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장난 - 소료 후유미 걸작선 3
소료 후유미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4년 1월
절판


요즘 내가 고르는 만화마다 홈런을 치는 건 다 알라딘의 님들 덕분이다. 리뷰를 읽고, 리뷰가 맘에 든 만화를 사면, 성공이다. 지금까지는 실패를 안해봤다.

이 만화는 플레져님의 리뷰를 보고 골라두었다가 샀다. 역시 좋다. 주변에 보는 사람마다 괜찮다고 하는 걸 보니 플레져님의 안목도 상당히, 꽤, 아주 훌륭하다^^

그런데 나는 다 읽고 웬지 낯설고 껄적지근하고 뭔가가 아귀가 안 맞는 듯한 느낌 때문에 계속 고개를 갸웃거리다 무릎을 쳤다. 그래, 그거였어. 표지!

이 만화의 표지는 이렇게 생겼다. 국적불명의 카리스마 만땅의 여인이 사막의 태양을 배경으로 거만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이 그림 때문에 책을 펼치기 전 나는 이 만화의 내용이 이집트를 배경으로 한 신화적인 이야기가 아닐까 하고 지레짐작 했다가 표지와는 너무도 어울리지 않는 내용에 계속 의아한 느낌이 들었던 거였다. (플레져님의 리뷰에 내용 소개가 좀 있긴 했으나 책을 받아들 때까지 내가 그걸 기억할 리는 없지^^)

작가는 왜 이런 표지 그림을 그린 걸까? 그것도 일종의 유머인가? 그건 아직도 내게 수수께끼다. 내용을 소개하면 내가 왜 이렇게 의아해하는지 이해가 될 것이다.

 

<태양의 장난> - 이 이야기에서는 바로 옆에서 사람이 굴러 떨어지고 바로 위에서 또 어떤 사람이 빌딩에서 추락해서 죽어도 별무반응인 한 아가씨와 잠시 후면 사람을 죽이러 가야 하는 킬러 청년이 나온다. 이 비인간적인 두 사람은 그런데 어찌보면 굉장히 인간적인 대화를 나눈다.

<사람의 유통기한> - 사람도 조생종과 만생종이 있다고....^^ 대학 때 조급해하며 항상 뭔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던 내게 "나는 대기만성이야"라며 느긋하게 인생을 대하던 한 녀석이 생각난다. 그 녀석은 과연 대기만성 했으려나.....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한 빛나는 친구의 인생을 계속 관찰하나 사실은 그렇게 관찰하는 그녀가 빛나고 있다는 걸 그녀만 모른다.

<기묘한 유전자> - 이 이야기는 반전이 끝내준다. 완벽한 커리어우먼 아야노. 머리카락 한 올 흘리지 않고, 스타킹에 금 가는 것은 절대 참을 수 없는 그녀의 비밀은...

<무지개빛 넙치> - 어린이에게 미술을 가르치는 사람들(유치원이나 초등학교 교사, 엄마들)이 읽어야 할 이야기다. 무심코 던진 한마디에 당신 아이의 재능은 억압당할 수 있다고.....

큰딸이 이 책을 보고는 "엄마, 이 책엔 괴상한 사람들이 많이 나와"라고 한마디 한다. 뭐가 괴상하냐고 하니까 "바로 옆에서 사람이 죽었는데 태연해"란다. 그렇지,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얘는 무지개빛 넙치가 그 중 제일 낫단다. 그 얘기가 그래도 가장 단순하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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깍두기 2004-12-16 1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평점이 이상하다. 별 다섯개를 줬는데....

날개 2004-12-16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헛.. 제가 왜 이 책을 빼먹고 안샀을까요? ^^;; 장바구니에 넣어야겠습니다..

깍두기 2004-12-16 1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날개님이 안보신 만화도 있나봐요^^

숨은아이 2004-12-16 1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 다섯 개 주신 별점이 어째 반 개로 나왔네요. ^^ 반 개도 줄 수 있는지 몰랐어요. 그동안 두 개 반, 세 개 반 주고 싶은 것도 있었는데.

2004-12-16 19: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sooninara 2004-12-16 2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예요..또 사고 싶잖아요..ㅠ.ㅠ.

얼마전에도 언니 리뷰보고 '어른의 문제'샀는뎅..

플레져 2004-12-16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이 하나여서 저의 리뷰가 찔렸고, 내용을 읽어보니 제가 아닌 알라딘이 찔려야 하는 문제였군요. 이젠 별 주는 것에도 문제가 생기나봐요... 저두 이 만화 보고 소료 후유미가 좋아졌어요. 로드무비님도 무지개빛 넙치가 보고 싶다 하셨는데... ㅎㅎ 저는 태양의 장난이 젤 맘에 들었어요 ^^ 추천이어요!

깍두기 2004-12-17 1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니님, 사요 사요. 나한테 땡스투를 누르고....^^

플레져님, 근데 정말 표지는 왜 저런 디자인인 걸까요? 플레져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깍두기 2004-12-17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숨은아이님, 그럼 내일 만나요. 여기 붙어라 페이퍼 하나 쓸까?^^

플레져 2004-12-17 1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저 표지 때문에 읽을까 말까 스무날을 망설였어요. hanicare님이 보내주신 선물인데, hani님에 대한 믿음이 없었다면 안보았을지도 몰라요 ㅎㅎ 그야말로 태양갖고 장난 친 그림이죠 모...^^

2004-12-22 15: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4-12-22 19: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십시일反 - 10인의 만화가가 꿈꾸는 차별 없는 세상 창비 인권만화 시리즈
박재동 외 지음 / 창비 / 200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수업시간에 6학년 아이들에게 퍼즐 만들기를 시켜놓고 한바퀴를 돌고 있는데 한 녀석 책상에서 만화책이 눈에 띄었다. 아니, 이 녀석을 그냥....혼구녕을 내주려다가 제목을 보니 <십시일反>, 얼마전 로드무비님 리뷰로 접했던 그 책이 아닌가. 나는 잽싸게 얼굴빛을 바꿔 "얘, 너 어떻게 이렇게 좋은 책을 읽고 있는 거니, 나 하루만 빌려주라" 모드로 돌입했고 그 녀석은 능글맞게 얼마를 주실거냐는 둥 수작을 주고 받다가 딱 하루를 빌리기로 합의를 보았다.

그렇게 해서 빌린 책에는 6학년 아이가 느끼기에는 너무도 무거울 듯한 삶의 무게가 실려 있었다. 결코 밝고 희망차지 않은 이야기가....그러나 그들도 알아야만 하는 이야기들이. 이 책을 사주셨다는 그 녀석의 어머니도 그렇게 생각하셨겠지.

대한민국에서 '약자'에 속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여기에 망라되어 있다. 가난한 자, 성적 소수자, 장애인, 외국인 노동자, 여자..... 비장애인이고 이성애자이고 그다지 가난하지 않은 나는, 이 만화의 장면장면을 볼 때마다 미안했다. 아, 나는 여자이긴 하니까 남녀차별을 언급한 부분만 빼고. 그 부분은 화가 났다.

이 땅에서 약자로 살기는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아직도 대한민국은 장애인 시설이 들어설라치면 집값 떨어진다고 데모하는 곳이며(박재동-집값), 이동권을 보장받기 위해 장애인들이 철로에 드러누워야 하는 곳이고, 어려운 사람들이 몇푼이라도 벌라치면 그동안 국가에서 지급해왔던 생계비가 끊기는 곳이고(유승하-새봄나비), 외국인 노동자들이 밀린 임금을 받기도, 잘라진 손가락을 보상받기도 어려운 곳이다(최호철-코리아 판타지).

이 책에는 그들의 이야기가 처참하도록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기도 하고, 풍자적으로 그려져 있기도 하며, 유머를 동반하여 표현되어 있기도 하다. 그리고 장애인 소녀의 이동권을 그린 이희재의 <첫발자국>에서는 살며시 희망의 빛을 보여주기도 한다. 친구의 이동권을 보장해 달라고 가슴에 리본을 달고 운동장에 나간 그 이야기는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일까? 그것이 있었던 일이건 아니건 우리가 해야할 일도 그런 것일 거다. 십시일반의 정신으로 내 가슴에 리본을 다는 일.

리뷰를 쓰다가 영 생각이 안나서 다른 분들의 리뷰를 훔쳐보니 너무 사회의 어두운 면만 부각시킨 것에 대해 불편한 마음을 가진 분도 계신 것 같다. 물론 이런 이야기를 접하면 마음이 편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사회에 편견이나 제도에 희생되는 사람들이 단 한명이라도 있다면 이런 이야기를 멈추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이 세상에 눈물 흘리는 사람이 한명이라도 있다면 나도 행복할 수 없다는 연민의 마음이, 나는 인간 본연의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얼마전 읽은 르귄의 단편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이 이 책을 읽는 내내 그 위에 겹쳐졌다. 오멜라스의 어두운 지하실에 사는 불행한 소년을 위해, 울어주기라도 해야 하는 것이 인간의 도리일 것이다. 가능하면 작은 리본이라도 달고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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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4-12-16 1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마나, 저보다 잘 쓰셨잖아요.

신경질나. 추천하고 갑니다.=3=3

하얀마녀 2004-12-16 1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젠가 깍두기님이 제 팬클럽 회장하신다는 코멘트를 써주셨는데 그대로 돌려드려야겠습니다.

숨은아이 2004-12-16 1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에게 이 책을 사주신 어머님께 존경을. 그리고 이 책은 원래 그런 어두운 곳을 조명하려고 기획한 책이니, 슬프고 답답한 게 당연하지요. 이 책이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기획해서 나왔다는 점이 좀 우습기도 해요. 한 국가기관에서는 소외를 고발하고, 다른 국가기관에서는 그런 소외를 조장하고.

urblue 2004-12-16 1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사회에 편견이나 제도에 희생되는 사람들이 단 한명이라도 있다면 이런 이야기를 멈추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절대 동감입니다. 추천!!

플레져 2004-12-16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로드무비님 땜시... 깍두기님, 땡스 투여요! 읽고 싶어요 ^^

깍두기 2004-12-16 1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오늘 처음 신경질 나죠? 저는 맨날 신경질 나요, 흥.

마녀님/그럼 우리 서로 주고 받을까요? 웬지 주최측의 농간이라며 돌맞을 것 같군요. 저는 영원히 하얀마녀님의 팬으로만 만족할래요^^

숨은아이님/저도 국가인권위원회가 펴냈다고 써 있어서 그런 느낌을 받았어요. 그리고 이런 생각도 들더군요. 국가인권위원회는 정부기관 사이에서 왕따가 아닐까 하는..ㅠ.ㅠ

블루님/감사^^

플레져님/그렇죠? 로드무비님 웃기지 않습니까?^^

깍두기 2004-12-17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벽별님, 잘못했어요!

픽팍 2005-03-18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도서관에 있던데 꼭 함 읽어 봐야 겠네요 ㅋ
 

그녀는 정말 아름다웠다.

영화를 별로 보지 않는 내가 그녀가 나온 네편의 영화를 다 본 것은 내가 생각해도 참 신기하다. 의식하고 그런 것은 아니었는데 말이다.

남자배우는 가끔 너무 잘 생긴게 문제가 되기도 한다. 장동건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는 꽃미남 배우라는 이미지를 벗어던지려고 온몸을 던졌고, 성공했다. 대한민국에서 연기력 있다고 인정되는 배우들을 보면 깎은 듯 잘 생겼다고 말하긴 힘들다. 최민식, 설경구, 송강호 이 대표적인 남자배우들은 그저 평범한 듯이 생긴 외모로 변신에 변신을 거듭한다.

그러나 여배우들은 아직도 인물이다. 연말 시상식에 그녀들이 드레스 입고 모여 있으면 눈이 부실 지경이다. 그 속에 문소리가 있다는 건 정말 신기하고도 기특한 일이다. 그녀가 고맙다.

내가 문소리를 처음 알게 된 것은 당연히 박하사탕을 통해서였다. 내 남동생이 그 영화에 엑스트라로 출연할 뻔 해서 영화가 만들어지기 전에  영화의 줄거리 및 캐스팅된 배우들이 우리집 밥상머리에서 몇번 화제로 올려졌다. 문소리 얘기도 그때 나왔는데 연극을 하고 있다나 뭐라나 했다. 예쁘지 않은 평범한 외모란 얘기도 나왔던 듯.

사실 박하사탕에서 나는 그녀가 별로 보이지 않았다. 설경구라는 듣도 보도 못했던 신인배우가 거대한 무게감으로 스크린을 압도했던 것이다. 그건 나만 그런 것이 아니었는지 문소리는 어제 사과나무에 나와서 박하사탕 이후 2년 동안 아무도 자길 불러주지 않았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드라마에 캐스팅 되긴 했는데 1회분을 찍고 나니 여주인공이 바뀌었다고....("내 실력이 안 되었든지, 카메라를 들이대고 보니 TV에 나갈만한 인물이 아니었든지...."라고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

그 2년동안 "그냥 기다렸다"고 그녀는 말했지만  그건 얼마나 초조하고 절망적인 순간순간이었을까. 그 순간이 없었다면 오아시스에서의 문소리는 없었을지 모른다. 나는 문소리를 보면 오아시스에서 몸을 뒤틀며 경찰서 캐비닛에 머리를 쾅쾅 부닥치는 모습과 함께 <맨땅에 헤딩한다>는 말이 떠오른다. 주변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그냥 예쁘장한 외모(우리 학교에도 문소리보다 예쁜 처녀 선생이 한둘이 아니다)에 밋밋하고 조그마한 몸매로 대한민국 최고의 여배우가 되었으니 말이다. 매 순간 온몸을 던지지 않고는 실현될 수 없는 꿈이었을 것이다.

<오아시스>에 이어 <바람난 가족>에서도 문소리는 나를 놀라게 했다. 그 섬뜩하도록 삭막하고 황폐하고 처연한 모습이라니. 처녀가 어찌 저런 감정을 표현할 수가 있담. 그러다 그녀는 금방 <효자동 이발사>에서 빠글빠글한 오리지날 아줌마 빠마를 하고 어눌한 남편을 다그치는 사나운 여편네로 변신해 있었다.

 보통 여배우들이 꿈꾸는 뽀샤시한 모습으로는 한번도 스크린에 나온 적 없는 문소리를 보러, 나는 잘 발걸음 안하는 극장에 또 한 번 갈 것 같다.  그녀가 다음 영화를 찍고 있다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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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ka 2004-12-12 2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서재에서 글을 읽고 볼까..생각했는데, 시간을 모르고 있더군요, 내가.

그래서 그냥 넘겼습니다. 사실 열두시 가까운 시간이기도 했고....

전 문소리가 참 이쁘다, 라고 생각하는데...안그런가요?

숨은아이 2004-12-12 2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쩌다 보니 박하사탕 말고는 본 게 없네요. 언제 한번 봐야지, 하고 늘 생각은 하는데...

하얀마녀 2004-12-12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어째 문소리보다 깍두기님 학교에 있다는 <문소리보다 예쁜 처녀 선생들>이란 글귀에 시선이 집중되는지 모르겠습니다. ^^

딸기 2004-12-13 0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냥 추천 꾹...

nugool 2004-12-13 0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한 후배가 문소리의 코디네이터를 한 적이 있는데요, 요즘은 모르겠는데 그때 들은 얘기로는 그냥 막 돌아다녀도 절대로 알아보는 사람이 없다고... ^^(그 당시도 제법 유명세가 있었는데도 말이죠. ) 소탈하고 참 괜찮은 사람이라고 얘기 많이 들었습니다.

깍두기 2004-12-13 0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굴님/그렇군요. 그럴 줄 알았어요^^ 영화하면서도 스텝들에게 신경 많이 쓴다더라고요. <사과> 찍는 장면이 사과나무에 나왔는데 스텝들과 언니 동생 하면서 허물없이 지내는 장면이 꼭 대학 연극반 선후배 사이처럼 보이데요^^

딸기님/고맙습니다. 문소리가 이뻐서 해 주신 거죠?^^

마녀님/ㅎㅎㅎ 당연한 반응인듯(제 말은 절대 뻥이 아니어요^^)

숨은아이님/꼭 보세요. 근데 영화관에서 무지 감동받은 영화도 비디오로 보면 웬지 별로라서....

치카님/물론 이쁘죠. 겉과 속 모두....사과나무에서 보니 그렇더라구요^^


로드무비 2004-12-13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깍두기님, 보셨구랴.

기대했던 대로더라고요.

"술은 내 친구!" 하는 것도 그렇고 참으로 사랑스럽습디다.

그나저나 님은 아바지에게 사랑한다는 말 하셨소?

문득 생각나서...ㅎㅎ

깍두기 2004-12-13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덕분에 잘 봤습니다^^ 그런데 생뚱맞게 갑자기 그 얘기는 왜 하시오? 그렇게 페이퍼에 써 놓고 보니 더 못하겠던데요. 그래서 후회중이죠. 하고 나서 쓸 걸, 하고...

바람구두 2004-12-13 1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소리 좋아요!
 
Happy SF - 과학소설 전문무크 창간호 1 과학소설 전문무크 Happy SF
행복한책읽기 편집부 지음 / 행복한책읽기 / 2004년 9월
평점 :
품절


내가 SF를 처음 알게 된 때를 나는 아주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내가 초등학교 3,4학년 때 쯤,우리집에 아버지 친구분이 찾아오셨다. 그분은 그때 가장들이 실직을 하게 되면 가지는 직업(월부 책장수)전선에서 생계를 해결해 보고자 우리 아버지를 찾아오셨던 듯 하다. 넉넉하지 않았던 우리 살림에 몇십권짜리 전집을 고르기 어려웠던 아버지는 소박하게 열두권짜리 전집을 골랐는데 그게 광음사의 SF전집이었다.

나는 지금도 그 전집 열두권의 제목을 1번부터 말할 수 있다. <별나라에서 온 소년>부터 <우주전쟁>까지. 그 전집에는 선하고 인간보다 훨 나은 외계인부터 기괴하고 파괴적인 외계인까지 갖가지 외계인이 나왔고, 인간이 달에 가는 과정이 나왔고, 화성을 여행하는 소년소녀들이 나왔다. 그리고 동면을 통해 미래로 가는 사람도.....

그 신비하고 경이로운 세계는 어린 나를 사로잡았고, 나는 그 책을 중학교 때까지 몇십번이고 반복해서 읽어댔다. 그리고 그걸로 끝. SF와 헤어졌다. 아마 관심을 갖고 뒤져보면 중고교 시절이나 대학 때도 SF는 출간되었겠지만 다른 책들에 눈을 돌리면서(중학교 때는 웬지 데미안이나 생의 한가운데, 이런 걸 읽어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SF는 내 관심사에서 멀어져 갔다.

그러다 몇년 전 쯤, 종로서적엘 갔는데 거기서 이책 저책 뒤지다 그리폰 북스라는 걸 발견했다. 표지가 온통 시커먼 책이었다. SF? 어, 나 어린 시절 SF 좋아했는데.....그 때 산 책이 <중력의 임무>이다. 그 책을 읽은 후 나는 정신이 번쩍 들어 그리폰 북스 전권을 모으려고 했으나 그 땐 이미 시리즈의 대부분이 품절, 절판 된 뒤였다. 오호, 통재라. 그때부터 나는 인터넷 서점 곳곳을 뒤졌고, 대형서점이건 동네 서점이건 들르기만 하면 시커먼 책들을 유심히 보기 시작해서 지금은 열권 정도의 그리폰 북스를 갖고 있다.

그리고 그때부터 책이란 나왔다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걸 깨달은(참 일찍도 깨달았다) 나는 SF가 나오면 대부분 구입을 하여 책꽂이를 채웠다. 그리고 절판된 책들은 도서관에 가서 빌려 보았다. 그런 광기를 부린 덕에 나는 이 책 Happy SF에 나오는 '초,중,고급자를 위한 SF목록' 100여권 중 거의 60권에 이르는 책을 2,3년 새에 다 읽었다.

그렇게 읽어댔어도 내게 SF는 절대 만만한 장르가 아니다. 그것은 내가 이과 계통이 아닌 탓도 있겠지만 요즘 나오는 SF 단편집 같은 걸 보면 내게는 두 가지가 다 부족한 듯하다. 첫째는 소설 자체의 문법에 대한 이해이고, 둘째는 SF란 장르의 문법에 대한 이해이다. 두가지가 다 부족한 탓에 오래 전에 나온 SF의 고전은 어느 정도 이해가 쉬우나, 요즘 나온 신간들을 읽으려면 머리가 다 지끈거린다(쿼런틴을 읽다가 머리털 다 빠지는 줄 알았다).

리뷰를 쓴다면서 엉뚱한 얘기만 계속 지껄였다. 그래도 언젠간 이 얘기를 꼭 하고 싶었다. 나와 SF에 대한 이야기를 말이다.

이 무크지는 나왔다는 것 만으로 별 다섯개를 줄 수 있다. 우리나라와 같은 척박한 환경에서 뭔가 해보려 했다는 것 만으로도. 그러나 테드창 작가선집 <당신 인생의 이야기>를 구입한 나로서는 겹치는 부분이 많은 것이 좀 점수를 깎아먹었고, 여기 실린 우리나라 작가들의 창작 SF에 대단히 죄송하지만 많은 점수를 줄 수 없어서 말이다. 특히 마지막 단편은 보는 내내 마음이 불편하였다.

나같은 독자를 위해 이 출판사에서 세운 원대한 계획이 반드시 실현되어야 할텐데..... SF 총서 100권, 작가선집, 장편소설, 연대별 앤솔러지.....아, 원대한 꿈이로다. 행책이 망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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깍두기 2004-12-09 2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느 분이 말씀도 안 남기고 추천을....감사할 따름^^

게으름이 2004-12-09 2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책들에 그런 사연이 있었구랴...

깍두기 2004-12-09 2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이다, 얘^^

하얀마녀 2004-12-09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깍두기님을 위해서라도 행복한책읽기가 망하지 않았으면... 그나저나 60권이라니, 강하시군요.

깍두기 2004-12-10 0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하긴요, 이쪽 매니아들은 워낙 막강하여 명함도 못 내민답니다^^
 
러버스 키스 1
요시다 아키미 지음 / 시공사(만화) / 2003년 12월
평점 :
절판


무지개를 실제로 보기 전 어린 시절, 일곱빛깔 무지개라 하여 나는 무지개란 것이 빨, 주,노,초, 파,남,보의 일곱가지 색깔로 명확하게 구분되는 색동띠 같은 것이라고 상상하였다. 그러다 실제로 하늘에 걸린 무지개를 본 그 순간을 잊을 수 없다. 그건 일곱 빛깔이 아니었다. 빨강과 주황의 사이에는 그 중 어느 색이라 말할 수 없는 희미하고 아련한 부분이 있었고, 그건 나머지 색들 사이도 마찬가지였다. 그 모호한 부분 때문에 무지개는 더 아름답고 환상적으로 보였다. 그랬다.


사랑하는 감정도 그렇다. 어린 시절에는 내가 느끼는 감정에 이름 붙이기에 골몰했다. 사랑인지, 우정인지, 동경인지, 이성애인지 동성애인지. 그러나 그런 것들이 그렇게 명확히 구분지어지는 것일까? 구분할 필요가 있는 것일까?


러버스 키스에는 이처럼 뭐라 말할 수 없는 감정으로 한 때를 앓는 젊은이들이 나온다. 사기사와가 후지이를 보며 가슴 아파하는 것은 동경일까, 사랑일까? 미키가 친구 리카코에게 느끼는 감정은 우정일까, 사랑일까? 굳이 그걸 구분하려 들면 그들의 감정은 별로 안 아름다워 보일 것 같다. 그리고 그들은 더욱 힘들 것이다.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좋아하는 건 어쩔 수 없잖아요"


그리하여 우리가 긍정할 수 있는 아름다운 세상은 더욱더 넓어진다. 그들이 말한대로다. "변태는 세계가 넓어진다" 비록 "변태는 세상 살기 힘든"것일지라도 말이다. 변태들이 한 무더기 나오는 이 만화는 나에게 그걸 가르쳐준다.


작가의 그림체도 이야기와 잘 어울린다. 약간은 냉소적인 표정으로 그려진 인물들, 간결한 선이 그들의 사랑을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게, 소중하나 맹목적이지도 않게 잘 표현한다. 그리고 이 작가는 심리묘사에 매우 탁월한 것 같다. 사랑은 꼭 뜨거운 고백이나 프로포즈 만으로 알 수 있는 건 아니다. 어깨에 올릴까 말까 망설이는 손짓, 수건을 같이 쓰고 싶은 마음, 그 사람이 연주한 피아노곡의 제목을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는 행동 이런 아무것도 아닌 듯한 장면이 감정을 표현하는 데 사용된다.


그래서 앞 장에서 무심히 넘어갔던 한 장면이 다른 장에서는 매우 의미있는 장면이 된다. 그것을 눈여겨 보는 것도 이 만화를 한층 흥미롭게 만든다.  


깊고 서늘한 느낌의 만화를 만났다. 앞으로도 가끔은 꺼내볼 것 같은........무지개가 일곱 빛깔이 아니어서 더욱 아름답듯이, 이름 붙이기 힘든 모호한 여러 모습들 때문에 사랑이 더 아름다운 것이 아닐까 생각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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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ka 2004-12-07 1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한번 읽어볼까..생각중이었어요.

에고~ 읽을 책도 쌓였고, 바뿐디~ ㅠ.ㅠ (그래도 읽고싶다는 생각이..^^)

깍두기 2004-12-07 1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으세요, 치카님. 1시간 밖에 안 걸립니다^^(두 권 완결이어요)

날개 2004-12-07 1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처음 읽을때보다 두번째, 세번째 읽을때에 더 재밌더군요..^^ 추천하고 갑니다..

로드무비 2004-12-07 1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손으로 세 번 산 책이로군요.

료 이케미의 <내가 있어도 없어도>(1~3완)도 꼭 읽어보시길...

벌써 읽으셨다고요?^^;;;

깍두기 2004-12-07 1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개님, 저도 두 번 읽고 리뷰 썼어요. 추천 감사^^

로드무비님, <내가 있어도 없어도>라고요? 접수!(당근 아직 안 읽었죠^^)

superfrog 2004-12-07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작가는 원래 남성적인 느낌의 영화같은 작품으로 유명한데요, 혹시 기호에 맞으시면 바나나피쉬나 야차도 읽어보세요. 완성도 높은 작품이랍니다..^^(러버스키스와는 확연히 다르니 주의하세요.ㅎㅎ)

깍두기 2004-12-07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마워요, 금붕어님. 그나저나 이 세상엔 왜 이리 재밌는 만화가 많은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