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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에르노 - 이브토로 돌아가다
아니 에르노 지음, 정혜용 옮김 / 사람의집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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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납하며 도서관 배경으로.



그가 무엇을 *어떻게* 쓰고 싶어했는지를 알고나면 사랑하지 않을 수 없어진다. 실제로 어떻게를 구현했다는 걸 읽을 수 있게되면 그냥 읽을 수가 없어진다. 나는 이해한다. 어떤 이에게는 쓴다는 것 자체가 내부의 이민이며 계급의 탈주라는 걸. 


“(43) 무엇을 쓰고 싶은지 아는 것, 좋아요, 그 문제의 경우 제가 처음은 아니죠. 하지만 어떻게 쓸 것인가, 어떤 방식으로 쓸 것인가는 엄청난 질문입니다. (중략) 제가, 이를테면 내부로부터의 이민자인 제가, 어떤 방식으로 글을 쓸 수 있을까요? 처음부터 저는 한쪽에 자리한 문학적 언어, 배우고 사랑했던 그 언어, 그리고 다른 한쪽에 자리한 출신 언어, 집에서 부모가 사용하는 언어, 피지배자들의 언어, 그 뒤 제가 부끄럽게 여기지만 여전히 제 안에 남아 있을 언어, 이 두 언어 사이의 긴장 속에, 심지어 찢김 속에 잡혀 있었습니다. 결국, 문제는 이거죠. 글을 쓰면서 어떻게 나의 출신 세계를 배반하지 않을 것 인가?


사회 계층이 어느 정도는 굳어진 프랑스의 계급 탈주자들은 어떤 수치감을 명확히 보는 것 같다. 한국은? 자수성가한 자들일수록 수치를 모르고 자신의 출신 세계를 혐오한다. 올라오는 수치심을 느끼지 않으려고 다음 성과에 몰두한다. 


도통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알기 힘든 자아들은 기꺼이 성공 주문에 시간과 비용을 지불하고, 너를 그곳에서 꺼내는 건 오로지 너야. 성공을 팔아 성공하는 마케팅에서 성공한 이들은 세계와 글쓰기에 대해 성공을 자격삼아 말을 하고 책을 쓰고 감히 잘 사는 팁을 알려주겠노라. 좋아요. 구독. 좋아요. 좋아요. 좋아요. 


좋다니. 


자신을 배반하는 의식으로는 좋은 글을 쓸 수 없다. 깊은 자기 이해에 가닿지 못한채로 세계를 통찰한다? 어불성설이다.


이런 시절에 삶의 균열을 경험하지 않을 이가 있을까. 균열을 봉합하지 않고 드러내는 용기있는 아니 에르노의 글쓰기는 나르시시즘이 아니라 감히 생각하는 대로 살 수 있다 믿는 오만하고 강박적인 세계관에 대한 복수이며 투쟁이다. (라고 내 멋대로 의미를 부여해본다.)


탈출하고 싶다. 탈주하고 싶다. 달아나고 싶다.

이것이 나 임을 인정할 수 없다. 현실에 그대로 만족되어지지 않는다. 

이러한 내가 가진 것은 (여느 비평가들의 말대로) 신자유주의적 욕망인가?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어딘가에서는 붙잡혀지고 흐느껴진다. 

성공했어도, 성공하지 않았어도, 돌아갈 곳이 없어도, 가혹하게 버리고 떠나 왔다 하더라도. 


나는 조금 단호하다. 자신을 산다는 것은 자신으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단절과 비약은 있으되, 우연과 무의미의 카오스가 정말로 진실이라도. 그것을 엮어쓰는 것은 나. 의미의 실에 매듭을 짓는 것은 나. 엉켜있는 대로의 미감을 똑똑히 보는 나. 는 그것들을 그것들대로 인정하는 순간에 찾아오는 벼락같은 화해를 안다. 내가 안다.


그 인정이란 투항이 아니라 투쟁의 시작이라는 것도.


그리하여,

나는 끝내 지지 않았으니, 

이제는 돌아가야 한다. 


돌아갈 준비. 아니 에르노. 


<책 117페이지 질의 응답>


질문 언제부터 출신 환경, 부모의 환경과 화해했다고 느꼈는지 알고 싶습니다.

A. 에르노 그저 글을 쓰면서였어요.

질문 글을 쓰면서라면, 초기부터요?

A. 에르노 1970년대 초반에 집필을 마치고 나서 <빈 옷장>이라고 제목을 붙이게 될 책을 기획하면서부터 그 랬습니다. 몇몇독자들은 그 책을 읽으면서 제 부모가 헐뜯기고 부정적 시각으로 비춰진다고 분개했어요. 그들은 소설의 주인공 드니즈 르쉬르가 어린 시절과 청소년기를 떠올릴 뿐만 아니라 해석하는 대로의 모습으로 그 시기들이 다뤄진다는 것을 보지 못했거나 보고 싶어 하지 않았습니다. 취학하기 전 몇 년간의 어린 시절은 그저 천국으로 그려지죠. 사탕도, 커피까지도 있는 식료품점이라는 천국으로. 그러다가 학교, 책을 접하면서 드니즈는 그 세계가 <훌륭하지않다>는 것을 차츰차츰 깨닫고, 학교와 지배하는 자들의 시선이 <훌륭한> 것으로 간주하는 것에 자신의 부모가 부합하지 않는다고 부모를 원망합니다. 이 모든 것을 성찰해 보지 않고서, 우리 가 비난할 수 있는 것은 부모가 아니라 위계에 따라 분리된 사회와 그 사회를 작동시키고 서민 계층 출신의 아이에게서 부모에 대한 수치를 촉발하는 가치와 코드라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서, 그런 모든 이야기를 쓸 수 없음은 명백합니다. 그 첫 작품의 기원에는 -훗날 제가 <자리>에서 말했듯이- 엄청난 죄책감과 부모에 대한 <별개의 사랑>이 존재합니다. 아마도 어조가 격렬해, 심층에서는 그럭저럭 나와 부모의 분리 과정의 인지 및 규명이 어우러져 일어나는데, 이 측면이 가려졌던 모양입니다.


아니 에르노의 첫 소설 <빈 옷장>을 다 읽고 이 회고록을 읽었는 데, 질문자는 놀라지만 나는 <빈 옷장>이 화해 직후 혹은 화해하는 중에 쓴 글임을 알아보았다. (독후감 나중에 쓸 예정… 대체 언제…?ㅋㅋ)


자신의 수치를 돌보지 못한 채 다음의 성공에 대한 약속만이 가능성으로 제시되는 닫혀버린 세계에서. 공부하지 않고 쓰는 글은 나쁘다. 안 쓰는 게 낫다. (그것들을 결단코 이길 수 없다는 점에서. 결국에는 닫힌 나르시시즘을 재생산한다는 점에서도.)


2023-09-11

무엇을 쓰고 싶은지 아는 것, 좋아요, 그 문제의 경우 제가 처음은 아니죠. 하지만 어떻게 쓸 것인가, 어떤 방식으로 쓸 것인가는 엄청난 질문입니다. - P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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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3-10-14 13: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니 에르노의 계급 의식에 요즘 빙의하고 있는 거 같은데… 아니 에르노에 더 진정으로 빙의하려면 섹스도 그녀처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나저나 밥은 먹고 다니냐 쟝?
손목이 더 얇아졌네.

공쟝쟝 2023-10-14 14:13   좋아요 2 | URL
하... 나의 섹슈얼리티의 억압 역사를 쓰기 위해서 섹슈얼리티 해방시켜야 합니까? ㅋㅋㅋㅋㅋㅋㅋ 진정한 해방은 추구한다고 오는 것이 아닙니다. 진정한 자유는 ~하지 않을 자유. 언제든지 그만둘 자유입니다. 진정한 욕망은 언제나 그만 둘 수 있는 힘 입니다.
!!!!!!!!!!!!!!!!!!!!!!!
아니 에르노여!!

- 이제 잘 챙겨먹어서 알라딘 돌아왔어요!!

단발머리 2023-10-14 14:49   좋아요 0 | URL
밥은 먹었는데....
손목은 내가 더 얇아요. 잠자냥님? 듣고 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3-10-14 15:05   좋아요 3 | URL
단발머리님 잘 챙겨먹고 손목도 굵어지고 건강하기로 해요!

단발머리 2023-10-14 14:58   좋아요 2 | URL
역시 내 생각 해주는 건 건수하님 뿐이에요! 아니구나……
다들…. 이구나 😳😳😳😳😳

건수하 2023-10-14 15:05   좋아요 0 | URL
다시 보실까요? ㅋㅋ

단발머리 2023-10-14 15:08   좋아요 1 | URL
역시 내 생각 해주는 건 건수하님 뿐이에요!! 😘😍🥰

공쟝쟝 2023-10-14 15:10   좋아요 1 | URL
단발머리님 손목이 굵어지시기를 저도 바랍니다! 수하님 마음과 함께 🤪

책읽는나무 2023-10-15 22: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도 책보다 쟝님 손목부터 봤어요.
손이 왜 저번보다 못해진 걸까? 하면서..ㅋㅋ
진짜 밥 잘 먹고 다니는 거 맞죠?^^
책은 일단 담아갑니다.

공쟝쟝 2023-10-16 20:05   좋아요 1 | URL
정말 잘 먹고 다닙니다!!! ㅋㅋㅋㅋ 걱정마세요 나무님 찡긋 😫😫😝
 
여행준비의 기술
박재영 지음 / 글항아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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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일들로만 가득한 하루를 상상한다. 그날 하루가 통째로 신나는 모험이 될 것 같은 소풍 날 아침의 기분. 그런 기분을 언제 느껴봤더라? 막상 다 신나기만 한 적은 없는 것도 같다. 소풍 날에도 ‘오늘은 무슨 일이 일어날까?’ ‘어떤 재밌는 것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하면서 설레 두근거렸던 날은… 국민학교 첫 소풍 정도? 그날도 기대는 했지만 같이 김밥을 먹을 친구를 구해야 하는 걸 조금 걱정했다. (그리고 결국 혼자 먹었던 게 지금 기억나는 데… 당시의 난 내성적이었지만, 그럭저럭 씩씩해서—사람 성격이 이렇게 안 변해— 어쩔 수 없쥐라고 생각하고 나무 그늘에 혼자 앉아 맛있게 먹음)


그러니까, 어제 구글 맵에 —이 책에서 시키는 대로— 부지런히 별을 붙이다가 한 생각이다. 왜, 왜, 지금까지 내가 여행을 좋아한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지? 내가 혼자 ‘여행’을 떠나 본 것은 짧지 않은 인생에 단 두 번 인데 한번은 33살에 제주, 다른 한번은 작년에 광주다. 떠올려보면 두 번 다 좋았는 데 “친구를 만나러 가는 것”이라는 명분(?)이 먼저였으므로 ‘여행’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큰 틀에서 대충 동선을 짜고 내키는 대로 움직이면서 아주 많이 걸어다녔다. 이 시간 동안은 이 시간에 있자. 돌아가서 할 일들은 돌아가서 걱정하자. 이 시간에 오롯이 머무르자. 여행지에서, 나는, 행복했다. 하루가 길었고, 생생했고, 여전히 기억난다. 그리하여 가고 싶은 구글맵에 별 붙이기. 첫 번째는 반고흐 미술관이었고 곧 가게 될 거다. 두 번째 별은 전북의 마이산, 세 번째 별은 뉴욕 크라이슬러 빌딩에 찍었다.


아, 🤔 이런 거였나?
요 몇 년 간 꾸준히 인생의 모든 have to(취업, 결혼, 육아를 비롯한 형식적 인간관계와 인생관 및 의미 부여, 의미 찾기 등등)를 삭제하는 데에 매진해 왔던 난, 내 생존 + 고양이 밥을 주는 것과 읽고 싶은 책이 있다는 것 말고는 왜 살아야(혹은 돈을 벌어야)하는 지를 도통 모르겠다는 무의미한 무의미가 아주 조금 걱정되더란다. 이렇게 돈을 벌고 돈을 벌고 돈을 벌어서 불안을 해소하고 노후를 걱정하지 않게 하는 유일한 보루인 내 집을 사??!? 그건 그것대로 훌륭한 인생이지만, 기껏 집 샀는 데… 몸이 아파서 병원비를 위해 집 팔아야 하면 어떡해?!? 그렇다면 답은 존엄사!! 존엄사 적금을 들자. (🧠공쟝쟝 뇌 굴러가는 소리ㅋㅋㅋ)

그런데… 돈을 벌어야 하는 이유가 ‘여행’이라면 그건 좀 다르잖아?!!!!!!!! 어…?!! (사람이 이래서 세상이 넓다는 걸, 다른 삶이 가능하다는 걸 알아야 하능가 보다… 😭) 물론 내가 이번에 가게 될 여행의 경험이 죽어도 못잊을 만큼 너무 좋아서 오로지 인생의 목적이 여행과 다음 여행을 위한 신나는 돈벌기(?)의 형태로 전환될 지는 정말로 알 수 없지만(소매치기를 당할 수도 있고, 함께 간 친구와 다투게 될지도 모르고, 기후 위기 이상 기온으로 쪄 죽을 수도 있겠지만!!), 일단 여행을 준비하는 요즘은 그냥 신난다. 즐겁다.

여행지에서 아침에 눈을 딱 떴는 데 ‘해야할 일’을 떠올리는 게 아니라 가고 싶은 곳을, 먹고 싶은 것을, 오늘 일어날 예상하지 않은 일들을 떠올려야 한다면… 아침에 빨리 일어나고 싶을 것 같다. 더 자고 싶다면서 투덜대지 않을 것 같아.

“(86) 무언가를 준비하는 데 즐거운 게 있던가? 준비는 닥쳐올 어떤 순간에 대비하여 미리 뭔가를 갖추어 놓는 행위다. 우리는 살면서 정말 많은 준비를 한다. 시험을 준비하고 출근을 준비하고 식사를 준비하고 회의를 준비하고 시합을 준비하고 이직을 준비하고 이사를 준비한다. 심지어 준비물도 준비한다. 근데 준비를 한다고 해서 반드시 일이 잘 풀리는 것은 아니다. … (87) 그러나 여행 준비는 다르다. 특히 구체적인 여행 계획이 없는 상태에서, 언젠가 꼭 가리라는 다짐도 없는 채로 느릿느릿하는 여행 준비는 괴로울 까닭이 없다. … 그저 가고 싶은 곳의 곳의 목록을 하나 늘리고, 그곳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한두 가지 상상만 하면 된다. 떠날 계획이 없는 상태에서 여행을 준비하는 건 시험 치를 예정이 없는데도 공부를 하는 것과 비슷하다.”


한참 책을 읽고 상담을 받고 그러고 있을 때였다. 아마도 오늘과 같은 한 여름이었고, 아스팔트 바닥이 끓었다. 버스에서 내렸는 데… 그걸 삶이 확 끼쳐오는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나는. 어떤 인사이트 모먼트 였을 거다. 그 순간이 너무 강렬해서 집에 돌아오는 길에서 무슨 생각을 했냐면… 아, 딱 하루만, 딱 12시간만, 아니 단 세 시간 만이라도. 시간이 내 것이었으면 좋겠다… 그러면서 내게 그 소망이 생겼다는 것 자체에 무척 놀랐는 데… ‘시간은 원래 내껀데???? 왜 내 시간이 내 것이 아니지? 나는 내가 아닌 누구를 살고 있는 거지?… 언제부터 그랬지?…’

일주일에 한 시간 상담 받는 시간 말고는 나 자신을 위해서 쓰고 있는 시간이 전혀 없다는 걸 그 순간 알았다. 일, 그다음 일, 내가 겨우 겨우 일에서, 그 다음 일,로 옮겨가면서 지내는 동안 일주일에 고작 서너 시간도 나에게 할애하지 않았다는 사실. 나의 만성적인 것 처럼도 느껴지는 무기력증은 거기에서 기인했다. 인생을 견디 듯 살고 있었다. 20대 였는 데. 나를 벌주 듯이 살고 있었다. 왜… 그랬는지. 알고 있다. … 친구는 내 인생에서 ‘통째로 드러내 버려도 하등 상관이 없는 시기’가 누구에게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는 데. 나한테는 그 시간이 길었다. 그 시간에서 빠져나오는 데에는 그 시간 만큼의 시간을 써야만 했다. (사실 다 빠져 나왔는 지 아직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그게 인생이야, 라고 누가 말한다면 할 말이 없다. 아니, 요즘엔 좀 화난다. 시지프스 신화 같은 거 개나 줘. 나 그 돌 안들어.
 
지난 주에는 두 달 만에 상담 샘을 찾았고, 6년 전 여름의 아스팔트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최근에 경험한 조금 다른 인사이트 모먼트도 이야기했다. (인사이트 모먼트… 는 페미니즘 모먼트에서 착안해서 만들어본 용어인 데, 그냥 나만 아는 내 성장 포인트…ㅋㅋㅋ 좀 더 생각이 정리되면 이번 꺼 역시 글로 써 볼까 싶다.) 샘한테 이번 여행이 쟝님에겐 어떤 전환의 계기가 될 수도 있겠네요, 잘 다녀오세요!라는 응원을 받았다. 아, 안돼. 샘 안돼요. 의미 부여 안돼… 전 의미 부여 경계해야 해요… 그런데… 이번 건 좀 하고 싶다. 하하하. 여행을 가서 너무 좋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거기서 살아본 것처럼 매일 매일을 여행하는 것처럼 살아보는 거를 연구하는 거죠. *Have to의 세계관에서 I love it!💕의 세계관으로* 천천히 몸을 뒤집는 것, 나, 성공?


“(62) 여행준비의 과정에서 내가 누구인지 알게 되는 이유는 여행준비가 선택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선택이란 포기의 다른 이름이다. 우리는 모든 것을 다 가질 수는 없다. 더 많이 원하는 것을 위해서는 덜 원하는 것을 버려야 한다.”


언니, 언니, 여행이 얼마나 좋은데요. 감각이 다 열린다니깐요? 이번에 한번 경험해보세요. 앍! 여행 너무 좋아! 언니가 여행가는 거 나 너무 좋아! 삶이 너무 재밌어서 영원히 살아야 한다는 친구1은 내 여행에 필 받아서 자기 비행기 표를 예매했다. 그는 코로나가 수습되어 공연과 뮤지컬들이 오픈 되자, 걸신들린 사람처럼 보름에 한 번 씩 서울에 와서 내 집을 숙박 업소처럼 애용중인데…;; 당분간의 공연표를 대거 취소하고 그냥 여행을 가겠단다. 러빗!세계관의 실천자. 역시 현명해. 그 날, 나는 여행지에서 돈을 펑펑 쓰기로 마음 먹었기 때문에 얼마 모으지도 못한 존엄사 적금을 해지했다. 먼 미래의 나 자신과 안전 이별(?)보다는ㅋㅋㅋㅋ 가까운 미래의 유럽 플렉스를 원해!!! ㅋㅋㅋ

그리고 주말에는 여행을 준비를 목적으로 친구2를 만났다. 우리는 현지에서의 기차표 예매로 몇시간을 낑낑댔는 데, 뭔가 생각대로 되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가까스로 목표한 바(?)를 끝내고 나니 매우 허기가 졌다. 꽤 노련한 여행자일 것으로 예상했던 친구는 모든 여행은 여행이니까 다 처음인 거고 그러므로 자신도 알 수가 없고 모르면 모르는 대로 방법을 찾으면 되고 우리는 결단하고 그 만큼을 감당하면 되는 거라고 호기롭게 이야기 했다. 그 역시 러빗! 세계관의 실천가. 아직 have to~가 더 익숙한 나는… (투 두 리스트와 미리 알림으로 스스로를 속박하지 않으면 인생을 잘못 사는 것 같아 초조한 나는…) 아, 여행 준비…는 여행지에 대한 정보+지식 습득이 아닌 거 군요. J!!!! J를 지울거야. INTP! 인팁이 되겠어! 인생의 통제 욕망과 계획을 라벨링을 분류법을 없애라고!!!!!!!!!!!!!!!!!!!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인생에 질서가 있다면 질서가 없다는 것이 질서다 우하하하하!!!!!!!!!!

잠깐 한눈을 판 사이에 살짝 타버린 돼지 껍데기를 가위질로 되살려 내면서(?) 나는 아프지 않고 싶다고 말했다. 그런데 새로운 만남은, 새로운 모험은, 새로운 사람은 예측할 수가 없어서, 나는 겁이 나고, 이번에도 또 옛날처럼 아프면 어떡하죠?
친구는 이제는 안 아프고 싶으니까 안 아플 거라고 말해 주었다. 세상에는 아픈 상태에 머물러 있고 싶은 사람도 있어, 라고. 쟝님은 아픈 상태에 머무르고 싶지 않잖아. 그러니까 결국엔 안 아프게 될거야.


“(167) 독서와 여행 준비는 좋은 짝이다. 둘 다 좋은 취미지만, 두 가지를 다 좋아하면 확실한 시너지가 생긴다.”


읽다가 아니다 싶으면 미련 없이 휙- 던져버린 그 많은 책들. 난 책 읽기로 그런 것들을 연습해 온 것은 아닐까. 사람도. 삶도. 읽기 전에는 예측 할 수가 없고, 읽다가 아니다 싶으면 언제든지 다른 더 재밌는 걸로, 더 좋아하는 걸로, 더 괜찮은 걸로. 내키지 않으면 너무 열심히 읽을 필욘 없다고, 완독 할 필요 역시 없다고. 마무리 지어지지 않는다고. 그러다 또 어느 날은 그 책이 나한테 열려서 다른 세계를 보여주는 날이 오기도 한다고. 온통 복잡하고 알아 먹을 수 없는 낯선 용어들이 저절로 읽히는 때가. 나도 모르게 손에 땀을 쥐고, 머리에 열을 내면서, 신나게 다 읽어내고. 내가 이걸 읽었어! 쾌감에 몸부림 치는 날이. 그렇게 ‘인생 책’이 한 권, 두 권. 그것을 읽기 전의 내가 있고 읽은 후의 내가 있다. 결과값이 단절/비약/도약/반전이면 좀 괴롭지만 재밌어서 좋고 아니어도 그냥 내 언어가 풍부해진다. 지금 시점의 나는 말을 가지고 노는 것이 가장 재밌고 좋으니까.

소주 각 1병 씩을 하면서, 여행지에서는 과음 자제하자 약속을 하면서, 우리는 예측 할 수 없는 여행을 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그것은 인생의 축소판이 될 것 같다고 나는 생각하기로 한다. 여행, 독서, 그리고 인생, 따위에 굳이 의미를 부여하면서 좋아하는 중이다. 돈을 벌어야 할 이유가, 삶을 더 살아봐야 할 이유가 있다고. 여행이 알려준다면. 신나게 신나게 살거다. 소풍 날 아침의 기분처럼, 매일 아침이 뻔하지 않아서 즐거운 삶을. 나 이거 좋아하네? 나 이거 좋아해! 나 이거 좀 싫은 데? 나 이거 싫어해! 이 세계는 내가 만든 것이 아니므로 싫은 것에서는 도망친다고 해도 완전히 도망쳐지진 않는다. 그러니 좋아하는 것들의 목록을 더 추가하는 것도 방법이 될 것 같다.

사실은 그날 저녁에 친구가 해준 이 말을 쓰기 위해서 이렇게 긴 글을 썼다.

쟝님, 잘 될거예요. 잘 되기로 마음 먹었잖아요. 그러면 잘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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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7-26 13:25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싫은 것에서 도망친다고 해도 완전히 도망쳐지진 않는다. 오 명언인데요 그러니 좋아하는 것들의 목록을 추가하자 명언에 이어 대안까지....여행이라는게 저는 여행보다 여행전의 날들이 더 좋더라고요, 가방을 싸고 기분을 챙기고 ...그러다 옆지기랑 여행을 가면서는 가방을 챙기면서 삐걱거리다가 감정을 챙겨 출발하는 ㅎㅎㅎ 저도 한 마디, 쟝님 잘 될거에요 이미 잘 되고 있죠?

공쟝쟝 2022-07-26 14:35   좋아요 5 | URL
제가 그런 명언을 또 썼네요 ㅋㅋㅋㅋ 나 참 잘써 ㅋㅋㅋㅋㅋ (응?)ㅋㅋㅋ 네, 저는 잘될겁니다. 계속 해서 나 자신이 되고 싶고… 인생 속도도 좋지만 역시 방향!이지 않은가 하는….!!

미미 2022-07-26 13:39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쟝님 이 글 너무 좋아요!! 기운 없을때 읽으면 기운 날것같고 막 여행가고싶어지는 글! 존엄사 적금 해지부터 큰 변화로 느껴지구요. 떠나기 전부터 이러면 떠나서, 돌아와서는 또 어떨지 매우 궁금,기대,덩달아 설렘입니다😆

공쟝쟝 2022-07-26 14:37   좋아요 5 | URL
제가 무척 설레보이신다면, 그건 제가 정말로 설레기 때문인 것이라…!!!!ㅋㅋㅋㅋㅋㅋ 아 ㅋㅋㅋㅋ 돌아와서는 여행예찬론자가 되어있을까봐 걱정 ㅋㅋㅋㅋㅋ 세상에 여행 좋아하는 사람 너무 많은데 ㅋㅋㅋ (한 결 같은 비주류 노선인) 나 마저도 그 대열에 합류하는 건가 ㅋㅋㅋㅋ

거리의화가 2022-07-26 13:3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극J인 저는 여행할 때 좀 피곤할 때도 있어요. 준비 안하려고 하지만 안하면 스트레스를 받아서~^^; 근데 막상 준비한다고 했는데도 처음이라 그런지 실수 투성이더라고요. 챙겼어야 할 걸 안 챙기고 봐야 할 걸 못 보고 그런 게 허다했던~ 근데 그 또한 여행의 맛입니다. 돌아보면 그런 순간들이 더 기억에 오래 갑니다.
유럽 여행 플렉스!!! 쟝님 여행은 먹고 놀고 멍때리고 그런 겁니다~ 우선 가셔서는 맛난 음식 많이 드세요^^*

공쟝쟝 2022-07-26 14:40   좋아요 3 | URL
먹고 놀고 멍때리는 건 평소에도 충분히 하고 있는 데 ㅋㅋㅋ 제가 네덜란드 좀 가보겠다고 책을 너무 많이 읽느라 바빴어요 ㅋㅋㅋㅋㅋㅋ 근데 ㅋㅋㅋ 그럴 필요가 없었곸ㅋㅋㅋㅋ 막상 책은 전혀 여행지에 대한 실질 가이드 보다는 문화 풍토 역사 뭐 이런거여서 ㅋㅋㅋㅋㅋ 제가 바로 그 바보 모범생ㅋㅋㅋ ㅋㅋㅋ 여행을 글로 배운 사람 ㅋㅋㅋㅋ 맛있는 거 맛있게 먹기는 잘 할 수 있습니다!!!!! 실수 투성이 공쟝쟝 감당 하겠습니다!!!

수이 2022-07-26 13:4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친구와 같이 여행 준비하면서 나누는 이야기가 특히 압도적으로 좋군요. 즐겁게 다녀와요. 굳이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일을 걱정하면서 스트레스를 받는 게 인간의 가장 크나큰 약점이라고 어딘가에서 읽었는데. 여행은 계획을 아무리 세워놔도 변수가 항상 생기더라구요. 인생에 길이길이 남을 위대한 여정을 하고 오소서!

공쟝쟝 2022-07-26 14:42   좋아요 3 | URL
우리의 여행은 계획 없는 여행을 하기로 하였습니다 ㅋㅋㅋㅋㅋㅋ 아닠ㅋㅋㅋ 진짜 ㅋㅋㅋ 제 친구ㅋㅋㅋ 그런 여행(?)을 하면서 이렇게까지 기세 등등한 데에는 이유가 있을 듯 ㅋㅋㅋ 여행과 함께 친구 관찰 좀 해보겠습니다 ㅋㅋㅋ

새파랑 2022-07-26 14:4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돼지껍데기에 소주 마시셨나요? ^^ 공쟝쟝님의 여행이 기대가 됩니다~!! 정말 설레이실거 같아요.여행 잘되실겁니다 ~!!

공쟝쟝 2022-07-26 14:53   좋아요 5 | URL
네 설레요 ㅠㅠ 이번주 거든요? 하루 하루 지날 수록 점점더최고조 심장 폭발 ㅋㅋㅋㅋ 내덜란드에서 심근경색 안오길 빌어주세요 ㅋㅋㅋ

책읽는나무 2022-07-26 16:3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존엄사 적금 깨서 가는 곳이 네덜란드인가요??
저 지금 네덜란드 출신 에라스무스가 한 말..어쩌고 저쩌고를 읽고 있었어요ㅋㅋㅋ
여행기 기대 됩니다^^
진짜 여행은 여행 가서 길을 잃어버리는 여행이 찐 여행이라고 김영하 작가가 한 말이 생각나네요^^
조심히 잘 다녀와요~~아!! 제가 여행 가기 전의 1인이 된 것 같군요^^

공쟝쟝 2022-07-26 23:11   좋아요 2 | URL
제가 난티님을 설레게 기대하게 하였다!

책읽는나무 2022-07-26 23:13   좋아요 2 | URL
정신 똑디 차리세요!!!
이러다 여행 가서 진짜루 길 잃어 버리겠군요??
저 책나무에요ㅋㅋㅋ

공쟝쟝 2022-07-26 23:16   좋아요 2 | URL
길을 잃었다 ㅋㅋㅋㅋ 너무 다른 두 나무를 착각해버렸다 ㅋㅋㅋㅋ 😭😭 (제가 와인 한잔 햇습니다 ㅋㅋ 두잔… 아니 세잔…)

책읽는나무 2022-07-26 23:19   좋아요 1 | URL
아니 왜?? 너무 다른 두 나무 일까요?? ㅋㅋㅋ
어떤 면에서??
우린 어떤 면에선 닮았어요!!
쌍둥이 나무에요^^
그 한 뿌리의 쌍가지!!!
와인도 많이 마시면 사람 못알아봅니다!!! 적당껏!!!ㅋㅋㅋ
엄청 기분 좋은 밤인가 보군요??^^

자목련 2022-07-26 16:5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건강하게 잘 다녀오세요. 맛나고 신나게 보내시고요.
친구1, 2에게 쟝님 도 좋은 친구라는 게 느껴져요.

공쟝쟝 2022-07-26 23:12   좋아요 1 | URL
여행 잘 다녀올게요!! 아잇참 😆😆😆 친구 뽕이 막막 차오르는 것 입니다!!!

잠자냥 2022-07-27 11:2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정말 INTP될 거예욤??? 그러지마, 그냥 J로 있어줘여~
(쟝님 아침에 알람 몇 번으로 맞춰져 있어요? 여러 번 아니면 딱 한 번?)

공자쟝 잘 다녀오시게, 나 공자냥은 이번주에 4고냥들과 무사히 이사 마치기 대 미션.......
우리 미치광이 셋째 안정제라도 먹이려고 하는데 쟝쟝도 안정제 먹고 고흐 그림 영접해야 하는 거 아님? 심근경색 주의보! ㅋㅋㅋ

공쟝쟝 2022-07-27 12:48   좋아요 2 | URL
당연히 한 번입니다 ㅋㅋㅋㅋㅋ 밤새도 거의 그 시간에 일어나고요 ㅋㅋㅋㅋㅋㅋ 저 진짜 루틴한 거 좋아하는 데... 제가 생계형 엔잡러라서 ㅜ_ㅜ 이제 포기했습니다. 오죽하면 불안하거나 들쑥날쑥한거 막 너무 못견디겠어서 심리 상담 다시 시작했다니깐요?ㅋㅋㅋㅋㅋㅋ 뭐랄까.... 요즘은 마음이 많이 놓여졌어요. 인생은 예측불허!를 갱장히 외치면서 살아갑니다.....

이번주에 4고냥들과 이사 마치기 대 미션이시군요 ㅜㅜㅜㅜ 어이쿠 ㅜㅜㅜ 삼복 더위에 푹푹 찌시겠지만 무사히 이사 마치시고!!!
저도 우리 냥이 맡겨야 하는데 눈물이 앞을 가리고요... ㅋㅋㅋ

잠자냥 2022-07-27 20:03   좋아요 3 | URL
저기 E로 시작해서 P로 끝나는 다부장은 뭔 거의 10분마다 한 번씩 열 번은 해놓은 거 같더라고요? ㅋㅋㅋㅋ
암튼 그러니까 당신은 천상 J여.... ㅋ

홉스는 좋아하는 거 아니에요?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2-07-27 19:15   좋아요 1 | URL
아니야.. 우리 홉스 나 외박하면 막 오줌 테러하는 그런 나만 아는 바보!ㅋㅋㅋㅋㅋㅋㅋ 녀석... 어떡하면 좋지?

잠자냥 2022-07-27 20:03   좋아요 2 | URL
헐 유럽 갔다왔더니 온 집안이 오줌인 겁니까…! 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2-07-28 09:36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ㅋㅋㅋㅋㅋㅋㅋㅋ 이 댓글 때문이었나... 육고잠자냥이 믿음직해서였나... 새벽에 꿈에 잠자냥 님집에 홉스 맡겼어여 ㅋㅋㅋㅋㅋㅋㅋ 다시 자면서 웃었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육고에 대한 믿음 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2-07-28 09:38   좋아요 2 | URL
홉스는 육고 잠자냥 집에서 돌아가기 싫다고 몸부림…. 그리하여 육고는 칠고가 되었고…!

그레이스 2022-07-27 11:4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제가 딱 인팁인데...^^
계획 안짜고 책만 읽는... 비행기 안에서도...
여행지에서 보고 듣는걸 직관적으로 하죠!
돌아와서도 영감을 얻는!
여행다녀오면 남는게 많아요^^
제 생각!

공쟝쟝 2022-07-27 12:51   좋아요 3 | URL
그레이스님 저는 거의 무의식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있는 편인데요 ㅋㅋㅋㅋㅋㅋ 인생이 계획대로 된적이 없어요 ㅋㅋㅋㅋㅋㅋ 계획대로 안되도 계획을 세워야하는 이건 무슨 형이죠? ㅋㅋㅋ 그래서 J와 P가 비슷하게 나오는데 ㅋㅋㅋㅋㅋ 본성은 J인 것 같거든요 ㅋㅋㅋ 되게 뭐든 반복할 때 안녕하다고 느낍니다. 여행 자체는 예측불허를 당하려고 가는 거라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요. 기대되요.. 잘 다녀오겠습니다. 남는 것 많을 것 같습뒤다! 호호호!!

그레이스 2022-07-27 12:53   좋아요 4 | URL
잘 다녀오시고
후기 기대할께요~~^^
부러워요~!

공쟝쟝 2022-07-27 19:16   좋아요 2 | URL
저도 제가 부럽습니이다. 후기는 투비컨티뉴^^

scott 2022-07-27 16:3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장쟝님 드디어 유럽 일주 하시는 건가요?
출발지가 네덜란드 부터!ㅎㅎ
실시간 포스팅 해주삼 =3=3=3=3

여행에서 남는 건 사진
돌아와서는
유툽 영상 제작 하귀 ^^

공쟝쟝 2022-07-27 19:16   좋아요 4 | URL
일주는 아니고 관광이요!! ㅋㅋㅋㅋ 사진! 좋습니다. 사진 많이찍겠습니다!!!!

잠자냥 2022-07-28 10:0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보듬온 선생님 서비스 추천합니다…. 저도 아직 이용해보지는 않았으나, 여행 오래 떠날 때 한번 해보려고 기억해둔 곳이에요. 놀아주고 치워주고 밥 주고 하는 거 같은데 후기가 좋더라고요? 보듬온 선생님들 다 츄르 인간인가 싶기도 냥이들이 왜 다 좋아하는지..????

공쟝쟝 2022-07-28 10:18   좋아요 2 | URL
오오 저 기억해 놓을게여. 일단 동생 찬스 쓸 건데 ㅋㅋㅋㅋㅋ 기왕이면 그 서비스 알아두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ㅋㅋㅋㅋ 추르인간 ㅋㅋ 인간추르 ㅋㅋㅋ

건수하 2022-07-31 07: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글 보고도 두 분이 같이 가는 여행인 줄 몰랐어요 ㅋㅋㅋ

가서 즐거운 것 많이 보고 듣고 느끼고 오시기를!

공쟝쟝 2022-07-31 17:11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 공공연한 여행ㅋㅋㅋㅋ 부장님 모시고 딸랑대며 쫓아다니는 중 ㅋㅋ

서니데이 2022-08-10 21:4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편안한 하루 보내세요.^^

공쟝쟝 2022-08-13 16:24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 감사합니다! 편안한 하루 보내세요!

mini74 2022-08-10 21: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쟝쟝님 감축드리옵니다 *^^*

공쟝쟝 2022-08-13 16:24   좋아요 0 | URL
감축이라니 황송하옵니다 ㅋㅋ

그레이스 2022-08-10 22: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공쟝쟝님 여독은 푸셨는지요?
축하드려요~~

공쟝쟝 2022-08-13 16:24   좋아요 0 | URL
이제 좀 풀립니다. 감사합니다!

thkang1001 2022-08-11 13: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공쟝쟝님! 이달의 당선작 선정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공쟝쟝 2022-08-13 16:24   좋아요 0 | URL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

독서괭 2022-08-12 10: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쟝쟝님 축하드려요~!
저 이제야 이글을 읽었는데, 괜히 여행가고 싶어지네요.. 가족여행 말고 혼자나 친구랑 가고 싶다 ㅜㅜ
저도 J거든요? 근데 쟝쟝님 보니까 저는 찐J는 아닌 것 같아요 ㅋㅋㅋㅋ

공쟝쟝 2022-08-13 16:25   좋아요 1 | URL
저 J 아닌 거 같아욬ㅋㅋ 일할 때만 J ㅋㅋㅋ 주변의 찐 제이들 보면 워 저는 명함 못 내밀거 같아요 ㅋㅋㅋㅋ
가족 여행 말고 혼자가는 여행! 저도 이제 종종 떠나보려합니다 헤헷!

러블리땡 2022-08-12 23: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공쟝쟝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우와 여행 다녀오셨나보네요 ㅎㅎ 후기 궁금해서 읽고 왔어요 ㅎㅎ

공쟝쟝 2022-08-13 16:25   좋아요 0 | URL
네 생애 최초 해외여행 다녀왔습니다 ^^ 너무 좋은 곳 다녀와서 눈 높아져서 큰일예요! 럽땡님 축하 감사합니다!

thkang1001 2022-08-14 0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쟝쟝님! 이달의 당선작 선정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행복한 연휴 되시길 바랍니다!
 
빈센트 나의 빈센트 - 정여울의 반 고흐 에세이
정여울 지음, 이승원 사진 / 21세기북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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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때문에 서울 온 엄마가 50만원을 현금으로 뽑은 봉투를 나에게 준다. 띠용? 내가 난생 처음 해외 여행간다니까, 면세점에서 비싼 가방 하나 사야 한다고 한다. 보태서 비싼 거 사. 그런 것도 좀 들고 다니라고. 막 500만원짜리 그런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200만원은 넘는 거… 좀!! 나는 처음에는 어리둥절하다가 엄마가 울먹울먹 하자 분위기 진지해지는 것 싫어서… 고마워, 하면서 룰루룰루 콧노래를 부른다. 돈을 쓰자, 펑펑 쓸꺼야.

엄마 내가 이번에 여행가려고 뱅기표 끊고 심장이 떨려서 돈을 펑펑 쓰라는 책을 읽었는 데, 내가 나한테 아끼지 않고 돈을 펑펑 다쓰면 온 우주가 내 통장을 채워준대. 그게 내 존재급이래. 근데 정말로 그런 일이 일어났어. 엄마, 내가 엄마한테 50만원을 받아보다니. 대박 인생 처음이야… 목돈 용돈… 이 나이에… 역시 인생은 살아볼 만한 것. 그 책은 진실을 담고 있는 것인가? 비밀이야, 동생들한테 말하지마. 진짜 비밀로 해? 엄마는 내 에코백 사랑이 좀 짠했나 보다. 근데 나는 정말 비싼 가방 필요 없는데? 그런 거 하나 있어야 하는 나이라고 한다. 난 진짜 필요 없는데…? 늬 동생들은 지들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사고 싶은 거 다 사고 사는 데. 너는 그런 거 왜 안하냐. (하지만 엄마는 내가 책사는 데 얼마나 돈을 아끼지 않는 줄 알면 놀랄 거다 ㅋㅋㅋㅋ) 헤헤, 나는 괜찮아.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어… 엄마 나는 진짜 괜찮아. 엄마… 나는 괜찮… 갑자기 목이 멨다. 켁켁.

사실 진짜 괜찮은 데 앞으로 엄마한테는 괜찮다는 말 하지 말고 그냥 졸라 잘살고 돈 펑펑 쓰는 모습을 보여드려야 하겠다. 아주 미쳤다는 소리를 들을 때 까지, 엄마가 내 신용카드를 이리 내놔 압수할 때 까지ㅋㅋㅋㅋ

내가 신용카드로 비행기 표 긁었다니까 엄마가 카드 값 못 갚겠으면 돈 빌려줄 거니까 넌 카드 좀 긁어. 엄마,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해. 너 돈 필요하면 말해. 응? 엄마는 너한테 돈 빌려주고 싶어. (실제로 내가 사업을 시작하고 엄마는 부가세 신고 할 때 마다 물어본다. 돈 빌려줄까?) 응??? 작년부터 늬들 다 안키우니까… 아빠 사업 정리하면서 빚도 다 갚아버렸고. 처음으로 통장이 +가 됐어. 너도 엄마한테 돈 빌려 줬는 데, 엄마는 항상 너한테 돈 빌려주고 싶었어. 그럴 거면 빌려주지 말고 그냥 주면 안돼? 그건 안돼. 니 아빠가 고생해서 번 돈이라.

는.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잠을 깼는 데, 밤 사이에 산타 할아버지가 왔다 갔다. 쟝쟝, 일어나봐! 산타 할아버지 왔다 갔나봐. 포장을 뜯었는 데 연필깎이였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였을 거다. 1년 정도는 연필을 손으로 깎았던 것 기억이 있거든. 난 산타 할아버지가 없다는 걸 바로 알았다. 엄마네, 엄마야. 산타는 엄마였다. 24일 밤에 잠들기 전까지 내가 원했던 건 아파트가 한 채 딸린 미미 인형이었으니까. 기도를 할 줄 모르는 나였지만 틈만 나면 기도했다. 학교 문방구 앞에서 본 그걸 주세요. 더 착해질 테니까 그걸 주세요. 1학년 때는 친구가 없었는 데(사귀는 방법을 잘 몰랐다. 3학년 때 처음으로 친구를 사귀게 된 것 같다), 인형의 집 세트가 다 갖춰지고 옷도 여러 벌인 누구네 집에 모여서 인형 놀이를 한다고 들었다. 무튼 난 인형이 없었고,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는 것이 있다는 걸 알았고, 빌었다. 간절히 기도했다. 얼마나 간절했던 지… 그 인형 박스 상자까지 기억이 나…

산타 할아버지가 없다는 충격적인 사실 보단 엄마가 산타라면 이 선물은 아주 기뻐해야 한다는 사실을 먼저 알았다. 우와! 연필 깎이다!!!!! 엄마 연필 깎이야!!!! 필요한 건데 어떻게 알았지? 산타 할아버지 감사합니다! 라고 기뻐하는 척했다. 잠들면서 나는 몰래 울었던가? 거기까지는 기억 안난다.

쌤, 저는 바로 알았고, 웃었어요. 감사합니다… 하고 웃고 산타가 없다는 걸 알았어요. 우리 집은 가난하고, 엄마는 나를 사랑하고, 하지만 엄마는 돈이 없고, 기도로도 분수에 맞지 않는 걸 바래서는 안되는 거라는 걸 아마 알았던 거 같아요.
그런데요… 쟝님, 그때가 일곱 살이잖아요. 그러면 마음에 안드는 선물이면, 이건 내가 원하는 거 아니라고 실망하면서 나는 인형이 갖고 싶었다고 울고 떼를 쓰는 게 그 나이 대의 아이들 아닐까요?
그런가요? 전 기쁜 척 했어요. 사실 그 연필 깎이 꼴도 보기 싫었는 데도요.
그거 너무 안타깝네요. 맘에 안드는 선물 받고도 마음에 드는 척 한 거. 왜 그랬을까.

왜 그랬는지를 찾으려면 조금 더 어린 시절 첫 번째 기억까지 올라가야 한다.
거기까지 쓸 시간까진 없고.

연필깎이.의 세계관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엄청 많이 울었다. 근 30년 치의 눈물을 몇 달 동안 뽑아낸 듯.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지 않았다는 것, 기쁘지 않으면서 기쁜 척 했다는 것, 그렇게 계속 살다 보니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게 되어버렸다는 것, 의무감, 책임감, 양보, 타인들이 나에게서 바라는 것, 연기, 자아 없음. 남들을 기쁘게 해주는 사람으로만 기능하려고 했다… 내 삶의 주인공이 아니라 조연을 자처했다… 는 재미없는 반전 영화는 영화가 아니라 30년 동안 살았던 내 삶이라서 그 무렵엔 내 삶이 나하게 하는 복수를 당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나는 괜찮았다. 늘. 사람들은 내게 괜찮냐고 묻고 나는 정말 괜찮았으니까 괜찮다고 말했다. 아주 어릴 때 부터 (적어도 7살 부터는) 내가 원하는 뭔가가 갖고 싶다고, 하고 싶다고, 말하고, 울고, 떼 써 본 적이 없었다. 나의 기능은 나의 욕구와 상관없이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다치지 않게 하는 데에 최적화 되어있어서 그걸 참 잘했다. 엄마한테 괜찮다는 말을 하는 것은 나의 습관. 이 해묵은 습관을 깨야 한다. 엄마가 나를 더 불쌍하게 여기기 전에 나는 오예 오예 돈 쓸 생각에 너무 신난다 춤을 추기 시작했다. 엄마는 나를 편애하지. 역시 엄마는 딸 들 중에 내가 최고지? 니가 제일 잘돼야 애들도 잘되지. 애들은 이미 다 잘됐잖아. 오예, 이젠 나만 잘되면 된다. 신난다, 앗싸! 비싼 가방 산다 내가, 엄마 땡큐땡큐.

나는 누군가가 괜찮다고 말하는 것을 별로 안 믿는다. 괜찮은 감정 자체는 괜찮아야만 하는 상황에서 발생하니까. 그래서 안녕하기를 바란다. 그냥 평안하고 또 평안하기를.

내가 가장 싫어하는 상황은 내가 나를 불쌍하게 여기게 되는 엄마의 그 짠해 죽겠다는 눈으로 짠하게 나 자신을 바라 보는 건 데… 그 짓을 그만두려면 내가 나를 절대 불쌍하게 여기지 않도록 나 자신에게 좋은 것들을 무척 많이 30년 동안 (30살에 반전이 나왔으니까 -요즘 영화는 중간에 반전이 한번 나오고 - 그리고 후반부 10분 남겨 놓고 또 반전 한번 더 나오더라?)은 해줘야 한다.

나의 버킷 리스트. 중의 하나는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을 ‘직접’ 보는 것이었다.

과거 내가 읽었던 고흐 책에서 그는 끊임없이 동생 테오에게 상황을 설명하는 편지를 보내며 물감을 사게 돈을 달라고 한다.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니… 물감 정도는 벌어서 사… 이 새끼야…. 편지 쓸 시간에 노가다를 뛰라고 이 미친놈아….

좀 더 읽고 난 뒤 자세히 알게 된 사실 — 당시의 물감은 드럽게 비쌌고, 고흐 그림의 특징은 그 비싼 물감을 졸라 아끼지 않고 미친놈처럼 많이 퍼 발랐다는 데에 있고(아… 예술이란 무엇인가… 난 예술을 해야 하는 데… 뭘 너무 아낀다… 쉬벌…), 그는 살아서 그림으로는 돈을 못 벌었기 때문에 동생한테 빌 붙을 수 밖에 없었는 데(그 와중에 거리의 여인과 살림도 차리는 게 진짜 어이가 없어 가지고)… 동생한테 빌붙는 걸 그렇게 미안해 하면서도 절대 그림에 물감을 아낄 수는 없었다는 — 모순을. 알게 되는 순간,

아, 고흐? 그림 좋지… 이 정도 수준이 아니고… 난 그걸 직접 보고 싶은 거다. 빈센트의 예술 혼이 담긴 그림이 아니라 *테오의 노동*이 담긴 압도적인 양의 물감을. 그 비싼 물감으로 캔버스를 폭행하는 고흐의 붓질을. 그걸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당신은 빈센트를 좋아 하냐?라고 누가 묻는다면… 역시… 그럴 수가 없다. 왜냐면… 난 절대… 내가 그리는 게 설령 <별이 빛나는 밤>이라도 남한테 싫은 소리 하는 것을 극도로 피하고 싶어하는 종류의 인간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돈이 아주 아주 많지 않고서는 싫은 소리를 하는 상황을 피할 수 없는 것이 인생이라는 것도 잘 알아서. 어정쩡하게 사느니, 끝까지 자신을 살아보려고 맹렬히 노력하는 인간들을 경외하고 그들이 만들어 낸 것들을 읽거나 보는 것을 좋아하는 데.

내가 뭘 사랑하는 지 원하는 지는 앞으로 살아가면서 계속 물어봐야 하는 것이고,
지금 내가 나에게 확신할 수 있는 진실은,
자기 자신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만든 것을 감상하는 것 만큼은 내가 좋아하는 것이 틀림없어. 😌
그것들을 읽고 보고 느끼는 것에서 만큼은 어정쩡하게 안 살면… 좀 나를 내가 짠해 하지 않을 수 있는 방법 아닐까?


내 버킷 리스트 중 하나였던
암스테르담의 고흐 미술관에 갈 거다.

나는 그냥 올 여름 휴가로 거기를 가겠다고 말한 것 만으로도, 엄마한테서 돈을 뜯어낼 수 있고(뜯어내지는 않았지만 ㅋㅋㅋㅋ), 이토록 돈을 자발적으로 순순히 내 주는 사람이… 더 많이 주고 싶은데 그건 아직 안되는 것 같아 미안하다며 울려버릴 수 있는… 그런 … 존재다.

ㅋㅋㅋㅋㅋ

난 사랑을 믿지 않는다.
하지만 엄마를 생각하면, 그리고 엄마를 생각하는 나를 생각하면.
세상엔 참사랑이 있다.
트루럽.

럽.

l
o
v
e

ㅋㅋㅋ


💕

"사람들이 모두 시궁창에 처박혀 있을 때도, 그중 몇 명은 하늘의 별을 보고 있다." 오스카 와일드가 남긴 이 문장처럼, 빈센트는 모두가 ‘어둠‘만을 바라볼 때도 ‘빛‘을 발견해내는 사람이었다. 빈센트가 그린 밤하늘의 별이 감동을 주는 이유 중의 하나는 검은색이 없기 때문이다. 밝은 빛에 익숙해진 시선으로 어둠을 바라보면, 어둠은 순간적으로 짙은 까만색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것은 어둠의첫인상일 뿐이다. 어둠 속에도 무수한 빛의 스펙트럼이 있다. 빈센트는어둠 속에 빛나는 찬란한 무지개를 알아보는 사람이었다.
빈센트가 그린 밤하늘은 어둠이 머금고 있는 무수한 표정들을 고요하면서도 열정적으로 보여준다. 그런 밤하늘의 빛깔은 군청색이나터키블루 같은 특정한 물감의 색이 아니라, ‘빈센트의 빛‘이라고 이름붙이고 싶은 고유의 색상이다.
👩‍🎨어두운 곳에선 어둠이 더 잘보여, 희미한 빛도 잘 보여. 어둠이라고 다 같은 어둠이 아니다. - P39

"잔칫집보다 장례식장에 가는 편이 더 낫습니다. 겉모습은 슬퍼 보일지라도 마음은 오히려 더 낫기 때문입니다." 20대 초반에 빈센트는 슬픔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면서 사도 바울의 말을 인용한다. 인간은 슬퍼할줄 아는 한, 항상 기쁘다고 믿음이 있는 사람들에게 희망에 가 닿지 않는 죽음이나 슬픔은 없다고. 따라서 믿음이 있는 사람은 절망도 없고 끊임없이 다시 태어나며 어둠에서 빛으로 나아갈 뿐이라고.
👩‍🎨 모든 감정을 끌어안을 수 있다는 건, 다른 의미의 현실 직시 - P152

내 인생의 목표는 최대한 많이, 최대한 잘 그려보는 거야. 그렇게 최선을 다해 그리고 나서는, 인생의 종착역에서 뒤돌아보고 싶구나. 애정을 담아, 그리고 약간의 반성을 담아, 내 인생을 되돌아보면서, 내가 미처 그리지 못한 그림들을 아쉬워하면서 죽어가고 싶어.
👩‍🎨 그의 그림이 광기가 아닌 자기 치유의 몸부림임을 이젠 안다 - P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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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07-15 10: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이가 생각보다 눈치가 빠르다는 걸 느끼게 되네요. 저도 너무 일찍 그걸 알아버린. 부모가 어떤 상황인지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암스테르담 고흐 미술관 고고하시는건가요? 저도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인데 말이죠^^ 테오가 들인 물감값 생각을 못했네요ㅋㅋㅋ

공쟝쟝 2022-07-15 11:15   좋아요 2 | URL
맞아요. 굉장히 굉장히 연약하고 영리한게 어린 아이라서, 저는 빨리 큰 애어른들 보면 그렇게 맘이 아파요.
ㅋㅋㅋㅋ 빈센트 너무 했죠... ㅋㅋㅋㅋ 근데 이 두 형제는 정말.... 천재 옆에는 아주 아주 훌륭한 예술가들 옆에는 언제나 조력자가 있더라고요.

잠자냥 2022-07-15 10:2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쟝쟝, 이번달 소설로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 읽어보셈...
이 책 읽다가 엄허, 이 책, 공쟝쟝이 엄청 좋아하겠다 싶은 생각이 들더라는...(물론 아주 싫어할 빡쳐할 장면도 나오는데 ㅋㅋ)
그래도 전반적으로 쟝쟝은 매우 황홀해하면서 읽을 것 같은 느낌...

공쟝쟝 2022-07-15 10:41   좋아요 3 | URL
안그래도 잠자냥님 백자평 보고 구매하고 싶어서 드릉드릉드릉드르르르릉... ㅋㅋㅋㅋㅋㅋ (손을 자르고 싶었다...)

잠자냥 2022-07-15 10:52   좋아요 3 | URL
자르지 마!

다락방 2022-07-15 10:57   좋아요 3 | URL
나 이 책도 사뒀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고흐 말고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

잠자냥 2022-07-15 11:02   좋아요 2 | URL
다부장도 산 거 알고있다? ㅋㅋㅋㅋ 오, 이 사람은 어떻게 읽으려나 궁금했다~

공쟝쟝 2022-07-15 11:07   좋아요 1 | URL
다락방 // 어제 부터 밀고 있는 유행어 인데요.. 다락방님... 혹시... 집이 국립 도서관이세요? 아니 이쯤 되면 국회 도서관인데? 한국에서 나오는 책은 다 있어 ㅋㅋㅋ 미쳨ㅋㅋㅋ

공쟝쟝 2022-07-15 15:32   좋아요 2 | URL
잠자냥//응 안 자르고 땡투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지금 와요 ㅋㅋㅋㅋ 오고있다고 문자옴 ㅋㅋㅋㅋ 곧 내집이 국회도서관될거 같아 ㅋㅋㅋㅋ

잠자냥 2022-07-15 10:3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엄마는 내 에코백 사랑이 좀 짠했나 보다.˝ ㅋㅋㅋㅋ 이 문장 빵 터지면서도 저도 정말 공감! ㅋㅋㅋ
전 빈티지 옷을 매우 좋아하는데요, 그래서 애초에 빈티지스러운 옷을 많이 사요. 바랜 듯한 색감이랑 약간 뜯어지거나 해진 듯한 질감의 그런 옷이요. 그런데 사실 이런 옷들이 다 브랜드가 있는 옷인데....
언젠가 그런 티셔츠(산 지 얼마 안되었음)를 입고 식구들 만나서 밥을 먹는데 엄마가 굉장히 짠해 하면서 ˝넌 옷 사입을 돈도 없냐!˝ 화내면서 옷 좀 사입으라고 돈을 막 주시더라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그 티셔츠 한 장에 10만원 넘는 거였는데;;;

근데 제가 빈티지이지만 브랜드 옷을 사입는다는 걸 다 아는 동생들은 그 옆에서 어이상실해하면서......
˝엄마, 쟤가 입은 옷 얼마짜린 줄 알아? 쟤 옷 다 비싸....˝ 했더라능.ㅋㅋㅋㅋㅋ

이번에도 이사 간다니까 엄마가 뭐 사라고 돈 줬어요. 동생들은 또 어이상실.... 자기들 이사갈 땐 그런 거 없었다고.
엄마 눈엔 영원히~~ 비혼에 혼자 나가 사는 내가 제일 안쓰러워 보이겠죠. ㅎㅎㅎㅎ

아참, 고흐의 지랄 광기 편지를 직접 보고 싶다면, <고흐의 편지> 읽어보셈. <고흐 영혼의 편지> 뭐 이러면서 여러 출판사에서 나와있어요. 전 펭귄클래식 버전으로 읽었는데 테오가 불쌍해지는 순간도 많았삼. 저런 대책 없는 형을 돌보다니! 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2-07-15 10:49   좋아요 3 | URL
당연히 저... 고흐 편지는 다 갖고 있습니다. (출판사 별로 두권? 세권? 말했잖아요... 책은 다 산다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저 옷을 안 살 뿐.. 그저 가방을 안 살 뿐. 그저 화장품을 안 살 뿐.... 엄마 미안... 나 그 돈 모조리 책 사..... )

아픈 손가락 같은 건가봐요... ㅋㅋㅋㅋㅋ 전 ㅋㅋㅋㅋ 엄빠 둘다 나 한테 엄청 미안해하는 데.... 왜 그런지는 저도 알 것 같아요ㅋㅋㅋㅋ 근데 뭐 나도 그런대로 내가 좋고.... ㅋㅋㅋ 늘그막에 (?) 용돈도 생기고 좋네 아주 ㅋㅋㅋㅋ

조선인 2022-07-15 10:5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이참... 나도 연필깎이가 있었는데 말이죠... 아침부터 눈물바람이 납니다.

공쟝쟝 2022-07-15 11:08   좋아요 2 | URL
하하! 모두 자기만의 연필깎이가 있을 거예요. 꼴도 보기 싫었던 그것이 사랑이라는 것도 알아서 좋아하게 되는 순간이.

난티나무 2022-07-15 11: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앗! 여행! 이러고 읽다가 찬찬히 글에 가라앉았다가 오앗! 네덜란드! 여름 휴가! 에 부웅 ~~~~~
언제 오십니껴? (왜 묻?) 네덜란드 쫌 먼데 (그래서?) 프랑스 남부 아를에는 안 가십니껴?(왜 물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2-07-15 11:21   좋아요 2 | URL
아 진짜 내 인생 너무 잘 살았다. 왜 오십니까래 왜 오십니까? 나 프랑스에 친구 있어... 진짜 나또 친구 뽕이 차올라...ㅜㅜㅜㅜㅜ 물론 난티님 제가 프랑스에 가고 싶은 마음이 없지는 않아요 ㅋㅋㅋㅋㅋ 그러나… 네덜란드 벨기에로도 충분히 다 즐길 거 같고요… 그런데 프랑스 너무 가고 싶다…. 하…. 보부아르... 이리가레... 크리스테바... 푸코.... 디디에 에리봉..... ㅇ ㅏ... (그만해..) 비포 선셋.... 줄리 델피.. 에단 호크.. 그만해.... 난 프랑스에 못갈거 같습니다..... 거긴 가면 안될 거 같아요 ㅜㅜㅜ (마음이 찢어지는 중...) 나 왜 여수에서 태어났니.. 파리에서 태어나지....

난티나무 2022-07-15 11:42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
쟝쟝님 그거 알아요? 벨기에에서 파리 안 멀다? 브뤼셀에서 기차로 한 시간 반이면 온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새벽에 잠 안 와서 이러고 있음요… 자라 좀)
프랑스, 하니깐 줄줄이 나오는 이름들! 👍👍👍👍👍

공쟝쟝 2022-07-15 11:47   좋아요 1 | URL
난티님 하루만 재워줄래요? 아니 사흘만.. 아니 삼십일만... 아니 삼년만.... 제가 디지털 노마드가 가능하거든요?.... (그만해...)
너무 부담스럽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가 고흐 왜 좋아하냐면 고흐가 거리 조절이 안되거든요.. 고흐가.. 제 가 좀 그래요. 만났는 데 제가 그 집에 눌러 앉고 막 제가 너무 시끄럽게 떠들어서 난티님 귀가 아프셔서 귀를 잘라내고 싶으실 수가 있어요. ....
그러니............................................ ㅠㅠ 그러지마요.. 파리..... ㅜㅜㅜㅜㅜㅜㅜㅜ.............
파리.................
파리... 어흐흐흑 (울면서 빨래 널러간다)

난티나무 2022-07-15 12:15   좋아요 3 | URL
그래서 저는 벙개를 생각합니다. ㅋㅋㅋ 빠뤼 벙개!!! 저의 거주공간은 빠뤼가 아니므로 공쟝쟝님 눌러 앉고 싶어도 하실 수 없을 것입니다. 와도 방이 없음 ㅎㅎㅎ 그러나 왠지 쟝쟝님이 옆에서 떠드시면 그거슨 다 나에게는 공부가 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거십니다. 막 아렌트가 막 푸코가 응? 막 응? ㅎㅎㅎ
제가 여기 살면서 한번도 현지 벙개를 해본 적이 없어서(누가 여행 와서 벙개 하겠어요?ㅋ 그러나 생각하면 재미있는 것) 빠뤼 벙개, 이런 말에 자주 꽂혀요. 상상하면 즐거우니까. 덕분에 새벽 상상 즐거웠어요. (씨익, 웃으며 자러 간다 아니 이미 누워 있다 눈만 감는다 ㅠㅠ)

2022-07-15 17: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22-07-15 11:1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나는 엄마랑 같이 있을 때 돈 팍팍 쓰는데, 동생 있을때도, 아빠랑 있을 때도.... 엄마가 항상 아껴쓰라 그러시다가도 엄마, 내가 절약하면 엄마 속상하다? 그러면 갑자기 봉투 주시면서... 그래, 팍팍 써! 하신다는.... 아 슬픈데 웃기다. 웃기고 슬프고. 나는 진정 좌우로 고단수던가.

어떤 가방 사고 싶은지 생각해봐요. 그냥 정장틱하게 딱 이쁜 거는 일년에 몇 번 못 들어요. 그래서 비추고.
안 그러면 숄더백 아니면 미니백인데. 숄버백에는 책도 몇 권 넣을 수 있고 무난하고, 대부분 스퀘어. 미니백은 핸폰이랑 카드 몇 개만 딱 넣을 수 있는 거. 꼭 가죽 아니어도 되고요. 명품백은 로고가 중요하지 재질은 안 중요하더라 ㅎㅎ

공쟝쟝 2022-07-15 11:25   좋아요 2 | URL
제가 진짜 세상에서 제일 안하는 고민이 패션인데요. (동생들이 대신해줘요...ㅋㅋㅋㅋ 완벽히 외주화 함 ㅋㅋㅋㅋㅋ 이것도 쓸려면 쓸거 진짜 많은 데...ㅋㅋㅋㅋ) 진짜 생각을 좀 해봐야겠어요. 백을 일단 꼭 사야하는가. 하지만 사야지 엄마가 좋아하실 것 같고 ㅋㅋㅋㅋ 세상 가장 난해한 고민이다.. 와...

다락방 2022-07-15 11:2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백 사요, 쟝님.

공쟝쟝 2022-07-15 11:30   좋아요 2 | URL
오늘 달린 댓글 중에 가장 무서워요.

여수 에단호크 2022-07-15 13:21   좋아요 2 | 수정 | 삭제 | URL
백 사라, 쟝쟝.

여수 푸코 2022-07-15 13:22   좋아요 2 | 수정 | 삭제 | URL
오, 꼬망딸레뷰 쟝쟝, 루휘뷔통~

여수 디디에 에리봉 2022-07-15 13:26   좋아요 2 | 수정 | 삭제 | URL
농!- 주넴빠 루휘비통 젬 쟈돌흐 샤뉄~

다락방 2022-07-15 14:06   좋아요 2 | URL
이게 무슨 일이야…..

공쟝쟝 2022-07-15 14:14   좋아요 2 | URL
누구세요 ㅋㅋㅋㅋㅋㅋㅋ 앍ㅋㅋㅋㅋㅋㅋ 저기 ㅋㅋㅋㅋㅋ 여수 디디에 에리봉님 ㅋㅋㅋㅋ (아 너무 웃긴데…)

잠자냥 2022-07-15 14:33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쥬 마뻴~ 좜좌냥~ 엉샹떼~

다락방 2022-07-15 14:50   좋아요 3 | URL
내가 잠자냥 님일거라고 했잖아요, 쟝님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2-07-15 15:02   좋아요 1 | URL
에단 호크, 푸코, 디디에 에리봉... 좀 너무했네.. 네가 사회적 지위와 체면이 너무 없어서ㅋㅋㅋㅋ 탈코를 못(안)하는 페미니스트야 내가 ㅋㅋㅋㅋ 그런 나에게 명품 백을 사라고 하다니... 역시 양남들은 쯧쯧....

잠자냥 2022-07-15 15:10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재밌었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2-07-15 15:14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에단호크 땜에 설렜다..... 내가 세명 중에 에단 호크 제일 좋아한다는 걸 깨달음 ㅋㅋㅋㅋㅋ 어쩔 수 없는 얼빠다 내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미 2022-07-15 12: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쟝쟝님~ 인형은 아니지만 미미 여기 있어요🙋‍♀️ ㅋㅋㅋㅋㅋ결국 우린 이렇게 만날 운명이었던것!!! >.<
저는 6살때 몰래 미행해서 엄마가 산타란걸 알았어요 아웅ㅋㅋㅋ
제 연기가 티났는지 그담부턴 그냥 주시더군요. 암스테르담 고고씽333 너무 멋찌다!!!!

공쟝쟝 2022-07-15 15:04   좋아요 3 | URL
미미야 우린 이렇게 만날 인연이었나부다. 그리고 난 쥬쥬 이층집이 아니라 미미 아파트가 갖고 싶어써. 쥬쥬가 좀 더 인기가 많았는 데 난 한결 같이 미미 였다?! 그리고 난 임영웅이 아니라 영탁에 투표했어 (이게 무슨 소리야!!!!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미미야, 우리 그 때 이어지지 않은 인연이 이런 식으로 이어지는 구나 ㅋㅋㅋ 너를 너무 갖고 싶었다. 하앍.. 미미야... (어제부터 왜 자꾸... 집착 광공 모드인가.........)

설해목 2022-07-15 13: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돈을 팍팍 쓰라는 그 책이 뭔지 나는 알 것만 같고.... 저도 그 책을 알게 된 후 돈을 좀 더 팍팍 쓰려고 노력하는 중이거든요. ㅋㅋ 우주님이 알아서 지갑을 제때 제때 채워줄 거라 믿으면서 말이죠. ㅎㅎㅎ
난생 처음 해외여행은 저에게는 아직 좀 더 기다려야 하는 일이라 올 여름에 곧 그걸 이룰 공장쟝님 무지 부럽고 대견하고 제가 막 설레고 그러네요. ^^
고흐의 그림 직접 보고 와서 그 감상 꼭 들려주세요. 공쟝쟝님의 생생한 해외여행 후일담 기다릴게요. ^^

추신 : 서재글 통해서 공쟝장님 유튜브를 알게 되었고 그래서 공쟝쟝님과 자매님들 얼굴까지 보게 되니 새삼 더 친근감이 들고 그래서 뜬금없이 글 남겨요.~ ^^ 제가 비록 서재는 닫았지만 여기 서재지기님들 글을 열심히 읽고 있네요. 공쟝쟝님의 화려한 여행기 기다릴게요. ^^

잠자냥 2022-07-15 14:12   좋아요 3 | URL
와우, 설해목님 안녕하세요? 잘 지내셨어요?
안 그래도 서재를 닫으셔서 무슨 일인가 가끔 걱정도 하고 그랬습니다.
건강하시고, 어디서든 잘 지내시길 바랍니다!!

공쟝쟝 2022-07-15 15:11   좋아요 3 | URL
설해목님 오랜만예요 ㅜ_ㅜ 저도 어디가셨나 궁금하고 그랬는 데~ 돌아오라 말하는 건 오지랖 같고 ^^ 안녕하고 또 안녕하시길 잠자냥님과 함께 바라요!

돈 팍팍! 잉! 맞습니다. 그 책은 고코로야 진노스케 선생의 <평생 돈에 구애받지 않는 법>입니다. 그 책 너무 어이가 없었지만 왠지 믿고 싶었습니다. ㅋㅋㅋㅋ 과연 온 우주는 제 텅장을 채워줄까요? 더 빚을 땡기 라고 요구하는 것 같긴 한데.... (-_-ㅋㅋ)

제 생생한 해외여행 후일담은 영상으로 남기려고 머리 굴려보는 중입니다. 공쟝쟝의 유튜브. 투비컨티뉴...ㅋㅋㅋ (맨날 투비컨티뉴 이래 놓기만 하는 것 같지만 어쨌든 인생은 계속된다. 투비컨티늌ㅋㅋ)

persona 2022-07-15 20:1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우주가 아니라 어머니가 그 통장을 채워주시는 거라고 생각하니 좀 슬픈데 갚으라고 하시니 조금 괜찮아졌어요. ㅋㅋㅋ
고흐와 유영국의 차이가 여기 있었네요. ㅎㅎㅎ 물감을 고급으로 아끼지 않았다. ㅎㅎㅎ 여행 잘 다녀오세요!

공쟝쟝 2022-07-16 10:04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ㅋ트루럽 모녀 사이에도 공짜는 없습니다 ㅋㅋㅋㅋ 그래서 테오가 대단한 것이쥬! 아직 멀었는데 호들갑을 너무 떨었네요 ㅋㅋㅋ (기쁘다)

mini74 2022-07-15 21:2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전 한국에서 고흐그림을 실물로 봤는데 정말 가까이서 보니 물감이 입체화수준 ㅎㅎ 고흐는 살아서는 테오 덕을 봤고 죽은 후엔 제수씨덕을 많이 봤죠. 전 어릴적에 산타를 만난적이 없어서 ㅎㅎㅎ 유럽에선 산타가 말 안 듣는 아이 신발엔 회초리를 놓고간다네요. 회초리 없는게 어딥니까 ㅋㅋ 쟝쟝님 여행에서 돌아오시면 신상백 구경할수 있는겁니까 ㅎㅎ

공쟝쟝 2022-07-16 10:06   좋아요 2 | URL
엌ㅋㅋㅋㅋㅋ 신상백… 고민스럽습니다 ㅋㅋㅋ 왜 사야하는 것인가에 대한 명확한 답을 아직 스스로에게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ㅋㅋㅋㅋ

2022-07-18 22: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7-18 22: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벨기에에 가면 2022-07-27 15: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De Koninck를 마셔야 합니다. ˝디코~닉˝ 또는 ˝디코~닌크˝라고 ˝코˝에 액센트를 줘서 발음하면 됩니다.

공쟝쟝 2022-07-27 19:17   좋아요 0 | URL
디 코 닉!! 코! 콜. ㅋㅋㅋ 귀엽네여 ㅋㅋㅋ
 
은둔기계
김홍중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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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부터 나는 숨어서 글을 썼다… 싸이월드 비공개나 페이스북 비공개로… 그냥 항상 쓰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내가 글을 쓰는 것이 그렇게 밉고 싫을 수가 없었다. 자의식 과잉 같았고 창피했다. 나는 쓰는 나를 싫어했다. 이상한 거 아는데, 사실이다. 요즘 말로 인맥정리 비슷한 걸 하면서 페북 계정을 폭파시키고, 백업을 한 적이 있다. 대략 2011~2017년 정도치의 글들 이었을텐데… 쭉 넘겨보다가 소름이 끼쳤다. 각기 다양한 다른 글들이었지만, 결국 하고 있는 이야기는 한 가지 였다. ‘나를 없애는 것이 너무 힘들다.’ 


그때 나는 내가 나를 속이고 있다는 걸 알았다. 그걸 알고 난 뒤 부터는 노력했다. 내가 있어지려고. 스스로를 검열하게 하는 많은 관계와 이별했다. 나 자신에게 묻기 시작했다. 이후부터는 조금 다르게 글을 썼다. 그 역시 숨어서 쓰긴 했다. 차차 발전하여, 쓰는 나를 부끄러워하고 미워하지 않기 위해 공개된 이 곳에 올리기도 했다. (그러다 아주 재미를 제대로 붙이고 말았네?)


매번 힘주어 말하지만! 😤 나는 나를 위해서 쓴다. 정확히는 십 년 뒤의 나를 위해서. 내가 상정하고 쓰는 독자는 미래의 나다. 2017년의 나처럼 2027년의 내가 소름끼치지 않길 바랐다. 멈춰있지 않기를 바랐고, 나 자신을 속이고 있지 않기를 바랐다. 최대한 솔직하게 쓰려고 노력한다. 잊지 말아야할 점은(!) 2017년의 쓰는 나 역시 내가 솔직하다고 생각했었다는 거다. 개뿔, 아니었다. 지금은 안다. 그때의 내가 얼마나 사람들에게 잘 보이고 싶어했었는 지. 그 모든 시선을 다 소화한 후 내 것인 마냥, 듣기에 좋은 말 읽기에 좋은 소리들을 내 생각인 것 처럼, 이미 결론이 다 끝난 것 처럼, 그렇게 쓰면 마치 그렇게 살 수 있을 것 처럼. 


사람이 얼마나 자기 자신을 거의 완벽에 가깝게 속일 수 있는 지, 난 좀 아는 편이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그때의 내가 쓴 글을 읽으면 지금도 바로 알 수 있다. (아, 킥을 할 이불이 필요하다) 그럼 결국 솔직하게 쓸 수는 없다는 거네? 아마 없다. 


그리하여 현 시점에서 내가 고안한 방법은 두 가진데 하나는 솔직해져가는 과정을 쓰는 거다. 일종의 초고로 기능하고, 그걸 공개된 곳에 쓸 필요는 없다. 그리하여 내 불태워야 할 몇 권의 일기장에는 솔직하려는 과정으로 엉킨, 완성된 문장이 아닌, 살인적인 물음표들을 비롯해 좀 수치스러운 욕망들과 남욕과 특히 친족욕(아, 불싸지를 라이터, 라이터가 필요하다)ㅋㅋㅋㅋ 이걸 몇 년 하다보니 쓰기 습관으로 굳어진 듯, 알라딘에 올리는 독후감은 힘 안들이고 휘리릭~쓴다. 에, 욕말고 쓰면서 더 솔직해져가는 그거 말이다. 아무튼 이젠 그때 처럼 징그러운^^ 글은 좀 덜 쓰는 것 같다. (단 남들이 쓴 징그러운 글을 알아볼 안목은 아직 없으니, 여러분 안심하시라.) 


두 번째는 10년 뒤의 나를 제1독자로 상정하고 쓰는 것이다. (북플에는 몇 년전 오늘이라는 좋은 기능이 있다. 굳이 10년까지 갈 필요도 없이 몇 년 전 내 글을 다시 보게 된다. 그리고 깨닫지, 어머 졸라 잘썻네?ㅋㅋㅋ 라고) 지금의 시점에서 지금의 한계를 지금의 나는 알 수 없다. 어떤 생각이 맞는 생각이라는 확신이 들었다면 10년 뒤에 내가 봐도 이해가 되게 부연해서 쓰고, 그렇게 쓸 자신이나 시간이 없으면 안쓰는 것도 방법. 생각은 남기지 않으면 사라진다. 남길 필요가 없는 생각을 쓸 필요가 있을까? 


되도록 나는 오늘의 경험을 배경처럼 쓰고, 지식과 생각보다는 느낀 걸 쓰려고 한다. 새롭게 배우게 된 것들에 대해, 그것들을 공부하는 과정에 대해, 때때로 내게 들어왔다 나가는 사건과 말들을 편집된 날 것(?)으로, 그로인해 분열하는 내 마음들을(내 글에 괄호가 많은 이유다). 쓰면서 한번 더 생각해보고 있는 데, 역시 내 생각과 주장과 그 이유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나는 10년뒤의 내가 지금의 나를 어떻게 바라보게 될지가 중요하고, 그 때의 내가 지금의 나를 보며 자식 잘 살고 있네! 기특해했으면 좋겠다. 


여튼 그러한 이유들로 이 책의 이 문장에 밑줄을 아주 퐉퐉 그었다지. 

“(124) 10년 후(혹은22세기의) 눈으로 지금 쓰고 있는 글을 바라보라. … 지금 쓰는 글에 무의식적으로 새겨진 확신과 신념과 소망을 의심하라. 모든 것이 변화한 이후 도래할 낯선 눈으로 글을 바라보라.”


(ㅋㅋㅋ 내가 이미 하고 있던 것이로군. 아, 나는 얼마나 훌륭한 저자(?)인가 ㅋㅋㅋㅋ)


김홍중은 <은둔기계>에서 ‘좋은 글을 쓰는 법’을 알려준다. 그렇다고 좋은 글을 쓰고 싶냐? 그건 잘 모르겠다. 글을 쓰는 과정은 즐겁고 행복하지만, 내가 쓰는 것이 좋은 글이기를 바라는지는 모르겠고. 다만 내가 읽기 좋은 글 들을 발견하는 재미는 좀 있긴 있다. 어쨌든 그 역시도 갱장히 주관적인 부분이라서, 아 읽는 나에 대해 쓰고 싶었던 것은 아니고, 이 글의 주제는 *쓰는 나*다. 


여하튼 이 책의 2부, <좋은 글을 쓰는 법> 어쩌고 챕터에서, 모처럼 발동한 *쓰는 나*는 몇 가지 힌트를 얻게되고, 내가 좋은 글을 *이미* 쓰고 있었다는 생각을 하고야 마는 데… 🙄(응?)


“(118)나르시시즘에 대한 효과적인 해독제는 고난과 유머다.”


어쩐지… 그렇게 글로 웃기고 싶더라. 내 어둠의 다크니스~ 남은 다 알아채지만, 나 자신은 인정하고 싶지 않은 바로 그것! 나 자신의 나르시시즘!을 이미 저는 알아서 유머라는 처방으로 방어하고 있었던 것이다. (크, 대단하지 않은가?) 물론 그 유머가 나만 좋아하는 유머였던 것은 안비밀이다.


“(118)문체는 개성이나 사고 스타일이 아니라 작가가 활용하는 독자 선별 장치다.”


오, 이건 신박했다. 나는 아름다운 문체, 미문, 하나마나한 소리하는 글을 안좋아하는 데…ㅋㅋㅋ (모르겠다. 압도적인 아름다운 글은 또 좋음) 그건 내가 변태여서이기도 하지만 저자가 일부러 숨겨 놓은(?) 장치로 기능하는(?) 쓰지 않은 글(?)을 읽을 때 즐겁기 때문이다. 책 읽는 습관이 좀 든 사람들이라면 다 알 텐데 와, 나니까 이걸 알아봐주지 누가 이걸 알아봐주냐?ㅋㅋㅋ 하면서 느끼는 독자로서의 자뻑의 순간이 있다. 그러므로 형식적으로든 내용적으로든 누구나 끄덕일만한 아름다운 이야기란… 대놓고 유혹하는 것 같아서 도전 의식이 안생긴다랄까? (역시. 변태가 맞다.) 아, 그렇다면?! 김홍중의 저 문장이 사실이라면? 쓰는 사람이 독자를 선별하기 위해서 그렇게 쓴다고?~ 어허 에봐라? 그걸 문체로 한단 말이오? 생각이 여기에 가닿자 내가 별로라고 생각했던 몇몇의 저자들이 떠오르며 그들이 갑자기 매력적으로 다가오며 호승심 돋기 시작한다. 독.자.선.별. 이란 말이지. 훗 😏 그것이 쓰는 이들이 하는 것이라면, 이제 그런 방식으로도 한번 읽어봐주마. 기다려라! 악랄한 문체의 저자들아,


는 읽는 나고. 어디까지나 이 글은 *쓰는 나*가 주제이니까  변태같은 소리를 더 보태자면… 사람들이 내 글 안봤으면 좋겠다. 근데, 또 봤으면 좋겠다.는 것이 바로 내 마음이었는데… 그것은. 아… 보긴 보면 좋겠는데 아무나 안봤으면 좋겠다는 나의 마음이었구나, 아주 깊은 깨달음😌ㅋㅋ 김선생님의 팁을 통해 이제 내 소망을 자연스럽게 이룰 수 있는 (내 글을 보긴 보면 좋겠는 데 아무나 못보게 할 수 있는) 비결을 알아냈으니, 나 문체 연마해야하는 것 인가? 


아서라, 냅두자. 2027년의 공쟝쟝, 보고 있나? 너는 결국 문체를 통한 독자 선별을 포기하고 말았어. 나는 널 알아. 노력하지 않겠지. 그러나 이 마음의 상태론 점점 더 이상한 글을 쓰겠지. 왜냐면, 그게 너의 본심(아무나 안봤으면 좋겠음)이니까. 다행스러운 것은 내가 노력을 하든 말든 27년의 너… 아니다 이건 32년의 너인가?… 어쨌든 너는 결국 이 엉망진창인 글을 가장 잘 알아보는 독자일꺼야. 왜냐고? 넌 나거든. 


***


이 밖에도 나를 당황시킨 문장들. 


“(118) ‘나’를 주어로 하는 문장을 되도록 사용하지 말 것.”


어, 이건… 못하겠네. 결국 난 좋은 글을 쓸수 없을 것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20) 사냥하되 먹지 않을 것. 이는 글쓰기에도 엄격하게 적용된다. 타인의 생각을 함부로 흡수하여 자기화하는 자들의 최후.”


오케이. 이건 접수 하겠음. 하지만 어떻게? 아직 모름. 아몰랑, 하다 안되면 최후를 맞이하자.


“(223)읽는다는 것은 숙주가 되는 과정이다. 저자가 생산한 바이러스가 읽는 의식에 기생체로 밀려들어온다. 의식 내부에서, 바이러스의 영토화가 발생하고, 새로운 기호의 배치가 생산된다. 쓴다는 것은 의식에 침투한 바이러스의 변이다.

이 문장은 뭔데 섹시하지? (또 나만 섹쉬한가?)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 여러분 읽고 쓰는게 이렇게 섹쉬한겁니다. 


***


<은둔기계> 이 책을 덮는 데, 재밌게 읽었던 부분이 많았던 것과 별개로 다 까먹어버렸다는 것을 알아차려버렸다. (그렇다… 내 기억력 따위로 아포리즘은 무리였던 것) 그리고 모처럼 신나서 베어에 책 정리 하다가, 이번에는 글 잘쓰는 법을 열심히 읽게 되었고… 문득… 내가 암것도 모르는 주제에 엄청 까불면서 글을 쓰고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머쓱해지고 말았다. 한 달 전에 처음 읽을 때는 시큰둥 했는데.. 이번에 다시 읽으니까… 그 짧은 사이에 내가 바뀌어 있었다. 


그러니까. 망했다. 잘쓰고 싶어졌다. 맙소사. 솔직히 말하면 읽는 것은 눈에 공들여 읽어도, 쓰는 것은 (나만 알아보면 되니까) 촤라락-추르륵- 신나게 썼었다. 그런데… 작년부터 내 글이 좋다고 진지하게 말해주는 사람들이 생겼다. 그래봤자 알라딘 좋아요 최대가 50이라서 실감하지 못하다가….


“(126) 뛰어난 비판자는 … 대상을 모욕하지 않는다. 대신 대상이 미처 달성하지 못한 잠재적 세계를 재창조하여 보여준다.”


내가 누군가의 글을 공들여 읽는 것 처럼, 누군가가 내 글을 공들여 읽고 뛰어난 비판을 해주는 경험을  드문드문 하게 되면서……. 무척 기뻤고. 기쁜 것과는 별개로 내 안에 무언가가 바뀌고 말았다. 슬프다. 슬프다. 슬퍼…. 난 나를 위해 써왔는 데……. 사실 앞으로도 나를 위해 쓰긴 할건데… (당장 이 만신창이의 독후감을 보시라…) 뭔가 타자를 의식해서 타인의 눈으로 내 글을 보니까… 나 무지 유치해보였음.  너무… 제1독자가 나인 것도 티나고… 막 되게 남들 다 아는 거 깨닫고 나서 엄청 세상을 다 깨달은 것 처럼… (현타옴)


그만하자. … 왜냐면 지금 새벽 네 시….

그치만 내일 토요일이니깐 실컷 늦잠 잘거다….


암튼. 망했다.


-


덧, 잘쓰고 싶어하시는 분들의 댓글을 보면서 나름의 글쓰기론(?)을 보태서 앞부분을 조금 다시 썼습니다. 

(A/S 편이라고 할 수 있죠. 아,* 쓰는 나*는 이렇게나 친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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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2-02-19 05:5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뛰어난 비판???
공부 많이 해서 뛰어난 비판 그거 해드릴게요ㅋㅋㅋ
남들 다 아는 걸 깨닫는 거 그거 중요한 거 아닐까?싶어요..나도 그 비슷한 걸 느낄 때가 있어 괜히 숟가락 하나 더 얹나? 싶을 때도 있긴한데, 뭐랄까? 다른 길로 새지 않고, 같은 걸 깨달아 같이 공감하고 보니, 나 똑바로 깨달은 거? 그리 되면서 같이 공감하는 기쁨도 있는 것 같더라는..^^
암튼 10 년 후의 쟝님이 이 글들을 본다면 현타 없이 내가 이런 글들을 썼고, 이런 고민들을 하고 있었는데 난 이만큼 성장했구나!! 그거 엄청 고맙게 생각하며 읽을 듯 해요.
전 10 년 전의 글 한 번씩 읽으면 와...못읽겠는 거에요.. 손발이 오그라들어서ㅜㅜ
맞춤법 조차도 맞지 않는..(전 지금도 맞춤법이 넘나 헷갈림.ㅜㅜ) 저게 나 맞아? 하게 되어 부끄러워 제대로 읽질 못합니다ㅜㅜ
그래도 깨달은 건 그때의 내가 있었기에 조금은 발전한 지금의 나가 있구나!!(누가 한말이랑 비슷하군요? ‘과거의 나가 있었기에 현재의 나가 있다‘ㅋㅋㅋ)
라고 깨달아요.
쟝님의 글은 나보다 훨씬 나으니까 더 크게 성장해 있을 듯 하니 계속 읽고 쓰세요^^
이렇게 성장해 가는 공쟝님 혹시 알아요?
공쟝장 그리하여 책도 냈다! 라는 세상이 올지??ㅋㅋㅋ

공쟝쟝 2022-02-19 09:49   좋아요 3 | URL
27년의 쟝쟝아 보고 있냐? 니가 책도 낼 수 있을 만큼 그 때도 잘쓰고 싶어하면 좋겠다! 그러려면 잘살아야대!!
나무님 근데 맞춤법… 저도 진짜 몰라요 ㅋㅋㅋㅋㅋㅋㅋ 제가 아마추어라는 소리겠죠? 여튼 맞춤법은 27년 부터 …

미미 2022-02-19 09:1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속보>감탄 제조 글쓰기의 달인 공쟝쟝, 더 잘쓰고 싶다고 해 파장 일으켜....ㅋㅋㅋㅋ

공쟝쟝 2022-02-19 09:46   좋아요 2 | URL
<공쟝쟝 인터뷰> 잘 쓰고 싶어지자, 못쓰게 되었어요. 내안의 잘이 가장 해로운 적!

단발머리 2022-02-19 09:1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잘 쓰고 싶어졌다니 완전 망했네요. 이제 잘 쓰기만 하면 되는데, 이미 잘 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아, 어쩌지!!!
이제 책만 내면 되겠는데요!

공쟝쟝 2022-02-19 09:47   좋아요 2 | URL
앍ㅋㅋㅋㅋㅋㅋㅋㅋ 우왘ㅋㅋㅋㅋㅋ 예상치 못한 댓글이닼ㅋㅋㅋㅋㅋ 전 두렵습니다 ㅋㅋㅋ 난 잘하고 싶어지면 못하더라?

mini74 2022-02-19 11:0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글쓰는 걸 좋아해서 학교 다닐 때 글 쓰는 사람들 옆을 어정거리며, 매번 주눅들고 그런 제가 좀 한심하기도 하고 그랬는데. 그냥 쓰는 걸 좋아하더라고요 제가ㅠㅠ 잘 쓰면 더 좋겠지만 ㅎㅎ 전 작년엔 20권쯤 되는 일기장을 모두 버렸습니다. 코로나로 죽으면 혹시 누가 볼까봐 ㅎㅎㅎ 북플에서도 전 쟝쟝님이나 다른 분들 글 보며. 아. 기죽는다 아쩜 이리 쉽게 잘 쓰지 하며 부러워합니다 ㅋㅋ지금 글도 완전 좋아요 쟝쟝님 ㅋㅋ

공쟝쟝 2022-02-19 11:49   좋아요 3 | URL
어… 그거 나왔는데… 부러운…. (기억력….) 제가 글을 잘쓰게 된 것은 (잘쓴다고 누가 말해주신 것?) 아주 근래의 일이고, 그 비결은 역시 아무래도 묵언수행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은둔기계> 글쓰기의 매우 훌륭한 지침서….

stella.K 2022-02-19 11:54   좋아요 2 | URL
미니님, 귀엽기도하고 짠하기도 하고.ㅠ
저도 일기 거의 안 보지만 버릴 생각은 아직은 없습니다.
누가 알겠습니까? 저 죽은 뒤에 안네의 일기처럼 누가 출판해 줄지.ㅋㅋㅋㅋㅋㅠ
그럼 저작권료 그 누구한테 넘겨 줄려구요.ㅎㅎ

공쟝쟝 2022-02-19 12:18   좋아요 2 | URL
미니님 글쓰는 걸 좋아한다는 걸 아는 게 진짜 중요한 것 같아요. 저는 꾸준히 썼던 걸 보면 좋아하면서 이걸 좋아한다고 인정하고 싶어하지 않았거든요… 바보같게도… 좋아하는 마음을 허락하지 않았던 제가 너무 한심해요! 그래서 이젠 더 좋아하려고요!!
완전 좋다고 해주셔서 감사하고 저도 제글 좋아합니다! 이상하지만 좋아해요! 마치 저 처럼요 😍

persona 2022-02-19 11:3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독자 선별, 어쩌면 좋은 목표가 될 것 같은데요?

공쟝쟝 2022-02-19 11:52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기서 더 이상하게 써서 내게 잃을 것은 기껏해야 좋아요 50일 뿐이다!!!!! 크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ㅋㅋㅋㅋ 은둔기계는 추락하지 않는다 ㅋㅋㅋ 높이 올라간 적이 없으므로ㅋㅋㅋㅋㅋ
이미 선별한 플랫폼에 쓰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ㅋㅋㅋㅋ

stella.K 2022-02-19 11: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좋아요가 50! 저에겐 꿈의 숫자입니다.ㅠ
전 알라딘 생활한지 20년쯤 되는데 아직도 알라딘 내 서재에
어떤 글을 써야하는지 모르겠더군요. 그러면서 20년간 버텨 온 것도 새삼 놀랍고.
물론 쓰는 날 보다 안 쓰는 날이 더 많지만.
암튼 공감 가는 글입니다.^^

공쟝쟝 2022-02-19 11:58   좋아요 3 | URL
쓰기에 진심이신 스텔라님, 저는 고작 5년짜리지만 여기는 아무래도 읽기 베이스라 … 책 산이야기, 신간 이야기, 책을 어떻게 읽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좋아요가 확 높아요! 그리고 책을 잔뜩 페이퍼에 주렁주렁 달면 땡투 100원 50원 쏠쏠합니다 ㅋㅋㅋ 그리고 저 역시 경험상 제가 스스로 좋아하는 글은 좋아요가 현저히 떨어지더라고요? 즉 좋아요가 좋은 글의 척도는 아닌 것 같아요 !!! 자신감 가지세요 !!

잠자냥 2022-02-19 22: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은둔기계> 관심 있던 책인데, 글쓰기에 관한 내용도 많군요?! 꼭 읽어보겠삼~

공쟝쟝 2022-02-19 22:17   좋아요 3 | URL
뒤로 갈 수록 어려워서 조금 인내심이 필요했지만 앞부분 2/3지점까지는 너무 좋았어요! ㅋㅋㅋㅋ 꼭 읽어보세요!!!!

2022-02-20 12: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2-20 12: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물감 2022-02-20 15:0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웃분들의 리뷰 스타일을 종종 분석하곤 하는데요, 공쟝쟝님의 글은 대상이 본인이라서 그런지 자유롭고 자연스럽다는 게 특징이에요. 마치 일기 같다고나 할까요? 공쟝쟝님 글에 댓글이 마구마구 달리는 것도 그런 이유라고 생각해요. 남의 일기를 훔쳐본다는 게 솔직히 재미있거든요. 또 워낙 잘 받아주시니까 ㅋㅋ 글을 더 잘쓰려고 기존의 스타일을 크게 바꾸거나 버리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이렇게 좋아해주시는 분들도 많은데요 ㅋㅋㅋ

공쟝쟝 2022-02-20 16:26   좋아요 3 | URL
이틀 묵혔다가 다시 읽으니, 제 글쓰기 방법이 궁금해하실 분도 있을 것 같아서 탈고? 퇴고?(이걸 뭐라해?AS) 했는 데, 그 사이 요 댓글이 달렸네요? 그러니 물감님 새버전으로 다시 읽어주세요. (뻔뻔)
그리고 제 일기 안보셨으면 말을 마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일기에 비하면 알라딘 독후감은 양반이고 가끔 우아하기까지 할 지경ㅋㅋㅋㅋ뭐랰ㅋㅋ!! 네, 이웃님의 조언을 받아들여 너무 잘쓰려고, 남들에게 잘보이려고 하지 않겠습니다.

지적인 책좋아 2022-02-26 22: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유치원아이도 발명가가 될 수 있을까 ˝ 한솜 미디어출판사 이과적인 책이지만 읽어보세요

공쟝쟝 2022-02-27 11:48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어떤 맥락에서 추천하시는 지 궁금합니다!
 
일기 日記 - 황정은 에세이 에세이&
황정은 지음 / 창비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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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테면 해가 비치는 창가에 앉아 투명한 플라스틱으로 몸집이 설계된 펜으로 사그락 사그락 글씨를 쓸 때, 혹은 유리잔에 담긴 아이스아메리카노 같은 것을 집어 들어 홀짝일 때 말이다. 그러면 집안의 그늘진 어느 곳에 반사된 빛이 얼굴을 드러내며 돌아다니고 발치에 앉아 제 몸이나 핥던 H는 느닷없이 고개를 휙휙 돌리더니 빛 자국을 잡아보겠다고 뛰어다니기 시작하는 것이다. 아, 그거였어? 몇 해 전 언젠가 그의 광폭한 튀어 오름 덕에 벽에 세워둔 책들이 우르르 쏟아질 뻔한 경험을 한 뒤로는 내 움직임이 만들어내는 빛 자국을 조정하며 살살 놀아준다. 그리고 오늘, 뭘 쳐다보는지 모르겠지만 그는 내 배 위에서 한참을 저러고 두리번대며 햇살 자국인지 그것에 반사되는 먼지 자국인지모를 무언가에 꽂혀 쳐다보느라 내려가지를 않는다. 그를 배 위에 올려두고 남은 책을 다 읽었다.


[사진 설명: 내 뱃살 위에 고양이 한 마리, 창밖의 햇살을 구경하지요. 살짝 벌어진 입술과 촉촉한 건포도 같은 코와 싱싱한 늦여름 포도알갱이같은 영롱한 녹색 눈.]


가을.
황정은의 첫 에세이가 가을과 함께 내게 당도했다. 나는 그의 소설을 좋아하는 편인데 신작이 나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편은 아니며 실은 한 권 건너 한 권 정도를 읽어왔다. 특별히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가끔은 부담스러워서 읽기를 미루다 보니 그리 되었다. 어떤 소설가라도 그러하겠지만 황정은의 소설은 황정은만 쓸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황정은 문체 흉내😜)

그것은 작가가 통과해온 어떤 시간일지도 모르고 더 정확히는 그가 통과해온 시간(잊어버려도 상관없었을) 들을 집요하게 헤집는 시선에 있다는 느낌이다. 이해를 일종의 방어기제로 사용하는 사람들의 ‘방어기제 남용’의 좋은 예랄까.

나를 포함해 이런 방식의 방어기제를 가진 사람들을 몇 알고 있다. 그들은 나의 좋은 대화 친구이며, 이들과는 하나마나한 소리나, 남들 이야기로 가득한 가십을 거의 하지 않으면서도 끝없이 즐거운 대화를 이어갈 수 있다. 우리는 사적인 이야기로 시작하더라도 금세 사회적(혹은 우주와 대자연;;)인 이야기를 하곤 한다. 그러다가 다시 일상의 이야기. 맥락 없는 말들이 이어지는 것 같지만 대체로 사색의 흔적이 묻어나는 이야기라 흘리듯 듣고 넘겨버리기는 어렵다. 대화 도중에 언뜻 파괴적 시니컬함을 내비치기도 하지만 내 생각에 그건 아주 일부다. 드러나기도 전에 차겁게 식힌다(는 것을 나는 느낄 수 있다). 나는 친구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나 자신이 따뜻한 종류의 사람이라고 느끼지만 나는 그런 종족을 알아볼 수 있고, 호감과 동시에 호기심을 느끼는데 이건 무슨 감정일까. 알면서 뭘 물어, 동족이라는 뜻이란다. 아, 동족. 정확히 계산된 서비스용 미소로 너도, 나도, 그들도, 따뜻한 사람이야. 맞네. 때때로 집요하고 신랄해진다는 것이 따뜻하지 않다는 증거일 수는 없다. 나는 그들에게 혹은 우리들에게 이름을 붙여주기로 한다.

이해라는 방어기제 남용 종족.

이 카테고리에 추가되는 첫 번째 소설가.는 단연코 황정은.
전체는 단순한 부분의 합이 아니고, 그렇다고 부분이 전체를 이루고 있지 않는 것도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덩어리의 상처를 쪼개고 낱낱이 분석하면 덜 아프다. 상처는 나 자신이지만 억지로 떨어뜨려 놓아 보고자 하면 일단은 떨어뜨려진다. 먼저 이것을 이해하자. 아마도 알 수 있는 것이 되면 아프지 않아 질 것이다. 분석에 맞춤한 언어와 단어 문장을 찾아낸다. 때로는 철학의 개념이기도, 심리학적 용어나 사회학적 방법론일 때도 있다.

그러나 사적인 경험들을 지우지는 않는 상처의 아나토미가 가닿는 것은 결국은 (말하기는 조금 허망한) 구조라는 진실이다. 공염불 같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조각조각 이어 붙인 진부한 결론(해결책은 사회의 섬세한 법과 제도)에 다다르고 만다.

별 수 없잖아. 내 상처는 해결되었는가? 글쎄, 아무것도. 그저 나는 조금 더 많이 깊게 이해하는 사람이 되었어. 이해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까지도. 이해한다고 밉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덜 화내게 된다. 때때로 나는 화내기 위해서 부러 이해하려 하지 않는 상태에 돌입하기도 한다. 그것은 나의 정신건강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151) 쿠키를 먹는 것처럼 읽을 수 있는 일기를 목적하고 썼다.

내용으로 읽히지 않고 입에서 발음으로 부서져도 괜찮은.

성공했을까.” 


아니오.

단연코 아니오.🙅🏻‍♀️

그의 글은 발음으로 부서진다 한들 내용이 없지 않고, 아무리 사소한 일기라고 한들 아주 대소해져 버렸다. 그런데 그래서 참 좋았다.

어디선가 작가 황정은처럼 —어느 시기의 고통을 통과해왔으며, 고통에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해왔고, 그 자신이 가진 능력과 시간적 여유와 갈고닦은 사유력을 가다듬어 글로 쓰고, 문학으로 예술로 만들어내고, 그 와중에 자신을 잃지 않고, 세상의 그늘진 어딘가를 여전히 바라보고, 담론을 만들고, 언어를 벼리고, 그리하여 어떤 것은 먹지 않으며, 어떤 말은 조심하고, 누군가는 의식적으로 만나지 않으면서— 고통과 폭력을 제대로 생각하고 또 생각하기를 멈추지 않은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나와 같은(혹은 같았던) —사유를 다듬기엔 생각할 여유조차, 읽고 쓸 시간조차, 어쩌면 고통을 느끼고 감각할 겨를 조차 없는— 사람들의 삶을 버틸 수 있게 하는 언어와 구조들이 만들어져 왔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때때로 강박처럼 느껴지는 그녀의 깊은 사색의 언어에 기대어, 생각하고 또 생각하는 나의 기벽을 존중하게 되었다.

저마다 다른 지옥의 온도를 잴 필요는 없다. 모두 차갑고 모두 뜨거운 지옥들을 견디는 시간 동안, 누군가는 또다른 지옥에서 겨우 빠져나온 누군가의 한 문장을 부여잡으며 그 시기를 통과하기도 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황정은의 소설은 <계속해보겠습니다>인데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들이 공룡이 멸종하는 이야기를 한다. 한번에 꽝 멸종한 것 처럼 생각되지만 천만년이 걸려서 서서히 멸종했대. 우리도 천천히 망하자는 이야기야? 아니 그렇게 금방 망하지는 않는다는 이야기야. (소설의 주인공은 이런 식의 대사를 읊으며 엄마가 되지 않기로 굳은 결심을 하는 데 이제와 생각해보니 본격 비혼 비출산 다짐 소설인 것이다. 당시의 나는 인류 멸종을 주문하는 급진적 소설로 읽으며… 왜 제목이 계속해보겠습니다?이지 하고 의아해했다는 후문.) 현생 엉망진창이라도 그렇게 금방 망하지는 않는다는 황정은의 소설을 읽으며, 조금은 다른 선택을 하는 소설 속의 그녀들을 힘껏 응원하며, 나 역시 어떤 시기를 거쳐왔다.

그러니 자칫 진부한 이야기가 될 위험을 감수할지라도(나의 본격 독서년식은 그다지 길지 않은데 한국 문단이 너무 사회적이라 하루키 류의 사적(?)인 이야기에 한국 독자들이 환호했다는 식의 글을 최근에 읽은 적이 있다. 요즘엔 너도나도 하루키니까 작가님 굳이 그길 안가셔도 될 듯) 그가 계급을, 가난을, 현대사를, 여성을, 사회를 꾸준히 써주셨음 한다. 필요하다. 그리고 적어도 작가님의 소설은 고통에 빠진 어떤 삶들을 쉽게 사유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들이 우려먹어 진부해져 버린 소재들을 생경하게 다시 해석하는 시선. 그것은 지옥을 가까스로 탈출한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그러니 작가님 그냥 계속 부지런히 써주시기를. 복직근, 복횡근, 기립근, 둔근, 단련하시어.


“(162) 괜찮지는 않고 여전히 흔들리지만 진폭이랄지 파형이랄지 그런 것을 어느 정도는 내가 조절할 수 있다.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나는 가장 가까운 이들의 나쁜 말과 태도와 행동에 영향을 받으며 살고 있을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안다. 그를 향해 당신을 손상시키면서까지 자기가 살고자 하는 이를 거절하고, 멀어지라고, 어떤 형태로든 그를 돌볼 수는 있겠지만 그의 비참을 자기 삶으로 떠안지 말라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그러나 그 대신 가물치를 물에 돌려두었다고 썼다. 해당화를 심고 작약을 두고 보았다고 썼다. 그것이 너무나 개인적인 이야기는 아닐까, 너무 이른 이야기는 아닐까, 누군가를 너무 상처 입히는 이야기는 아닐까 망설이다가.”


아침에는 다정한 이의 전화를 받고 늦게 눈떴다. 그저께 화이자 2차 접종을 완료했고, 약간의 근육통과 미열 외에는 괜찮았다. 다만 어제까지 마무리지어야 할 일이 있어 좀 바빴고, 일을 끝내고 나니 기진맥진하여 연락할 틈이 없었다. 주사 맞는다는 소리만 있고 이후의 이야기가 없어 혹시나 하고 안부차 전화했다고. 아아. 나는 혼자니까 나 자신은 내가 지켜야 해!😤 떠들어대다가 크게 한방 맞은 느낌이다. 안부 전화에 이렇게 흐늘흐늘 마음이 녹아 울컥할 거면서. 급기야 조금 후 엄마의 막 담가 보낸 생김치가 도착하고 있다는 택배문자가 도착하고야 마는데.

“(167) 크리스티앙 보뱅의 책을 다 읽고 데버라 리비의 책으로 넘어왔다. 책을 어떻게 이렇게 아름답게 만들었을까. 이렇게 아름다운 사물을 만들어 내는 사람들 때문에 내가.”


아, 아름다운 세상이여. 안부, 김치, 책. 그렇지, 난 혼자니까 더욱더 그런 것들을 적절히 섭취해줘야한다.
싱긋한 공기를 마셔야 할 것 같아 창문을 활짝 열었다.

가을이다.

생각해보면 나는 가을이 항상 힘들었던 것 같다. 정신없이 살다가 찬 공기가 불기 시작하면 감기든 장염이든 일자목이든 몸에서 꼭 신호를 보내서 병원 신세를 졌다. 몸만 힘든 건 아니었다. 사실 마음 힘든 일이 더 많았다. 작년 가을을 생각해보면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고, 재작년 가을을 떠올려보면 정말인지 돌아가고 싶지 않고, 그 전의 가을을 떠올려보면 너무도 돌아가고 싶지 않다. 그런데 작년의 나를 떠올리면 (과로로 링거맞고 회사 가던 그 날, 반차의 행복을 느끼며) 아프니까, 가을이구나! 하면서도 올해는 가을인데 참 좋다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음.

올해의 내 몸은 악명 높은 화이자 2차에도 별 후유증 없이 거뜬하다. 시간도 많고, 게다가 읽을 것도 많고, 아직 읽고 싶은 것도 많다. 생각해보면 삼십대가 되고 나서는 매년 가을마다 작년 가을보다는 올해 가을이 좋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그렇다면 내년 가을도 좋을 것 같다. 내 삶은 완만한 상승곡선 상태에 진입했다.😏



덧,
1. 벌써 오래 전의 일이다. 나는 황정은이 나오는 팟캐스트 라디오 책다방의 애청자였다. 작가님의 목소리가 가을을 닮았다고 생각했다. 에세이를 읽으면서 가만가만한 작가님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행복했다.
2. 작가님이 쓴 <넷플릭스 : 빨강머리 앤 Anne with an E>의 감상문과 내가 그 시리즈를 사랑하는 이유가 많이 겹쳐서 좋아서 울었다. 이게 울 일인가 싶은 데도 그랬다. 넷플릭스는 앤 시즌4를 내놓아라.
3. 에세이 끝부분 록산 게이의 <헝거>를 읽고 쓴 <흔>도 그랬다. 어떤 에세이는 내게 에세이(비스무리한 것을)를 쓰게 하며, 그런 에세이가 좋은 에세이라고 생각하는 나로서 <헝거>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좋은 에세이였다. <헝거>를 읽고서는 무언가를 너무 쓰고 싶었지만 도저히 쓸 수가 없었고… 황정은 작가는 내게 불러일으켜진 그 마음을 황정은 작가의 방식으로 쓴 듯 하다. 그리하여 나는 볕이 드는 창가에 자리 잡고 앉아 이거라도 써보는 중인 것이다.

우리는 거기서 본 얼굴들을 생각한다. 사람들이 목구멍 안에 감추고 있던 것, 그런 것은 그렇게 일단 드러난 뒤엔, 어떻게 될까.
혐오는 어디에나 있어. 내게도 있다. 나는 실은 많은 순간 내 이웃을 혐오하고 먹는 입을 혐오한다. 하지만 그걸 남에게 드러낼 권리가 내게는 없어. 그런 건 누구에게도 없다. 그런데 사람들은 어디에서나 그걸 한다. 어디에나 있다. - P17

어느 쪽도 선택할 수 없으니 주어진 것을 감지덕지,라며 받아들인다. 감지덕지. 사장과 그가 고용한 여성들이 그 말을 공유하는 광경을 본 적이 있고 나는 그때부터 그 말을 세상 더러운 말로 여기고 있다. - P56

어떻게 지내시냐고, 어떻게 물을 수가 있어. - P111

그래서 나는 내 동생들과 내가 어디로든 멀리 나가 낯선 것을 더 자주 만나기를 바랐다. 하지만 지금도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는지, 그런 바람을 여전히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조금이라도 인간이 덜 부지런하게 사는 것이 이 행성에 이롭다는 것을 알수록 그렇다. - P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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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1-10-22 18:3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 오늘 이 책 읽고 마지막 부분에서 울었어요 ㅠㅠ 대부분 강약의 차이는 있으나 갖고있을 불쾌했던 경험들. 작가님이 점점 더 괜찮아지길 바라며 읽었어요. ~ 전 아직 헝거를 읽지 않아서 책에 소개된 책들몇 권을 장바구니에 넣었습니다 ~~ 공감하며 읽었습니다 근데 고양이님 외계에서 인간을 지배하러 온 듯한 분위기가 ㅎㅎㅎ

공쟝쟝 2021-10-22 18:37   좋아요 4 | URL
저는 세번 울었어여....... 눈물이 흔한 사람이라서.....ㅋㅋㅋㅋㅋ 빨간머리 앤 리뷰보고 우는 나 자신 (코쓱-) 참 눈물과 웃음이 헤픈 사람...

mini74 2021-10-22 18:39   좋아요 4 | URL
저도 그 부분에서 눈시울이 ㅠㅠ 넷플렉스 드라마 보며 하도 울어서 ㅎㅎㅎ

공쟝쟝 2021-10-22 18:55   좋아요 4 | URL
... ㅠ_ㅠ 앤과 마릴라와 매튜의 관계성은 정말 ㅠ_ㅠ....
/ 이 고양이는 때 때 로 제 정신을 지배하는 지구뿌셔 귀여움의 소유자.

프레이야 2021-10-22 18:4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아악 냥이 귀여워요. ㅎㅎ 러시안블루인가요. 저렇게 창밖을 바라보며 뭔가 철학하는 듯 저러는 냥냥이 넘나 좋아요. 신기해서 한참 바라본답니다 저도. 울집 냥이는 얼굴천재 코숏이에요. 냥이자랑 늘어집니다 혼자 ㅎㅎ

공쟝쟝 2021-10-22 18:57   좋아요 5 | URL
얼굴천재인 코숏이라니요? 프레이야님 최근에 냥자랑 대잔치 바람이 알라딘에서 불었습니다. 우리 모두는 냥자랑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냥이 페이퍼 쓰고 댓글 한번 남겨주세요. 🐈대환영🐈

프레이야 2021-10-22 19:13   좋아요 5 | URL
앗 그런 바람이 불고 있었나요 ㅎㅎ

붕붕툐툐 2021-10-23 00:30   좋아요 4 | URL
우와~ 프레이야님도 집사님?? 완전 기대기대~~

공쟝쟝 2021-10-25 11:22   좋아요 1 | URL
찬바람에 역시 털보송 고양이~~

그레이스 2021-10-22 19:0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고양이 실감나네요
눈빛 턱선 목선 수염 ㅎㅎ

공쟝쟝 2021-10-25 11:22   좋아요 1 | URL
실물이 더 아름답지만 조금이라도 표현하기 위한 애정을 담아 온몸을 눕혀 찍어낸 역작입니다...? 흐흐흐~

책읽는나무 2021-10-22 20:0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이쁜 고냥이의 심각한 얼굴!!귀여워요.얘도 내 배위에 있었다면 쓰담쓰담각입니다^^
공쟝쟝님 이쁜 손가락이 안나와 조금 아쉽네요ㅋㅋㅋ
좋아하는 작가의 책 얘기를 또 좋아하는 이곳 사람들의 글로 읽는데 괜히 뭉클~~ㅜㅜ
가을 밤이라 센치해져 그런가???
며칠 전 낮에 자목련님 글 읽을 땐 안그랬었는데??이상하네요?
공쟝쟝님 글은 묘한 가독성이 있어요.
다시금 멍~한 듯 심각한 고양이 사진 끌어 내려 쳐다보며 눈물 날 뻔한 눈, 다시 실눈으로 만들었습니다ㅋㅋㅋ
계속 좋은 가을 앞으로 공쟝쟝님께 펼쳐지길♡

공쟝쟝 2021-10-25 11:24   좋아요 2 | URL
좋아하는 작가 함께 좋아하는 거 너무 좋지 않아요? 나만알고 싶은 작가 고이 모셔뒀다가 알리는 것도 좋구... 알라딘 서재 넘넘 좋아요!! (요즘 인생의 큰 재미)

단발머리 2021-10-22 20:1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잔말말고 얼른 달려가 황정은의 일기를 사야겠어요. 너무 기대되기도 하지만.... <빨간 머리앤> 리뷰 어떡해요. 벌써 눈물이 나려고 그래요 ㅠㅠㅠㅠ

공쟝쟝 2021-10-25 11:25   좋아요 2 | URL
ㅜㅜ 저는 정말 좋은 어른이 되고 싶어요... 그러려면 역쉬... 마음을 다해 어떤 존재를 사랑해야하는 거겠죠? 흑.. 훌쩍...훌찌럭...

난티나무 2021-10-22 23:0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었어요! 일기, 아니고 <계속해 보겠습니다> 요.ㅎㅎ
그리고 오늘 블로그에 글 쓰는데 맨 끝에다가 “계속해 보겠습니다”라고 썼지요. ㅎㅎㅎ 그래 반가워서! ㅎㅎㅎ
눈물 예약이군요. 천천히 나중에 읽어야 겠어요…^^

공쟝쟝 2021-10-25 11:28   좋아요 1 | URL
사실 눈물이 안날 수도 있는 데....... 그냥... 황정은이 좋아서요 ㅜ_ㅜ 진심 작가님의 어떤 시선이 점점 더 엄밀해지는 것 같아서... 아, 이런 사람이구나... 그나저나 작가님이랑 같은 구(?) 살지도 모른다고 내심 좋아했는 데... 이사가셨더라구요.. 안녕....

붕붕툐툐 2021-10-23 00:3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진짜 냥이 자태 너무 영롱~ 눈빛깔이 넘나 맘에 드네용! 전 책은 모르겠고 넷플릭스에서 볼 시리즈는 찜했네요!ㅎㅎㅎㅎㅎ

공쟝쟝 2021-10-25 11:30   좋아요 1 | URL
아.. 빨머앤 꼭보세요...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처음에 조금 견디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전 너무 좋아하지만) 갈수록 더 재밌어요.... 정말 믿고 봐주세요 봐주라주라주라...

scott 2021-10-23 00: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을 어떻게 이렇게 아름답게 만들었을까. 이렇게 아름다운 사물을 만들어 내는 사람들 때문에 내가]
공장쟝님 어떻게 페이퍼를 이렇게 잼 ㅎ 나게 끝까지 중독적으로 읽게 만들었습니까?

황정은 일기장에 영업 당함 🖐^^

공쟝쟝 2021-10-25 11:31   좋아요 1 | URL
그 문장 읽다가 책 꼭 끌어안았어요. 이렇게. 아름다운. 사물을 만들어 내는 사람들. 때문에. 내가.
그리고 그것을 사랑하는 사람들 때문에 또. 내가.

잠자냥 2021-10-25 21: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황정은 일기보다 이 페이퍼가 훨씬 재미나고 아름다울 듯. ㅎㅎ

공쟝쟝 2021-10-26 09:39   좋아요 0 | URL
확실히 재미는.... 제가 더 보장 ㅋㅋㅋ
하지만 황정은님의 의외의 문화생활들이 너무 귀여웠어요ㅋㅋㅋㅋ 이 작가를 내가 귀여워하다니 하면서 읽었지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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