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이성애에 대해)

너보다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을 만나고 싶어, 
책 별로 안읽는 사람을 만나고 싶어?”

당연히 많이 읽은 사람! 이라고 대답했다가, 아닐..수도..?라는 생각을 하던차에, “많이 읽은 사람은 싫어”라고 하는 이들의 이유에 대해 끄덕끄덕했다. 책을 나보다 더 많이 혹은 책자체를 별로 안읽는의 문제라기 보단,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왜 좋아하는지를 알고 조근조근 이야기나눌 수 있는사람을 좋아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나는 내가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 지, 아직 잘 모르겠고. 굉장히 노력중이고, 노력하는 내가 장하기도하고 짠하기도 해! 이제서야 조금씩 알것 같아서, 알 때마다 알게되서 그게 신기해서 재밌다?🥺”라고 했을 때. 친애하는 동네 친구가 그걸 아직도 그렇게 노력해야한다니! 하며 안타까워했었고. 자기는 어릴 때 부터 싫은 건 너무 잘 알겠어서, 싫고 아닌 것에 대해 손절하며 살아오다 보니, 이모냥인데, 그렇게 털고 자르고 신념대로 살아도 그래도 좋아하는 것들로만 채워지지는 않는다며 결국 비슷한 것 같기도 하다라고 말해줬었다.

*

좋다고 해서 그것과 항상 함께 할 수는 없다는 거, 싫다고 해서 그것을 안보고 안겪고 살 수는 없다는 거. 이제는 안다. 아니, 내가 너무너무 좋아하는 것은 동시에 너무너무 싫어하는 것을 배태하고 있다는 걸 안다. 알아서 다행인 걸까. 왜 나이를 먹어야만 아는 걸까. 데인 데가 쓰라려 조심스러워진 어른은 너무너무까지는 좋아하지 말아야지! 라고 생각한다.

좋은 데, 좋긴 한 데, 너무너무까지 좋아할 기운은 없어. 그러니까 어쩌면 좋고 싫은 게 아니라, 내 에너지를 쏟을 수 있는지 없는 지를 가늠하는 기준이 생겨버려서, 실은 너무너무 좋아할 수 있는 기회를 미리미리 차단하고 있을 지도. 용감하지 않은 거지. 용기가 적어진 거지. 

그래도 좋아하는 것에 대해 왜 좋아하는 지를 재잘재잘 이야기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거기까지 인식이 닿았다는 거니까. 적어도 그것을 왜 좋아하는 지- 어떻게 좋아하게 되었는 지- 자기를 알기 위해 노력했다는 거니까. 그것이 텍스트이든, 음식이든, 음악이든, 연애스타일이든, 이상형이라도. 그런 이유에서 당연히! 많이 읽은 사람! 이라고 생각했던 건. 참고문헌이 많은 사람일 따름이라고. 그게 없는 것 보다는 많은 게 당연히 좋지만, 참고문헌 속에서 자신을 잃어 버린 사람이라면, 차라리 덜 읽은 사람 쪽이 훨씬 나을지도 모르겠다고.

*

같은 것을 좋아한다면 우리가 훨씬 더 좋은 관계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그 사람이 좋아하는 것을 열심히 따라서 좋아해보려고 했던 때가 있었다. 결론은 그 사람과 잘 안되었더라도, 그 좋은 점을 찾으려 노력하는 동안 나는 좀 더 다양한 참고문헌을 갖게 되었다. 곰곰이 뜯어보면 꽤 좋아할만 한게 많은 입체적인 세상에 대해. 나의 단점이 때때로 장점으로 작용하기도 하는 관점들에 대해. 깊이, 뜨겁게 좋아하진 못해도. 넓게 은근하게 좋아할 수는 있어졌어. 그리고 난 그 편이 좋아.🥰

지금 생각해보니, 좋아하는 사람이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함께 좋아하는 건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다른 것을 좋아하더라도, 좋아하는 이유를 열심히 고민하는 부류의 사람이라면, 상처를 주고 받고 결국엔 이별하게 될지라도, 서로의 참고문헌이 되기위해 기꺼이, 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음, 적다보니 이것은 연애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했으나, 친구를 사귀는 조건에 대한 이야기 같다. 생계가 복잡한 어른에겐 너무너무 좋아하고 그에 따라오는 너무너무 미워할 기운과 시간이 얼마없다. 그래서 좋아하기보다는 다양한 좋은 점을 조금씩 많이 소개해줄 수 있는 풍부한 친구들을 사귀는 게 좋은 것 같다. 걔중에 가장 좋아할 만한 것을 골라서 정성스럽게 아껴가며 좋아하자.

*
내가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 지 여전히 잘 몰라.
그런데 좋고 싫어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건 좋아하지.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2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20-10-10 04: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0-11 21: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0-11 21: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0-11 21: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0-12 07: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0-12 07: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0-12 07: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0-12 11: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han22598 2020-10-15 12: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글 좋아합니다 ^^

공쟝쟝 2020-10-15 20:09   좋아요 0 | URL
한님이 좋아하는 모습을 저도 좋아합니다!
 


고운 흰 모래가 펼쳐져있고, 굉장히 깊고 넓어서 끝이 없는 남색빛 바다가 고요하게 일렁이며 파도치는. 고개를 260도 정도 돌려도 곁눈 질로 가늠해야 되는. 묘하고 우아한 아름다움이었는 데, 지금 너는 유명한 감독의 걸작인 공포영화를 보고 있는거라는 이야기를 곁의 누군가 해주었고, 아 현실감이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게 아니라 진짜 현실이 아니었구나하면서 난 계속 영화를 서서 봤다. 나 공포영화 싫은 데, 못보는 데, 이건 안볼 수 없잖아!! 하면서. 아무튼 상상속에서나 보던 바다였고, 상상 속에나 있을 법한 아득한 고요함을 느꼈다.
아침에 깨어나서도 잘 잊히지 않는 꿈은 보통 적어두는 편이다. 툭툭, 나좀 살펴봐줘, 무의식이 내 어깨를 두드리는 거라고 생각한다. 곰곰히 꿈에 대해 생각하다 보면 내가 나에게 보내는 어떤 신호들을 감지할 수 있다(고 믿는다). 압도적이면서도 차분한 아름다운 그 이미지들을 잊고 싶지 않았다.
오늘의 꿈은 이렇게 해석하기로 했다. 나는 지금 무지무지 영화가 보고 싶다. 그렇구나 극장에 가고 싶구나. 오랫동안 영화관을 가지 못했다. 오늘은 금요일이니까, 오전에 모처럼 영화표를 예매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대학원 공부 중인 친구가 물었다. 어떻게 그렇게 지낼 수 있느냐고, 무슨 생각으로 혹은 동력으로 사는가 하고. 힘들긴 한데, 견딜만하다고. 나는 지금 어떤 시기를 지나가고 있다고, 그렇게 생각한다고. 아, 일시적이라고 생각한다는 말이구나. 응, 그래. 언젠가는 끝난다고 그리하여 그때쯤엔 조금은 더 자유로워 져 있을 거라고, 무언가를 익히는 시간이 나에겐 필요한 것 같다고. 그 생각을 하면서 버틴다. 견딘다. 사실은 꽤 억척스럽게 힘을 들인다. 버티는 것은 가능하다. 의미가 없는 것 보다 끝이 없다는 게 더 견딜수 없는 거라는 걸 이젠 안다. 나는 그렇게 생겨먹은 것 같아. 라고 친구에게 말했었다. 오늘은 그 대화가 많이 생각나는 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아워 바디
한가람 감독, 최희서 외 출연 / 인조인간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코로나 핑계대고 운동 너무 안하는 게 맘에 걸려, 운동 뽐뿌기대하며 본 영화였으나... 사는 것에 대한 현타가 왓다..(생의 의지가 10 감소하셨습니다) 오늘의 달리기를 끝내면 내일의 달리기가, 지금의 전투를 마치면 다음의 전투가, 뭐 그런 식으로 끝없이 이어지는 일상이라는 게 베이스고 그냥 저냥 버티는 게 아니라 아주아주 온힘을 다해 힘을 써야하는 데, 좀 힘이 생겼나? 견딜만 하다는 느낌이 들면 더 힘든 코스가 눈앞에. 그렇게 뱃살이 빠지고 근육이 생겨서 건강해진 몸으로 더 힘든 달리기 코스를...
이 끝없는 달리기를 멈추려면!! 죽어야한다!!! (는 영화는 아닙니다만) 여하튼 근육이 뭔가를 해결해줄 거라고 생각했다면 오산이고, 그래도 근육이 생기면, 체력이 좋아지면, 술을 맛있게 마실 수 있다니까..이 번주에는 좀 달려볼까 싶기도 한데.. 비오네?...🌧☔️
너무 힘들었던 불투명한 시간들을 통과하며 지나온 과거의 내가 있고, 문제는 지금도 까마득 하다는 건데,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을테고, 되는대로 멋대로 살더라도 (체력적으로) 너무 망가지지는 말자.. 라는 마음을 먹었던 영화. 그려.. 오늘은 비와도 달려보자.. 🏃🏽‍♀️🏃🏽‍♀️



댓글(8)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북깨비 2020-07-28 10: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운동하니까 오래전에 인스타에서 본 유머가 생각나네요. 의사와 상담중에 갑자기 체중이 불어난 이유에 대해 요즘 운동을 안해서 그런 것 같다고 셀프 진단을 하고 있으니까 의사가 원래 안하던 운동을 계속 안한다고 살이 갑자기 찌진 않습니다 살이 찌는 이유는 뭔가를 먹어서 그렇습니다 라고 아주 뼈때리는 말씀을 하셨는데 ㅋㅋ 제가 요즘 딱 그렇습니다. 자택근무하는 날들이 많아서 집에 있으니까 원래 안하던 운동 계속 안하고 있는데 냉장고 문을 그렇게 자주 열고 있더라고요. ㅋㅋㅋㅋㅋ 저도 빨리 운동을 좀 시작해야 할텐데요. ㅠㅠ

공쟝쟝 2020-07-28 20:26   좋아요 1 | URL
냉장고 문을 열때 스쿼트를 하시면서 열어보시면.. (남일 이라고 막말한다 ㅋㅋㅋㅋ)

얄라알라북사랑 2020-08-18 19:08   좋아요 2 | URL
이런 유머라면 한 번 들어도 잘 안 잊혀질 거 같아요. ˝남 이야기˝가 아니라, ˝제 이야기˝라서요 ^^

공쟝쟝 2020-08-18 19:31   좋아요 2 | URL
오예 저 얄라님께 유머 칭찬 받은 거 맛죠?

수연 2020-07-28 12: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비 와도 달릴 사람들이 누가 있지 했는데 공쟝쟝님이셨어!!! 그 누가!!!!

공쟝쟝 2020-07-28 20:26   좋아요 0 | URL
훗.. 오늘 저는 달릴 것인가...(뒹굴)

비연 2020-07-28 16: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ㅜㅜ

코로나...
저는 쟝쟝님 글이 왜 이렇게 보일까요? ㅜㅜㅜ

공쟝쟝 2020-07-28 20:27   좋아요 0 | URL
ㅠㅠㅠㅠㅠㅠㅠ 통곡 ㅠㅠㅠㅠㅠㅠ 아 정말인지 징징대고 싶은 요즘입니다..
 

SNS할 기운도 없이 바쁜 일상이었는 데, 오늘 단톡방에 공유된 기소내용 보는 순간 분노가 폭발해서 (내 안에 아직 에너지가 남아 있었다....) 뭐라도 하자 싶어 해시태그도 운동도 동참하고 공유받은 글들 재공유해봅니다. (극혐혐주의) 비록 오늘 나의 인류애는 (또 다시) 개박살 났지만, 무기력해지고 외면하고 그냥 넘어가면 정말 범죄자들이 활개를 치고 돌아다닐 것 같아서ㅜㅜㅜㅜㅜㅜㅜㅜ #손정우_미국보내 #손정우송환거부사법부규탄

대체 누가 손정우 조주빈 같은 놈들을 키웠나 궁금했는 데, 성착취물 소비에 환장해 돈 갖다 바치는 그남들 + 마치 한패인양 관대하게 처벌해온 사법부의 합작품이 확실하네요.. 이번 판결 보니 알겠어.... #사법부도_공범이다 #강영수대법관후보자격박탈하라 #n번방은_판결을_먹고_자랐다

10억 주면 1년 감빵살이 할 수 있다는 사람들이 천지 삐까린데 1년 6개월 살고 군면제 받고 40억이라.... 앞으론 성착취 영상 팔이 너도 나도 해볼만 하겠다 싶겠다.. 그쵸? 🤔

이 와중에 똥오줌 못가리고 성범죄자 모친상에 대놓고 조화를 보내는 행정부의 수장 대통령, 굳이굳이 안희정이 손잡고 눈도장 찍고 오는 여당정치인들까지... 아주 입법사법행정 삼권분립 골고루 공평하게도 빻아서 진짜 돌아버리겠는 여혐민국의 오늘이지만.......

당신과 함께 분노하고, 그 힘으로 무기력을 이겨내고 싶어서 이 글을 올려봅니다. 

(올릴까 말까 진짜 고민했지만 그래서 올립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