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책을 <감정의 문화정치>로 할지 <가치 있는 삶>으로 할지 고민 중이다. 아마 다 읽게 된다면 감정이 되겠지만. 가치를 올해의 책으로 남기고 싶어서 홀딩한 상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6장. 책임의 윤리학


그런 책들이 있다. 제대로 읽기 위해서 내 삶을 바꿔야 하는 책들이. 그리고 그런 책이 있다. 나를 바꿔 온 까닭이 이 책을 읽어낼 수 있기 위함이었다는 알게 하는 책들이. 그러니까 읽다 보면 그런 저자들을 만난다. 내게 전자는 정희진. 후자는 미셸 푸코. 아직 다 읽지는 않았지만 (전자일지 후자일지 물음표인) 사라 아메드. 살아남기 위해 굳혀버렸던 나의 감정을 풀어헤쳐 이해하고 내게 가능한 수준의 언어의 형태로 바꿀 수 있을 때까지. 이제 나는 (정희진의) 몸으로 읽는다는 말을 안다. 감정은 (이성의 반대가 아닌) 체현된 사상이라는 문장을 몸으로 산다. 


그러니까 애석하게도 나라는 인간에게 기억이 윤리적 장치였던 것이다.


삶에서 (때로는 역사에서) 어떤 단절과 비약을 염두에 두지만, 단절은 망각이 아닌 기억을 전제한 것이어야 한다. 잊지 않는 까닭이 있다. 반복 강박은 삶이 보내는 신호다. 내겐 다르게 살기 위한 숙제 같은 거였다. 물론 망각은 중요하다. 그것은 새롭게 살 수 있는 여분의 가능성으로 기능한다. 그러나 기억도 중요하다. 기억은 윤리적 장치다. 스스로가 해로운 인간으로 기능하지 않기 위해. 그렇지 않았다면 진작에 잊어버렸을 것이며, 몸을 다 지워버렸을 거다. 


“(189) 기억한다는 행위는 충실함을 의미한다. 기억은 어떤 사건을 우리의 의식에서 지워 내고 싶은 유혹에도 우리가 그 사건이 남긴 흔적과 함께 살아가도록 하는 윤리적 장치라고 할 수 있다.


(190) 사실 내가 현재에 충실한 삶이라는 이상을 보편적인 삶의 철학으로 대중화하려는 시도가 너무나 근시안적인 접근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우리가 자발적으로 과거의 지혜를 낭비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중략) 우리에게는 현재 가지고 있는 욕구의 관점에서 과거를 다르게 읽을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며, 우리가 욕구를 더욱 잘 충족시키기 위해 과거를 활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이것이 희미해져 가는 과거를 영감이 가득 깃든 삶의 양식으로 바꾸는 것이 때때로 가능한 이유다.


(191) 현재를 충실하게 산다는 이상은 (중략) 우리가 현재에서 과거의 흔적을 더욱 몰아낼수록 과거를 능가할 수 있을 거라는 잘못된 전제에서 출발한다. 이 책이 주장하는 것은 정반대다. 과거가 현재의 삶을 통제하지 못하게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정신을 바짝 차리고 현재에 당면한 문제와 과거의 관련성을 지속적으로 의식하는 것이다. 물론, 이는 쉽지 않다. 과거가 지닌 무게를 이런 식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분명 엄청난 용기를 필요로 하며, 특히 대인 관계에 있어서 더욱 그러하다. 우리가 오직 타인이 존재하기 때문에 자아를 갖는다는 사실, 기질의 발달뿐만 아니라 개인의 생존이 타인의 존재에 의존한다는 사실이 우리를 그렇게 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이는 우리가 타인을 대하는 방식에 근본적인 책임을 지도록 하며, 이 책임은 도덕적인 사고 과정을 처리하는 의식적 세계 너머의 무의식적 열정이 머무는 뒤죽박죽 지하 세계까지도 닿는다.


(193) 우리도 우리 자신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 것처럼 타인들도 똑같이 그러하다는 것을 이해”



무의식적 열정과 뒤죽박죽 지하 세계. 마리 루티 답다. 무의식이 강요한 일에 대한 책임까지도. 


잊는 것을 어려워하는 사람에게 인생의 어느 시점에서 맞춤하게 찾아와 나 자신을 해석하게 하는 독서라는 노동은 감사하고 즐거운 일이다. (모두가 나처럼 읽지는 않는다는 건 내게 자존감이 되었다.) 


나는 내 삶을 잘 책임지고자 한다. 그건 오직 나 하나일 테지만 나와 관계 맺은 모든 것과 때때로 내가 잊어버린 그러나 잊지 않으려 하는 기억들과 관계된 일이라 가끔은 벅차고 난망하게 느껴진다. <다시 페미니즘의 도전>을 읽고서는 쿨내 진동하며 아예 다 잊고 살고 싶은 마음과 싸워야 했다.  하지만 부끄럽지 않게 사는 일은 충분히 넉넉히 부끄러워하는 일이겠지. 우리는 부끄럽기 싫어서 사과하고 싶지 않아서 더 무자비하게 망가져가는 게 아닐까. 가끔은 정성들인 것들을 대범하게 망칠 필요도 있지만. 어쨌든. 반복하지 않기 위해. 어떤 전제를 흔들어야 하는 것이고. 다른 각도로 살펴볼 수 있게 될 때까지 멀어져야 하는 것이며. 멀어지는 것은 달아나기 위함이 아니라 마주보기 위함이라고. 


상처를 기억하는 것. 지금의 삶이 요구하는 것에 맞추어 다르게 읽어내며 기억하는 것이. 내게는 #가치있는삶 처럼 느껴진다. 나는 과거와 다르게 읽을 수 있는 몸으로 나를 만들어왔으니까. 그러니까. 내가 읽고 싶어 한다는 걸 알았다. 다르게. 어제와는 조금 다르게. 계속 이렇게 살면 되는 걸까. 더 웅크려있기를 처방했던 23년도 딱 16일이 남았다.

기억한다는 행위는 충실함을 의미한다. 기억은 어떤 사건을 우리의 의식에서 지워 내고 싶은 유혹에도 우리가 그 사건이 남긴 흔적과 함께 살아가도록 하는 윤리적 장치라고 할 수 있다. - P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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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23-12-15 14:0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멀어집시다. 마주봐야 하니까. 후후후. 올해는 제 인생에 두고두고 기억에 깊이 남을 한 해인데_ 내 생에 중요하고 중요한 두 사람을 만났기에. 그 중에 한 명은 쟝님입니다. 쟝님과 만나 읽기와 쓰기에 대해서 가벼이 여기던 마음을 좀 접을 수 있었습니다. 내내 읽고 사유하시어 이 게으르고 게으른 중년의 손을 놓지 말아주소서.

공쟝쟝 2023-12-15 14:14   좋아요 2 | URL
아 나란 얼마나 진지한 독자인가.
저는 *과정을 쓰는 것*에 대해 배웠고. 읽고 쓰지 않고 느끼는 법도 배웠고. 무엇보다 수이님 아니었으면 *사랑*이라는 탐구주제는 10년 뒤로 미뤘을 듯. 저 정희진의 공부가 꼽은 올해의 인물 ‘구독자’인데요. 이 훌륭한 제가 꼽는 올해의 인물도 ‘수이’언니 할게요! 서로 나눠주는 거 아니고. 정말로 많이 배웠어요. 제가 워낙 잘 배우는 사람이긴 한데 쑥쑥 크는 건 역시 알라디너 언니들 때문이다!!! 내년에도 잘부탁합니다!
 


드디어 왔다…. ㅠㅠ


선생님 공부 열심히 할게요. 사실 저는 뭐든 열심히 하는 게 평생 문제였는 데… 

샘께서 몸소 실천해 보이시 듯 #정희진의공부 란, 열심히 해야 하는 것!

서문에 거다 러너 인용해 주셔서 내 안의 지적 오만이 하늘을 찌르네요. 연말 선물 감사합니다 💕



“(19) 또한 서구 여성사를 개척한 거다 러너의 말대로, 여성/사회적 약자들은 자기 동료의 글을 모르고/읽지 않고 ‘초기 개척자의 사명’을 반복한다. 여성의 글은 인용하지 않는다. 여성의 지식은 제대로 계승되지 않는다. 그러니 언어의 발전이 없다. 나는 이 문제가 사회적 약자의 결과가 아니라 원인이라고 본다. 이 글을 부록으로 게재한 이유에는 이러한 문제의식도 있다.


(20) 여성학, 여성 운동은 모든 담론과 마찬가지로 언어의 경합을 통한 생산적인 갈등 없이는 진전도 없다. 한국의 여성주의가 나아감 없이 여성의 생존의 목소리가 왜곡되어 미소지니의 타깃이 되지않기를 희망한다. 나는 여성의 공부, 다른 언어, 남성 사회가 못 알아듣는 언어가 최고의 저항이라고 생각한다. *남성 사회의 질문에 답하지 말고, 그들이 못 알아듣는 새로운 언어로 말하자*.”



내가 추구하는 공부다.

쓸님이 <정희진의 공부> 어록 정리해 주신 거 읽다보니 더 감동적이라 링크.

https://blog.naver.com/iskii82/223276894061


나는 여성의 공부, 다른 언어, 남성 사회가 못 알아듣는 언어가 최고의 저항이라고 생각한다. *남성 사회의 질문에 답하지 말고, 그들이 못 알아듣는 새로운 언어로 말하자* - P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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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오 2023-11-29 21: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늘 받았지롱요!!!!!!!!!!
진짜 알림 떴을 때 크리스마스 선물받는줄...... >_<

공쟝쟝 2023-11-30 12:45   좋아요 2 | URL
맞아요. 저는 개인사와 얽혀서 정말 선물 같았어요. 알림 소식만 떴는데도 눈물이 펑펑.
우리 은오님도 이 책 재밌게 읽고 은오님만의 새로운 언어를 만들 수 있으면 좋겠어요.

은오 2023-11-30 20:01   좋아요 1 | URL
희진쌤이 쟝님한테 큰 위로가 되어주시는군요ㅠㅠ 진짜 선물이네요. 쟝님 뚝!!! 이리와요 안아줄랑게!!!!! 😭😭💕
그리고.... 쟝님도 “우리” 은오님 금지

수이 2023-11-29 22: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쟝님의 언어가 제일 기대됩니다. 읽고 내내 페이퍼 써주세요.

공쟝쟝 2023-11-30 12:51   좋아요 1 | URL
연필 형광펜 색연필 번갈아가면서 밑줄 긋고 있고요. 선생님의 혜안과 드넓은 이해력과 포용심에 또 한번 스스로의 간장 종지만한 그릇을 느끼며....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정희진 선생님의 한남 돌려서 까기 실력은 저는 따라갈 수가 없을 것 같아요. 이를 테면 이런 문장.
˝어느 사회나 일부일처제의 결혼의 가장 큰 동기는 남사는 가사 노동자를 구하는 것이고, 여성은 원가정에서 독립하기 위해서이다. 그러므로 가사 노동이 자기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남성에게 여전히 결혼은 필요하다 .... 여성이 아이를 낳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남성이 가사 노동을 절대로, 죽어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페크pek0501 2023-11-29 22: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미니즘의 도전, 을 읽은 자로서 이 책도 꼭 읽어야 할 책으로 생각합니다.^^

공쟝쟝 2023-11-30 12:50   좋아요 2 | URL
페크님, 이 책은 20년 전 페미니즘을 소개하던 시절에서 변화하지 않은 현실과 또 변화한 현실을 함께 보여주네요. 꼭 읽어보시고 좋은 감상과 추천 부탁드립니다.
 

이번 달에 선물 받은 책, 노트, 텀블러, 과자, 초콜릿. 물성으로 표현되지만 그 안에 든 마음. 

그러니까 내가 받은 인정, 이해, 존중, 배려, 사랑.



그러고 보면 올 봄에 읽은 <행복의 약속>은 나의 시간관념과 관계의 포인트를 바꿔버렸다. 오랫동안 나는 감정을 억압해서, 감정과 따로 노는 몸의 반응을 가지게 되었고… 거기서부터 빠져나오는 과정에서 나에게 부정적 감정을 일으키는 대상이 그 사람의 속성인 것처럼 규정해버리고픈 욕망에 시달리곤 했다. 그러니까. 내게. 그런 마음이 있었다는 것을 읽고 써보지 않았다면 몰랐을 것이다. 그게 권력이구나.

감정은 권력이 작동하는 방식에 따라 재배치되기도 했다. 어떤 종류의 사람들은 자신의 몸에 있는 감정을 나에게 투척하는 데에 스스럼이 없었고, 연대엔 서툴고 자원이 별로 없는 나는 나를 해명하는 데 기운을 쓰느니 나를 옹호하는 지식, 언어라는 무기를 더 가지기로 마음먹었다. 지금의 나는 과거보다는 비교적 정확하게 글을 쓸 수 있으며 이것이 무기임을 안다. 쓰거나 말하지 않아도. 그것이 있다는 기운을 풍기는 것만으로도. 타인들은 나를 함부로 대하지 못할 것이다. 물론 이 역시 세상과는 조율해야 하는 몫이 있을 것이며. 모든 것을 써낼 수는 없다.

우리 집 냥에게는 없지만 인간이 인간이기에 행하는 억압이 있다면. 나의 감정(몸의 반응)을 말(언어)로 함부로 재단하는 것이다. 그게 일상에서 언어가 없는 사람이 고통받는 이유다. 그래서 우리 모두는 억압자가 될 수 있다. 그 긴장. 그걸 안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말과 글이 세상에 넘쳐난다.

이 책 <감정의 문화정치>를 읽고 나면. 올해의 발견은 사라 아메드가 될 지도. 하게 된다. 아마 나는 그의 연구에 깊이 감응할 수 있는 몸을 지닌 주체로 스스로를 만들어온 것일 테다. 속으로 짜릿해하며 외친다. 잘했어. 쟝쟝. 멋지다 쟝쟝아.

“(5) ‘감정의 문화정치는 타자를 주체가 느끼는 부정적 느낌의 원인으로 지목함으로써 그 타자에게 부정적 감정을 일으키는 속성이 원래 있었던 것처럼 여겨지게 만든다. 부정적 감정을 타자 탓으로 돌리는 원인은 주류 집단이 주변부 타자들에게 가한 폭력과 차별의 역사 및 불평등한 권력구조이다. 감정의 문화정치는 바로 이러한 역사와 권력구조를 은폐한다. 이 은폐의 지점에서 타자가 부정적 감정의 원인으로 생산된다. (이것을 아메드는 《행복의 약속》에서 ˝정동적 전환˝ 개념으로 발전시켜 논의한다.) 예컨대 주류 정치가 타인의 고통을 ‘우리의 고통이라고 말할 때 타인의 고통은 ‘우리를 묶어주는 고통으로 전유 될 뿐이다. 타자의 고통에 대해 느끼는 ‘우리의 감정이 타자의 고통에 대한 공적 인정과 보상을 대신하며 그 고통을 야기한 역사에 대한 반성은 사라진다. 이것이 문화정치가 하는 일이다.”

바쁜데 감사한 마음에 나도 모르게 1일 1 페이퍼하고 있네.
이런 짤퉁한 글들도 괜찮나요? ㅋㅋㅋ







정동 경제 개념이 핵심인 아메드의 정동 이론은 감정이 권력의 규율기제이자 사회적 접착제임을 규명한다. 감정은 타자를 위협, 공포, 불안, 증오를 유발하는 주체로 생산함으로써 ‘우리’를 방어해야할 주체로 모아주는 접착제 역할을 한다. 아메드는 공포와 혐오감의 정치 역시 정동 경제의 틀에서분석한다. - 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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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테일러는 되고 힐러리는 안 되는 이유 (feat. The Man)
    from 책이 있는 풍경 2023-11-22 12:40 
    지난 콘서트 무비는 얌전히 자리에 앉아 볼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지난밤(토요일)의 공연은 ‘싱어롱’ 컨셉이라 걱정이 많았다. 나는 테일러 노래 4-5개밖에 모르는데. 그것도 가사 없으면 부르지도 못하는데 말이다.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당대 최고의 위치에 오른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를 만나러 가는 길이었다. 내가 말했다. 지난번에 다녀와서 글 쓰려고 했는데 못 썼어. 제목은 정했는데. <테일러는 되고, 힐러리는 안 되고>.
 
 
건수하 2023-11-15 13: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일 1페이퍼 바람직합니다!

공쟝쟝 2023-11-15 13:49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 페이퍼는 괜찮은데 댓글 놀이 하고 싶어지는 게 문제 ㅋㅋㅋ (유혹과 부름에 약함)

건수하 2023-11-15 20:43   좋아요 0 | URL
저도 댓글놀이 안하면 더 많이 읽을텐데…. 🤪

수이 2023-11-15 13: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로또 되면 1일 3페이퍼 (아침점심밤) 어떠십니까? 🥰

공쟝쟝 2023-11-15 13:51   좋아요 2 | URL
보통 운동하고 점심 먹으면서 폰으로 씁니다 ㅋㅋㅋ 점페!! 알라딘 하려고 로또사는 사람 나 뿐일 듯! 이번 주 부터 살 거다 진짜루!!

독서괭 2023-11-15 18: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오 선물에 마음이 가득가득! 사라 아메드 읽으시는군요. 앞으로 계속 정리 부탁드립니다 ㅋㅋ

공쟝쟝 2023-11-15 22:32   좋아요 1 | URL
아... 너무 좋은 책이라서 ㅜㅜㅜㅜㅜㅜ 괭님.... 이 책 꼭 사세요... 꼭 누르지말고 사라!!

초원 2023-11-15 20: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늘 방문자가 3만명이 넘네요. 공쟈쟝님은 많은 분의 사랑을 받고 계시네요. 로또는 사셨어요?

공쟝쟝 2023-11-15 22:34   좋아요 0 | URL
띠용? 놀래서 들어왔자나요!!!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ㅋㅋㅋ 혹시 초원님이 삼만번 들어오신거 아녜여? ㅋㅋ 이런 로또 복이 그리로 가면 안되는 데... 이놈의 인기는... 😩 예전부터 인기가 많아서 말이죠...

난티나무 2023-11-16 07: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라 아메드 저도 벌써 샀어요. (아직 손에 들어오지는 않았지만)
노랑이 밑줄 부분, 계속 읽게 되네요. 저도... 그랬던 듯...ㅠㅠ

공쟝쟝 2023-11-16 09:16   좋아요 0 | URL
헤헤. 우리는 감정을 가진 존재니까요. 돌려서 말하면 사라 아메드도 우리와 같은 감정을 느꼈을테니 이런 연구가 나온 것 입니다. 내가 다 옳지는 않잖아요 ^^ 나를 바꾸는 인식을 줄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일단은 지금까진 쾌감 최대 입니다. 아메드 = 푸코 + 현상학 + 마르크스 + 정신분석)

초란공 2023-11-16 08: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짤퉁한 글, 좋습니다! ㅋ 1일 1페이퍼 역시 정말 어렵습니다~ 대단하세요!

공쟝쟝 2023-11-16 09:17   좋아요 1 | URL
오늘은 놀아야하기 때문에 패스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나 또 수다 떨고 싶어 등장할지도) 1일 1 페이퍼!!!! ㅋㅋㅋㅋ 초란공님 힘냅시다!!!
 


작년  마리 루티를 알게 되면서 내 인생에 등장. 수업하면서 오르가슴 느끼는 징그러운 아재의 네임은 자크 라캉(그는 세미나 강의를 하면서 *나는 지금 말을 하고 있지 성행위를 하고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나는 훨씬 더 큰 만족을 느끼고 있습니다*라고 종종 말하기도 했는데, 이러한 농담을 통해 라깡은 프로이트적 의미의 충동은 본능과는 다르며, 언어적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다. - 현대 프랑스 철학사 11장). 


나에게 그는 푸코에 비하면 정말인지 이해하기 쉽ㅋㅋㅋ다ㅋㅋㅋㅋ (망언)



각종 입문서들을 헤치면서 라캉 개념에 대한 이해의 밀도를 높이는 중인데 (맛쨩이 이런 이야기를 했다. 프랑스 현대철학은 한 번에 이해하려 하지 말고 그냥 수채화처럼 덧칠하라고.) 생각보다 책이 머시 겁나 많다. 그래서 내가 알게 된 점. 한국인들 라캉 많이 좋아하네. 동서남북 할 것 없이 팔루스🌶️ 좋아하는 한민족스럽다.


이 책 <라캉, 바디우, 들뢰즈의 세계관>이 알라딘 추천마법사에 뜨기에, 도서관 신청해서 받아 읽었다. 프랑스 현대 철학을 SF나 판타지 소설 속 세계관 읽는 것처럼 읽어보자는 제안. “(19)이 책에서는 철학자의 하나의 개념으로 깊숙하게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그의 세계관을 설명하고자 합니다” 오. 솔깃. 이러고 몇 페이지 안 넘겼는데 <반지의 제왕> 지도처럼 그림들 나오니까. 으아. 내 안의 단군, 홍익인간 정신 막 돋아나서. 널리 이롭게. 페이퍼 쓴다.


<여러분 얘 좀 보세요. 이 책의 미덕은 바로 이 그림에 있습니다!>


책 읽으면서, 도식화(시각화, 관계도)를 만들어 보는 걸 즐기는 편이다. 그러나 나는 2D. 이 도식은 무려 3D다. 탁월하지 않은가? 


라캉 특유의 개념들을 마그마(현실계, 실재)딱딱하게 굳은 지각(상징계)*아직 다 굳어지지 못한 표면(대상a)*으로 도식화한 장용순 선생님, 제가 감동 받아 약력 읽었습니다. 건축과 짬바 뚝뚝 묻어나고요. 암튼 천재신가요. 내 생각엔 라캉보다 밀레보다 천재이시다. 쉽게 설명하는 천재. 


여기까지 쓰고 올리려고 했는데. 책이 이토록 친절한데, 그 책을 설명하는 나는 너무 불친절한 것 같다는 자의식이 올라와서. 쉽게 쓰기 내공이 부족한 공쟝쟝은 약간의 친절을 탑재해 프로이트와 차별화된 라캉 특유의 개념 “대상a”에 대해 이 책에서 설명해준 부분을 적어두고 가겠습니다. (상상-상징-실재계 까지는 입 아프니 패스하겠습니다. 검색하세요.) 


라캉의 27개 세미나에 골고루 등장하는 *지각의 아직 굳어지지 않은 부분*인 대상a는 라캉의 세미나 4권에서 등장해 23권쯤 가면 증상(생톰)과 섞여 사용되고요, 아래와 같은 다양한 방식으로 불립니다.


- 잉여향락, 잉여향유, 상징계의 결여, 익숙한 낯섦, 불안의 대상, 실재계의 파편, 혼돈의 잔여물, 찌꺼기, 상징계로 포섭되지 않는 대상. 


왜 저러나 싶지만 저렇게 말하는 게 말로 표현 안되는 것들을 말하는 어려움인 걸로 양해해 줍시다. 라캉 아재는 저토록 비효율적인 말들로 표현했지만, 신자유주의적 생산성을 체화한 우리는 간단한 그림으로 정리. (저 글씨 예뻐요.. 이거 쓸 때 구찮았던 거 같음)




저 빨간 부분(마그마)이 무의식(실재계, 원초적상태)이면 저 파랑 부분이 상징계(의식, 언어, 문명, 굳어서 질서가 만들어진 부분)라고 보시면 됩니다. 정신분석은 환자의 무의식(적 억압)을 다루면서 시작되었죠. 라캉과 프로이트 둘 다 자신의 내담자들과 상담을 하다가 알아버린 사실인데 “사람들은 증상을 앓고 있으면서 그것을 즐기고 있는 것 같다” ㅋㅋㅋㅋㅋㅋ(인간은 m 마조히스트다라는 진실ㅋㅋ 아, 그만ㅋㅋㅋㅋㅋㅋ) 뭐 그렇다고 합니다. 이걸 “(50)증상에 탐닉한다”고 말합니다. 대상a와 증상 모두 실재계의 파편이기 때문에 우리는 그것들이 올라오는 것을 괴로워하면서도 즐깁니다. 약간 다르지만 같다. 도식을 생각해 주세요. 작은 구멍(대상a), 큰 구멍(증상).


기억할 것은 

“(74)대상a는 한곳에 머무르지 않고 *계속 이동을 합니다.* … 그것이 드러나는 방식은 실재계가 그대로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환상을 통해서 드러나는 방식입니다” 


*라캉*하면 떠오르는 문장. *인간은 타자의 욕망을 욕망한다.* 대상a = 아주 쉽게 ‘욕망’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74)저 에르메스 가방, 람보르기니, 저 사람이 나를 완전하게 만족시켜 줄 거야 하는 상상은 상상계의 개입 없이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실재계가 상징계를 뚫고 올라올 대 동시에 상상계가 개입하기 때문에 라캉은 대상a가 상징계, 상상계, 실재계가 겹치는 지점에 위치한다고 설명합니다.” 


*상상/상징/실재 가 겹쳐서 나타나는 욕망의 환상 : 대상a* 

이것은 근본적으로는 결여(움직인다)되어 있다.는 것이 인간이 처한 어떤 조건이다. 정도로 이해하면 되시겠습니다. 비어있어요. 그러나 추구할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그럴 때 에너지가 생기거든여. 본디 환상(빈 곳)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게 삶이다. 추구하되 그것이 비어있다는 건 알고 계시라,는. 과하게 추구해버리면 패가망신하니까 일상에서 적당히 하시라는 게. 제 피셜의 이해이자 마리 루티의 제안입니다. 


이건 제 욕망인 언어(글쓰기)로도 풀어볼 수 있어요. 나의 글은 실재에 완벽히 닿을 수가 없죠(결여). 그러나 자기의 언어를 만들어가는 과정(그런 욕망이 있다면요) 자체가 가치있죠. 타인의 글에 만족하지 못해서 글을 쓴다면 나의 글은 나에게만 보이는 걸 드러내는 거고. 내 현실의 상징계(언어)가 채 포섭하지 못하는 부분 일지도. 사회적 약자가 언어를 갖는 일은 그런 지점에서 윤리적인 측면도 있습니다. (그러나 적합한 언어를 가지면 그는 더 이상 약자가 아니죠.) 어쨌든 의미의 여분은 언제나 남아요. 실재가 아니므로 본래도 그렇고, 나 아닌 다른 타자에게 오독 될테니 더욱 그렇고. 이런 여분을 참지 못하고 언어(상징계)로 꽉 채워버리려는 시도는 자칫 강박증(전체주의)적으로 흐르기도... 글쓰기에 대한 생각들은 앞으로 더 구체화시켜 볼게요. 아니, 시간이. 이제 밥먹으러가겠습니다요. 뿅. 


반말로 다시 변신.


바디우랑 들뢰즈까지는 진도 안 나갔지만 책에 대한 소소한 불만 2가지. 


1. 라캉 등 프랑스 철학자에 대한 저자의 과도한 존대가 부담스럽다. 라캉 그분은 80세에 돌아가셨습니다. 라니. 🤔 음. 이건 나의 심리적 편향에서 기인하는 불편함. (그렇지만 무덤에서 라캉은 자신의 이미지에 덧 씌워진 과도한 권위를 흡족히 여기며 즐길 인물임이 분명하다. 푸코랑 다를 지점ㅋㅋㅋ)


2. 두 번째는 아마도 책의 그림이 올 컬러라 인쇄비 절감을 위한 부득이한 선택이었나 싶은데. 책 종이 지질이 뭔가 잘 구겨진다. 절반 읽었을 뿐인데… 다섯 번 읽은 책 같아짐. 이 책을 읽으실 우리 구민 여러분 죄송합니다. (끙)


라캉 입문 한정 객관적인 난이도는 가타오카 이치타케의 책 <라캉은 정신분석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가 시작하기 더 쉽다고 여겨진다. 내용에 대해 이치타케로 초벌구이한 후 도식으로 재정리하는 과정에서 <라캉, 바디우, 들뢰즈의 세계관>이 도움 될 것 같다. 



하지만 이 책 <라캉, 바디우, 들뢰즈의 세계관>에서는 지젝의 개념들을 비롯해 약간의 예술론이 양념처럼 등장하기 때문에 그런 예술, 영화 비평에 대한 지식을 원한다면 먼저 보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고. 여하튼 지각(상징계) - 마그마(실재계, 현실계) 도식 놀라웠다. 일단은 라캉까지. 읽었다. 바디우와 들뢰즈는 기약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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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3-11-08 14: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헐 여긴 또 철학 공부네........
그나저나 팔루스 옆에 고추 그림 너무 귀여운 거 아니니...

공쟝쟝 2023-11-08 15:54   좋아요 0 | URL
프랑스에서는 고추🌶️로 표시 안하고 바게뜨라고 표시한다고 합니다 🥖
고추는 귀엽고 작고 맵고 한국의 남성성은 그것을 추구한다고 합니다.

잠자냥 2023-11-08 16:42   좋아요 0 | URL
내가 애초에 매운 걸 잘 못 먹어서 고추는 안 좋아하지만...
바게트도 싫어질라고 하네...;; 음

공쟝쟝 2023-11-08 16:46   좋아요 1 | URL
남성적 edps는 싫어하는 고양이. 손가락 농담 땜에 내게 사랑을 느낀 은오는 좋아할 텐데.

바람돌이 2023-11-08 15: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프랑스애들은 오르가즘 왜 그렇게 좋아해요? 아무데나 막 갖다붙여. 심지어 강의중에 저런 표현이라니....ㅎㅎ
예전에 프랑스 소설 <고슴도치의 우아함> 읽는데 공산당 선언 읽으면서 막 오르가즘 느낀다는 표현이 나와요. 뭔 말도 안되는 하다가 가만히 생각해보면 또 그럴듯한거에요. ㅋㅋ 근데 그런 표현이 그 소설에서만 그런줄 알았더니 프랑스 애들이 막 아무데나 갖다 붙이면서 하는거 같음요.
나는 이제 철학공부하기 싫은데 쟝쟝님이 자꾸 막 부채질을 해요. 아 진짜 이런 글을 읽으면 괜히 라캉 막 읽어야 할 거 같은 그런 느낌 어쩌라고.....ㅠ.ㅠ

공쟝쟝 2023-11-08 16:40   좋아요 2 | URL
음, 확실히 오르가슴 어쩌고에는 라캉의 영향이 많이 있을 것 같고, 프랑스 언어 때문이기도 한 것 같은데요. 라캉의 개념인 주이상스(향락)의 어원인 *주이흐*(영어로enjoy) 부분에도 즐긴다, 누린다, ˝성적으로 즐긴다˝라는 뜻이 포함되어 있다고 해요. 프랑스 남성의 즐김에는 그런 것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었던 듯 보이고. 라캉의 모랄이 해자드한 것은 많은 일화들이 알려주고 있습니다.

저는 라캉(팔루스)을 해체하는 불란서 언니들을 더 재밌게 읽고 싶어서 읽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읽은 아니 에르노 소설에서요, 프로이트를 공부한 ‘나‘가 거세하는 여자(ㅋㅋㅋ)가 되는 게 싫어서, 남편한테 찍 소리 못하는 장면들이 나와요. 여성의 언어들이 상징계 질서에 더 많이 기입된다면, 얼어붙은 여자와 같은 분열들은 차차 작아지겠지요. 그 전에 바뀌거나 반성하지 않은 남자들 때문에 지구 멸종이 좀 더 빠르겠지만.

왜곡된 가부장제 문화 속 언어에 의하면 저는 *거세하는 여자*입니다!ㅋㅋㅋ 메두사를 똑바로 봐야할 텐데요. 남자들은 제대로 못보죠. 그녀는 아름다운데.

은오 2023-11-08 17: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진짜 징그러워요ㅠ 그래.. 그런 만족도 있을 수 있지..
처음읽는철학시리즈 그거 읽을때 라캉파트에서 하ㅅㅂ뭔소리야..했는데 쟝님은 역시!! ㅋㅋㅋㅋㅋ그래도 푸코에 비하면 라캉은 괜찮은가보군요
수태화처럼 덧칠해라 이 말 좋네요. 덧칠하다보면 정말 언젠간 이해에 가닿을날이..

공쟝쟝 2023-11-08 21:44   좋아요 1 | URL
무엇을 수태하시려고….ㅋㅋㅋㅋ
라캉이 더 어려울 분들도 있긴 할 듯한데, 전 왜인지 라캉이 수월해… 왤까…

은오 2023-11-09 13:03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아나 수채요수채!!!!!!!!!

단발머리 2023-11-08 19: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건 제 욕망인 언어(글쓰기)로도 풀어볼 수 있어요. 나의 글은 실재에 완벽히 닿을 수가 없죠(결여). 그러나 자기의 언어를 만들어가는 과정(그런 욕망이 있다면요) 자체가 가치있죠. 타인의 글에 만족하지 못해서 글을 쓴다면 나의 글은 나에게만 보이는 걸 드러내는 거고. 내 현실의 상징계(언어)가 채 포섭하지 못하는 부분 일지도. 사회적 약자가 언어를 갖는 일은 그런 지점에서 윤리적인 측면도 있습니다. (그러나 적합한 언어를 가지면 그는 더 이상 약자가 아니죠.) 어쨌든 의미의 여분은 언제나 남아요. 실재가 아니므로 본래도 그렇고, 나 아닌 다른 타자에게 오독 될테니 더욱 그렇고. 이런 여분을 참지 못하고 언어(상징계)로 꽉 채워버리려는 시도는 자칫 강박증(전체주의)적으로 흐르기도... 글쓰기에 대한 생각들은 앞으로 더 구체화시켜 볼게요. 아니, 시간이. 이제 밥먹으러가겠습니다요. 뿅.

이 문단 너무 좋네요. 계속 철학 공부하시고 글쓰기 하시고... 홍익인간 정신으로 샅샅이 노트 필기 좀 올려주시라!

더 알고 싶지만.... 잘 모르겠으니, 일단 일본남자의 하늘색 책 먼저 읽고 올게요. 난 읽어도 쟝님처럼 이해는 못할 거 같기는 함 🤪🤪🤪

공쟝쟝 2023-11-08 21:53   좋아요 2 | URL
아, 제 글인데 왜 잘썼지?ㅋㅋㅋㅋㅋㅋㅋ 철학이 아주 철철 흐르네요 ㅋㅋㅋㅋ 라캉은 끝까지 언어로 결을 보려고 한 사람이긴 하거든요. 정신의학에 반해 언어를 포기하지 않는 지점,이 맘에 들고… 정확히 푸코도 사회학적인 시선을 포기하지 않는 지점(?) 좋아요. (푸코가 논문 인용1위라죠. 그는 끝까지 사회학적인 사상가라는 생각.) 그러니까 둘다 인간을 취약하고 악한 부분을 포함해서 인간을 포기하지 않아요. 저는 그렇게 느낍니다. 그들보다 사유를 치열하게 안하면서 인문학 위기 운운하지는 않을 것. (유시민 메롱) 물론 인류애는 없지만 ㅋㅋㅋㅋ
일개 시민이자 한가한 독자로서 그런 몫이 있다고 느낍니다.

2023-11-08 19: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1-08 21: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김치년. 된장녀. 이제는 꼴페미. 웜퇘지. 페미 정신병. 광신도.(는 나다! 기꺼이!)

여성은 동질화하면서 남성은 싸잡으면 발작하는 데, 문화적으로 남성은 별개의 정체성으로 (기본값이므로) 동질화되지 않기 때문에 미러링이 같은 질량의 혐오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런 일은 원래 일어난다”라는 식의 공기 같은 폭력을 지적하는 것이 촌각을 다투는 이유는. 유해한 남성성과 언어들이 사이버 공간에서 독버섯처럼 자라고 있기 때문이다.

“(17) 수많은 피학대 여성이 탄광에서 노래를 부르는 카나리아였는대 우리가 이들의 노래를 듣지 못했던 거라면? (중략)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낮은 수준의 여성혐오에 무감각해진 바람에 완전히 절정에 이른 위기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는 거라면?”

어떤 사람들에게는 아예 보이지도 않는 혐오들이 세력으로 확장되고 있다. 소년들과 남성들. 이준석과 아이들. 히틀러의 유겐트. 이승만의 서북청년단.

언제나 있어왔고 언제나 위험했으며 가시화되면 이미 늦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없지 않고 있다. 박멸하자는 게 아니다. 그게 가능할리도 없다. 살만한 사람들부터라도 분석 틀을 갖추자는 거다. 여성주의적 인식. 우리 모두를 불편하게 해야 하는 까닭은 어느 쪽 일방만 극렬하게 불편한 상황을 견디게 할 이유가 없으니까다. 그게 싫다는 건 당신이 기득권이라는 소리다. 기득권이 나쁘냐고? 맥락적이다. 뭐든 누리려면, 적어도 염치는 있어야지. 당연해하지 말라는 소리. 가해의식 가지고 살아야할 사람들이 피해의식 가지는 게 소위 인셀들이 보고 배운거라면 어쩔래요?

이 책은 역시 역하다. 그러나 젠더를 알고 나서 나는 비위가 강해졌다. 어쩌면 이 세계에서 가장 비위가 강한 집단은 보이루~ 이년저년~ 말을 똥으로 배운 남자애들이랑 인터넷에서 온라인 게임을 겨루며 키배뜨는 십 대 소녀들일지도. 참 노고가 많고, 어른들이 잘못했어.



우리는 남자들을 불쾌하게 만드는 위험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우리가 다른 유형의 사람들에 대해선 잘도 그러면서 백인 이성애자 남성을 동질적인 집단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워하는 까닭은 이들에게는 별개의 정체성이라는 특권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이런남성들은 복잡하고, 영웅적이고, 개별적이다. 이들의 결정과 선택은 일단의 고유하고 독자적인 환경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인식된다. 이들을 고유하고 독자적인 인간으로 보기 때문이다. 여성을 하나의 집단으로, 여성을 상대로 자행되는 폭력은 놀라운 기현상으로 뭉뚱그려 이야기하는 데는 거리낌이 없지만, 그 바탕에는 그런 일은 원래 그냥 일어난다는 식의 태도가 깔려 있다. - P11

남성성, 가부장제, 남성의 특권에 관해 이야기하려고 하면 대화는 지나친 일반화와 편견이라는 비난 때문에 곧장 옆길로 새버린다. 어디서든 ‘모든 남자가 그런 건 아니다‘라는 외침이 튀어나온다. 지나치게 단순하고, 공격적이고, 너무 싸잡아서 하는 말이라고. (중략) 남성성을 나쁘게 말하는 것(현사회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을 문제적이라고 묘사하는 것)은 남성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여진다. 일부 남성들이 특정한 방식으로 행동하는 이유를 문제 삼는 것은 모든 남성에 대한공격으로 이해되고, 따라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사실은 그와 정반대다. ‘유해한 남성성toxic masculinity‘에 대해 말하는 사람들은 남성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변호하는 것이다. - P12

(어린 남학생들) 그들은 정치적 올바름이 광기를 부리고, 백인 남자들이 박해를 당하고, 여자들이 강간에 대해 거짓말을 하는 사회에서 진짜 피해자는 남자들이라고내게 말했다. 스코틀랜드 농촌부터 런던 중심부까지 온갖 학교에서 나는 똑같은 주장을 듣기 시작했다. 서로 만나본 적도 없는 소년들이 정확히 똑같은 단어를 사용하고, 똑같은 틀린 통계를 인용해서 자기들의 주장을 뒷받침한다는 걸 깨닫는 순간 팔에 소름이 돋았다. 거의 같은 시기에 나는 유명 정치인과 주요 뉴스 매체의 권위자들이 똑같은 수사적 표현 (내가 페미니즘 활동가로서 한번씩 접하곤 했던 여성혐오 성향의 은밀한 온라인 공간에서 사용하는것과 똑같은 표현)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되뇌는 것을 보았다. - P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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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3-11-07 17: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똑같지는 않겠지만 미국과 우리의 상황이 어떻게 이렇게 까지 닮아 있는지 모르겠어요. 전 세계적인 현상인건지...
n번방도 그렇고 온라인 성범죄와 여성혐오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이유를 이 책을 읽으며 이해하게 될 것 같습니다.

저도 비위가 강해졌습니다. 아효...

공쟝쟝 2023-11-08 16:07   좋아요 1 | URL
전 세계적인 현상 맞다고 생각하고, 억울하고 위험한 남성성들이 연결이 강해지는 것과 동시에 거기에 저항하는 목소리도 탄력을 받는 것 같습니다. 이 책 잘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단발머리 2023-11-07 17:4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5천년 여성혐오의 역사는 한결 같죠. 아니, 어쩌면 기술의 발전으로 최근에 그 양이 폭증했을수도 있겠네요.
전 이 책은 패쑤. 비위가 약합니다, 많이....

공쟝쟝 2023-11-08 16:12   좋아요 1 | URL
적어도 1년 평균 1400편의 곤조 포르노를 보면서 성을 배우고, 밖에서 노는 대신 그런 하위 문화를 피시방에서 게임(메타버스 공간)으로 익히고, 거기로 돈이 흘러가는 대단한 기술 발전의 구조에서는 폭증.... 어느 순간부터는 그게 규범이고 정상성이더라고요. 저는 잘 몰랐었습니다. 공부를 많이 하게 되었는 데. 덕분에 똑똑해져서 고맙다. 남자들아.

달자 2023-11-07 19: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유해한 남성성에 대해 말하는 사람들은 남성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변호하는 것이다‘ 이 문장에 무릎 두개를 탁탁 치고 갑니다.... 오늘도 짧지만 강한 리뷰 감사합니다 공쟝쟝님

공쟝쟝 2023-11-08 16:12   좋아요 1 | URL
달자님 안녕하세요. 그런데 왜 그들은 그들 스스로를 구제하는 일에는 이토록 더딘 것일까요? 유해한 남성성까지 공부해가면서 그들을 변호하는 여성들의 노고에 열심히 읽기로 연대하고자 합니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