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슬립 레이먼드 챈들러 선집 1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박현주 옮김 / 북하우스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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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풀로 엮은 집'이라는 곳에서 가을 강좌를 한다고 안내문이 왔는데 거기 사상체질에 관한 강좌가 있었다. 강의 제목을 주욱 훑다가 흥미로운 것을 발견했다. 각각의 체질별로 성향 같은 것이 써 있었다. 그에 따르면

소음인-지혜로우며 씨앗 같은 사람 이란다. 와, 아주 좋은 말 아닌가? 그렇다면 다음은?
태음인-대세를 따르며 땅 같은 사람. 이것도 괜찮네. 하지만 나는 소음인도 태음인도 아닌 소양인이다. 나는 뭘까? 궁금해 할 사이도 없이 바로 아래에 적혀 있었다.

소양인-폼생폼사 새 같은 사람.

헐. 좋게 나가다가 소양인에 와서 이 무슨.......뭐야, 이 사람 소양인에게 무슨 억하심정 있는 거 아냐? 라고 투덜투덜 댔지만 한편으로 100% 공감하며 가슴 한쪽이 뜨끔하였다. 허, 정곡을 찌르네. 어떻게 알았지. 내가 폼생폼사인 줄을?

레이먼드 챈들러의 폼생폼사에 내가 꼼짝을 못하는 것도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필립 말로라는, 이 스타일 죽여주는데다가 냉소적이며 우울하고 고독하고 체념적이나 그러나 결국은 인간의 존엄성을 믿고 있음을 슬며시 증명해보이고야 마는 이 느와르적인 인물에게 나는 꼼짝 못하게 되어 있는 것이다.

뭐 내가 그런 줄 여적 몰랐던 것은 아니다. 이미 '앰버 연대기'에 열광하며 내가 스타일에 꺼뻑 죽는 애라는 것은 증명된 바 있으니(젤라즈니는 판타지계의 레이먼드 챈들러라 불린다) 아무래도 나는 착한 척 하지 않으며(심지어는 못된 척 하며) 냉소적이고 잘 비아냥대나 결국은 매우 착하여 평소 자신의 언행과는 어울리지 않는 희생적인 행동을 하고 마는 이 주인공들에게 나 자신을 투영하고 있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비정하고 비열한 도시에서 그 비열함의 한 가운데로 뛰어들어 이기든 지든 얻어맞든 때리든간에 항상 같은 페이스를 유지하며(아마 그는 절대 고함을 지르지 않을 것이다) 법전의 정의가 아닌 자기자신의 정의를 실현하는 남자. 그의 정의도 마음에 들며 그의 과장하지 않음도 마음에 들며 그의 변명하지 않음도 마음에 든다.

필립 말로가 나오는 시리즈 6권 중 이제 겨우 첫 권을 읽었다. 그러고서 벌써 열광의 조짐을 보이니 지름신이 강림하지 않도록 매우 조심해야 한다. 책의 장정도 매우 그럴듯해서(오래되어서 빛 바랜 영자신문 분위기의 하드커버임) 여섯권을 쭈루룩 책꽂이에 꽂아놓고 싶어 침을 흘리고 있다. 천천히 사자, 천천히.......

이 책을 읽을 때 눈여겨 본 포인트.

1.  멋지고 폼 나는 주인공

2. 그와 다른 인물들간의 대화의 묘미(암시적이기도 하고 비유적이기도 하고 하여간 읽어보란 말 밖에는)

3. 죽여주는 문장('죽은 사람은 상처받은 마음보다 무겁다' 뭐 이런 식)

그런데 이 소설에는 왜 제대로 된 여자가 한 명도 안 나오는가?(도박에 미친 여자, 마약 중독자 등등이 등장한다.)

 

그리고 책을 읽다 보면 '이런 스타일 많잖아? 책도 영화도.'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 이유는 레이먼드 챈들러 이후의 많은 작가들이 그를 따라했기 때문이다. 이 세상 탐정의 반은 그가 만들었다는 말도 있다. 그는 창시자인 것이다. 아무리 새로 생긴 맛집이 맛있어도 원조집에는 한번 가봐야 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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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wup 2005-12-30 1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길이 적당하고, 비유 딱 떨어지고, 시시콜콜하지 않게 유혹하는, 폼 나는 리뷰입니다.^^

깍두기 2005-12-30 1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고마워요~~~^^
(특히, '폼'난다는 말~~~~~^^)
 

 

 

 

 

아이가 자아를 키우기 위해서는, 자신의 존재 자체에 가치가 있음을 느끼는 '존재감'의 경험과, 스스로 행동하는 '능동성'의 경험, 그리고 타인과 충돌하면서 서로 양보하고 타협하는 '상호성'의 경험이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은 "좀더!"라며 부추김으로써 존재감을 부정하고, "빨리빨리"라는 말로 재촉함으로써 능동성의 발휘를 방해하고, "싸우지 말고, 사이좋게"라는 표면적 관계를 위장함으로써 상호성의 싹을 꺾어버리고 있지는 않는지?

생각해보면 우리 부모 세대도 부추김 속에서 자라왔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존재가치에 자신감이 없고, 숫자나 성적, 세속적인 평가와 같은 구체적인 형태로 능력을 증명해 보이지 못하면, 자아가 흔들려 버틸 수 없게 된다는 위기 의식을 안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그것은 한층 증폭되고 심화되어, 다음 세대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더, 좀더! 빨리빨리, 싸우지 말고, 사이좋게'
소비사회를 지탱하는 이 가치관을 해체해 버리면 어떻게 될까?

1. 좀 더

난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해라'라는 말을 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정작 중요한 것은 '무엇을 위해' 최선을 다하느냐 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목적을 명시하지 않는 최선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안 그래도 아무 비판의식도 없이 부모가 시키는 대로 학원을 전전하는 아이들에게 '좀더'를 강요할 생각은 전혀 없다. 완전 동의.

2. 빨리빨리

이거는 내가 반성을 많이 해야 하는 부분이다. 내가 성미가 급하기 때문에 우리집 애들에게도, 학교에서도 아이들에게 빨리빨리는 많이 강조하는 편이다. 잘못된 걸 알면서도 나도 모르게 우리 애들에게 '대충이라도 빨리, 시간 안에 해낼 것'을 강요하게 된다. 반성.

3. 싸우지 말고, 사이좋게

이것은 솔직히 좀 놀랐다. 아니,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애들은 싸우며 성장한다는 말이 나올 줄 알고 있었단 얘기다) 난감했다고 하는 게 맞겠다. 아이들의 다툼을 허용하고 참고 지켜보아주면서 40명으로 가득찬 교실을 운영하기는 참 어렵기 때문이다.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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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불편 - 소비사회를 넘어서기 위한 한 인간의 자발적 실천기록
후쿠오카 켄세이 지음, 김경인 옮김 / 달팽이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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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 책은 두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앞부분은 일본의 신문기자인 저자가 가족과 함께 '물자나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도 더 행복할 수 있음'을 증명함으로써 무한소비사회를 넘어서는 대안을 찾으려는 노력을 기록한 것이며, 뒷부분은 저자가 비슷한 고민을 하고 대안을 찾아 실천하고 있는 일본의 각계 각층의 지식인과 실천가들을 찾아가 대담한 것을 기록한 것이다.

책 전체를 관통하는 중심생각은 책 제목 그대로 '즐거운 불편'이다. 나는 이 말이 너무도 공감이 되었다. 아무리 현재의 소비만능사회가 위험하다, 후손들의 미래가 걱정된다, 지구가 고갈되고 있다고 증거를 조목조목 들어 이야기해 주어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자기자신이 소비를 억제해야 한다거나, 금욕을 실천해야 한다거나,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거나 하면 사람들은 즉시 외면해 버린다. 게으른 나는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저자는 아주 작은 불편부터 실천에 옮기고, 그것이 금방 즐거움으로 변하는 것을 바라보고, 다시 조금 더 큰 불편을 실천하는 식으로 한단계 한단계 가족들과 함께 나아가는 과정을 그대로 보여주어서 우리가 '불편함'에 겁먹지 않도록 해 준다. 

처음에는 자전거 출퇴근과 자판기 음료수 먹지 않기부터 실천한다. 천천히 무리없이 항목들을 늘려나가 나중에는 자그마한 논에 오리농법으로 농사를 지어 식구들 먹을 쌀을 자급자족하기에 이른다. 물론 그 와중에 힘든 일이야 많았지만 그의 기록을 읽다보면 그 고생과 불편은, 금방 그런 불편을 충분히 감수하고도 남는 기쁨으로 바뀐다. 그야말로 '즐거운 불편'인 것이다.

힘들 거라고 생각했던 자전거 통근은 계절의 변화와 자연의 아름다움을 아침저녁으로 느낄 수 있게 해 주었을 뿐 아니라 고지혈증에 체중과다였던 지은이에게 건강을 되돌려 주었고, 20층 계단 오르기는 성취감을 고양시켜 주었으며 힘들 것만 같았던 농사는 지역주민들과의 인간관계를 이어 주었다.

그리고 이러한 활동들은 단순히 이 세상을 위한 것이기보다는 궁극적으로는 나 자신의 완전성을 위한 것이다. 내가 먹는 것은 어디에서 오며, 내가 싸 놓은 것은 어디로 가는가에 대한 아무런 자각없이 살고 있는 현대생활은 절대 정상이 아니며 개인을 파편화된 조각조각으로 만들어버리는 삶이라는 것을 이 책을 읽다보면 느끼게 된다.

특히 인상깊었던 것은 기르던 오리를 잡는 장면이었다. 1년동안 잡초와 벌레를 잡아먹어주며 농사를 도와주었던 고마운 오리를 벼이삭이 여물 무렵 이들 가족은 직접 죽여 요리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 아이들을 참관시킨다.(물론 자발적 참여이다) 언뜻 생각하면 이 무슨 잔인한 짓이냐 싶지만 인간은 언제나 자신이 살기 위해 무언가를 죽이고 있다. 아이들이 될 수 있는 한 그것을 빨리 깨닫고 희생된 생물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이 책은 말하고 있다.

요즘 엄마들은 걸핏하면 "가엾어라!"하거든. 홋카이도에서 컴백 섀먼 운동을 취재했을 때, 어머니들이 열심히 운동을 벌이고 있더군요. 그런데 돌아온 연어의 머리를 곤봉으로 쳐서 죽이는 것을 보고, 그 어머니들이 잔인하다고 난리가 아녜요! 그러면서 자기들은 프라이드 치킨을 잘도 먹는단 말이야! 이런 사람들하고는 안 되겠다 싶더라고.

그러면서 자기가 하기 싫은 것은 남들에게 떠미는 것 아니겠어요? 고기를 얻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생물을 죽이지 않으면 안되잖아요. 그건 어쩌면 차별을 낳게 하는 원점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신은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이익만 가로채는 거요. 지금 현대인의 생활상을 보면, 그런 생생한 삶의 근원과 관련된 작업을 모두 가정 밖으로 몰아내서, 눈에 보이지 않게 하고 있잖아요? 출산도 사람이 죽는 것도 병원에서 하고, 고기도 생물을 죽임으로써 비로소 얻어진다는 흔적도 찾아볼 수 없게, 포장돼서 진열냉장고에 깨끗하게 장식되죠. 그것을 들고 계산대에 가서 돈만 내면 내 것이 되니......  

뒤의 대담 부분에서는 주로 '최대소비가 최대행복'이라는 현대사회의 슬로건의 맹점과, 그런 식의 소비를 조장하는 슬로건이 넘칠 수 밖에 없는 시장경제 시스템에 대한 고찰과 개인이 이에 맞서 어떻게 진정한 행복을 찾을 수 있겠는지의 대안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여기서 제시하는 대안은 너무 개인적이기도 하고, 근본적이지 못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사람이 거시적이고 전체적인 것만 생각하면서 정작 할 수 있는 작은 실천을 외면한다면(바로 내가 그렇다) 그는 정말 불성실한 사람이 아닐까?

성실성의 개념은 흔히 '말한 것을 행동으로 실천하라'는 말로 표현되고는 한다. 자신은 솔선하지 않으면서 지구를 위한 희생을 타인에게 강요할 수는 없다. 혹은 나만 뒤로 빠지고 타인을 위험 속으로 몰아넣어서도 안된다.

이 말을 여기에 인용하였으니, 나도 뭔가 나의 생활을 바꾸지 않으면 안되겠다. 내가 실천할 수 있는 작은 것부터. 그러고 나서야 지구가 어쩌고 미래가 어쩌고 환경이 어쩌고 지껄일 자격이 주어질 것이다.

1. 걸어서 출퇴근하기(왕복 1시간 20분 걸린다)
2. 봄이 되면 베란다에 채소 기르기
3. 빈 손일 경우 계단으로 다니기

일단 이 세가지를 결심한다. 그리고 이것은 꼭 환경을 생각해서가 아니라 내가 즐겁기 위해서이다. 이 불편을 감수함으로써 내가 조금 더 행복해질 것이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편안함과 안락함을 추구하지만 일단 편안해지면 얼마나 금방 지루해지는지!

인간에게는 자기자신을 변화시키고 싶다, 타인과 교류하고 싶다, 타인을 위해 뭔가를 하고 싶다는 욕망이 확실히 있다. 그것은 문명의 무통화를 추진하는 '육체의 욕망'과 정반대의 욕망으로, 그것이 충족될 때 인간은 삶의 기쁨을 느끼게 된다. 지금의 생활이 무미건조한 것은 육체의 욕망에 의해 생명의 욕망이 억제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육체의 욕망이 아닌 생명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유혹하여, 기차의 레일을 바꾸듯 욕망의 방향을 바꾸는 것이다.

나도 나라는 기차의 레일을 바꾸고 싶은 마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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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春) 2005-12-28 2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기사에 "한국인처럼 생활하면 지구 2.08개 필요"라는 게 있네요. 뜨끔합니다. 환경스페셜 같은 프로그램을 즐겨보면서도 실천하는 건 너무 적어서 이 지구에 미안한 마음이 많습니다. ^^

깍두기 2005-12-28 2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책에도 그런 말이 있어요. 지구상의 사람들이 다 선진국처럼 살면 지구는 끝장이지만 그렇다고 개발도상국 사람들에게 너네는 이렇게 살지 말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고. 문제는 선진국 사람들이 변해야 하는 거라고요.
지구상에서 소비를 가장 많이 하는 나라는 아마도 미국일 테지만, 우리나라도 만만치 않을 걸요.

검둥개 2005-12-29 0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깍두기님, 어느새 또 이렇게 좋은 리뷰를 쓰셨나이까! 잘 읽구 보관함에 넣구 추천하구 갑니다. 저도 오리 잡는 이야기가 제일 인상적이네요...

urblue 2005-12-29 0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려 열흘 동안(!) <문명의 붕괴>를 읽었습니다. 역사상 환경을 파괴했던 문명은 기필코 붕괴하고 말았다는 얘기지요.
보관함에 담습니다. 추천.

깍두기 2005-12-29 1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검둥개님, 아유 참, 부끄럽사와요^^ 저 오리 얘기는 책으로 읽으면 정~말 인상적입니다. 감동적이기까지 하더라구요.

블루님, 그 책 저도 읽고 싶어요. 보관함에서 맨날 장바구니로 들락날락.

숨은아이 2005-12-29 1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연어 이야기 부분이 참 인상 깊습니다. 맞아요, 그렇군요.

깍두기 2005-12-30 1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대목 읽을 때 속이 시원했어요^^
 

 

 

어린이 잡지 <고래가 그랬어> 과월호 모음입니다. 1-24권까지.

이게 20% 할인해서 14만원 정도 하는데 1만원 할인쿠폰 줘서 13만 얼마면 살 수 있습니다.

제가 이걸 사는 목적은

1. 내가 볼 것임(과연 재미있을까?)

2. 초3, 중1인 우리집 애들 볼 것임(독서를 아주 좋아하지는 않고, 만화는 잘 봄. 과연 좋아할까?)

3. 내년에 4학년 담임을 할 예정인데 학급에서 써먹을 것임(도덕 수업, 훈화 자료, 돌려 읽기 등등으로. 과연 활용도가 높을까?)

혹시 이 책에 대해서 잘 아시는 분 계시면 가르침 좀 주세요. 13만원이라는 돈을 한꺼번에 지출하려니 보증인이 있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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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iny 2005-12-26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슷한 부류의 사람들에게서 좋다는 이야기 많이 들었어요.
저는 읽지 못했어서 보증인 자격은 없겠고.. 제가 갖고 싶던 거여서^^

깍두기 2005-12-26 2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이 갖고 있는 문제의식에 대해서는 의심할 바 없는데요.
문제는 과연 재미가 있느냐, 라는 거죠. 재미가 없으면 애들은 들이대도 안 읽으니까요^^
고맙습니다, 레이니님. 님도 다른 분들 추천 들어오면 이 기회에 장만하세요^^

숨은아이 2005-12-26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옷. *.* 제가 보증인 자격이 되는지 모르겠는데요(찬찬히 본 적은 한 번도 없어서... -.-), 사셔도 후회는 안 하실 것 같아요!

아영엄마 2005-12-26 2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언을 해드릴 능력은 안되는데(집에 2~3권이 있는데 저도 자세히는 못 봐서..) 옛날에 보던 만화잡지(보물섬?)하고는 많은 차이를 보이는, 차별화된 만화잡지이긴 합니다.
아, 새벽별님네가 매월 사보시는 것 같아요!!

조선인 2005-12-27 0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회 안 하십니다. *^^*

paviana 2005-12-27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집 아이로 실험을 한 결과 (초딩 1년) 별 흥미를 안 보이네요.어린이 과학 동아가 더 재미있다고 하네요. 그래서 한권에서 더이상 못 사주었어요.아직 이 만화를 이해하기는 어린가봐요..내용이야 제가 1권 본 것으로는 좋아요.우리가 그렇다는 거지요. 그닥 도움이 안 되지요..ㅠㅠ 일단 한권을 사보심이 어떠신지...아님 주소 알려주세요.제가 집에 있는거 보내드릴테니 검토해보세요..

세실 2005-12-27 0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고래가 그랬어..... 내용은 거의 90%이상이 만화입니다. 물론 팡팡같은 만화와는 차별화 되어있는 의식있는 만화입니다. 태일이, 머피와 두칠이 같은...박수동의 별똥탐험대도 있습니다. 아이들이 좋아라 하죠.
하지만 학급에서 활용하시기에는 약간 그럴수도...제 생각해도 파비안느님 책을 받아본 후에 결정하세용~~~~
전 개인적으로 어린이 과학쟁이를 추천합니다~

깍두기 2005-12-27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님, 저는 만화라니까 더 땡기는데요. 일단 애들이 보기는 볼 것 같아서....^^
어린이 과학쟁이는 주로 과학에 대한 얘기가 많겠죠?

파비아나님, 그렇게까지 말씀해 주시니 정말 고맙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1만원 쿠폰이 31일이면 끝난다는 겁니다. 그때까지는 주문을 해야 하니까요. 어째야 하나.....

조선인님, 확신을 줘서 고마워요^^

아영엄마님, 앗, 그렇다면 새벽별님네로 출동!

숨은아이님, 점점 사는 쪽으로 기울고는 있습니다만 가격의 압박이.....


paviana 2005-12-27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소 알려주세요.지금은 책이없고 내일 택배로 보내면 29,30일까지는 도착 가능..보고 밤에 결정.주문..어때요?

마태우스 2005-12-27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의미있는 만화는 언제나 재미가 없느냐. 유감스럽게도 대개 그렇습니다. 의미와 재미를 모두 잡는 영화가 드물듯이 만화 역시 그렇더군요.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학교 차원에서 나서야 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인권, 평화, 반전, 생태...이런 것들을 어릴 적부터 소중한 가치로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개발독재의 산물인 저희들처럼 존중받아야 할 가치가 훼손되는 것에 무감각해지게 될 것 입니다.

박예진 2005-12-27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학교 도서관에는 이 잡지, 생각쟁이, 과학쟁이, 행복이 가득한집, pc사랑이 정기구독되는데 재미있었어요. 저는 즐겁게 읽었네요.
의외로 내용이 금방 읽히고요. 사신다면 .. 음 ~ 서점같은데 가서 요즘 나오는 호 한번 보시고 결정하시면 어떨까요. 저는 이 책 좋아요 ^_^

진주 2005-12-27 1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돈주고 사보진 않았고요 공공도서관에서 봤어요. 책은 만화 일색이지만 내용은 괜찮았어요. 별 셋 반. 잡지는 매달 한 권 한 권 봐야한다는 편견이 제게 있어서 저라면 거금을 들여 굳이 사진 않을 거 같지만 깍두기님의 입장에서 한 번 생각해봤어요.

해송이가 달리 해송이가 아닌 장래의 만화가지망생이니 그것도 괜찮을 거 같아요. 그리고 겨울방학이라 님께서 모처럼 푸근하게 책보실 시간이니 그것도 괜찮겠구요. 그리고 내년에 4학년 교실에 비치할 계획까지 있다면- 좋지요! 애들한테 심도있는 어려운 책만 권해주는 것 보담 이런 재미있는 학습만화도 효과가 좋잖아요.
결론은, 여러모로 활용하실 수 있으니 투자해도 무방하리라 봅니다.

깍두기 2005-12-27 1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비아나님, 어쩜 이렇게 친절하신지! 그런데 제 생각이 이미 사는 쪽으로 기울어서요. 번거롭게 안 해 드려도 될 것 같아요. 이미 주문을 하는 방향으로 99% 마음이 기울고 있어요^^ 정말 고마워요. 안 잊을게요!

마태우스님, 님이 간만에 진지하셔서 제가 놀라서 읽다가 자세를 가다듬었습니다. ㅎㅎ 제가 이 책을 도덕수업에 좀 응용해 볼 생각인데....도덕책이 영 맘에 안들어서 말예요^^ 90%가 만화라니 애들이랑 만화책에 열중하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예진양, 오랜만~~ 예진양의 보증을 믿고 구입하려구요^^

새벽별님, 수업에 활용할 만 한지, 그게 제일 궁금합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더라도 그냥 저도 보고, 우리 애들도 보고, 학급문고에 넣어놓고 우리반 아이들도 본다면 본전은 뽑지 싶습니다.(애들한테 대여료 받을까.......? 헉!)

깍두기 2005-12-27 1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주님, 제가 댓글 다는 사이에 오셨군요!
안 그래도 사리라고 결심.......문제는 돈.......ㅠ.ㅠ

2005-12-28 21: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깍두기 2005-12-28 2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벽별님, 고맙습니다. 사기로 결정했습니다^^

속닥이신 님, 님 서재에 대답 남깁니다^^
 



킹콩의 연기에 남우주연상을 주고 싶다는 나무님의 말씀이 이해가 갔다. 너무도 인간적인 킹콩.
여주인공 앤과 밀고 당기는 작업(?)의 과정. 모른 척 했다가 슬쩍 눈길을 줬다가 슬며시 손을 내미는 그 모습에서 야수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물론 분노가 폭발할 때는 다르다)

가장 간절하게 느껴졌던 것은 그의 외로움. 높은 곳에서 여주인공과 뷰-티-풀-을 교감하며 노을을 바라보던 그 절대고독의 표정이란.


세 시간이라 중간에 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지루할 틈은 없다. 앞부분 조금(섬으로 가게 되는 과정) 지루할 수도 있으나 금방 지나간다. 섬에 도착해서는 원주민, 킹콩, 공룡, 거대곤충들이 차례로 나와 숨 쉴 틈을 주지 않는다. 도시로 돌아와서는 슬픈 킹콩의 최후를 확인하느라 마음이 아프고.


킹콩과 쥬라기공원을 합쳐 놓은 듯한 이 장면. 이 영화에서 공룡들은 킹콩의 상대가 되지 않는데 사실 난 그게 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예를 들어 인간이 자기만한 파충류를 만났다고 치자. 그는 그 파충류를 이길 수 있을까? 나는,포유류는 파충류에 비해 전투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공룡보다 이 영화에 나오는 거대곤충들이 훨씬, 많이, 수천배는 더 무서웠다. 거기 맞서 싸우는 사람들.....영화에 나오는 사람들은 지나치게 용감하다. 난 그런 놈 한 마리만 봐도 그냥 기절해 버릴 것 같은데..... 


그리고 나라면 절.대. 못할 일을 하는 여주인공.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의 꼭대기를 사다리를 타고 거침없이 올라가는 그녀. 육교를 오를 때도 손잡이를 안 잡으면 못 올라가고, 육교 위에서는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는 나는 그 장면을 보는 것만으로도 숨이 막혔다.

나오미 왓츠라는 이름의 이 여배우, 나름 매력적이다. 살짝 토끼 이빨이던데, 매우 귀엽다.
가장 인상적인 역할은 극중 영화감독 덴햄이었다. '자기가 사랑하는 모든 것을 파괴한다'는 극중 표현이 딱 어울렸다. 오로지 '내가 성취하고자 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사람, 마치 경주를 위해 정면 외에는 시야를 가려놓은 말과 같다. 영화에서 벌어지는 모든 참사의 책임자인 그가 나는 어쩐 일인지 미워지지가 않는 것이었다. 보통 그런 성향의 사람을 나는 굉장히 싫어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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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5-12-25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기억이 새록새록 나네요. 여 주인공 니콜키드먼 닮았다고 생각했었는데, 볼거리 풍부했던 영화죠

깍두기 2005-12-25 0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니콜 키드먼이랑 친구라던데요^^

마늘빵 2005-12-25 0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들 재밌다구 하네요. 후... 원래 내 스타일은 아닌데 볼까나.

깍두기 2005-12-25 0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요, 킹콩 절대로 볼 생각 없었는데, 재밌더라구요^^

blowup 2005-12-25 0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 가겠다던 딸내미도 잘 보았는지 궁금.
전 깍두기 님이 감독 역할의 잭 블랙을 미워할 수 없으리라고 예감했습니다.
실제로 저도 그 감독 역할을 미워할 수 없었는데, 본 사람들이 이구동성 왈.
"저 역할을 다른 배우가 맡았으면 훨씬 밋밋했을 것이다."라고 했죠.
보셨을 거라고 짐작됩니다만, 잭 블랙의 '스쿨 오브 락'도 끝내주죠.
굉장히 멋진 배우예요. 눈빛 제대로 살아있구요.
어제 우연히 킹콩 메이킹 필름을 조금 봤는데, 감독 이하 배우들
정말 골 때리는 집단입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그걸 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맞아요. 젤 무서웠던 건 그 곤충 놈들이에요.
추격 장면의 컴퓨터 그래픽은 좀 거슬리지 않으셨나요?
아주 정교하지는 않았어요. 예상보다.



마태우스 2005-12-25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오늘 보려고 예매했어요!!!! 이걸 제가 보게될 줄은 몰랐습니다. 보신 분들의 평이 워낙 좋아서, 안보면 안되겠다 싶더라구요

야클 2005-12-25 2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어무이 꼭 보여드릴려고 다짐한 영화입니다. ^^

산사춘 2005-12-25 2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야수와 미녀가 나오는 영화는 피하는데, 깍두기님까정 일케 말씀하시니 정녕 캡인가봐요. 오오~ 하지만 킹콩은 항상 흰옷입은 금발백인미녀만 좋아해서 좀 맘 상해요.

깍두기 2005-12-26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무님, 제가 그 유명한 <스쿨 오브 락>을 안봤습니다. 이제 주연배우가 얼마나 매력적인지 알았으니 꼭 봐야겠습니다.
글고 메이킹 필름은 어찌 볼 수 있나요? DVD 사면 부록에 있나요?

마태우스님, 지금쯤 보셨겠네요? 그럼 빨리 영화평을.....

야클님, 어머님이랑 같이 가셔서 보시겠죠? 효자시네^^

산사춘님, 정녕 캡까지는 아니었어도 생각보다 좋았어요. 우리도 심형래한테 용가리 2편 만들어달라고 해서 머리에 삔 꽂은 눈썹 짙은 아가씨를 좋아하게 해달라고 졸라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