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권짜리 만화인데 존재감이 상당하다. 이제 곧 죽을 거라는 가정 하에서 '사실은 난 살인자야'란 고백을 했는데 구사일생으로 살아났다. 고백을 들은 사람은 들은 사람대로, 한 사람은 한 사람대로 생각은 독버섯처럼 자라난다. 이제 네가 남느냐, 내가 남느냐의 선택만 남은 상황. 그리고.....마지막 반전.

역시 권선징악, 인과응보, 사필귀정은 없단 말이지. 그런 게 없는 줄 알면서도 착하게 사는 이 세상 대부분의 사람(나 포함)이 존경스러울 뿐이다.

 

*****날개님, 잘 읽었어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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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2005-03-23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었죠?^^ 전 옆지기 없던날 밤에 읽었는데.. 무지 무서웠어요..ㅎㅎ

로드무비 2005-03-24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쩐지 저 책이 땡기더라니! 흑.

2005-03-24 11: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깍두기 2005-03-24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개님, 무섭죠? 산에 갈땐 옆사람을 조심하라, 그리고 남의 고백 같은 건 들어주지 마라. 무엇보다도, 죄를 지어도 무덤까지 가져가라 흐흐흐...
로드무비님, 보내 드릴까요?(날개님, 괜찮죠? 돌려보아도?)
속삭이신 *님, 접수했어요. 저 앞으로 님 서재에 자주 놀러갈 겁니다^^

날개 2005-03-24 1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그러셔요.^^ 그 때 로드무비님께 못드린게 가슴에 남아서...ㅎㅎ

chika 2005-03-24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음~ 전 다른 사람의 고백(?)을 잘 들어주는데....어쩌지요? ㅡ.ㅡ
 
모래의 여자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5
아베 코보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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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성격은 내가 생각하기로는 상당히 단순하고 낙천적이어서 즐거운 일이 있으면 시시덕거리며 삶의 고단함 같은 건 순식간에 잊어버리고, 눈앞의 승부에 열중하며, 삶이란 재밌는 것, 신나는 것, 슬픈 것, 짜증나는 것 등등의 총합이라고 생각하고 더 이상 깊은 생각은 하지 않으려고 하는 편이다.

그러나 그러다가도 어느날 똑같이 반복되는 하루하루와, 벌어먹여 살려야 하는 부양가족과, 하루도 안할 수 없는 집안일과, 이제는 그야말로 가족이 되어버려 감정이라고는 일어나지 않는, 코를 드르렁거리며 옆자리에서 자고 있는 남편을 생각하며 사는 게 뭐 이래, 뭐 특별한 거 없나, 나으 가련한 인생에 뭐 화끈한 전환점이 없을까 하는 생각을 안해보는 건 아니다.

나야 뭐 생각 뿐이지만, 실제로 그 전환점을 찾아 자기자신의 여행을 떠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이 책은 너무도 우울하게 인간의 어떤 몸짓도 실은 끊임없이 쌓이는 모래를 퍼내고 또 퍼내어 기껏 현상을 유지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말을 우리 앞에서 중얼중얼 거린다.

경련.....똑같은 반복..........늘 다른 일을 꿈꾸면서 몸을 던지는 여전한 반복.....먹는 것, 걷는 것, 자는 것, 재채기, 고함, 성교.......

늘 똑같은 일상이 지겨워서, 새로운 곤충의 변종을 찾아 자신의 이름을 곤충도감에 올리고 싶은 명예욕에 잠깐의 일탈과 모험을 꿈꾼 남자는 결국 모래로 뒤덮힌 마을에 갇혀 마을의 현상유지를 위해 끊임없이 모래 속에서 모래를 파내는 반복적인 노역에 종사하게 된다. 처음에는 탈출을 꿈꾸고 실제로 시도도 해보았던 남자는 점점 모래 속에서 모래에 동화되어 탈출시도는 그냥 '희망'이라는 무지개로 남겨두고 실제로 탈출이 가능한 시점에서는 정작 도주 수단은, 그 다음날 생각해도 무방하다 며 주저앉아 버리고 만다. 그도 깨달은 것이다. 탈출해서 간 다른 곳도 결국은 똑같은 곳일 거라는 것을.

본문에 이런 예가 나온다. 농촌 총각이 일해서 땅을 늘리면 일거리가 더 늘어나는 농부의 생활을  '더 이상을 참을 수가 없어서' 가출을 한 끝에 일자리를 얻었으나

그래서요? / 그러니까, 거기에 다니겠지..../ 그래서 그 다음에는......./ 그 다음에는 뭐 월급날이 되면 월급을 받았을 테고, 일요일에는 옷을 입고 영화나 보러 가고 그랬겠지/ 그러고는요?..........

이렇게 생각하면 인간이 하는 일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늘 다른 일을 꿈꾸면서 몸을 던지는 여전한 반복...... 그래, 사람이 하는 일 중 이 말의 범주를 벗어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기를 쓰고 돈을 모으고, 자기가 믿는 무언가에 자신을 바치고, 아이들과 남편과 복닥거리고, 조금이라도 나아지려고 혹은 이득을 보려고 안달복달하는 인간들에게 '너희가 하는 그 일, 사실은 모래에 파묻혀 가는 마을에서 끊임없이 모래를 파내는 일과 같은 것이야' 라는 말처럼 냉정하고 잔인한 말이 또 있을까. 하루라도 안 쓸고 닦으면 머리카락과 먼지로 뒤덮이는 집안꼴과 매일 나가서 노동하지 않으면 당장에 무너져 버릴 이 세상 대부분의 가정과, 감정 없이도 반복적으로 이루어지는 섹스, 이 모든 것에 '무의미함'이라는 냉정한 판결을 가차없이 내려버리는 잔인무도함이라니!

그런데 참, 인간이란 것이 묘해서 이런 냉정한 선고를 받고도 발딱 일어나서 '그래서 어쨌단 말이야. 누가 당신에게 그런 의미부여해 달랬어? 맘대로 생각하시지. 난 하던 일 계속할테니' 라고 말하게 만드는 그 무엇이 마음 속 깊은 곳에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오기라고 생각해도 좋고, 깨달음이나 해탈의 경지라고 생각해도 상관없고, 바보니까 그런다고 해도 뭐라 말 안하겠다. 그냥 그 모든 게 설령 무의미하다 하더라도, 난 자진해서 내일도 직장에 나갈테고, 식구들에게 밥을 차려 줄 것이고, 투덜대면서 방바닥의 머리카락을 줏을 것이고, 애들과 남편에게 뽀뽀도 해 줄 것이다. 그리고 사소한 것에 목숨도 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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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5-03-13 1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깍두기님 파이팅!!
옳소옳소!^^

깍두기 2005-03-13 1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제가 무슨 웅변을 한 건가 봐요, 히히.

파란여우 2005-03-13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요, 나는 나, 내식대로 살죠 뭐..깍두기님은 깍두기 드시고, 여우는 털을 휘날리면서...^^

플레져 2005-03-14 15: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암요. 의미부여할 필요없습니다!! 모래 퍼날르는 사람은 모래 퍼날르고 밥 차리는 사람은 밥 차리면 되지요. 암요!!
 

 

 

 

 

 

저는 말이죠, 사람이 유치찬란해서 말이에요,

이렇게 빨주노초파남보로 세트가 구성되어 있으면 왜 이리 좋은지 모릅니다.

6권은 분홍색 ㅎㅎㅎ 아주 좋아요.

책꽂이에 주루루 꽂아놓으면 괜히 뿌듯한 기분입니다.

아, 물론 이 책은 아주 재미도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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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보 2005-03-11 2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나요..
빌려볼까
대여점에도 있겠지요..
시간나면 빌려봐야지..히히히

날개 2005-03-11 2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놓고 아직도 못보고 있는 책 중에 하나입니다..ㅎㅎ
밀린 만화가 너무 많아~~~!!

하루(春) 2005-03-13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예뻐라. 쿠로... 그림 보는 것만으로도 재밌을 것 같아요.
 

 

 

 

 

중고등학교 세계사 부교재로 채택되어야 합니다. 쉽고, 재미있고, 생각 올바르고, 감추어져 있던 진실을 드러내어 줍니다.

인간은 어째 로마시대부터 지금까지 전혀 변한 것이 없는지.... 읽다보면 슬프다오.

2권은 언제 나오나, 당장 사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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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굼 2005-03-05 2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발전을 하고 있긴 한지...반복되는 역사가 참...

날개 2005-03-05 2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관함에 담았습니다..^^*

하이드 2005-03-05 2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깐 말이죠 !
- 십자군이야기 공식알바 미스하이드-

깍두기 2005-03-05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러분, 꼭 사세요. 미스 하이드님 서재에 가서 땡스투를 눌루고^^
아, 뭐 여기다 눌러도 사양은 안하지 ㅎㅎ
하이드님 덕에 잘 읽었습니다. 감사^^

▶◀소굼 2005-03-05 2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옹;;저도 그저 내주기만 해주십쇼!!;

비발~* 2005-03-06 0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저도 다음 책을 기다리고 있는 중인데...

chika 2005-03-06 1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깍두기님! 세계사 부교재! 저도 리뷰쓰면서 그 생각했다니깐요!
아~ 정말, 우리 같은 사람을 교재편찬위원으로 세워줘야하는데 말이죠, 그죠? ^^
 

 

 

 

 

심사위원들이 이 책에 상을 주면서 전통적이 아니라는 둥, 당혹스럽다는 둥, 기존틀로 해석할 수 없다는 둥 하는 단서조항을 달았는지 읽어보면 알게 된다. 소설을 '공부'하고 '지어내는' 문학평론가나 소설가들은 확실히 당황했겠다. 이 도대체 뭔가 말이다. 처음에는 그럴싸하게 리얼리즘 소설(이 말이 맞는지 모르겠다. 그냥 보통 우리가 읽는 소설들 말이다) 인 것 처럼 시작했다가 읽어나가다 보면 어느새 판타지가 되어 있고 나중에는 장터거리 약장수가 떠벌거리는 과장되고 뒤틀린 세상이야기로 읽히니 말이다. 그리고 그것이 용케 한 지붕을 이고 삐걱이지 않으며 묘한 균형을 이루는 것이 신기할 뿐.

그러나 나같이 그냥 '이야기'를 좋아하는 독자는 아무 생각도 않고 이 책을 맘껏 즐길 수 있다. 말빨 장난 아니고 구라는 고래처럼 거대하다. 내가 오버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고로 군데군데 지나치게 튈려고 오버한 장면이 눈에 띄나(왜 이런 거 있잖은가. 여기까지만 말했으면 진짜 웃겼을 텐데 조금 더 불필요한 말을 하는 바람에 덜 웃기게 되는거) 재밌어서 다 용서해 줄 수 있다.

그리고 그것 뿐만은 아니다. 책장을 덮고 나면 고래처럼 거대하고도 예민한 것, 낡고도 새로운 어떤 것과 방금 눈을 맞추고 온 것 같은 느낌에 가슴 한 구석이 서늘해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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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보 2005-03-04 2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궁금 궁금..님의 리뷰가 궁금..

깍두기 2005-03-04 2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개나 네개 반쯤^^
울보님, 전 여기다 썼으니 리뷰 안써요^^

2005-03-04 22: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3-04 23: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3-04 23: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파란여우 2005-03-05 1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라의 제왕에 관한 서평이라면 당연히 올려 주셔야죠!!궁금궁금!!
-자칭 황구라교 교주 파란여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