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따라온 의혹들 - 로맨스에서 돌보는 마음까지, 찬란하고 구질한 질문과 투쟁에 관하여 앳(at) 시리즈 3
신성아 지음 / 마티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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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ㅠㅠㅠㅠㅠㅠㅠㅜㅜㅠㅜㅜㅜㅜㅠㅠㅠ눈물이 흐른다 뿌에에엥😢😢😢😢😢😢😭😭😭😭😭😭😭😭😢😢😢😢😢😢😢😭😭😭😭😭😭😭😭😢😢😢😢😢😢😢😢😢😭😭😭😭😭

이 책 진짜. 좀 많이 좀 읽었으면 좋겠다. 한국 사회의 젠더 문해력은 똑똑한 여자들을 미치게 만드는 수준이며, 최고 지도자로 선출된 대통령은 윤석열인데다, 결혼율 출생률은 재앙인데… 총선…하…. (정상가족 꾸리기 기력이 없어서 포기당했지만 ㅋㅋ 그래도 한국의 소멸까지 원한 건 아니었던… 내친김에 페미니즘까지 읽어버린 가임기 여성 1인의 한탄. 사실 정말 똑똑한 여자들은 설득조차 하지 않는다. 남을 바꾸는 데 기운빼느니 내 건강 챙겨 살아남지. 그래도 나는 아직 미련하여 이런 거나 충동적으로 끄적이고 있다.)

이런 책 한 권을 곰곰 읽어 두는 게 느려 보이지만 가장 빠른 답 아닐까. 나라 전체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는 나의 망상인가요…. 천만 영화 만들어지는 나라잖아요… 1가구 마다 배포.. 이런 책이 한국에 나왔어요 여러분…. !! 물론 읽는 사람만 읽고 더 똑똑해지겠지… 여성의 똑똑에는 왜 낙수효과가 없나. 아 외롭다, 똑똑하고 모진 나의 길이여ㅋㅋㅋㅋ 국회 앞에서 책 뿌리며 샤우팅 랩이라도 하고 싶네. 

… #신성아 #사랑에따라온 의혹들




가족은 하나의 단일 세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고정된 집단 정체성을 부여받으면서 가장 순수하고 무결한 탈정치의 영역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사실 이곳이야말로 가장 정치적인 곳이어야 한다.(...) 어차피 발생할 싸움과 갈등이라면 서로에게 상처를 남기지 않고 가족이라는 공동체의 기반을 더욱 단단하게 만드는 것이 가정 내 정치의 목적이 될 것이다. - P111

인정투쟁의 개념을 적극 확장한 악셀 호네트는 사람은 인정받지 못하면 분노하고, 그 분노로 사회적 투쟁에 나설 것이라 전망했다. 하지만 ‘여자사람‘은 인정투쟁에 실패했을 때 분노 대신 불안을, 자신의 존재가 지워질 것이란 두려움을 느낀다. 이 두려움은 기어이 자기 희생을 감내하게 만든다. 엄마의 고통과 희생은 모성이라는 이름으로 미화되고 강요된다. 희생의 당사자와 목격자, 수혜자 모두 고통에 무감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정받는 데 실패하면 여성은 제일 먼저 희생의 강도를 높인다. - P114

어느 한쪽이 권력을 독점하고 책임을 회피하면 타협은 결렬되고 정치는 실패한다. 정치의 실패는 사랑을 무너트린다. 그러고 보니 우리는 현실정치에서도 제대로된 타협의 장면을 본 적이 없다. 불행히도 한국 정치는 실패에 실패를 거듭한지 오래다. 가장 최근의 사례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일 것이다. - P119

정부는 과학의 언어를 포장지 고르듯 가져다 쓴다. 진영논리로 무장한 여당은 횟집에서 회식을 하거나 수조물을 떠 마시고, 야당은 대중의 불안과 분노를 정치적 자산으로 가로채려든다. 대체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는 사람들은 일단 소금을 산다. 정치가 우스워졌다. 가장 정치적이었어야 할 의제가 가장 반정치적으로 취급되며 민주주의를 오염시킨다. 이성을 존중하고, 이견을 조정하며, 모두에게 가장 이로운 해결 방식을 찾기 위해 소통하고 타협하자는 최소한의 정치조차 번번이 실패했다. 그래서 정치를 대하는 오늘날의 가장 세련된 태도는 무관심 혹은 냉소가 되어버렸다. 사랑 아니면 혐오라는 양극단의 감정을 동원하며 연명해온 극단의 정치는 일상의 정치를 연습할 기회마저 박탈해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정치는 유용하다. 타협은 패배가 아니다. 부부 간의 대화에 수사학을 동원할 것까지야 없겠지만 정치적 말과 행동은 가장 성숙한 형태의 의사소통이다. - P120

*가족은 가부장을 정점으로 한 수직적 위계질서를 통해 인정중독자들을 무럭무럭 키우는 인큐베이터가 된다.* - P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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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티나무 2024-03-24 19: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진즉에 알아보고 구입하고 손에 넣어 책꽂이에 모셔두었으나 아직 안 읽고 있습니다. 아니 못 읽고 있는 건가. 쉽사리 펼쳐지지 않는데 좋으면서 빡칠 것같고 기타등등 잡다한 감정이 휘몰아칠 듯하여 거리두기하고 있는 중이라는… 그 와중 공쟝쟝님 글(들)을 보고는 더 못 집어들고 있는 중이라는… 🤔

공쟝쟝 2024-03-24 20:33   좋아요 2 | URL
솔직히 말하면 진짜 건조한 책 입니다!! 아주 서걱서걱하기가 듄 모래밭같사오니 겁내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 건조함이 뜨겁지 않냐고요? 차갑게 뜨겁습니다. 드라이아이스로 입는 화상 같은 글이다… (개인적으로는 희진샘 말마따나 넘 잘써서 부러웠다……)

cyrus 2024-03-24 19: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공장쟝님, 제가 방금 노트북으로 알라딘 서재에 들어가서 공장쟝님의 글을 읽어보려고 했어요. 그런데 오류가 발생했다는 알라딘 공지 창이 뜨네요. 그래서 지금 제 노트북으로 공장쟝님의 글을 볼 수 없어요. 그런데 제 폰으로 알라딘 어플과 북플 어플로 들어가면 공장쟝님의 글을 볼 수 있어요. 왜 그런 걸까요? 내일 알라딘 서재지기 게시판에 문의해 보세요. 오류 공지 창은 제가 캡처해서 저장했어요. <사랑에 따라온 의혹들>은 읽어볼게요. 책은 샀는데 펴보지 않았어요.. ^^;;

공쟝쟝 2024-03-24 20:31   좋아요 1 | URL
제 노트북도 비슷한 현상이 있어서 글 밑줄 오타 수정이 안되더라고요, 내일도 그러면 지기한테 물어보겠습니다!! 저만 그런 게 아니었군요…!! 감사합니다.
정말 제 취향의 글이라 호들갑떨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고독한해초 2024-03-24 21: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꼭 읽어볼게요!!!^^

공쟝쟝 2024-03-26 22:13   좋아요 1 | URL
아앗 거칠게나마 리뷰한 보람이 있는 댓글. 감사합니다 ^^

달자 2024-03-25 06: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뜨거운 주제를 차갑게 쓰는 글… 주제는 물론이거니와 스타일 마저도 제 스타일이니 읽지 않을 도리가 없네요,,, 거기가가 이제 공쟝쟝님 후기까지 읽으니 무조건 읽어야 하능,,,

공쟝쟝 2024-03-26 22:14   좋아요 0 | URL
후.. 달자님.. 댓글 퀄리티 무엇잉가요... 댓글이딱내슷하일!! 정확하십니다. 뜨거운 주제를 차갑게 쓴 글!

jungjy8989 2024-03-25 10: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리뷰 고맙습니다
 

나 방금 레스토랑 왔다요… #헤겔레스토랑
ㅋㅋㅋㅋㅋㅋㅋㅋ 내 이럴 줄 알았다…
책 표지 뜯어보다가 도저히 못 참고 카페 와 버렸음ㅋㅋ
(서백남에 대한 질투심과 그걸 제일 키득대게 만드는 지젝은 나의 충동..)
원래는 일요일에 쉬려고 했는 데 오늘 지젝이랑 좀만 놀고 일요일에는 못 노는 걸로 ㅋㅋㅋ쉿, 거래처엔 비밀이다.

#또라이를위한헤겔가이드

천치는 그야말로 혼자로, 큰 타자 바깥에 있으며, 얼간이는 큰 타자 내부(멍청하니 언어 속에 거주하면서) 있으며, 또라이는 이 둘 사이에 있다.ㅡ 큰 타자가 필요하다는 건 알지만 그것에 의존하지 않은 채, 그것을 불신하면서. - P25

바로 이 ‘또라이성‘이 급진적 혁명가(그리고 분석가)의 주체적 입장의 핵심을 이룬다. ... 이것은 대략 [또라이를 위한 헤겔 가이드] 정도가 될 것이다. - P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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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티나무 2024-03-15 16: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까페가 투썸이라 좀 아쉽지만 저도 옆테이블에서 책 펴고 앉아있고 싶네요. (같은 책 아님 주의 ㅋ)

공쟝쟝 2024-03-16 11:48   좋아요 1 | URL
(옆에 앉은 난티님의 옆구리를 쿡 찌르며) 언니, 안읽고 뭐해요? 😳

미미 2024-03-15 21: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호? 또라이를 위한 헤겔가이드라니요!! 궁금하다요...요즘 제정신 아닌 미미ㅋ,

공쟝쟝 2024-03-16 11:49   좋아요 1 | URL
헤헤 우리 또라이들은 이세계의 문법에서는 모두 제정신이 아닌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 레스토랑으로 오시랏!!!

han22598 2024-03-17 08: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 쟝님 떠나신 줄 알았는데 ㅎ 여전히...ㅋㅋㅋㅋㅋ 계시네요

공쟝쟝 2024-03-17 09:33   좋아요 1 | URL
지구 전체를 다 뒤져도 이런 책 자랑(?)이 통하는 곳은 여기 알라딘 서재 뿐입니다 케케!
 


생각해 보고 싶은 페이지. 아버지의 부재와 서양 철학. 혹은 군군신신부부자자하는 전통적인 한국에서 철학함이라는 것. 존경하고 싶은 아버지(남성성)를 찾아야 했던 어떤 세대(와 개인들)의 정치적(철학적) 열망들과 환멸.
그리고 나, 명예남성, 가소롭게도 철학에 매혹되었다가 집어치웠다가 미련하게 반복하는 건. 없는 것과 다름없었던 아버지의 딸이면서 정신적인 아들로 자라났기 때문였던 건가. 질문을 간직해두기 위해 적어둔다.

“철학, 전체로 파악되는 대상과 자신이 갖는 관계에 대한 통제”라는 문장.

서양철학사는 친부 살해의 역사이며, 초월적 위치에서 모든 상황을 지배하고 통제하려는 총체성에 대한 (가부장적) 야망을 시대에 맞게 갱신해온 역사이기도 하다. 시종일관 자신을 거세한 엄마에 대해 불평랩을 하던 알튀세르가 아버지 두고는 마르크스의 말을 가져와 자신의 철학함에 대해 하는 해설에서 눈이 멈춘다. 아버지가 있다는 환상을 가져야 했다.

철학. 총체성에 대한 갈망. 그리고 고독과 책임감. 고독과 책임감. 누군가는 그것을 짐처럼 지고. 누군가는 그 짐을 지는 것 자체가 애초에 배제되지. 아버지 없는 아들들은 아버지 없는 딸이 어떻게 철학이라는 환상을 갖기 위해 분투하는지 분석할 수 없다. 내가 아는 몇몇의 철학을 사랑했던 여자들. 은 모두 아버지의 탁월한 (정신적) 아들로 자랐던 것 같다. 의식적/무의식적으로 아버지와 가까웠다. 여성이 펜을 가진다 혹은 가까이에 있는다는 것은 그런 것이었다. 하지만 이 역시도. 전통적 부르주아 가정의 정신분석일 터. 서양 철학이라는 타자.

“(230)‘전체’에 대한, 그리고 우선 자아에 대한 통제, 다시 말하자면 ‘전체’로 파악되는 대상과 자신이 갖는 관계에 대한 통제, 이것이 바로 철학인데, 철학이란 “철학자 자신이 자아와 맺는 관계” (마르크스) 일뿐이며, 따라서 철학자란 바로 그런 존재다. 그런데 ‘전체’는 총체적이라고 자부하는 사고, 즉 ‘전체’의 모든 요소와 모든 접합들을 반영하는 사고의 엄격함과 명확성 속에서만 진정으로 사고될 수 있을 뿐이다. 따라서 나는 명확하고 또 스스로 엄격하기를 원한 철학자였다. 물론 이런 야망은 내 독자들의 개인적 경향과 기대에 반향을 불러일으켰으며 명료함에 대한 강한 요구 속에서 일정 부분 독자들을 사로잡았던 것이다.”
😩 알튀세르 안 읽어봐서 모르겠넼ㅋㅋ 잘났어 증말…

“(233)하지만 내가 언제나 그 사실을 먼저 알아차렸다. 내 책을 읽으면서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것, 바로 그것은 나 자신이 내가 하는 개입과 마주해 느끼는 철저한 고독, 그리고 결국 나 하나 위에 근거를 두고 있는 내 극단적인 책임감, 그리고 내 고독과 내 책임감이 내게 부과한 모든 ‘위험들’을 항상 의식했다는 사실이다. 수많은 독자들이 내 이런 고독과 자신들의 고독, 그리고 자신들이 내 주장에 찬성하면서 지게 된 책임감, 그리고 자신들이 입게 될 정치적 파장과 관련된 위험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확인했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러나 적어도 독자들은 그런 상황에서 완전히 혼자는 아니었다. 왜냐하면 내가 그 앞에 서서 독자들에게 보증인과 스승(확고한 스승)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며, 그 일을 주도하는 데 있어서는 내가 가장 먼저, 따라서 혼자였기 때문이다.”
😩 이런 문장에서는 끄덕이다 말고 항마력 딸린다. 사유는 혼자 했겠지만 ㅋㅋㅋ 행실은 완전 바람둥이였음… 짜증남ㅋㅋㅋㅋㅋㅋ

나는 먹고 살아야대서 고독할 겨를도 없다!! 점심 먹고 짬 내서 읽기… 많이는 못 읽고… 끗! #미래는오래지속된다 #알튀세르



‘전체’에 대한, 그리고 우선 자아에 대한 통제, 다시 말하자면 ‘전체’로 파악되는 대상과 자신이 갖는 관계에 대한 통제, 이것이 바로 철학인데, 철학이란 "철학자 자신이 자아와 맺는 관계" (마르크스) 일뿐이며, 따라서 철학자란 바로 그런 존재다. - P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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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4-02-19 15: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 아빠 없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4-02-19 15:34   좋아요 0 | URL
남자로 태어났음 철학하셨을 텐데요ㅋㅋㅋ

잠자냥 2024-02-19 16:03   좋아요 0 | URL
남자로 안 태어나길 천만다행이죠. 한남철학가 오마이갓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4-02-19 17:00   좋아요 1 | URL
자본주의 리얼리즘 땡스투 나예요~ 그 사람~ 바로 나예요~

호시우행 2024-02-20 05: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빠, 언젠가 있었음ㅎㅎ

공쟝쟝 2024-02-20 09:46   좋아요 0 | URL
내면의 상징적 아버지이긴 한데 ㅋㅋㅋ (알튀도 아빠는 실제로 있음 ㅋㅋㅋ) 아버지는~ 호시우행님의 맘 속에 계십니다~

호시우행 2024-02-20 10: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즐거운 하루되세요.

단발머리 2024-02-23 08: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철학이란 ˝철학자 자신이 자아와 맺는 관계˝ (마르크스) 일뿐이며, 따라서 철학자란 바로 그런 존재다. - P230

일단 여기를 내가 3번 읽었음요. 찬찬히 따라 읽겠지만 무척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거시기하네요.

공쟝쟝 2024-03-04 13:34   좋아요 1 | URL
스스로에게서 시작해서 구조를 훑어내는.. 그러나 또한 그러하기에 당파성이 중요해지는 지점인 것 같아요. 헤헤. 우리는 모두 스스로의 철학을 해야한다.
 

급작스러운 외근. 열차시간이 붕붕 뜨기 때문에 #벵하민라바투트 신간 데리고 나옴. 전작(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을 읽을 때 무척 재미졌으므로 꽤 기대하며 책 펼침. 




천재들 이야기는 언제나 흥미로운데, 과학자들이라면 내가 가진 이과에 대한(?) 환상까지 더해져 더더 그렇고. 천재 스스로도 감당 안 되는 발견이나 발명에 대한 장면에서 희열과 함께 덮쳐올 심연+고독의 정서란 범인의 입장에선 부럽지도/않기도 한 것이라 팝콘각 모드로 관전하는 걸로 충족되는 쾌감이 있고. 무엇보다 라바투트식 (시니컬) 농담 좀 내 취향이고.

앞부분의 파울 에렌페스트에 대한 묘사가 요즘 읽는 알튀세르에 대한 증언들과 겹치는 부분이 있어서… 인류의 잘난 천재들 특징 모아서 비웃는 것도 또 재밌다😀



이 부분 읽는데 우당탕탕 솔베이 회의 너무 웃김 ㅋㅋ 노벨 물리학상은 베이스로 깔고 있는 당시 이과천재들이 모두 초 흥분해서 고전 물리학을 처박아버리는/지못미하는 난장판 현장 묘사ㅋㅋㅋ 입니다.

와중에 주인공이 칠판에 쓴 성경 구절 너무 적절하고요ㅋㅋㅋㅋ 다들 멘붕멘붕ㅋㅋ 이런 데서는 또 인간적인 매드 사이언티스트들의 면모가 느껴집디다 ㅋㅋㅋㅋㅋㅋㅋ …!!!

(27)어쩌면 자연은 정말 혼돈 상태일지도, 명백히 이질적인 것들을 한꺼번에 아우를 법칙이나 계속해서 증가하는 복잡성을 간단히정리할 개념 따위는 정말 없는지도 몰랐다. *자연을 하나의 총체로 인식할 수 없다? 우리 문명은 이 공포스러운 가능성*을 여태껏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파악 가능한. 분석 가능한. 분류 가능한. 정리 가능한. 그러므로 정확하고 확실한. 그 인식(믿음)의 토대를 찢어 발기는 일종의 공황 상태를(어쩌면 환멸을) 한 인간은 아니, 인류는 감당할 수 있는가? 실은 가능하다는 그 확고한 믿음이 오만이었던 것은 아닌가? 양자역학의 모순을 소화하지 못한 천재 *에렌페스트의 우울증으로 1부*는 사라지고, 



이어서 컴퓨터는 만들어도 제 손으로 운동화 끈은 묶을 줄 모르는 20세기 최고 천재 *폰 노이만이 2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내가 읽고 있는 시점에서 아직은 젊은. 그의 완전하고 일관된 순수 논리. 수학적 기초.에 대한 야망과 궁구는 어떤 형태로 20세기 초의 비이성/혼란을 감당 혹은 반격하려나.

어쩌면 노이만이 만들어낸 것. 그것이. 결국.

....

?

각각의 이야기들을 엮어서 라바투트가 드러내고 싶어라 하는 모종의 방향이 궁금해 숨을 죽여 읽는 중이다. 근데 이 책의 *3부가 이세돌이여*ㅋㅋㅋㅋ (존to the jam!!!!) 미쳤다. 집에 가면 밤새워서 다 읽을 테다!!!



가끔 나의 독서 예지력에 놀라곤 하는데ㅋㅋㅋ 두둥!!! 이보세요!!! 칸토어 등장 ㅋㅋㅋ!! 내가 이러려고 멜랑꼴리아 정주행하고 바디우 입문서 읽었나 봐!!!! 크하하 ㅋㅋㅋㅋ 수학 공격 미리 당해두길 다행임ㅋㅋㅋ

물리학자와 수학자들은 20세기 초에 이 모든 불확실과 패닉을 견뎌야 하는 난처함에 마주했다는데. 나의 21세기 유튜브 알고리즘 세상은 양자역학 가져와서 끌어당김의 법칙을 설파하는 부자됨의 선지자들이 책 읽자고 떠들고. (기차역 베셀 제목들 훑어보다가 화났음 ㅋㅋㅋ) 뇌과학의 최신 연구라면서 무의식을 발동시켜 자기를 계발하자한다. 광고 잘 먹히는 코드 짜는 데 혈안 된 실리콘 밸리 개발자들은 이렇게 된 김에 화성으로 이주하기 위해 명상을 하고요ㅋㅋㅋㅋㅋ 아우왜. 폰 노이만의 공부법 명상법 뇌운용법은 아직 안 나왔나요? 그걸 80억이 다 같이 해도 기후 위기는 못 막을 거 같다는디ㅋㅋㅋㅋ (내가 한 말 아님. 이거 쓰는데 택시 라디오에서 나온 말임) 진짜 적당히들.

실은 바로 그 인간이 문제고, 정말로는 그런 개별 인간들의 욕망과 충동들이 문제이므로. 이 시점에서 문득 뜽금없이. 라캉!!! 하고 외쳐본다. 우리네 욕망의 중층결정 구조. 거기에. 그것에. 인간의 복잡함에. 난 그게 궁금해. 각자의 불안을 결여를 인정하면. 그러면 되는 걸까요? 충동의 충동은요. 욕망의 욕망은요? 뭐.

여차저차 오늘의 외근은 끝났고.... 눈 부비며 기차를 탔습니다. 독후감 아님 ㅋㅋㅋ 그냥 이동 수단 안에서 하는 폐기처분된 문과녀의 이과천재들 조롱하는 랩 이었숨돠ㅋㅋㅋ




어쩌면 자연은 정말 혼돈 상태일지도, 명백히 이질적인 것들을 한꺼번에 아우를 법칙이나 계속해서 증가하는 복잡성을 간단히정리할 개념 따위는 정말 없는지도 몰랐다. 자연을 하나의 총체로 인식할 수 없다? 우리 문명은 이 공포스러운 가능성을 여태껏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 P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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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4-02-16 21: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재미있습니다. ㅎㅎㅎ 저도 언젠가 끝까지 읽을 날이 있겠지요. 인상 깊었습니다. 고맙습니다.

공쟝쟝 2024-02-16 21:47   좋아요 2 | URL
퐐님. 제가 정말 정말 찐퉁 문과라 과학 이야기는 모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1980년 생 네덜란드 남자 벵하민씨 진짜 물건이라고 생각되는 게. 이 추상적인 물리학과 수학이.... 인간적으로 읽힙니다..... !!

단발머리 2024-02-17 11: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뭐 솔베이회의 5차가 아니라 1차부터 모르니깐 상관없지만서도 ㅋㅋㅋㅋㅋㅋㅋ 전 그런 생각은 들어요. 노벨물리학상을 기본으로 깔고 가는 이 모임, 이 무리의 사람들이 충격받았던 건, 자기들이 모르는, 설명할 수 없는, 닿을 수 없는 세계가 존재한다는 걸 ‘알아챘다‘는 거잖아요.
뭐랄까. 우리, 여기에서 우리는 동양인인데요. 우리는 약간 이런거에 대해 인식하잖아요. 내가 모르는 세계, 저 너머, 저 멀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서구인, 서구 유럽 백인 남자들의 오만함이 살짝 엿보이는 한 컷입니다.
저도 이거 읽을 거에요. 쟝쟝님, 굿모닝!

공쟝쟝 2024-02-19 00:47   좋아요 0 | URL
뭐랄까… 이 책을 관통하는 것은 지적 우월함에 대한 숭배(?) 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저의 기본적 태도는 압도적인 천재들에 대한 조롱 ㅋㅋㅋㅋㅋㅋㅋㅋ … 재밌게 읽었습니다 … 하!! 책 읽고 급 오펜하이머 달리고, 아인슈타인과 원자폭탄 넷플릭스까지 달린… 알찬 주말였습니다… 뭔가 지침 ㅋㅋㅋ 이러다 이과 천재 될 까봐 걱정이네요 ㅋㅋㅋㅋ (서백남 못지 않은 오만 장착 동문과녀ㅋ)

2024-02-17 10: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2-19 00: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 왔다. 반인간주의의 끝은 아내 살해? 진지한 질문을 던지며 독서 시작을 할까 말까 하게 되는 지독한 두께. #알튀세르 #미래는오래지속된다. 아마도 나는 설득되겠지. 인간은 언제나 책보다 두꺼우니까. 게다가 그 썰을 잘 푸는 작가와 이론가라면 더더욱.



​못 참고 읽는다.


사실 이 책에 압도되어 책 읽는 꿈을 꾸고 말았다. (누가 나 좀 말려줘) 후후 불면서 식혀가며 읽자고 다짐. 여튼 나는 비로소 정치적으로 치열한 글이 어떤 글인지 그 맥을 잡은 것 같기도 하다. 


해제 포함 1/5쯤 읽었는데 이 책은 한마디로 알튀세르 그 자신의 호명의 기록이다. (그에 따르면 주체는 이데올로기의 호명에서 만들어지는 효과다. 그러니 알튀세가 사후적으로 해석한 다양한 이데올로기적 장치들을 맛볼 수 있을 테고) 스스로를 해명하는 글, 스스로에게 해명하는 글(그가 자기 해명을 호명으로 미화할 수 있는 글/언어라는 특권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이 차라리 다행인 글). 이 고백들이 사실이라면 (알튀세 그에겐 사실이겠지) 20세기에 의해 가장 지적으로 미쳐버린/미친 놈의 언어화된 내면세계를 나는 마주하게 되는 거다. 그건 떨림. 생각보다 강한 적수를 만났을 때의 압도적임. 

불안을 다른 불안으로 굴려 서커스 하듯 삶을 유지하는 분열이라면 나는 안다고도 할 것이다. 분열의 근원을 해결하기 위해 온갖 정치와 문화, 사회 구조들에 내 상태를 전치displacement 시켜 실컷 미워하기 위해 나는 독서가 필요했다. 사실은 지금도 필요하다. 


읽는 중의 나는 알튀세르가 어찌하여 주체를 호명의 효과일 뿐이라고 주장하게 되었는지를 알 것도 같다. 출구를 찾는. 어떻게든 빠져나가고 싶은 한 인간이 겪는 어떤 폐색을. 그러나. 그렇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여하튼 아내 살해한 맑스주의자의 변명을 압도적이라며 상찬하는 페미니스트 누구? 바로 나 ㅋㅋㅋ 못 참고 다 읽자니 현생의 내가 손을 젓는다. 오늘은 여기까지가 나의 주이상스. 조금씩만 꺼내 먹어요... 



덧. 책에서 알튀세르는 푸코를 허심하다 표현하는 데… 이 글을 읽다 보니 확실히 알튀세르보다 푸코가 허심하다 ㅋㅋㅋㅋ!! 푸코는 자기 연구가 자서전이라고 한 적이 있는 데... (그의 박사 논문은 광기의 역사다...) 이 두 친구는 서로를 알아보았고(?) 추측컨대 푸코가 먼저 광인에서 셀프 광명 보는 방법을 찾은 듯 싶ㅋㅋㅋㅋ (따지고 보면 알튀세보다 푸코가 더 빨리 죽었는데ᄏᄏᄏᄏᄏᄏᄏ) 아아 허심함, 바로 그것이 광명 찾은 이유라면. 자수해서 광명찾자 ㅋㅋ 응? 난 푸코를 좋아한다. 정말이다. (아, 오늘도 덧없는 푸코 사랑ㅋㅋㅋ)



거기다가 나는 다만 다음과 같이 덧붙이고자 한다. "내가 이해했거나 이해한다고 생각했던 것, 이제 더는 완전히 내 뜻에 따른 것은 아니지만 내가 되어버린 것"이 여기 있노라고. ... 그것은 내가 과거에 이데올로기 국가장치라 이름 붙인 몇몇 강력한 구성체들, 내가 내게 일어난 것을 이해하기 위해서, 나 자신도 놀랍게, 건너뛸 수 없던 그 구성체들이 내 인생에 미친 영향을 각자 나름대로 평가할 수 있는 것과 똑같다. - P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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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파도는 덮치고 모래는 쓸려간다.
    from 의미가 없다는 걸 확인하는 의미 2024-01-29 17:01 
    내가 경계하게된 종류의 화법이 있다. 나 자신은 저들과 무관하다는 자기 인식이 드러나는. 너도 그래, 너도 똑같아라고 뱉어주려다가 참는다. 말해줘도 못 알아먹으니까. 어쨌든 나 자신은 무고하다고 항변하지만 이 구조 속에 있는 한 모두 한 비탈이라는 걸 그들은 알고 싶지 않은 것 같다. 정말로 무고하고, 그래서 대단하다고 생각했던 적도 있다. 아니 어떤 부분에서는 그런 이들을 인정하고 있다. 헌데 그게 백인성이고 그게 근대성이고 그게 애석한 (가끔 흠씬
 
 
건수하 2024-01-27 12:1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내살해 하니까 최근 생각나는 사건이…

그리고는 고양이 스티커에만 눈이 가요.

쟝님은 이제 먼 발치에서 바라봐야 할 것 같……

공쟝쟝 2024-01-27 12:29   좋아요 2 | URL
ㅋㅋㅋ 구러니깐요ㅋㅋㅋ 미쳐서 아내 살해한 사람이 대체 어쩌다 그리 된 건지 말을 좀 들어보자고요ㅋㅋㅋ 제가 이렇게 성평등하고 너른 사람입니다!! ㅋㅋㅋ 농담이고. 우리를 호명하는 이데올로기에는 국가기구/ 자본 /소문 /대중의 평판 (여기서는 정신분석까지…) 그리고 “젠더”가 있으니까요. 하지만 읽을 때는 최대한 평가 자제하고 읽겠습니다. 치열하게 구조와 내면을 함께 훑는 글을 만나면 저는 쭈뼛! ㅋㅋ 그런데 이 정도까지 자기 분석하는 사람 없거든요… 거의 ㅋㅋㅋㅋ

건수하 2024-01-27 12:29   좋아요 1 | URL
아 멀리서 봐야할 것 같다는 건 넘 어려워서 ㅎㅎㅎ 그래도 궁금해서 계속 읽고 안부 댓글이라도 달 거랍니다 :)

공쟝쟝 2024-01-27 12:30   좋아요 2 | URL
수하님 이 책은 알튀세 입문서보다…. 쉬워요. …. 솔직히 페미니즘이 제일 어렵다.

수이 2024-01-27 13: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구하시다니...... 대단하다.......

건수하 2024-01-27 14:13   좋아요 1 | URL
어머나 절판책이었군요…

단발머리 2024-01-27 15:17   좋아요 1 | URL
그럼.... 어디서 구했단 얘기죠? @@

공쟝쟝 2024-01-27 23:04   좋아요 0 | URL
두드리면 열리나니 💘

단발머리 2024-01-27 16: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지금 읽는 책에서는 니체의 문장이 나옵니다. (뭔지는 안 가르쳐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니체는 인간이 무엇에 관해 쓰든 결국 자신의 전기를 쓰게 된다고 말한 바 있다.˝

알튀세르는 잘 모르겠고요. 알튀세르 읽기 기록은 쟝님의 전기, 전기의 일부가 될 거에요. 응원합니다!!

건수하 2024-01-27 16:47   좋아요 2 | URL
저도 그 문장을 얼마 전 봤습니다 😉

단발머리 2024-01-27 18:03   좋아요 2 | URL
아, 궁금해서 안 되겠네요. 그 책 뭐에요, 수하님?
제가 읽는 책은 인문고전 깊이읽기 18. <파농>이에요.

건수하 2024-01-27 18:05   좋아요 2 | URL
음????? 전 그 책에서 본 것은 전혀 아닌데.. 어디서 봤을까요? 전 <공포의 권력>에 나왔나 하고 단 댓글이었는데….

공쟝쟝 2024-01-27 23:08   좋아요 0 | URL
안알려주신다며 알려줌!!! ㅋㅋㅋ 파농 읽고 계시네요!! 저는… 오늘은 안.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