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
박상영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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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안다. 부득불 사랑하고 싶어했던 그때는 누군가를 사랑하는 법을 몰랐다는 걸. 문제는 사랑하고 싶지 않은 지금도 모르겠다는 거.
현대를 살아가는 대부분은 타인은 커녕 자신을 사랑하는 법조차 모른다. 이제와서 궁금한 것은 그렇다면 과연 예전의 인류는 사랑하는 법을 알았단 말인가? 그거야 말로 없었던 것에 대한 향수 아닐까?
그때도 지금도 앞으로도 사랑하는 법은 모를 거라는 작가의 담담한 냉소에 슬며시 저두 동의합니다, 손들어주고 싶을 만큼 매력적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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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여름 손님 (반양장)
안드레 애치먼 지음, 정지현 옮김 / 잔(도서출판)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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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섹시했다. 소설은.. 야했다... 영화를 보고 소설을 읽은 건 큰 패착이었다. 보통은 텍스트로 생각하는 데, 이건 이미지화되어 떠올려졌다. 아아, 티모시샬라메여..아미해머여....아름다운 이들이여..😭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며 신나게 읽다가 (김영하 작가왈, 소설을 펼치는 순간 나는 다른 세계에 가있다고..) 책을 통해 내가 초대된 곳에 머무르기엔 내가 있는 지금 여기는 너무 사적이지 않은(?) 공간이라는 것을 깨닫고 덮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 버글버글 분주한 서울의 현실로 소환되니 소설 속 지중해 햇살 받으며 수영하는 그들이 더 그리워지더이다.

여하튼 영화로 보고 소설로 보니 영화 장면이 머릿속에서 멋대로 구성+각색되는 호사를 누릴 수 있었다.

“(165)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고개도 끄덕이지 않고 어제 마르지아에게 한 것 처럼 그의 입술로 입술을 가져갔다. 예상치 못한 무언가가 우리 사이를 말끔하게 치워 주는 것 같았다. 나이 차이도 나지 않고 그저 두 남자가 키스하는 것 뿐이었다. 하지만 그 생각도 이내 녹아 버렸다. 두 남자가 아니라 그저 두 인간 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에 평등함이 느껴진다는 사실이 좋았다. 그저 나이가 더 적고 더 많은 두 사람이 인간 대 인간, 남자 대 남자, 유대인 대 유대인으로 존재한다는 느낌이 좋았다.”

열망하고 사랑하는 것. 그리고 그 사이의 미묘한 권력. (작가의 의도는 모르겠지만) 엘리오가 마르지아의 입술에서는 느끼지 못했을 그 평등한 감각 이라는 것이 어떤 것일까 멈추어 생각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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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빌려준 친구는 처음부터 끝까지(연인부터 부모까지) 너무 이상적이어서 그건 현실에 없는 거라서 이 소설이 좋았다고 했다.
난 영화도 그랬지만 역시 엘리오 아버지의 말이 좋다.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너무 빨리 치유되려다 결국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게 된다는 말. 느끼지 않으려다 느끼지 못하게 되지 않기를 바라는 권고.

여름 지중해의 햇살에서 낮잠을 자며 슬픔을 슬프려하는 엘리오와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슬픔을 참고 고통을 참는 것이 어떤 미학의 원리가 되어버린 이 곳에서는 확실히 어색한 부분-욕망답게 욕망하고 또 이별과도 잘 이별하는 것-이긴 하지만. 참을성이 많게 사회화 된 나는 그래서 영화, 소설 둘 다 정말 좋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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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말마따나 이상적인 소설이었다. 그녀는 몇가지 재밌는 코멘트를 덧붙였는데... 재미없는 나의 사회과학적 언어로 풀어 적자면.. 젠더, 계급, 위계, 편견, 관습에 연연하지 않고 인간대 인간으로서 평등하게 사랑하고, 비록 한 계절이라도 돈과 시간 연연하지 않고 순간의 감정을 실컷 느낄 수 있다면- 정말 아름답고 이상적인 거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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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4) 고통이 있으면 달래고 불꽃이 있으면 끄지 말고 잔혹하게 대하지 마라. 밤에 잠 못 이루게 하는 자기 안으로의 침잠은 끔찍하지. 타인이 너무 일찍 나를 잊는 것 또한 마찬가지야. 순리를 거슬러 빨리 치유되기 위해 자신의 많은 부분을 뜯어내기 때문에 서른 살이 되기도 전에 마음이 결핍되어 새로운 사람을 만나 다시 시작할 때 줄 것이 별로 없어져 버려. 무엇도 느끼면 안되니까 아무것도 느끼지 않으려고 하는 건 시간 낭비야!”


덧, 돌려주기 전에 책 사진 찍겠다고 찰칵찰칵 했는데 은박지 찍지 말라던 충고 들을 걸 그랬다능... 은박돗자리 좀 너무 했다..ㅋㅋㅋㅋ 뭐 지중해에 별장은 없지만 초여름 맞이 들판에 은박 돗자리 깔고 책읽고 맥주마시고 그러했던 주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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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것에 대해 아주 오랫동안 생각해 마음산책 짧은 소설
김금희 지음, 곽명주 그림 / 마음산책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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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부터 김밥과 라면이 먹고 싶었다. 라면이야 항상 먹고 싶지만 김밥은 대체 왜 먹고 싶지?했다. 그러다 어제는 대왕 돈까스가 먹고 싶었다. 🐽

희안하게도 썩 맛있지 않은 익숙한 것들이 먹고 싶었다는 것.. 이를 테면 “공장에서 제조된” 듯한 따분한 맛의 소스가 끼얹어져 있는 대왕 돈까스라든가, “들기름 참기름 반반” 발라서 착착썰린 김밥이라든가, “차갑게 식어서 탱탱불은, 그래서 밀가루 냄새가 쌔하게 올라오고 국물의 짠맛이 가신” 라면이라든가.

맛없는 대왕 돈까스의 잔상이 사라지지 않았기에 ‘이것은 분명 만들어진 식욕이다!’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뭐지뭐지 곰곰히 생각해 보았는데, 진원지는 읽고 있던 김금희 짧은 소설집이었다.

....소설 속 선미가 포장마차에서 먹던 김밥 + 칼칼한 멸치육수의 오뎅국물, 주용이 좋아하는 불은 라면 등등.... 먹고 싶으니까 먹어야지! 점심으로 분식집 김밥+라면을 시켰다. 생각해보니 꽤 오랫만의 메뉴. 항상 먹는 그맛이지만 얌냠! 🤤

<나는그것에대해아주오랫동안생각해>는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사건이 시작되고 해결되기엔 분량이 너무 짧다.) 그래도 착착 감겨 읽히는 까닭은 너무 소소한 이야기이기에 내 이야기 같아서.

돈까스에서 자각한 후 다시 책을 뒤적이니 이 책.. 김밥에 에그머핀, 규카츠, 수프, 돈까스, 햄버그스테이크에 맥도날드버거, 미역국까지 참으로 오만 음식들이 등장한다. ........이 정도면 ‘나는 그 맛에 대해 생각해’로 했어야 하는거 아녀? ㅋㅋ

작가는 머릿말에 “사람의 사사로운 기억을 ‘사사롭지 않게’ 기록해두는 건 항상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니까. 그러므로 당신들이 괜찮다면 나는 아주 오랫동안 당신들에 대해 생각할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라고 썼다. 끄덕끄덕.

특별하지 않은 사사로운 하루들-맛있지 않은 일상적인 음식들-그닥 예쁠것 없는 주변 사람들-은 서로 딱붙어있어서 셋중 하나를 생각하면 나머지들도 함께 떠오르게 마련이다. 나에겐 만나면 꼭 쏘맥을 말아먹게(?)되는 동네친구와 모기업의 치킨이 먹고 싶을 때 그리운 사람들과 그 치킨에 딸려오던 떡꼬치와 떡꼬치를 함께 주는 최근 뚫은 치킨집과 연관검색어처럼 연동되는 치킨 파트너 동생, 한때는 좋아했던 로제파스타를 쳐다도보기 싫게 만든 어떤 분이 있다.. 하하하ㅎㅎㅎ

일상에서 만난 아무럴 것 없는 일인데 문득문득 머물러 오랫동안 생각하게되는 소재들. 보통은 휘발되어 날아가는 그것들을 김금희는 꺼내서 참 가지런히도 썼다. 그래서 난 소설속 등장음식(?)들이 먹고 싶어졌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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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날 때면 자기 힘으로 무언가를 하고 있다기보다 마치 밭에서 무 같은 것을 뽑아올리듯 무언가가 자신을 이불 속에서 끄집어낸다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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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살롱을 다시 찾을 것 같지는 않지만 앞으로도 어딘가에서 불현듯 추위를 느끼고 혼자임이 실감된다면 어디든 가장 가까운 곳에 들어가 누구도 기다리지 않고 따뜻한 것, 아주 따뜻한 것을 먹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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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돈가스는 정말 크기가 쟁반만 했고 아주 진하고 풍미가 강한, 그래서 아마도 공장에서 제조된 제품을 쓰지 않을까 싶은 흥건한 소스가 끼얹어져 있었다. 돈가스를 잘라서 우걱우걱 씹다 보니 그 소스는 지긋지긋하고 막막하고 따분했던, 선명한 분노와 어긋남의 결이 있었던 할아버지와의 동거를 떠올리게 했다.
햄버그스테이크가 있는 테이블에서 맡았던 카레 가루 냄새가 여기서도 나는구나, 그러니까 그런 건 어느 누구에게나 있는 마치 공장의 제조 소스처럼 일관되고 표준화된 추억이구나 생각하면서도 콧날이 시큰해졌다. 그건 어떤 이별에 대한 뒤늦은 실감이자 그리움 같은 것이었고 동시에 미안함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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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독서사 - 우리가 사랑한 책들, 知의 현대사와 읽기의 풍경
천정환.정종현 지음 / 서해문집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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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사 자체도 매력있지만, 요런 류의 책안에서는 잘 안나오던 젠더적 관점도 나름 가미되 있어서! 저자들이 업데이트되고 있군!! 싶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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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남자 - 귀남이부터 군무새까지 그 곤란함의 사회사
최태섭 지음 / 은행나무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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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거엿군.. 왜 그렇게 6.9cm에 자들자들 했는지 궁금했는데.. 남자들의 심리를 명확히 밝혀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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