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는 비디오를 거의 보지 않다가 방학이 되면 몰아서 본다. 낼 아침에 늦게 일어나도 된다는 부담없음 때문에 그런 것 같다. 그런다고 별나게 늦게 일어나는 것도 아니면서....

어제 새벽 두시반까지(그러니까 오늘인가?) 이 영화를 비디오로 보았다. <서울의 달>을 보면서 그 존재를 알았고, <쉬리>를 보면서 저 사람 인물이다 라고 느꼈으며(우리나라 첩보원인 한석규보다 간첩인 최민식이 훨 멋있으니 이 영화는 용공영화라는 농담도 했다)  <올드보이>를 보며 존경의 념을 느꼈던 배우 최민식. 아, 해피엔드도 있었지. 나는 최민식을 보기 위해 해피엔드를 봤다. 그리고 <꽃피는 봄이 오면>도 최민식 주연이라 하여 영화관에서 보려 했으나 어찌어찌 하다가 놓친 영화이다.

<꽃피는.....>의 현우는 어찌보면 지금까지 최민식이 맡았던 배역 중 가장 평범한 배역이다. 두눈을 부릅뜨고 카리스마를 활활 불태우며 나온 <쉬리>나 <올드보이>에 비해 현우는 우리가 길거리를 지나다가 혹은 우리 주변을 조금만 둘러보면 쉽게 만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영화는 대단한 무언가를 보여 주지도 않는다. 현우가 도계중 관악부를 맡았다고 해서 갑자기 정열에 불타올라 얘네들이 전국대회에서 1등을 하지도 않는다. 예정된 대로 관악부는 없어지고 현우는 보따리를 싼다. 그러나 미묘하게 변한 무언가가 있다. 극의 처음에서 힘이 빡 들어가 있던(그래서 좀 신경질적으로 보였던) 현우는 극이 끝날 때 쯤 되면 하나의 화두를 스리슬쩍 해결한 듯이 보인다. 현실적으로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지만 그래도 현우는 이제 좀 다르게 살 것이며 현우의 주변 사람들은 현우를 좀 더 편안하게 느낄 것이다.

이렇게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한 영화의 너무도 평범한 주인공이 만약에 최민식이 아니었다면 이 영화는 얼마나 재미없었을까?  만약 주인공의 연기가 어설펐다면 이 영화는 절대 볼 수 없는 영화이다. 최민식은 절대로 대사를 그대로 내뱉지 않는다. 그는 어디서 뜸을 들여다 할지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얄미울 정도로...거기다 그 표정이라니...누가 최민식더러 자기 얼굴의 주름까지도 연기로 만들어버리는 배우라고 했다던데, 실제로 누가 그런 말을 했는지 안했는지 몰라도 그 말은 그에게 정말 어울린다.

어제 본 영화의 감흥이 남아서 인터넷에서 그의 인터뷰을 찾아 보았다. 그의 말하는 스타일도 참 맘에 든다.  비맞은 중이 웅얼웅얼 대는 영화라고.....^^

nkino | <꽃피는 봄이 오면>의 현우는 최근 출연작 중에서 가장 무난하고 평범한 캐릭터이다.
최민식 |
그래서 더 좋다. 사실 <꽃피는 봄이 오면>에 출연하게 된 것도 좀 쉬고 싶다는 생각에서 시작했다. <올드보이> 하면서 너무 날카로워지고 거칠어진 감성들을 다듬어 보고 싶었다. 그러던 중에 <꽃피는 봄이 오면> 시나리오를 받았다. 한편으로는 의아하더라. 왜 욘사마도 있고, 박해일도 있고, 유지태도 있고. 부드러움의 대명사로 통하는 배우들이 많지 않나? 도대체 왜 이런 시나리오를 내게 보냈나 싶었다. 류장하 감독이 그러더라. "형은 세고 터프해 보이지만, 사실은 바보 같은 면이 많다. 형 생각하면서 시나리오 작업했다". 그래서 두 말 않고 고맙다고 그랬다.(웃음)

큰사진으로 보기류장하 감독은 전적으로 최민식을 주연으로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썼다고 하더라. 근데 이 말이 배우에게는 큰 부담이 되는 말이다.
그렇게까지 부담은 없었다. 근데 류 감독이 나 생각하고 시나리오 썼다고 했지만, 자기 이야기 한 거다. 다른 보조 작가들이나 연출부들이 관여하기는 했지만, 전체적인 영화의 느낌은 감독의 감성이 많이 녹아있다. 여리고 순수하고 그런 느낌이 딱 감독 자신이다.

시나리오의 어떤 점이 마음에 들었나?
자극적이지도 않고 원색적이지도 않은 그런 점이 좋았다. <꽃피는 봄이 오면>은 정통 드라마투르기에 근거한, 기승전결이 분명한 그런 드라마가 아니다. 늦가을부터 그 다음 해 봄까지 현우라는 한 남자의 시간적인 상황을 그린 이야기인데, 보통 우리가 그렇지 않나? 하루하루를 보내기는 하지만, 정작 하루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는 잘 모른다. 특별히 한 일도 없고 뒤집어 질만한 일이 일어난 것도 아니고 말이다. <꽃피는 봄이 오면>은 그런 느낌을 주는 영화다. 특별한 사건도 없고, 등장하는 인물도 전혀 특별하지 않는데, 그런데 뭔가 있다. 그 평범하고 나른하고 답답한 일상에서 싹이 하나 돋는다. 엄동설한을 보내고 봄이 오면 이끼 속에서 피어나는 이름 모를 새로운 싹 말이다. 그게 <꽃피는 봄이 오면>의 참 매력이다. 요즘에는 거창한 이야기를 가지고 거창한 비주얼과 자극적인 스타일을 무기로 관객들과 소통하려고 하는 영화가 많다. 그에 비하면 <꽃피는 봄이 오면>은 마치 비 맞은 중이 '웅얼웅얼' 대는 그런 영화다. 가만히 귀를 기울이면 기분이 좋아지고, 가슴이 따뜻해진다.

편안함이 제대로 묻어나는 것은 맞다. 솔직히 <꽃피는 봄이 오면> 포스터는 소주 광고 처럼 보일 정도니까 말이다.
맞다. 아, 그런데 나한테는 왜 소주 광고가 안 들어오는지 모르겠어. 사실 소주 광고는 이효리나 이영애같은 예쁜 여자들이 하면 안 된다. 나같이 술 좋아하는 사람이 해야지.(웃음). 광고 콘티까지 다 짜놓았다. 술 광고는 사람들의 소음과 불판 위에서 구워지는 삼겹살의 '지글지글' 소리가 생명이다. 한 남자가 술이 취해서 테이블에 엎어져 있으면, 내가 딱 등장해서 그런다. "괜찮아?'. 거기서 "** 소주"라는 비주얼이 뜨는 거다. 이번 영화 끝나고 혹시 소주 광고 들어오면 한 잔 사겠다.(웃음)

현우라는 캐릭터를 설정하는데 있어, 가장 주안점을 둔 것은 무엇인가?
처음에도 언급했지만, <꽃피는 봄이 오면>은 내게는 휴식 같은 영화다. 이전에는 "무언가를 보여줘야지, 일을 저질러 봐야지" 하는 그런 부담감이 강했다. 그런데 이번 영화에는 그런 부담이 들어가면 망한다.(웃음) 처음 캐릭터 설정할 때 모든 각과 에너지를 다 빼려고 했다. 그렇다고 에너지를 다 빼면 또 안 되는 거고, 에너지의 수위 조절 문제에 집중했다. 그런데 부드럽게 이야기하는 것도 사람마다 다르다. 만약 내가 욘사마 흉내낸다고 생각해봐라. 욕이나 안 먹으면 다행이지. 그래서 그냥 내 식으로 표현하기로 마음 먹었다. 최민식 스러운 연민, 열정, 연기에 주안점을 두었다.

얼마 전 제작발표회에서 '현우는 참 짜증나는 인간'이라고 말했었다.
정말 개인적으로 이런 놈 안 좋아한다. 아, 짜증나.(웃음) 그런데 또 연민은 간다. 아무리 경제적으로 밥벌이를 못하는 놈이긴 하지만, 사랑하는 여자가 "나 결혼해"라고 말하는데 "잘 되었네, 축하해"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나. 속으로는 정말 사랑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이렇게 한 번 생각해 봐라. 그날 저녁에 분명히 이 놈은 친한 친구 불러놓고 술 먹으면서 엉엉 울 거다. 이런 사람을 누가 미워할 수가 있겠냐고.

현우가 강원도 도계에서 겨울을 보내면서 달라진 것이 뭐가 있을까?
크게 달라진 것 없지. 그래서 우리 영화가 더 좋은 거다. 예들 들어 현우가 도계에서 천사 같은 아이들과 살았다고 해서, 머리에 무슨 빛을 '뜅' 두르고 날개가 달려서 하산하는 게 아니다. 무슨 해탈도 아니고.(웃음) 현우는 여전히 현우다. 답답한 현실도 여전히 진행 중인 거고. 이렇게 말하면 좋을 것 같다. 주변을 둘러볼 수 있는 여유가 현우에게 생긴 거다. 예전에는 짜증으로 다가왔던 것들에 대해 이제는 그것들을 음미하고 끌어안을 수 있는 여유 말이다. 현우 스스로도 대단히 큰 정서적인 변화를 겪어서 마음에 큰 평온을 안은 것은 아니다. 그저 어머니나 사랑한다고 고백하지 못했던 연인, 사이 나빴던 친구 등 주변 사람들과 벚꽃, 봄내음 같은 그런 것들. 평소에는 삶에 허덕이느라 스쳐보냈던 그런 현상들을 다시 한번 느끼고 보게 되는 것 뿐이다. 아주 현실적이다. <꽃피는 봄이 오면> 하면서 바람은 거창한 것은 없다. 해외 영화제 가서 상 타야겠다 그런 생각도 전혀 없고. 관객들이 이 영화 보고 나서 어머니나 관계가 소원했던 친구들에게 안부 전화 하고 싶은 기분이 들었으면 오케이다. 그리고 하나 더 있다면 <꽃피는 봄이 오면>에 돈을 댄 투자가들이 떼돈은 못 벌더라도, 망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소원은 그렇게 딱 두 가지다.

큰사진으로 보기

트럼펫 배우느라 아주 힘들었다고 들었다.
정말 성질 다 버리게 하는 악기다. 석 달 동안 입에 달고 살았는데 소리가 안나. 진짜 환장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에선가 소리가 탁 터진다. 그때 느낀 쾌감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지금은 트럼펫이랑 참 친해졌다. 그때는 '내가 죽네, 네가 죽네' 하는 심정이었는데, 지금은 어렴풋이 친구가 된 것 같다. 간단한 영화 음악이나 솔로 곡은 연주할 정도의 수준은 되었다. '올드랭사인'은 원래 트럼펫 곡은 아니지만, 송년회 같은 자리에서 모인 사람들 술 맛을 돋궈 줄 정도까지는 연주할 수 있다.

류장하 감독과의 작업은 어땠나?
이 양반이 사람하고 쉽게 친해지는 그런 스타일이 아니더라. 아주 내성적이고 답답하지만 안으로 생각 많이 하는 인간이다. 그래서 처음에 친해지려고 내 쪽에서 많이 접어주고 들어갔다. 근데 발이 넓고 친하다는 게 꼭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다. 한 명을 사귀더라도 진정하게 사귀는 게 더 중요한 것이다. 류장하 감독은 후자 쪽이다. 지금은 좋은 형 동생 사이다. 현장에서는 너무 '꼼꼼'하다. 물론 지휘 통솔자로서 현장에 비상사태가 발생했다거나 풀기 어려운 애로점이 발생하면 힘을 발휘하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겠고. 단적으로 이렇게 표현하면 될 것 같다. 각 파트의 전문가들로 하여금 그들의 지식과 테크닉을 맘껏 발휘할 수 있도록 장을 열어준다. 조율을 잘 한다는 말이다. 그래서 어떨 때 보면 "도대체 저 인간은 뭘 주장하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주변 사람들의 의견을 경청하더라. 민주적인 만만디 감독이다.(웃음)

큰사진으로 보기여름에 겨울 장면 찍느라고 고생 많이 했다고 하던데.
나는 여름이 제일 싫다. 여름이 없는 나라에서 살고 싶을 정도니. 한 여름에 목 폴라에 두꺼운 파카 입고 촬영해 봐라. 아무 생각 없다. 추운 건 잘 견딘다. <취화선> 할 때 강원도 횡계에서 텐트가 날아갈 정도로 바람 쌩쌩 부는 곳에서도 감기 한 번 안 걸리고 쌩쌩했다. 근데 더워 버리면 완전히 '땡칠이'되는거다.(웃음) <남극일기>팀이 그렇게 부럽더라. 나는 여기서 이 고생하고 있는데, 그 인간들은 냉장고 같이 시원한 데서 얼마나 촬영 잘 했겠냔 말이다.

2004년 현재, 최민식에게 있어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
글쎄? 뭐가 있을까. 소중한 것은 엄청 많은데. 이 담배도 참 소중하다.(웃음) 난 술 없이는 살아도 담배 없이는 못산다. 아마 금연가 협회에서 나 같은 사람 엄청 싫어할 거다. <파이란>이 워낙 인상적으로 비춰져서 그렇긴 한데, 사실 극 중에서 담배 피는 장면이 많지는 않았다. <꽃피는 봄이 오면>은 거의 없다. 아, 근데 첫 장면이 담배구나.(웃음)

좋다. 담배 다음으로 소중한 것은?
제일 소중한 건 나 자신이다. 내가 나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해야 나머지 다른 부분들도 소중하게 다가오는 거다. 만약 내가 나를 함부로 굴리고 경멸한다면, 그 마음에서 비춰지는 현상들이 소중하게 느껴지겠나. 절대 안 그렇다.

후속작 <주먹이 운다>는 어떤 영화인가?
이 나이에 복싱 하느라 살 빼고 운동하느라고 미치겠다. 올 초는 트럼펫이 날 못살게 굴더니, 이젠 권투가 날 괴롭힌다. <주먹이 운다>는 감동적인 휴먼 드라마 정도 된다. 40대 초반의 한 남자와 20대 초반의 한 남자의 이야기인데, 공교롭게도 둘 다 실제 인물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나는 일본 신주쿠 광장에서 매맞고 돈 버는 그런 인간이고, 류승범은 재소자 복서 출신 바닥 인생이다. 두 사람이 각각 조악한 삶을 살아오다가 삶의 전환점을 위해 다시 글러브를 낀다. 서로 다른 인생이 마치 평행선처럼 달려오다가, 마지막 신인왕 전 6라운드의 혈투로 만나게 된다. 기존 한국 영화에선 볼 수 없었던 실제 권투 경기처럼 보여질 거다. 특히 맨 마지막 15분 분량은 실제 경기하듯 찍을 거다. 어디 찢어지면 찢어지는 대로, 이빨 부러지면 부러지는 대로 말이다. 죽기 살기로 연습 열심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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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주미힌 2005-01-11 1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이란, 올드보이 근 10년동안 본 한국영화 중 최고라고 생각하는데 .. 연기에 혼이 실린 최고의 배우라는 수식어가 식상할 정도로... 깍두기님 자주 놀러오세요 볼건 없지만.. 전 가끔 놀러올게요 ^^; 좋은 인연 이어가요.

깍두기 2005-01-11 1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죠??? 최민식에 이의를 달 사람은 아마 없다고 봅니다. 근데 저는 파이란을 아직 안 봤네요. 빨리 봐야지....

프레이야 2005-01-24 0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에서도 최민식 참 좋더군요.
 


이걸 먼저 보고,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봤다면 나는 하울의 평을 아주아주 좋게 써 주었을 것이다.

아이들 둘은 재밌게 보더라만(얘들도 하울이 더 낫다고 한다) 나와 남편은 영 맘 편히 영화를 즐길 수가 없었고, 특히 남편은 스트레스가 쌓인다며 영화를 보고 나와 머리를 내 저었다.

일단 너무도 시끄러웠고, 그들의 '영웅'에 대한 그리움과 향수가 역겨웠으며, 악역을 조롱하는 태도가 비열해 보였다.

내 생각에 인크레더블맨은 좀 혼나도 된다. 자기를 도와주려는 순진한 어린이에게 집에 가서 발닦고 자라는 식으로 얘기한 사람은 좀 맞아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인크레더블맨을 못살게 구는 보험회사 사장은 딱 일본인 아니면 한국인의 얼굴이다. 내가 너무 인종적 편견에 예민하게 반응하는지는 모르겠다만 상체 딱 벌어진 육중한 체구의 금발 서양인 옆에서 3분지 1도 안되는 체구의 검은 머리 동양인이 종종걸음으로 걸어가는 모습을 비웃어가며 봐줄만큼 너그럽지는 못하겠다.



영화의 완성도 이런 건 모르겠고 하여간 내내 불쾌하였다. 그 보험회사 사장과 인크레더블보이(신드롬이라 하던가) 때문에 말이다. 서부영화의 총잡이가 황야의 건맨이 아니라 인디언 학살자라는 걸 알아버린 때부터, 나는 미국영화의 악역과 나를 동일시하게 되어 버렸다. 이래서야 영화를 그 자체로 즐길 수가 있나 말이다.그래도 픽사의 니모나 토이스토리 등은 재미있게 본 것 같은데, 인크레더블의 향상된 3D 기술에 다들 탄복하는 모양이나 내용이 맘에 들지 않는데 머리카락 휘날리는 게 진짜 같다거나 뭐 이런게 눈에 들어와야 말이지.

미국영화의 수퍼히어로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얘기를 이 영화에서 한 엑스트라가 해 주었다. 자살하려고 건물에서 뛰어내린 남자를 구해주자 그는 이렇게 말한다. "누가 구해 달랬냐고~"

제발 미국이 세계를 그만 구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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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구두 2005-01-03 1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이요. 정말... 추천입니다. 인디언 학살과 자신을 동일시할 수밖에요...

로드무비 2005-01-03 1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미국은 자기 나라나 걱정하라지. 주제넘게 나서지 말고......

추천하고 가요.^^

urblue 2005-01-03 1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추천임다. ^^

물만두 2005-01-03 1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곧 도착할 겁니다^^

chika 2005-01-03 1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깍두기 2005-01-03 1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사실 테크놀로지만 본다면 경탄할 만한 영화인데...그걸 마냥 즐길 수 없게 해 주더군요. 스토리가~

만두님, 벌써 도착했어요. 방명록에 인사 남겼습니다^^
 

센과 치히로를 만든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영화라는 것 외에 아무런 사전지식도 없이 영화를 보러 갔다. 워낙에 세계적인 감독의 작품이니 기대를 많이 하고 갔고 설레는 마음으로 영화를 보기 시작했는데, 영화가 다 끝나고 나서는 뭔가가 찜찜했다.

1. 마음에 드는 것

   소피 - 마법으로 할머니가 된 후에 경악과 분노가 이어지는 게 당연하다고 여긴 나의 뒤통수를 때려 버렸다. 아주 현실적이고 실제적인 고민(관절이 우두둑거린다, 이 모습으로 여기서 살 수는 없다)과 단호한 대처방식. 소피는 보통 소녀가 아니다. 그러나 그녀가 누군지, 무엇인지에 대해 영화는 끝까지 얘기해 주지 않는다. (내가 알아서 해석해야 하는 것인가...) 18살의 그녀보다 90살의 그녀가 더 활발하고 의욕적이다. 늙는다는 것은 나쁜 일만은 아니다.

  무대가리 - <오즈>의 허수아비와 <크리스마스 악몽>에 나오는 해골소년(이름 또 잊어버렸다)을 동시에 연상시키는 이 녀석은 괜히 마음에 드는 캐릭터다. 

  움직이는 성 - 센과 치히로에서도 치히로가 가게 된 '불가사의한 마을'의 묘사가 참 좋았었다. 이 감독은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데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생각이 든다. 판타지의 필요조건이다.

2. 찜찜한 이유

  나이가 들면서 화가 나는게 이야기를 이야기 자체로, 그 상상력을 맘껏 즐길 수 없다는 것이다. 어떤 이야기든 이제 나에겐 그게 텍스트가 되고 해석을 하기 시작한다. 의미를 따지고. 그래서 어린 시절에 보았던 판타지와 요즘 들어 본 것과는 그 감동의 깊이가 다르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오즈의 마법사>에서 느낀 황홀감을, 이제는 느낄 수가 없다. 슬프다.

  영화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계속했다. 이건 원작이 있는게 틀림없어, 그렇지 않고서야 이야기가 이렇게 설명도 없이 비약이 될 수는 없지. 도대체 왜 소피는 할머니가 되었다가 소녀가 되었다가 왔다갔다 하며(황야의 마녀가 분명 아주 풀기 어려운 주문이라고 했단 말이다!) 황야의 마녀는 왜 갑자기 축 처진 할머니가 되고 소피는 모든 것을 해결하는 만능 해결사가 되는가. 이 얘기의 등장인물 중 마법사나 마녀가 아닌 건 소피 뿐인 것 같은데 스토리가 진행되다 보면 소피가 가장 강력한 마법사다. 그건 좋다. 근데, 그 복선은 어디 있는 건가? 소피가 알고보니 뭐뭐뭐였다든가,소피의 무엇이 혹은 무슨 행동이 주문을 푸는 열쇠였다든가 하는 것 말이다.(나는 너무도 뻔한 헐리우드식 스토리를 원하는 건지도 모른다. 미야자키식 문법에 내가 서투른 것일까?) 하여간 모든 이야기들이 너무 뜬금없고 필연성 없다는 생각이 나로 하여금 두가지 짐작을 하게 만들었다.

 첫째, 원작이 있을 것이다. 그러면 많은 것이 생략되는 경우를 종종 보아왔다.

 둘째. 러닝타임 두시간에 맞추려고 제작사에서 필름을 잘랐다.

첫째 짐작은 맞았고(책이 나와 있다. 사 보아야겠군), 둘째는 모르겠다.

또 하나, 일본인들이 전쟁을 언급할 때 아주 모호하고 막연하게 '전쟁은 나쁘고 슬픈것'이라는 수준에서 주절거리는 것을 많이 보아왔는데 이 영화에서도 약간 그런 풍이 느껴졌다. 가해자이면서 원폭 피해자인 그들의 입장에서 전쟁은 비극적인 것이면서도 그 근원을 파헤져 잘잘못을 따지기는 망설여지는 그 무엇일 것이다. 이 영화에서도 전쟁은 도대체 누구와 누구가 벌이는 것인지, 하울은 누구편인지, 누가 잘못한 것인지 언급하지 않은채 갑작스럽게 해피엔딩이 주어진다. 그래서 나는 위와 같은 느낌을 받았는데, 그건 나의 오버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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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과양 2004-12-27 16: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이버 지식 검색을 추천합니다. 저도 거기서 해답을 찾았거든요. 원작소설이 더 재미있다는 서평을 알라딘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만약 원작소설 읽게 되신다면 깍두기 님이 서평을 멋있게 써주세요. *^^*

마태우스 2004-12-27 1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사라졌다고 알려진 모과양님이다! 하여간...깍두기님과 저는 비슷한 정서를 공유하고 있는지라 님의 글을 보니까 안봐도 될 것 같네요. 호호.

nugool 2004-12-27 2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지 기대하고 있는 중인데.... ㅠㅠ 실망스러울 것 같은 느낌이.. 투니버스에서 나오는 광고만 봐도 가슴이 설레더라구요...진형이도 무지 기대하고 있는데...

깍두기 2004-12-27 2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 너굴님. 재미있답니다. 보시지요. 그리고 우리집 두 아이들은 다 좋아했으니 진형이도 좋아할 걸요. 아이들은 저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와 인과관계에 관한 의문없이 이야기를 즐길 수 있잖아요. 전 그게 안되어서 슬펐던 것 뿐이에요.

깍두기 2004-12-27 2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과양님, 네이버 지식검색...에 가면 저의 모든 의문을 풀 수 있단 말이죠? 감사^^

하얀마녀 2004-12-27 2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걸 언제 볼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흐흐흐흐.

플레져 2004-12-27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깍두기님, 알라딘에 이 책이 있네요. 어떤 분의 리뷰를 보니 1,2권인데 1권에 담긴 내용으로만 만들었다고...2권은 상관없는 내용이래요. 제 뒤에 앉아서 영화를 보던 중년의 아저씨 웃음소리가 참 듣기 좋았어요. 어찌나 재미나게 웃으시던지... 안웃긴데도 덩달아 웃었다지요~ ㅎ
 

    마침내 어느 작가가 나에게 보내 온 동화책을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내 책을 팽개쳐 버렸다. 화가 치밀었다! 내가 왜 화가 났는지를 여러분에게 들려 주고 싶다. 그 작가는 자신의 책을 읽는 어린이들로 하여금, 아이들이란 늘 명랑하고 이루 말할 수 없이 행복하기만 한 존재라고 믿게끔 해서 그들 자신이 무엇을 시작해야 하는지도 모르게 하는 글을 쓰고 있었다! 그 엉터리 작가는 마치 어린 시절이 최상급 케이크 반죽으로 구워지기라도 하는 것처럼 글을 쓰고 있었다.

  왜 어른들은 언젠가는 자신의 어린 시절을 깡그리 잊어 버리고서 슬프고 불행한 아이들도 더러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게 될까? (이참에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당부하건대, 여러분은 절대로 어린 시절을 잊지 말기를! 나와 약속하지? 맹세하지?)

  망가진 인형 때문에 흘리는 눈물과, 좀더 자라서 친구를 잃고 흘리는 눈물은 둘 다 차이가 없다. 무엇 때문에 슬퍼하든, 우리 인생에서는 그건 결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슬퍼하는가이다. 하느님께 맹세컨대, 아이들이 흘리는 눈물은 결코 어른들이 흘리는 눈물보다 작지도 않거니와 때로는 어른들이 흘리는 눈물보다 훨씬 무겁다. 그렇다고 오해하지는 말기를! 우리는 쓸데없이 나약하게 굴어서는 안 된다. 내 뜻은 다만, 슬퍼할 때에도 정직해야 한다는 것이다. 철두 철미하게 정직해야 한다.

제가 아주 좋아하는 에리히 캐스트너의 <하늘을 나는 교실>의 머리말에 나오는 글입니다. 이 작가는 자기 머리말을 작품에 포함시키는 특이한 방식으로 글을 쓰므로 이 머리말은 소설의 일부분입니다. 저는 이 작가의 글에서 항상 어린이를 존중하고 같은 눈높이에서 사랑하는 어른의 시선을 느끼게 되어 감명받곤 하는데 위의 글을 작가가 자신의 생각을 직접적으로 드러낸 부분이라고 하겠군요. 이 이야기에 이어 부모에게 버려진 소년 요니의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그리고 김나지움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소년들의 이야기가 펼쳐지지요. 그들의 소년다운 용기도 아름답지만  어리석음과 무모함까지도 저는 눈부시게 여겨집니다. 그건 아마도 책을 읽는 동안만은 저도 캐스트너가 바라보는 방식으로  이 소년들을 보게 되어 그런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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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da78 2004-12-22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케스트너 참 좋아합니다. 하늘을 나는 교실도 다시 읽어 보고 싶어지네요. 요맘때 읽으면 딱일 것 같은데. 진작에 사 놓을 것을 그랬지요. ^^;;

파란여우 2004-12-22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망가진 인형 때문에 흘리는 눈물...님! 추천 안 할수가 없군요.^^

깍두기 2004-12-22 2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죠, 판다님. 걔네들이 크리스마스 공연을 하잖아요. 하늘을 나는 교실....^^

여우님, 이 글을 제 글이 아니지만(작가가 쓴 거니^^) 추천은 제가 낼름 받을라우^^

깍두기 2004-12-23 0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이벤트에 응모했는데 내 서재에서 안보여 이동을 했더만 이벤트 페이지에서 지워져 버렸다. 그래서 복사해서 다시 갖다 붙였다. 골치 아퍼~

chika 2004-12-23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초등학교때에도 책 읽으며 눈물을 뚝뚝 흘리게 만들었던 책이예요. 너무 좋아요. 히히 (전 이벤트 페이지 찾아가서 추천해드릴께요.. 근데 그게 어디랍니까? ㅡㅡa)

깍두기 2004-12-23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죠, 치카님? 이 책이 은근히 눈물나게 만든다니까요. 저는 지금도 읽으면 그래요. 이벤트 페이지는....알라딘 마을에 가면 맨위에 있어요. 절대 사양 안하죠^^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오오옷, 그동안 이 책이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모른다. 내가 다니는 도서관엔 이 책 1권이 없었다. 그래서 못 보고 있었다. 2권부터 볼 수는 없지 않은가.

얼마전 운빈현님이 절판본 구매대행업을 시작하셔서 냉큼 가서 이 책을 구해주십사 했는데 이렇게 금방 새 책이 나오다니, 민망^^

이 책은 '코믹 SF'라는 생경한 장르이다. 명성만 자자하게 들었는데, 과연 내가 이 걸작을 알아볼 수 있을까? 다른건 몰라도 유머는 세계 공통이 아니어서 말이다.

어쨌든 바로 구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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깍두기 2004-12-21 2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방금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랑 이 책을 주문하고 왔습니다. 그저께 책 세권 주문했는데, 로또라도 당첨되든지 아니면 파산할 거 같아요ㅠ.ㅠ

superfrog 2004-12-21 2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오.. 이 책이 나왔네요. 그동안 몹시도 궁금했는데.^^

이 작가의 <마지막기회>도 무척 재밌더라구요.

갈쳐주셨으니 땡수투 누르렵니다.

저도 낼 주문 들어갈거거든요..헤헤!

깍두기 2004-12-21 2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금붕어님 어맛 어맛!!! 너무 반가워요^^^^^^^^

주소 갈쳐줘요, 찾아가게....

panda78 2004-12-21 2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저는 마지막 기회는 재밌게 읽었는데, 히치하이커와는 코드가 안 맞아서..

그래도 이 책 찾으시는 분들이 한 둘이 아니었는데 다시 나와 주니 기쁘군요. ^ㅡ^



깍두기님- 즐거운 클스마스 맞이하세요오- ^^

2004-12-21 21: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깍두기 2004-12-21 2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판다도오~~~^^

<마지막 기회>는 첨 들어봄. 이것도 찾아봐야징~

반딧불,, 2004-12-21 2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금붕어님이시다.



이 책이 그리 좋나요??

어쨌든 나중에 솔직한 평 해주세요.

깍두기 2004-12-21 2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힛, 반딧불님! 마녀님 서재에서 저 약올리고 도망가시더니 저의 홈그라운드에 오시다니 하늘이 무섭지도 않소???? 음하하....

하얀마녀 2004-12-21 2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것도 무지 끌리네요.... 꿀꺼덕...

chika 2004-12-21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련님 서재에서 이 책을 첨 들었는데, 그렇게 유명한 책인가요? 음~ 재밌을라나?

깍두기님, 읽고 맛나는 리뷰 써주세요~ ^^

조선인 2004-12-22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련님, 물만두님, 깍두기님이 강력하게 미니 곧 베스트셀러 대열에 합류하겠군요.

ㅎㅎㅎ

2004-12-22 10:5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