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제2의 성> 첫 페이지



보부아르가 이 책을 헌정한 자크 보스트는 누구인가. 




그는 보부아르의 숨겨진 애인이다. 보부아르와 사르트르야 유명한 폴리아모리 커플이므로, 이들의 파란만장한 따로 또 같이’의 연애사를 풀자면 끝도 없겠지만 보스트 경우 꼬일대로 꼬인 감당이 안되는 이들의 애정사 중에서도 감출 필요가 있는 사람이었는데… 그거슨 보부아르와 동성애 관계였던 ‘올가’의 남편이었기 때문… 당시 사르트르는 올가와 보부아르가 너무 ‘뜨거워’서 질투에 사로잡혔다고 하는데 보부아르를 뺏겨서 질투가 난게 아니라 올가를 뺏겨서 보부아르에게 질투… 읭?!! 이게 무슨 말이다냐… (그 구구절절한 이야기는 보봐르 전기<보부아르, 여성의 탄생>에서 확인하시라. 진짜 이 책 꿀잼)싶겠지만 나도 이게 무슨 말이다냐… 하면서 읽고 있는데 느닷없이 복수심에 불타 올가의 여동생을 꼬시는 사르트르… 와중에 사랑하는 올가의 남편인 보스트랑 눈이 맞은 보부아르는 차마 올가에게는 말할 수가 없… 그래서 죽을 때 까지 속였이게 무슨?!?!… 하면서 읽었다. 그러타. 그들의 자유로운 계약 결혼은 생각보다 더 높은 수준이여따. 

어쨌든, 보부아르가 한참 미국 작가 올그란과 연애 중일 때, 자신이 쓴 그 어떤 소설보다 빠른 속도로 휘리릭~ 집필한 <제2의성>은 사르트르 만큼이나 오랜 (숨겨둔)연인이었던 자크 보스트에게 헌정되었다. 그는 보부아르가 만난 남자 중에 가장 덜 마초적이었다고 한다.

사족 하나 더, 제2물결 페미니즘의 왕언니 파이어스톤의 <성의 변증법>(1970)은 우리의 보부아르에게 헌정되었다. 
* 견뎌내었던 시몬 드 보부아르를 위하여.* (성의 변증법 첫 페이지)  크으- 😖 이 자매애, 뭔가 짜릿 짜릿해. 


2. 계약 결혼


뭇 사람들은 사르트르의 화려한 여성편력 때문에 보부아르를 조강지처(?)처럼 여기는 경우가 있다는데 조강지처는 무슨… 내봤을때는 보부아르의 편력이 더 심하면 심했지 덜하진 않았다(울 언니는 남성편력이 아니라 여남성편력이시다). 사후에 본격적으로 출간된 숱한 보부아르 남친 및 여친들과의 불타오르는 편지들을 보면(ㅋㅋㅋ) 사르트르야 말로 보봐르의 철학 동반자로서의 기능에만 충실(?)했던 것 같다. 그는 잠자리에서는 썩 훌륭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며 무엇보다
“(354)(보부아르가 유방암이 걱정되어 병원에 다녀온 뒤) 사르트르에게 진료 결과를 얘기했더니 그는 냉전 시대의 지독한 냉소주의로 대응했다. 최악의 경우라 해도 12년은 더 살텐데 어차피 그때쯤이면 지구는 원자폭탄으로 멸망할거라나. <보부아르, 여성의 탄생>” 

롸???🤷🏻‍♀️??? 정서적으로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종류의 인간은 전혀 아니었던 것으로(절레절레).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우리의 쿨내 진동 보봐르 언니는 “보스트와 수술 전날을 아름다운 수도원에서 보냈다” ㅋㅋㅋㅋ 아하, 정서적 지지는 보스트와 뜨거운 밤은 란즈만과 철학적 영감은 사르트르와 문학적 감성은 올그런과?!! 나는 그의 동시 다발적인 연애사를 따라가는 게 읽는 것만으로도 기운이 딸렸다. 그러나 끊임없이 타자를 향해 기투했던… 보부아르는 참 자유, 진정 철학자.

그녀는 말했다. “(504) 두사람의 관계는 억압적인 구석이 전혀 없었으므로 평등은 아예 문제가 되지 않았으며 *사르트르가 아닌 다른 남자를 사랑했더라도 자신은 억압당하지 않았을 거*라고.” 나 이 부분에서 멋있어서 무릎치다 모기 잡았잖아. 읭, 진짜 감히 누가 누굴 억압해. 누가 자꾸 보봐르를 사르트르 부록 취급 하는가. 누구인가. 응?


한 세대 쯤 더 지나면 ‘철학자 사르트르의 반려인 보부아르’보다 ‘페미니스트 보부아르의 동반자 사르트르’로 둘의 위치가 바뀌지 않을까. 어쨌든 이 책은 계속해서 살아남고 있고, 시간이 갈 수록 더 중요해지고 있다. 적어도 2021년 현재, 사르트르의 주요 저작들 보다 <제2의 성>이 흥행면에서는 훨씬 앞서고 있는 것이 자명한 사실이다. 


3. <제2의 성>에 쏟아진 찬사들

자 그렇다면 본론으로 들어가 <제2의 성>이 발간되었을 당시(1949)에 쏟아진 찬사들을 보자.

“(327)마담 시몬 드 보부아르가 다루는 주제가 제대로 된 철학과 문학 논평에 낄 만한가? (...) 욕구 불만, 불감증, 음란증, 색정광, 레즈비언, 낙태를 골백번 한 여자, 나는 그 모든 것이었다. 심지어 내가 미혼모라는 말까지 나돌았다.”

“(327)공산주의자들은 보부아르가 노동자 계급과 아무 상관 없는 분석만 하는 ‘프티부르주아’라고했다. 보수파의 존경받는 기둥 프랑수아 모리아크가 <레 탕 모데른(보부아르-사르트르 잡지)> 필진 중 한명에게 ‘당신 윗자리에서 일하는 여자의 성기 사정을 내가 다 알게 됐소.’라고 편지를 썼다.”

“(336) 칼럼니스트 앙드레 루소는 (…) ‘타자의 수준으로 밀려난 여성이 열등감 콤플렉스에 몸부림친다’고 했고, 보부아르가 너무 ‘집요하게’ 주장을 펼쳐서 ‘진짜 강박증에서 벗어나기 위해’ 실존주의가 필요했던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했다.”

“(337) 철학자 에마뉘엘 무니에는 이 책에서 ‘원한의 어조’가 보여 안타깝다고 썼다. 그런 어조를 좀 더 잘 다스렸더라면 ‘저자의 통찰이 덜 방해받았을’ 거라나. … 카뮈마저 ‘프랑스 남자 꼴을 우습게 만들었다’고 했다. 철학자 장 기통은 행간에서 ‘그녀의 슬픈 삶’을 보면서 마음 아팠다고 했다. <레포크>는 십 년 후에는 아무도 ‘이 구역질나는 성도착과 낙태 옹호론에 대해서 얘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언했다. 바티칸은 이 책을 금서 목록에 올렸다.” - <보부아르, 여성의 탄생>

철학자 아재들의 평은 진짜ㅋㅋㅋㅋ 어조를 좀 더 다스리라니, 니 삶의 기구함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는 거 아니냐니, 너무 지금 페미에 대한 찬사들과 다를바 없는 똑닮은 … 걍 다 전형적인 맨스플레인이라 할말이 없다. 막판에 갑자기 등장한 권위의 바티칸이여… 읭? 금서라니 이 머선일이고(어쩐지 책의 품격이 높아진 것 같은 느낌이 든다?)ㅋㅋㅋㅋㅋ 몇년 뒤 보부아르에게 공쿠르상을 안겨다준 소설 <레 망다렝> 역시 가톨릭 금서가 된다. (대체 어떻게 쓰셨길래… 소설 넘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2권짜리라서 읽기는 당분간 미뤄두는 걸로….) 여하튼 금서 지정 2관왕에 빛나는 참 글쟁이 세상과 불화하는 보부아르. 

<제2의 성>을 읽다보면 사실 저 남자-작가, 평론가, 철학자-들이 이 책을 다 보긴 한건지, 저렇게까지 화낼 일 인건가 싶어진다. 왜냐면 남자보다 여자들한테 더 화나게 썼거든. 이렇게 까지 굳이 신랄할 필요 있냐고. 아주 뼈를 때리다 못해 뼈를 발라버리는 팩트 폭행 오졌다고… 보봐르 진짜 너무 했다고… 제가 처음 읽을 때 얼마나 가슴이 아팠게요??? 태어나서 죽을 때 까지 가루가 되도록 까이는 여성의 삶.



4. 알아두면 쓸데 있을 <제2의 성>에 나오는 반복적 ‘실존주의’ 개념들


(157) *초월*
현상학에서 초월성이란 의식과 그 대상사이의 거리, 또는 의식과 의식 아닌 것 사이의 관계를 뜻한다. (…) 의식의 대상은 의식의 외부에 있다. 외부에 있다고 해서 외재성exteriority이라고도 말한다. 이 대상을 향해가는 내 의식의 운동이 바로 초월transcend이다. ‘초월’이란 넘어선다는 의미이다. (…) 의식은 반드시 대상이 있어야 작동하는 기능이다. 그러므로 의식이란 언제나 ‘……에 대한 의식’이다. 창밖의 영산홍이 내 의식 앞에 나타날 때 비로소 나의 의식은 작동한다. 그런데 내 의식의 밖에 있는 영산홍을 어떻게 의식 안으로 끌어들일 수 있겠는가? 일단 영산홍이 눈에 띄면 나의 의식은 내 몸 안에서 빠져나가 영산홍 쪽으로 향한다. (…) 그리하여 찬란한 색깔의 단단한 꽃잎에 의식이 가서 탁 부딪쳤을 때 비로소 나는 ‘아, 예쁜 꽃이로구나. 봄이 왔구나!’라고 대상을 규정한다. 이러한 의식의 운동이 바로 초월성이다. 끊임없이 자신을 넘어서기 때문에 초월이라고 한다.

(162) *즉자존재 대자존재*
그러나 인간의 존재양식은 대자이고 사물의 존재양식은 즉자이다,라고 단순하게 말할 수는 없다. 인간은 언제나 미래를 향해 초월적 운동을 하는 대자적 존재이지만 이 초월성을 포기하고 과거에만 고착되어 있는 사람이라면 그의 존재는 대자존재가 아니라 사물과 같은 즉자존재가 되는 것이다. 

(163) *기투* 
대자존재의 생성 운동은 똑같은 성질이 죽 이어지는 연속이 아니라 매 순간 자기를 부정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단절의 운동이다. (…) 의식처럼 인생도, 아니 의식으로 이루어진 인생은 언제나 종전의 자기 존재를 부정하고 자신의 새로운 기획을 앞으로 투사한다. 자신의 새로운 기획을 앞으로 투사한다는 의미에서 우리는 이를 기투企投라는 신조어로 번역했다. - <모든 사람은 혼자다>

보부아르 전기 읽다보면 사르트르는 정말 보부아르 없었으면 자기 철학을 저정도로 까지 발전시켰을까 싶어진다. 이번에 이런 저런 책들을 읽어가면서 페미니스트로서보다는 실존주의 철학자로서의 보부아르를 발견하고 제대로 치여버렸는 데, 그 사연은 추후에 전기 독후감에 몰아서 쓰도록 하겠고. 

이 책, <모든 사람은 혼자다>는 보부아르의 실존주의를 다룬 첫번째 철학 에세이로 원제는 <피로스와 키네아스Pyrrhus et Cineas>이다. 두번째 철학 에세이 <애매성의 윤리를 위하여Pour une morale de l`ambiguite>를 <그러나 혼자만은 아니다>라고 출간한 것으로 봐서는 출판사 차원에서 뭔가 기획 의도가 있었던 것 같고, 그래 그럴듯 하고 나쁘지 않다는 생각인데. 

그런데 세상에… 백자평에도 적었지만 … 부제가  ‘결혼한 독신녀 보부아르의 장편 에세이’라니, OMG… 🙀😱 
저기요, 의도는 알겠는 데… 한참 빗나간 마케팅 포인트 아닌가여? 뭔가 부제 그 딱 한줄 때문에 책이 너무 구리게 느껴진다구… 그리고 나서 방금 검색해보니 맙소사 소개에 책의 원제도 안적혀 있다. 보소, 출판사여, 제목 바꿀 거고 부제 이따구로 달아놓을 거면 원제라도 똑바로 알려줘야할 것 아닌감? 전기를 읽지 않았으면, 이 책이 그 책일지 내 어찌 알았겠냐 말이오. 저는 아니었지만 부러 찾아 읽는 사람들도 있지 않겠나 이말이오. (책 자체에 대한 만족도는 매우 높다. 역자 후기에 덧붙인 실존주의 개념 해석도 굿. 두고두고 여러번 읽을 책이라 별 다섯개 달았는 데 역시 부제가… 창피해. 쯥.)


5. 마지막으로 번역 비교.


으허허. 난 이 구역의 제일가는 <제2의 성> 부자니까. 여러모로 전체적으로 비교해보고 구매하시라고 (혹은 혹시 집에 먼지 뽀얗게 묻은 채로 묵혀있는 *93버전 을유*로 독서하실 계획이라면 그것은 무모한 도전이며 시간 낭비이니 유경험자로서 도시락 싸들고 만류하기 위해ㅋㅋㅋ) 몇 페이지 찍어 추려 올려봅니다.

5-1. 나를 정말 빡치게 했던 바로 그 번역 ‘음경적 결혼’. 

<을유문화사 응답하라1993 버전 >

사실 전체를 다 읽어보면 음경적 결혼만이 문제가 아니라는 걸 금방 알 수 있다. 


<동서문화사 버전>

‘남근 중심의 결혼’ 뭐 이정도도 나쁘진 않다.

<을유문화사 2021 뉴 버전>

‘남근적인 결혼’ 전체적으로 동서보다 문장의 흐름이 매끄럽고 잘 읽힌다. 


5-2. 여자로 만들어진다? 여자가 되는 것이다?

<을유문화사 응답하라1993 버전 >


<동서문화사 버전>


<을유문화사 2021 뉴 버전>

이 문장의 번역에 대해서는 호불호 갈릴 것 같긴하다는 생각이다. (전면 개정 관련 한겨레 기사 링크: “책 생명 늘려야죠”… 문학 속 ‘성차별’ 패치 떼는 출판계 나는 ‘만들어진다’가 더 직관적이어서 좋다고 생각했는데, 보부아르의 저 띵문이 오용(?) 남용(?)되는 사례가 문득 떠올라서  “여자가 되는 것이다”라는 표현도 맞겠네 싶어졌다. 

오용/남용의 사연은… 때는 바야흐로 몇년 전(기억 잘 안남), 꽤 유명한 모 뷰티 서비스에서 다이어트 자극 명언으로 “여자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를 아주 떡하니 쨍하니 쓰셔가지고ㅋㅋㅋㅋ 이를테면 이런 거지 “세 끼 다먹으면 살쪄요 -김사랑” “날씬한 것 만큼 맛있는 건 없다 -케이트 모스” “여자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 -보부아르” ???!!!??? ㅋㅋㅋㅋㅋㅋㅋ 아~~ 😩 😩 😩 어쩌란 말이냐 트위스트 추면서~~ 동생 친구가 30년 동안 잘 주무시고 계시던 보부아르 언니가 무덤에서 벌떡 일어날 오용이라며 항의 메일 보내고, 담당자는 당황+황당해하며 카피를 내렸다는 건너들은 야무진 페미 지인 실화가 제게 있음용. 

그러고 보면 보부아르는 진짜 시대를 앞서간 천재였던 듯. 
살아있는 동안에도 실컷 오독되고, 돌아가신 후에는 끝없이 오용되고 있다ㅋㅋㅋ 

여러분 10월의 도서 <제2의 성> 화이팅입니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 독서는 역시 1000페이지 넘는 벽돌책 아닌교.
(키키키! 먼저간 자의 여유!)



나야 나, 보부아르 부자.



나야 나. 심지어 그걸 다 읽은 사람.


완독의 비결은 모다? 단발머리님 페이퍼 보고 따라서 산 뽀모도로 시계다 ㅋㅋㅋㅋㅋㅋㅋㅋ

평소처럼 읽 다보면 시간안에 못 끝낼 것 같아, 

무슨 시험 공부마냥 50분 읽고 10분 쉬고 시간 재면서 페이지 체크하면서 읽었다. 

(당연히 10분 놀 때는 북플을 했다. 사람들이 자꾸 안읽고 뭐하냐고 해서 슬펐다..)



* 네, 그렇습니다. 해당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이처럼 제가 하기로하면 (그리고 누군가가 옆에서 쪼면 ㅎㅎ 잠자냥 고마워! https://blog.aladin.co.kr/socker/12988857 먼댓글이 안달려서, 링크라도 걸어놓음) 하는 사람인 줄 이제사 알았습니다...  

우리는 여자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여자가 되는 것이다. - P3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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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보부아르, 여성의 탄생
    from 수하의 서재 2023-04-07 09:28 
    매우 재미있게 읽고 있다. 자극적이어서가 아니라 보부아르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또 이런저런 책 다 읽고 싶지만 일단 참는 중. <제2의 성>을 왜 자크 보스트에게 헌정했는지 궁금했었다. 왜 굳이? 비밀로 하는 관계였는데? 가장 덜 마초적이어서 그리고 이제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다 읽으면 글 써보려 했는데, 공쟝쟝님이 이미 엄청 잘 정리해서 써놓으셨다? 그래서 저는 그냥 홀가분하게 재밌게 읽기만 하는 걸로. 먼댓글
 
 
책읽는나무 2021-10-03 06:5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와...보부아르 전문가!!!!
번역부분까지 다 살펴 비교 대조해 주시다니~~
살짝 을유 책 흔들렸어요.
일단 동서꺼부터 먼저 읽어야 겠기에~^^
그나저나 갖고 싶네요.
저 귀여운 시계!!!!!
뽀로로 연상케 하는 이름이네요.
뽀모도로....계획 세운 것들 실천력 갑으로 이끌어 줄 동지 같아 보입니다^^

공쟝쟝 2021-10-03 09:18   좋아요 5 | URL
˝93을유는 절대 아니다˝라는 것(오죽하면 을유가 아예 재번역을 했겠습니까? 을유여 참 잘했어요~)에 방점이 찍힌 비교샷 ㅋㅋㅋ 왜 뽀모도로인지는 모르겠는데 뽀모도로이구 먼저 스마트폰 앱으로 사용해보세요! 뽀모도로 치면 앱 많아요~전 집중해야 될 때는 앱으로 써오다가 이번에 보봐르 읽으면서 아예 장만했어요. 곁눈질 하면서 읽으면 아주 쫄리더라고요??

그레이스 2021-10-03 07:5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언어도 사상이고 사회를 반영하므로 보봐르에게도 표현하는데 오류가 있었다는 생각에서 만들어지다 번역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기투 이전의 여성을 표현하는데 있어서도 문제가 없다는 생각입니다.
그러나 난독증인가? 의심하게 되는 번역으로부터 벗어나고 싶긴하네요
ㅎㅎ

공쟝쟝 2021-10-03 09:21   좋아요 4 | URL
저는 다룰 줄 아는 외국어가 없어서 번역에 사실 매우 관대한 편이지만, 종종 이놈의 프랑스 인(푸코, 위티그, 보봐르, 블랑쇼)들 책들은 좀 암담... 애들 안쓰신건 아닌 것 같아서...번역의 문제라기 보단 사유의 구조가 다른 것일까? 생각해본 적 몇번 있었어요.

미미 2021-10-03 08:3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뽀모도로가 큰 역할을 했네요ㅎㅎ덕분에 저도 동서문화사 책 있는데 배신하고 저 두꺼운 책을 샀습니당! 번역차이 막 기대기대 !! 뽀모도로 도움좀 받아볼래요~♡

공쟝쟝 2021-10-03 09:22   좋아요 5 | URL
흐흐흐흐~~~ 이 책 장점은 읽고나면 다른 책들읽을 때 글씨 겁나 커보이고 페이지 쭉쭉 넘어가는 상대적인 독서쾌감을 느끼 수 있어요. (제가 그렇게 보봐르 전기를 완독했나이다...)

에로이카 2021-10-03 08:4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보부아르의 연인들은 보부아르가 읽는 책들 같은 존재였군요. 여러 책을 정성들여 읽는.. 알쓸신주옥 같은 글 잘 읽었습니다. ^^

공쟝쟝 2022-07-19 23:05   좋아요 6 | URL
맞아요. 그랬던 것 같아요. 게다가 보부아르는 그 모두들과의 관계를 책임있게 보살피고 배려하고 또 반성하는 사람이었어요. 그러했기에 대부분의 관계들은 사랑이 끝나도 우정으로 이어졌구요. mbti로 치면 전형적인 INFJ아닐까 생각했던 보봐르. 진짜 열심히 살다간 눈물많은 여성. 🥺 정성들여 읽으며 애정을 보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막시무스 2021-10-03 11:39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저도 보부아르의 삶과 철학을 알아볼까해서 밀리에서 보부아르 여성의 탄생을 제2의 성과 함께 읽고 있는데 정말 과몰입 상태라 오늘 아침부터는 일단 덮고 있습니다!ㅎ
실존철학에 대한 용어정리 감사드려요! 서문이 참 멋지다고 생각해서 밑줄 많이 그었는데 정리해주신 내용을 바탕으로 오늘 다시 한번 읽어봐야 할것 같아요! 즐건 휴일되십시요!ㅎ

공쟝쟝 2021-10-03 19:41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 과몰입 ㅋㅋㅋㅋㅋ 맞아요 ㅋㅋㅋㅋㅋ 맞아 ㅋㅋㅋㅋ 손에 땀나는 한편의 펜트하우스 ㅋㅋㅋㅋ 막시무스님이 열심히 읽고 계신 느낌이 들어서 든든한 10월입니다!! 👊👊

붕붕툐툐 2021-10-03 11:4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우와~ 쟝쟝님~ 완전 대단👍
저에게 선물같은 페이퍼이나, 일단 실존주의는 패쓰했고(밤에 진지하게 읽어볼게요~ㅋ), 보부아르 언니의 다채로운 연애는.. 하.. 제2의 성 읽는데 도움이 되는게 맞겠죠?ㅋㅋㅋㅋㅋㅋ
암튼 부자 쟝쟝님을 따라 갈 수 있어 기쁩니다. 먼저 (여러번) 읽은자의 여유 많이 만끽하시고, 가끔 리뷰 올라오면 ‘에헴‘ 한 번 해주세요~ㅎㅎㅎㅎ

공쟝쟝 2021-10-03 19:42   좋아요 1 | URL
ㅋㅋㅋ 앳햄앳햄!!🤣🤣 어우 신나 ㅋㅋㅋ (두리번 두리번) ㅋㅋㅋ 서론 읽다가 실존주의 용어 읽으러 제 페이퍼 올걸요?ㅋㅋㅋ 나는 알고 있다 ㅋㅋㅋㅋ

유부만두 2021-10-03 12:5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전 ‘제2의 성’ 잉글리스로 읽기 시작했는데요, 세턴드 섹스! 번역자의 해설 읽고 사르트르의 ‘말’을 먼저 읽는중입니다. (제가 어디로 튈지는 저도 모름) 이 책 정말 재밌어요!!! 자기 고백과 예리한 시선과 유모어! 그러니 보부아르가 사겨주었겠죠? 추천입니다. ^^ 그나저나 예전 부터 보부아르는 발췌독만 해왔는데 완독을 (일단) 시작한 건 다 공쟝쟝님 덕분이에요. 딱지 앉았는데 떼고 있어요. 막 짜릿…..

공쟝쟝 2021-10-03 19:47   좋아요 2 | URL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방사형 독서 ㅋㅋ 과연 이걸 왜읽나 싶지만 읽다보면 읽기를 잘한 것 같은 그런 독서!! 유부만두님 딱지 떼는 것두 그렇구 우리 동족인가요? 🤣 사르트르 저두 너무 읽고 싶더라구요. 이번에 알게 된 실존주의 좋아요. 관계에 천착하는 저에겐 직관적으로 와닿는 부분들이 있었어요!!

난티나무 2023-04-08 18:05   좋아요 1 | URL
어쩌다 늦게 달린 댓글 따라 다시 들어왔는데 딱지 떼기!!! 요기에 확 끌려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 오늘 아침에도 몸에 붙은 딱지 떼다가 피 본 사람 저요 ㅋㅋㅋㅋㅋㅋㅋㅋ 딱지 앉는 꼴을 못 봐요.. 그래서 상처 투성이 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1-10-03 13:07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우아, 정말 쟝쟝님 너무너무 사랑합니다. 이런 완전 고퀄 페이퍼 감사드리며, <보부아르, 여성의 탄생> 완독 못 한 나 자신을 한없이 탓하다가, 보부아르 연애 편력 메모하다가 뭥미?의 충격에 빠진 사람 나 혼자 아니구나, 쟝쟝님이 있었구나, 싶어 역시나 반가워요.

좋은 책을 읽는다는 것, 너무 중요하고 또 그것 자체는 누구보다 스스로를 위한 것이겠지만, 쟝쟝님의 보부아르 독서는 우리 알라딘 세상에 커다란 광명이며 기쁨이며 선물이다. 라고 말합니다. 을유야, 무엇이든 내놓아되지 않겠느냐.... 을유야, 을유야, 을 유 야...

공쟝쟝 2021-10-03 19:49   좋아요 1 | URL
공짜책 한번 얻어보려고 갑자기 시작된 독서였으나… 저자의 매력에 빠저 그만 진심을 다하고 말았다… 을유, 고마워! 난 보부아르의 아주 편안한 죽음을 원해…ㅋㅋㅋㅋㅋㅋ (점점 노골적)

수이 2021-10-03 13:4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을유는 두고두고 이 페이퍼를 아니 제2의 성 리뷰를 쓴 쟝쟝님에게 매년 선물을 하면 어떨까 하오. 이런 능력자에게 책 한권 달랑 던져주고 이런 어마무시한 보부아르 전공자 글을 얻었으니 더구나 알라딘에는 보부아르 열풍이 뜨겁게 몰아치고 있으니 대체 이 광풍을 을유는 어찌 감당할 것인가 내부 회의를 열어 우리 쟝쟝님에게 뭔가 더 해드려야 하지 않을까 하는 것도 참으로 괜찮지 않을까 하오. 동시대에 이렇게 보부아르 전공자와 보부아르를 읽으며 논할 수 있다니 이보다 더한 기쁨이 어디 있겠는가!

공쟝쟝 2021-10-03 19:54   좋아요 1 | URL
수식어가 과찬이십니다, 보봐르 전공자요? ㅋㅋㅋ 전기 짜깁기 해서 썰 풀어 드렸을 뿐 ㅋㅋㅋ 광풍이래 ㅋㅋㅋ 아잇 진짜 이 오바쟁이들!!! 어디까지 가나보자 ㅋㅋㅋ 비타님 우리 다 읽었으니 술한잔 해요!!
그리고 을유여, 저는 많은 걸 원하지 않아요 ㅋ 아주 편안한 죽음을 원해 ㅋㅋㅋㅋ

다락방 2021-10-03 13:4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와 진짜 양질의 페이퍼야 겁나 재미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재미있고 제2의 성 부자인 것도 재미있다. 멋져. 저도 이번 달에 보부아르 전기 까지 도전하겠습니다. 사두고 언젠가는 읽겠지 했던 책인데 이 글 보니 제2의 성과 같이 가야겠어요. 아 너무 좋다. 모든 사람은 혼자다 이 책 진짜 너무너무 좋지요? 이렇게 근사한 글 쓰는 사람이니 쟝님이여, 더 읽어요, 더!!

공쟝쟝 2021-10-03 19:57   좋아요 1 | URL
뜻하지 않은 <제2의 성> 부자…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참, 그 보부아르 전기는 굉장히 똑똑하신분에게 생일 선물받은 거였다?ㅋㅋㅋㅋㅋㅋㅋ 혼자다! 너무 좋았어요! 그러나 혼자만은 아니다 까지 읽구 전기랑 합해서, 보부아르라는 철학자에 대해 느낀점을 정리해볼까해요. 언제? 오늘은 아님 ㅋㅋㅋㅋ

바람돌이 2021-10-03 16:3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우와!!!!
이런 글이라면 출판사에서 책받았다고 몇번 얘기해도 무조건 좋아요 백번 누르겠습니다. 보부아르를 읽어야겠다. 특히나 제2의 성은 무조건 읽어야겟다는 마음이 확 솟구치는 글이에요.
보부아르 부자 + 먼저 읽은 공쟝쟝님 오늘 왜 이렇게 더 멋있어 보이죠? ^^

공쟝쟝 2021-10-03 20:01   좋아요 2 | URL
원래 멋있는 사람이 쓴 책을 읽으면 멋있어 지는 겁니다 ~~ 초ㅑ라랑~~ 멋있음의 연쇄 반응 법칙이라고 ㅋㅋㅋ 제가 방금 만든 법칙입니다!!! 자 그럼 우리 모두 10월엔 한껏 멋있어져 볼까요?😤😤😤😤 여러분 10월엔 보봐르 달려!!!

scott 2021-10-04 01:0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을유는 공장쟝님에게
<제 2의 성> 감사패와 앰블러를 달아 돨롸!

໒( ♥ ◡ ♥ )७

공쟝쟝 2021-10-04 10:35   좋아요 2 | URL
스콧님.... 그건 아니야... 달면 화냄.
내가 원하는 건 리뷰를 여러곳에 올리지 않아도 되는 책 한권, 보부아르 <아주 편한한 죽음>!!
을유, 보고 있나.

cini 2023-02-17 14: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 읽으셨다니 대단합니다. 저는 이제시작인데, 작성하신 글을 보고 나니 ˝여자는 만들어지는 것이다˝ 라는 뉘앙스가 아주 다르게 느껴지네요. 번역가분들도 참 멋지 분들 같습니다. :)

공쟝쟝 2023-02-26 23:12   좋아요 0 | URL
댓글 감사합니다 ^^ 열심히 읽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네요!

건수하 2023-04-07 09: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오오오 이렇게 다 정리된 글이 있었다! (좋아요는 이미 눌려있었? ㅋㅋㅋ)

저 두 책이 <피로스와 키네아스 Pyrrhus et Cineas> <애매성의 윤리를 위하여 Pour une morale de l`ambiguite> 였군요? 저도 부제만 보고 뭐야 하고 넘어갔는데 ㅋㅋㅋ 궁금한데.. 읽을 수 있을까.. 여튼 보부아르 저작 막 보관함에 집어넣고 있는 중-

<상황의 힘>은 없나요?

공쟝쟝 2023-04-07 10:28   좋아요 1 | URL
저도 상황의 힘이 정말 읽고 싶었는데 못찾겠더라구요 찾으면 공유해주셔요 💕
 
제2의 성 을유사상고전
시몬 드 보부아르 지음, 이정순 옮김 / 을유문화사 / 2021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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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십대 중반까지는 스스로를 ‘자기 생각’이 있고 ‘책임감이 강한 여성’이라고 여겨왔었다. 무슨 생각이 그렇게나 많으며, 왜 ‘그냥’이 없냐는 건 언제나 따라다녔던 나에 대한 평가. 그렇게 생겨 먹은 것을 고칠 생각은 없으면서도 또 그런 말들에 상처를 안 받을 정도의 자존감은 없었으므로 삶이 무겁고 어렵고 괴로웠다. 

그런데 친밀한 관계에서는 일종의 퇴행이 나타났다. 나는 그걸 무장 해제라는 표현으로 이야기하길 좋아하는 데, 평소에는 터질 것 같이 많은 생각들이 별로 생각되어지지 않는 것이다. 항상 곤두서있었으므로 어쩌면 내가 믿고 싶다 여긴 이들에게는 세상 관대하게 굴었을지도 모르겠다. 니가 좋으면 나도 다 좋아, 혹은 그걸 원한다면 그렇게 하도록 하자, 믿기로 했으면 믿는 거지 뭐. 의심이나 자기 주장을 잘 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같아지는 것이 사랑이라고 다른 것은 내 쪽에서 먼저 제거하거나 보이지 않게 감추거나 나조차도 잊어버리는 것이다 라고 나는 그렇게 여겼던 것 같다. 

의존했다. 책임감을 내려놓았다. 그건 편했다. 쉬웠다. 만사가 다 복잡한 데, 어떤 관계에서는 좀 내려놔도 되잖아? 삶은 이미 어렵고 불편한 것들로 소화되지 않은 채 널려 있는 데, 쉬운 걸 두고 굳이 어렵게 가는 걸 편한 길 두고 굳이 불편한 길을 가는 건 소모적이었다.  

“(34) 사실, 모든 개인에게는 주체로서 자신을 확립하고자 하는 윤리적 주장과 더불어 자유를 회피하고 자신을 사물로 구성하고자 하는 유혹이 공존한다. 후자는 불행한 길이다. 왜냐하면 수동적이고 소외되고 길을 잃은 개인은 미래를 향해 초월하지 못하고, 모든 가치를 상실한 채 낯선 이들의 의지의 먹잇감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쉬운 길이다.* 왜냐하면 그렇게 하면 마땅히 받아들여야 할 실존의 공포와 긴장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여자를 *타자*로 만드는 *남자는 여자 속에서 뿌리 깊은 공모*를 만나게 될 것이다. 이처럼 여자가 자기를 주체로서 주장하지 않는 까닭은 그렇게 할 수단이 없기 때문이고, 상호성을 세우지 않은 채 남자에 결부시키는 필연적 관계를 느끼기 때문이며, 흔히 타자의 역할에 만족하기 때문이다.”


2. 

실존주의, 겁먹지 말자. 보부아르가 말하는 건 어렵지 않다. 어쩌면 단순한 이분법이다. 

여자란 무엇인가? 타자(제2의 성)다. 

대자-즉자(사물)/주체-객체/자아-타자/초월-내재/자유-단순반복/여타 등등 기타 등등. 의식을 가진 모든 존재(대자)는 자신과 같은 존재인 ‘타자(객체)’를 만나서 그를 ‘타자화’하는 성격이 있다. 주체의 입장에서는 타자이지만 타자의 입장에서는 주체 역시 타자다. 그런데 보통은 상호적인 대자-대자의 관계가 ‘같은 의식을 가진 존재’인 남-녀 관계에서 만큼은 왜 부인되는 가. 무슨 까닭에 여성은 스스로를 ‘타자’의 자리에 두기를 스스럼없어 하는가. 그것을 밝히는 것이 이 책 <제2의 성>이다. 

스스로만을 주체로 적립한 남성주체(들)에 의해 여성이 사회/역사/문화적으로 타자로 존재해왔음을 논증하는 것이 이 책의 1권 <사실과 신화>이다. 인류의 모든 신화와 유명한 이론가, 작가들의 여성에 대한 ‘타자화’를 조목조목 따지고 들어 후두려패는 1권도 백미지만, 나는 2권 <체험>을 특별히 더 좋아하는 데(그러나 이 책이 나왔을 당시에 2권의 판매는 현저하게 저조하여 보부아르가 속상했을 정도였다고 한다), 실제 여성의 삶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여자들의 ‘상황’을 안팎으로 세세히 기술하고 있어, ‘여성 스스로가 스스로를 타자화’하는 과정을 섬세하게 읽어낼 수 있다. 

그 말투가 적나라하고 비판이 신랄하기도 하여, 어떤 의미에서는 여성혐오적으로 보이기도 한다는 건 내 솔직한 느낌이다. 만약 당신이 이 책이 두꺼워 너무 겁이 난다면 2권만이라도 읽기를 바란다. 혐오적인 상황, 그것이 바로 어찌할 수 없는 여자의 상황이니까. 나는 심리적으로 남자보다는 여자들이 2권 <체험>을 읽기가 더 거북할거라고까지 생각한다. 그리고 현대의 여성 보다는 우리보다 한 세대 앞선 여성들이 훨씬 더 읽기 어려울 거라고도 생각한다(우리세대가 ‘역하지 않은 만큼까지’가 <제2의 성>이후의 페미니즘의 ‘성취’아닐까). 

이유는 간단하다. 노예는 자신이 노예임을 바로 보았을 때 노예에서 벗어나는 법, 나의 노예 근성, 나의 거지 근성, 나의 타자 의식 으음🤔 인정하기 쉽지 않다. 역하다. 보부아르는 그걸 썼다. (일전에는 몰랐는데, 전기를 읽고 나니 얼마나 절절하게 썼는지 알겠어서 눈물 난다 진짜) 내재에서 눈 뜨지 못하고 있던 타자(노예)가 현실을 바로 보면 사실 게임은 끝난다. 환상 없이 적나라한 현실을 끌어안는 것은 자유로운 주체의 특권이자 멍에다. 멍에를 지는 순간이 초월하는 순간이다. (둘 다 힘들다. 차피 인생 힘든 거다. 자기 스타일대로 알아서~) 

“(42) 사람들은 행복이란 말의 의미를 잘 모르며, 그 말이 의미하는 진정한 가치는 더더욱 모르고 있다. 타인의 행복을 가늠하기란 전혀 가능하지 않고, *타인에게 강요하려는 상황이 행복한 것이라고 선언하는 것은 언제나 쉽다.* 사람들은 행복이 부동성이라는 핑계 하에 특히 정체 상태에 있도록 강요당한 사람들이 행복하다고 선언해 버린다. 그러므로 그런 개념은 우리가 참고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채택한 관점은 실존주의 윤리의 관점이다.* 즉, 모든 주체는 계획을 통해 자기 자신을 구체적으로 초월로 확립한다. 그는 다른 자유들을 향한 영속적인 초월에 의해서만 자신의 자유를 완성시킨다. 무한히 열린 미래를 향하여 자신을 확장하는 길 외에는 현 존재를 정당화시킬 다른 방도는 없다. (중략) 이러한 여성 조건 속에서 한 인간이 어떻게 자신을 완성시킬 수 있을까? 그에게 어떤 길이 열려 있을까? 어떤 길이 막다른 골목에 이르게 할까? 종속의 한가운데서 어떻게 독립을 되찾을 수 있을까? 어떤 상황이 여자의 자유를 제한하며, 과연 여자는 그것들을 넘어설 수 있을까? 그러한 것들이 우리가 규명하고자 하는 근본적인 문제들이다. *우리는 개인의 기회에 관심을 가지면서 이 기회들을 행복이 아닌 자유라는 용어로 정의 내리게 될 것이다.*”

보부아르는 서론에서 행복이 아닌 ‘자유’를 이야기한다. 나는 그가 추구하는 것이 행복이 아닌 것이 좋았다. 
언제나 자유는 두 가지다. 억압 혹은 무언가로부터 ‘벗어날’ 자유와 무언가를 ‘창조’할 수 있는 자유(동시에 나는 무언가를 능숙하게 잘 다룰 수 있을 때 자유롭다고도 느낀다. 이는 창조와 멀지 않은 개념이라 섞어 쓰겠다). 언제부턴가 나는 ‘자유’, ‘자유로울 것’, ‘돈은 나에게 자유를 준다’ 등을 내 집 방구석 구석에 써서 붙여두는 중인데, 지금 내게 자유는 후자의 의미다. 동시에 전자를 계속해서 선명히 인식하는 작업이기도 하다고 조심스레 덧붙여본다. 


3.

그러니까, 다시 돌아가서. 소싯적의 / 어렴풋한 / 이제 기억조차 나지 않는 (아 구차해) / 사랑에 빠진 나에겐 점(.)과 느낌표(!)만 있었다. 물음표(?)나 쉼표(,)는 없었다. 물음표 투성이에 끝나지 않는 쉼표로 스스로를 볶아쳐대던 나에게 마침표와 느낌표는 행복과 가까운 것이었다. 누구라도 잘 알 것이다. 나를 잠시 잊는 다는 것의 그 감정적 강렬함. 그것에 취해있을 때만이 가질 수 있는 어떤 열의와 마취의 상태. 그게 너무 좋아서 그걸 뺀 삶으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음. 사랑~더럽~폴인럽럽~ 

. ! . ! . ! . !

아주 진한 세상. 짙은 밀도의 삶. 그건 빠져야 해. 취해있어야만 해. 일상에서의 무기력함 혹은 경제적 무능력함을 잊어야 하고 때로는 그것들까지 포함해서 보상 받아야 하니까 또 더욱더 흠뻑 취해야 하는 거겠지. 너무 많이 취하지 않았어야 했는데, 사랑이라면 응당 그래야만 하는 거라고 그때의 난 정당화 했었어. 세상 앞에 서는 내가 너무 부족한 것 만 같고 자신감이 너무 없어서, 나는 쉬고 싶었으니까. 게으르고 싶었으니까. 사실은 나 자신을 포함한 누구도 책임지고 싶지 않았으니까. 그 순간만큼이라도 인생 좀 쉽게 살고 싶었으므로.

… ? , … ?, … ? 
,

질문(?)은 언제나 ‘살짝’ 사랑에서 빠져나온 순간(,) 생겨났다. (그동안 미뤄뒀던 것 포함 한꺼번에 몰아쳤음은 물론이다.) 그런데 그때 나는 도리어 내가 나 답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랑하고 있지 않을 때가 나 답다니, 사랑하지 않는 것이 어울리나. 

어쨌든 사랑하면 나는 자꾸 나를 잃었다. 대상이 원하는 모습으로 있고 싶었고, 그에 대한 자기 주장을 하지 않았다. 그것이 사랑 자체의 속성은 아니었다. 사랑할수록 자기 주장이 세진다는 사람들도 있었고, 사랑하면 충만해 진다는 사람도 있었다. 나를 잃어버리는 것은 내가 가진 사랑에 대한 편견이었을 것이다. 그저 나는 나는. 사랑을. 그것을 나 자신을 잃어버리는 느낌이 사랑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어떤 의미에서 그것은 헌신이었고, 내가 사랑이라 여긴 모습(엄마…😭)이 그런 것이었으며. 무엇보다도 사실 평소의 나는 알 수 없는 책임감으로 언제나 과로 중이었기 때문에 그저 그냥 맹목적으로 의존한다는 것은, 혹은 통제권을 모조리 넘겨버린다는 것은 차라리 행복한 기분이었던 것이다. 

또한 그것은 페미니즘을 빼놓고는, 사회-계급-경제적인 나의 ‘상황’ 혹은 조건을 제외한 추상의 세상에서는 (물론 그런 진공상태는 가능하지 않다. 그러나 자아-타자/개인-개인 이라는 모든 것을 쳐낸 단지 단독자-단독자의 관계에서는) 확실히. 정확히. 명확히. 그 의존이 바로 나의 의지였으므로… 투명하게 (한)남 탓을 못하겠다. 음. 뭐래. 사랑이 살짝 풀렸을 때, 맨날 방긋방긋 웃다가 어느 날 갑자기 눈에 섬광이 번쩍하고 변해서 미친 듯이 물음표를 그려대는 나를 그들은 괴로워했었다. … 썩 미안하진 않지만 좀 당황하긴 했었을……. (으아, 쓰다 보니 끝없이 쓰고 있다… 현재 앞이 알려주는 글의 양은 5,000자 또 넘기 시작했다, 물음표 살인마 버전 공쟝쟝. 그만써 그만써 마무리하자 마무리!!)

“(880) 사랑의 길은 자립이 허용된 경우라 하더라도 역시 대다수 여성에게 가장 매력적으로 보인다. 자기 인생을 스스로 책임진다는 것은 불안한 일이다. (중략) 불행하게도 여자는 거의 저항할 수 없는 유혹들에 둘러싸여 있다. 모든 것이 그녀에게 쉬운 언덕길을 따라가도록 부추긴다. 사람들은 그녀에게 자기를 위해 투쟁하는 대신 미끄러지는 대로 가만히 있으면 황홀한 천국에 도달할 것이라고 권유한다.”
“(889) 사랑에 빠진 모든 여자에게서 유사한 특징이 발견된다. (중략) 그녀를 불행하게 만드는 것은 그가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 것이다.(중략) 처음에 그녀는 사랑 속에서 이제까지의 자기 자신, 자기의 과거, 자기라는 인물에 관해 확인하려고 했다. 그러나 그녀는 그 속에 자기의 미래도 포함한다. 즉, 의미있는 미래를 위해 모든 가치를 보유하고 있는 그 사람에게 미래를 맡겨 버린다. 그렇게 해서 그녀는 자기의 초월이라는 과제에서 해방된다. 그녀는 그 초월을 본질적인 타자의 초월성에 종속시켜 그 타자의 가신이자 노예가 된다. 처음에 그녀는 애인 속에서 자기를 발견하고 자기를 구해 내기 위해서 자기를 상실했다. 그런데 사실은 거기서 조금씩 자기를 잃어 가고 있다. 모든 현실이 타자 속에 있게 된다. 초기에는 나르시시즘의 찬란한 개화로 정의되었던 사랑이 헌신의 가혹한 기쁨 속에서 완성되고, 이 헌신은 흔히 자해에까지 이른다.”


4.

보부아르의 저 문장을 읽고 어찌 이불킥을 하지 않을 수 있겠으며, 어찌 술을 마시지 않을 수 있으랴. 저기까지 읽고 술을 땄다, 꼴꼴꼴~~ (쓰다 보니 과몰입하여 훌쩍 12시가 넘었네?) 어쨌든 2권에서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제3부 <정당화>이고 나는 오늘(어제) 그거까지 읽었다. (을유문화사여 보고 있나. 다 읽고 또 쓸 꺼다. 진짜 10월 3일까지 읽고 제출 마감 너무 한거 아이가? 그래서 생각난 김에 방금 또 편지 확인해보니까 온라인 서점 서평 등록 2곳 이상이라고요???????? …🙄🙄🙄 저를 뽑아주신 관계자님이여, 저는 이렇게 스스로를 타자의 자리에 묶어둔 타자가되었사옵…)

<제2의 성>은 정말인지 훌륭한 책이지만, 이 책이 탁월한 부분은 바로 제3부 <정당화>부분에 있다고 한다. 
(왜 탁월한 지는 예전에 읽었던 더덕단 도서<여성주의 고전을 읽는다>에서 긁어옴.)  

“(306) <제2의 성>이 여타의 페미니즘 서적들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남성들에 의한 여성억압의 문제를 다루면서 이에 공모하는 여성들의 책임을 같이 지적*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부아르는 여성들이 스스로의 타자화에 동조하여 남성 지배에 공모하는 이유는 경제적 이익, 사회적 지위를 포기하지 않기 위해서일 뿐 아니라 스스로 주체가 되기 위해 필수적인 실존적 투쟁을 회피하기 위한 목적 때문이라고 통렬히 지적한다. (중략) 2부 3편 ‘정당화’의 내용은 여성들이 자신을 타자화하는 남성의 시선에 스스로 굴복하고 정당화하는 심리적 기제를 다루었다는 점에서, 여성의 공모가 이루어지는 방식을 여성으로서의 보부아르 자신의 시선에서 이론화한 부분이라고 하겠다. 나르시시즘, 연애와 사랑으로의 도피 그리고 신비주의가 여성의 대표적인 자기정당화 방식으로 논의된다. - <여성주의 고전을 읽는다, 배은경>, ”

언젠가 좋아하는 영화평론가 정성일이 한국 영화에서 사랑이 실종되었다며 광광 징징~ 댄적이 있는 데 [글 링크 👉🏻 한국 영화에서 변하고 있는 ‘사랑’과 ‘섹스’ : (정성일) ] (한번 읽어보시라. 방금 찾아보니 2018년 글이라 격세지감. 모든 것을 거는 기투로서의 사랑… 정말인지 피곤하다) 그때 나는 사랑이 사라지는 것은 일종의 시대정신이며, 바람직한 현상(ㅋㅋㅋ) 생각했었다. 여전히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누군가는 신포도 논리라고 하겠지만,) 나는 사랑이 싫다. 로맨스 싫다. 너무 지겹다. 이성애에 국한된 것 만도 아니다. 사랑할 시간에 차라리 자기 계발을!! 모르겠다. 걍, 나 자신에 대해 별로 자신이 없다는 생각만 든다. 정확히 말하면 사랑에 ‘빠진’ 내 자신에 대해 자신이 없는 것일 테지만, 하지만, 언젠가는 좋아하고 싶다. 아직은 보부아르 선생님이 말한 “(910)진정한 사랑은 두 자유의 상호 인정 위에 근거를 두어야 할 것이다. 그때 연인들 각자는 자기를 자기 자신처럼 그리고 타자처럼 느낄 것이다. 둘 가운데 누구도 자기의 초월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고, 누구도 자기를 훼손하지 않을 것이다” 진정한 사랑을 할 수 있는 내가 될 수 있을 거라고 믿고(는) 싶다. 

지금의 나는 ‘쉬운 길’을 버젓이 눈앞에 세워두고 굳이 어려운 길을 선택할 자신이 없다. 그러므로 ‘쉬운 길’자체를 봉쇄시킨다. 초월은 초월인데 소극적 초월이랄까?  

한 번 더 곱씹어보는 보부아르의 지적. *그것은 쉬운 길이다. 그러나 자유로운 길은 아니다.* 
바꿔 말하면 실존 - 그것은 자유로운 길이다, 그러나 쉬운 길은 아니다. 

자유롭고 싶다. 그냥 해방되고 싶다가 아니다. 만들어가고 싶은 거다. 사랑에 빠졌던(쉽게 살고 싶었던) 나는 전혀 나 답지 않았고, 눈 질끈 감고 도망쳐 나오면서 사랑 자체를 포기한 것도 같다. 나에게 없으니 모두에게도 없길 바란 것은 부끄럽게도 사실이다. 있다면 잘 사랑하시라! 막지 않겠다! 없으면 나랑 함께해요! 사랑 없는 세상이여~~~ 내가 안고 살아가겠 노라.. 껄껄... 자야겠다. 

마지막으로 제2의 성 2권의 첫 문장(자, 여러분 여기서 갑자기 퀴즈입니다!🥳 Q. 2권의 첫문장은? 🥳가장 처음 맞추는 분께, 제가 소정의 상품을 드리겠습니다. 이 책을 협찬 받은 의미도 있기 때문에 정답 문장의 번역은 을유문화사 책 2021년 버전으로 하겠습니다!!! 왜 이러고 있냐면 저는 술을 마시면 허세쟁이가 되는 데, 지금 허세쟝될락말락ㅋㅋㅋㅋㅋ)보다 유명하지는 않지만, 

그만큼 영영 회자되어야할 12장의 첫 문장을 공유하며, 일단은 (모든 것을 내팽개치고) 912페이지까지 열나 읽은 이 몸의 선 리뷰(후완독)를 마감하도록 하겠따.. ㅋㅋㅋㅋㅋㅋㅋ (다 읽으면 또 쓸게염~ )

100페이지 남았다. 킁.


* 해당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그러나 책 가격에 비해 제한 시간 내에 읽기와 쓰기는 극심한 노동이 아닐 수 없습니다 -_-ㅋㅋ)

-12장 사랑에 빠진 여자-‘사랑’이라는 말은 남자와 여자에게 전혀 다른 의미를 지닌다. 남자와 여자를 갈라놓는 중대한 오해의 원천이 바로 여기에 있다.
😞 전혀 다른 의미였다는 것을, 삶을 많이 살아보고 난 후에야 알게 되었다. - P877

어떤 남자들은 여성의 경쟁에 대해 불안해한다. 며칠전 한 남학생이 『에브도라탱Hebdo-Latin』지에 "의사나 변호사 지위를 차지하는 모든 여학생은 우리 자리를 훔치는 것이다"라고 선언했다. 이 남학생은 이 세계에서 자기 권리에 대해서는 문제 삼지 않았다. 여기에는 경제적 이해관계만 작용하는 것이 아니다. 억압자들에게 보장하는 이익 중에는 그들 가운데 가장 비천한자도 자기를 *우월하게* 느낀다는 것이 있다. 미국 남부의 한 가난한 백인은 자신이 ‘더러운 검둥이’는 아니라는 사실에 위안을 받는다. 가장 부유한 백인들은 이런 오만함을 교묘하게 이용한다. *그와 마찬가지로 남자들 가운데 가장 보잘것없는 자가 여자들 앞에서 반신半神처럼 행동한다.*
😞 끄덕 끄덕 - P37

*남자가 여자에게 협조적이고 호의적인 태도를 가질 때, 그는 추상적인 평등의 원리를 내세우고 그가 확인하는 구체적인 불평등을 문제 삼지 않는다. 그러나 여자와 갈등 국면에 들어서면 상황은 역전된다*. 그는 구체적인 불평등을 내세우고 추상적인 평등을 부인하기 위해 그것을 구실로 삼기까지 할 것이다.
(각주) 예를 들어 남자는 아내가 직업이 없다고 해서 가치가 떨어지는 게 아니라고 생각하고, 가정의 임무 역시 고귀하다고 선언한다. 하지만 일단 말다툼이 일어나면 "너는 나 없으면 굶어죽을 거야"라고 소리친다.
😞 남편, 그 이름 모순이여라. - P39

이런 역사를 전체적으로 일별해보면 거기서 몇 가지 결론을 볼 수 있다. 첫째, *여성의 모든 역사가 남성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미국에 흑인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백인 문제가 있는 것처럼, "반유대주의가 유대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문제인 것처럼" 여성의 문제는 언제나 남성의 문제였다.
😞 여자여, 이제 우리는 우리의 역사를 우리의 문제를 만들자!! 더 사고쳐!!! - P210

이 모든 신화 가운데 여성의 ‘신비’라는 신화보다 남자의 가슴에 더 깊이 뿌리박고 있는 신화는 없다. 이 신화는 많은 이점을 가지고 있다. 우선, 설명될 수 없는 것처럼 보이는 모든 것을 비용을 들이지 않고서 설명할 수 있게 해 준다. 여자를 ‘이해하지’ 못하는 남자는 자기의 무능력을 객관적 저항으로 대치시킨다. 그는 자신의 무지를 받아들이는 대신에 자기 밖에 있는 신비의 존재를 인정한다. 이것이야말로 나태와 허영심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알리바이다. 여자에게 반한 남자는 이렇게 해서 수많은 실망에서 벗어나게 된다. 즉, 사랑하는 여자의 행동이 변덕스럽거나 말이 어리석거나 하면 신비라는 것이 구실이 된다.
😞 스티븐 호킹 아재 왈 : 우주는 알아도 여자는 모르겠다. 당신 어쩌면 나태했던 거 아닐까? - P372

남자는 여자의 위선을 비난하지만 그렇게 끈질기게 속아 넘어가려면 자기 만족이 강해야 한다. 여자가 부도덕할 수 밖에 없는 것은 도덕이 그녀에게 비인간적인 본질, 즉 강인한 여성, 경탄할 만한 어머니, 정숙한 아내 등을 구현하기 때문이다. 여자가 지시 없이 생각하고 꿈꾸고 잠자고 욕망하고 숨을 쉬면, 그 즉시 남자의 이상을 배반하는 것이 된다.
😞 도덕이 너무 부도덕해. - P662

오직 노동만이 여자에게 구체적 자유를 보장해 줄 수 있다. 여자가 기생하는 존재가 되는 것을 멈추는 즉시, 여자의 종속을 토대로 세워진 체계는 붕괴한다. 여자와 세계 사이에 더는 남자의 매개가 필요하지 않다.
😞 (가사노동을 기생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논외로 치고) 반세기 뒤의 여자들은 남자들이 세계에서 하는 노동을 모두 할 수 있게 되었다. 헌데 남자들은 뭐했나? 이 곤란은 체계의 붕괴 중이라는 신호로 생각하라. - P927

결혼했거나 혹은 편안하게 부양받는 여자 친구를 보면 홀로 성공을 확보해야 하는 여자는 유혹을 받는다. 그녀에게는 자기가 임의로 가장 어려운 길을 도맡은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장애물을 만날 때마다 다른 길을 선택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고 자문한다. *"내가 모든 것을 내 머리에서 짜내야만 한다고 생각할 때면 말이에요 정말!"* 가난한 어린 여학생은 분연히 나에게 그런 말을 하였다. 남자는 절박한 필요성에 복종한다. *여자는 부단히 자기 자의 결심을 새롭게 일신해야만 한다.* 그녀는 자기 앞에 하나의 목표를 곧게 세우고 전진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주위를 두리번거리면서 앞으로 나아간다. 그래서그녀의 걸음걸이는 소심하고 불확실하다.
😞 나는 이 문단이 정말 와닿았다. 나의 불안과 불확실이 그런 마음 때문들은 아니었는 지 스스로에게 많이 묻고 있다. 이미 감당하고 있는데도 가끔 그것이 무겁게 느껴질 때. - P947

위대한 일을 하기 위해서 오늘날의 여자에게 없는 것은 무엇보다도 자기를 잊는 것이다. 그러나 자기를 잊으려면 우선 지금부터라도 자기를 발견했다는 것을 단단히 확신하는 것이 필요하다.
😞 명심. 심장에 새김. 나를 잊자. 나를 발견하자. - P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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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티나무 2021-09-28 14:3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우리는 여자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여자가 ‘되는’ 것이다. !!!!!
작은따옴표는 지가 추가했습니다요.ㅎㅎㅎ
어 근데 이거 비댓으로 해야 되는 거죠? 급 바꿈요 ㅠㅠ
(댓글 보고 또 수정..ㅎㅎ 근데 이거 저만… 또르르…)

공쟝쟝 2021-09-28 08:25   좋아요 3 | URL
딩동댕 딩동댕 비댓 안하셔도 돼요!! 어서 해제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소정의 상품 커피쿠폰 할랬는데!!!!!!!! 난티님 한국 아니죠…😱😱😱😱 어떡하지??

난티나무 2021-09-28 14:35   좋아요 2 | URL
저 진짜 소정의 상품 욕심낸 거 아닌데용 근데 다 아실 텐데 아무도 댓글로 안 다셨… 아 나는 욕심쟁이인가? ㅋㅋㅋㅋㅋ
커피 마신 걸로 할게요!!!!! 맛나당~~~~^^☕️☕️☕️☕️☕️

공쟝쟝 2021-09-29 11:09   좋아요 0 | URL
소정의 상품 보내드렸습니다. 잘 음미(?)하시기를 ㅋㅋ
여자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라는 번역이 난티님이 주신 문장으로 바뀐 것이 이번 번역의 의의이기도 한것 같아요. 하지만 개인적으로 저는 만들어진다는 말이 좀더 직관적이긴 한 것 같아요! 번역 관련한 이야기들을 나중에 함께 해봐도 좋을 것 같아서 (취한 허세쟝이) 퀴즈로 낸 모양인데, ㅋㅋㅋㅋ 그건 10월에 함께 읽어가면서 해도 좋을 것 같아요! 관련 기사 링크 가져와봅니다. 클릭되나?ㅋㅋㅋ
https://www.hani.co.kr/arti/society/women/1011772.html

난티나무 2021-09-29 15:10   좋아요 1 | URL
폰에서 링크는 클릭 안 되지만 아마 제가 본 기사인 것 같아요.^^
저도 을유 문장 번역보다 만들어진다,가 더 와닿는다고 느꼈어요. ^^

난티나무 2021-09-29 15:33   좋아요 1 | URL
아니!!!! 메일을 이제 확인했어요! 이거 너무 거한 소정의 상품 아니에요??@@ (공쟝쟝님의 취기에 박수를!!!! 😅) 감사합니다! 지리적 여건상 진짜로 상품 욕심 없거든요… 이하 긴 말 생략.^^;;; 아이참, 마음에 쏙 든다고 전해달래요.ㅎㅎㅎ

난티나무 2021-09-28 03:4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공쟝쟝님 덕분에 2권 시작 전인 저는 기대 가득입니다. 왠지 2권이 더 좋을 것 같았어요.^^

공쟝쟝 2021-09-28 08:30   좋아요 3 | URL
뼈 붙잡고 읽으셔야해요. 잔인하고 불편한 팩폭이 계속 됩니다. 그래도 좋아요. 저는 처음 읽을 때 거의 울 것 같은 기분이었던 것 같아요. 이번에는 투쟁의지로 불타올랐지만 ㅋㅋㅋㅋ

다락방 2021-09-28 07:36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심지어 온라인 서평 두 군데 이상이라고요? 을유 진짜 너무하네 이 두꺼운 책 그토록 빨리 읽으라고 하고 못하면 반납하고 서평도 두 군데 이상이고… -.-
그치만 쟝님이 즐겁게 읽는 것 같으니 내가 용서한다..(누구 맘대로?)

공쟝쟝 2021-09-28 08:35   좋아요 2 | URL
책 먹튀하는 사람들이 많았나보다.. 라고 생각하고 원래 이런 책은 밀도 높여 한번에 파바바바자자바바바바바바바바박 읽어버려야 읽을 수 있다는 것을 안 처사(?)이겠지만 ㅋㅋㅋㅋ 제가 반백수이기에 가능한 두께이긴 해요 ㅋㅋ 직장인이었음 꿈도 못꿔 ㅋㅋㅋㅋ 암튼 여러분 읽다 포기하지 말고 2권 먼저봐요 ㅋㅋㅋㅋㅋㅋㅋ 을유문화사 새책기준 389페이지 부터~~2권~~~~~~~

유부만두 2021-09-28 08:2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공장쟝님 독서기록은 쓴데 맛있다, 뜨거운데 시원하다, 아픈데 쾌락이 느껴진다(????)는 기분이 들어요. 그래서 저도 막 이 책을 사서 읽고싶어집니다. 이건 뭐죠?

공쟝쟝 2021-09-28 08:37   좋아요 3 | URL
인생 단짠 아는 여자의 영업 성공. 혹은 유부만두님 어릴때 부터 상처에 얹은 딱지뜯던 버릇이 있었건 건 아니신지?ㅋㅋㅋㅋ 아는 사람만 아는 쾌감?ㅋㅋ

다락방 2021-09-28 08:39   좋아요 4 | URL
유부만두 님, 10월에 사서 같이 읽어보시죠! 함께해요!! >.<

유부만두 2021-09-29 12:33   좋아요 1 | URL
딱지… 무릎 딱지…
아, 얼마전 읽은 <버터>에는 딱지 떼서 맛보는 애도 나옵니다;;;

유부만두 2021-09-29 12:34   좋아요 1 | URL
다락방님, 저야말로 책사고 먹튀(??? 이건 아닌 거 같지만) 할거 같아요. 음청 두껍고 어렵고 전 게다가 전과가 있어요 ㅠ ㅠ

syo 2021-09-28 08:3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고생했다...... 그냥 글 전체에서 고생이 느껴져요 ㅋㅋㅋ 즐거운데 고생한...

공쟝쟝 2021-09-28 08:46   좋아요 3 | URL
이 심심치 않은 위로를 받아들이노라 ㅋㅋㅋㅋㅋㅋㅋㅋ 좀 쉬고 놀려고 하면 사람들이 제2의 성 안읽냐고 계속 구박함 ㅋㅋㅋㅋ

붕붕툐툐 2021-09-28 09:0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아~ 진짜 쟝쟝님(허세쟝) 포함, 너무 멋지세용! 제가 고민하고 있던 바로 그 지점을 짚어주셨네용! 이건 꼭 읽어야해! 영업 1명 성공!!!

공쟝쟝 2021-09-28 09:09   좋아요 3 | URL
다음달 여성주의 같이 읽기 도서랍니다. 소신 먼저가 있겠나이다! 같이 읽어요!!! 그럼 더 재밌을 거야. 툐툐님도 보봐르 가 안내하는 사랑없는 세상에서 우리 함께 철학이나 땡깁시다 ㅋㅋㅋㅋㅋㅋㅋ (뭐래는 곀ㅋㅋㅋㅋㅋ)

2021-09-28 09: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9-28 09: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9-28 09: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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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28 09:2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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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28 09:2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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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28 09:3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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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1-09-28 09:1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공장쟝님 리뷰 읽으니 대학때보다 쉽게 읽겠네요.

공쟝쟝 2021-09-28 09:24   좋아요 3 | URL
도전하시는 것이옵니까 😌 아 뿌듯하여라 😙

그레이스 2021-09-28 17:33   좋아요 1 | URL
제2의 성 찾다가 기절하겠습니다.
ㅠㅠ ㅋㅋ

공쟝쟝 2021-09-29 11:10   좋아요 1 | URL
대체 어디에 꽂아놓으신 겁니까. 그레이스님도 알고 보면 뒤메질러...?

수이 2021-09-28 11:4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런 깊은 통찰을 하는 친구를 두다니 감격스럽습니다. 퍼갑니다. 술독에서 빠져나와 어구어구 커피를 퍼마시며 잘 읽었습니다. 2권 아직 읽지 못한 1인은 (작년 겨울에 중도포기한 씁쓸한 기억이......)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곧 2권을 펼치도록 하겠습니다.

공쟝쟝 2021-09-29 10:53   좋아요 0 | URL
드루와 드루와 2권 드루와 커몬커몬 (겁나 적극적)

잠자냥 2021-09-28 14:3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얼 어머 어떡해 우리 둘째 뒷태 사진 준비해야 하능가… *주섬주섬*

공쟝쟝 2021-09-29 10:54   좋아요 1 | URL
!둘째의 뒷태 사진! 나의 숨은 전리품 ! 오늘 저녁에는 다 읽을 것 같아요. 승리의 만세를 부를 테니 사진 딱 챙겨놓으시오! (그나저나 잠자냥님의 댓글 덕분에 읽은 것 같긴 해요...)

단발머리 2021-09-28 15:5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너무 좋아요!! 예전부터 팬입니다^^
진즉부터 쟝쟝님을 알아본 나의 감식안에 마구마구 칭찬을 퍼부으며 이런 알짜 리뷰를 선물받은 을유도 뭔가 내놓아야할 듯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을유야 을유야 뭔가 내놓아라 내놓지 않으면 구워먹으리!

공쟝쟝 2021-09-29 10:57   좋아요 0 | URL
아니요... 을유여 받지 않으리.... 이거 한권으로 충분했다... 충분했어.. sns도 공개로 돌렸고 yes24 아니면 교보 아니면 무튼 다른 서점 아이디도 파러 가야해... (다크써클)

모호 2021-09-28 17:5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아.. 공쟝쟝님 글이 너무 재밌어요 ㅜㅜㅋㅋㅋ 보부아르 만큼이나 통렬한 솔직함으로 하는 자기얘기를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 방법이 없으니까요 😇
스스로의 경험이 떠올라 괴롭게 하는 책드링 있죠ㅜㅜ 한창 페미니즘 공부 할 때 틈틈히 읽다 말다 했던 책인데, (저는 스스로의 남성 선망을 고백하는 부분을 제일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있네요) 공쟝쟝님 리뷰 보고 다시 도전해봐야 겠어오 >.<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공쟝쟝 2021-09-29 11:01   좋아요 1 | URL
모호님 안녕하세요. 통렬한 솔직함은 술을 부르죠 (꼴꼴꼴~) 제2의 성은 정말인지 그런 책이예요. 괴로워서 몸 배배꼬이는 책.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 재도전의 의사를 밝혀주셨으니 저도 영업멘트 여성주의 책읽기를 3년째(벌써) 하고 있어요(ㅋㅋㅋ) 모처럼 제2의 성 재번역 출간 소식에 다음달 도서이기도 하니, 함께 읽으며 경험, 감상 함께 나누면 좋겠습니다! 관련 공지는 제 이웃 다락방님의 서재에서 링크는 이곳 https://blog.aladin.co.kr/fallen77 (남의 서재 홍보하고 유유히 사라진다)

모호 2021-10-07 01:40   좋아요 1 | URL
헉 저도 함께해도 될까요 🥰 안그래도 책읽기 모임에 고팠는데, 당장 가입하겠어요 영업 감사합니다 🙆‍♂️

공쟝쟝 2021-10-07 16:20   좋아요 1 | URL
어서 오소서🤭 함께 읽으며 무럭무럭 자라자요 🥰

독서괭 2021-09-28 17:4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을유문화사 담당자님께- 공쟝쟝님의 이 페이퍼로 저는 10월 첫 주문에 <제2의성>을 넣겠다 다짐하였음을 말씀드리고 북플베스트에 <제2의성>이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는 데에는 공쟝쟝님의 역할이 지대했다고 사료되오며 이렇게 무식하게 두꺼운 고전을 일반독자에게 판매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생각했을 때 설령 (그럴 일은 없겠지만) 쟝쟝님이 남은 100페이지를 읽지 못하는 불상사가 일어난다 하더라도 책 반납 조치는 부당한 처사일 것임을 아뢰옵니다 (..??)
쟝쟝님 이글 너무 좋타 ㅜㅜ

공쟝쟝 2021-09-29 11:02   좋아요 1 | URL
독서괭님이 이렇게 을유에게 읍소하였지만, 훗. 남은 백페이지 오늘 읽을 거라구요 읽는다? 나 읽는다구! 읽을 거다!!!!!!!!!!!! 반납 안할거야!!!!!!!!!!!!!! 반납해도 이제 을유는 못써 이미 책이 아주 너덜너덜해!!!

scott 2021-09-28 17:5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을유는 공장쟝님의 이런 노고를 알고
앞으로 출간 되는 신간! 은 무조건
장쟝님에게 !!
줘라!(*•̀ᴗ•́*)و ̑̑

공쟝쟝 2021-09-29 11:07   좋아요 0 | URL
줘라줘라줘라........(잠깐)....... 아니야 (절레절레)....... 기한내 다 안읽으면 반납하고(심지어 택배비 본인부담), 여기저기요기조기 올려야하고, 절레절레 안받아. 공짜의 댓가가 너무커. 저 읽을거 많아요. 하지만 <제2의 성>과 행복했어요. 믿어주세요. <아주 편안한 죽음>은 주시면 받을게요. ㅋㅋㅋㅋ네? 을유 관계자님?ㅋㅋㅋ

2023-01-15 11: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1-15 11: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젠더 트러블 - 페미니즘과 정체성의 전복
주디스 버틀러 지음, 조현준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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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꼬박을 젠더트러과 끙끙 싸운 느낌이 든다. 페이퍼 두세편을 쓰긴 했지만, 정리하는 차원에서 뭔가 좀 적어 볼까 했는 데, 역시 잘 모르겠다. 그러나 읽지 않았다면 몰랐을 것들이 더 많다. 이를테면 그의 ‘수행성 이론’의 경우 360페이지 가량 되는 이 책에서 고작 30페이지 정도를 할애하고 있었다는 것. 그가 해체해버린 정체성의 뒤에 따라붙는 한마디 “(363)정체성의 해체가 곧 정치성의 해체는 아니다” 흥미로웠던 ‘우울증적 이성애’와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몸’.

생각보다 더 심오했던 모니크 위티그의 이론과 (아, 그녀의 책을 다시 한번 읽어야겠다) 제대로 도전해보고 싶어진 이리가레(읽기 전에 프랑스 현대 철학 공부해야할 듯), 과거에 포기했었으나 좀 돌아돌아 관심 생긴 헤겔과 니체는 이 책 덕분에 제대로 알고 싶어졌다.

[아래부터는 나중에 <젠더 트러블>을 다시 읽기 위해 적어두고 가야할 지금의 느낌인데 완전 버틀러 오독일 수 있으니 뇌피셜주의]

<젠더 트러블>을 읽으면서 나는 주디스 버틀러가 젠더-정체성을 해체한다기 보다는 ‘주체(혹은 본질의 형이상학)’ 자체를 끊임없이 해체하려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거의 폭력적으로 느껴질 정도?) 정체성의 전제가 되니까 ‘본질’을 없앨 요구도 있었겠지만, 애초에 ‘본질(의 형이상학)’을 없애기 위해 <젠더 트러블>을 쓴 건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은연 중에라도 본질 운운하는 냄새가 나면 이잡듯 뒤져서 심문하고 소독까지 칙칙하는 느낌적인 느낌…

그는 우리가 ‘주체’라는 것을 명명하며 떠올릴 때 멈춰있고 정지되어있는 어떤 형이상학적인 무언가를 (가면 뒤에 있는 수행자로 여겨지는/ 그러나 버틀러가 없다고 한) 갖가지 방법을 통해 지우고 있었다. 그것이 마치 버틀러 본연의 철학적 사명이라도 되는 것 처럼 느껴졌달까? 하지만 버틀러가 아르의 글에서 가져온 니체 해설 처럼 그건 주어/술어 라는 문법적 공식에 이미 내장되어 있는 거라서 언어를 사용하는 순간 안 떠올릴 수가 없고… (아, 그래서 명확하지 않은 문체로 그걸 부수려 노력한 건가…)

버틀러 이론의 많은 부분이 헤겔에게서 영향을 받았다고 <주디스 버틀러의 철학과 우울>(정작 제목은 프로이트의 우울에서 따왔네?ㅋㅋㅋ)에서 알려줬다. 그의 첫 논문 <욕망의 주체들>은 20세기 프랑스 철학자들에게 나타난 헤겔적 주체와 재구성을 분석/비판한 것이다. <철학과 우울>에 따르면 버틀러의 주체는 헤겔적 주체이긴 하나 미리 존재하는(pre-existing) 형이상학적 여행가가 아니라 *수행하는 행위(acts)들에 의해 담론 안에서 구성되는 ‘과정-중의-주체’*라고 한다. 이 역시 헤겔의 변증법은 가져오되 주체의 본질주의적인 부분을 제거한 듯 보인다. 시작도 본질을 없애버려서 없고 결말도 열린 결말인 그 ‘과정-중의-주체’를 그대로 ‘젠더’에 옮겨 ‘과정-중의-젠더’로 만들어 놓은 것이 <젠더 트러블>이라는 생각이다. 푸코와 크리스테바(권력/육체), 게일루빈과 정신분석학(여성거래/우울증), 데리다와 알튀세 (수행성/호명)등등 유명한 사람들 이론 다 불러와서 ‘섹스-젠더’(“(99)섹스는 지금까지 줄곧 젠더였다”)에 남아있는 본질주의적 ‘끼’를 싹다 빼버리려 한 책. (이래도 안빼? 이래도??? 거봐- 안정적인/본질적인 정체성은 없어! 모두 구성될 뿐!!)

우리가 수월히 생각하기 위해 편의상 가져다 쓴 ‘본질’이라는 개념이 우리 스스로를 해쳐온 것은 아닌가 처음으로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었고, 막연히 가지고 있었던 ‘해체주의’에 대한 편견은 다소 완화되었다. 언젠가… 아주 먼 훗날, 이 모든 것들을 다시 읽게 되었을 때, 그때도 내 어렴풋한 이해가 큰 의미에서는 틀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정말 너무 어려웠어…) 생생히 감각하고 있고 느껴지고 있는 내 몸을 담론(?)에 위치시켜 버리는 것 같은 기분은 여전히 미심쩍지만 버틀러의 업적은 인정해야할 것 같다.

페미니즘이 버틀러 덕에(?) 해체된 정체성으로 어떻게 효과적인 정치적 투쟁을 벌일 수 있을지는 잘 그려지지 않는다. 궁극적으로는 이 방향이 맞다고 해도 현실에서는 주체/젠더/섹스에 대해 본질주의적으로 사고하지 않기란 매우 어려우니까. 가부장제와 성차별, 여성혐오의 현실을 드러내는 발화들만으로도 페미광신도집단이 되는 마당에 어떤 수행적 실천으로 젠더 이분법/이성애 중심주의를 해체해야하는 것인지 역시 감조차 오지 않지만… ‘설치고 말하고 생각하는 여자’로 하는 반복적 수행을 통해 여성의 범주를 넓히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며 나 자신을 잘 살아가 보는 것으로. 😤

덧, 펜트레이를 샀더니 <수전손택의 말>이 딸려왔는 데ㅋㅋ 펜트레이가 너무 이뻐서 연출샷. 뭐라고 새겨져있냐면 “마음이 따라오지 않으면 아무리 해도 재미없거든” 가운데는 버틀러 공부한 노트다. 살면서 이렇게 댓가 없는 공부를 열심히 해본거 처음이었다. 오랜만에 한 공부(페미니즘 공부라기 보단 철학공부였음) 사실 재밌었다. 마음이 따라왔다. 다음 주면 백수도 끝난다. 돈 벌면서도 공부를 멈추지 않는 스웩을 지닌 여성이 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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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1-08-05 08:53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철학자 공자쟝쟝~ ㅋㅋ 제가 나중에 이 책을 읽게 되면 해제는 쟝쟝님 표로 다시 읽겠삼? 벌써 백수 탈출?! 화이팅!

공쟝쟝 2021-08-05 09:03   좋아요 5 | URL
백수탈출이 아니라 실업급여 끝나는 날…🤑 반백수 되는 날 ㅋㅋㅋ 인 건데 ㅋㅋㅋ 그냥 탈출했다고 주문으로다가 ㅋㅋㅋ

독서괭 2021-08-05 10:2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스웩 기대합니다~~!!

공쟝쟝 2021-08-06 10:10   좋아요 0 | URL
공부도 일도 잘하려면 💪💪여자는 체력!!!🏃🏽‍♀️🏃🏽‍♀️

그레이스 2021-08-05 10: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

공쟝쟝 2021-08-06 10:10   좋아요 0 | URL
🥰☺️🥰

syo 2021-08-05 11:2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학자 다 됐어?! 🤩

공쟝쟝 2021-08-06 10:11   좋아요 1 | URL
더덕단 만 2년 가까이에 이제 공쟝쟝에서 학쟈쟝으로…

mini74 2021-08-05 16: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와 정갈한 공책 필기가 눈에 들어옵니다. 대단하세요 *^^*

공쟝쟝 2021-08-06 11:02   좋아요 1 | URL
버틀러 한번 읽어보겠다고!! 모눈종이 연습장을 한권 샀읍니다! 저 어릴땐 줄노트 밖에 없었는 데, 요거 공부하고 싶은 노트더라고요?

얄라알라 2021-08-05 20: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부적 효과가 날 것 같은 트레이 문구! ˝마음이 따라오지 않으면 아무리 해도 재미없거든.˝
어린이에게나 어른에게나, 누구에게나 그 말 맞는 것 같아요. 공쟝쟝님께서도 언어의 늪에서 또 그 언어를 무기로 해체하는 작업의 저 깊은 데까지 이르신 게 재미 없으셨다면 못하셨을 듯.

북플 친구분들 글에서 항상 배우지만, 이 페이퍼는 특히나 제게 정갈한 9첩 반상처럼 느껴져요

공쟝쟝 2021-08-06 10:21   좋아요 1 | URL
가끔은 무용한 무언가를 한번 해보겠다고 덤빌필요가 있나봐요. 제게 버틀러는 2년치 페미니즘 공부를 확인받는 마음의 독서였고, 2년 동안 배운 것은 이해의 여부와 상관없이 거북해도 끝까지 눈 기울여읽는 방법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9첩반상이라니 😭 한 달의 고생이 보람차지옵니다.

에로이카 2021-08-06 02: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공쟝쟝님, 안녕하세요? 버틀러에 대해 갖고 있던 저의 시큰둥함 또는 목에 걸림이 좀 내려간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

공쟝쟝 2021-08-06 10:28   좋아요 2 | URL
푸코 읽는 에로이카님(ㅋㅋ) 안녕하세요? 저도 읽기전엔 시큰둥 축에 속했던 것 같은데, 읽고나니 지금의 현실에도 누구보다 많은 정치활동을 한다는 버틀러의 이야기에 대해서도 궁금해졌습니당 ㅎㅎ
 

슬픔은 상실에 대한 감정의 정당한 반응이다. 슬픈 기분이 들때, 내가 무엇을 잃어버렸는지 돌아보는 일기를 쓴다. 찾아질 때도 있고, 못 찾기도 한다. 그것들과 내가 헤어졌구나, 그 시간과 내가 이별하는 중이구나, 인식하게 되면 슬픔이 황당하지 않다. 대상에 쏟았던 마음(리비도)을 다시 거둬들이는 시간을 가져야한다. 이별에 따르는 시원섭섭함과 분노, 안타까움 등 다채로운 감정이 섞인 슬픔을 공들여 느낀다. 주춤했던 일상이 다시 돌아오고, 또 힘내어 하루를 산다. 일련의 과정을 프로이트는 ‘애도’라고 했다.

슬픔의 원인을 찾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조금 곤란하지만 슬픈대로 내버려둔다. 많이 자고, 웅크려있는다. 슬픔도 몸의 반응이니까. 몸은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것들을 떠나보내는 중 일 것이다. 그 부분에서 만큼은 머리보다 몸이 똑똑할 때가 많다.

사실, 진짜로 곤란한 것은 이별에도 슬픔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고, 잃어버렸다는 것 자체를 깨끗하게 잃어버린 경우다. 의식화되지 않은 상실. 강하게 부정당한 이별. 중요하지 않아서 잊은 것이 아니라, 너무 너무 중요해서 억압한 것이다. 상실 자체를 인정하지 않거나 인정한들 떠나보내지 못하는 것을 ‘우울’이라고 한다. 뒤에 ‘증’을 붙여 병리적 현상으로 다루기도 하지만 내 생각엔 우울 역시 감정의 정당한 반응이다. 어떻게 모든 것을 의식의 영역으로 다루나. 세상에는 알 수 없는 것이 부지기수 듯 나 자신도 알 수 없다.

애도되지 않은 상실은 당신의 무의식에 남아 어떻게든 삶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좋은 영향일지 나쁜 영향일지는 살아봐야 안다. 삶이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다고 느끼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무의식이 잠궈둔 상처를 의식화하는 방법도 있다. 이 방법의 주의사항은 삶이 ‘다시’ 제대로 굴러가게 만들어주지 않으며, 삶의 방향 자체를 틀어버리기도 한다는 거다. 그러니 그냥 사는 것도 괜찮다. 상실을 거부한 채 무의식에 깊이 보관해 두는 것은 또 다른 방법이다. 아니, 모두가 그렇게 산다. 어떤 삶의 방향이든 살아보지 않고서는 모르는 거니까. 무의식이 의식화되지 않았다고 두려워 떨 필요는 없다. 어쨌든 우리의 무의식엔 의식으로 올라오면 안되는 것들이 몰래 살고 있다. 치명적인 이별, 너무 아픈 상처들, 일상이 불가능할 만큼 중요한 것, 감춰둔 공격성, 금지된 욕망 등등.



“(178) 우울증 환자들은 자기증오의 형태로 상실을 드러내는데, 프로이트는 바로 이 지점에서 중요한 구분을 시도한다. ‘애도에서 무의미하고 빈곤해지는 것은 세계인 반면, 우울증의 경우에는 자아 그 자신이다.’ 마치 자아의 일부가, 그것이 애착을 가졌던 대상과 함께 죽어 버린 것처럼 그 상실이 자아에게 떠넘겨지게 되는 것이다. (…) 프로이트는 식인 묘사에 등장할 만한 용어를 사용하여 우울증 환자가 대상을 다시 소생시키는 과정을 묘사하기도 한다. 대상의 상실에 뒤따르는 극단적인 동일시는 ‘내사內射・introjection’ 라고 하는데, 이는 자아가 은유적으로 상실된 대상을 먹어 자신 속으로 집어넣음으로써 자아 자신이 상실된 대상이 되어버리는 것을 가리킨다.” - <지그문트프로이트 컴플렉스>, 파멜라 트루슈웰


너무도 소중한 대상의 상실에 뒤따르는 대상에 대한 극단적인 동일시(우울증). 이별을 인정하느니 차라리 그것을 내 안에 넣고 나 자신의 일부로 여기며 살겠다는 인간 심리의 기묘한 역동. 버틀러는 프로이트의 이 이론을 젠더에 가져와 푸코의 방식으로 전유한다. 결론 먼저 말하면, 욕망이 먼저 생긴 것이 아니다. 욕망은 금지의 효과다. 인과론을 뒤집으면서 그녀는 프로이트의 (논란 많은) 오이디푸스 이론을 비틀어 버리는 듯 다. 정신분석학이 오이디푸스 이론으로 효과적으로 금기하는 무의식은 근친애가 아니라 동성애다.

이른바 *‘우울증적 젠더 정체성/우울증적 이성애’*다. 

 
“(206) 동일시는 대상관계를 대체하는 상실의 결과이기 때문에, 젠더 동일시는 금지된 대상의 성이 하나의 금지로서 내면화되는 일종의 우울증이다. 이러한 금지는 분명하게 젠더화된 정체성과 이성애적 욕망의 법을 허가하고 또 규정한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해결은 근친상간의 금기를 통해, 또 하나 그 이전에 동성애에 대한 금기를 통해 젠더 정체성에 영향을 미친다.” - <젠더 트러블>, 주디스 버틀러


아이의 최초 욕망은 부모를 향한다. 프로이트에 의하면 유아는 ‘근친상간 금기’ 때문에 부모를 향한 욕망을 포기해야한다. 금기에 대한 상실의 반응으로 동일시가 이루어진다. 상실한 대상을 자신에게 옮겨놓고 간직하는 우울증 환자처럼 아이는 처음 욕망한 부모를 동일시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왜 아이는 부모 둘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하는가? 프로이트는 이 대답을 선천적인 ‘성향(disposition 혹은 기질이라고 번역)’이라는 본질주의적인 용어로 비껴간다.

버틀러는 다음과 같이 이것을 심문한다. “(207) ‘disposition’은 심리의 근원적인 성적 사실이 아니라, 에고 이상의 공모와 가치 전환의 행위 및 문화가 부과한, *법으로부터 생산된 효과*이다.” “(210) 결과적으로 법은 억압적인 기능을 행사하기보다는 스스로 자기 확장 전략을 합리화하기 위해서 억압된 욕망을 착상해낸 것이다.” 즉, 유아의 최초 성향(disposition)은 금지의 ‘효과’로서 생겨난 것이다.

무엇을 금지했는가. 이성애적 근친상간 금기 전에 동성애 금기가 있었다는 것이 버틀러의 주장이다. 의식된 상실(근친상간 금기)은 슬퍼할 수 있지만, 의식조차 되지 않은 상실(동성애 금기)은 ‘우울증적 동일시’로 나타난다. 전 사회의 무의식적 동성애 금기로 인해 내가 금지당한 동성애적 욕망은 의식조차 되지 않은 채 내사(introjection)되어 나의 젠더/섹스로 자리매김하게 되는 것이다.

나는 이 ‘우울증적 동일시’가 무척 아름답게 느껴졌다. 사실 더 아름다운 것은 우울증적 동일시가 발생하는 ‘기입(incorporation)’에 관한 설명인 데, 문학동네 <젠더 트러블>의 조현준 역자님은 ‘incorporation’을 ‘합체’로 번역(ㅠ_ㅠ무슨 로보트 합체가 떠오른다. 사라살리의 버틀러 해설 번역은 기입으로 되어있다)하셔서 정작 본 책에서의 아름다움은 그 글맛이 잘 느껴지지 않았다. ‘기입’은 *우울증적 동일시가 우리의 육체의 표면에 보관된다는 뜻*인데, 프로이트의 용어는 아니고 정신분석학자 에이브러햄과 토록의 개념을 버틀러가 가져온 것이다. <젠더트러블>을 인용하되 ‘합체’를 ‘기입’으로 바꿔서 써보겠다. 

“(214) 우울증을 통해 유지되는 동일시가 ‘기입’된 것이라면 이런 질문을 던질 수 있다. 기입되는 공간은 어디에있는가? 문자 그대로 몸 안이 아니라면 아마도 그것은 몸 위에 있을 것이다. 몸 자체가 반드시 하나의 기입공간으로서 이해되어야 하는, 그 표면적 의미와 몸 위에 말이다.” - <젠더트러블>, 주디스 버틀러

우울증은 내 몸에 ‘기입’된다. 꼭 젠더 정체성에 해당하는 내용이 아니더라도, 논리 자체가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이었다. 내가 사랑하는 것. 그러나 내가 잃어버린 것. 너무도 사랑해서 도저히 잃어버렸다고 인정할 수가 없는 것. 또는 애도 할 기회조차 박탈 당한채로 무의식 깊숙히 남겨진 그것들은 ‘암호화’되어 나의 몸에새겨 넣어진다(기입). 

사랑했지만 잃어버린 것들이 내 ‘몸’과 내 ‘정체성’을 구성한다는 버틀러의 시각은 나 자신을 들여다 보게 한다. 받아들일 수 없었던 헤어짐. 때로는 거부했던 상실의 경험들. 도저히 잃고 싶지 않았던 사랑의 흔적들은 (프로이트식으로) 내 자아가 와구와구 다 먹어버려서 그것은 내 몸이 되어있다. 그 모든 우울증적 동일시의 흔적들이 곧 ‘나’ 였던 거구나… 일상을 살면서 마주했던 그 동안의 분열들이 조금은 수월하게 인정되고, 슬픔의 총체와도 같은 나 자신이 보인다. 자아를 잘 보듬어 안아 달래주고 싶다. 잃어버린 지난 사랑들을 여기 듯 내 몸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싶다. 

읽으면서 아름답다고 느꼈던 사라 살리의 책 <주디스 버틀러의 철학과 우울>을 가져온다. 물론 아래 글들도 <젠더 트러블>을 인용한 것이다. 다른 맛의 번역이 느껴진다. 버틀러의 ‘우울증적 젠더’를 조금은 더 수월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104) 버틀러는 ‘젠더 정체성을 우울증적 구조로 보면, 동일시를 완성하는 수단으로 “기입”을 선택하는 것을 이해할 수있다’라고 말한다. ‘젠더 정체성은 상실을 거부하는 행위, 곧 잃어버린 대상 그 자체를 육체에 암호화하는 행위를 통해 완성될 것이다. … 기입은 말 그대로 상실을 육체 ‘위에’ 혹은 ‘안에’해석해 놓은 것이다. 따라서 그것은 육체라는 실체로 드러나게 되는데, 즉 육체가 “섹스”를 말 그대로 간직하게 된다는 의미이다.’ 반드시 포기해야만 하는 대상 리비도 집중의 저장소가 에고만은 아니다. 육체자체도 일종의 ‘무덤’(인용부호로 표시한 것에 주목하라.)이다. 그러나 상실된 욕망들은 결코 그 안에 묻히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것들은 육체의 표면에 보존되어 우리의 섹스와 젠더 정체성을 구성하기 때문이다. ”

“(105) *모든 고정된 젠더 정체성은 ‘우울증적’이다. 그것은 육체 위에 씌어진 최초의 금지된 욕망 위에 세워져있다.* 또한 버틀러가 단언하듯 젠더의 이 견고한 경계들은 타고난, 거부된, 미해결된 사랑의 상실을 감추고 있다. 우울증적 젠더로 고통(이것이 적합한단어라면)을 겪고 있는 사람들은(버틀러는 우울증적 이성애를 ‘증후’라고 부르는데 이는 거기에 병리학적 요소가 있음을 암시한다) 이성애자들만이 아니다. 버틀러는 ‘도저히 존재할 법하지 않은 이성애자를 향한 동성애자의 욕망’은 우울증적으로 자신에게 기입되고 이렇게 그/그녀의 이성애적 욕망이 유지된다는데 동의한다. 그러나 버틀러는 우리의 문화가 동성애처럼 이성애를 거부하지는 않으므로, 이성애적 우울증과 동성애적 우울증은 실제 동등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 <주디스 버틀러의 철학과 우울>, 사라 살리


이것은 짚고가자. 버틀러에게 ‘젠더’가 구성된 것이듯 ‘섹스’도 구성물이며 ‘육체’ 역시 구성물이다. 이 모두가 안정적이고 고정된 개념들이 아니다. ‘육체(몸)’의 경우도 단지 ‘물질적’(물질적이지 않은 것도 아니다)인 것으로 가정하지 않는다고 하니… 이것이 무슨 말인가. 어쨌든 여기까지 읽은 나는 버틀러와 푸코가 가닿는 ‘몸’에 대한 통찰이 궁금하다!!! (언젠가는 더 읽겠지…) 

버틀러는 고정되어 있는 본질주의적/형이상학적인 개념들을 모두 푸코적 ‘담론’의 맥락에 위치시키면서 탈고정화시키고 해체하고 ‘구성’된 산물로 만드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푸코를 읽는 데 가장 힘들었던 것은 번역이 아니라 이분법적 사고방식이었듯, 버틀러를 읽는 데 가장 어려운 것은 고정된 실체를 상정해놓고 이해를 명확히 하려는 ‘형이상학적’ 사고방식인 것 같다. 사라 살리가 버틀러를 ‘총명한 헤겔주의자’라고 표현한 것은 그러한 이유에서인가. telos 없는 부정의 부정의 부정의 변증법, 시작도 끝도 없는 과정으로서의 확실함을 비껴가는 논리 전개는 (번역어라 느낄 수 없지만) 난해하다는 그 자신의 문체를 통해 다른 형태의 사고 방식을 주문하는 것도 같다. 

어쨌든 
disposition의 경우 기질보다는 '성향'이 더 나았던 것 같고 
incorporation은 확실히 합체 보다는 '기입'이 
introjection은 내사나 내투사나 다 어려운 말이라서 ‘투사하고 간직한다’ 정도로 풀어쓴 것 같은 번역에 손을 더 들어주고 싶다. 
(그러나 번역의 문제라기 보다는 책 자체가 어렵다는 것을 나는 인정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덧붙이는 인용구는 <젠더트러블>에서는 아름다움을 느끼기 어려웠던 번역들. 아아, 조금 슬프다. 
사라 살리의 104페이지 글과 비교 한번 해보시라.


젠더 정체성을 우울증의 구조로 볼 때, 동일시가 이루어지는 방법으로 ‘합체’를 택한 것은 설득력이 있다. 실제로 위에서 말한 도식에 따르면, 젠더 정체성은 자신을 몸에 암호화하고 사실상 살아있는 몸과 죽은 몸을 결정하는, 상실의 거부를 통해 설정될 것이다. 반은유적 활동으로서의 합체는 몸 위에 혹은 몸 안에 상실을 문자 그대로 새겨넣어서 몸의 사실성으로, 즉 몸이 문자적 진리로서 ‘성’을 갖게 되는 수단으로 나타난다. 주어진 성감 대에서의 쾌락과 욕망을 금지하거나 그 위치를 설정하는 행위야말로 몸의 표면을 가득 채운 일종의 젠더 특정우울증이다. 쾌락적 대상의 상실은 바로 그 쾌락과의 합체를 통해 해결되며, 그 결과 쾌락은 젠더 특정적인 법의 강제효과를 통해 결정되고 금지된다.
물론 근친상간 금기는 동성애 금기보다 더 포괄적이긴 하지만 이성애적 동일시가 설정되는 이성애적 근친상간 금기의 경우, 상실은 슬픔으로 태어난다. 그러나 동성애적 근친상간을 금지하는 경우, 상실은 우울증적 구조를 통해 유지된다. - P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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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1-07-28 13:1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대단하다. 너무 아름다운 글이다. 아마 젠더 트러블을 위한 책들을 읽었기 때문일까요? 정말 대단한 글이에요. 존경합니다. 같은 책을 읽은게 맞나 싶어요.
책도 제대로 맞는 임자가 있다면 젠더 트러블의 임자는 쟝님이네요. 근사해요!!

공쟝쟝 2021-07-28 13:38   좋아요 2 | URL
쓰고 나니 빠진 문단 있어서 추가하느라 요 댓글 인자 봤네요 ㅋㅋㅋ 시간이 많아서 이해할 수 있는 범위 한에서 가장 많이 이해하기 위한 독서들과 병행하는 중입니다. (저 헤겔 정신현상학 해설도 읽음요... 비트코인 책 만 본게 아니라고 ㅋㅋ) ‘수행성‘만 중심으로 다뤄지는 <젠더트러블>에 트러블을 일으키고 싶었습니다. 버틀러의 주체, 버틀러의 오이디푸스콤플렉스 비판을 꼭 기억해주세요... 물론 이 글은 제가 기억하려고 쓴 글이라고 보는게 옳겠다요 ㅋㅋ

잠자냥 2021-07-28 15:16   좋아요 2 | URL
다부장님 정말 같은 책 읽은 거 맞아요? :P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농담입니다. 두 분 모두 짝짝짝.

다락방 2021-07-28 15:17   좋아요 2 | URL
저는 쟝님 페이퍼 읽으면서 ‘젠더 트러블이 이런 책이었어?‘ 하고 있습니다. ㅎㅎㅎㅎㅎ

공쟝쟝 2021-07-28 16:02   좋아요 2 | URL
아고 ㅋㅋ 몸둘바를 모루겄네요 ㅋㅋㅋ 하지만 전 아직 완독자가 아닙니다… (트러블이 계속 있는 한 주가 되고 있다..)

난티나무 2021-07-28 14:4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역시 공쟝쟝님을 따라가는 게 맞았어요! 마침 어제 이 부분 읽고 아 뭐야 😤 @@ 이랬는데 이 글 보니 어렴풋이 아 그랬던 것이었던 것이었구나! 가 되네요!!!!!!
완전 멋져요 공쟝쟝님! 감사합니다~^^

공쟝쟝 2021-07-28 16:04   좋아요 1 | URL
절대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닌 것 같아요 ㅠㅡㅠ 제가 프로이트랑 푸코까진 어케 해보겠는데, 나머지 프랑스-독일놈들은… ㅠㅡㅠ 아아.. 슬프다..

잠자냥 2021-07-28 15: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머 쟝쟝 언니 넘나 잘 쓴다. 이 어려운 책을 읽고 이토록 멋진 글이라니. 백수로 지내는 시간이 아깝지 않도다.

공쟝쟝 2021-07-28 16:05   좋아요 2 | URL
백수를 꼭 이렇게 보내야 하는가?에 대해 진지한 성찰 중입니다. 어제는 일할 때보다 의자에 더 오래 앉아있었다구요!!!!!!

잠자냥 2021-07-28 15: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쟝쟝 언니 사회과학 공부 좀 계속 해봐요... (진심으로 적극 권장합니다)

공쟝쟝 2021-07-28 16:24   좋아요 1 | URL
언젠 문학도 좀 읽으람서요… 😒

잠자냥 2021-07-28 16:59   좋아요 2 | URL
아니 뭐 그까이꺼 두 개 다 하세요.

단발머리 2021-07-28 17:37   좋아요 3 | URL
저 요즘에 왜케 잠자냥님 의견에 동의할 게 많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 두 개 다 하세요, 쟝쟝님!!

단발머리 2021-07-28 17: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박수를 짝! 짝짝짝! 기립박수를 칩니다!!! 출력해서 읽어야할 만큼 너무너무 좋은 글이에요. 대단합니다, 우리 똑똑이 친구!!!
근데 다 이해를 못하겠어요@@ 앞으로도 쟝쟝님이 계속 이렇게 <보충공부> 해 줘야하지 않나 하고 생각합니다.

전 아직 저기 위에, 우울증적 이성애까지 읽지 못해서 모르겠지만... (사실 거기까지 읽어도 이해할 자신은 없구요ㅠㅠ)

무엇을 금지했는가. 이성애적 근친상간 금기 전에 동성애 금기가 있었다는 것이 버틀러의 주장이다. 의식된 상실(근친상간 금기)은 슬퍼할 수 있지만, 의식조차 되지 않은 상실(동성애 금기)은 ‘우울증적 동일시’로 나타난다. 전 사회의 무의식적 동성애 금기로 인해 내가 금지당한 동성애적 욕망은 의식조차 되지 않은 채 내사(introjection)되어 나의 젠더/섹스로 자리매김하게 되는 것이다.

이성애적 근친상간 금기 이전에 동성애 금지가 있었다는 주장을 이해를 못하겠어요. 아이의 최초 욕망은 사실, 부모가 아니라 엄마에게로 향하잖아요. 정확히는 주양육자겠죠. 여성이 양육을 하는 상황을 베이스로 두었을 때, 남아건 여아건 엄마를 욕망하고. 엄마를 욕망하던 남아는 근친상간 때문에 엄마를 포기하고 아빠를 이상화하고, 엄마를 욕망하던 여아는 엄마에게는 ‘그것‘이 없다는 걸 알고 아빠를 욕망하는 걸로. 그러니까 남아에게는 한 번의 절망이, 여아에게는 두 번의 절망이 있다는 걸 읽었던 것 같은데. 전 프로이트 이론을 잘 모르지만, 또 그것만으로 설명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근친상간 금기 같은 경우 레비-스트로스는 인류 문화의 시작점이라고 볼 정도로 중요하다고 판단하잖아요. 동성애의 경우, 그리스 로마의 경우와 비교해보아도 현재와 비슷한 즉 ‘차별‘의 대상이 되었던 건 인류 전체 역사를 볼 때 최근의 일이 아니었던가 싶구요. 제 의문은 근친상간 금지가 좀 더 근원적인 인간 욕망의 금지가 아니었을까 싶은 거죠. 모르겠는데 질문하다 보니 더 모르겠어요. 쟝쟝님이 알고 있으리라 믿고 나는 에헤라~~~

공쟝쟝 2021-07-28 19:13   좋아요 2 | URL
그쵸! 그것이 없었다! 남근선망! 팔루스!! 그것을 우리가 대차게 깨야하는데 (이리가레도 성본질주의를 넘어서지 못해 깨지못한) 그걸 버틀러가 푸코를 가져와서 깨버렸어요 ㅡ 제가 이해한 것들을 적어볼께용!

공쟝쟝 2021-07-28 19:13   좋아요 2 | URL
제가 이해한 건 최초의 욕망이 엄마가 아니고요, 욕망이 먼저가 아니고 금지가 먼저라는 거예요!! 푸코의 권력 작동 방식을 보면 권력은 금지하는 게 아니라 생산하는 거잖아요? 우리가 끙끙대며 읽은 성의 역사를 떠올려보면요! 때로는 금지를 통해서 생산되기도(?)하죠. 권력이 담론를 통해 흐르는 방식. 아이는 욕망하기 전에 금지를 당하는 데요, 사회적으로 근친상간보다는 동성애적 욕망이 더 먼저 금지 당하니까요, 그런데 동성애적 욕망이란 말해지지도 않은 매우 무의식적인 거라서 (진짜 너무 심각한 억압 ㅋㅋㅋ) 아이는 그 상실을 애도하지 못해요. 우울증. 이 최초의 금지에 대한 억압은 동일시적으로 몸에 기입되는 거죠. 동성애적 욕망이 몸의 표면에 기입된다.

공쟝쟝 2021-07-28 18:39   좋아요 2 | URL
남근이 잇네 없네는 복잡하고 설명도 잘 안되지만, 버틀러의 전유를 가져오면 섹스는 구성된게 되고 젠더 정체성의 혼란들도 설명이 좀더 수월하죠. 이미 이성애문화가 자연스러운 사회에서 오이디푸스 근친상간적 금기는 애도 가능할지 몰라도 동성애에 대한 애도는 아예불가능하니 우울증적 동일시로 남을 수 밖에 없는데 ㅡ 프로이트는 넘나 이성애쥬의자라서 거기까지는 못내다 보고 그럼 최초의 욕망의 주체는 여성성/남성성 둘중 하나를 선택하는 가?에 그냥 본질주의적으로 기질/성향이다라고 말하고 남근 어쩌고 하게 되는 거죠… 근친애적 욕망이 부정당해서 동일시 하는 거다! 이렇게요. 근데 이 오이디~ 이론 자체가 이성애적 프레임안에서 작동하는 것이쥬(말하면서 내가 헤깔려요..)

공쟝쟝 2021-07-28 18:42   좋아요 2 | URL
제가 백번 엉성하게 설명한 것보다 조현준 역자님의 젠더 이야기 를 가져오는 게 좋겟어서! 찾아왓어요!!
“마지막은 인과론의 전도입니다. 우리는 언제나 원인이 있기 때문에 결과가 있다는 인과론을 신봉해 왔고 그런 의미에서 원인의 본질적 동인을 의심 없이 받아들여 왔습니다. 예컨대 정신분석학에서는 누구에게나 무의식적으로 근친애 욕망이 있기 때문에 이것을 금지하는 금기가 생겼고, 근친애 금기가 문명의 시작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런데 버틀러는 금지해야 할 근친애적 욕망이 정말로 본질적이고 근원적인 욕망인지 의심합니다. 만약 근친애적 욕망이 인간의 본질적 욕망이라면 동성에게 욕망을 느끼는 사람을 설명할 수 없거든요. 그렇다면 정신분석학은 근친애라는 이성애 욕망을 본질적 원인으로 만들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오이디푸스 콤플렉스Oedipus complex 때문에 문명의 금기가 생긴 것이 아니라 이성 간 사랑을 인간의 근원적 욕망으로 확정하려는 정신분석학의 욕망이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탄생시켰다는 것이지요.

-알라딘 eBook <쉽게 읽는 젠더 이야기> (조현준 지음) 중에서”

단발머리 2021-07-28 18:52   좋아요 2 | URL
우앗!! 쟝쟝님!!! 무슨 말인지 딱 알겠어요! 라고 댓글을 쓰고 싶지만 ㅎㅎㅎㅎ 아직도 모르는것이 너무 많습니다.
우문현답의 아름다운 향연. 앞으로도 많은 지도 편달 부탁해요^^

오디이푸스 콤플렉스 때문에 문명의 금기가 생긴 것이 아니라 이성 간 사랑을 인간의 근원적 욕망으로 확정하려는 정신분석학의 욕망이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탄생시켰다는 것이지요.

는 조현준님 말은 이해돼요. 버틀러의 주장이 어느 쪽으로 가는지도, 쟝쟝님 댓글도 대략적으로는 이해되구요. 그런데도 앞으로 갈길 멀었어요 ㅠㅠㅠ 어쩔 ㅠㅠㅠ 완독하신 분 세 분이시던가요. 저는 아직 어쩔ㅠㅠㅠ 하는 사람...

공쟝쟝 2021-07-28 19:07   좋아요 2 | URL
ㅎㅎㅎ 저도 제가 이해한 것이 맞나 싶어요 ㅎㅎㅎ 누가 좀 알려줘.. 하지만 사랑했던 것이 몸에 기입된다는 생각이 너무 아룸다웠어요… 팔루스 선망이론보다 아름다웠으므로 거기에 손ㅋㅋㅋ 다만 순서적으로 왜 동성애적 금기가 먼저여야하는 가에 대해 버틀러는 설명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 이 모든 건 주장일 뿐임을 우린 잊지 말아야합니다ㅋㅋ

- 사라살리 책 106페이지
동성애 금기가 근친상간 금기에 앞선다는 주장은, 젠더와 섹스의정체성이 금지에 대한 대응으로 형성된다는 버틀러의 논의에서 결정적이다. 버틀러는 젠더 또는 섹스를 선천적인 것으로 여기는 대신, ‘젠더 정체성은 금지가 내면화된 것이며, 이는 정체성이 형성적인 것임을 입증한다’(GT : 63) 고 주장한다. 여기서 버틀러가 말하는 금지는 동성애 금기이므로, 버틀러의 이론에서 모든 젠더 정체성은 최초의 금지된 동성애적 리비도 집중 또는 욕망에 기초해 있는 것이 명백하다. 만약 우울증이 실제의 또는 상상의 상실에 대한 반응이며, 이성애적 젠더 정체성이 욕망의 동성애적 대상에 대한 최초의 상실을토대로 형성된다면, 이성애적 젠더 정체성은 우울증적인 것이라는 이야기가 된다.

단발머리 2021-07-29 08:47   좋아요 1 | URL
아침에 일어나 찬찬히 다시 한 번 읽어보았어요. 아직 모르는 것 투성이지만 흐흐흐흐흐흐.
너무 즐겁네요. 이론이 어떻게 몸을 입어가는지 찬찬히 읽어보려구요. 아직도 꽤 남아있는 트러블이 밉지가 않네요.
덥지만 좋은 날 되세요, 슨상님!!!!
 

솔직히 지금와서는 그 말이 그 말 같고 진부한 논의 처럼 보이지만 이 책이 세상에 나올 당시에는 진짜 획기적이었을 것 같다. 버틀러는 1990년 당시 교착상태에 있던 페니미즘 내부의 ‘정체성의 정치’를 <젠더 트러블>을 통해 ‘성별 정체성(젠더)’의 개념 자체를 흔들어버리면서 페미니즘 운동의 또 다른 돌파구를 연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정체성의 정치’란 뭔가. 

| 위키백과 | 

정체성 정치는 전통적인 다양한 요소에 기반한 정당 정치나 드넓은 보편 정치에 속하지 않고 성별, 젠더, 종교, 장애, 민족, 인종, 성적지향, 문화 등 공유되는 *집단 정체성을 기반으로 배타적인 정치 동맹을 추구*하는 정치 운동이자 사상을 의미한다. 


내 생각에 이 정체성을 강조하면 전투성(자매들 모두 힘모아 가부장제 뚜까패기)은 참 좋을 것 같다. 그런데 문제는 ‘정체성을 강조’하다 보면 내부에서의 갈등을 거칠게 봉합시켜버리거나 (cf. 백인-이성애-중산층 페미니즘은 우리의 목소리를 대변하지 못해!!) 의도치 않게 여성을 본질화(여성-남성의 차이점을 강조하면서 모성애 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흐르게 된다는 거다. 


또 여성 혹은 여성성을 남성의 반대항에 두는 것은 성별 이분법을 강화시키기도 하지만 은연중에 이성애중심주의를 옹호한다. 이성애는 여남간의 위계질서를 만들고 고착시킨(반대로 여간의 위계질서를 고착화하기 위해 이성애가 동원될지도?)다는 비판은 버틀러 전에는 모니크 위티그가 거의 유일하게 주장한 듯하고... 어쨌든 우리의 버틀러는 <젠더 트러블>을 통해 당시 페미니즘 논의 안의 ‘젠더’가 이성애를 전제하고 있다는 것을 폭로하고, 동시에 ‘섹스’,‘젠더’ 개념의 불안정성을 드러내 보이며 “페미니즘의 정치성은 유지하면서 정체성은 전복하려(조현준)”는 시도를 했다.



“(91) 나는 페미니즘 주체에 전제된 보편성과 통일성이, 주체가 작동되는 담론의 구속력 때문에 상당히 훼손되었다고 주장하려 한다. 실로 이음새 없는 여성의 범주로 생각되는 *안정된 페미니즘의 주체를 어설프게 주장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그 여성 범주를 받아들이는 데 적잖은 거부가 생기기 마련이다.* 이런 배타적인 영역은 심지어 그 구성이 해방의 목적으로 면밀히 검토되었다 하더라도 그 구성의 강압적이고 규제적인 결과를 드러낸다. *사실 페미니즘 내부의 파편화나, 페미니즘이 재현하고자 하는 ‘여성들’이 페미니즘에 반대하게 되는 역설적 상황은 정체성의 정치학이 갖는 필연적인 한계를 시사한다.*” - <젠더트러블>


음. 그는 시도에서 끝내지 않았다. 당연히 !!전복...!! 이라는 어려운 것을 성공 시켜버린다. 

어떻게? 젠더 계보학을 통해 이분법을 해체하고 인과론을 뒤집으면서. 이렇게 짠. 👇🏻



[<젠더 트러블>의 역자인 조현준님이 친절하게 풀어써주신 <쉽게 읽는 젠더 이야기>속 젠더트러블의 구성]



음… 비타님이 요구하신대로 1500자로 줄일 수는 없어서, 아이패드를 이용하여 그려보았습니다. 잘 따라가 보세요. (오래걸렸다) 저 그림은 1500자 안되지 않을까? 🤭 (내 꼼수!!)


사실 보부아르가 처음에 사회문화적 성으로서 ‘젠더’를 강조한 것은 사회·문화를 바꿀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기 때문일 것이다. 페미니스트들은 그것에 힌트를 얻어 생물학적 성(sex)가 바뀔수 없는 것이라면 젠더(gender)는 바뀔수 있는 것이라고 바라보며 이를 기반으로 논의를 전개했다. 그러다보니 섹스/젠더가 따로 놀기 시작했고 섹스는 ‘근본적인 무엇’이 되어버렸다. 버틀러는 그런 본질주의를 두고볼 수 없다. 그래서 <젠더트러블>을 썼다. 그는 섹스, 젠더, 섹슈얼리티 모두가 담론의 산물로서 섹스가 본질처럼 보이는 것은 지배 담론, 권력 작용의 결과물이라고 이야기한다. (이부분은 푸코의 영향) 


“(97) 섹스가 불변의 특성을 지녔다는 것이 논쟁선상에 있다면 아마도 ‘섹스’라 불리는 이 문화적인 구성물은 젠더만큼이나 문화적으로 구성된 것이 될 것이다. 어쩌면 섹스는 언제나 이미 젠더였을지도 모른다. 그 결과 섹스와 젠더는 전혀 구별될 수 없는 것으로 판명된다.” 


섹스도 젠더도 섹슈얼리티도 - 모두 ‘젠더’가 되었다.😫(맞는 지는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치자)

이제 남는 것은 그 ‘젠더’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하는 건데 그것도 책에서 이렇게 설명한다.

* 젠더 정체성의 구성방식 : 패러디 / 수행성 / 반복ㆍ복종 / 우울증 

(각각 내용은 쉽게 읽는 젠더 이야기 깔끔하게 정리 되어있음ㅎㅎㅎ )



우리의 ‘섹스/젠더’ 혹은 ‘정체성’은 정말로 고정된 것이 아닌 불안정한 것이 되어린 것이다. 젠더는 사회적 구성물이며 부유하는 인공물이다. 이것이 뭐시냐면 바로 버틀러가 열어제낀 ㅋㅋㅋ 바로 *여성없는 여성주의*의 탄생이다!! ㅋㅋㅋ 


버틀러로 인해 ‘정체성의 정치’로 시작되었던 페미니즘은 그렇게 정체성의 정치를 넘어서게 된다. 그리고 그것이 놀랍게도 “페미니즘의 도전(!)” 이었나보다. (물론 어디까지나 버틀러의 이론적으로 그렇다는 거고 현실에서 이 논쟁/운동은 치열한 진행형이다. 다만, 이렇게 훌륭하게 교차하고 반목하고 종횡무진한 페미니즘 공부는 즐겁지 않은가?)


우리의 정희진 슨상님의 페미니즘의 도전 개정증보판 머리말을 가져와본다.



“(19-20) *젠더를 ‘여성 문제’로만 인식하게 되면*, 성별은 사회를 구성하는 요소가 아니라 마치 종합 일간지의 스포츠, 연예, 노동, 환경, 정치, 경제, 생활, 패션같은 분야처럼 *사회의 한 분야*로 간주되고, 피해 여성의 규모가 클경우에만 ‘사회 문제’가 된다. *이것이 현대 사회에서 젠더가 다루어지는 작동 방식*이다. 젠더가 사회 문제 중에 하나이거나 우연히 발생한 부수적 피해 내지 부산물 정도로 여겨지는 것이다. 그러나 젠더는 계급처럼 사회와 인간을 형성하는 가장 강력한 재료 중 하나며, 사회 문제를 재구성하고 재창조하는 가장 힘 있는 조물주다. 기존 사회는 이런 인식에 무지하고, 인식한다고 해도 최대한 그 영향력을 외면하려고 한다. 이는 마르크스주의를 당파성, 실천과 같은 철학의 근본 개념을 바꾼 역사상 첫 번째 세계관으로 인식하기보다 ‘노동자의 불만’ 정도로 폄하하는 것과 같다. 젠더를 남녀 간 갈등이 아니라 여성(소수자, 타자……)의 경험을 기반으로 한 사회 구성 원리나 재창조 원칙으로 인식한다면 *젠더는 이슈나 소재가 아니라 새로운 세계관*이 된다. 다만 마르크스주의처럼 ‘노동자’를 중심으로 구체적 경계를 설정하기보다 *모든 경계 그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유*라는 점에서 더 ‘모호’하고 맥락적이며 복잡하기 때문에 정의하기 어렵다.”

“(45) 인류는 남녀 간의 성차, 차별, 폭력이 생물학적인 것인지 사회 문화적 결과인지, 물질적 토대가 결정적인지 언어(이데올로기)에 의한 것인지를 놓고 오랫동안 논쟁해왔지만, 내가 보기엔 이러한 논란은 진부하다. 페미니즘 사상의 발달은 이미 이러한 이분법 뛰어넘었고 ‘해결’했다.” - <페미니즘의 도전>


그렇다. 주디스 버틀러는 트러블을 트러블로 해결해버린 것이다. "(83)따라서 나는 트러블이란 피할 수 없는 것이고, 어떻게 최고의 트러블을 일으킬 것인지, 또 그렇게 하는 최고의 방법은 무엇인지가 중요한 과제라고 결론짓게 되었다." 와. 천재다. 당신. 최고의 트러블 메이커...  


덧, 현재 진도 150페이지. 파트 1까지 읽었어여!! 이틀 쉴께염ㅋㅋ 제가 공부하면서 읽어가는 내용이긴 한 데 혹시 틀린부분 바로잡을 부분 있으면 댓글로 잘 알려주세요~ (소심)


따라서 나는 트러블이란 피할 수 없는 것이고, 어떻게 최고의 트러블을 일으킬 것인지, 또 그렇게 하는 최고의 방법은 무엇인지가 중요한 과제라고 결론짓게 되었다. - P83

섹스는 언제나 이미 젠더였다. - P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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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21-07-16 07: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옴마 글자라도 갖고 싶다... 넘나 므찐 필기네요 저는 푸코 권력 거리는 서문에서 두 번 관둬서 ㅋㅋ친절한 구조화다...

공쟝쟝 2021-07-16 09:18   좋아요 2 | URL
쉽게 읽는 젠더이야기 거의 그대로 정리한거예여!!!

다락방 2021-07-16 09: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쉽게 읽는 젠더 이야기 사라는거죠? 오케 오케!!

공쟝쟝 2021-07-16 09:22   좋아요 1 | URL
빙고! 딩동댕! 와. 저의 의도 바로 찾아내는 깊은 안목에 박수를 짝짝!
다만 저 ‘정체성의 정치‘ 이야기는 <젠더트러블>읽으면서 제가 추가한 부분입니다. 페미니즘 안에서 해결 안되던 논쟁들이<젠더트러블>을 만나 뭔가 쌀가마니 툭 터지듯 탁 열리는 지점. 저는 그것이 기뻤습니다.

단발머리 2021-07-16 09: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정말 진심 짱으로 사랑합니다, 쟝쟝님!!!!!!!!!!고맙기는 하지만 그 마음은 자랑스러운 마음에 미치지 못합니다.
나만의 똑똑이 친구는 드디어 버틀러 함정에 빠진 모든 이들에게 한 줄기 빛으로!! 크흐!!!
읽고 나서 나중에 자세히 댓글쓸께요. 아직 모르는 게 많아요! 😘😘😘

공쟝쟝 2021-07-16 09:24   좋아요 1 | URL
우리는 버틀러를 위해 꼭 헤겔까지 읽을 필요는 없었다... ㅋㅋㅋㅋㅋㅋ 우리에겐 <쉽게 읽는 젠더 이야기>가 있다!!! 우리집 앞 도서관 만세!

단발머리 2021-07-16 09:1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근데 진짜 노트 정리 실화인가요? 🤭🤭🤭

다락방 2021-07-16 09:15   좋아요 3 | URL
근데 저는 저렇게 노트정리 보는게 더 이해가 안돼요. 글로 밑에 써주는 게 더 좋으네요. 왜 저런거 이해 못하겠지 ㅠㅠ

단발머리 2021-07-16 09:18   좋아요 2 | URL
저도 이해 안 되요, 사실! 근데 노트 정리는 너무 이쁘고! 펜 색상도 이쁘고요 ㅎㅎ
결론만 기억하려고요. 섹스는 언제나 젠더였다.

공쟝쟝 2021-07-16 09:29   좋아요 1 | URL
버틀러 : 난 페미니즘을 구하기 위해 젠더에 트러블을 일으킬거야!!
... 막 설명함 ....
버틀러 : 그리고 트러블을 일으켰어! 이제 젠더는 섹스야!!!
사람들 : 웅성웅성
페미니즘 : 여러분 이제 저는 여성주의읜 동시에 여성주의를 넘어서는 여성주의가 된 것입니다
정희진 : 이 모든 페미니즘을 즐기자! 페미니즘을 공부하는 것이 바로 페미니즘을 가장 실천하는 거! 오라 페미니즘의 세계관으로!.

잠자냥 2021-07-16 10: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아 우리 공자님. 대박이다.... 공자왈- 저 아이패드 저거 실화입니까?

잠자냥 2021-07-16 10:10   좋아요 2 | URL
근데 사실 저도 다부장님 처럼 노트정리 보는 게 더 이해는 안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07-16 10:23   좋아요 3 | URL
동지여!!!!!!!!!!!!!!!!

공쟝쟝 2021-07-16 10:28   좋아요 2 | URL
아니 이 긴글 텍스트 중독자들앜ㅋㅋㅋㅋㅋ 아우 보람없어!!!! ㅋㅋㅋㅋ 정말인지 보람없고 좋아 ❤️❤️❤️❤️ 우리를 짧게 줄이기 세계에서 해방하라!!!!

잠자냥 2021-07-16 10: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헉! 근데 어떡해요 공자쟝쟝님 저도 공자자냥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랑 나랑 공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당신은 잔인함이라는 세상의 바다 한가운데
친절이라는 섬의 가치를 믿는 사람

그리고 그 섬에 다른 사람을 초대하는 사람

친절은 언어 능력과 같아서,
연습하면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친절에는 전염성이 있다고 믿기 때문에

그렇게 만들어진 셀 수 없이 많은
작은 친절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당신은 친절을 시작하는 사람입니다.

공자처럼요.

공쟝쟝 2021-07-16 11:35   좋아요 2 | URL
(파닥파닥 호들갑을 떨며) 우리는 공자쟝쟝 공자자냥 !!!!! 친절한 공자매!!!! ㅋㅋㅋ 왠지 공부도 잘할거 같고 공사도 다망해질거 같고 공히 공공연히 공통의 공자들을 알아보고 싶어진다!!

수이 2021-07-16 11: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폰으로 읽기 힘들어 놋북 켜고 노려보면서 읽는 중입니다. 우리 천재 고생하셨습니다! 이해는 저의 몫으로 남겨 놓는 걸로 😉

공쟝쟝 2021-07-16 11:38   좋아요 1 | URL
이해를 돕기위해 그림을 그렸으나ㅠ그림은 이해에 도움이 되지 않지만 글씨는 이쁘다라는 댓글 들 속에 빛나는 비타님의 댓글덕에 아주 흐뭇합니다!!!! 푸하하하!! 이건 비타님을 위해 만든 1500자 내외의 그림이었던 거죠😍

유수 2021-07-16 15: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우!! 선좋아요!! 선물개박수!! 후정독은 밤에 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공쟝쟝님!!!!!

공쟝쟝 2021-07-16 19:33   좋아요 1 | URL
유수님 말대로 저자가 잘생겨서 어려워도 밉지가 않은 책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