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의 카리스마를 기대하다간 실망한다.

사실 뭐 큰 기대를 하고 간 건 아니었다. 남편도 나도, 강우석 감독의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실미도를 보고도 입맛이 썼다) 설경구를 보러 갔다고 할 수 있다.

설경구는 귀여웠는데(다 큰 남자가 이렇게 귀엽게 웃을 수 있다니, 영화를 보면 알 수 있다) 나머지는 별 볼 것이.....

뭐 지루하다할 정도는 아니고, 간간히 웃음도 나오고 그러는데 그래도 도덕교과서에 나오는 듯한 주인공의 대사는 좀 어색했다. 너같이 나쁜 부자 때문에 훌륭한 부자들이 떳떳하게 살 수 없다는가 하는 감독 평소 소신이 강철중의 입을 통해 직접 전달되는 것도 싫었다. 가끔 설교를 듣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하는 영화다.

감독이 하고 싶은 말은 주인공의 대사로 줄줄 다 나오는 이런 단선적인 영화에 설경구가 그만 나왔으면 좋겠다. 배우가 좀 아깝다.

영화관을 나오면서 남편이 딱 한마디 했다. "검찰 홍보 영화 한 편 봐 부러따!" 

ㅎㅎㅎ 뭐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은근히 그런 느낌이 들긴 했다. 대한민국 검사들이 진짜 그런 모습이라면 내 존경해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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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ninara 2005-01-31 0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럴것 같아서 난 말아톤 봤지용^^

깍두기 2005-01-31 0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건 재밌나요, 수니님~~?

미설 2005-01-31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편을 본 사람들에게는 특히나 재미가 덜하다는 평이 있더라구요.. 1편이 재밌었지요.. 그때만 해도 영화관 다닐 시절이었네요 ㅎㅎ
 

 

 

 

 

아, 또 삼십 몇권짜리 만화에 빠지고 말았다.

생긴 건 정말 60년대 대본소 만화에나 나올 그림체로 촌스럽기 그지없는데 도무지 날 놓아주질 않는다.

남편에게 욕 먹어가면서 보고 있다.

열일곱, 고등학교 1학년생들의 아름다운 청춘.

이 만화처럼 청춘을 보낸 자에게 후회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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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blue 2005-01-30 2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무척 좋아하는 만화지요.
님도 드디어..^^

sooninara 2005-01-30 2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니..나도 보고 싶은데 이동네엔 없네요.
도대체 알라딘의 유명작들은 왜 대여소엔 없는건지.ㅠ.ㅠ

깍두기 2005-01-30 2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분, 빨리 저의 설문 조사에 참여해요! 초능력에 관해서 설문조사하고 있단 말이오.
바로 전 페이퍼에^^

날개 2005-01-30 2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다치 미츠루에 한번 빠지게 되면 헤어나오기 힘들죠..^^
요거 읽고 그다음에 터치(26완)도 읽어주세요.. 러프(12완)도 재밌답니다..

딸기 2005-01-30 2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이 명랑만화 풍으로 보이긴 하지만, 굉장히 굉장히 잘 그린 그림일걸요. 저는 이 책의 매니아를 자처합니다만(일본어책 전질 구입 ^^) 인체 뎃생이 이렇게 탄탄한 만화가는 찾기 힘든 듯. 깍두기님의 H2교 입문을 축하합니다!

2005-01-30 22: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냐 2005-01-31 0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힛. 저두 H2교인임다. 깍두기님, 방가~

깍두기 2005-01-31 0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만화가 굉장히 유명한 만화군요. 요즘 내가 선택하는 만화들이 다들 이렇게 괜찮네, 기분 좋아요^^
속삭이신 님, 반가워요^^
 

 

 

 

 

 

너무 억울하다.

이렇게 재밌는 만화를 이제야 알았다는 것과,

우리 동네 만화방에 이 책이 2권까지밖에 없다는 것.

10권까지 나왔는데 왜......

훌륭한 만화니 사서 보라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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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2005-01-28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여기도 노다메 팬이 생기셨군요.
아..저희 동네 대여점에는 아직 없더이다^^;;

날개 2005-01-28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깍두기님은 벌써 보셨을줄 알았더니.. 이제 보셨군요..^^ 노다메의 매력에 푹 빠져 보시라구요..ㅎㅎ

릴케 현상 2005-01-28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시오^^저는 빌려 봤지만...

깍두기 2005-01-28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명한 산책님, 반갑습니다. 우리 언제 인사 했던가요? 잘 기억이 안나니 다시 꾸벅^^
날개님, 반딧불님, 이게 유명한 만화인가봐요. 저만 모른듯....

릴케 현상 2005-01-28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유명인사는 남들이 다들 자기를 아는 사람 취급해서 당황해 한다잖아요^^ 인사 안했나봐요~

숨은아이 2005-01-28 2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과 금붕어님과 반딧불님이 노다메 팬클럽 형성을 주도하셨죠. ㅎㅎ
 

 

 

 

 

김지우. 직접 만나면 어떨지 모르지만 작품을 통해 만난 이 작가는 내 마음에 딱 들었다. 표제작인 <나는 날개를 달아줄 수 없다>에서 여고시절 전두환에게 감사편지 쓰기를 단호하게 거절한 주인공은 아마도 작가 자신인 것 같은데 이렇게 성깔있고, 글 잘 쓰고, 자기세계가 확고한 여고생이라니 참 멋지지 않은가 말이다. 혹시 내가 동급생이었다면 뒷꽁무니를 따라다녔을지도^^(내 성격상 그러진 않았겠지. 친구를 우러러 보기에는 어린 시절 내 성격도 좀 더러웠거든)

앞날개의 작가소개를 보지 않았다면 나는 이 소설을 쓴 작가가 남자인 줄 알았을 것이다. 적나라한 사투리의 구사와 밑바닥 인생에 대한 정직하면서도 낙관적인 관찰, 파워 있고 유머러스한 문체는 내가 평소 읽었던 가늘가늘하고 섬세한 감성으로 이야기하는 여성작가들과 사뭇 달랐다. 그래서 참 시원스러웠다. 아, 내가 글을 잘 썼다면 이런 글을 썼을지도 몰라, 이런 당치도 않은 생각을 하였으니...참, 착각은 자유라지.

등장인물들이 구사하는 사투리는 너무나도 정확하게 그 지방의 어감을 그대로 살리고 있다. 내가 보증하는 것이, 돌아가신 우리 시어머님과 정말 똑같은 방식으로 이야기한다.

그래갖고 쟈를 그 운장사 어린이집에 보내덜 안했겄냐이. 근디 거그서 종우때기에다 아부지넌 뭣을 허고 어머니넌 뭣을 허는가 적어 보내라는디, 오매 환장허겄는 거! 뭣이라고 끄적거려줄 것이냐이, 그 종우가 쟈 낯바닥인디. 아배는 감옥 갔고, 그새를 못 참고 어매는 도망질을 쳐뿐졌다고 써줄 것이냐, 어짤 것이냐. 인자넌 학교할라 들어가는디 어째야 쓸랑가 모르겄다.

책을 읽으면서 갑자기 어머님 생각이 날 정도로, 이 책에 나오는 어머니, 할머니들은 남도 사투리를 완벽하게 구사한다. 작가의 약력을 보니 역시. 살면서 익히지 않았다면 이 정도로 완벽한 사투리 구사는 힘들지.

자해공갈단, 노래방 미시아줌마, 전과자....테레비 아홉시 뉴스에 나와서 항상 욕먹는 그들이 이 소설집에서는 사람 냄새를 풍기며 우리에게 다가온다. 그들도 다 사연이 있다. 그들이 잘하고 있다는 게 아니라, 그들이 슬퍼하고 고민하고 망설이는 그 지점에 우리가 그들을 함부로 비난할 수 없는 인간의 존엄이 있다고, 이 책은 그냥 지나가듯이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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깍두기 2005-01-27 1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주신 비발님께 감사~^^

urblue 2005-01-27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해 소설책은 안 사려고 노력중입니다.
방해하지 마소서. ㅠ.ㅠ

숨은아이 2005-01-27 1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관함 꽉 찼단 마리에요. ㅠ.ㅜ

깍두기 2005-01-28 1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루님, 숨은아이님, 누가 뭐랬나요?^^(뽐뿌질을 해놓고 너무 무책임한 발언인가?^^;;)
 



나는 <파이란>이 최민식과 장백지가 어찌어찌 만나서 짧은 사랑을 하고 장백지가 죽고나서 최민식이 개과천선을 하는, 그런 사랑 이야기인 줄 알았다. 내 상상력이야, 그 정도지 뭘.

주인공 남녀가 한 번도 만나지 않는 영화라니(아니, 여자가 죽고 한번은 만나는군), 그리고 그걸로 얘기가 되다니...참, 인생은 여러가지 방법으로 전개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무엇을 하든 독한 맘을 먹어야 성공하는 법인데 주인공 강재(최민식)는 뭘 해도 지지부진한 그야말로 삼류양아치다. 자기 입으로 스스로 이렇게 칭한다. '대한민국 대표 호구'

독한 맘을 먹고 삥을 뜯자니 마냥 정에 약해 수퍼집 할머니한테도 머리칼을 쥐어뜯기고, 감옥에 간 것도 겨우 포르노 비디오 팔다가 걸려서, 배한척 살 돈 들고 고향에 돌아가고 싶으나 매일 하는 일이라곤 귀신 나올 것 같이 어질러진 방구석에서 비슷한 후배녀석과 빠떼루 놀이나 하고 있는 이 한심한 인생을 최민식은 너무도 리얼하게 연기했다. (아, 난 아무래도 그의 빠순이가 될 것 같아...)



<오락실에서 만만한 중학생이나 갈구고 있는 강재>

역시 사람은 고생을 해봐야 인생을 알 수 있는 것이, 최민식이 그럴듯한 꽃미남 배우여서 아주 젊은 시절부터 매스컴의 주목을 받은 스타였다면 이런 연기는 죽인대도 할 수 없을 것이다. 삶의 회한과 비참하고 비굴한 지경에 빠져 본 사람의 굴욕감, 그러나 어떤 전기를 맞아 자존을 찾으려는 사람의 심경변화를 최민식은 너무도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아마 그도 젊은날, 고생깨나 했을 것이다, 영화를 보면서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

강재는 죽은 파이란의 편지를 받고 그의 시신을 수습하러 가면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된다. 그가 까맣게 잊고 있었던서류상의 아내를 조금씩 소중하게 생각하게 되는 것, 그래서 결국에는 두번째 편지를 읽으며 펑펑 울고, 유골함을 소중하게 들고 오는 것은 파이란을 사랑해서는 아닐 것이다. 그냥 될대로 되라, 인생 뭐 있나 그냥 흐르는대로 아무 생각도 없이 살아온 강재 자신에 대한 연민과 사랑을 죽은 파이란이 떠올려 준 것이다.



그리고 그 덕분에, 강재는 죽는다. 하류인생에게 세상은 마음먹은대로 되는 게 아니다. 물론 감독이 강재를 살려서 고향에 돌려보낼 수도 있겠지. 실제 이런 일이 있다면 그 사람도 새로운 인생을 살 수도 있겠지. 그러나 감독은 섣불리 우리에게 그런 희망을 주지 않았고, 나도 그럴 수 밖에 없음을 이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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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blue 2005-01-23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 딴소리지만, 최민식씨, 고생은 별로 안 했을걸요.
아버지가 무슨 요식업체 사장이라던가, 최민식씨도 식당을 경영한다던가.
그래서 그가 별로 돈 안되는 연극이나 독립 영화 같은데 맘놓고 출연할 수 있었다지요.
그랬거나 어쨌거나, 연기 잘 하는 것만은 절대 인정!
파이란 아직 못 봤는데, 언젠가 보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플레져 2005-01-23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보고나서 새롭게 배운 말, 그리고 참 좋아하게 된 말.
친절. 장백지가 보낸 편지에 그런 말이 나오지요.
당신은 내게 가장 친절한 사람이라는...
중1때 영어 시간에 배운 브라운씨의 kind 이후에 만난 우리말 친절,
그냥 저 밑바닥에 숨어 있는 감정까지 끌어당기는 영화였어요. 참 좋은...

프레이야 2005-01-24 0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좋아하는 영화에요. 최민식을 좋아하게 된 영화이기도 하구요. 유골함을 옆에 두고 편지를 읽고나서 꺽꺽 우는 장면.. 잊을 수 없네요.

깍두기 2005-01-24 0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혜경님, 너무 오랜만이어요, 반갑습니다. 잘 지내셨나요?^^ 저도 그 장면에서 줄줄 울었더랬죠^^
플레져님, 맞아맞아, 그 친절....친절이라 하면 백화점 판매대에서 웃으며 인사하는 점원 정도를 떠올리는 우리에게 그게 그게 아니라 이런 걸 수도 있다라는 걸 깨닫게 해줬죠.
블루님, 그런가요? 최민식이 별로 고생을 안 했다니까 그가 쬐끔 덜 좋아질려구 그러네. 근데 고생도 안 한 사람이 왜 그렇게 얼굴이 찌들었대?^^=3=3=3

하루(春) 2005-01-25 0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원작이 아사다 지로의 '러브레터'예요. 철도원이라는 책에 들어있는 단편이랍니다. 저도 이 영화 무지하게 잘 봤구요.. 주민등록번호 외우다가 "아무래도 이건 오버야" 하던 게 아직도 생각나네요. 하나 더 고르면 경찰서 가서 남편이라고 말하니까 바로 시신 넘기는 경찰한테 "사람이 죽었는데 뭐가 이렇게 간단해?"라고 말한 것도 기억에 남습니다. 이 외에도 떠오르는 게 왜 이리 많죠? --; 2002년인가 본 건데... 암튼 좋은 영화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