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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은 없습니다 - SNS부터 에세이까지 재미있고 공감 가는 글쓰기
이다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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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대한 평을 남길까 했는 데, 저자에 대한 평을 남기고 싶어졌다. 종종 팟캐스트로 만나는 이다혜 작가에 대한 인상은 똑똑한 사람이라는 것. 그리고 이번에 책을 읽으면서 확신을 얻었다. 그는 ‘매우’ 똑똑한 데다 트랜디하기까지 하다!
업데이트 안되는 아재지식인들 글 읽다가 문화적 감수성이 풍부한 소위 X세대 언니들의 글을 읽으면 가끔 눈이 화~해지는 느낌이 든다. 이 책이 그랬다.

숱한 ‘글쓰기 팁’ 책들이 쏟아져나오고 있는 요즘, 이 분야의 적지 않은 책들을 읽어왔다. 솔직히 이만큼 섬세하면서도 군더더기 없는 글쓰기 관련 책은 못봤다.
“(213)소확행 시대의 글쓰기”에 최적화된 듯도 싶은 책. 대단한 작품을 준비중이신 분들 보다는 sns에 리뷰를 잘써보고 싶은 평범한 소시민(?)들께 권한다. 언제부턴가 한 사회의 문화적 총량이란,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읽고 쓸 때 늘어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또 과감히 써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114)
우리 모두는 어떤 면에서 기인이고, 하나뿐인 방식으로 망가진 존재이고, 그 상태로 살아가기 위해 소통하는 법을 어렵게 배 워가는 거라고, 그러기 위해서 제대로 듣는 법을 익혀야 말하고 쓸 수 있다고.

(127)
간접경험과 직접경험, 그리고 그 모두에 존재하는 나 자신으로부터 눈을 돌리지 않기. 글쓰기. 나 자신이 되겠다는, 가장 강력한 행동.

(157)
어떤 일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다음 발걸음을 내딛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상처에 대해 쓸 수 있다는 말은 상처를 잊었다는 뜻이 아니라 상처와 함께 사는 법을 아는 사람이 되었다는 뜻이다. 당신이 도저히 글로 옮길 수 없다고 생각하는 그 일을, 언제가 되면 글로 옮길 수 있을까. 서두르지 말자. 이것은 이기고 지는 배틀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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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14 12: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1-14 21: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뒷북소녀 2019-01-14 12: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저 예전부터 장바구니에 담겨 있던 책인데 바로 결제합니다.

공쟝쟝 2019-01-14 21:54   좋아요 0 | URL
으앗🤗 책읽고 난 뒤의 뒷북소녀님의 멋진리뷰 기대할게요!!
 
독서의 기쁨 - 책 읽고 싶어지는 책
김겨울 지음 / 초록비책공방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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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선선해지고 목 뼈가 제 궤도(?)를 찾으면서 요즘 책읽기에 다시 속도가 붙었다. 어느 정도냐면, 분량으로 쳤을 때- 하루에 너끈히 한권은 해치우는 듯?!? (여러 책을 한꺼번에 읽는 편이므로 정확하지는 않다..)

책을 읽다보면 책을 엄청나게 더 읽고 싶어질 때가 있다. 아, 이거 읽는데 저거 읽고 싶다. 그거도 읽어야 하는 데.. 보고 있어도 보고 싶은 그대🤔 처럼 읽고 있으면서 읽고 싶은!? 들뜬 마음이랄까.
이럴 때는 요런 종류의 책을 읽으면서 잠시 배를 부르게 만든다. 마치 예전 부모님 세대 배고픈 아이들이 물배를 채우는 것 처럼. 헛배라고 해야하나. 진짜로 허기를 채운 것은 아니지만, 빵빵 배가 불러져서 순간적으로나마 만족스러운 상태가 된다.

북튜버로 유명한 겨울서점의 ‘독서’에 관한 책이다. 가독성이 매우 좋아서 좀 놀랐다. 도서관에서 절반쯤 보다가 집에와서 침대에 누워서 안쉬고 한번에 완독. 이는 구어체에 가까운 문장의 영향도 있지만 김겨울씨가 의도한 대로 책의 무게 자체가 가벼웠기에 이뤄낼 수 있는 쾌거!!!라고 생각한다.

“(p.38) 뭐니 뭐니 해도 책의 무게가 가장 원망스러울 때는 누워서 책을 읽을 때다. (...) 누워서 책을 읽으려고 들면 정말 온갖 포즈를 다 시도하게 된다. 오른쪽으로 누워서 왼쪽 페이지를 읽다가, 왼쪽으로 몸을 돌려 오른쪽 페이지를 읽다가, 이도저도 불편해서 엎드려서 책을 읽다가, 팔과 허리가 아파서 누워서 책을 읽다가... 이걸 반복하고 있지면 아니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이것이 무슨 시지프스의 고난이란 말인가 싶어지는 데, 책을 읽느라고 그 생각을 어느 새 잊게 된다.”

초 핵공감. 심지어 누/워/서 읽으려고 전자책 산 것까지 나의 마음 당신의 마음 ❤️

북튜버라는 작가의 직업답게 책의 물성에 민감한 모습이 좋더라. 난 곳곳에서 비슷한 코드를 발견하며 흐뭇했는 데 - 이를테면, 표지의 디자인을 넘어 내지의 줄간격과 자간. 각주 등을 대단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 책의 무게와 판형, 심지어 사용하는 종이에 따라 독서의 쾌감이 달라짐을 언급한달지, 그런 부분들. (책은 역시 미색모조지ㅋㅋ 나만 그런게 아니었어!)

게다가 그녀의 책사랑은 단순히 모양에서 끝나지 않았는 데, 책의 냄새를 언급하며 에틸벤젠 어쩌고하는 화학분해 작용과정까지 언급할 때는 ‘역시 아무나 북튜버가 되는 건 아니었나보군’ 리스펙 하기로 하였다.

“(p.287) 그러니까 이건, 몸부림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활자 시대의 종언을 듣고 싶지 않아 저 멀리 떠나는 영상 세대에게 보내는 구조요청인지도 모른다. 아직 활자는 살아있다고, 그러니 데리고 가라고.
하지만 이렇게까지 비관적으로 보기에 나는 활자를 지나치게 사랑한다. 사랑하는 대상의 미래가 죽음이라 믿는 이는 없다. 그래서 미래가 책에게 그리 잔인하지 만은 않을 것이라 믿는다. 사람들은 계속 책을 읽을 것이고, 책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모처럼 머리는 식히고 배는 불리면서 빠르게 완독했음!
북튜버로서, 책덕후로서 이제는 저자로서 김겨울씨가 품고 있는 이상에 나도 동감하게 되었다. 그녀가 승승장구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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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하게 하는 글과 상처주는 글은 분명 다르다. 전자는 생각하게 하고, 후자는 생각을 더 하지 못하게 한다.

성찰하는 글이 좋다. 모든 글이 삶에 작용 할필요는 없다. 그러나 너무 많은 글이 삶을 배반한다. 투머치인포메이션, 너무 많은 짧은 글들이 삶들에 생채기를 낸다. 오늘도 쉽게 sns를 들여다 보면서, 삶이 녹진하게 배인 깊은 글들을 읽고 싶다고 생각한다. 글을 수월하게 읽지 말아야지. 인스턴트 처럼 쉽게 쓰지도 말아야지. 생각을 분명하게 해야지. 감정에 편한대로 생각들을 삼키지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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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아닌 것으로도 읽은 기분 읽어본다
요조 (Yozoh) 지음 / 난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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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다 출판사의 ‘읽어본다’ 시리즈. 요조 편. 일할 때 종종 팟캐스트를 듣는 데, 요즘은 빨간책방보다 '책이게뭐라고'를 더 좋아하게 되었다. 8할은 진행자 요조 때문인데 목소리가 너무 내 취향이라, 그녀가 시나 책의 한 구절을 낭독할 때는 엄청 귀기울여서 듣게 된다.

팟캐스트에서도 그렇지만 책에서도 요조의 ‘시 사랑’이 모락모락 묻어난다. 덕분에 읽고 싶은 시집 목록이 다양하게 또 추가되었다. (오늘도 배부른 나의 알라딘 보관함)

책의 내용을 설명하기 보다는 느낀점 위주의 독서일기라 머리 식힐 때, 가뿐하게 읽어내리기 좋다. 일기 대부분의 마지막 문장이 재밌다. 요조는 뒷심이 있는 사람 인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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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은 완벽한 페미니스트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고, 완벽하지 않다고 해서 페미니스트가 되지 않기보다는 완벽하지 않은bad 페미니스트가 되겠다는 록산 게이의 다짐은 그래서 나에게도 굉장한 귀감이 된다. 나는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
그리고 페미니스트이다.(p.26)” 


“소녀의 세계에서 비행은 옳다.
나 역시 그 세계를 지나왔다는 것이, 가끔은 믿기지 않는다.(p.39)”

“나는 거의 매일 죽음에 대해 생각한다. 이 책을 읽고, 나는 그동안 늘 생각을 하다가 중간에 그만두었다는 걸 알았다.
끝까지 생각할 엄두를 못 냈었기 때문에. (p.216)”

“책읽기를 마무리하며 분명히 알 수 있었던 것은 이것도 여성으로 사는 삶의 현장의 정정당당한 일부라는 사실이었다. 좀더 많은 책을 읽어보면서 자연스럽게 나는 어떤 입장에 서게 될 것이다.
그것을 기다려 보기로 했다.(p.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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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책읽기에 취미를 붙인, 혹은 책을 좋아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선물해 봄직하다.

나도 요조처럼 간단하게나마 책 일기를 써보려했건만.. 이놈의 완벽주의(?)는 글쓰는데 시간을 너무 많이 잡아먹어..
사는 속도 읽는 속도 못따라가고 읽는 속도는 쓰는 속도를 더욱 못따라가므로.. 그런데 쓰다보면 읽고 싶고 읽다보면 사고 싶어져서.. 독서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통장은 비어가고)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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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정말 가벼~업게 읽다가 또 눈물샘 터진 문장.

“이 책을 읽으면서 괜한 향수에 사로잡혀 많이 울었다.
나는 정말 신실한 신도였다. 그런데 이제 다시 그때로 돌아갈 수가 없다는 게 무척 안타깝고 슬펐다.
어떤 종교든, 종교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그것을, 종교를 잃고 알았다.
예전에는 나를 힘들게 하는 그 어떤 상황 앞에서도 담대함이라는 것이 있었다. 기도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내가 믿는 신에게 쪼르르 달려가서 도와주세요, 살려주세요, 저에게 힘을 주세요, 하고 기도할 수 있었다. 그 문제가 해피엔딩이 되면 당신 덕분에 내가 잘되었다 감사했고 새드엔딩이 되어도 당신이 뜻한 바 있어서 내 뜻을 이루지 못한 것이라고 믿는다고 그렇게 건강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종교를 잃고 나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기도할 곳이 없다는 막막함이었다.
진짜 나 밖에 없다는 자각. 이 세계에서 이제 나를 지킬 존재는 이렇게 형편없는 나 혼자라는 사실.
휘청휘청거렸다. 뭐든 다시 믿고 싶어졌지만 그 마음이 다시 생기지 않았다. (p.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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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도 마치 종교처럼 믿고 따랐던 흔들림없는 가치관과 그를 기꺼이 살아가고 있는 사람(집단)이 있었다. 언제나 감사함과 미안함을 느끼게 하는 ‘기도’ 같은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내 신앙의 맥이 탁 풀려버렸다. 나는 살을 긁어내듯 사람들을 떼어냈고 아팠지만 스스로를 조금 덜 미워할 수 있게 되었다.

요즘도 자주 생각한다. 돌아갈 수는 없을까. 왜 떠나온 것일까.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겠지만, 그 사람들의 문제는 아니었다. 내 안의 변화들이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었던 거다. 많은 이들이 신앙을 이어가지 못하는 이유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변하지 않는- ‘신’이 아니고 ‘변해 버린 나’인 것처럼. 나는 변했고, 이제는 누구도 무엇도 탓할 수가 없다.

그래도 가끔 그때가 그립다. 맹목적이던 그 때가.
나의 기도와 같았던 선량한 얼굴의 사람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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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진처럼 읽기 - 내 몸이 한 권의 책을 통과할 때
정희진 지음 / 교양인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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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5) 새삼스런 이야기지만 가장 강력한 지배는 사람들에게 여행과 독서를 금지하거나 접근하기 어렵게 하는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독서 이전의 상태로는 돌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인간관계에서 ‘갑’은 원하는 것이 없는 사람, 잃을 것이 없는 사람, 덜 사랑하는 사람일지 모르지만 권력이 두려워하는 인간은 분명하다. 세상이 넓다는 것, 다른 세계가 있다는 것,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된 사람이다."


앞으로 생각하고 뒤로 생각해도 말이 되지않는 이야기이지만, 고집세고 궁금한 게 많은 나에게 어떤 종류의 생각과 독서를 말리는 나를 (자신의 방식으로)아끼는 지인이 있었다. 더 놀랍고 말도 안되는 이야기지만, 나는 그의 생각을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처음에는 갸웃하고 난색을 표하기도 했지만. 어느 순간 그가 원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 더는 복잡해지지 않기로 했다.

나는 옮겨적고, 받아적었다. 토론 중에 생각이 달라지면 죄책감이 들었다. 생각이 달라지지 않고 싶어서_ 그가 추천하는 책 말고는 책을 읽지 않았다. 표면 그대로 생각하고, 판단도 그 기준으로 했다.


책을 읽지 않는 시간동안 나의 언어는 메말라갔다.
언어의 부족. 서사의 부족. 삶의 부족. 그리고 성찰의 부족.

어느 날 문득, 버석버석하게 말라가는 ‘나’ 라는 인간이 보였다.
생기없는 스스로의 못남이 견딜 수 없어졌을 때, 사람들에게 ‘나 자신’에 대해서 할 말이 거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몇 년치의 노트와 SNS를 뒤적이기 시작했고 - 지겹도록 똑같은 질문을 다양한 단어로 변주한 내 글들을 읽었다.

나는. 멈춰있었다.

_

멈춰있는 모든 것을 멈춰야 했다. 가장 먼저 하던 일을 멈추기로 했다. 쉬고 싶다고 이야기 했다. (어느 순간 간절했던 쉬고 싶음은 ㅡ 사실 계속 이렇게 살아서는 안된다는 마음의 브레이크였나보다.)

하던 일을 멈추니 모든 것이 움직이고 있더라.
그리고, 알았다.
더 이상 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겠구나.

꿈에서 깬 것처럼 관계가 재구성되었다.
나를 아낀다면서 하는 ‘충고’가 내게 얼마나 큰 ‘독’이었는 지. 멈추고 나니 알았다. 입맛이 썻다. 많이 울었다.

_

내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그 사람. 그는 왜 그랬을까를 오랫동안 더듬어 물었다.
"세상이 넓다는 것, 다른 세계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지 않았던 걸까. 그 세계를 만나면, 내가 달아날것 같았나? 아니면 그저 다른 시각으로 이야기하는 타인을 버텨낼 재간이 없는 사람이었던걸까.

막연한 생각 끝의 결론은 ˝그에게는 어떤 의도가 없었다˝는 것. 그냥 그는 자신의 삶의 방식 그대로 살았을 뿐이고, 많은 이들이 그렇 듯 ‘성장‘을 중요하 게 여기는 부류의 사람이었고, 자기 스타일의 조언을 아끼지 않은 거고.. 존경의 대상이 필요했던 취약한 내가 그의 말을 곧이 곧대로만 받아들이려 한 게 뒤틀린 관계의 시작이었겠거니.

나의 성장을 그가 제멋대로 재단했다는 것에 오랜시간 분노했었다.
‘성장’이라는 전제까지도 기꺼이 받아들인 ‘나 자신‘에 대한 화 였을 테지만.. 그땐, 화낼 대상이 필요했다.

나는, 나란 인간은. 아- 얼마나 의존하고 싶은 나약한 고집쟁이였던 것일까.

_


더 다양하고 풍부하게 사람들을 만났어야했다. 다른 시각의 말들을 듣고, 진한 이야기를 나누고, 미묘한 관계의 긴장감을 느끼고, 스스로를 고치고 변주하면서 살아야 했다. 판단은 내가 하는 것이었고, 삶도 스스로가 사는 것이었다.

개인의 평가나 충고에 그토록 깊게 침식당하면 안되었다. 다양한 사람들의 충고와 다가섬을 덕지덕지 온몸에 묻혀가면서, 그렇게 내 세계를 주조해 나갔어야 했다. 그런데, 난. 왜 그토록.

맹목적으로 누군가를 따르려 했던 걸까.
같아지려 애썼던 걸까.
다른 것을 견뎌내지 못했던 걸까.
그렇게 분리되고 싶지않아 발버둥 쳤던 걸까.
그러니까,
스스로를 믿지 못했던 걸까.

"(p.257) 한때 나를 구원했던 것(사람,생각,조직...)이 나를 억압하는 시기가 온다. 이것은 나의 성장 때문일 수도 있고 대상의 변질이나 상실 때문일 수도 있다. 어쨌든 나는 그것들과 헤어지거나 최소한의 거리를 두어야 생존할 수 있다. 내게 이 이야기는 분리의 어려움에 대한 비유였다. 20년된 관계, 30년된 생각, 사라진 이들과 헤어져야 한다."

<정희진처럼 읽기>의 마지막은 이별을 권했다. 꼭 그녀의 이별 권유가 계기는 아니지만.. 어쨌든 나는 사랑했던 많은 것들과 헤어지는 중이다. 언젠가 다시 돌아갈 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여전히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별로 없다. 일을 멈추고 나니까 더 없는 것 같기도 하다. 요즘은 내가 누구인지도 모르겠을 지경이다. 지금 상황이 스스로에게 납득 되지 않을 때는 울컥울컥 속에서 무언가가 치민다. 무언가를 도모하지 않고 멈춰있는, 진공의 시간이 참기 힘들다. 그렇지만 노력한다. 언제까지나 불안을 질료로 삶을 유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혼자 있지 못해서, 너무 많은 마음을 허락하는 거.. 그렇게 계속 힘을 들여가며 내면을 응시하지 않기 위해 무언가를 하는 거.. 이제 그만 둬야지.
이 가만히 있는 시간이 주는 불안감은, 일중독으로 좇아 버려야 할 것이 아닌,
더 적극적으로 가만히 들여다 보아야 할 내 안의 _어떤_ 신호.

달라짐을 자책하지 말자. 분리가 두려워, 나를 해치지는 말자.
(인식조차 하지 못했던)나를 억압하는 것들로부터 -
이별하자.

다만, 살아있기 위해서.
스스로를 믿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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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7-09-25 15: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글이 너무 좋아서, 정희진처럼 읽기를 다시 읽고 싶어졌어요.

공쟝쟝 2017-09-25 16:27   좋아요 0 | URL
정희진 처럼 읽기 정말 좋죠..두고두고 읽어도 또 남을 책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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