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혼입니다만, 그게 어쨌다구요?! - 결혼이 위험 부담인 시대를 사는 이들에게
우에노 지즈코.미나시타 기류 지음, 조승미 옮김 / 동녘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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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가지 띵문이 많았지만 사진 속 구절과 아래 구절이 와닿았다.

˝연애로 결혼했다고 하면서 자신이 고른 남자와 그만한 커뮤니케이션도 못하는 여자가 어떻게 아이와 마주할 수 있겠어요˝ (p.135)
“특별히 소통할 능력이 없어도 부부가 되고, 부부가 되어 부모가되는 결혼이 지금도 계속 되니까요.”(p.136)
˝부부관계는 성인 남녀의 관계니까 그 관계에서 어떤 결과가 돌아오든 자기 책임이라고 해도 괜찮아요. 하지만 아이는 안 됩니다. 자식과 관계를 잘 못하는 어른들이 나오면, 아이에게 영향을 미쳐요. 아이와의 관계는 귀찮다고 해서 끝나는 문제가 아니거든요.˝ (p.148)
˝소통을 귀찮아하는 사람들이 결혼을 안 하게 되었다는 것은 소통 없는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는 경우가 줄어든 다는 얘기죠. 이는 다음 세대에 태어날 아이들을 위해 좋은 일이에요. 소통을 안하는 사람들은 부모가 되지 않는 게 나으니까˝ (p.154)


대체적으로 비혼을 선택하는 사람들 중에서 소통을 어려워/귀찮아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이렇게 비혼을 많이 선택하면 국가적으로 손실 아니겠냐는 질문에 대한 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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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에서 부부가 될자격 부모가 될 자격은 “돈”이나 “자산” 보유량이 1차적 관문이다. 그래서 사랑할 줄 모르고 민주적이지도 않은 이들이 1차적 기준만 패스하면(패스 못해도 사랑한다는 근거로), 자연스럽게 부부와 부모가 되려한다.

쇼윈도우 부부, 남편을 설득하기는 포기하고 소통을 자식에게만 하려는 엄마, 사랑의 매를 때리며 인권을 삭제해 버린 부모-자식관계. 그런 가정에서 자라나 제대로 사랑할 수 없는 사람들이 또 가족을 이룬다. 그런 사회에서 자라나는 아이들. 한 개인에게도 불행이지만 그런 가족들이 재생산되고 있다는 것은 가히 재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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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가 될 수 있을 만큼 건강한 소통능력이 있는가? 자신에게 자문해 보았다.
아직 없다. 나의 배우자로 상정했던 그 역시 그렇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소통능력, 있는 그대로 듣는 능력, 자신이 원하는 것을 알고 정확하게 요구하는 능력. 그것 부터 갖추기 위해 노력해야겠지.

그때까지는 결혼할 생각도 부모가 될 생각도 하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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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주정뱅이
권여선 지음 / 창비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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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여선작가의 '안녕주정뱅이'라는 단편소설집이 있다. 1년 전쯤에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샀다. 제목이 나한테 인사하는 것 같았다. 주정뱅이. 내 20대에서 술을 빼면 뭐가 남을까. 술김에 한 다짐과 그것이 술김에 한 객기가 아니었다는 증명을 위한 하루와 그 하루가 힘겨워서 나에게 주는 술과. ...


어제 다지가 물었다. “언니, 혼자 살아본 적 있어요?”, “한 1년 반에서 2년쯤 고시원에서 지냈던 것 같은 데. 그것도 혼자라고 할 수 없는 것이 그때의 난 관계중독이어서.... 항상 사람들과 함께 있었어.“

혼자살기. 작년이 절호의 기회였지만, 동네로 이사온 어벙이와 거의 매일 같이 지냈고 얼마안가 동생의 원룸 계약이 만료되면서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11월부터는 오빠랑 함께 살고 있다. 물론 반려묘도 같이(지금도 내 옆에서 그루밍중). 이번 생에서, 앞으로도 완벽히 혼자 가능 성은 별로 없는 것 같다..

혼자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그런데 오빠가 출장을 갔다. 오예 찬스다.
오늘 부터 일주일, 난 혼자 살아볼테야.

*


아침에 일어났는 데, 나 한 사람을 위해서 밥한끼를 지으려니 너무 귀찮았다. 동생들 한테 전화했더니 이미 먹었다고 한다. 심각해졌다. 밥을 할까 말까. 영화 '리틀포레스트' 속의 김태리 처럼 나 자신을 위한 건강한 한끼를 선물 할 수도 있었을 테다. 하지만 귀찮았다. 결론은.. 아침부터 어제 친구들과 먹다 만 와인을 역시 먹다 만 안주와 함께 비우기를 선택. 와인 병 바닥을 보고 나니, 급 소설이 생각 나서 다시 읽었다.

<안녕 주정뱅이> 속 단편 <이모>는 말기 암 환자다. 맞딸이었던 그녀의 헌신을 끊임없이 강요하는 가족들에게 어느 날 찾지 말라는 선언을 하고 떠나와 홀로 여생을 살아가고 있다. 암치료는 거부했다. 이모의 하루는 단조롭다. 도서관에서 한권의 책을 끝마칠 때 까지 읽는 것과 중간에 집에 와서 자신을 위해 정성스러운 한끼를 차려서 먹는 것. 주말엔 소주 한 병을 천천히 비운다. 그녀는 죽기 전까지 그렇게 살고 죽었다.

소설의 마지막 장에 1년 전 내가 적어 놓은 메모가 있었다.
[’자신’이 없는 삶. 늦게라도 자신 만을 위해 살고 싶어했던 이모.]

‘투사’일지도 모르겠지만, 일년 전의 나는 소설을 그렇게 읽었나 보다. 책 읽기와 밥 지어먹기. 생각해 보니 그 두 가지 말고 자기 자신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은 것 같다. 아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 두 가지 조차 자신에게 해주지 못하는 채로 살아가고 있을까.

나조차.

*

나 자신을 위한 한끼를 차리는 것이 비생산 적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고 보니 19살 집을 떠나와 대학에 입학하고 부터는 계속 그래왔다. 얇은 지갑 앞에서, 가파른 일과 속에서, 바쁜 시간들 때문에. 나는 계산했고- (계산의 결과) 혼자 끼니를 때워야 할 때면 인스턴트 아니면 굶기를 택했다. 속이 허했고, 무언가 쫓기듯 바빴다.


리틀포레스트에 김태리가 “배가 고파서 내려왔다”는 대사를 할 때 울컥 눈물이 터졌었다. 그 허기를 잘 알고 있다. 엄마 밥이 언제나 그리웠다. 그 정체가 맛이나 반찬의 종류가 아니라 사랑이고 정성이었다는 것을 깨닫는 데는 좀 더 시간이 걸렸지만. 20대 이후 내가 먹고 산 것의 대부분은.. 먹어도 묘하게 허기지던 그 사랑없는 음식들.

누군가를 위해서는 몇 시간짜리 공들인 요리도 할 수 있으면서.
자신만을 위한 한 끼를 정성들여 지어 먹는 것. 그것이 왜 그렇게 사치 같았을까.
고작 하루 혼자였던 주제에.
나의 얄팍한 ‘자기애’에 대해 깨달아 버린 듯.
스스로를 위해서 해줄 수 있는 좋은 일, 이라는 게 기껏해야 늘어지게 낮잠을 자는 것 말고는 없다는 사실에 자괴감이 밀려왔다.

아직 혼자있기 능력치는 부족 한 것 같다.
내일은 나를 위해 차를 끓이고, 음악을 틀고, 책도 좀 읽고, 운동을.. 청소도.. 빨래도.. 아 고양이 똥부터 치우고.. 무튼.

사랑하자!! 혼자있어보자!!!
sns도 좀 끊고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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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의 사랑 문학과지성 시인선 16
최승자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8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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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좋아하는 시, 


사랑하던 기억이 사무칠 때면. 팍팍하게 남은 몫을 살아가는 것만이 남겨진 것 같을 때면. 

내게도 꽃잎 같은 시절과 그래서 더 상처로 남은 순간이 있었다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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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어째서 그를 견뎠을까 [현남오빠에게]
우리에게도 계보가 있다 - 외롭지 않은 페미니즘
이민경 지음 / 봄알람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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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출근 길에는 연극배우 엄지영씨의 미투운동을 유튜브로 보면서 눈시울을 붉히고. 늦은 퇴근 길에는 올해는 참 추웠던 2월 이었지, 봄을 상상했다. 곧 꽃이 피겠구나. 그리고 조금은 낙천적이어졌다. 


2월과 함께 시작된 #metoo 운동은 당분간은 지속될 것 같다. 공작에 놀아날 수 있다, 자기 파괴적으로 성과 없이 끝날 것이다, 여러 예언과 걱정이 유행이므로 나도 예언을 해야겠다. 그 치들이 기대하는 모습의 적폐청산은 아닐지라도,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모습으로 한국사회는 분명히 달라질 것이다.

제지 당하지 않아 독버섯 처럼 피어오른 사적인 그 폭력들은 오늘의 대대적인 ‘폭로’앞에서 잠시 움찔 한 후, 얼마안가 나름의 연명을 도모할 지도 모르겠다. 100% 그리 할 것이다. 그들은 바뀌지 않겠지만, 지켜보는 우리는 변한다. 이미 변했다. 특히 지금을 경험하고, 참여하고 있는 보다 어린 친구들이.

가장 사적인 곳에서 횡행하는 성폭력을 포함한, 인식조차 못했던 위계 폭력, ‘암묵적인 동조’ ‘말할 수 없는 분위기’, 우리를 침묵하게 했던 일상의 부당함들을 - 느끼고, 인지하고, 말하고, 싸우는. 어쩌면 자신의 존엄이 훼손되는 순간을 절대 참지 않는 새로운 세대들이 자라날 지도 모른다.

87년 이후에 자란 우리가 아주 조금의 국가에 의한 물리적 폭력도 예리하게 감지해 내고 동시에 참지 못하는 것 처럼. (영화로 보면서도 상상이 가지 않았다. 국민을 오라가라 하면서 불심검문을 하는 경찰이라니.)

그래서 중요하다. 말해지지 못한 여성들에게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들의 계보를 그리는 일은. 여성운동이 역사를 감각하며 현실을 바라보는 일은.

#페알못의페미니즘책추천 
2번째는 #이민경 의 #우리에게도계보가있다 (접근,난이도 별 ★☆)

사실 쉬운 책이지만 이민경씨의 책이 그렇듯 다분히 실천적 입장에서 씌어졌으므로, ‘아직 나는 페미니스트가 아니다’인 사람에게는 선동적이라는 인상을 줄 것 같아 별 반개를 추가했다. 부제는 “외롭지 않은 페미니즘”이다. 일제시대 부터 시작된 우리나라 여성운동의 계보를 그렸다. 문제집처럼 풀어가는 방식이 새롭다.


"(p.85)
항일운동에 참여한 여성들은 항일운동을 하면서도 집에 돌아와서는 어머니이자 아내로서 가사를 도맡아야 했다. (...)이토록 많은 관문을 넘었음에도, 여성이 이룬 성취는 오직 여성의 성취라는 이유만으로 오롯이 인정받기까지 또 한 번 높은 문턱을 넘어야 한다. 제주잠녀항쟁은 3대 항일투쟁 중 하나임에도, 여성들의 자주적인 항쟁이라는 이유 때문에 ‘감정적인 판단으로 항쟁을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아야 했다. 동일방직 노동자는 남편에게 빨갱이라며 맞아야 했다."


형법은 95년까지 “강간과 추행의 죄”를 “정조에 관한 죄”라고 칭했다. 내가 당한 강간과 추행을 현재 혹은 미래의 남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여겼다는 것이다. 웩, 후지다. 근데 바뀐지 얼마 안됐다.
93년 신정휴 사건이 있기 전까지 우리나라에는 “성희롱”이라는 말 조차 없었다고 한다. 
그럼 그 전까지 성희롱은 뭐라고 불렸냐고?
글쎄.....

몇페이지 안가서 한가지 깨달음이 온다. 아, 그리하여 여성운동을 언어를 획득하는 운동이라고 하는 것이구나. 뭇 남성들이 미러링에 그토록 민감했으며, 기를 쓰고 “여혐”을 “혐오가 아니다”라며 번역을 잘못했네 어쩌네 딴지 걸고, “한남”이란말 쓰지마 빼액-- 했던 것은 자신들의 기득권이 위협받고 있다는 예리한 무의식적 촉수였던 것!! 소오름! 그러므로 저자는 말한다. 우리는 여성들의 움직임에 이름 붙이고, 말하고, 쓰고, 그것을 기념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의 작은 승리는 모래 밭에 남는 발자국 처럼, 분명히 존재했으나 금새 지워진다.“

"(p.135-6) 페미니즘은 갓 생겨난 것처럼 여겨지곤 한다. 늘 갑작스럽고 놀랍고 새로운 사상처럼 취급받는다. (...)비슷한 이야기로, 여성에게는 역사가 없다는 말이 있다. 혹은 ‘논의가 발전적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똑같은 소리만 되풀이하는 것이 페미니즘의 한계라 지적하는 이들도 있다. 그런데 그런 ‘똑같은 소리만 되풀이하는’ 페미니즘을 주장하는 페미니스트는 언제나 돌연하고 당황스러운 존재 취급을 받는다. 혹은 현실을 모르고 공허한 소리를 하는 이, 낯선 불청객으로 여겨진다. 느닷없이 나타나 편안하던 세상을 불편하게 만드는 존재다.
그러나, 이들의 목소리는 처음부터 있었다. 그리고 앞에서 보았듯 세상은 분명 변했다. 정말 낯설던 이들의 목소리는 이제 조금 덜 낯설어졌다. 여전히 오래전의 그들과 똑같은 소리를 해야만 하는 이들이 있지만, 오늘날엔 조금 덜 외로워졌다.

(p.144) 우리는 앞으로도 뒤로도 간다. .. 상식은 그렇게 때로 천천히, 때로 빠르게 세를 넓혀간다. 운 좋게도 지금 우리는오랜 시간에 걸쳐서야 느낄 수 있었을 그 흐름을 눈 앞에서 압축적으로 보고 있다. 어떤 목소리는 설득력을 잃고 어떤 목소리는 힘을 얻어가는 일관된 흐름을 목도하는 일이, 당장 누구의 목소리가 더 힘이 센지 가려내는 일보다 중요하다."

먹고 사는 일 때문에 전공과 관련 없는 근현대사 공부를 종종 해야할 때가 오는 데, 어렵긴 하지만 그래도 역사공부를 하면서 좋은 것이 하나 있다. ‘고마움’에 대한 감각이다.

내가 살지 않은 어떤 시기의, 내가 모르는 어떤 사람들이, 보이지 않은 희생과 헌신을 했기에, 이나마라도 지금의 내 삶이 존재하는 구나. 좋든 싫든 나는 그들에게 빚을 지고 있구나. 미안하고, 숙연하고, 감사한 마음.

이 책을 읽고 그 고마움이 네 배가 되었다. 역사 책에서는 잘 적어 주지 않았던 ‘여성’들의 이야기를 새롭게 발견하게 된 것 만으로도 원래의 감사에서 x2가 되었고, 내가 여성인지라 그 기쁨이 바로 내 역사로 느껴져 두배 더 이득인 기분이었다. 언니들! 스스로를 위해 싸워주어 고마워요!

"(p.161-62) 더운 여름에 소기의 성과를 거둔 이화여대 시위 현장에 대한 소문 하나가 흥미를 끌었다. 이대생들이 구비해둔 물품이 넉넉하고 디저트까지 제공되어 현장이 아주 쾌적하더라는 말이었다. 또한 이들의 시위는 대표가 없이 모두가 함께 참여하느라 의사결정이 느리게 진행된다는 점에서 ‘느린 민주주의’로 불리기도 했다.
(...) 기시감이 들었다. 비슷한 무렵에 진행되던 페미니즘 펀딩 프로젝트는 대부분 순조롭게 성사되고 있었다. 여성들끼리 일을 진행하면서 따로 대표를 두지 않았던 다른 경험이 떠올랐다. 이들의 방식이 우연하게도 친숙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책을 쓰기 위해 자료를 찾아나가는 와중에 알게 되었다. 친숙함은 우연이 아니었다.
제대로 전해지지 않았을 뿐 우리는 원래부터 이랬다. 동일방직의 부당해고가 알려지자 사람들은 해고자들을 응원하며 생리대를 비롯한 필수품을 전달했고, 차미리사가 순회강연을 할 때 여성들은 쌈짓돈을 모아 학교를 세웠다. 찬양회에서 세웠던 학교도 또 다른 학교도, 국가가 지원하지 않았지만 사비를 털어 운영하다가 망하곤 했다.
역사에서 여성의 경제적 지위는 언제나 변함없이 열악했다. 그러나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았고 여력이 되는 대로 지원했다. 그리고 대표가 없던 것도 역사가 길다. 정해진 규칙이나 대표 없이 게릴라로 행동했던 영 페미니스트의 기록, 대표를 색출하려는 외압에 맞서 주동자는 없다고 소리쳤던 동일방직의 시위를 찾아냈다. 여성들의 움직임은 언제나 새롭고 낯설고 당황스럽게 받아들여졌지만, 근본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일부러 계승하지 않았어도 자연스럽게 이전의 움직임을 닮아 있었다. 여성은 여성으로서 자신의 계보를 알지 못한 채로도 끊임없이 움직였다. 나는 우연한 기회에 우연한 듯 반복되는 우리의 원형을 찾았다. 마치 단 한 번뿐인 듯 계속 이어지는 것, 이것이 우리의 움직임이었다."

책의 마지막 부분.
기록 될 기회 조차 박탈 당한 여성의 움직임이, 이렇게나 비슷하게 이어지고 있었다는 것이 감동적이어서 책을 덮고 울었다. 그렇게, 없는 것 처럼 지우려고 해도, 우리는 있었다.

어제 뉴스에서 엄지영씨가 말했다. “오달수가 그 일을 없던 일 처럼 말하는 것을 용서할 수 없었다”고. 없는 일이 아닌 데, 말하지 못하게 했기에, 정말로 없는 일 처럼 되었던 여성들의 역사와도 맥이 닿아있는 증언이었다. 그녀가 “내가 침묵해서, 가르치는 학생들이 이 일이 없는 줄 알고 모르고 연극 생활을 하다, 같은 일을 겪게할 수는 없어서 공개했다”며 울먹거릴 때, 나도 같이 울먹거렸다. 아마, 영상을 본 대다수의 여성은 그랬을 것이다. 공감하려 애쓰지 않아도 우리는 저절로 공감한다. 쥐어짜낸 용기가, 그 억 막히는 고백의 순간이 얼마나 아렸을 지.

없지 않다. 우리에겐. 역사가 있고, 계보가 있고. 움직임이 있었고.
그것이 이어져 오늘의 우리들이 있다.
있었다.

있는 것을 ‘있지 않다’고 우겨온 자들의 오만한 세계에 천천히 금이가고 있다. 
겨울은 물러나고 봄이 온다. 조금은 견디기 힘들었던 2월이 가고. 3월이다. 꽃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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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깨비 2018-03-01 16: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공장쟝님 리뷰를 읽다가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미투운동 정말 좋아요. ㅠㅠ

공쟝쟝 2018-03-02 15:01   좋아요 1 | URL
˝없지 않고 있다..˝ 라는 말을 하는 것이 왜 그렇게 목소리가 떨리는 것이고 눈물을 쏟아야 하는 것이 되었는지요. ㅜ_ㅜ 분명히 세상은 더욱더 좋아져가야 한다는 생각입니다.ㅜㅜ

 


신자유주의로 조각나버린 사회에서 관계의 구원이란 only 연애. 경쟁 , 경쟁, 경쟁 속에서 목을 축일 오아시스 일 거라 믿었던 그 관계 마저도 안타깝게도 .. 사회의 반영.

오히려 사적이기에 더 안전할리없다. 데이트 폭력과 리벤지포르노, 안전이별. 가장 두려운 폭력이 서식하는 곳이 연애가 되버렸다. 구원의 파탄. 최후의 배신. 마음둘 곳 없는 공포, 상처.

지금의 페미니즘은 성차별과 성역할에 따른 문제제기라기 보다는 살면서... 살면서, 사랑하면서, 관계 맺으면서, 인간으로 살고자하는 처절한 분투로 보이기까지한다.

근데, 이 책 10년전에 처음산 페미니즘 책인데........ 너무 어렵다. 포기 (보류) 10년동안 안들여다 보고 있다가 오늘 동생한테 니책아니야..? 했는데, 내책으로 밝혀짐. 심지어 밑줄도 그어져있었다. (것도 내가 그엇다 ㄷ ㄷ ) 기억났다. 대학다닐 때 페미니즘 멀리한 이유... 어려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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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8-02-23 12: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미니즘은 어려워져야 합니다. 사회가 변할수록 복잡한 상황들이 생기듯이 그에 따라 페미니즘 담론도 복잡해지고, 다양해져요. 그럴 때 페미니즘에 관한 다양한 목소리들이 나옵니다. 목소리들의 내용이 서로 다르더라도 겹치게 되면 페미니즘 담론 수준이 한층 더 높아질 거로 생각합니다. 만약 페미니즘이 쉬운 학문이었으면 지금처럼 발전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공쟝쟝 2018-02-23 16:21   좋아요 0 | URL
관심이 생겨서 공부를 하려고 해도 무엇부터 읽어야 할지 감도 못잡겠더라구요. 10여년전에 처음으로 읽어보려던 입문 책이 막히니까 그 뒤론 ...
이제라도 마음잡고 보려는데 역시ㅜ어려워러 엄두가..나지는 않지만 천천히 읽어가 보겠습니다! 댓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