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중독 - 공부만이 답이라고 믿는 이들에게
엄기호.하지현 지음 / 위고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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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 자신으로 사는 것을 스스로 합리화하기 위해 이렇게까지 읽어야 하는 것입니까? 라고 투덜댄 글에 “관습을 깨는 것은 힘든 일이라 두꺼운 벽돌 책으로 여러 번 내리쳐야 한다”라는 훌륭한 댓글을 받았다. 


한동안 아파서 앉아있을 수가 없었다. 같이 소멸해서라도 소멸시켜버리고 싶은 어떤 인간에 대한 미움이 수습되지 않았다. 그와 동조자들(그리고 공모한 어쩌면 전세계)을 한 톨도 단 한 톨도 닮고 싶지 않아서 푸코를 정.말.로 읽으려고 맘먹었을 정도다. (물론 읽는다고 알 수 있게 되는 건 아니다. 그래도 인간사에 작동하는 권력의 원리를 이해하면 권력에 도취되지 않을 수 있지 않나?) 잊을 수 있다면 잊어버리고 싶은 그들을 완벽하게 타자화 할 수가 없다는 것이 나의 비극. 


몸이 화를 못 받다가 맘을 바꿔먹었더니(사실 화내는 것도 에너지라 기를 다 씀) 천천히 회복되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요즘엔 거의 나아서 마음만 먹으면 좀 오래도 앉아있을 수 있다. (그러니까... 내 몸은 무리 못하게 아껴주지 않으면 이제 바로 파업과 태업과 뭐 그런 몸이다...) 계속해서 안 읽히고 집중도 안되고 그랬는 데, 맘을 비우니 뭔가 슬슬 꿰어지고 있어서 읽는 게 신이 난다. 술을 안 마셔도 일상이 좀 재밌을 정도다. 아플 때 너무 힘들었는데, 배운 게 좀 있다. 나만 나를 닦아 세운다는 거. 지치지 않는 게 중요하다는 거. 


조용한 거실에서 스탠드 켜놓고 책이랑 골똘하게 대화하고 있을 때, 그 시간이 난 참 좋다. 오늘 아침엔 이제 좀 마음이 편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상할 정도로 불안하지 않다. 나는 나를 좀 더 믿어도 된다고 확신했다. 내가 읽을 수 있을 만큼 읽어두려고 하고, 내가 느낀 만큼만 써두려고 한다.  


바로 이전 글에 글씨가 되고 싶어 했던 사람(지하 인간)에 대해 한껏 비아냥 댔는 데, 절반은 취소다. 이런 시절에 무용하게 읽는 일은 역시 훌륭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200년 전의 지하 인간은 현 시대에 오면 책을 읽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다른 매체들로도 알았다는 느낌은 충분히 받을 수 있으니까. 보고 듣는 것(유튜브)만으로도 세상을 다 안 것처럼 충족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시대에 글씨로 된 벽돌책을 눈비벼 가며 읽는 건... 마치 컴퓨터 자판도 어색해 한다는(설에 들은 실화다) 포노사피엔스가 굳이 주머니 칼을 휴대하고 다니며 연필을 깎는 것처럼 낭만적… (물론 전 연필깎이가 있습니다..) 암튼 요 책을 읽고 나니 어떤 공부를 하면 안되는 지는 좀 더 명확해 졌다할까?

엄기호 | 그런데 이런 공부 중독의 가장 심각한 폐해는 뜻밖에도 만능감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사회학을 공부하고 교육 관련 일을 하다 보니 느끼는 게, 어느 시점에서 한국 사회에서 아이가 양육되고 교육되는 방식이, ‘나는 중요한 사람이고, 나는 뭐든지 다 할 수 있고, 내가 다 컨트롤하고 평정해야 하고…’ 이런 어마어마한 만능감을 심어준 것 같아요. 그런데 실상 자기 현실은 너무 비루하거든요. 할 수 있는 건 없고….

 

하지현 | 그래서 아무것도 안 하는 거죠. 그래야만 정신 승리가 가능하기 때문이에요. 타석에 서지 않으면 스트라이크 아웃인지 홈런인지 아무도 알 길이 없어요. 그래서 절대 타석에 서질 않아요. 그것이 이 친구들의 솔루션이에요.

 

엄기호 | 그러니까 한편에는 만능감, 신처럼 되어버린 자기가 있고, 다른 한편에는 너무나 아무것도 아닌, 아직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서 늘 야단이나 맞는 자기가 있는 겁니다. - <공부 중독> 중에서”


왜 이것까지 알아야 해? 이렇게까지 알아야 할 필요가 있어? 투덜대지 않으려고 한다. 그들의 방식으로 아는 게 아니니까. 난 이제 정말 몸으로 아니까. (나의 감정은 나의 체현된 사상이며 나의 지표다 - 이것도 희진 샘 말인데 난 이게 무슨 말인지 몸으로 안다🥲) 알고 더 이해하게 되면 좀 뿌듯하니까. 나를 미워하지 않게 되니까. 이런 내가 좀 기특하니까. 내가 알고자 하는 데 까지가 나라는 인간이고, 내가 모르고 싶어 하는 데 까지가 나라는 사람이라, 그런 나 자신을 담담히 받아들이려고 한다. 더 이상 아는 게 부끄럽지도 모르는 게 쪽팔리지도 않다. 내가 열심히 읽어서 알게 된 것들은 나의 삶을 좀 더 긍정하게 만든다. 더 알고 싶으면 배움을 좀 구하러 다녀야겠지만 그건 좀 더 시간과 용기를 내야 하는 일이라. 일단은 이 정도에서. 


당연한 말이지만 내 공부는 이 책에서 말하는 ‘공부중독 =교육 중독’과는 전혀 관계없는 일이었다. 원체 중독에 취약한 인간이라 아. 알코올 중독 끊었더니 활자중독인가... 걱정이 되서 (내가 이렇게 메타인지력이 뛰어난 사람입니다. 그런데 활자중독은 아닌 듯. 글씨 어려워. 안 읽고 둔너서 텔레비전 보는 게 더 행복함 ㅋ) 읽었는데, 시점이 2010년대 중반이라 좀 지난 감이 있었지만. 뜻밖의 스스로가 흐뭇해지는 독서였다. 


“공부가 재미없어진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어느 순간부터 공부가 삶의 문제를 푸는 도구가 아니라 삶을 식민화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공부를 하면 언어를 배우게 된다. 세상을 읽고 삶을 해석하는 언어가 늘어나는 것이 공부의 과정이다. 예를 들면 ‘구조’라는 말을 알 때와 그러지 못할 때 세상을 인식하고 설명하는 방식은 획기적으로 달라진다. 공부는 사실 이렇듯이 세상을 읽고 삶을 해석하는 언어라는 좋은 도구를 획득하는 과정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치명적인 부작용이 일어난다. 세상과 삶이 지나치게 단순화되고 추상화된다는 것이다. 세상의 그 어떤 언어도 삶을 그 자체로 풍부하게 재현할 수 없다. 모든 재현은 불가피하게 삶을 추상화하고 규격화한다. 이 규격화의 과정에서 자칫하면 삶이 도식적인 것으로 분해되고 내가 겪었던 경험은 형해화된다. 대신 그 자리를 개념들이 차지하면서 나의 경험은 일반화(보편화가 아니라)되는 경우가 종종 벌어진다. 구체적 삶은 왜소해지고 대신 이미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어떤 개념들이 그 구체적 삶의 자리를 분해한다. 나의 삶은 그 개념들의 지식 권력의 정당성을 확인해주는 도구에 불과한 것으로 전락한다. - <공부 중독> 중에서”


나는 내 공부가 재밌다. 삶의 문제를 풀어준다. 내가 왜 이렇게 생겨먹었는 지, 과연 이런 사회에서 살아갈 수 없는 부적응자인 건 지, 내가 대체 뭘 잘못했는지(확실하다. 모지리라 부족했을 진 모르겠지만 잘못한 거는 없는 거 같다.), 책에서 어떤 언어들이 알려줬다. 난 구체적 삶을 개념에 내어준 적도 없고, (감히?? 언어 따위가 귀한 내 삶을ㅎㅎㅎ) 개념의 언어로 내 삶에 부딪혀 오는 존재들을 왜소하게 만든 적도 아마 없다. 


호기심(읽고 싶은 책들)은 내가 지구에 오래 머무르고 싶은 이유가 되었고, 미분과 적분은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다음 생애의 목표가 되었다. 내가 책을 읽는 사람이라는 사실은 (그 사실 만으로도) 밥벌이 과정에서 종종 훼손되는 존엄을 지키는 자존감으로 확실히 작용한다. 물론 거래처엔 비밀이다ㅋㅋㅋ (꼴페미 독서광은 철저히 부캐)


나 자신이 어떤 종류의 인간인지를 잘 몰라서, 사람이라는 존재들을 잘 몰라서, 적당한 거리 조절을 어려워해서 관계에서 실수와 실례와 실패를 거듭했다. 여전히 사람을 잘 모르겠어서 당황스러울 때가 많지만, 적어도 내가 나 자신을 알려고 하는 만큼, 내가 보호해야 할 나의 내면이 생겨나는 만큼 내게 중요한 타인들도 더 잘 보호할 수 있게 된다는 걸. 그리고 나는 더 이상 나를 없애는 사랑을 하지 않는다. 내가 없었기에 그렇게 쉽게 나를 없애려고 했던 거다. 이렇게 어렵게 만든 나를 지금의 나는 그렇게 쉽게 없앨 수가 없다. 


이걸 터득하는 데 이렇게까지 읽어야 했다는 게 너무 웃기다. 이렇게 웃긴 나는 내가 좋고, 니 주제에 왜 그렇게 자존감이 높냐고 누가 의아하게 생각하면 또 난 곰곰이 생각하다가 더 잘 웃을 수 있다는 걸 이젠 안다. 앞으로 내게 보이는 세상을 드러낼 수 있을 만큼의 공부를 더 할 수 있을지, 하고 싶어 할지는 미지수이지만…. 내일 아침에 일어나고 싶은 이유는 분명히 읽다 만 남은 페이지... 때문인 건 확실함🤣🤣 


암튼 공부 중독은 아닌 것 같다. 이 책에서 말하는 공부 중독도 혹시나 싶었던 다른 공부 중독도ㅋㅋㅋ 그냥 평생 안 하다가 이제 와서 책 좀 볼라니까 책을 쇼핑하는 것(뒤메질..)이 넘나 재밌었던 것으로? (걍 책 쇼핑 중독..)  


지난주부터 본인의 생파 주간이라(;;;) 주 1회 친구들 만나기를 하고 있다. 우린 MZ라 이놈의 mbti이야기를 하기 싫어하면서도 않을 수가 없는데(주파일이야기를 할 수는 없쟈냐..), 내가 너무 N인 것 같아서 가끔 걱정된다고 그랬더니. 현실 세계 친구 중 가장 가방끈 긴 A가 자신은 분명 INFJ였는 데 지금은 리얼참트루 S가 되었다며. 


- 언니 N병 고치게 해드려요?


(전 직장 동료이기도 한 A는 신학 대학원 석사를 마치고 속세로 돌아와 앞으로의 인생에서 절대로 다시는 논문을 쓰지 않기 위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할까 고민하고 있다. 아아. 공부. 공부란 무엇인가.)


모르는 존재는 우리에게 두 가지 감정을 일으키죠. 하나는 두려움이고 하나는 호기심이에요. 공부라는 것이 끊임없이 모르는 존재를 만나는 일이잖아요? 모르는 걸 만났을 때 이 두 가지 감정이 다 일어나요. 그런데 중요한 건 ‘두려움을 어떻게 호기심으로 바꿔줄 것인가’죠. ‘낯설긴 하지만 재미있네?’ 이렇게 두려움을 호기심으로 전환시켜주는 것, 그렇게 꼬시는 것이 교육이에요. 물론 낯선 것을 만나면 기본적으로 너무 두렵죠. 그런데 그런 두려움을 호기심으로 바꿀 수 있는 기제가 지금은 딱 끊겨 있어요. 이렇게 되면 성장이라는 것이 절대 일어나지 않죠. 자기 안의 세계, 자기가 알고 있는 세계에만 안주하게 돼요. 학생들은 이런 얘기도 많이 해요. 지금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는데, 뭘 굳이 바깥으로 나가야 하고, 굳이 새로운 것을 알아야 하고, 새로운 존재를 만나야 하느냐고요.

결국은 이 공정함이라는 게 어떤 공정함인가, 누구를 위한 공정함인가, 라고 질문할 수밖에 없어요. 이 판타지는 정말 안 깨지는 것 같아요. 이게 마치 모두를 위한 공정함이라고 생각하죠. 이게 모든 사회의 모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디에서도 다 공정하게 돼야 하고, 그게 공부였고, 공부하는 방식이고, 평가하는 방식이고 그런 식으로 가는 거죠.

그런데 한국은 정말 표준화된 라이프스타일이 너무 강력하게 작동하다 보니까 계속해서 삶을 1차 방정식으로 풀려고 노력해요. 사실은 고차 방정식으로 바뀌었는데 말이죠.
계속해서 1차 방정식으로 풀려고 했을 때 자기가 풀 수 있는 ‘해解’, 그건 공부밖에 없으니까, 공부를 통해서만 답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훨씬 더 공부에 집착하게 돼요. 학생들이 아니라 부모들이 말이죠. 모두가 훨씬 더 공부에 매달리는 거죠. 이게 아이러니인 것 같아요. 아직까지는 공부가 가장 결정적인 변수이기는 하지만 그 공부라는 것이 더 이상 유일무이한 변수는 아니라는 걸 많은 사람들이 점점 깨달아가고 있어요. 그런데 그러다 보니까 더더욱 확실한 변수, 손에 잡히는 변수인 공부에 집착하게 되면서 지금의 삶이 고차 방정식이라는 것을 애써 외면하거나 아니면 모른 척하거나 하면서 공부가 만인의 고통의 근원이 돼버리는 거죠.

이전에는 공부가 생애사적 기획을 하는 데 가장 강력한 무기였죠. 그런데 그게 잘 안되는 상황이 되고 있단 말이죠. 그렇다면 이제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이 나와야 하는데,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이 출현해야 할 그 시점에 다양한 교육이 출현해버린 거죠. 그런데 다 양한 교육이란 게 말 그대로 다양한 교육이 아니라 교육이 다양한 영역을 식민화해버린 형태예요. 이게 정말 스쿨링하는 사회인 거 죠. 어떤 의미에서는 ‘스쿨‘이 문제의 근원이 었는데 그걸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식으로 나오는 거예요. 그걸 굳이 학원에 가서 배워야 하는가? 굳이 학교화해야 하는가? 커리큘럼화 해야 하는가? 인성 교육도 그렇죠. 인성을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정말 웃기는 말입니다.

소규모 자영업을 하거 있거나 생산직에 종사하면서 어느 정도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 어 있고 삶의 에너지는 많은 분들, 이런 분들이 온라인 동호회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활발 하게 글도 올리는 모습들을 봐요. 글의 수준이 상당해요. 그런데 온라인상의 이런 동호회는 엄밀하게 봤을 때 어디까지나 취미의 영역에 속하죠. 삶에 있어서 실존적 부분, 가치관이나 정체성의 문제로 접근을 할 때에는 약간 다른 부분이 필요할 수 있어요.

동호회라는 게 대부분 취미 활동이라 그것 이 ‘나라는 사람‘의 중심 정체성, 일을 하는 나, 사회속의 나의 1번으로 삼기에는 모자란 경우가 많아요. 낚시에 정통한 누구누구입니다, 라고 하긴 좀 그렇죠. 실제로 이분들은 시스템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그건 내 영역이 아니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런면 에서는 이분들이 자기가 일하는 삶의 영역에 서도 자신감을 가지고 열심히 활동하고, 자기주장과 표현을 할 수 있는 장이 열렸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합니다. 그저 돈을 버는 밥벌이가 아니라 그 안에서 존재감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으면 해요. 그게 대학을 나와야 하는 일이거나, 전문직이 아니라고 해도 말 입니다.

다시 프레임을 말씀드리면, 지능의 영역이란 낯선 상황에 잘 적응하기 위해 지금 이곳이 굴러가는 보이 지 않는 이치를 깨달아가는 과정이거든요. 그 이치를 잘 깨달아서 나를 변화시키거나 환경을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을 쌓는 것이 핵심이죠. 공부라는 것은 그 지능이 실제 내 삶에서 실행 능력을 높여줄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백데이터들을 모으는 것이고요. 그리고 그 것들이 모여서 인포메이션이라는 정보체가 만들어지 고 이것이 하나의 정보의 체계적 묶음, 시스템으로 만 들어지면 그걸 지식이라고 하죠. 그런데 이런 지식을 통해서 여러 영역에서 비슷한 맥락들을 공부하다 보 면 여러 군데에 다 통용되는 하나의 정수를 찾아내게 돼요. 그럼 우리는 지혜를 갖게 되었다고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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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YDADDY 2023-01-29 22:0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으허허헉.. 죄송합니다. ㅠㅠ 제가 주제넘게 화두를 던졌군요. 그럴 의도는 아니었으나 공쟝쟝님을 괴롭게 해드린 것 같아 죄송합니다.
시험이나 자격증 공부 외에는 사실 쓸모가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네 삶에 쓸모 있는 것만 있다면 얼마나 삭막할까요. 예쁜 커피잔도 없고, 예쁜 북커버도 없고, 예쁜 머리핀도 없고.. 물질적인 것만 그런 것이 아니라 시, 음악, 독서 이 모든 것도 없을 것입니다. 누군가 그러더군요. 이세상의 진보는 잉여가 만들어낸다고. 삶의 비어있는 부분이 없다면 결국 진보도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무용의 급진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공쟝쟝님이 무용의 공부로 자신의 삶에 대한 답을 찾고 자존감을 찾을 수 있다면 공쟝쟝님 삶에서 그보다 더 중요한 공부가 있을까 싶습니다.
추가로 생신 축하드리며 N성향도 나 자신의 일부라 여기시고 예뻐해주시기 바랍니다. (전에 저도 장난삼아 해봤는데 N이 끼어있더군요. ㅋㅋㅋ)

공쟝쟝 2023-01-29 22:14   좋아요 2 | URL
띠용- 죄송해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제 글이 문단이 이상하게 띄어져 있어서 오해하신 거 같아요.
대디님 때문에 아픈 거 아니고... 그거 아님 절대 아님 ㅋㅋㅋ 댓글 읽고 기분 좋았어욬ㅋㅋㅋㅋ 아플리가 ㅋㅋㅋㅋㅋ

작년에 딥빡치는 일이 생겨서 되도 않게 주경야독하겠다고 설쳐대다가 허리 나갔거든요.............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진짜 물리적으로 아파서 일하는 시간 빼곤 앉아 있지를 못해서 맘껏 양껏 독서를 못했는 데, 못된 맘을 바꿔 먹으니까 이젠 안아파서 되려 힘 빼고 독서 할 수 있어 불안함이 가셨다 이런 말입니다 ㅋㅋㅋㅋㅋ 또 맥락 없는 제 글이 오해를 드렸군요...죄송합니다!! (한두번도 아니고 이해해주세요.. 의식의 흐름이라 ㅋㅋㅋㅋ)

이 책은 유용함만을 공부라고 여기는 한국의 공부 만능주의를 비판한 대담입니다. 제 무용한 독서, 나 너무 과계몽아닌가 스스로를 자꾸 검열했던 독서 과정이야 말로 진짜 공부라고 말해준 것 같아서 기뻤습니다. ㅋㅋ 생일은 아직 멀었습니닼ㅋㅋ N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DYDADDY 2023-01-29 23:11   좋아요 2 | URL
기분이 좋으셨다니 다행입니다. 책이라는 물질성을 포기하지 못하신다면 독서대와 허리보호대를 추천드려요. 가끔은 통증에 무뎌져서 괜찮아졌다고 오판하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그리고 무용한 독서야말로 진정한 독서이고 타인을 향하지만 않는다면 과한 계몽은 없다 생각합니다.
재미없는 댓글에 많이 웃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공쟝쟝님 글이 훨씬 재미있고 웃음이 납니다. ^^)

공쟝쟝 2023-01-30 07:47   좋아요 2 | URL
‘타인을 향하지 않는 다면 자신에 대한 과계몽은 없다..‘ 마음에 새기도록 하겠습니다.😫
재미는 저랑 좀만 여기서 놀면 학습시켜드릴게요. 일단 밀도있는 언어 사용 가능하신 분이니 말장난 부터 갑시다.
랄랄라~ 오늘도 나는~~~ 자과계몽~~~

DYDADDY 2023-01-30 08:33   좋아요 2 | URL
공쟝쟝님의 마음이 돌인가요? 마음에 새기게. ㅋㅋㅋㅋ 그냥 흘러가다 마음 귀퉁이에 퇴적되어 공쟝쟝님의 양분이 되면 그정도로도 감사합니다. 공쟝쟝님과 놀다보면 텐션을 못따라가서 고관절 나갈까 겁나요. ㅋㅋㅋㅋㅋ

건수하 2023-01-29 22:2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희진언니가 자기 삶에서 중요한 문제를 공부하라고 그랬잖아요.. 그런 공부를 하면 좀 어려워도 안 힘들고 뿌듯하고, 그래서 계속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재미로 하던 것들 좀 정리하고 나에게 중요한 문제에 집중해보려고 해요 :)

(그래놓고 1월의 여성주의책같이읽기책 아직 다 못 읽음…)

공쟝쟝 2023-01-29 22:23   좋아요 4 | URL
맞아요. 저에겐 낮은 자존감(정말임.... 사실입니다...), 여성주의와 중독(과몰입)문제, 앞으로의 먹고사니즘 때문에 불안해하는 것 이 문제였고... 그런 것들을 직면하기 위해서 읽어왔다고 생각해요. 재미로 읽은 적은 별로 없었어요. 가끔 있긴 한데....... 다.......... 저 자신이 문제가 되어서 아프게 읽었습니다. 과정에서 뭔가를 알아가고 있다는 기쁨이 있었는 데, 그게 공부이고 다음 읽기로 넘어가는 동력이 되었어요. 너무 어려운 책은 함께 읽는 사람들이 있었던 게 컸고. 암튼 그렇습니다.

수하님 자신에게 집중하는 공부를 응원합니다. :) 독서 정말 너무 좋죠. 우리는 이런 세상에 감히 책을 읽는 멋진 여성인 것입니다! 헤헷

건수하 2023-01-29 22:31   좋아요 3 | URL
전 사실 재미로서의 독서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독서는 저에게 ‘재미’ 였는데, 그것도 좋지만 뭔가 축적되는 느낌도 좋네요 ^^

공쟝쟝님이 공부로 힘든 걸 이겨내고 또 동력으로 삼는 걸 응원합니다. 멋져요 ^^

공쟝쟝 2023-01-30 07:47   좋아요 1 | URL
전생에 선비 옆의 화롯불이라 선비에 한 맺혔나 봅니다? ㅋㅋㅋㅋ

persona 2023-01-29 22:3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N병 고치는 방법 궁금합니다. ㅋㅋㅋ
올해 프로그래밍 언어와 외국어를 공부할 계획이 섰는데 저는 놀려고 하는 공부이니 공부중독은 아닐 거라는 생각을 감히 책도 안 읽고 해보네요. 쟝쟝님 늘 파이팅입니다!

공쟝쟝 2023-01-29 22:42   좋아요 3 | URL
아래 댓글로 갈음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놀려고 하는 공부를 누가 이깁니까? 알라딘의 참공부 펄손님!!

잠자냥 2023-01-29 22: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엥? 그래서 N병 어떻게 고치게 해준대요?

투비컨티뉴드???

공쟝쟝 2023-01-29 22:42   좋아요 7 | URL
철학과나 신학과 대학원 가서 논문쓰면 사라진대요. ㅋㅋㅋㅋㅋㅋ 현타 오지게 온다며 ㅋㅋㅋ

2023-01-29 22: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1-30 07: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1-29 23:1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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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07:5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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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29 23: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1-30 07: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은오 2023-01-30 07:2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너무 N인 쟝님의 N끼를 중화시키는법 = S인 나랑 놀기

공쟝쟝 2023-01-30 07:51   좋아요 2 | URL
개강하면 나랑 안놀아줄꺼면서! ㅋㅋㅋㅋㅋ 미리미리 은오없이 혼자 놀기 연습해둬야징 ㅋㅋㅋ

scott 2023-01-30 11:10   좋아요 3 | URL
저도 🖐🖐🖐S^^

2023-01-30 10: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1-30 11: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1-30 14: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1-30 23: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독서괭 2023-01-30 10: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읽다가 잠깐 딴 거 해야해서 화면 껐다 다시 켠 순간 “독서광”을 “독서괭”으로 보고 흠칫 놀란 독서괭입니다 ㅋㅋㅋ
저도 N이었던 것 같은데 애낳고 S가 된 것 같아요.음.. 애초에 극 N은 아니었기 때문이겠지만요 ㅎㅎ 저는 N이 멋있어 보입니다. 새우깡은 초큼.. 멋있진 않잖아요?ㅋㅋㅋ
생일 축하드려요 쟝쟝님~^^

2023-01-30 10: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공쟝쟝 2023-01-30 11:51   좋아요 1 | URL
아직 생일 멀었지만 좌우 앞뒤로 보름씩 제 생일 주간이니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_<
생일 축하를 감사히 아름답게 받도록 하겠습니다.
안그래도 독서괭!님 아침에 니체 땜에 떠올렸어요.
아놔. 니체~ 왜 다 나만보면 니체/푸코/데리다 이런 애들 떠올리는 지 모르겠네요? 분명 셋다 궁극의 N임 ㅋㅋ

2023-01-30 11: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1-30 15: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1-30 23: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1-31 05: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1-31 06: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1-31 06: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1-31 06: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2-04 18: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2-05 09: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문제의 <성聖스러운 동물성애자> 리뷰.
하, 그렇게까지 할 필욘 없잖아요.
대화와 섹스
성스러운 동물성애자 - 종도 편견도 넘어선 사랑
하마노 지히로 지음, 최재혁 옮김, 정희진 해제, 강상중 추천 / 연립서가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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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내용과 동물성애에 대한 해제는 

은오님과 https://blog.aladin.co.kr/751596223/14264235

잠자냥님의 https://blog.aladin.co.kr/socker/14265515

훌륭한 리뷰를 읽어보시고...

이 독후감은 정말 읽고 난 뒤의 나의 독후감 


0. 


홉스가 땅콩을 떼던 날 나는 마음이 아파서 울먹울먹했다. 정작 목 보호대(?)를 낀 그는 암시랑토 안 해 보였지만. 나의 표정이 너무 심각해 보였는지 수의사가 말했다. “괜찮아요. 고양이는 인간처럼 통각이 발달하지 않아서… 보호자님이 생각하시는 것처럼 아프지는 않을 겁니다.” 


인생과 묘생은 다르지. 인간의 통증과 고양이의 통증도 다르다. 땅콩을 뗀 것이 아플까 봐 마음이 아픈 것은 아니었다. 나와 살기 위해 네가 감당해야 하는 것에 너의 의사를 물어볼 수 없다는 게 마음이 아팠고, 생각보다 너무 빨리 어른이 된 것처럼 생각보다 빨리 내 곁을 떠날 수도 있다는 사실이 확 끼쳐왔기 때문일 거다. 네가 말을 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아니다. 네가 말을 하지 않아서 좋기도 하다. 


어쨌든 난 언어가 없지만 홉스와 의사 소통을 한다. 정말 말 그대로 소통인데… (이렇게 말하면 좀 이상하지만 ㅋㅋㅋㅋ) 홉스도 제법 자기표현을 잘하는 냥이라고 난 생각한다. (밥, 물, 간식, 놀아주기, 턱 긁어주기, 명확함ㅋㅋㅋㅋ) 물론 그가 표현한다고 다 응해주진 않는다. 대체로 그도 나를 귀찮아하고, 나도 그를 귀찮아한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는 내가 밥 먹을 때 꼭 화장실을 간다. 예끼. 버릇없는 고양이. 겨울엔 둘 다 전기장판 러버고 그냥 같이 누워서 귤 까먹으면서 책을 읽는다. 


일설에 의하면 고양이는 순간을 산다고 한다. 그런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고. 아무튼 혼자 살고 혼자 일하고 일상의 대부분을 집에서 혼자 보내는 나는 홉스가 없는 삶을 지금은 좀 상상하기 어려운 것 같다. 현시점에서 내가 가장 아끼는 존재는 홉스가 맞다. 인간-비인간-사물 통틀어서 그렇다. 이런 나는 동물성애자인가? 아 그전에 *성애*에 대한 물음표가 생기는 데. 이건 그냥 물음표로 남겨두고. 난 사람들이 이 책 많이 읽었음 좋겠다.



1.


- 나는 ‘사랑’을 잘 모르겠다. (21)

- 나는 ‘섹스’를 잘 모르겠다. (21)


- 하지만 사랑과 섹스를 비웃고 경시하는 태도로는 결코 상처가 회복되지 않는 점은 명백했다. 마음 깊은 곳에서는 사랑과 섹스가 무엇인지 이해하고 싶다는, 아주 강렬한 욕구가 생겨났다. 나 자신을 끊임없이 괴롭히는 문제에 나만의 관점을 가지고 싶었다. (25)


- 한 사람에게 누군가가 특별한 까닭은 공유한 시간을 통해 형성된 그 사람만의 독특한 퍼스낼러티에 매료되어서다. 퍼스낼러티는 계속 변화하면서 동시에 생성되기 때문에, 그 사람과 더 긴 시간을 함께 보내고 싶어 진다. 그리고 그 사람과 함께하는 동안 새롭게 형성되는 자기 자신의 퍼스낼러티에도 끌린다. 

퍼스낼러티는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느끼는 방법이 달라지기도 한다. 연인 사이가 아니라면 알 수 없는 퍼스낼러티, 가족끼리만 이해하는 퍼스낼러티처럼 말이다. *이렇듯 관계성에 의해 형성되는 퍼스낼러티는 인격이나 개성, 성격과는 다른 개념이다.*(74)


- 패시브 파트가 섹스에서 얻는 최대의 기쁨은 지배자의 입장에서 내려온다는 기쁨이다. …  그들은 페니스의 폭력성에서 해방되었다는 사실로 인해 자기 자신도 전혀 폭력적이었다고 말할 수 있는 셈이 된다. 

하지만 성폭력의 본질이 페니스 자체에 있을 리는 없다. 지극히 단순하고 맹목적으로 페니스에서 폭력성을 찾아낸 후 섹스에서 폭력의 가능성을 제거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남성, 엄밀히는 페니스를 ‘악’으로 만드는 식으로는 해결책을 찾기는커녕 강자와 약자, 가해자와 피해자의 이항 대립을 손쉽게, 끊임없이 만들어 낼 뿐이다. 성폭력의 본질은 다른 지점에 있으며, 성별이나 성기의 형상과는 근본적으로 관계가 없다.(159) 


- 여전히 ‘그런’ 나인 것이다. (168)

- 말보다도 앞서는, 스스로도 어떻게 할 수 없는 육체가 있다. (169)

- 그러면 어느덧 정신과 육체는 분리된 역할을 기대한다. 정신은 이 상황을 설명 가능하게 만들기 위해서만 작용하며, 뇌는 이것저것 이유를 찾는다. 육체는 그 정신을 유폐하는 감방으로 변해 자유를 빼앗으며 도망치는 일 자체를 허락하지 않는다. 정신은 신체를, 신체는 정신을 산 제물로 삼는다. (170)


- 그리고 그 ‘말에 의한 합의’는 그 남자의 폭력적 성행위를 정당화해 버린다. 그렇게 섹스에 있어 거짓 대등성이 출현한다. 

말에 의한 합의가 있었다면 성폭력이 아니라는 논리가 도대체 어떻게 가능할까? *언어를 사용하는 우리는 언어를 중시할수록 덫에 빠진다.* 언어는 신체로부터도, 정신으로부터도 떨어진 곳에 있다. 편리한 도구지만, 자신의 모든 순간을 표현할 수는 없다. *언어가 짜낸 거친 그물코에서 너무나도 많은 것이 빠져나온다. 언어에 익숙해진 나는 언어를 닫아버린 워크숍에 참가하면서, 스스로가 얼마나 둔하고 표현력을 결여한 인간인지 뼈저리게 느꼈다*. (170)


- 실은 성폭력 또한 섹스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물론 일방적인 사정욕에 따른 행위로서 섹스가 존재하지만, 욕망의 근원에는 ‘상대를 지배하고 싶다.’는 바람이 있을 뿐이다. 폭력 속의 섹스는 목적이 아니라 지배하기 위한 방법일 뿐이다. 지배야 말로 성폭력의 본질이다. (245)


-그건 강인하다는 의미예요. 인생에는 공포와 슬픔이 존재한다는 사실, 그리고 그것들은 왔다가도 언젠가는 사라진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있다면, 더 이상 그런 두려움에 휘둘리지 않고도 살 수 있지 않겠어요? (251)


-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섹스가 변명과 이유를 필요로 한다. 그리고 사랑은 떳떳하지 못한 섹스를 강력하게 덮어버린다. … 사랑은 항상 꿈처럼 사람들을 덮쳐온다. 사랑에 실체가 있고, 그 실체에 의해 언제나 성립하는 진실이 존재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렇게 생각하는 나에게 주파일은 이런 질문을 던지는 것 같았다. 

그럼 당신은 사랑 없이 누군가와 대등하게 존재했던 적이 있었어? (256)


은 내가 다른 색의 형광펜을 칠했던 문장들이다. 

가장 좋았던 문장은 260페이지인데… 그건 독자의 즐거움을 위해 패스.


2.


당연히 나는 수간에도 동물성애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그런데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 책은 내 앎을 비워내게 하는 앎을 선사했다. 내가 향하고 있는 어떤 앎에 가닿는 일이 결국 사랑을 포기하지 않는 일이라는 것도.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난 이 책을 몸에서 자꾸 미끄러지는 ‘언어’에 관한 책으로 읽었다. 인간의 언어가 담아내지 못하는 소통에 대한 희구로 읽었다. 비인간 동물에 대한 우정을 느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꼭 권하고 싶은 텍스트다. 물론 언어는 인간에게 훌륭한 도구다. 그러나 언어는 인간이 지닌 굴레고 소통과 사랑을 방해하는 저주일지도 모르겠다. 언어/몸, 생각/감정, 물질/관념 이항대립이 아니다. 나뉘어져 있지 않다. 관계 속에서 존재한다… 수준으로 갈음하는 것은 너무 쉽고 편한 방식같다. 관계… 어떤 관계? 나는 이걸 잘 설명하고 싶다. 하지만 설명에는 실패할 것이다. 다만 누군가는 읽겠지. 읽고 더 훌륭한 통찰에 가 닿을지도 모르겠다. 아아, 어제의 독서를 기점으로 나는 제법 확신하게 되었다. 그가 읽어낼 수 있는 만큼이 그 사람이다. (당연히 이것은 질의 문제지 양의 문제가 아니다.) 


나는 글을 읽고 쓰는 것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이지만 언제나 ‘진짜’는 행간과 여백에 있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진짜’는 쓰지 못한다. ‘진짜’는 쓸 수도 없다. 그런 의미에서 모든 글은 픽션이다. 나는 내가 쓰는 것보다 쓰지 않는 것이 훨씬 더 나를 많이 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쓴다. ‘진짜’에 다가가기 위해 노력했다는 흔적을 언어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남겨두는 방법을 터득하지 못했다. 누군가는 노래를 하고 춤을 추며 연주를 하고 그림을 그리고 공부를 하고 스포츠를 연마하며 사진을 찍는다. 그리고 또 누군가는 섹스를 하기도 할 것이다. 우리는 그것들에 감동을 받는 데, 그 까닭은 그런 형태의 ‘앎’에 다가가기 위해 자아(편의상 자아라고 표현하자)를 조절하는 훈련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 맥락에서 장인 혹은 공쟝쟝인을 떠올리는 당신, 그렇다. 당신은 문맥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 


나는 대화를 좋아한다. 대화는 언어가 아닌 비언어적 신호로 이루어져 있다. 좋은 대화는 말을 잘하는 사람보다는 몸을 잘 쓰는 사람과 이루어진다. 나는 20대 내내를 좋은 대화를 하기 위한 몸을 연마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뭐, 우리가 만날 수 없으니 진위여부는 알려줄 수 없으며 모든 글은 픽션이다. 암튼 내가 그렇다면 그런거다ㅋㅋㅋ 그런 의미에서 어떤 종류의 사람과의 대화는 나를 무척 실망시키는 데, 그건 대체로 언어 혹은 머리(로 통칭되는 어떤 관념? 추상화? 서사화?)를 잘 사용하는 종류의 인간인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들은 생각을 잘 벼리느라 대화에 맞는 몸을 훈련하는 방법을 잊은 것 같은 데… 그렇게 살아도 살아졌다는 걸 감사하게 여기기를. 


여하튼 이 책에 따르면 나는 패시브 파트에 더 익숙한 대화 상대이기도 한 것 같다. 요즘엔 액티브 파트로 넘어가는 수련 중인데… 그러려면 글을 좀 더 써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 지적이고 유머러스한 친구들과의 애정 어린 대화에 끼고 싶기 때문이다. (그건 단발머리님의 <연애에 빠진 로맨스>리뷰 https://blog.aladin.co.kr/798187174/14268537 참조 ) 


3.


A와 헤어지는 게 싫고 그러나 또 좋아서 우산을 쓰고 꼭 껴안았다. 오늘의 대화는 성공. 오늘의 식사 메뉴도 나름의 성공. 내가 삶에서 조율하고 실패하는 것들을 이야기하자 그는 나에게 “그게 왜 사랑이 아니냐고, 쟝님은 사랑을 잘하는 사람이다”라고 말해주었다. 나는 노력한다. 언제나 노력하고. 가끔은 노력하지 않는 것을 노력한다. 나에게는 성애보다 우정이. 섹스보다는 대화가. 경계를 조율하며 더 깊은 이해에 가닿는 관계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 고독이 필요하다. 잠이 필요하고. 복수가 필요하지. 내 몸에 기입된 지배의 언어들을 털어내는 복수. 


큰 페니스를 추앙하는 이성애 중심 사회는 사랑의 목표이자 결승점이 섹스인 것처럼 포장한다. 사람들은 그것을 원하고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원하므로 거기로 돈이 흘러간다. 이미지화된 섹스, 섹스화된 이미지. 자, 중요한 건 *누가 만든 이미지*냐는 거다. 고작 페니스를 달고 나온 기득권으로 신체의 성적이슈가 *발기-사정*이 전부인 자들이 만든 문화 속의 이미지는 *(정희진 해제278 페이지에 따르면) 월경(이것은 28일 주기로 반복되며 이것을 하기 위해서 여성의 몸에서는 아주 많은 일들이 일어난다. 그것은 다양한 질 모양만큼 다양한 증상들로 이루어져 있다. 아, 피곤해...)-피임-출산-임신중단-유산-육아-완경* 등 생애 전 과정이 재생산 및 성적 이슈로 점철된 복잡한 여성의 몸(이것이 현실이다, 이미지화된 여성의 몸이 아니라 이게 현.실. 여성의 몸이라고...)을 지들 좋을 대로 대상화 한다. 그런 시선이 문제다. 그런 시선이 폭력이다. 남성문화가 만들어낸 이미지가 현실이 아니라고 말하는 페미는 정신병인가? 아. 이게 현실인데요. 아. 이게 현실입니다. 똑똑. 이미지가 현실이 아니고요.   


나의 안티 섹스 어쩌고(아, 근뎈ㅋㅋㅋ아니라고욬ㅋㅋㅋ!!!)는 얼마나 많은 섹스가 사랑을 파괴하는지에 대한 반동이자 조롱의 언어다. 나는 나의 언어가 점잖은 사람들에게는 점잖아서, 섹스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섹스를 싫어하는 것처럼 느껴져서, 섹스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은 섹스에 환장한 사람인 것 같아서, 섹스섹스섹스섹스섹스!!!!! 부담스럽고 불편할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뭐 이런 모두가 뒤섞여 사는 포스트모더니즘 한국 사회에서 당신의 불편함이 어떤 종류와 질감의 것이든. 섹스섹스섹스섹스섹스!!!!!! 슬프게도 우리 모두는 이성애 삽입 섹스의 결과물이므로... 그건 나를 좀 답답하게 하는 데... 왜 답답한지는 차츰 써나가 보도록 하겠다. 


난 섹스와 재생산을 분리해서 재생산 자체를 공동으로 하는 미래에 대한 SF소설을 읽은 적이 있다.(<시간의 경계에 선 여자> 마지 피어시 소설이고 절판됨) 생물종 다양성을 위해 인간의 개체수를 조절하는 ㅋㅋㅋㅋ 미래에서의 젠더와 섹스(생물학적 성 말고 행위!! 그 섹스 맞다!)는 매우 신박하여 나는 좀 놀라기도 했는 데... 이 <성스러운 동물성애자> 책에서 받은 느낌이 그 소설을 읽었을 때 받은 느낌과 비슷했다. 응?네?응?네?응? 그리고 난 뒤에 아.... 아!


어쨌든 나에겐 타자들의 섹스를 좋아하고, 싫어하고, 비웃고, 떠들 권리가 아예 없다는 걸 책을 통해 확실히 알긴 했다. 내가 *안티*삼는 것은 성애나 섹스가 아니다. 폭력이다. 통제욕이며 지배욕, 대상화다. 그리고 그건 이렇게 추상화되고 응축된 개념이 아니라 현실에서 경험으로 드러난다. 나는 신경써서 살지 않으면 언제나 그들에게 당하거나 그들이 되버릴 수도 있다는 걸 좀 알게 되었다. 이런 미디어 환경에서 그런 사람은 더욱 많아질 예정이다. 그리고 많은 확률로 남자들이 좀 더 많다.


성매매가 우정의 확인이며, 포르노가 사회화의 도구, 여성의 성은 위로 아니면 트로피인 한국 남성 일반의 강간 문화에서 나 같은 이성애자 여성이 할 수 있는 선택 중에 하나로 *안티 섹스*도 생겼다는 건 암튼 좀 재밌다.(신자유주의의 성과닼ㅋㅋ) 안 해요. 안 합니다. 왜 목숨을 걸고 섹스를 해야 합니까? 섹스 아니어도 좋은 거 천지 삐까린데... 섹스가 하고 싶으면 본인은 *일반적인 한국 남성*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세요. 왜 이렇게 징징대요. 너네 문화 안 바꾼 건 너네잖아. 아무튼, 여자에겐 거부할 권한이 없다고 생각하는 남자들에게 *안티 섹스*를 외치는 여자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불편해서 박멸시켜버리고 싶은 어떤 것일 거라는 건 즐겁다. 니들은 신자유주의 경쟁에 도태되어 열등감에 미쳐 돌아가시는 데, 여자 주제에 열등감이 없다니 너무 신기하지? 그런데 어쩔래. 나는 정말 열등감이 없지롱~ 섹스로 위로 안받아도 되고요~  한달에 한번 생리하는 것도 바빠서 남의 사정에는 관심이 없답니다~~ 나는~안티~섹스여. 하지만 사랑은 포기하지 않지. 나는 사랑을 아는 여자. 후훗. 사랑과 우정 정의의 이름으로 안.티.섹.스!


4. 

그러니까... 세상은 복잡하지만, 우리는 때때로 정치적인 결단을 해야 한다. 

선택지가 yes or no밖에 없는 세상에서 같은 정치적인 결단을 한다고 같은 밀도의 그것은 아니라는 것. 

그래서 너는 섹스야, 안티섹스야? 난 안티섹스다.

그래서 너는 페미야, 아니야? 난 페미다.

그래서 넌 빨갱이야 아니야? 난 빨갱이다

그래서 넌 윤석열이야 이재명이야? 웩 나는 이재명이다.

그래서 너는 동물성애자야? 그렇다면 난 으윽 동물성애자다.


하. 이런 세상에서 저따위 정치적인 결단을 하고 있어버리니 돈없는 내가 이런 세상에서 살기 힘들지요. 😩 돈이 있으면서 저런거를 말하면 졸라 뽀대날텐데~ 나는 돈을 돈을 많이 벌고 싶어요오오오~ 


어쨌든 나는 이런 두 가지 질문 밖에 못하는 (혹은 못하게 만드는) 오로지 선택지를 두 가지로만 제시(제시해도 된다고 생각하는)하는 세상이 절라 좃 같다고 생각한다. 하다 못해 아이스크림도 써리원인데... 좀 살기 팍팍하긴 해도 다양한 질문을 좀 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역시 다양한 질문에 관대해져야지. 여기까지 이 위험한(?) 책을 읽은 나의 최종 감상문입니다.  


아아,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기 전에 걱정했던 가방 끈. 

일론 머스크, 주커버그, 베이조스를 이길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은 나같은 성실한 노동계급이 아니라 목숨 줄을 줄여서 가방끈 늘린 사람들이겠구나....하는 확신이 좀 생김. 나는 돈을 벌테니, 연구자들은 주린 배를 붙잡고 전복적인(?) 질문과 연구를 열심히 하세요. 

대신 난 열심히 읽을거랍니다~ .....  그럼 주말 잘 보내시구요, 여러분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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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15 19: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1-15 19: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1-15 19: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1-15 19: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Falstaff 2023-01-15 2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쟝쟝님.
˝성매매가 우정의 확인이며, 포르노가 사회화의 도구, 여성의 성은 위로 아니면 트로피인 한국 남성 일반의 강간 문화˝
이 대목에 관해서는 ˝한국 남자 일반˝에 대하여 적어도 유감 정도는 표해야 하겠습니다. 제가 아는 제 주위의 많은 남자 새끼들은 그렇지 않더랍니다. 아시다시피 전 꼰대 그룹의 일원이며 제 주위의 남자새끼들도 마찬가집니다. 그냥 알고만 계셔도 고맙겠습니다. 대부분의 남자 새끼들은 하루 종일 남근만 세우고 다니지 않습니다. 물론 발정이 나면 눈에 뵈는 게 없긴 합니다만.

글 써서 팔아먹는 작가들이 얘기하는 건 다시 생각해보시는 것이 어떻겠나 싶네요. 걔네들은 돈 버는 게 제일 큰 목적이거든요. 아닌 거 같지요? ㅎㅎㅎ
제가 바라는 건, 그냥 여자, 남자 서로 좋아하면서 살면 좋겠다는 겁니다.
몇 년 전에 바로 이 이야기 했다가 졸지에 ˝개저씨˝란 호칭을 얻어 걸렸는데 말입죠. 이번에도 똑같은 말을 얻어 들을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ㅎㅎㅎㅎ

공쟝쟝 2023-01-15 21:33   좋아요 0 | URL
저런!!! 슬프네요. 골드문트님은 아니다에 한표! 입니다!!! 제가 인정해드릴게요~^^ 오해 당해서 힘드시죠?
제 글에서 이미지화된 섹스, 섹스화된 이미지! 를 한번 더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리고 모든 남자들은 포르노를 본다는 것. 안보셨다면 축하합니다! 그대는 아저씨들의 희망!

공쟝쟝 2023-01-15 21:47   좋아요 0 | URL
후 그리고 저는 엔번방 30만명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습니다….. 포르노 문화는 이런 미디어 환경에서 규범입니다. 모든 애들이 게임을 합니다. 게임 속 여자들의 모습은…
마지막으로 글써서 팔아먹는 작가들이 얘기하는 건??? 이말이 무슨말인지 모르겠어요!!! 추가 설명 부탁합니다!!

Falstaff 2023-01-15 21:59   좋아요 0 | URL
저도 엔번 방이 뭔지, 어떻게 운영하는 건지 모릅니다. 남자 새끼들이 한 거란 건 인정합니다. 그러나 그것과 관계해서 한 방에 똥바가지 같이 뒤집어 쓰기는 싫습니다. 저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답니다.
아, 작가 말씀하시는 거군요. 확대 과장해서 말빨 늘이는 사람들을 일컬었던 것인데, 이 책을 쓴 사람을 두고 한 말은 아니었습니다. ㅎㅎㅎ 진짜 아니었습니다. 비슷한 저작이 많아서 그냥 불쑥 나왔던 거 같습니다. 이해 바랍니다. ^^

공쟝쟝 2023-01-15 22:32   좋아요 3 | URL
네! 골드문트님 ‘몰라도 되는’ 거잖아요. 저는 왜 알고 싶었겠나요? ㅋㅋㅋ 지켜야하니까요. 살아남아야 하니까요. 가장 사적인 섹스가 가장 공적인 매체에 올리가서 수만명이 볼 수 밖에 없는 미디어 시대에 살아가니까요. 어떻게 해결해야해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같이 똥바가지 뒤집어 쓰란 말이 아닙니다. 좀 억울하신 마음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이건 좀 맥락이 있는데요, 전 20대 내내 여자들은 운전하면 김여사 커피마시면 김치년이 되고 거기에 대항하는 말을 찾지 못하고 내가 김여사가 될까봐 김치년이 될까봐 자기를 검열했어요. 남의 섹스까진 모르겠지만 제 섹스는 포르노에 영향를 안받았다고는 말을 못하겠네요.
나는 아니다. 좋아요, 좋습니다. 우린 아니다! 좋아요 인정할게요. 그런데 골드문트님은 *일반적인 한국 남성*은 아니십니다. 제가 읽어온 바로는 그래요!!
골드문트님 같은 남성들이 대.다.수 였음 참 좋았을 텐데요. 왜… 일부 한남들은 화장실에서 카메라를 촬영할까요? (그런 경험을 한번 하면 화장실을갈 수 없습니다. 저는 일반적인 여성인데 몇 번 겪었습니다.) 저는 근본을 묻게 되었어요. 왜… 왜….?!? 그리고 공부를 하고 글을 쓰게 되어버렸습니다ㅠㅠㅠ 돈을 더 벌어야 하는데요 ㅠㅠㅠㅠㅠ

은오 2023-01-15 22:37   좋아요 2 | URL
나도 남자로 태어나서 그게 뭔지 몰라도 됐으면 좋았겠네

공쟝쟝 2023-01-15 22:56   좋아요 2 | URL
문학에 해박하고 반골기질을 지닌 친애하는 골드문트님, 저는 골드문트님 좋아합니다!! 하지만 여자 남자 서로 좋아만 하며 살기에는 세상이 많이 변해버린 것 같습니다. 그리고 살기 위해 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떠나 보내야 하는 건 좀 슬픕니다. 많이 슬퍼요… 사랑은 무엇일까요? 여자는? 남자는? 변한 세상에서도 무언가 방법이 있겠지요. 돈 안되는 걸 계속해(읽고 써)보겠습니다!

2023-01-15 21: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1-15 22: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잠자냥 2023-01-15 22:2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동물 성애? 우에엑 토 나와 하고 밀어버리면 그만이지만,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누군가의 삶을 바꿀 수도 있는 책이라고 믿어요. 저는 이 책을 쟝님도 그러한 거 같은데 어떤 대상을 어떻게 사랑해야 제대로 사랑하는 것인가, 거기에 관한 책이라고 읽었어요. 사랑에는 대부분 섹스가 동반하고 거기에는 어떤 형태로든 폭력이 존재하고…. 제대로 사랑할 줄 아는 인간들이 많아진다면 섹스가 폭력이 되는 일은 없으리라 믿습니다.

공쟝쟝 2023-01-15 22:29   좋아요 2 | URL
네 잠자냥님… 저는 이 글을 사랑의 윤리학 폴더에 넣었습니다.(ㅋㅋㅋㅋㅋ) 저는 사랑을 모르겠어요. 저는 섹스를 모르겠습니다. 저는 사랑도 섹스도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좀 인정하게 되었고요, 없다고 후려치지는 않고 추구해보마 싶어졌습니다. 제대로 사랑하기 위해 내가 버려야 하는 것 포기해야하는 것이 있다면 그렇게 하자고 다짐합니다. 그게 섹스일수도 있고요… 암튼 쉽게 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잠자냥 2023-01-15 22:36   좋아요 1 | URL
자냥은 사랑 장인임 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3-01-15 22:37   좋아요 1 | URL
어쩐지 글을 너무 잘쓰더라… 역시 여자는 똑똑해야 사랑도 잘해….💕

은오 2023-01-15 23: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쟝님의 독후감 기다렸습니다! 이 책 읽기를 잘한 것 같아요 저도. 이틀 지나니까 더 그렇습니다. 근데 이제 머릿속에서 조금 떠나줬으면 좋겠는데 자꾸 생각나버림...

공쟝쟝 2023-01-15 23:13   좋아요 2 | URL
네 저는 동물성애자가 아닌 것 같아요… 그런일(?)이 생길까봐 말과 개를 앞으로 반려종으로 들일 수 없어져버렸으니까요…. 난 냥성애자인걸루 ㅠㅠㅠ

잠자냥 2023-01-15 23:20   좋아요 2 | URL
큰 개 산책시키는 사람들 보면 자꾸 이상한 생각들지 않던가요….;;; ㅋㅋㅋㅋㅋ

공쟝쟝 2023-01-15 23:21   좋아요 2 | URL
우린 망했어… 과계몽당했어….

은오 2023-01-15 23:22   좋아요 3 | URL
아진짜ㅋㅋㅋㅋㅋ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만그만!!!!! 진짜 망했어...

은오 2023-01-15 23:24   좋아요 0 | URL
오늘부터 집앞 공원산책 금지다 난

공쟝쟝 2023-01-15 23:25   좋아요 0 | URL
인간 종 중심의 성애에서 눈을 돌리면 내 장속의 유산균도 사랑할 수 있게 됩니다. 우리는 공생하는 존재. 외롭지 않아. 혼자 있어도… 난…

잠자냥 2023-01-15 23:26   좋아요 0 | URL
서울에 말이 없어서 다행이지 원..;; 한동안 제주도 여행 금지.

공쟝쟝 2023-01-15 23:27   좋아요 1 | URL
은 오 님 대체 내게 뭘 읽힌 겁니꽈? ㅋㅋㅋㅋㅋㅋㅋ 하…..
 
중독에 빠진 뇌 과학자
주디스 그리셀 지음, 이한나 옮김 / 심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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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조금 어려운 편이다. 당연히 마약을 하지 않을 것이므로 (그러나 대마는 한번 쯤... 응?) 읽을 필요가 있을까 싶은 부분도 있지만, 알코올-카페인-진정제-담배 등이 뇌의 신경 전달 물질과 시냅스 등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 지 알려준다. (디테일한 설명을 읽을 수록, 내가 소중한 내 몸에 무슨 짓을 한 거야 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일전에도 읽다가 그만둔 적이 있는 데. 뭐 랄까 이 책은 심리적으로 너무 거북하고 불편한 부분이 있다. 그건 나의 중독 성향과 무관하지 않다.

확실히 나는 중독에 취약한 편이고 대체로 그건 (피곤으로 가득한) 현실에서 달아나기 위한 방법으로 사용해왔던 것 같은 데 (알코올 뿐 아니라 관계, 책 읽기 역시 마찬가지다) 모두 나의 ‘불안’ 줄여주었다는 어떤 공통점이 있다. 그러니까 나는 중독을 해결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본질적으로는 불안을 해결해야 한다. 알코올의 경우 이것이 되려 다른 종류의 불안(나는 술 없이는 현실을 견디지 못하는가?) 원인이 되기에 미리 좀 참아 보려 하는 중.


“(284)그러니까 우리는 약물 사용을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여기지 문제의 원인이라고 여기지 않으려고 한다. 물론 어떤 때는 일부 항목에 그렇다고 답하기도 하지만 결국 선생님이나 임상의, 그리고 법 집행 당국을 속이던 나의 능력은 나 자신을 속이는 능력에서 비롯된 것이다.”



심각한 약물 중독에서 가까스로 빠져나와 30년 동안 연구에 매진한 저자는 획기적으로 발달하고 있는 뇌과학과 신경과학에 관한 연구가 중독에 대한 해결책을 알려줄 것이라는 것은 (애석하게도) 환상이라고 말한다. 알면 알 수록 알 수 없으며 겸손해진다. 앎에 경계를 긋는 것. 그것을 현 시점에서 가장 잘하고 있는 것은 확실히 과학자들이다. (그런데 화성에 가겠다는 자본가들은 대체 뭔가?)

최신의 신경 과학은 모든 신경 활동이 맥락 의존적인 특성을 지닌다는 것을 밝혀냈다. 우리의 사고와 감정, 행동은 전부 신경 화학적인 뇌 활동의 산물인데도 이 활동을 일으키는 원인은 대부분 뇌 의 바깥인 사회 문화적 맥락을 반영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중독에 관해 개인과 사회가 할 수 있는 일은 자명하다. 중독에 빠지지 않는 화학물질을 만들어내(는 것은 불가능함. 그것 마저 뇌가 적응함. 신경  정신과에서 처방 받는 약물들도 같은 방식으로 작용하는 건 마찬가지다)는 게 아니라 중독이 필요하지 않은 사회적-개인적 맥락을 만드는 것. 특히 예민하고 중독에 연약한 뇌를 가진 어린이, 청소년을 화학물질(및 여타의 자극)로부터 보호하는 것. 그건 나를 포함 모두가 해야 하는, 할 수 있는 일이다.

라고 작년에 써놓은 독후감을 발견했다..
아마 나는 중독과 포르노를 연결해서 쓰려다 말았던 것 같다.
그러고 더 쓸 것 같지는 않으니, 일단 필요했던 문장들만 가져와서 붙여 넣기.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포르노 사이트인 폰허브Pornhub에 따르면, 21세기에 만들어진 포르노의 한 편당 평균 길이는 9분이고, *소년들이 15세부터 실제 성 경험을 하기 전까지 약 1,400편의 포르노를 본다*. 14세에 성인물을 접하는 많은 청소년이 인터넷 포르노를 지나치게 소비하고 있으며, 이들은 20대 중반에 이르러 ‘가장 폭력적인 이미지’에도 반응이 둔감해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개리 윌슨Gary Wilson은 알코올중독이나 약물중독은 같은 알코올 또는 약물을 원하지만, 포르노 중독 같은 흥분 중독arousal addition을 보이는 이들은 계속해서 다른 대상을 추구한다고 설명한다.
포르노 중독자가 다른 중독자와 달리 “같지만 다른 것을 달라”는 것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다른 중독자들은 자신을 중독시킨 그 물질에 만족했기 때문에 바로 그것을 찾는다. 하지만 포르노 중독자들은 비슷하지만 다른 것, 사실상 같지만 겉으로는 달라 보이는 것을 찾는다*. 이는 그들이 실제로는 포르노를 통해서 만족에 도달한 적이 없다는 이야기가 아닐까? 그렇다면 그들을 만족시키는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그들은 어느 순간부터 여성을 살아 있는 인간으로 대하는 데 실패했다.“
- eBook <늘 그랬듯이 길을 찾아낼 것이다> (권김현영 지음) 중에서


아마 저 9분 짜리 포르노는 곤조 포르노겠지. 


마약만큼 돈이 되는 포르노는 딥페이크 기술을 발전시키고, 기술은 돈을 돈은 기술을. 무엇을 위한 기술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기술 덕에 나 같은 사람도 과계몽 된 건 좀 고맙기도 하고. 그러나 그 기술의 발달 탓에 무력감에 절어 좀 처럼 현실을 감각 하지 않으려는 인류는 지금도 대량 생산 되고 있다.

만 서른 다섯이 넘은 어엿한 중년으로서 이젠 남 탓을 하기 보다는 세상의 모든 문제엔 내가 가담자이기도 하다는 책임감도 좀 느끼고 살고 싶은 바,

현실로부터 달아나지 않는 것은 나에게도 과제이므로 열심히 수련(?) 중 이지만… 애초에 포르노 중독과 알코올 중독이 같지 않다는 점에서 커다란 공백이 존재하긴 한다. 이 부분은 앞으로 페미니즘 공부로 채우는 것으로…🤔

덧붙임. 대마 무르고 LSD는 한번 해보고 싶다. (ㅋㅋㅋㅋㅋ 아직 정신 못 차린거 맞음ㅋㅋㅋ) 저자도 LSD는 다른 카테고리에 넣더라고. 나도 우주와의 물아일체 원함ㅋㅋㅋ 큰 깨달음을 원함.

어떠한 형태든 절망감은 타락 행위를 낳는다. 건실한 시민과 타락한 범죄자 사이의 주요한 차이는 그 인물이 처한 상황이며, 그중상당수가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 있다는 사실을 사회심리학이 증명해주었다. 유전적으로 물려받은 성향, 어린 시절의 경험, 그리고 현재 속한 환경이 모두 합쳐져 우리가 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을 대폭 제한한다. 한 인간을 중독으로 몰아가는 것은 헤로인이나 알코올, 니코틴, 코카인 따위가 아니다. 바로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욕구다. - P338

나는 한동안 어느 노숙자와 크랙 파이프를 나눠 피운 적이 있다. 그는 겨우 40대 초반이었을 텐데도 남은 치아가 얼마없었고, 그마저도 지저분하고 손상되어 있었다. 몇 주 동안이나 샤워를 하기는커녕 거울도 들여다보지 않았으며, 지독하게 더럽고 수척했다. 그런데도 파이프를 물기만 하면 자신이 얼마나 행복한지 이 세상을 다 가진 듯 장광설을 늘어놓았다. 당시에도 나는 헉슬리가 말한 디스토피아적 미래에서 사회의 광기에 대처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소마’를 떠올렸다. 이 같은 타락을 남의 일이라 치부하며 우월감을 느낄까 노파심에 덧붙이자면 화학물질만이 일탈의 유일한 수단은 아니다. 인터넷중독, 오락 중독, 음식 중독, 쇼핑중독, 일중독 등 수많은 중독자가 있으며, 어쩌면 이 또한 물질사용으로 문제를 겪는 사람의 수만큼이나 많을 것이다. - P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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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gri 2023-01-09 01: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물아일체 ㅋㅋㅋ
내시경 하러 가면 넘 푹 자고와서
이래서 중독되나 싶기도 합니다.

책읽는나무 2023-01-09 06:44   좋아요 2 | URL
앗!! 뭔가 공감되는데요?ㅋㅋㅋ

공쟝쟝 2023-01-09 10:46   좋아요 1 | URL
앍ㅋㅋㅋ

책읽는나무 2023-01-09 06: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중독!!!!!
저도 늘 중독된 삶이라..
우주와의 물아일체라?
이 말도 뭔가 중독된 말 같군요?ㅋㅋㅋ

공쟝쟝 2023-01-09 10:47   좋아요 1 | URL
아닙니다…! 모든 약을 다해본 저자는 lsd는 좀 다르다며 ㅋㅋㅋ 우주와의 물아일체를 겪은 후 이 책을 쓰기 위해 약을 끊었다고 합니다 ㅋㅋㅋ 결국 lsd가 약을 끊는 약 (오독입니다 ㅋㅌㅋㅋ)

은오 2023-01-09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쟝님 역시 멋진 으른이다 으른! 책임감이라니... 저도 불안을 이런저런 중독으로 돌려막기 했죠. 술도 진짜 예전에 주7일중에 5-6일을 집에서 매일 마신 적이 있는데 숙취 때문에 3일 내리 토하고 고생한 이후에 혼술 끊었습니다.. 근데 술 매일 마시던 때가 제일 힘들었어요. 일어나면 컨디션 안좋고 나중엔 마실 때도 기분 안좋고. 지금은 저도 이 불안을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중입니다. 딴 걸로 막는 건 더 큰 화를 불러온다는 결론. 😭

잠자냥 2023-01-09 13:00   좋아요 1 | URL
헐, 지난주부터 제가 술 안 마시는 날은 오천원씩 저금하기로 했는데 지금까지 꼴랑 만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은오 2023-01-09 13:06   좋아요 1 | URL
잠자냥님 나중에 저랑 건강하게 오래 같이 사시려면 술 줄이셔야합니다.

잠자냥 2023-01-09 13:09   좋아요 2 | URL
지금 사과 뿜음...... 잠깐만요. 제 애인한테 물어보고 올게요.

공쟝쟝 2023-01-09 14:10   좋아요 2 | URL
나는 불안과 함께 살아간다... 라는 책을 샀습니다. 당연히 사기만 했음돠...... 함께 살아가긔.... (-_ㅠ) 참고로... 이 책의 존재는 다부장님이 알려주셨습니다.ㅋㅋㅋㅋㅋㅋ
잠자냥... 이미 성공하신 분..
 
센서티브 - 남들보다 민감한 사람을 위한 섬세한 심리학
일자 샌드 지음, 김유미 옮김 / 다산지식하우스(다산북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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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서티브를 읽었다. 체크리스트 문항을 열개도 읽기도 전에 스스로가 민감한 사람이란 걸 알아챘다. 맙소사. 난 항상 내가 둔감하다고 생각했다. (ㅋㅋㅋㅋㅋㅋ 멀티가 잘 안돼서 ㅋㅋㅋ) 책을 다 읽고 나니 이유는 모르겠지만… 내가 취약했던 관계들이 떠올랐다. 그러고보면 A도 민감한 사람이었던 건 아닐까. A가 나를 그렇게 괴롭혔던 건 일종의 자기 혐오였던 걸까. 그렇다는 의심을 확정지었다. 대체로 나를 어떻게든 통제하려는 그런 순간들. 나는 또 그런 관계에 취약할 수 밖에 없는 자기애 적 상처가 있었던 듯 싶고.

타인보다 민감한 사람들을 유난하다고, 호들갑떤다고 은근히 비난하는 문화에서 자랐다. (전라도 말로 꼽준다 꼽태운다라고 한다ㅋㅋ) 그래서 나는 스스로가 민감하거나 섬세하다고 생각하지 않으려고 계속 주문을 걸었던 것도 같다. A도 그런 사람이었다고 생각하니까. 서글펐다. 나는 나의 민감함이 성격 유형 중 INTJ의 속성인가? 하면서 mbti에 몰입했던 적도 있다. 높은 기준과 강한 책임감. 깊은 대화에 대한 갈망. 나 스스로도 통제가 안되는 과집중이나 과몰입. 환경, 자극, 외부의 인풋에 지나치게 영향을 많이 받는 것. 신경질. 분노. 불안. 소외감. “남들 처럼 사는 법”을 배우지 못해서 종종 불안, 우울했던 것.

*그렇게 생긴대로 세상을 살려고 하면 너무 힘들거야.* 라는 애정 어린 충고들은 자칫하면 통제로 폭력으로 쉽게 미끄러지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민감한 사람들은 그런 관계에 깊게 빠져든다고 적혀있어서 쫌 소름. “(104)당신은 천성적으로 타인의 상황에 공감하려는 마음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민감한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이런 능력은 자기 문제를 남에게 떠맡기려는 사람들에게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떠맡은 일까지 열심히 하다 인생 망테크탄 기버giver중의 기버가 나다…(부자 되야지…)

누구보다 세상에 잘 적응하는 것 처럼 보였던 A는 이제 세상에 없다. 그는 시를 쓰는 사람이기도 했던 걸로 기억한다.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특별히 나에게는 나쁠 수 있다는 걸 그를 통해 배웠다. 자신에 대한 몰이해가 치명적인 걸까, 어떤 사람의 어떤 특징을 배척하는 사회문화적 풍조가 치명적인 걸까. %는 따질 수 없지만 A도 나도 삶 자체를 버거워하는 종류의 인간이었던 것은 분명하다.

책을 읽기 전까지 나는 나 자신이 이런 부류의 사람이 아니라고 믿고 싶었다. 그 이유는 1. 환경적으로 언제나 타인들과 섞여 살았기 때문이다. 그 안에서 잘 지내고 있었다는 게 나의 뿌듯이고 자랑이었다. 근데 가만ㅋㅋㅋㅋ 그게 자랑스러워 할일인가? 당연한 일이다ㅋㅋㅋㅋ 2. 기질적 예민함을 방패삼아 할 일을 안하는 사람들의 일을 떠맡거나 그 사람들 없는 곳에서 대신 혼나던 기억ㅋㅋㅋㅋㅋㅋ (난 남의 일까지 떠안는 스타일…이고 그런게 민감함이어따…)

얼마 전 동생이 독한 것. 담배를 끊고 혼술도 끊었다며 진심어린 칭찬과 함께 비결을 물었는 데 (20대 이후 나는 술담배를 하면서 편두통이 사라져서 술, 담배는 만병치료약이라고 생각했…다가 온몸 고장남ㅋㅋㅋ 약이 아니라 현실도피용 마취였던 것으로…) 회사를 안다니고 혼자 사니까 스트레스 요인이 사라져서 라고 대답. 어쩌면 내 몸은 이미 나를 알고 있었나 보다. 혼자 일하고 혼자 사니까 얼마나 좋은 지ㅋㅋㅋㅋ 삶과 젊음과 건강을 녹여서 사회화 되던 나날들이여… 이제 아디오스. 난 민감한 사람입니다 ㅋㅋㅋ 😬 더는 무리하지 않겠어요 ㅋㅋㅋ

더 깊은 자기 이해와 나 자신에 대한 인정을 원한다.
나 자신을 사랑하는 일을 시작하는 것은 나의 몰랐던 부분을 바로 보고, 그런 부분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일과 또 다르지 않다. 나는 내가 민감한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이러한 책의 존재를 알고 있었고, 일자샌드의 충실한 독자였음에도, 이책 만큼은(…) 읽지 않았던 것이다.

저녁에는 관련된 책들을 도서관에서 잔뜩 빌려왔다. ㅋㅋㅋㅋㅋ 어쨌든 이렇게 생겨 먹은 대로도 잘~살자. 그러기로 했으니까.

음. 이틀 밤 정도 지나면 A를 애도 할 수 있을 것도 같다.


높은 민감성을 가진 사람들중에 외향적이고 많은사람과 어울리는 걸 좋아하면서도 내향적인 깊이가 있는사람이 있다. 그들은 대부분 대가족 안에서 자랐거나, 학교나 다른 공동체적인 삶의 양식에 익숙하다. 또 자기 주변에 사람이 많을 때 안전하고 익숙하게 느낀다. 그들 중에는 환경적인 압박감으로 인해 외향적인 성향을 갖게된 사람들도 있다. 활기가 넘치고 외향적인 행동만 수용되는 환경에서 자란 사람들은 무의식중에 그런 행동을선택해야 한다고 느낄 것이다. - P55

당신의 어린 시절은 과거이고, 지금은 살아남았고,
이제 삶은 위험하지 않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그러한 인식은 불안을 줄여줄 것이다. 그러나 불안이 당신의 몸속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면, 새로운 경험이 신경 시스템에 파고들어 내면을 변화시켜야만 불안을 없앨 수있다. 지식은 당신을 변화시킬 수 없다. 개인적이고 실제적인 경험만이 불안을 해결할 수 있다. - P75

당신이 사랑받을 자격을 갖추기 위해 지금까지 최선을 다해 살아왔다면, 이제 그런 노력을 멈춰야 한다. 지금까지 남들이 싫어한다고 생각하는 당신의 일면을 감추기위해 전전긍긍했다면, 이제 그런 노력을 포기해야 한다.
당신의 깊은 내면은 당신이 사랑받을 만한 자격이있다는 걸 증명하지 않고서도 있는 그대로 사랑받기를 갈망한다.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첫번째 조건은 용감하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 증명하고 싶다ㅋㅋㅋ 얕은 내면 ㅋㅋㅋ - P78

슬픔은 치유의 힘을 가지고 있다. 슬픔은 기다려야하는 과정이다. 슬픔의 감정에 빠져 있을 때 우리는 타인의 사랑과 배려를 받아들일 준비가 된다. 분노로 가득 차있을 때는 다른 사람들이 당신에게 애정과 친절을 베풀지 못한다. 당신이 그들이 다가오는 것을 거부하기 때문이다. 슬픔은 사람들을 곁으로 불러들이지만, 분노는 멀어지게 한다.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대처할 수 있어야 해"라는 자기 판단은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대처할 수 있으면 좋을텐데"라는 말로 바꾸어야 한다. *이것은 내면에 슬픔의 공간을 만들어낸다.*

😫슬픔은 기다려야 하는 과정… 분노가 슬픔으로 바뀔 때 까지… 잘 포기하기… - P149

남들보다 민감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심리치료의 주요한 목적은 그들이 자기 자신을 더 사랑하고 지지하도록 돕는 것이다. 민감한 사람들은 낮은 자존감 때문에 고통스러워하고, *높은 기준을 세우는 것으로 낮은 자존감을 보상받으려는 악순환의 굴레*에 갇혀 있다.
😫ㅋㅋㅋㅋ 내 심리치료 언제 끝나냨ㅋㅋㅋㅋ - P194

어떤 사람에 대해서 느끼는 동정심이 건강하지 않은 감정일 수도 있다. 한 여성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계속 불평과 한탄을 늘어놓는다. 그녀의 문제점은 자신에 대한 동정심이 너무 강하다는 것이다. 그녀는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스스로 불행하게 여기고있다는 것을 모른다. 자신을 피해자로 만드는 전략 아래에는 격렬한 분노가 숨어 있을 수도 있다. 그리고 그 분노는 또 다른 깊은 슬픔의 감정을 덮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녀는 자신의 슬픔을 직시하고 내면을 정확하게 파악해야한다. 자신을 이해하고 건강한 연민을 느낄 때, 그녀는 더이상 불평을 반복하지 않게 될 것이다. - P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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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니의 책다방 2022-12-08 22: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지하철에서 오가며 완독했었는데 저도 몰랐는데 제가 민감한 사람이더라고요?! 결혼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ㅠ 혼자 사는게 편함요

공쟝쟝 2022-12-08 23:13   좋아요 2 | URL
챕터 이름에 이게 있네요.. ”혼자가 편한 삶“ ㅋㅋㅋㅋㅋㅋㅋㅋ 방법이 있는데 민감한 배우자를 찾으세요 ㅋㅋㅋㅋ

공쟝쟝 2022-12-08 22:46   좋아요 2 | URL
그런데 이 책의 예시는 세번째 결혼에서야 민감한 배우자를 찾았다능ㅋㅋㅋㅋㅋㅋㅋ 삼 세번 도저언!!!!

하니의 책다방 2022-12-08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윽 ㅠ 아직 한 번도 도전 못해봤는뎈ㅋㅋ 삼 세 번이라니요!!! 그냥 혼자 살랍니다 ㅋㅋㅋ

공쟝쟝 2022-12-08 23:13   좋아요 2 | URL
훗! 사랑은 그렇게 되지 않습니다. 사랑은 불가항력….

공쟝쟝 2022-12-08 23:14   좋아요 1 | URL
라고 썼지만 사실 전 사랑을 모릅니다. 😝

공쟝쟝 2022-12-08 23: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음 달에 읽을 책은 <타인보다 민감한 사람의 사랑>으로 정했습니다 ㅋㅋㅋ

하니의 책다방 2022-12-09 00: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자의 후속편이군요!ㅎㅎ 저도 같이 읽어봐야겠어요 훗 날씨도 추운데 옆구리가 시리네요 ㅋㅋ

공쟝쟝 2022-12-09 11:25   좋아요 2 | URL
날이 추울때는 군고구마와 붕어빵을 사먹읍시다 😝

단발머리 2022-12-09 08:0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우아…78쪽 공감됩니다. 용감하게 있는 그대로… 자기를 사랑하기…. 💜

공쟝쟝 2022-12-09 11:26   좋아요 3 | URL
나 그거 연습 중입니다! 잘 안될때가 많아서 많이 웁니다 ❤️

서니데이 2023-01-06 2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따뜻한 주말 보내세요.^^

thkang1001 2023-01-07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쟝쟝님! 이달의 당선작 선정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항상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공부의 말들 - 수많은 실패를 통해 성장하는 배움을 위하여 문장 시리즈
설흔 지음 / 유유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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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한 서장훈(ㅋㅋㅋㅋ 왜 서장훈이지?)이 쫓아와서 나를 잡으려고 하는 꿈을 꿨다. 정말 무서워 뒤지는 줄 알았네. 그런데 꿈 속에서 계속 잡혔다… 두둥… 허우적 허우적… 그가 내 백팩을 잡아채면 그대로 딸려가고… 막 버둥대다 비집고 나오면 또 뒷덜미를 잡혀 딸려가고 그랬다 ㅋㅋㅋㅋ 어떻게든 벗어나서 달리고 싶고 자유롭고 싶은 데, 몸이 무슨 무중력 상태에 있는 것 처럼 잘 움직여지지 않았다… 울고 싶은 기분이었다. 그만 좀 쫓아와 개새키야. 꿈 막판에 극적으로 튀어서 택시를 탔다. 택시를 타게 염정아가 도와 줬다…(정아언니, 고마워요? 근데 왜? 당신이죠?) 택시를 타고 뒤를 돌아다 보면서 아, 벗어났구나 라고 안도하고 꿈에서 깼다.


아무튼 서장훈 이 새키ㅋㅋㅋ 왜 그렇게 무섭게 날 쫓아오고 난 또 왤케 잡힌거여ㅋㅋㅋ 나는 생생한 꿈은 분명 무의식이 나에게 보내는 신호라고 생각하고 깨면서 바로 분석해보곤 하는 데, 아😭뭐지 서장훈? 압도적인 피지컬이라서 내가 붙어보지도 못하고 도망치기만 했어야 했나? 뭐 이러면서 침대에서 휘적 휘적 나왔는데. 드디어 전굴(몸 앞으로 숙이기)이 조금 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몇 달 째 끈끈하게 달라 붙어 주사도 약도 물리치료로도 좀처럼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 나를 짜증스럽게 한 허리 통증에 차도가 생기려는 꿈 이었나보다!


‘서장훈 = 허리 통증’ 어쩐지. 지겹게 쫓아오고 나를 막 들어서 패대기 치더라니. 내 꿈의 메타포란 참으로. 음음. 참으로 꼬아서 생각할 필요도 없이 직관적이랄까. 지난 주 부터 꾸준히 돈써가며 침 맞기를 넘 다행이다. 역시 근골격계질환에는 한방이 잘 듣는 것이여… 이렇게 내 몸을 또 배운다. 그렇다면 ‘약침=염정아’?ㅋㅋㅋㅋㅋㅋ 뭐죠? ㅋㅋㅋ 나의 무의식은….아 웃겨… 암튼.


8~9~10월의 나는 구석구석 돌아가며 온 몸이 다 아팠고, 나 스스로에게 악이라도 지르고 싶었다. 대체 어쩔려고 이래!!!!!


사실 내 몸은 정확하다. 내가 의식하고 있는 나보다, 글로 쓰는 나보다 더 정확하다. 마치 꿈 처럼 정확해. 몸이 나에게 무리하고 있다고 신호를 보내면, 나는 뭔가를 포기해야한다…고 생각한다. 미련하고 무식한 나의 머리 통은 도통 자신의 한계를 모르는 맹추처럼 굴기 때문에. 나는 몸의 반응을 따르면서 겸허해진다. 내가 또 무리했고만?🤷🏻‍♀️


포기할 것들의 목록을 뽑았었다. 밤에 글쓰기, 어려운 책 읽기, 페미니즘 과몰입, 읽고 쓰며 알게 된 것들에 대한 소통-연결에의 욕심. 대략 버무려 뭉뚱그리면 애초에 포기한 어떤 지적인 세계에 대한 허영이나 갈망 같은 것들이었다.


어떤 갈망이 커지면, 지금까지 도모해온 현실이 볼 품 없이 느껴진 것 같다, 나는. 내가 해온 것들을 보지 못하고 내가 하고 싶은 것들만 보였다. 하고 싶은 것들을 왜 하지 못했을까? 하는 후회감이 어떤 시샘이나 자책으로 번지지 않게 조심했었다. 내가 나에게 해줄 수 있으면 되지 않나? 라고 생각하려고 했다. 그러다 보니 자꾸 무리하려고 들었던 데에는… 따라잡고 싶다는 조급한 마음이 분명 작용 했다. 구체적인 대상은 희미하지만. 그런 마음.


“013. 그대는 늘 조급하니 서두릅니다. 공부를 하면 곧바로 효과가 나타나야 한다고 기대합니다. - 이황”

“(37) 필립로스는 정반대로 생각했다. 그는 글이 거침없이 써진다면 글쓰기를 멈춰야 한다고, 그것은 ‘아무일도 일어나고 있지 않다는 증표’라고 말했다. (중략) 이황은 독서를 예로 들며 필립 로스의 손을 들어 준다. 조급한 마음에 수십 권의 책을 서둘러 읽어 치우는 것은 한 권도 읽지 않은 것과 다를 바가 없다고. 글을 읽을 때는 푹 익게 하는 것이 으뜸이라고. 한 줄 한 줄 천천히 생각하며 읽으라는 뜻이리라.”


초조하고 조급했다.

어쩌면 계속 쌓아가기만 하는 책 탑이 그 조급함을 부추겼을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나는 무리했던 것 같다. 명품백에는 동하지 않는 허영심이 책의 세계에서 만큼은 고삐풀린 망아지 같았다. 백은 들고라도 다니지 책은 세 권 이상 들기는 어렵기도 하고… 그리고 쌓아만 두면 묘한 죄책감에 사로잡히는 종류의 물성을 지닌 놈들이라… 일을 하면서도 마음이 계속 안절부절 못했다.


나 자신을 담담하게 수용하지 못하는 것, 나를 다그치는 것. 그것은 무리로 쉽게 미끄러지고, 무리하지 않는 건 내가 염두해야 하는 성질의 것이다. 나는 무리하는 것이 편하고, 집중을 하는 것이 더 편하다. 그리고 그게 문제다. 그게 언제나 문제였고. 싫어하는 것에도 너무 집중하는 데 좋아하는 것에는 아주 집중하니까… 몸이 녹아나지.


인정하기는 싫지만 나는 나를 가만히 안두는 복잡한 인간인 것 이다. 사주팔자를 봐도 관살혼잡이라서 여러가지 고민을 하고 산다고 하고, 페미니즘 책을 읽으면 여성이야 말로 분열되어 있는 존재라고 하고, 세상은 본캐와 부캐까지 만들어서 생산성을 높이라고 윽박지르고, 심리 상담 선생님 마저 자기에게 기준이 높은 편이라고 ㅜㅜ 아, 그래요?


“012.선비가 경전과 역사 책을 읽을 때는 세월을 두고 차근차근 해 나가야 한다. 올해 서경을 읽었으면 내년에는 시경을 읽고 그다음 해에는 주역을 읽는 식으로. - 유만주”


그렇다고 한다.

아무튼, 나도 비슷하게 처방을 내렸었다. 조급증을 버리고 허리와 정신 치료에 매진하기로. 못 읽는 것은 과감하게 손 털고, 몸이 회복되면 오래오래 세월을 두고 차근차근 읽어나가기로. 근데 뭐 그렇게 하기로 했다고 사람이 바로 딱 그렇게 되는 것이 아니다.


여러분, 내려 놓는 건 어떻게 하는 건가요? 제가 걷기 운동은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책도 좀 끊었고요 ㅋㅋㅋㅋ 푸코 딱 끊었는 데, 가끔 다른 책 읽다보면 미련이… 응? 복세편살이 안되게 생겨 먹은 나는 이토록 잘 내려 놓는 방법을 몰라… 술이라도 마시면서 정신줄을 놓으려 했으나… 이제 그것도 하면 안되는 거 같아😭 나도 모르게 자꾸 정신줄을 씨게 붙잡기 시작하자… 맨 정신인 내내 무리를… (크헉!!) 잠을 많이 잔다. 많이 자야지.


응… 암튼, 다른 건 끊는 걸 거의 성공 했는 데… 술은 끊는 데 부작용이 있어서, 술은 즐기며 마시기로 했는 데… 도통 계속 몸이 아파서 그것도 똑디 못하고 있다… 와인 한 잔 맥주 한 잔이 다여. 아, 적시고 싶다. 졸라 퍼먹고 숙취에 몸부림 치고싶ㅇ…


“005.밤은 낮의 나머지 시간이다. 비 오는 날은 맑은 날의, 겨울은 한 해의 나머지 시간이다. 나머지 시간에는 일이 뜸하므로 공부에 힘을 쏟을 수 있다. - 허균”

“019.공부를 꼭 고생스럽게 해야만 하는 걸까요? 때론 한가하게 쉴 필요도 있습니다. - 이황”


그렇다. 나머지의 시간에…. 공부에 힘쏟아 보려고 했는 데…. 그래 나머지….

허균 이 시키… 나는 허균인 것인가. 허균처럼 살다 망한 것인가. 허균 말년이 안좋았지 아마? 이황으로 하자. 이황은 천원에도 있다. 이황은 낮져밤이라고(나는 왜 이런 걸 알고 있는 것이냨ㅋㅋㅋㅋㅋ) 했다. 오케이 당분간 이황이다.


아니 근데 <공부의 말들> 의외로 이 책 좋다. 뭐지? 이 선비들? ㅋㅋㅋㅋㅋ

아, 진짜 선비 인생 졸라 부럽네…(-_-) 내가 뫄. 500년전에 태어났으면 향·소·부곡 민출신에 여자인데 말이지(여자 노비다ㅋㅋㅋㅋ), 그럴리 없겠지만 혹시라도 남자 선비로 태어났으면… 상상이 안가네. 상상력이 없다. 그냥 난 지금 태어나서 페미하기 다행 이여.


암튼, 서장훈의 폭격 앞에서 무리하지 않기를 다짐하면서… 아침부터 글썼다.


그렇다 하더라도…

읽고 써야 한다.

삶에서 생겨나는 내 안의 질문을 삭제해버리면, 그들과 같이 된다. 나는 그들과 다르다. 다르고 싶다.


과거에는 선비들만 그렇게 할 수 있었으나, 이제는 나 같은 사람도 해야 하는 세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나 저나 이 책에 등장하는 선비가 체질에 맞아서 유명 선비 되신 분들에 대한 ㅋㅋㅋㅋㅋㅋ 이 지독한 양가 감정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싶다.


이거 써 놓고 나니 점심 먹고 침이나 맞으러 갈 시간이 되었다.

하루는 너무 빨라….라라라라라라라…….

필립 로스는 정반대로 생각했다. 그는 글이 거침없이 써진다면 글쓰기를 멈춰야 한다고, 그것은 ‘아무일도 일어나고 있지 않다는 증표’라고 말했다.
필립 로스는 한 문장에서 다른 문장으로 나아가는 과정이 꼭 어둠을 헤치고 나아가는 것처럼 어려울 때 비로소 글쓰기에 대한 확신이 생긴다고 했다. …. 그러나 나는 필립 로스의 의견이 옳다는 것을 안다. 고민 없이 써 내려간 글에는 매력이 없으므로 굳이 읽을 필요 또한 없다는 사실을 나는 안다. - P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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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2-11-16 1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장훈 염정아 허균 항소부곡민 ㅋㅋㅋㅋ

공쟝쟝 2022-11-16 12:31   좋아요 1 | URL
웃긴 포인트만 잘 뽑으셨네요 ㅋㅋㅋ 이황 낮져밤이는 ㅋㅋㅋㅋ??

서곡 2022-11-16 12: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헐 허균 뒤에 이황 ㄷㄷㄷ

공쟝쟝 2022-11-16 12:40   좋아요 1 | URL
조선시대의 절륜남이라고 소문이 자자했어요 ㅋㅋㅋㅋㅋ 퇴계 ㅋㅋㅋㅋㅋ 검색해보세요 ㅋㅋㅋㅋㅋ “이황 낮져밤이”ㅋㅋㅋ

물감 2022-11-16 12: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쟝쟝님 글 오랜만에 읽는데, 음 스타일이 변한 듯 하네요.
뭐랄까 엄청 긴 댓글을 보는 기분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2-11-16 12:52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욕이여 칭찬이여 ㅋㅋㅋㅋ

거리의화가 2022-11-16 13: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묘하게 끌리는데요?ㅎㅎㅎㅎㅎ 저도 저를 심하게 못살게 구는 스타일이라 무리하면 안되는데 항상 무리하고 뒷탈이 나곤 합니다. 포기해야 하는데 포기가 안되는 타입. 저도 참... 고쳐야 하는데 말이죠^^;
침 잘 맞고 남은 하루도 빠샤!!!

공쟝쟝 2022-11-16 18:25   좋아요 0 | URL
ㅠㅠㅠ 화가님 엠비티아이가? ㅋㅋㅋㅋㅋ ㅋㅋㅋ

바람돌이 2022-11-16 16: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니 서장훈이 뭘 잘못했다고 쟝쟝님 글에서 이렇게 핍박을 받아야 합니까? 네????? ㅋㅋㅋㅋ
이 글에서 가장 공감이 가는건 바로 저 책에 대한 허영심. 읽지 않은 책이 쌓이고 쌓여도 계속 책을 사대는 허영심과 그래서 어떤 때는 오로지 읽어야만 한다는 이상한 부심으로 읽은 책 권수를 막 늘리는데 주력하는 부심도 있죠. 에고 다 제 얘기인듯합니다. 그래서 그 허영심을 채우기 위해 잠자는걸 아끼다보니 어느 날 아픈 내가 있더군요. 다른건 모르겠고 우리 몸의 밸런스는 굉장히 중요합니다. 몇십년간 그 밸런스를 무시하고 지맘대로 몸 굴리다가 걸리는 병이 자가면역질환이라고 저는 결론을 냈어요. 이게 여성들의 경우 완경기에 많이 나타나는데 나타나는게 그 때인거지 사실은 오랫동안 몸을 혹사한 결과더군요. 그리고 이 병 역시 무수히 많은 당뇨, 고혈압 이런것처럼 치료약이 없습니다. 그저 내몸을 소중히 소중히 해주시어요. 그래야 꿈에서 서장훈한테 안 쫒깁니다. ^^

공쟝쟝 2022-11-16 18:28   좋아요 1 | URL
몸 만한 지성이 없습니다. 언제나 똑똑해요 내 몸은!! ㅠㅠㅜㅜㅜㅠㅠㅠ
서장훈은 그냥 무섭게 생겨서? 크고? ㅋㅋㅋㅋ 염정아는 그냥 독하게 생겨서? 얇고? ㅋㅋㅋㅋㅋㅋ 내 꿈 너무 웃김 ㅋㅋㅋㅋ

2022-11-16 18: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1-17 00: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1-17 09: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감은빛 2022-11-17 00: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거의 매일 악몽을 꾸다가 깨서 그 꿈의 의미를 분석하느라 쓸데없는 시간과 노력을 허비하는 저로서는 무척 공감할 수 밖에 없는 글이네요. 여기저기 몸이 아프시다고 하시니 더욱 공감이 가지만, 그건 너무 안타까운 일이라 공감하면 안 되겠지요. 부디 되도록 아프지 않고 살아가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그래도 공쟝쟝님 꿈에는 유명인들이 나와서 바로 알아보시는군요. 예전에 제 꿈에는 주로 제 지인들이 나왔는데, 요즘은 누군지 모르는 사람들이 자주 나와요. 꿈에서 깨면 그게 누구였더라? 분명 모르는 사람이었는데. 하고 머리를 싸매게 만드는 거죠. 제가 사람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편이라 아는 사람인데도 기억을 못하는 건가 하고 또 고민에 휩싸이기도 하고요.

며칠 전에는 오래 전에 자주 꾸곤 했던 악몽을 오랜만에 다시 겪었어요. 일본 경찰에 쫓기다 동지와 몰래 접선하고 다시 동지와 함께 쫓기다 죽을 위기에 처하는 꿈이요. 그 동지는 실제 독립운동가이셨던 분들이 나오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번에는 누군지 모르겠는데 뭔가 익숙한 혹은 그리운 느낌의 사람이었습니다.

공쟝쟝 2022-11-17 08:50   좋아요 0 | URL
저런~ 꿈에서 나오는 기호들을 분석하는 걸보다 꿈에서 느낀 감정들이 내가 현실에서 진짜로 느꼈던 감정인 경우가 많아요. 제 경우는 공포와 안도 였던 거죠?!
감은빛님이 그리워하는 감정을 지닌 상태가 누군가와 쫓기고 죽을 위기에 처하는 정도의 스트레스이셨나 봄 ㅋㅋㅋ 정도로 해석하면 될라나요. 그게 맞는 것 같다면, 제가 용한 건 아니고 제 상담샘이 용하신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