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 번 산 고양이 비룡소의 그림동화 83
사노 요코 글 그림, 김난주 옮김 / 비룡소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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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에 그려져 있는 이 녀석 얼굴표정이 만만치 않다. 아무것도 사랑하지 않고 나 말고 중요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듯한 교만하고 차가운 초록 눈동자에 마치 죄수복 같은 얼룩무늬. 그 죄수복 느낌의 얼룩무늬는 이 고양이를 주눅들어 보이게 하기는 커녕 무지하게 반항적으로 보이게 만든다. 아, 심상찮다, 심상찮어!

아니나 다를까, 이 녀석, 백만번이나 죽어봤다지 않은가. 그러니 두려울 게 무에랴. 새삼스레 중요한 것, 애착이 가는 것이 있을 리 없다. "난 백만 번이나 죽어 봤다고. 새삼스럽게 이런 게 다 뭐야!" 이 고양이에게 중요한 것은 자기자신 뿐이며 사랑하는 것도 자기 자신 뿐이다. 그러나 과연, 그 사랑이 진짜 사랑일까? 이 세상 모든 일이 심드렁하며, 자신에게 애정을 표현하는 모든 이가 다 마음에 들지 않고(물론 그들도 이 고양이를 제대로 사랑했던 건 아니었다), 새삼스러울 게 아무 것도 없는 삶을 자신에게 선사한다는 게 과연 자신을 사랑하는 존재가 할 일이던가? 그래서 그 고양이는 백만 번이나 고양이로 다시 태어났는지 모른다. 뭔가가 불만족스러웠던 것이다.

그런 그를 자각시켜 준 한 존재가 있었으니 새하얗고 예쁜 한마리 암코양이였다. 그 고양이는 "그래"라는 무심한 한 마디로 네가 백만번을 죽었든 살았든 그 삶에서 얻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걸 얼룩고양이에게 가르쳐 주었다. 자신을 내려놓는 것, 타인을 향해 손을 내미는 것이 바로 자신을 사랑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걸 말이다. 그걸 깨닫고 행복한 한 생을 보낸 얼룩 고양이는 이제 다시 태어날 필요가 없다. 다 이룬 것이다.

아, 어찌 30쪽 밖에 안 되는 그림책이 이렇게 심오할 수가 있단 말인가. 나 또한 이 얼룩고양이처럼 자기자신만을 움켜쥐고 살고 있으나 그걸 내려놓는 것은 너무도 어려운 일이어서 오히려 고개 빳빳이 들고 "사랑, 그까짓 거. 친구, 그까짓 거. 가족, 그까짓 거" 이러면서 내 안에 나를 가두고 있으니 나도 앞으로 백만번은 다시 태어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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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바람 2005-07-18 1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사드리자마자 사라지셔서 저으기 서운했습니다. 저도 이 책 읽고 싶었는데 이번엔 땡스투로 답하고, 자주 뵈어요.^^

검둥개 2005-07-19 0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복귀도 화려한 서평으로 하시는군요 ^^ 책 너무 탐이 나는걸요. 추천 한 방~~!

그로밋 2005-07-19 0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젠가 제목만 보고 지나치면서 뭔 내용인가 궁금했었는데 이런 내용이었군요. 저는 몇만번을 다시 태어나야 하나 한참을 고민했네요. 멋진 리뷰에 꾹~ 누르고 갑니다.

깍두기 2005-07-19 0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돌바람님, 전에는 영어닉넴이셨죠? 한글로 바꾸셨네요? 좋아요, 좋아. 전 한영키 누르기 싫거든요^^앞으로 자주 놀러갈게요
검정개님. 화려하긴요, 엉성하지요^^ 책은 좋은 거 확실하고요^^
그로밋님, 님은 성불하시지 않을까 생각되어요^^
모두들 추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박예진 2005-07-21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그림책이군요!
재미있겠어요..^^ 깍두기님 리뷰 역시 멋지네요. 제목두요 ^^

울보 2005-07-27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이주의 마이리뷰에 뽑히신것이요,,
저도 이책에 눈독 들이고 있었는데,...

아영엄마 2005-07-27 2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돌아온 깍두기님, 리뷰 당선되셨군요! 추카추카~~ (저 책 보고 눈물 찔끔했었는데... )

세실 2005-07-27 2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돌아오시자 마자 경사가 있군요. 축하드립니다~~~
이렇게 좋은책을 왜 몰랐을까요~~~ 낼 도서관에서 가서 읽어봐야겠습니다~

날개 2005-07-28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깍두기님, 리뷰당선 축하드려요!^^*

깍두기 2005-07-28 1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진양, 반가워요^^ 방학이니 자주 보겠네^^
울보님, 아영엄마님, 세실님, 날개님, 주인장도 없는데 먼저 아시고 축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sooninara 2005-07-28 1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축하..나도 이책 읽었는데 왜 이런 리뷰가 안나오는 것이야??
 
열강의 소용돌이에서 살아남기 - 박노자, 허동현의 지상격론
박노자, 허동현 지음 / 푸른역사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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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근현대사는 내가 애써 피해왔던 분야로 웬만하면 나는 이쪽 관련 책을 읽지 않는다. 일부러 고개를 홱 돌려 피했다고도 볼 수 있다. 왜냐고? 만일 어제 독일 월드컵 마지막 예선이었는데 비기기만 해도 본선 진출인데 오대빵으로 깨져버렸다고 하자. 그 경기를 재방송으로 보고 싶겠는가? 꾸역꾸역 씹어가면서?

만일 축구 관계자라면 당연히 그 경기를 다시 보고 또 보고 해야 하겠지. 그러나 잘하면 함성을 지르고, 못하면 욕이나 하는 나같은 불성실한 관중은 절대 그 경기를 다시 보고 싶지 않은 것이다. 이렇게 말하고 나니 뽀록이 나는구만. 나는 그저 불성실한 관중에 불과한 것이다. 보고 싶지 않은 것은 외면해 버리는, 아픈 역사를 한번도 내것으로 느껴보려고 하지 않은.

그래도 어쨌든 이 책을 읽었다. 읽으면서 후회했다. 아, 또 이렇게 열받을 것을 괜히 읽는다고 해서는. 어찌하여 우리나라의 위엣것들은 예나 지금이나 제 앞가림 이외에는 중요한 것이 없으며 나라를 위한다고 하는 짓도 어찌 그리 어리석고 정세 판단이라고 어쩌면 그렇게도 우물안 개구리였단 말인가. 이거는 마치 수 많은 두갈래 갈림길이 있는데 그때마다 최악의 선택을 하여 결국엔 늪에 빠져버리고 마는 형국이지 않은가.

계속 읽다보면 열을 받다 못해 이제는 등골이 서늘할 지경이다. 역사는 반복된다더니 지금 하고 있는 짓들이 어쩌면 그렇게도 100년 전과 같은가. 도대체 역사에서 무엇을 배웠다는 말인가. 혹시 모두들 나처럼 지나간 역사를 들춰보기가 괴로워서 다들 외면하고 산 건가.

나 자신 포함 역사와 현실에서 관중은 있을 수 없으며 우리 모두 관계자이다. 말할 나위가 없다. 우리가 왜 요모양 요꼴이 되어부렀나 하고 한탄하고 정치 지도자들을 원망할 것도 없다. 그들은 원래가 그런 자들이며 자기들의 이익을 좇아가는 사람들이다. 다만 우리의 이익이 그들의 이익과 다를 뿐이다. 계급적 연대란 그래서 나오는 말일 것이며 그런 의미에서 나는 박노자, 허동현 두 학자들의 논쟁에서 박노자를 지지한다. '민족' 이란 이름으로 한 덩어리로 묶기에는 이미 서로의 지향점이 너무 달라져 버렸다. 그러나 보수언론과 보수정당과 자본의 논리는 지금도 폭포수처럼 우리의 눈과 귀로 쏟아져 들어오고 있으니 이땅의 수많은 사람들은 어찌하면 바른 눈으로 이 세상을 볼 수 있을까? 어떻게 지나간 역사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을 수 있을까?

군사적 애국주의의 파도가 드센 미국이나 극우화돼가는 일본, 국가주의가 유행중인 러시아, 그리고 중화 민족주의가 공산주의를 대체해 가고 있는 중국에선, '고전적' 민족주의나 그 연장선상에 있는 이데올로기들이 계속 지배계급의 주된 통치도구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들 이데올로기의 허구성을 설명해 주고 세계적 민중연대의 이상을 실현해나가는 것이, 국제적 반세계화, 반자본주의운동의 주된 과제라고 확신합니다.(박노자)

위의 말에 찬성이다. 그러나 문제는 어떻게?이다. 내 눈엔 저들이 너무도 거대해 보여서 말이다. 나는 패배주의자인것 같다. 아마도 그럴 것이다.

제가 보기에 100년전  제국주의에 맞선 민중들은 저항 주체로서 깨어 있지 못했기에 세상을 바꾸는 데 실패했습니다. 그러나 오늘 우리의 시민들은 한데 뭉쳐다니는 우중이 아니라, 자신의 양심과 소신에 따라 연대하는 주체들입니다. 이런 각성된 개별 주체들의 연합은 국민국가의 틀을 넘어 전 지구적으로 전개될 수 있으며, 이들 세계 시민들의 연대가 제국의 지배를 깰 유일한 희망이자 무기라고 생각합니다.(허동현)

일단 오늘 우리의 시민이 우중이 아니라, 주체라는 말에 찬성할 수 없다. 내 눈에는 우중으로 보인다. 안 그러고는 아직도 지역주의의 미망에서 못 벗어나며 군사정권을 그리워하고 그 딸의 뒤를 졸졸 쫓아다니며 눈물을 흘리겠나 말이다. 물론 깨어있는 사람들이 있기는 하지. 그들의 낙관과 열정이 아마 세계를 변화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들에게 수줍게 한표 던지는 걸로 내 양심을 달래기로 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 시민 연대와 제국의 지배를 깰 희망을 이야기 하는 허교수가 용미를 얘기하고 현실의 한계를 얘기하고 민족주의를 버리기를 주저하는 것이 나는 이치에 맞지 않아 보인다. 세계시민연대와 이라크파병을 동시에 인정할 수 있다니? 그리고 용미란 미국을 이용하자, 라는 것일텐데 우리가 그럴만큼 미국과 대등한 위치에 있다고는 여겨지지 않는다.

또한 제국주의에 대해 언급하면서 지금 미국이 초강대국으로 전횡을 휘두르고 있긴 하지만 중국, 러시아, 일본 얘네들도 강해지면 미국 못지 않을 것이니 지금 반미를 외치는 것은 좀.....이런 식의 발언이 있었다. 반대한다. 아직 저지르지도 않은 잠재적 범죄자가 무서우니 지금 칼을 휘두르고 있는 저놈을 참고 견디자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책을 완독하고 내린 결론. 외세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안으로 튼튼해야 한다. 안으로 튼튼하다는 것은 국민소득 2만달러라거나 수출 몇위 이런 것이 아니다. 억울한 사람 없고 특혜 받는 소수가 없는, 삶의 질이 보장되고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되는 것이다. 가진 자는 뭔 짓을 해도 1년도 안되어 사면받아 나오고, 감옥이 호텔같고, 없는 사람은 길거리에서 죽고, 청년실업이 50만 이라 하고, 이래서는 제국과 자본이 파먹기 얼마나 좋은 나라인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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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엄마 2005-06-26 15: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는 쓰시면서 왜 숨어있는 거야요? 못찾겠다 꾀꼬리... 나와주세요~~

깍두기 2005-06-26 1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잠수 중인데, 잠깐 물 밖에 나왔습니다. 숙제라서 말이에요^^
다들 안녕하시죠?

깍두기 2005-06-26 1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침 숫자가....^^

816161


딸기엄마 2005-06-26 1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 저도 그 숙제 해 봐서 알아요ㅠ.ㅠ 잘 지내시다 얼른 돌아오시와요~~

호랑녀 2005-06-26 1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추천 추천 !
만일 어제 독일 월드컵 마지막 예선이었는데 비기기만 해도 본선 진출인데 오대빵으로 깨져버렸다고 하자. 그 경기를 재방송으로 보고 싶겠는가? 꾸역꾸역 씹어가면서?
동감입니다.

날개 2005-06-26 2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깍두기님, 보고싶어요...ㅠ.ㅠ

2005-07-21 16: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거미여인의 키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7
마누엘 푸익 지음, 송병선 옮김 / 민음사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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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소설의 리뷰가 많은 데 놀랐다. 41편이나 되더라. 거기에 내가 한편의 글을 보태기가 민망하다.

2. 매우 흥미로왔으나 처음에는 몰리나와 발렌틴의 대사가 헷갈려서 힘들었다. 대화만으로 이루어진 소설이라니. 몰리나, 발렌틴, 몰리나, 발렌틴....이렇게 세어가며 읽었다.

3. 좌경세력(!)과 성적 소수자는 동지이다. 그걸 몰랐던, 혹은 아직도 모르고 있는 대한민국 진보가 있다면 이 책을 읽고 반성해야 한다.(사실 이걸 안 지 얼마 안되었다고 생각한다) 

4. 온갖 B급 대중문화의 텍스트들을 모아 모아서 훌륭한 작품을 만든 걸 이거 말고 어디서 또 본 것 같던데....그럼 이 소설이 시초일까? 70년대 작품이니?

5. 그런데 왜 모모 앞에 있는 생은 행복한가.....인간은 사랑없이는 살 수 없다는 것을 모모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여기에 모모 대신 몰리나를 대입시키련다)

6. 우리도 이 차디찬 감옥 안에서, 서로에게 자신이 원하는, 그리고 상대방을 위로하는 아라비안 나이트를 들려주며 수감생활을 견디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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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마중>의 작가 김동성의 <나이팅게일>을 구입하시는 모든 분에게 즉시 사용하는 1000원 할인쿠폰을, 선착순 100분에게 사인본을 드립니다!
기간 : 2005년 6월 8일 수요일 ~ 2005년 6월 22일 수요일
사인본은 한정수량(100부)이므로 이벤트가 종료되기 전에 수량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2004년 이태준의 동시 '엄마 마중'을 그림책으로 구성, 백상출판문화상 수상과 동시에 많은 독자들의 열렬한 호응을 얻었던 일러스트레이터 김동성이 이번에도 독자들을 놀래킨다. 이번 걸작은 널리 알려진 안데르센의 이야기 '나이팅게일'. 그러나 김동성의 그림은 마음 속에 가지고 있던 이야기의 이미지를 완전히 덮어버린다.

웅장한 스타일, 섬세하고 세련된 묘사, 신비하고 이국적인 색감, 근경과 원경이 교차하는 화려한 구성. 놀랍게도 이 모든 찬사가 이 그림책에는 가능하다. 이야기는 뛰어난 구성의 그림으로 잘 살아났고, 구석구석까지 세밀하게 그려내 볼거리가 풍부하다. 또 서양인의 눈에 비친 중국 이야기라는 특징을 감안, 이국적인 느낌을 표현해냈다.
 
 
 
그림책이로군. 동화책이 새로 나왔다 해서 아주 두꺼운 책일거라 생각했는데. 책소개를 보니 아주 멋진 책일 것 같은데, 이제 애들이 커서 그림책 사기는 망설여진다. 그래도 천원 할인쿠폰에 적립금, 마일리지 합치면 6000원 정도면 살 수 있다. 살까? 그림 무지 예쁠 것 같다. 저자 싸인본도 준다 하고.
 
 

이 그림 좀 보라지. 아, 침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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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5-06-12 0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계속 보고 있었어요. 근데, 아무래도 그림책은 이제는 정말 잘 안 사게 되요.

깍두기 2005-06-12 0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사고 싶어.....저 그림을 보니 더욱!

마냐 2005-06-12 0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화핫. 주문했어요.

하이드 2005-06-12 0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아아 예쁘다!

숨은아이 2005-06-12 0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으음... 꿀꺽.

히피드림~ 2005-06-12 0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숨은 아이님 댓글 너무 웃겨요. ^^
일러스트가 정말 예쁘네요. 좋은 책 소개 고마워요. 보관함 들어갑니다.

히피드림~ 2005-06-12 0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방금 보고왔는데 당장 사지 않고는 못 배길 것 같아요. ㅜㅜ;;

조선인 2005-06-12 0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이퍼 보자마자 주문부터 하고 왔습니다. 사인본을 받을 수 있을까요? 김동성 작가 너무 좋아요. ㅠ.ㅠ

깍두기 2005-06-12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많은 분들 가슴에 불을 지른 것 같군요. 흐뭇~

아영엄마 2005-06-12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에서 서평단 모집 안할까요? 혹시나 싶어서 기다리고 있는데 소식이 없는 걸 보니 사서 봐야 할 듯.. ㅜㅜ;

날개 2005-06-12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저는 올리브님 이벤트 선물로 이거 받습니당~~^^

깍두기 2005-06-12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개님, 좋겠당~^^
아영엄마님, 아 그걸 노리고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군요. 그러나 싸인본은....ㅠ.ㅠ
 
네루다의 우편배달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4
안토니오 스카르메타 지음, 우석균 옮김 / 민음사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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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멋져, 정말 멋져.

이렇게 즐겁고, 유쾌하고, 화끈하고, 찐득~하고, 절묘하고, 소박하고, 사랑스러우면서 슬플 수가 있다니.

처음에는 좀 심드렁하게 시작하여 뭔 소린가 싶었는데 몇 장 넘기지 않아 마리오와 네루다의 만남이 나오고, 마리오와 베아트리스의 만남이 나오고, 베아트리스와 그의 멋진 엄마(아, 그녀의 엄마는 정말 멋지고도 위대하다)의 대화가 나오면서 나는 처음에는 미소로 시작하여 실실 웃기 시작하다가 나중에는 딸내미들 앞에서 포복절도를 하는 바람에 해송이가 도대체 무슨 장면이냐고 읽어달라고 조르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그러나 이 대목을 어떻게 중학생 딸애에게 읽어 주겠는가.

닭대가리 같으니! 지금은 네 미소가 한 마리 나비겠지. 하지만 내일은 네 젖통이 어루만지고 싶은 두 마리 비둘기가 될 거고, 네 젖꼭지는 물오른 머루 두 알, 혀는 신들의 포근한 양탄자, 엉덩짝은 범선 돛, 그리고 지금 네 사타구니 사이에서 모락모락 연기를 피우는 고것은 사내들의 그 잘난 쇠몽둥이를 달구는 흑옥 화로가 될 걸! 퍼질러 잠이나 자!

위대한 시인 네루다의 평온한 노년에 연못에 돌을 던지듯 파문을 일으키며 자신에게도 메타포를 가르쳐 줄 것을, 사랑하는 여인과의 사이에서 뚜쟁이 노릇을 해 줄것을 요구하는 뻔뻔한 마리오도 사랑스럽고, 내치는 듯 하면서도 결국은 마리오의 수작에 장단 맞추어 해 줄 것 다 해주고 가르칠 것 다 가르치며 그 소박한 바닷가 마을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노구를 이끌고 비틀즈의 음악에 맞추어 덩실덩실 춤을 추는 대시인도 이 책에서는 위대함 보다는 친근함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그렇기에, 더 위대해 보인다. 시인도, 마리오도, 이 마을의 꾸밈없고 질펀한 사람들도, 그리고 무엇보다도 마리오가 숭배해 마지않는 베아트리스의 그 무시무시한 엄마.......^^

메타포를 가르치는 사람은 네루다이고, 그걸 배우는 사람은 마리오인데 이 책에서 메타포를 가장 시의적절하게 사용하는 사람은 베아트리스의 엄마인 과부 여인이다. 저 위의 인용문만 보아도 알 수 있듯이 그녀의 말은 거칠 것 없이 질펀하면서도 상황을 단번에 정리해 주는 칼과도 같다. 세계 어디서나 민중의 삶에서 시가 나오나니 우리도 고생하신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입에서 촌철살인의 시의적절한 말씀이 튀어나오는 것을 자주 목격하는 바이다.

그래서 그런지 칠레라는 아득히 멀고도 먼 곳에서 벌어지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어쩐지 그곳은 매우 가까운 곳이고 그 사람들은 다 금방 친해질 수 있을 것만 같다. 마치 이문구나 성석제 소설에서 사투리를 구사하며 능청을 떠는 등장인물들을 보는 듯한 느낌도 든다. 게다가 갑자기 그 나락으로 떨어지는 결론도......군사쿠데타로 죄없는 주인공이 임의동행 형식으로 끌려가 사라져 버리는 그 장면은 우리들이 결코 생소하다고 말할 수 없는 장면이다. 세계 어느 곳에서나 인간의 즐거움과 괴로움은 이렇게 비슷한 것인가, 이들을 그냥 행복하게 살게 해 주면 안되는 건가?

 어쨌든 하늘나라에서 이 작품을 읽은 시인 네루다는 물론 대만족일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자신의 노벨상 수상을 축하하며 '미래는 랭보의 말대로 라는 것을 노동자, 시인, 그리고 선한 의지를 가지 사람들에게 말씀드려야겠습니다. 불타는 인내를 지녀야만 빛과 정의와 존엄성이 충만한 찬란한 도시를 정복할 것입니다. 이처럼 시는 헛되이 노래하지 않았습니다' 라는 시인의 엄숙한 수상 소감을 듣고는 술과 노래, 춤으로 광란의 축하파티를 벌인 뒤 '백퍼센트 예식장에서 맺어진 대로라고 볼 수 없는' 질탕한 쌍쌍파티로 마무리한 것도 아마 불만은 아닐 것이다. '원님 덕에 나발 분다'고 신랄하게 중얼거린 베아트리스의 엄마만 빼고는 아마 모두 만족스러웠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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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렌초의시종 2005-06-11 2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청출어람이옵니다. 멋진 책에서 더 멋진 리뷰라니, 아이디에 '신'자를 넣으신 것이 괜한 변화가 아니셨구만요. ㅋㅋㅋ 리뷰를 읽고 깜짝 놀라서 추천합니다. (아직도 이 책 사놓기만 하고 안 읽었다는 ;;;)

깍두기 2005-06-11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무슨 이런 엄청난 찬사를요! 청출어람이라니 땀 뻘뻘;;;;;; 이 책을 아직 안 읽으셔서 그런 말씀 하시는 거예요! 읽고 나면 제가 그 멋진 소설을 좀 버려놨다는 걸 알게 되실텐데....^^;;;
그래도 추천은 덥썩 받고^^ (감사합니다)

미설 2005-06-12 0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읽어보고 싶었는데 리뷰를 보니 더 읽어보고 싶어져요.

마냐 2005-06-12 0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신'이 그런 뜻이군여...호오..
암튼, 영화, '일 포스티노' 좋았는데....이게 원작인가 보죠? 영화보다 나을거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저 기막히 대사 하나만으로 짐작컨대 말임다...ㅋㅋ

하이드 2005-06-12 0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나도 아끼고 있는데!

깍두기 2005-06-12 0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설님, 꼭 읽으세요. 후회 안 하세요. 강추!
마냐님, 아이참, 그런 뜻 아니라는 거 아시면서....영화는 못 봤는데 저는 항상 책 쪽에 점수를 더 주는 경향이 있어요. 영화도 보고 싶어요.
하이드님, 아끼고 안 읽고 있다 그 말이신가요?^^

하이드 2005-06-12 0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다들 재미있다고 하니깐, 진짜 책 읽기 싫을때 꺼내 읽어야지 . 하고 있어요. 아 그리고 perky님 말로는 이자벨 아옌데의 '영혼의 집'과 같이 읽으면 좋답니다.

딸기 2005-07-28 1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뒤늦게 추천하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