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작스러운 외근. 열차시간이 붕붕 뜨기 때문에 #벵하민라바투트 신간 데리고 나옴. 전작(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을 읽을 때 무척 재미졌으므로 꽤 기대하며 책 펼침.
천재들 이야기는 언제나 흥미로운데, 과학자들이라면 내가 가진 이과에 대한(?) 환상까지 더해져 더더 그렇고. 천재 스스로도 감당 안 되는 발견이나 발명에 대한 장면에서 희열과 함께 덮쳐올 심연+고독의 정서란 범인의 입장에선 부럽지도/않기도 한 것이라 팝콘각 모드로 관전하는 걸로 충족되는 쾌감이 있고. 무엇보다 라바투트식 (시니컬) 농담 좀 내 취향이고.
앞부분의 파울 에렌페스트에 대한 묘사가 요즘 읽는 알튀세르에 대한 증언들과 겹치는 부분이 있어서… 인류의 잘난 천재들 특징 모아서 비웃는 것도 또 재밌다😀
이 부분 읽는데 우당탕탕 솔베이 회의 너무 웃김 ㅋㅋ 노벨 물리학상은 베이스로 깔고 있는 당시 이과천재들이 모두 초 흥분해서 고전 물리학을 처박아버리는/지못미하는 난장판 현장 묘사ㅋㅋㅋ 입니다.
와중에 주인공이 칠판에 쓴 성경 구절 너무 적절하고요ㅋㅋㅋㅋ 다들 멘붕멘붕ㅋㅋ 이런 데서는 또 인간적인 매드 사이언티스트들의 면모가 느껴집디다 ㅋㅋㅋㅋㅋㅋㅋ …!!!
“(27)어쩌면 자연은 정말 혼돈 상태일지도, 명백히 이질적인 것들을 한꺼번에 아우를 법칙이나 계속해서 증가하는 복잡성을 간단히정리할 개념 따위는 정말 없는지도 몰랐다. *자연을 하나의 총체로 인식할 수 없다? 우리 문명은 이 공포스러운 가능성*을 여태껏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파악 가능한. 분석 가능한. 분류 가능한. 정리 가능한. 그러므로 정확하고 확실한. 그 인식(믿음)의 토대를 찢어 발기는 일종의 공황 상태를(어쩌면 환멸을) 한 인간은 아니, 인류는 감당할 수 있는가? 실은 가능하다는 그 확고한 믿음이 오만이었던 것은 아닌가? 양자역학의 모순을 소화하지 못한 천재 *에렌페스트의 우울증으로 1부*는 사라지고,
이어서 컴퓨터는 만들어도 제 손으로 운동화 끈은 묶을 줄 모르는 20세기 최고 천재 *폰 노이만이 2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내가 읽고 있는 시점에서 아직은 젊은. 그의 완전하고 일관된 순수 논리. 수학적 기초.에 대한 야망과 궁구는 어떤 형태로 20세기 초의 비이성/혼란을 감당 혹은 반격하려나.
어쩌면 노이만이 만들어낸 것. 그것이. 결국.
....
?
각각의 이야기들을 엮어서 라바투트가 드러내고 싶어라 하는 모종의 방향이 궁금해 숨을 죽여 읽는 중이다. 근데 이 책의 *3부가 이세돌이여*ㅋㅋㅋㅋ (존to the jam!!!!) 미쳤다. 집에 가면 밤새워서 다 읽을 테다!!!
가끔 나의 독서 예지력에 놀라곤 하는데ㅋㅋㅋ 두둥!!! 이보세요!!! 칸토어 등장 ㅋㅋㅋ!! 내가 이러려고 멜랑꼴리아 정주행하고 바디우 입문서 읽었나 봐!!!! 크하하 ㅋㅋㅋㅋ 수학 공격 미리 당해두길 다행임ㅋㅋㅋ
물리학자와 수학자들은 20세기 초에 이 모든 불확실과 패닉을 견뎌야 하는 난처함에 마주했다는데. 나의 21세기 유튜브 알고리즘 세상은 양자역학 가져와서 끌어당김의 법칙을 설파하는 부자됨의 선지자들이 책 읽자고 떠들고. (기차역 베셀 제목들 훑어보다가 화났음 ㅋㅋㅋ) 뇌과학의 최신 연구라면서 무의식을 발동시켜 자기를 계발하자한다. 광고 잘 먹히는 코드 짜는 데 혈안 된 실리콘 밸리 개발자들은 이렇게 된 김에 화성으로 이주하기 위해 명상을 하고요ㅋㅋㅋㅋㅋ 아우왜. 폰 노이만의 공부법 명상법 뇌운용법은 아직 안 나왔나요? 그걸 80억이 다 같이 해도 기후 위기는 못 막을 거 같다는디ㅋㅋㅋㅋ (내가 한 말 아님. 이거 쓰는데 택시 라디오에서 나온 말임) 진짜 적당히들.
실은 바로 그 인간이 문제고, 정말로는 그런 개별 인간들의 욕망과 충동들이 문제이므로. 이 시점에서 문득 뜽금없이. 라캉!!! 하고 외쳐본다. 우리네 욕망의 중층결정 구조. 거기에. 그것에. 인간의 복잡함에. 난 그게 궁금해. 각자의 불안을 결여를 인정하면. 그러면 되는 걸까요? 충동의 충동은요. 욕망의 욕망은요? 뭐.
여차저차 오늘의 외근은 끝났고.... 눈 부비며 기차를 탔습니다. 독후감 아님 ㅋㅋㅋ 그냥 이동 수단 안에서 하는 폐기처분된 문과녀의 이과천재들 조롱하는 랩 이었숨돠ㅋㅋㅋ
어쩌면 자연은 정말 혼돈 상태일지도, 명백히 이질적인 것들을 한꺼번에 아우를 법칙이나 계속해서 증가하는 복잡성을 간단히정리할 개념 따위는 정말 없는지도 몰랐다. 자연을 하나의 총체로 인식할 수 없다? 우리 문명은 이 공포스러운 가능성을 여태껏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 P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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