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신화 길가메쉬 서사시
김산해 지음 / 휴머니스트 / 2005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한 남자가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4800여년전에 살았던 자이다. 길가메쉬라고 했다. 왕이었다. 왕은 왕이로되 지혜롭고 너그러운 왕이 아닌 철부지 폭군이었다. 자기가 다스리는 도시의 모든 신부에게 초야권을 행사하고 솟구치는 기운을 주체 못해 아무에게나 자기 힘을 과시하며 폭력을 휘두르던 철없는 난봉꾼이었던 것이다.

신들은 그를 진정시키기 위해 그만큼 기운이 센 자를 만들어 내어 그와 대적시키니 그의 이름은 엔키두라 했다. 그는 이 난폭한 왕을 초야권을 행사하려던 신부의 집 앞에서 무릎 꿇린다. 그 나이의 젊은이들이 흔히 그렇듯 크게 한판 싸우고 난 그들은 절친한 친구가 되고 길가메쉬는 이제 좀 철이 든 듯 보이는데, 좌충우돌 그의 삶엔 이제 하나의 목표가 생긴다. '명성'이다.

인간은 자신의 마지막 생명을 넘어설 수 없기 때문에 저는 산속으로 떠나길 원합니다. 저는 제 명성을 세우겠습니다. 저는 어떤 명성도 세워지지 않은 그곳에 신들의 명성을 세우겠습니다.

명성을 위해 삼목산에 살고 있는 산지기 훔바바, 악이며 쳐다보기만 해도 소름이 끼칠 정도로 두려운 존재를 죽이려 하는 길가메쉬를 엔키두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이 뜯어말린다. 말리는 그들에게 겁없는 이 젊은이는 이렇게 말한다.

이보게, 친구. 자네도 저들과 똑같은 말을 할 건가? '나는 죽음이 두렵다'라고. 응?

이 피끓는 젊은이에게는 죽음은 당장 눈앞에 보이지 않는, 나중의 걱정거리였던 것이다. 엔키두와 함께 훔바바를 죽이고 명성을 얻는데 성공하나 이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 신들의 노여움은 길가메쉬와 함께 훔바바를 죽인 엔키두에게 돌아가 그는 고통스러운 죽음을 맞이한다. 친구의 죽음을 근척에서 보고 나서야 죽음이란 것이 얼마나 두려운 것인지 알게된 길가메쉬는 영생을 찾는 여행을 떠난다. 죽음이 두렵지 않다고 큰소리 탕탕 치던 젊은이는 이제 이렇게 오열하며 대초원을 헤맨다.

나는 죽을 것이다! 나도 엔키두와 다를 바 없겠지?! 너무나 슬픈 생각이 내 몸속을 파고드는구나! 죽음이 두렵다. 그래서 지금 대초원을 헤매고 있고.....

인간은 몇천년 전이나 지금이나 어쩌면 이렇게 똑같을까. 철없는 어린 시절엔 주변이 보이지 않고, 어른이 되어서는 명예나 돈같은 인생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죽음이 눈앞에 다가오기 전까지는 자기가 천년을 살 것처럼 자신만만하다 막상 눈앞에 닥치면 받아들이기 힘들어 몸부림치는 것이.....

영생을 찾으려다 실패한 그에게 신들은 이렇게 조언한다.

슬퍼해서도, 절망해서도, 의기소침해서도 안 된다. 너는 이것이 인간이 갖고 있는 고난의 길임을 분명히 들었을 것이다. 너는 이것이 너의 탯줄이 잘려진 순간부터 품고 있었던 일임을 분명히 들었을 것이다. 인간의 가장 어두운 날들이 이제 너를 기다린다.....그러나 너는 분노로 얽힌 마음을 갖고 저승에 가서는 안된다....

이 충고 역시 지금까지도 유용한 충고이다. 죽음을 앞둔 사람에게, 다 내려놓고 편안한 마음으로 좋은 곳으로 가라고 하지 않던가. 나도 저 충고를 가슴에 새겨야 한다. 인간은 유한한 존재이며, 그것은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받아들여야 하는 숙명이고, 그로 인해 안타까워하거나 노여워하지 말지니.

최초의 신화라고 하지만, 이건 인간의 이야기이다. 3분의 2는 신이었던 이 대단한 젊은이는 결국, 지상의 모든 인간이 몸으로든 마음으로든 방황하는 여정의 전부를 자기의 일생에 녹여 보여준다. 인간이면 가질 수 밖에 없는 어리석음, 욕망, 좌절, 두려움이 이 4800여년전에 살았던 사내의 일생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래서 내게는 이 신화가, 혹은 영웅담이 호쾌한 서사시라기보다 지구상에 살았던 모든 인간들의 슬픈 자서전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이건 한 사람의 일생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역사이기도 할 것이다. 우리가 단군신화를 읽고 웅녀가 진짜 곰이었다고 믿지는 않듯이 사실 길가메쉬가 신의 아들은 아닐 것이다. 모든 신화가 만들어진 배경이 그러하듯이 자신의 민족의 조상을 신성시하고 백성에 대한 지배를 용이하게 하기 위한 장치들이 이야기의 곳곳에서 느껴진다. 나혼자 그걸 추리해가며 읽는 재미도 쏠쏠했다. 예를 들어 엔키두는 길가메쉬를 힘으로 이겼고, 이야기 곳곳에서 묘사되는 걸 보면 지혜도, 힘도, 용기도 길가메쉬보다 나은데 왜 길가메쉬가 영웅이고 엔키두는 영웅의 친구에 불과한 걸까? 길가메쉬는 무모하고, 막상 두려움이 닥치면 엔키두의 뒤로 숨던데? 거기다 훔바바를 만나선 치사한 꼼수까지. 힘으로 정정당당하게 대적하는 것이 아닌 여자와 각종 공물을 바칠 것을 제시하며 훔바바의 능력을 하나씩 하나씩 벗겨버리던데. 그것은 이 신화를 쓴 민족의 왕이 길가메쉬였고, 엔키두는 변방 다른 민족의 지도자나 장수였으며 둘이 연합하여 막강한 적국 훔바바를 계교로써 물리친 것을 비유한 것이 아닐까.

그리고 이 신화에 의하면 인간은 하급신들의 노동을 대신하기 위해 신들이 만들어낸 '원시 노동자'였다. 이런 생각은 신의 대리인이라 칭하는 권력자들이 백성들을 부리는데 더 없이 좋은 세뇌도구였으리라. 그런데 신들은 자신들이 편하기 위해 인간이라는 '원시노동자'를 만들어놓고 그들이 지혜를 갖게 되자 두려워하며 홍수로 쓸어버리려 한다.이 이야기는 노아의 홍수 등 후대의 여러 홍수설화로 변주된다. 그리고 현재에도 끊임없이 변주되고 있다. 인간은 자기들이 편하려고 자동기계인 로봇, 인조인간 등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들은 스스로 생각할 수 있게 되어 인간을 대상으로 반란을 일으킨다 - SF에서 즐겨 다루는 소재이다. 해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더니 길가메쉬 이야기는 인간이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이야기를 담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인류는, 이 최초의 신화에 많은 것을 빚지고 있다. 그리스 신화도, 게르만의 신화 <베어울프>도, 히브리족 창세기 <베레쉬트>도, 현대의 <반지의 제왕>까지 길가메쉬에 빚지고 있는 이야기들은 많다. 오디세이아 이야기도, 노아의 홍수설화도, 바벨탑 전설도 그 원형은 이 최초의 신화에 고스란히 들어있다. 길가메쉬 이야기의 주인공인 수메르 민족은 7이란 수를 신성시 여겼는데, 혹 1주일이 7일인 것은 그래서는 아닐까? 그런데 이 최초의 이야기 길가메쉬가 최초임이 알려진 것은 겨우 200년도 안되었다. 그동안 그리스신화나 성서를 가지고 사람들은 최초를 논해왔다. 그런데 길가메쉬가 쓰여진 것은 그보다 무려 2000년 전인 것이다. 그리스신화나 성서가 지금부터 2000여년 전의 이야기임을 생각하면 참 아득한 이야기이다. 혹, 모른다. 수메르의 신화보다 더 오래된 이야기가 땅 속 어딘가에 묻혀 있을지도.(실제 <신의 지문>이란 책을 보면 그런 이야기가 나온다)

그때나 지금이나 사람들은 전쟁을 하고, 죽음을 두려워하며, 젊어지고자 기를 쓰고 불로초를 찾고, 술 먹으면 다른 사람 옷자락에 구토를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신화에 열광하는지도 모른다. 그 속에 우리의 모습이 있기에.

** 이 이야기는 수메르의 신화이며 수메르는 현재 이라크라 불리우는 곳이다. 수메르의 신화에 빚지고 있는 성경의 하나님의 이름으로, 누군가는 그곳에 폭탄을 퍼부었다. 슬프다.

** 4000년 전의 이야기를 우리가 지금의 소설인 것처럼 술술 읽을 수 있기까지는 많은 사람의 피맺힌 노력이 있었다. 설형문자를 해독하기 위해 평생을 바친 많은 분들과 저자인 김산해 님께 감사한다. 아울러 이 책이 굉장히 읽기 쉽도록 편집되어 있으며 충분한 화보와 연표 등으로 먼 곳, 먼 옛날의 이야기를 한층 가깝게 만들어 주었음을 언급해야 하겠다. 여러 분들의 노력으로 이런 좋은 책이 나왔는데, 왜 저자분은 인터뷰를 거절하셨는지,  뜻은 충분히 존경하나 솔직히 좀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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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2-28 11: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깍두기 2005-02-28 1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고마워요^^
근데 이 책 안 어려워요. 그림도 많고, 얘기도 재밌고, 그 얘기에서 생각할 거리도 많고 말이에요.

로드무비 2005-02-28 1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라잉넛 갔다오고 또 이런 회심의 리뷰는 언제 쓰셨소?
깍두기님 글은 쉽게 읽혀서 좋아요.
그나저나 이 책 너무 비싸서 포기했는데 회가 동하네요.
추천하고 갑니다.^^

깍두기 2005-02-28 1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글이 쉽게 읽히는 건 쉽게 밖에는 못쓰기 때문이 아닐까요?^^
간만에 심혈을 기울여서 리뷰를 썼는데 반응이 없어 너무 슬퍼하고 있었어요. 땡스여요^^

하얀마녀 2005-03-05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좀 이상합니다. 페이퍼엔 댓글쓰기 쉬운데 왜 리뷰엔 댓글 쓰기가 어려울까... 잘 쓰셨습니다라고 밖에 쓸 말이 없어서일까요?

딸기 2005-03-16 2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집니다. 추천.
 

나이가 드니까 느끼는 게 있다.
어제 일은 잘 까먹는데,어릴 적 일이 새록새록 기억난다.

내가 초등학교 3학년 때(70년대이다) 아빠가 사업 망해서 월부 책장사 하시는 친구분에게 SF전집을 사서 책꽂이에 꽂아 두셨다. 책을 좋아했던 나는 얼른 책장을 넘겨 보았지만 이건 영......
그 후로 1년 여가 지난 4학년 무렵,방학 때 방바닥에서 뒹굴던 나는 너무 심심한 나머지 그 책을 다시 열어 보았는데..... 우잉,이렇게 재밌는 걸 그동안 그냥 두었단 말인가! 그래서 그 12권의 책은 그 후 우리집 형제들에게 마르고 닳도록 읽히다 내가 중학생 때 쯤 다른 집으로 양도되었는데..... 지금 그 책이 너무 보고 싶고 그걸 왜 남줬을까 싶다.

그 책의 제목은 대략 다음과 같은데 혹시 아시는 분 있으신가요?
1.별나라에서 온 소년
2.백만년 후의 세계
3.수수께끼의 떠돌이별 X
4.미래로의 여행
5.소년화성 탐험대 
6.보이지 않는 생물 바이튼
7.한스 달나라에 가다
8.로봇나라 소라리아
9.까먹음
10.까먹음
11.지구 마지막 날
12.우주전쟁

재밌겠죠?
내가 SF를 좋아하는 건 이 책들 덕분인 것 같다. 역시 어린 시절의 경험은 평생을 좌우하는....

오랜만에 옛 추억 얘기를 하니 기분이 상쾌하다.

이것도 오래전에 다른 곳에 써놓은 글. http://wiki.sfreaders.org/에 찾아가니 이런 소개가 있다.

  1. 별나라에서 온 소년. Son of The Stars(1952)

      RaymondFJones 지음 / 장수철 옮김

      소년 천문학자 론은 추락한 별나라의 비행접시에서 우주인 그로나르를 구출해 낸다. 그들의 우주선단은 무엇 때문에 지구에 온것일까? (알고 싶어지지요?)

  2. 백만 년 후의 세계. City at World's end (1951)

      EdmondHamilton 지음 / 김영길 옮김

      수폭전이 시작되었는가? 번쩍하는 순간, 피이트가 살고 있는 미들타운은 백만 년 후의 세계로 날려가 버리고 말았다. (날려간뒤의 모험이 재미있지요. 용감한 우리의 영웅 피이트, 날아다니는 외계인 반과 발은 기억나나요?)

  3. 수수께끼의 떠돌이별X

      라이드 지음/ 안동민 옮김

      우주군 사관후보생 보브 소년은 떠돌이별 X를 탐험하러 떠났다. 그러나 보브의 탐험대는 X별의 검은 로켓에게 잡히고 만다. (잡힌뒤에 어떻게 되었을까 읽어봐야 겠지요.)

  4. 미래로의 여행. The Door into Summer (1956)

      RobertAHeinlein 지음 / 박화목 옮김

      인공동면으로 미래로 오게 된 나는 다시 타임 머시인으로 과거로 되돌아 갈 수 있었다. 과연 시간 여행이란 신기하고도 멋진 것이었다. (이건 너무 썰렁한 해설이군요. 허허)

  5. 소년화성탐험대. Young Visitor to Mars (1953)

      RichardMElamJr. 지음 / 이주훈 옮김

      화성의 짐슴 코끼리개미의 추격을 받고 깊은 동굴로 떨어진 테드와 짐은 마침내 그 곳에서 멋진 화성인의 문명의 자취를 발견하게 된다.

  6. 보이지않는 생물 바이튼. Sinister Barrier (1943)

      EricFrankRussell 지음 / 장수철 옮김

      계속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과학자의 죽음? 지구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생물 바이튼에게 조종되고 있었다. 그것을 알아낸 과학자는? (약먹으면 바이튼 보인다고 해서 혹시 구해서 먹어보신 분 없지요?)

  7. 한스 달 나라에 가다 Hans hardts Mondfahrt: Eines abenteuerliche Erzahung (1928)

      OttoWilliGail 가일 지음 / 김영일 옮김

      원자력 로켓을 발명한 헐트 박사는 피란트호로 멋지게 달 나라로 여행을 떠난다.거기에서 발견한 아틀란티스 대륙의 수수께끼는....? (너무 구닥다리 이야기 같지요. 옛날 작품 티가 많이 나지만...)

  8. 로봇 나라 소라리아. The Naked Sun (1957)

      IsaacAsimov 지음 / 이주훈 옮김

      베이리 형사는 로봇 탐정 다니엘과 한 패가 되어, 소라리아에서 계속 일어나고 잇는 의문의 우주인 살인사건을 마침내 해결하고 만다. (이건 완전히 핵심 줄거리를 다 말해버리는 군요.)

  9. 붉은 혹성의 소년. Red Planet (1949)

      RobertAHeinlein 지음 / 장수철 옮김

      화성의 국민학생 짐 소년은 화성인 객(게+기역)고와 단짝이 되었다. 화성인의 동굴에는 많은 월리스가... (스케이트 타고 운하를 이동하던 장면 기억나십니까? 월리스의 비밀도?)

  10. 로봇 별의 수수께끼. Phobos, The Robot Planet (1955)

      PaulCapon 지음 / 김영일 옮김

      화성의 달인 포보스는 바로 인공위성이다. 포보스의 로봇에게 끌려간 지구의 어린이는 탈출을 기도한다.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어린이뿐 아니라 젊은 오빠도 나오는데, 세익스피어 아저씨 아닌가요? 당연히 무사히 탈출성공, 그럼 못빠져 나올줄 알았수?)

  11. 지구 마지막 날, 와일리 지음/안동민 옮김

      괴성이 충돌하여 마침내 지구가 폭발하여 버린다. 갑자기 살 곳을 잃은 인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이건 이 책 뒤이야기 같아요. 허, 궁금하네.)
  12. 우주전쟁. Between Planet (1951)

      RobertAHeinlein 지음 / 박화목 옮김

      화성의 단 소년은 비밀 로켓의 설계도를 가졌던 탓으로, 지구-금성을 무대로 한 우주전쟁에 뛰어들게 된다. 앞으로 단 소년은 어떻게 될 것인가? (궁금하지요. 안가르쳐 주지! 사실 나도 잘 기억이 안나요. - 지금 읽었습니다. '이번에 올 때는 이렇게 멀리 도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구나'하고 단은 생각하였다. 

     

    이 책 아시는 분 혹시 계신가요? 우리 즐거운 유년의 추억을 공유해 보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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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리꼬 2005-02-21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70년대에도 어린이용 SF 시리즈가 있었던 모양이네요.. 저도 초등학교 2학년때는 70년대였어요... 그런데, 1980년은 70년대입니까? 80년대입니까? (쓸데없는 소리만 하고 도움은 못드리네용)

물만두 2005-02-21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님 부러워요. 울 아버지는 문학전집만 ㅠ.ㅠ 그때 추리전집이런 거 사놓으셨음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한답니다.

깍두기 2005-02-21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80년은 80년대 아닐까요? 말 그대로?^^
저 책은 정말 재밌었답니다. 만두님, 추리전집 하니까 6학년 때 홈즈 열심히 읽던 기억 나네요^^

가을산 2005-02-21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70년대인 초등 5-6학년때 SF 시리즈에 푹 빠졌었습니다.
근데, 제가 보았던 시리즈는 거의 40권인가, 60권까지 나왔던 것으로 기억하거든요?
몇개월 간격으로 10권씩 출간되었는데, 생일이나 크리스마스 때, 또는 시험 잘봐서 상으로, 치과 가서 치료받는 대신에... 엄마에게 졸라서 한권 한권 장만했답니다. ^^

저도 제목은 많이 잊었지만... 영화 '에일리언'의 원작도 있었고... '잃어버린 세계', 불사판매 주식회사, 타임머신... 음.... 달이나 화성 탐험 이야기는 부지기수고....
당시 책에는 처음 보았던 형식의 삽화도 인상적이었어요.
마지막 두권은 한국 작가의 SF였던 것도 기억나요.

깍두기 2005-02-21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을산님 반가워요. 우와, 60권짜리라니 전 왜 그걸 몰랐을까요? 잃어버린 세계를 비롯, 다들 그리운 책들이네요 우워어~

마태우스 2005-02-21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깍두기언니, 님이랑 저랑 비슷한 세대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가봐요. 전 님이 재밌게 읽으신 저 책들, 하나도 안읽었어요.(생각해보니 이건 세대의 문제는 아닌 것 같네요...)

가을산 2005-02-21 14: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운빈현님! 제가 봤던 책들이 많이 있네요!
ㅎㅎ, 황혼의 타임머신은 우리나라 작가의 글이죠! 아........ ^0^
와~ 강철도시!, 와~ 걷는 식물 트리피트! 으아.... ^^

깍두기 2005-02-21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운빈현님, 직지에 갔다 오셨군요? 저 명단에 있는 책들을 완역판으로 다 보는 게 제 소원입니다^^

panda78 2005-02-21 2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와- 저도 저 목록 중에 한 스무권 정도 가지고 있었는데! >ㅁ<
저도 이 시리즈 때문에 SF좋아하게 됐죠.
암흑성운이랑 스카이라크가 특히 기억에 남는군요.. 와.. 다시 읽고 싶습니다!
시험끝나면 운빈현님 서재에 가봐야겠군요! ^^

깍두기 2005-02-21 2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운빈현님, 물론입니다.
판다님 반가워요^^ 역시 어린시절의 경험이 중요해, 그렇죠?^^

kyumi 2014-02-18 1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전 최근에 어느분이 물어봐서 찾아보다 알게 됐는데,
광음사에서 나온 소년소녀세계과학모험전집이네요.

그분이 저 중에 백만년후의 세계라는 책을 다시 읽고 싶다고 해서
혹시 아직 구할만한데가 있나 미친듯이 검색해 봤는데,
아쉽게도 제 검색력으로는 현재 판매하는데는 못찾았고, 원서로 무료 다운로드가 되더라구요.
그치만 영어가 달려서;;

이 책에 대한 추억을 가진 분이 의외로 종종 있네요^^

미스티 2019-05-10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 전집 저도 어렸을때 우리에 있어서 읽었었습니다.
참 재미있게 읽었었는데 지금은 어디갔는지 가끔 생각납니다.
 

 

 

 

 

 

(1)E=mc²
이 공식이 뭘 의미하는지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

그런데 참 신비한 공식이군. 아인슈타인은 정말 천재인가봐.
책을 읽으면서 천재들의 생각의 형태를 볼 수 있다면
방금 개화한 꽃이나,불꽃놀이나,찬란한 색채의 흐름일거라는 생각을 했다.
그들이 볼 수 있는 이 세상의 신비함, 중구난방으로 일어나는 현상들의 일관된 법칙,그들이 상상할 수 있는 이 우주의 시작과 끝, 이런 것들을 나는 영원히 알 수 없을 테니 참 아쉽다.

(2)과학의 세계도 '진리는 그 즉시 진리'는 아니었다.
미묘한 권력관계와 인간관계의 숲을 헤치고 나야 진리가 진리가 되더군.
그 사이에서 또 여성 과학자들은 특히나 힘들었다. 등쳐먹고 가로채는 놈들 하며....

(3)중3때 본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잊을 수 없다.
특히 내 수준에 맞게 그림이 화려했다. 초심자를 새로운 세계로 안내하는 책으로는 정말 딱 맞는 책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코스모스' 생각을 많이 했는데 그래서 그런지 책이 좀 얇은 것 같다. 좀 더 이론적인 얘기를 첨가하여 길게 만들면 좋았을걸. 다 읽고 나서도 왠지 읽다 만 느낌이다.

몇년 전에 다른 곳에 써 놓았던 글을 퍼왔다. 요즘은 거기 가지 않는데 퍼뜩 생각나서 가보니 옛날보다 많이 발전했네. 이제 난 거기 가지 않을테니 거기다 써논 글을 좀 퍼담아 놓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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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5-02-21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성과학자 힘들었죠... 등쳐먹는 놈들 정말 많았더군요. 그리고 그 사이트, 옛날보다 발전했지만 알라딘만 못하죠?

깍두기 2005-02-21 1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긴 다음 카페였어요. 개인이 운영하는 곳이니 알라딘과는 비교가 안되죠. 하지만 그곳 주인장 특이하고 개성있는 분이었어요. 그리고 미인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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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애나 윈 존스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수첩 리틀북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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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 책을 산 이유는 다른 많은 사람들과 비슷하다. 영화를 봤는데 도무지 해석이 안되는 부분이 많아 원작을 참고하고 싶었고 더불어 원작과 영화를 비교하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나는 영상세대가 아닌지라 책과 영화를 둘 다 보고나면 주로 책 쪽에 점수를 많이 주는 편인데 이번에도 영락없이 그러하다.

그러나 1편은 영화의 이미지가 저절로 떠올려지면서 독서를 방해(?)하는 바람에 마음껏 즐겨지지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생각만큼 흥미진진하지는 않았다. 극적인 줄거리로 감탄하게 하는 내용은 아니다. 이 소설의 매력은 전혀 영웅적이지 않은 개성만점의 주인공들이, 전혀 영웅적이지 않은 행동과 멋지지 않은 발언들을 하면서 이야기를 이끌어나간다는 점이다.

하울만 해도 디즈니식의 용감하고 근사한 정의의 사나이도 아니요, 그렇다고 우수에 찬 분위기 있는 남자도 아닌 것이, 외모지상주의 왕자병 말기에다가 될 수 있으면 어려운 일은 안 하려고 하고 예쁜 여자 뒤꽁무니나 쫓아다니는 바람둥이인 것이다. 여주인공 소피도 예쁘지도 않으며 한성깔 하는데다가 맏이 컴플렉스까지 있고 거기다 결정적으로 소설이 진행되는 내내 할머니로 있어야 한다. 이런 둘의 로맨스는 전혀 로맨틱하지 않으나 우리가 로맨스에서 바라는 것이 어디 로맨틱 뿐이던가.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는 괜히 생긴 게 아니다. 이 꾀까다로운 바람둥이 청년과 겉모습이 할머니인 소녀와의 치고 빠지는 투닥거림에서 우리가 즐길 수 있는 것도 그런 종류이다.  

그런 매력은 2편에 이르러서 극대화되는데, 2편은 1편과는 전혀 다른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양탄자 상인 압둘라와 공주 밤의꽃. 압둘라를 볼짝시면, 작은 가게를 차려놓고 매일 자기가 사실은 왕자라는 공상에 빠져 하루하루를 보내는, 겉으로 보기에 전혀 매력적일 게 없는 인물이다. 이런 그가 공주를 구하는 방법은 죽음을 무릅쓴 용기와 뛰어난 무술실력이 아니라 '말빨'이다. 그가 사는 진지브라는 도시는 굉장히 예의와 체면을 차린 말투를 사용하는데 거기서 사람들을 상대로 장사를 해온 압둘라의 말솜씨는 너무도 화려하여, 나중에는 그의 언변을 감상하는 즐거움에 책장을 넘길 정도였다.

"아으, 정령 중에서도 자수정 같은 정령이시여, 팬지꽃보다 더 고운 빛깔의 정령이시여....."(호리병에서 나온 정령에게 한 말)

"아으, 길가의 보석이시여, 여인숙의 한떨기 꽃이시여...."(여인숙의 여주인에게 한 말)

"아으, 참으로 눈부신 양탄자야, 홍옥 같고 귀감람석 같은 양탄자야, 이 미천하고 얼빠진 촌놈이 네 고귀한 얼굴에 크림을 쏟고 말았으니 내 깊이 사죄하지 않을 수 없고...."(마법의 양탄자에게 한 말)

한마디로 말해서 이 소설은 우리에게 별다른 교훈을 강요하지 않는 유쾌하고 유머러스한 이야기다. 영화는 여기에 뭔가 의미부여를 하려 했으나 나는 이대로가 좋다. 새롭고 신선한 인물들과 그들이 하는 결코 전형적이지 않은 행동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겁다. 그리고 그들은 전혀 착한 척, 멋있는 척 하지 않으나 알고 보면 꽤 괜찮은 인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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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2005-02-20 0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너무 좋아요.. 결론도 무지 맘에 들고요.. 추천하고 가요~~!!

깍두기 2005-02-20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날개님. 너무 오랜만에 리뷰를 써서 중간에 글이 많이 막히더군요. 할 이야기는 저것보다 많았는데 나중엔 머리 쥐어짜기 싫어서 얼른 끝내 버렸죠^^

sooninara 2005-03-22 0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으..지금 막 하울2권을 본 수니나라가 파란 지중해위에 떠있는 페리시아 고양이같은 깍두기님에게 존경을 바치옵니다. 어찌 이리 꽃향기와 웃음이 피어나는 리뷰를 쓰실수 있는지요. 미천한 소녀 물러가옵니다.

깍두기 2005-03-30 2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니, 이거 뭐야^^;;; 이제 봤잖아. 웃겨 미치겠네.
 

 

 

 

 

단편 판타지란 너무 허무해서 싫다.  내가 판타지를 읽을 때는 완벽하게 창조된 또 하나의 세계를 봄으로써 인간 상상력의 극치를 맛보려 함이고 그래서 난 지도까지 완벽히 구비된 장편 판타지가 좋다. 반지의 제왕이 그랬고 어스시 시리즈가 그랬다. 나니아 이야기엔 뒤에 연대기가 나와 있다. 마치 실제 역사인 것처럼.

이렇게 얘기를 꺼낼듯 하다가 그만 둬 버리면 안되지. 이제 막 무대장치 해 놓고 얘기 시작할 듯 하다가 끝내냐고. 그리고 사실 그 무대장치도 좀 성의가 없는 것 같았다. 작가가 후기에서도 얘기했지만 의상도 중간에 바뀌고 확실하게 정해 놓은 배경도 없이 무작정 이야기를 시작한 것 같은 느낌. 물론 그런 걸 중요시 여기지 않을 수도 있지만 난 그렇지 않거든.

이 사람의 다른 단편 <어른의 문제>를 읽고 이어서 이걸 읽었는데 처음엔 참 생소했다. 소재가 너무 달라서. 근데 이 작가는 무슨 소재를 다루건 그 사회의 소수자나 아웃사이더를 다룬다는 데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을 듯. 다른 많은 작품들을 안 읽어봤으니 속단할 수는 없다만.

어른의 문제에 나오는 소수자들은 매우 유쾌하며, 그럴 수도 있지, 그래서 뭐 어떻단 말이야 이런 식인데 반해 해변의 노래에 나오는 이들은 매우 우수에 차 있었다. 나는 <어른의 문제>가 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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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아이 2005-02-19 1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이렇게 한 권으로 끝나버리면 어쩌라고... 그래도 전 이 책이 좋았어요. :-)

날개 2005-02-19 1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른의 문제>나 <해변의노래> 둘 다 서로 다른 의미로 좋았어요..^^*

깍두기 2005-02-19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를 보니 다들 좋게 쓰셨더라구요. 저도 싫지는 않았지만...너무 짧게 끝난 데 대한 투정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