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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의 독서 중독자들 사계절 만화가 열전 13
이창현 지음, 유희 그림 / 사계절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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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쯤의 야근(을 해도 사라지지 않는 업무 량)은 상상을 초월해서, 엄마랑 넷플릭스로 워킹데드를 보며 이런 대화를 했다. 엄마. 저거 좀비들, 죽여도 죽여도 또 나오잖아? 한숨 돌릴 틈도 없이 계속 나오잖아? 저거 우리 회사같아. 나좀 살려줘. 저 사람들은 죽기라도 하지, 니는 죽지도 못해야. 그러네, 맞네. 좀비영화 보다 현실이 더 무서웠다. 엄마 엄마, 자본주의가 발달한 나라일수록 좀비물이 인기가 많다는 분석이 있대, 나는 왜 그런지 느낌으로 알것 같아. 게다가 한국 좀비는 겁나 빠르잖아? 왜 빠른지도 알것 같다니깐? 내가 뭐라고 하건 말건 상관 없이 이미 워킹데드에 빠진 엄마는 오메오메 징그러워라! 라고 하면서 시즌2까지 끝내버리셨다. 나는 드라마를 볼 체력마저 다 쓰고 오는 날들이었으므로 좀비물을 보는 엄마를 구경하다 잠들었다. 엄마는 좋겠네. 저거 시즌10까지 있다? 서울 올 때 마다 한시즌씩 봐. 


(후일담 : 2달 뒤, 시즌3를 내놓으라는 엄마에게 스위트홈을 틀어드렸고. 엄마는 흡족해 하셨다. 그 후로 2달이 또 흘렀고.. 나는 백수가 되어 내일 본가에 넷플릭스 깔아드리러 내려간다. 시간 난 김에 고향 집에 넷플릭스 하나 놓아드려야겠어요, 아버지랑 오손도손 좀비물 보시라고...)



***


“OO씨 꼴초 다됐네요?” 자주 옥상에서 담배를 나눠피던 동료가 놀렸다. 

그는 입사 초반엔 내가 담배를 피우는 지도 몰랐다고 했다. 하루에 세개피 정도 피우던 담배가 퇴사 할 때 쯤엔 사흘에 한갑으로 늘어있었다. 맞네, 내가 헤비스모커네, 하지만 담배는 죽으려고 피우는 게 아니랍니다? 살려고 피우는 거지. 우리는 안 피우면 죽어요, 스트레스로. 흡연은 폐에는 나쁘지만 허리와 척추 건강에 좋다는 통계가 있는 거 알아요? 봐봐, 우리도 주기적으로 허리 펴러 일어나잖아. 니코틴이 딱 땡길 때 허리 쫙~ 대체 그런 건 어디서 아는 거죠? 제가 이상한거 주워읽고 유리한 것만 기억하기를  잘한답니다? 의외로 취미가 독서거든요. (취미없는 모든 사람들의 취미는 영화와 독서이기 쉬우므로 보통 그런가보다 하고 대화가 넘어가야하는 데, 갑자기) 저도 취미가 독서인데, 무슨 책 읽으세요? 




무슨 책을 읽냐고요?? (순간 당황) 그 당시 읽고 있던 “1.성의 역사요*” 라거나 “2.페미니즘 책이요**”라고는 대답할 수가 없었으므로 (*예상답안 1-1: 성의 역사? 하고 많은 역사 중에요? 제가 관심이 많아요. 특별히 성에 대해. 👉🏻 이후 섹드립을 날릴 정도로 친한 사이는 아니므로 괜히 드립을 날렸다가 사회생활이 서먹해질 수 있었음. / 예상답안 1-2: 그 책은 어떤 내용인가요? 네 이 책은 미셸 푸코라는 머리카락 없는 사람이 지은 책인데, 총 4권이고 성의 역사에 대해서 다루는 데 내용은..... 👉🏻 문제는 당시 나는 책에 대해 설명할 수가 없었음. 98%는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 설명도 할 수 없는 책을 읽는 사람의 심리에 대해서 설명하다보면 역시 다음 날 부터 사회생활이 서먹해질 수 있었음) (**예상답안 2-1: 페미니즘이요? 혹시 당신이 그 말로만 듣던 메갈..? 👉🏻 그런 넌 한남? 👉🏻 역시 사회생활이 어려워질 수 있었음. 예상답안 2-2: 페미니즘 🤔 하고 다음날 부터 담배 동료가 나를 피하기 시작하고...역시 사회생활이 서먹해짐. 예상답안 2-3: (만에하나) 저도 페미니스트예요. 👉🏻 이건 내쪽에서... 그냥 마음의 거리가.. 사이가 서먹해질 수있음..) (*** 여하튼 이 모든 계산은 매우재빠르게 1초만에 머릿속에서 이루어졌다ㅋㅋㅋ) 저는 두꺼운 책을 읽습니다. 두꺼울 수록 의욕이 돋더라고요? 라고 말을 돌리며 

“아, 모르겠다. 빨리 때려치우고 밀린 책이나 읽고 싶네요.” 라고 대꾸하는 데, 

가만 이거 어디서 들어본 대사인데? 뭐였더라.


는 몇년 전에 본 <익명의 독서중독자들>이라는 웹툰이었다. 내가 아마 처음이자 지금까지는 마지막으로 유료 결제까지 해서 본 웹툰일것이다. 주인공은 조폭에 잠입한 경찰인데, 독서가 취미고 정체를 알 수 없는 독서모임에 나가고 있다. 


계속 해서 쌓이지 해결이 안되는 업무 폭탄💣 “지쳤어.. 이런일들..”

잔소리 총알이 피융피융🔫 “다 때려치우고…” 

끊임없이 이어지는 거래처의 전화 🛎  어서 밀린 책이나 읽고 싶네…”


나는 어쩐지 그날의 대화 이후로 마치 좀비를 물리치듯 조폭들과 대결하며 밀린 책을 읽고 싶어하던 독서 중독자 주인공이 문득문득 머릿속을 지나가곤 했더란다. 웹툰의 내용은 기억이 하나도 안나는 데, 그의 피로한 표정과 이중생활이라는 설정은 선명했다. 현대인이란 누구나 이중/삼중/사중생활을 하겠지만, 회사에 머무르는 시간이 압도적으로 길었던 그 즈음에 내가 느꼈던 자아분열은 최고조에 달해서 내 사회생활용 페르소나가 진짜 나로 굳어진 것 같은 기분에 혐오감을 느끼고 있는 상태였으므로, 더더욱이 그랬다.. 



아무튼 그렇게 악전고투하며 최고조로 바쁜 11-12-1월을 보내고, 

마지막 뼛속까지 남은 기력을 곱게 갈아서 우려 내어서 차로 타드리고, 

나는 퇴사를 하였지롱.


해피엔딩,

벚꽃엔딩.



***


그리고 실컷 책을 읽었냐고요?

물론 처음 사나흘 정도는 의욕적이었읍니다!

읽고 싶은 책들 목록을 적으며 흡족했지요!

이제 나에게는 이걸 다 읽을 수 있는 시간이 있다!! 우하하!!! 하면서...


***


근데, 왜지?

왜.... 저번 달과 이번 달에 읽은 책 권수가 별반 다르지 않지?

갑자기

.

.

열린결말..?




물론, 독서는 하고 있다. 근데...


이거 저거 의식의 흐름대로 뒤적이다보니.. 정작 완독한 책은....

엉?? 나 이렇게 살아도 돼? 

갑자기 자책을 할뻔 했으나, 이젠 그러지 좀 말자라고 가까스로 생각했다.


그제는 <노멀피플>을 읽고 슬픔에 허우적 거리다가 천장을 보게 되었다. 

하얀 집천장에 미세한 무늬가 있다는 것을 처음알게 되었다. 


아!!

?

!!!!


쉬는 것마저 열심히 할필요가 없다는 진정한 돈오가 찾아왔다.


그래서 지금 나는...?


***


누워있다.

누워만 있다.

계속.

누워있다.

글도?

누워서 쓰는 중이다. 

...

...

귀찮다.

...

.

그리고 귀찮아도 된다.

세상에서 나한테 뭐라고 할 사람 나밖에 없다.

나만 그짓을 그만 두면 되는 거다.



***


어제는 위의 예의 담배동료가 카톡을 보내왔다.


OO씨. 잘 쉬고 있죠? 모하고 지내시나요.

나: 누워있어요.

휴식의 기쁨이네요. 아직도 누워있어요?

나: 당연히, 누워있습니다. 일어나야지, 라고 생각하면서 지금 세시간째 누워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나: 놀라실수 있겠지만 일어나기 귀찮아서 담배도 끊어진 상태예요.


.

.

.


그리고...

오늘도 역싀 누워있는 중이다. 

사실 담배가 피우고 싶은 데...

나가기 귀찮아서.. 어쩌다보니 사흘째 금연....중이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암튼 오늘은 그제의 깨달음이 두터워져서, 일어나지 않기로 해보았다.  

그런데 독서를 하려면 일어나야하니까 폰으로 누워서 웹툰을 보기로 했다. 


<익명의 독서중독자들>을 다시 결제했다. 작가는 찐이다. 이 사람. 진짠데? ….


나 요즘 딱 저자세로, 





저런 상태, 저런표정이다? 

읽고 싶었던거 다시 읽기. 

다시 읽고 다른 감동먹기.

자랑자랑 자랑자랑 자라라라랑


하기 싫은 거 안하기

하고 싶은 거만 하기

자랑 자랑 자자자랑




회사 다닐 때는 엄청 책 읽고 싶었는 데,

막상 쉬면서 슬슬 회사독이 빠지기 시작하니까,

책에 대한 열망이 500%에서 50% 정도로 줄어든 것 같다.


사회에서 든 병이 조금씩 빠지나보다.

기분이 좋다.


사자, 요즘 뭐 읽어?

지쳤어, 이런일들... 다 때려치우고 어서 밀린 책이나 읽고 싶네.

독서 중독자들은 완독에 대한 집착이 없어.

병든 인간만이 책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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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티나무 2021-03-11 17:1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퇴사 축하합니다! 좀비에 비유하시니 잘 몰라도 막 알 것 같은 기분이에요.ㅠㅠ 특히 빠른 한국 좀비....
마지막 인용문에 뜨끔. 그럼 나는 병든 인간, 우리집 남자들은 병 안든 인간들? ㅎㅎㅎㅎㅎㅎㅎㅎㅎ ㅠㅠㅠㅠㅠㅠㅠ

공쟝쟝 2021-03-11 17:12   좋아요 3 | URL
ㅋㅋ위장에 탈이나면, 난티님네 식구들은 아직 탈이 안나셨을 지도...? ㅋㅋㅋ 우린 ㅋㅋ 풀뜯듯 책을 뜯어야쥬.. 아프니까 ㅠㅠ

바람돌이 2021-03-11 17: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시험공부 해야 할때는 마라톤 중계조차도 재밌죠. ㅎㅎ 그나저나 퇴사라니 부러울따름입니다. 🥰😍🤩

공쟝쟝 2021-03-11 17:37   좋아요 2 | URL
그 부러움이 헛되지 않게 더 누워있을래요~

반유행열반인 2021-03-11 17:2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부럽다부럽다부럽다럽부부럽부러럽럽럽부부럽다...

공쟝쟝 2021-03-11 17:37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 너무 부러워서 나 미워하면 안돼요?? 🤭

반유행열반인 2021-03-11 17: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럽부 럽럽럽 숨겨놨잖아요. 새랭햅니대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1-03-11 17:48   좋아요 2 | URL
럽부 받고 럽 하나 추가 더! ㅋㅋ 아 이제 일어나자 ㅋㅋ 밥해야지 ㅋㅋㅋ

유부만두 2021-03-11 18:4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우와, 진짜 찐이다, 하는 생각이 들어요.
책도 공쟝쟝님도요. 열망이 줄었다니 그만큼 충만하신걸까요, 아무럼 어때요. 그저 ... 즐기세요. 지금을!

공쟝쟝 2021-03-11 19:02   좋아요 3 | URL
정말 충만해서... 읽기로 했던 벽돌들을 다 잊은 채 입니다. (읽겠다고 써놓은 페이퍼들을 지워야할 판..?) 즐기렵니다. 지금을.. ㅋㅋ 시골가서 맛난거 먹으면서 더 즐길꺼예욧!!

미미 2021-03-11 18: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기쁘게도 저도 독서중독인거네요ㅋㅋㅋㅋ계속 읽고는 있지만 뚝딱뚝딱 끝내지 못해 민망해지려는 찰라 덕분에 위안을 얻었음요. 병들었다는 부분은 부인할 수 없으나 음..이건 그냥 잊을래요ㅋㅋ

공쟝쟝 2021-03-11 19:04   좋아요 2 | URL
완독에 대한 집착을 내려 놓아요.. 우리...🙄
그러고보니 책읽는 게 병이라면, 이곳 알라딘 마을은 중증환자... .... 똑똑, 괜찮으신가요? 우리 환우님들?..🤪.

scott 2021-03-11 21: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공쟝쟝님 그동안 수동적인 일중독자 이셨다면 이젠 자발적인 읽중독자로! 이북으로 읽으면 완독 부담이 없어지는뎅 ㅋㅋㅋ 공쟝쟝님 당분간 책을 향한 열정보다 맛난거 먹으며 숨쉬기만 하귀 ^ㅎ^

공쟝쟝 2021-03-12 08:03   좋아요 1 | URL
이북으로 읽으면 누워서 읽기도 좋은 것 같아요 ^.^ㅋㅋㅋㅋ 자발적인 읽중독자라니 찰떡 표현! 푹 쉬겠습니다🥰

라로 2021-03-11 22: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가 왜 완독하는 책이 별로 없었는지 그 답을 여기서 찾았네요!!! 나는 독서 중독자였어!!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암튼, 퇴사 축하해요!!! 열쓈히 쉬고, 쉬고 또 쉬고,,,엄청, 부러워요!!! 쉬어도 밥 달라고 하는 사람도 없잖아요!!!최고네!!!👍👍👍

공쟝쟝 2021-03-12 08:05   좋아요 0 | URL
라로님이 독서중독자가 아니라면, 이동네에 누가?? 밥 달라는 고양이는 잠시 동생집에 보내고 엄마밥 먹으러 가는 중입니다!! 😿😿🥰🥰

syo 2021-03-11 22: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다시 한번 웰컴투백수월드.
책만 읽는 백수생활에 관해서 모르는 게 있으면 언제든지 이 슨배님께 물어보도록 해요.
엣헴 🤔

공쟝쟝 2021-03-12 08:07   좋아요 1 | URL
승배님! 이 좋은 월드에서 꽤 부지런히 살아 오셨군요?? 다른 건 모르겠으나 의외로 굉장히 창조적인 활동🤭

붕붕툐툐 2021-03-11 22: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읽는 사람까지 평안하게 만드는 기록입니다. 누워있고 싶다, 아무 것도 안하고 누워있고 싶다.. 세시간째 누워있고 싶다..ㅋㅋㅋ
공쟝쟝님의 귀찮아서 절로 되는 금연을 응원합니다!!ㅋㅋㅋㅋㅋ

공쟝쟝 2021-03-12 09:44   좋아요 1 | URL
네네😄 확실히 스트레스가 없으니 ㅋㅋㅋㅋ 오늘은 일찍 일어나서 활발히 활동 중입니다 !!
 
라이언 맥긴리 컬렉션 : 바람을 부르는 휘파람 - 청춘은 언제나 옳다 라이언 맥긴리 컬렉션
라이언 맥긴리 지음, 박여진 옮김 / 윌북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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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가 지났다. 가장 긴 밤이 지나갔다는 소리다. 앞으로 점점 해가 길어질 거다. 그 생각을 하면 추위를 견디는 게 수월해진다. 분명히, 반드시 더 따뜻해질테니까. 오늘이 가장 추운 날일 거야, 다독일 수 있다. 그래서 겨울이 좋다. 누구나 봄이 온다는 걸 아니까. 봄을 기다리는 기분- 나빠도 더 나빠지지 않는 다는 걸 분명히 아는 견딤. 느긋해진다. 지금이 별로 나쁘게 인식되지도 않는다. 겨울을 좋아하게 되면서 겨울이 오는 가을도 좋아하게 되었다. 봄은 안추우니까 좋고, 여름은 겨울만을 남겨두고 있어 좋다. 아무튼 겨울을 좋아하면 여러모로 좋은 점이 많은 것 같다. 밤이 일년 중 가장 긴 날이라 잠을 아주 담뿍 잤다.

출근길 버스정류장에서 개관을 기약없이 미루고만 있는 동네 도서관에 새책들이 가득 들어왔음을 건너다봤다. 곧 다 내것이 될 책들이다, 깔깔🤣

앞으로의 시간이 오늘들의 시간처럼 전부 다 내것이라는 생각이(참 당연한 말인데-) 들면 왈칵 감동이 밀려올 때가 있다. 사실 나는 인생의 대부분을 내가 내것이 아니라는 생각에 질식되어 살아왔다. 그래서 내가 내 것 같은 순간 정도면 아주 충분하다. 행복의 역치가 낮다.

지난 주에는 ‘자유로울 것 혹은 자유로워 질 것’ 이라고 냉장고에 써붙이고 맥긴리 사진집을 샀다. 일주일 동안 그걸로 행복했다. 쳐다 보는 것만으로도 자유로워진 기분이 들어서 물을 꺼내 마실 때마다 음음!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된다. 자유로울 것. 나에게 자유란 나는 내꺼구나, 하는 느낌. 그 순간에 머무르는 순간을 잡아채서 나는 내꺼다, 나는 자유롭구나 하고 느끼기. 숨을 들이 마시고 순간을 잡아채기.

오랫만의 #나의행복포인트
동지, 길어질 낮, 자유, 맥긴리, 겨울, 도서관, 숙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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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20-12-22 1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대 이름은 자유!!!!!!!

죤보통 2020-12-24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저거 보고싶당 ㅎㅎ
 


일시품절이 바뀌자 마자, 바로 겟겟! 한겨레21 이 대놓고 작가들 덕질했다기에 (하아- 너무 세상에 이로운 덕질 아닌가!) 내 비록 한국문학 잘 모르는 데다, 저 21인 중에 10명도 채 읽어보진 못했으나 오로지 최은영 작가님을 향한 지독(?)한 팬심으로, 떨리는 마음으로..읽기에 앞서.. 워밍업으로 먼저 우럭 한 점, 상영찡을 읽다가.... ㅠㅠㅠㅠㅠㅠ 

헉... 가장의 무게라니...(머야... 의외의 짠내...) 전업 작가 됐다고 해서, 회사 안다닐만큼 벌겠지 싶었는 데 가정경제가 굴러가지 않는다니 ....... ㅠㅠㅠㅠㅠㅠㅠㅠ 

크허엉.... 그의 소설을 좋아하긴 하지만, 에세이까지 사서 읽으랴 싶어서 빌려읽자 미뤄놨는 데... 사야겠다.... 한 달 보험료... 백만워뉴ㅠㅠㅠ 상영찡..누님이 다음달 월급받으면 꼭 에세이 사서, 천원이라도... 보태드릴게... 글 써요, 열심히 쓰고, 쉬어요 좀 쉬도록해.... ㅠㅠㅠㅠㅠㅠㅠㅠ
(물론 난 실비랑 암보험만 들어서 어떻게 해야 백만원 보험료가 나오는 지, 모르겠지만.... 암튼 그런 궁금증은 제쳐놓고.... 열심히 세일즈 하신대니까, 뭔가 영업하는 친구 보는 것 같아서.. 커피쿠폰 선물 하는 느낌으로다가...) 내 꼭 사고 리뷰도 쓸테니 우리존재 화이팅! 청년들이여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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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20-08-28 12: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가 그래요. 쉬고 싶은 욕심이 많아요. 아주 아주 아주 많이.
노세 노세 젊어서 놀아, 늙어지면 못 노나니.. 이게 제 모토인데..ㅜ

공쟝쟝 2020-08-28 21:37   좋아요 1 | URL
안놀고 페미니즘 공부중인 비연님..ㅋㅋ

비연 2020-08-28 21:40   좋아요 0 | URL
홋!!!! ㅋㅋㅋ
 


이 ‘아름답고 쓸모없는’ 표지 싸바리 재질 때문에... (미적으로는 더할나위없으나.. 실용적으로는 잘 구겨지고, 소리두 신경쓰이고, 정전기일면 머리카락 붙고, 귀찮아 벗기면 안예뻐져 아쉬운) 안사려다가ㅋㅋ (개인적으로 후가공 듬뿍들어간 책들 좋아하지만 싸바리 있는 책 아무리 이뻐도 싫다. 나무 아깝다.) 20대에 사랑했던 시인의 30주기이기도 하고.. 사실은 필사노트 너무 탐나서 겟 했는 데.. 아 필사노트 너무 고급지고 최고다....😻


기형도는 서른 살 전에 죽었다.
서른이 넘어 읽는 그의 시에서 난 늙고 낡은 것에 대한 혐오를 느낀다. 20대엔 그게 마음에 들었는 데, 이제는 좀 불편하다.
만약 그가 살아 나이 들어가며 자기의 시들을 읽는다면, 시안의 마음과는 다른 맥락으로 괴로웠을 것이다. 기형도는 그를 감당하지 못해 절명한 것이 아닐까.

30주기.
그러나 난 예순의 기형도를 상상할 수 없다.
잔인한 말이지만 그는 스물 아홉 딱 거기에서 멈췄어야 하는 시인이라고 감히, 적어둔다.
_
_

#기형도이야기아니라싸바리이야기&굿즈칭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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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소녀 2019-05-05 20: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음, 전 필사노트 선택 안했는데 고급지다니요ㅠ

공쟝쟝 2019-05-05 20:28   좋아요 0 | URL
슬프다.. 주관적인 평가에 약올리는 건 아니지만 최근 굿즈 중에 최고였습다.. 😹😹😹
 
릿터 Littor 2018.8.9 - 13호 릿터 Littor
릿터 편집부 지음 / 민음사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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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잡지는 처음 사보았다. 그래도 주제가 여성-서사 라는데. 읽어봐야 할 것 같아서. 플래시 픽션도 좋았지만, 의외로 인터뷰도 꽤 재밌었고, 실려있는 단편 소설들도 집중해서 읽었다.

그래도 가장 좋았던 것은 ‘여성-서사’와 관련한 평론들.
소설도 이제 막 읽고 있는 나에게 평론이란 신형철의 책에 나온 몇 페이지 읽은 정도라 할만큼 낯선 분야(?)이지만, 요즘 점점 읽어가면서 취향을 발견중이기 때문에 ‘난 이런류의 글을 좋아하는가봉가.’ 하고 생각하게 된다. 텍스트 자체의 해석or주석도 좋지만, 소설-문학이 담지한 현실과의 맥락들을 짚어내는 부분들이 매우 흥미롭게 읽히는 듯 하다. 꽤 오래전 부터 알고 싶어했던 것은 ‘세상과 나의 생겨먹음’이기도 하고. 그래서인지 둥둥 떠다니는 상념들이 어떤 계기로 꿰맞춰질 때 (기왕이면 언어로) 약간의 쾌감을 느낀다.

삶과 세상을 더 깊고 다채롭게 이해하는 것이 내 목적없는 독서의 목적(?)이라면 그 이야기들을 분류ㆍ연결 시켜주는 이야기(평론)를 좋아하는 것은 필연일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릿터에 실린 몇몇 평론가들 평론집도 뒤적여볼까? 생각 중. (그렇게 또 한번 알라딘 보관함은 갱신되고...) 평론 마저도 재밌고 풍부하게 읽으려면 일단은 문학 작품들을 더 많이 봐야겠지 만은.

여하튼 가성비 갑이었다. 만원의 행복. 릿터~
다음 호는 ‘난민’이 주제라고 하눈데...살까말까... 하다가 오늘 지른게 있어서 참음...
사는 속도와 읽는 속도와 쓰는 속도의 적절한 균형이 필요하다. 읽고 느끼고, 느낀 점을 정리하고 적어둘 수 있는 시간도 필요하고.


"(p.29 )1987년 민주화 이후부터 1997년의 외환 위기가 터지기 전까지 한국경제는 호황을 이루지만 그녀의 주인공들은 시종일관 "내 생은 쭈욱 악화일로였다."라고 쓰라린 비명을 토해 낸다는 점에서 공선옥 문학은 무섭고도 불편하다. 모자 가정의 어미로 공장에 다닐 처지도 되지 못해 불법적으로 생존을 영위하기 때문에 민중이라는 이름조차 가질 수 없는 ‘서발턴’인 그녀들은 이른바 ‘87년 체제’의 한계를 보여주는 외부이자 노마드적 주체의 자유에 들뜬 1990년대 페미니즘이 외면한 자매이기 때문이다. - 민주화 이후의 여성문학 : 억압된 것의 회귀와 성차화된 여성 주체의 등장, 김은하"

"(p.31 ) 어떤 픽션과 조우했다는 건 이미 익숙함이 아니라 낯섦를 통과하는 일이라는 얘기이기도 하다. ‘나’를 고정/확정하는 체험이 아니라 "분열하고 변이하며 증식하는 체험"을 통해 이야기는 우리의 정신을 고양시킨다. - 당대의 여성서사가 우리를, 백지은"

"(p. 38) 뻔하다는 말은 결국 지겹다는 말과 다르지 않을 텐데, 정말 끔찍하도록 지겨운 것은 클리쉐로 이루어진 소설이기 이전에 현실 그 자체임은 분명하다. - 같은 질문을 반복하며 : 2018년 한국 문학의 여성 서사가 놓인 자리, 조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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