 이해는 간다. 그래도 쥐약을 놓는다거나 죽여 버리겠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고양이들도 한 생명이건만 어찌 생명을 그리 쉽게 죽이려 할 수가 있을까.
  

 


맛있는 우유 감사합니다!

  요즘에는 다행스럽게도 소위 ‘캣맘’ 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길고양이들의 끼니를 챙겨주는 사람들이 캣맘이다. 고양이들의 밥을 주는 모습을 찍어서 인터넷에 올리고 책을 펴내는 모습을 보고 너무나 동경한 나머지 나도 몇 번 고양이들의 밥을 준 적이 있다. 우리 집 옆에는 작은 골목길이 있는데 어두컴컴한 곳이라 밤만 되면 고양이들이 자주 모인다. 모인다 해도 한두 마리 이거나 세 마리 정도이기 때문에 참치 캔 세통을 따서 신문지 위에 두고 숨어서 지켜보았다. 잠시 후에 고양이 한 마리가 찾아와 참치를 허겁지겁 먹는 모습을 보면서 어찌나 기뻤는지 그 때 찍은 사진만 해도 스무 장이 넘도록 찍었다.
 

 


봉정암의 사이 나쁜 고양이 부부

  이렇듯 길고양이들의 삶은 정말 힘들고 고통스럽다. 캣맘들이 아니면 아무도 밥을 챙겨주지 않고, 수의사나 동물보호단체들이 아니면 아무도 돌봐주지 않는 그들은 이 사회에서 하찮은 존재로 전락했고, 애물단지로 생각되고 있다. 심하면 고양이들이 자주 출몰하는 곳에 독극물을 탄 밥을 놓아 죽이는 경우도 있고, 폭행과 괴롭힘은 언제든 당할 위험에 처해있다. 주변 환경도 살기에 적합하지 않은 곳이 많고 깨끗한 밥과 물도 없다. 하지만 길고양이들에게도 행복은 있다. 너무도 사소한, 그래서 더 행복한 그들만의 일상들이 있다. 화창하고 한적한 오후의 담벼락 위를 거닐며 잠시 마을을 산책하기도 하고 형제끼리, 가족끼리, 친구끼리 모여서 장난을 치며 놀기도 한다. 작은 벌레나 새를 잡으며 심심함을 달래기도 하고 그들만의 장소에 모여서 낮잠을 청하기도 한다. 어찌 보면 인간들과도 비슷한 생활을 하고 있다. 잠을 자고 누군가와 만나고, 간식거리를 사먹고, 산책을 나가기도 하는 모습들을 보면 말이다. 이런 것들은 인간들에게는 하찮게 생각되는 사소한 시간이고 일들이지만 고양이들에게는 너무나 중요한 하루하루 행복을 느끼는 시간이다.
 


등 따시고 배 부르다! 이보다 더 행복할 수 없어~

  고양이가 가장 행복해 보이는 때는 언제일까? 누군가 내어준 밥을 허겁지겁 먹어대고 있는 모습일까? 누군가 내어준 고양이 장난감을 이리 저리 굴려보는 호기심 가득 찬 눈빛을 보일 때 일까? 내가 생각하는 것은 단 한 가지 잠을 잘 때의 모습이다. 어떤 사진에서 보든 고양이의 낮잠 자는 모습은 정말이지 유쾌하다. 고양이는 부끄럼을 많이 타고 귀족스러운 면이 많아 체통을 잃는 것을 꺼려하기에 사람들이 보고 있을 때에는 창피한 일과 행동을 저지르지 않는다. 실수로 저질렀다 해도 고개를 돌려버리기 일쑤이다. 하지만 잘 때는 그렇지 못하다. 배를 보이고 대자를 뻗어서 자는가 하면 어떻게 저런 포즈로 잠을 잘 수가 있지? 하고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자세를 취할 때도 있다. 그리고는 맛있는 음식을 한 입 가득 베어 문 듯한 표정을 지으며 잠에 빠져 들어있다. 우리는 그 행복하고 귀여운 모습에 피식하고 웃음이 터지고는 한다. 물론 고양이가 깨지 않게 말이다.
 


  우리는 앞으로 고양이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유기견을 발견하면 즉시 보호소에 데려다 주고는 하지만 길고양이나 유기묘를 보았을 때에는 눈길 조차도 주지 않는 사람이 많다. 도둑고양이로 보는 사람들의 시선 때문이다. 우리는 먼저 이 편견을 버려야 하고 도둑고양이라고 칭하는 명칭도 없애야 한다. 우리가 유기묘를 아끼고 사랑할 때만이 고양이의 행복한 표정을 하루라도 더 볼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또, 밥을 챙겨주지는 못 할 망정 고양이의 사소한 행복을 방해하지는 말자. 그들의 행복이 보장되는 날이 언젠가 오기를 원한다.
 

 


얘들아~ 모르는 사람 따라가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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뿅! 2011-11-12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글 잘 읽었습니다.
저와 고양이에 대한 철학이 비슷하시군요!ㅋㅋ
고대부터 고양이들은 왜그렇게 인간들의 미움을 받아온건지 알고보면 고양이만큼 매력적인 생물이 또 없는데 말입죠.
아무튼, 소이진님은 마음씨가 참 예쁘신 분인거 같아요~!

이진 2011-11-12 12:46   좋아요 0 | URL
ㅎㅎ 동물들에게만 관대하죠 ^^ 감사합니다! ㅋㅋ

맞아요.. 고양이 정말 알고보면 볼수록 멋지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동물인데요 ㅠ
 
유기동물에 관한 슬픈 보고서
고다마 사에 지음, 박소영 옮김 / 책공장더불어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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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동물을 무서워한다면 매우 무서워한다. 아니, 두려워한다고 할까. 혹시나 만지다가 동물의 눈이 찔리진 않을지, 나를 물진 않을지. 동물을 마주대할 때 마다 그런 걱정스런 생각에 직면하게 된다. 하지만, 또 이상하게도 동물을 너무나 좋아해서 장래희망까지 수의사이다.    

  얼마 전, 공부에 지쳐 방에 누워있었는데 고양이들의 울음소리 때문에 잠을 설쳤던 적이 있다. 창문을 열어 고양이들을 쫓아내긴 했지만, 왠지 모를 찝찝한 느낌이 곧 찾아왔다. 저들도 살기 위해서 저렇게 우는 것인데, 나는 그것을 막기만 하고 도와주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다. 시골이라는 지역적 특징 때문에, 내가 사는 지역에는 버려진 동물들이 많다. 털이 뭉치고, 오물이 묻어 보기에도 눈이 찌푸려지는 강아지들. 매일 쓰레기 봉지를 헤집고 찢어놓아 주민들의 눈총을 받지만 귀엽기 그지없는 도둑고양이들. 하지만 멀리서 봐도 불룩한 배에, 비쩍 마른 다리. 조금이라도 보살펴주고파 다가가면 멀리 도망가는 아이들.  

  시골 뿐 아니라 도시에서도 유기동물의 문제는 심각하다고 한다. 아니, 오히려 환경적인 요인 때문에 도시에서 버려지는 동물들이 더 많을 지도 모른다. 도시, 시골을 따지지 않고 2008년 한 해 동안 발생한 유기동물의 수는 8만 마리 가까이 된다고 한다. 그중에서 2만 마리가 넘는 동물들이 안락사를 했고, 만 명이 넘는 아이들이 자연사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 수의 몇 배나 되는 동물들이 죽어가고 있다.  

  어떻게 하면 유기동물들을 도울 수 있을까 하던 나에게 다가온 책. 그러나 이 책에는 유기동물을 발견하면 이렇게 해라, 이런 증상이 나타나고 있으면 무슨 병이다 등의 유기동물에 관해 우리가 해야 할 일들은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 않다. 그저 부록같이 적어 둔 것. 이 책은 유기동물 보호소의 사진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왜일까. 이 책을 읽고 나서 나는 한참동안 눈물을 흘렸고, 꼭 유기동물을 도와주겠다고 결심했다. 

  「유기동물에 관한 슬픈 보고서」는 저자가 찍은 사진으로 이루어진 사진에세이이다. 이 에세이에는 보호소에 있는 동물들의 사진이 담겨있다. 바닥에 엎드린 채 눈을 감고 있는 개, 벗어나려고 철창을 물어뜯는 강아지, 그리고 이미 죽음을 알고 있다는 듯 한 체념한 눈빛의 고양이. 그들의 눈망울은 세상의 그 어떤 것보다도 슬프고 허망하다. 

  

 

 

 

 

 

 

 

 

 

 

 

 

 

 

 

 

 

 

 

  유기동물 보호소에 온 동물들은 살처분 된다. 사람들은 보호소에서의 죽음을 안락사라고들 하지만, 가스실에서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것은 안락사라고 할 수 없다. 그저 자신들의 행동을 숨기기 위해 만들어진 단어일 뿐. 포획되어 들어온 동물은 들어온 날, 그리고 이틀 후에 또, 사람들이 데려온 동물은 바로 그 날 살처분 된다.   

   
 

엄마에게 "생명은 모두 똑같다."고 배웠습니다. 그런데 왜 개를 버립니까? 

                                                                                                   p.88

 
   

  왜 동물들은 버려지고 죽어야 하는 것인가. 작가는 우리에게 고발하고 있다. 그들도 우리와 같은 생명체이고 우리와 같은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충분히 사람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권리가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신들이 동물보다 크다고 해서, 더 힘이 세다고 해서 동물들을 한낱 장난감으로 밖에 여기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그저 자신들이 원할 때는 사랑을 주며 키우고, 필요하지 않을 때, 자신에게 이익이 되지 않을 때는 가차 없이 동물을 내치는 것이 사람이다. 사람보다 잔인한 동물은 없다고 했다. 여행을 간다고, 임신을 했다고, 털이 날린다고, 다 커서 귀엽지 않다고... 말도 안 되는 이유들로 동물들은 버려지고, 떠돌아다니고, 잡혀오고, 죽는다.  

  이런 문장이 있다. [나쁜 건 버린 사람인데, 왜 동물이 죽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그렇다. 동물들을 버리고 죽이는 일을 하는 것은 사람이다. 하지만 버려진 그들을 보살피고 살리는 것 또한 사람이다. 어떻게 해야 유기동물을 구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그들의 다친 마음을 고쳐 줄 수 있을까. 간단하다. 그저 그들에 대한 따뜻한 관심과 사랑. 

  앞으로 길거리에서 떠돌아다니는 동물들을 보게 된다면 '누군가 도와주겠지' 라는 자기합리화 적인 생각은 버리자. 지금 도와주지 않으면, 언제든지 빠르면 바로 그날 그들은 죽을 지도 모른다. 그들을 불쌍히 여기는, 따뜻한 물 한 그릇 떠주는 마음. 그런 마음들이 유기동물을 도우는 원천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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