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랜만에 온 가족이, 친정아버지 모시고 가서 이 영화를 봤다. 그렇게 보기에 좋은 영화다.
펑펑 울면서 영화를 봤다. 원래 나는 감정과잉된 영화에는 알레르기가 있는데, 그러니까 내가 울었다는 건 이 영화가 일부러 사람을 울리기로 작심한 영화는 아니라는 뜻이다.
조승우와 김미숙의 연기도 훌륭했고, 내용도 좋았다. 시시콜콜히 엄마가 고생한 걸 다 보여주지 않아도 몇 마디의 대사만으로도 그동안의 노고와 눈물이 짐작되는 것이....
영화를 보면서 내내 재작년에 우리반이었던 한 녀석이 생각났다. 그애도 초원이 비슷한 장애를 갖고 있었다. 그 아이 엄마는 항상 나를 보면 미안해 했다. 교실에 방해가 될까봐.... 나는 절대로 미안해 하지 말라고, 엄마가 그렇게 생각하면 어떡하냐며 같이 가슴 아파했지만 그것 뿐이었다. 내가 해 줄 수 있는 일은 그냥 그 녀석을 이뻐해 주는 것 밖에는 없었다. 쉽게 좌절하고 눈치보고 조금만 어려워도 못해요 안해요를 연발하는 아이를, 난 좀더 다그쳤어야 하는 것일까? 1년 내내 나의 고민은 그것이었다. 그 아이의 엄마는 평생 그 고민을 하겠지. 이 영화에서 초원이의 엄마도 마찬가지였다.
타인과의 소통이 불가능한 자폐아 초원이가 자기만의 방식으로 나도 세계를 조금씩 받아들이고 있음을 알릴 때, 무의미한 노력이 아닐까 끝없이 회의하면서도 나보다 오래 살 아이의 장래를 위해 수천번도 더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했을 엄마의 초인적인 인내가 떠올라 나도 모르게 감정이 북받치는 걸 어쩔 수 없었다. 그래서 이 영화는 평하기가 참 어려운 영화다. 그냥 몰입되어 버렸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