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는 나다!’라고 말할 때 존재는 찢어진다. (여기서 존재Seyn는 주체와 객체의 결합을 표현한 말이다) —> 휠덜린의 질문을 헤겔은 아래와 같이 정리하는 데…

p.49 (반성하는 주체를 반성 이전의 존재로부터 분리시키는 비극적 간극을 존재 자체 속으로 옮겨 놓으며)  *‘존재’는 분리가 자신으로부터 자신을 분리할 때 나타난다*.”

여기서 타자화와 대상화의 문제 ㅋㅋㅋㅋ 를 건드리고 싶지는 않고요… 아주 간단한 깨달음을 적고자 하는데😩 혹시, 이 글을 읽는 사람 당신이 헤겔 철학을 읽는 사람이라면… 진지한 서양 철학의 독자들은 다 기독교인 (혹은 천주교인 혹은 종교인?)인걸까요. (지금 멘붕)

그르니까 나 같은 쌩유교걸은 없나요? (내면은 없고 수행성만 있는 본투비유교걸ㅋㅋㅋㅋ 수행성 개념보다 주체와 자아의 개념이 페미니즘 공부하면서 이해하기 더 어려웠던 존재 자체가 포스트모던인자 ㅋㅋㅋ who? 바로 나.)

가설을 세우고 있다. 프로테스탄티즘과 자본주의까지 가지는 못하겠지만. 일기를 쓰지 않는 사람, 기도하는 내면이 없는 사람에게.  근대란? 자아란? 아니 한국의 (플랫폼+) 신자유주의라는 조건이란? 아 우리는 성공하는 개인이 되기에는 너무 너무 너무 집단이(천만 영화) 아닌가. 
질문 하나인데 파생된 질문 백 다섯개ㅋㅋㅋ

서울사람(;;;ㅋㅋ 더는 속지 않을 테다ㅋㅋ)이 되기로 결단하면서 글과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n회 차의 상담을 끝내면서 주체가 되고 자아와 내면이 생긴 기분이더라. 그러고나니 읽는 책들은 모두 해체를... 권하고... 응? 여튼 내가 스스로를 구축/탈구축해 오면서 가장 걱정했던 건. 한국인에게. 나 같은 (신앙이 없는, 돈도 없는, 학부생 정도의 교육만을 받은, 읽거나 쓰는 것에 습관이 들지 않은,  자기만의 방 혹은 사생활을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이 없었던) 사람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 건지다. 

내가 제3세계 유교걸 어쩌고 하는 질문을 할 때면 친구는 여기는 이제 1세계라고 했다. 그러니까 한국의 문제는. 민주화와 산업화(근대화) 모두에 성공해버렸다는 것. 그때부턴 내가 헤쳐온 어떤 상황들이 입체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페미니즘 책을 읽을 때 느끼는 재미(라고 해야 하나. 고통과 쾌락이라고 해두자)는 한국이 겪고 있는 문제를 미리 1세계의 선배들이 다 겪고 싸우고 때로는 엉망진창인 모습으로 치열하게. 무튼 그렇게 살아내고 있었다는 것을 발견할 때다. 그건 현재 진행 중이며. 여성으로서의 나는 그들의 언어와 투쟁에 빚지고 있으며, (“초기 개척자의 사명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읽기로 연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한국에 적용하는 것은 나를 포함한 한국 여성들의 몫이다.) 

지젝이 설명하는 독일관념론(철학) 흥미롭다. 음… 이걸 진지하게 읽는 사람들은 진지하게 이 질문-존재-이 중요했을 종교적 베이스를 갖지 않았을까 하고 추측해 본다. 한국에 이런 책이 번역까지 되어 있는 걸 보면 이게 궁금한 사람들이 공부를 했기 때문일터인데 이런 걸 누가 읽고 왜 읽는지가 문득 궁금ㅋㅋㅋ 존재라니요? 읭??? 심지어. 존재-언어. 그러니까 철학을 왜 공부하는 걸까. (나는 덜 진지한 편… 여전히 말장난 같다는 느낌을 받는 현타가 오는 거다. 중요한 거는 알겠는 데 마음이... 내 ... 마음이.... 대충 띄엄띄엄 읽기로 마음 먹음ㅋㅋㅋㅋ)
책에서 지젝은 최근 헤겔의 진지한 독자이며 관련된 명저를 쓰는 사람들이 모두 여성(말라부, 코메이 + 내가 알기로는 총명한 헤겔리안 주디스 버틀러ㅋㅋ)이라는 코멘트를 달고 있다. 왜 그럴까 나도 궁금하네. 

할튼 실은 라캉의 성차이론이 궁금했던 나는 어쩌다보니 좌파 지젝 less than nothing을 또 지 맘대로 스피박의 전략적 본질주의ㅋㅋㅋ와 겹쳐서 읽는 중이다. 그리고 여기서 이 문장에서의 고집스러운 질문들의 포인트는. 뭐랄까. 내 안에서 헤어지는 것의 어려움 사실은 분리되고 싶지 않음  따위라고 해두자.  

<서백남들이 차린 망하기 직전의 레스토랑ㅋㅋㅋ 표지가 재밌어서 찍어뒀다.>


궁극적 분리는 주체-객체의 분리가 아니라 바로 (주체-객체의) 분리와 통일 사이의 분리이다. 따라서 ‘동일성과 비동일성의 동일성’이라는 공식을 ‘분리와 비분리의 분리’로 보충해야 할 것이다. 일단 이러한 단계를 완수하면 접근 불가능한 재귀 이전의 근거로서의 존재는 사라진다. 더욱 정확히 말하자면, 존재는 궁극적인 재귀적 범주로서, 자기 관계적인 분리의 결과로 모습을 드러낸다. *즉 ‘존재’는 분리가 자신으로부터 자신을 분리할 때 나타난다.* - P49

나는 정신분석과 헤겔 변증법이 상호작용(라캉을 통해 헤겔을 읽고 거꾸로 헤겔을 통해 라캉을 읽는 것)을 통해 서로를 구출하리라는 것에, 익숙해진 허물을 벗고 전혀 예기치 못한 새로운 모습으로 출현하리라는 것에 내기를 걸었다(지금도 마찬가지이다). 다음과 같은 바디우의 주장이 이 책의 좌우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반철학자 라캉은 철학의 재탄생의 조건이다. 오늘날 철학은 오직 라캉과 양립할 수 있을 때만 가능하다." - P53

즉 라캉은 자본주의의 가짜 위반들뿐만 아니라 자본주의 현실이 기반하고 있는 환상들의 진상을 밝혀냈다. 하지만 라캉의 최종적인 결론은 우리는 운명적으로 지배를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중략) 그러니 라캉을 통과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의 큰 과제는 이런저런 버전의 주인 담화에 의해 다시 포획되지 않을 저항의 공간을 명확히 하는 것이다. - P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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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따라온 의혹들 - 로맨스에서 돌보는 마음까지, 찬란하고 구질한 질문과 투쟁에 관하여 앳(at) 시리즈 3
신성아 지음 / 마티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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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촛불, 미투와 엔번방, 팬더믹 이후에 정치와 한국사회가 진지하게 묻고 논의했어야 할 거의 본질에 가까운 질문들. 혹은 읽었어야(읽어 온)할 책들. 페미니즘은 사랑을 없애지 않는다. 기만없는 사랑과 정치를 더 요구하고 기꺼이 책임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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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4-03-25 10: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멈춘 곳에서 다시 시작하자. 모르겠으면 아니 모르니까 책부터 읽자.
 
사랑에 따라온 의혹들 - 로맨스에서 돌보는 마음까지, 찬란하고 구질한 질문과 투쟁에 관하여 앳(at) 시리즈 3
신성아 지음 / 마티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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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ㅠㅠㅠㅠㅠㅠㅠㅜㅜㅠㅜㅜㅜㅜㅠㅠㅠ눈물이 흐른다 뿌에에엥😢😢😢😢😢😢😭😭😭😭😭😭😭😭😢😢😢😢😢😢😢😭😭😭😭😭😭😭😭😢😢😢😢😢😢😢😢😢😭😭😭😭😭

이 책 진짜. 좀 많이 좀 읽었으면 좋겠다. 한국 사회의 젠더 문해력은 똑똑한 여자들을 미치게 만드는 수준이며, 최고 지도자로 선출된 대통령은 윤석열인데다, 결혼율 출생률은 재앙인데… 총선…하…. (정상가족 꾸리기 기력이 없어서 포기당했지만 ㅋㅋ 그래도 한국의 소멸까지 원한 건 아니었던… 내친김에 페미니즘까지 읽어버린 가임기 여성 1인의 한탄. 사실 정말 똑똑한 여자들은 설득조차 하지 않는다. 남을 바꾸는 데 기운빼느니 내 건강 챙겨 살아남지. 그래도 나는 아직 미련하여 이런 거나 충동적으로 끄적이고 있다.)

이런 책 한 권을 곰곰 읽어 두는 게 느려 보이지만 가장 빠른 답 아닐까. 나라 전체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는 나의 망상인가요…. 천만 영화 만들어지는 나라잖아요… 1가구 마다 배포.. 이런 책이 한국에 나왔어요 여러분…. !! 물론 읽는 사람만 읽고 더 똑똑해지겠지… 여성의 똑똑에는 왜 낙수효과가 없나. 아 외롭다, 똑똑하고 모진 나의 길이여ㅋㅋㅋㅋ 국회 앞에서 책 뿌리며 샤우팅 랩이라도 하고 싶네. 

… #신성아 #사랑에따라온 의혹들




가족은 하나의 단일 세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고정된 집단 정체성을 부여받으면서 가장 순수하고 무결한 탈정치의 영역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사실 이곳이야말로 가장 정치적인 곳이어야 한다.(...) 어차피 발생할 싸움과 갈등이라면 서로에게 상처를 남기지 않고 가족이라는 공동체의 기반을 더욱 단단하게 만드는 것이 가정 내 정치의 목적이 될 것이다. - P111

인정투쟁의 개념을 적극 확장한 악셀 호네트는 사람은 인정받지 못하면 분노하고, 그 분노로 사회적 투쟁에 나설 것이라 전망했다. 하지만 ‘여자사람‘은 인정투쟁에 실패했을 때 분노 대신 불안을, 자신의 존재가 지워질 것이란 두려움을 느낀다. 이 두려움은 기어이 자기 희생을 감내하게 만든다. 엄마의 고통과 희생은 모성이라는 이름으로 미화되고 강요된다. 희생의 당사자와 목격자, 수혜자 모두 고통에 무감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정받는 데 실패하면 여성은 제일 먼저 희생의 강도를 높인다. - P114

어느 한쪽이 권력을 독점하고 책임을 회피하면 타협은 결렬되고 정치는 실패한다. 정치의 실패는 사랑을 무너트린다. 그러고 보니 우리는 현실정치에서도 제대로된 타협의 장면을 본 적이 없다. 불행히도 한국 정치는 실패에 실패를 거듭한지 오래다. 가장 최근의 사례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일 것이다. - P119

정부는 과학의 언어를 포장지 고르듯 가져다 쓴다. 진영논리로 무장한 여당은 횟집에서 회식을 하거나 수조물을 떠 마시고, 야당은 대중의 불안과 분노를 정치적 자산으로 가로채려든다. 대체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는 사람들은 일단 소금을 산다. 정치가 우스워졌다. 가장 정치적이었어야 할 의제가 가장 반정치적으로 취급되며 민주주의를 오염시킨다. 이성을 존중하고, 이견을 조정하며, 모두에게 가장 이로운 해결 방식을 찾기 위해 소통하고 타협하자는 최소한의 정치조차 번번이 실패했다. 그래서 정치를 대하는 오늘날의 가장 세련된 태도는 무관심 혹은 냉소가 되어버렸다. 사랑 아니면 혐오라는 양극단의 감정을 동원하며 연명해온 극단의 정치는 일상의 정치를 연습할 기회마저 박탈해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정치는 유용하다. 타협은 패배가 아니다. 부부 간의 대화에 수사학을 동원할 것까지야 없겠지만 정치적 말과 행동은 가장 성숙한 형태의 의사소통이다. - P120

*가족은 가부장을 정점으로 한 수직적 위계질서를 통해 인정중독자들을 무럭무럭 키우는 인큐베이터가 된다.* - P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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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티나무 2024-03-24 19: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진즉에 알아보고 구입하고 손에 넣어 책꽂이에 모셔두었으나 아직 안 읽고 있습니다. 아니 못 읽고 있는 건가. 쉽사리 펼쳐지지 않는데 좋으면서 빡칠 것같고 기타등등 잡다한 감정이 휘몰아칠 듯하여 거리두기하고 있는 중이라는… 그 와중 공쟝쟝님 글(들)을 보고는 더 못 집어들고 있는 중이라는… 🤔

공쟝쟝 2024-03-24 20:33   좋아요 2 | URL
솔직히 말하면 진짜 건조한 책 입니다!! 아주 서걱서걱하기가 듄 모래밭같사오니 겁내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 건조함이 뜨겁지 않냐고요? 차갑게 뜨겁습니다. 드라이아이스로 입는 화상 같은 글이다… (개인적으로는 희진샘 말마따나 넘 잘써서 부러웠다……)

cyrus 2024-03-24 19: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공장쟝님, 제가 방금 노트북으로 알라딘 서재에 들어가서 공장쟝님의 글을 읽어보려고 했어요. 그런데 오류가 발생했다는 알라딘 공지 창이 뜨네요. 그래서 지금 제 노트북으로 공장쟝님의 글을 볼 수 없어요. 그런데 제 폰으로 알라딘 어플과 북플 어플로 들어가면 공장쟝님의 글을 볼 수 있어요. 왜 그런 걸까요? 내일 알라딘 서재지기 게시판에 문의해 보세요. 오류 공지 창은 제가 캡처해서 저장했어요. <사랑에 따라온 의혹들>은 읽어볼게요. 책은 샀는데 펴보지 않았어요.. ^^;;

공쟝쟝 2024-03-24 20:31   좋아요 1 | URL
제 노트북도 비슷한 현상이 있어서 글 밑줄 오타 수정이 안되더라고요, 내일도 그러면 지기한테 물어보겠습니다!! 저만 그런 게 아니었군요…!! 감사합니다.
정말 제 취향의 글이라 호들갑떨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고독한해초 2024-03-24 21: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꼭 읽어볼게요!!!^^

공쟝쟝 2024-03-26 22:13   좋아요 1 | URL
아앗 거칠게나마 리뷰한 보람이 있는 댓글. 감사합니다 ^^

달자 2024-03-25 06: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뜨거운 주제를 차갑게 쓰는 글… 주제는 물론이거니와 스타일 마저도 제 스타일이니 읽지 않을 도리가 없네요,,, 거기가가 이제 공쟝쟝님 후기까지 읽으니 무조건 읽어야 하능,,,

공쟝쟝 2024-03-26 22:14   좋아요 0 | URL
후.. 달자님.. 댓글 퀄리티 무엇잉가요... 댓글이딱내슷하일!! 정확하십니다. 뜨거운 주제를 차갑게 쓴 글!

jungjy8989 2024-03-25 10: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리뷰 고맙습니다
 

무엇이 되기 위해 지금을 포기하지 않을 것. 즉 지금을 가장 중요하게 여길 것.
이것은 어떤 인식을 통해 결론처럼 얻게 된 나를 다그치는 주문인데. (억울하지 않은 삶을 위해ㅋㅋ)
그것은 대체로 *지금 읽는 것에 집중할 것* 🤔으로 현실에서는 기능한다. 

(그 읽는 것이 너무 많다는 건 문제지만 읽고 있을 때는 집중함ㅋㅋㅋ 대신 완독은 포기했다)

드디어 한 달 만에 책상 앞에 앉았다.
잘 있었지, 얘(책)들아? 보고 싶었다... 캬캬...

  

읽을 욕심이 그득그득 찼다……. ㅠㅠㅠ 난삽하기 이를 데 없는 뒤메질 독서.
일단 해러웨이부터 살살 시작!!!! 한다.

헤겔이 마르크스를 짓누르고.
정희진과 함께라면 해러웨이 너무 겁먹을 필요 없고, 가부장과 자본주의는 여성의 광기에 기대고 있으며, 고닉의 관점으로 나는 나를 가르치고… 클라리시 리스펙토르…의 문장은 하아…압도적임. 각종 포스트구조주의 입문서들과 사랑하는 아렌트!💘

어디로 가는지 나는 모른다. 그러나 읽고 있을 때 행복하고 읽고 싶다는 게 내가 느끼는 가장 중요한 욕구.란 걸 이제야 안다.

해러웨이의 ‘회절diffraction개념에 밑줄을 그어둔다. 나라는 몸과 경험을 통과시켜서 풍부하게 읽어낼 수 있는 타인의 삶들. 반사(거울reflection-투사projection)에 멈추는 게 아니라 초점을 긴장시켜 더 깊고 다채롭게 해석하는 것. 그 즈음으로 현 시점 이해를 적어두려 한다.



물리학 이론, 분자 생물학 방법론의 이해보다 내게 중요한 것은 저자의 태도이며(그런 지식은 이번 생에서는 불가능😓) 겸손한 목격자 해러웨이의 특유의 태도(융합, 소설 읽기 방식, 상황적 지식, 부분적 관점 외에도)야 말로 배우고 싶은 페미니스트 지식인의 모습이다. 말이나온 김에 참고로 나는 스트래선과 해러웨이의 우정을 알고 있다.





스트래선이 「부분적인 연결들」에서 해러웨이의 사이보그 이미지를 도입해 인류학적 글쓰기의 의미를 새로운 방식으로 이해했듯, 해러웨이는 「반려종 선언」에서 스트래선의 부분적 연결의 이미지를 도입해 종의 경계를 넘나드는 대화의 의미를 또 다른 방식으로 설명한다. *이들은 상대방에게서 배운 것을 단순히 적용하지 않는다. 오히려 배운 것을 부지불식간에 각자의 방식대로 사용한다. 이런 변용이 가능한 것은 두 사람 각자가 상대방의 논의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 자신의 논의와 맞닿는 지점에 도달하고, 그 만남의 교훈을 내면화하며 스스로의 이야기를 다른 방식으로 읽을 수 있는 관점을 얻었기 때문이다.* 이 두 사상가는 낯설지만 소중한 타자와의 관계 맺음 속에서 스스로가 변형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인류학자 스트래선이 멜라네시아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그렇게 했듯. ‘견주’ 해러웨이는 반려견과의 관계 속에서 관계 맺음의 새로운 지평을 찾아낸다. - P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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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4-03-24 16: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스트래선과 해러웨이의 우정이라니…
발견과 이해를 넘어서는 빛나는 통찰에는 진지한 우정이 필요하다지요.
좋겠다, 해러웨이..
좋겠다, 스트래선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4-03-24 13:19   좋아요 0 | URL
지성미 넘치고 다정한 우정 😛 부럽다…..

난티나무 2024-03-24 19: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색만 조금 다를 뿐 내 책상 위와 거의 흡사한 쟝님의 책상 위. 독서대에 세워뒀던 것까지 같음.ㅎㅎㅎ 이런 말이나 지껄이고 있음.

공쟝쟝 2024-03-24 20:32   좋아요 0 | URL
우리는 같은 책을 많이 올려놓는 지적열망을 감추지 못하는 사람들 😝
 
사랑에 따라온 의혹들 - 로맨스에서 돌보는 마음까지, 찬란하고 구질한 질문과 투쟁에 관하여 앳(at) 시리즈 3
신성아 지음 / 마티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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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늘의 잘한 일:
이 책을 이웃의 글에서 발견한 일.
책을 공유한 문장에 몸을 떨고 당장 도서관에 가서 펴서 읽은 일.
그리고 이 책을 돌보면서, 초조해하면서, 눈치 보면서 읽는(었던) 이들에게 선물한 일.
우리에겐 내 삶을 억압하는 말들을 찢어낼, 삶과 일상과 사유에서 건져올린, 더 많은 단단하고 아름다운 문장이 필요해요. 

언니, 안 읽고 뭐해요? 안 쓰고 뭐해요?



“(100) 그는 알아야 했다. 그를 비롯해 이 시대 남자들의 돌봄에는 알맹이가 없다는 것을.
그들이 사용하는 사랑의 언어는 천편일률적이고, 현실을 외면한 채 관념으로만 존재한다. 그래서 그것은 키치다. 소도시 변두리에 느닷없이 들어선, 먼 나라의 르네상스 양식을 조야하게 흉내 낸 왕궁 예식장 같은 키치다. 책에서 본 성평등을 흉내 내고 아직 실현되지 못한 인간해방을 추종하고 있지만 결국 그 본질은 가부장제인 가짜 성곽이다. 또한 그것은 밀란 쿤데라의 키치, 똥을 부정하다 못해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구는 태도로서의 키치다. 돌봄의 현장은 어디나 처절하고 불완전하며 때로는 똥기저귀처럼 추하다. 그런데 이 체험에 동참하지 않고 부정하며 아름다운 환상으로 돌봄의 정의를 새로 내리는 한국식 라떼파파의 태도가 바로 키치다. 독박 육아의 현실을 부정하고 말뿐인 가사분담, 공동육아를 앞세우며 좋은 아빠이자 다정한 남편으로 행세하려는 허위가 바로 키치다. 그들은 돌봄이 어떤 것인지, 사랑이 무엇인지 끝내 모른다. 이 키치적 돌봄은 “앞은 파악할 수 있는 거짓이고, 뒤는 이해할 수 없는 진리”라는 키치의 특성에도 정확히 들어맞는다. 모성이 타인이 만든 환상이라면 부성은 스스로 만든 키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를 여전히 이해하고 싶다. 용서나 체념은 답이 아니다. 물론 이 모든 것이 그의 잘못만은 아니다. 어쩌면 그는 다른 남편에 비해 부당할 정도로 과도한 비판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또 그가 잘한 것도 아니다. 과연 어떻게 해야 사랑하는 남자가 자행하는 ‘남녀차별’을 철폐할 수 있을까? 내가 힘들 때마다 스스럼없이 기대온 바로 그 어깨에 언제쯤 정치적 잣대도 나란히 드리울 수 있을까? 아포리아다.”


그는 알아야 했다. 그를 비롯해 이 시대 남자들의 돌봄에는 알맹이가 없다는 것을.
그들이 사용하는 사랑의 언어는 천편일률적이고, 현실을 외면한 채 관념으로만 존재한다. 그래서 그것은 키치다. 소도시 변두리에 느닷없이 들어선, 먼 나라의 르네상스 양식을 조야하게 흉내 낸 왕궁 예식장 같은 키치다. 책에서 본 성평등을 흉내 내고 아직 실현되지 못한 인간해방을 추종하고 있지만 결국 그 본질은 가부장제인 가짜 성곽이다. 또한 그것은 밀란 쿤데라의 키치, 똥을 부정하다 못해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구는 태도로서의 키치다. 돌봄의 현장은 어디나 처절하고 불완전하며 때로는 똥기저귀처럼 추하다. 그런데 이 체험에 동참하지 않고 부정하며 아름다운 환상으로 돌봄의 정의를 새로 내리는 한국식 라떼파파의 태도가 바로 키치다 - P100

모성이 타인이 만든 환상이라면 부성은 스스로 만든 키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를 여전히 이해하고 싶다. 용서나 체념은 답이 아니다. 물론 이 모든 것이 그의 잘못만은 아니다. 어쩌면 그는 다른 남편에 비해 부당할 정도로 과도한 비판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또 그가 잘한 것도 아니다. 과연 어떻게 해야 사랑하는 남자가 자행하는 ‘남녀차별’을 철폐할 수 있을까? 내가 힘들 때마다 스스럼없이 기대온 바로 그 어깨에 언제쯤 정치적 잣대도 나란히 드리울 수 있을까? 아포리아다 - P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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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4-03-20 14: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알맹이 없는 돌봄이라도, 그런 돌봄의 시늉이라도 내는 남성이라도, 그 정도면 괜찮다고 생각하는 제가...
한 번 읽어보겠습니다.

공쟝쟝 2024-03-21 10:29   좋아요 1 | URL
이 댓글을 곰곰 생각해보아요. 시늉과 위악과 선의와 의도. 구조와 언어. ☺️🥹

자목련 2024-03-20 17: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자가 출연한 다큐를 보고 책이 궁금했는데 쟝쟝 님은 바로 읽으시네요. 기민하게 실천하는 모습!

공쟝쟝 2024-03-21 10:30   좋아요 1 | URL
궁금하게 많은데 그걸 모참는 조급한 사람을 기민하다 해주시니 몸 둘 바!!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