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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부장제의 창조
거다 러너 지음, 강세영 옮김 / 당대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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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무한한 것은 없다. 모든 것에는 끝이있다. 인간의 종말을 믿는다. 

세상은 물질로 이루어져 있다. 관념은 언어일 뿐이다. 언어는 물질이 아니다.

그러므로 내세는 없다. 환생도 없다. 지옥도 천국도 연옥도 지금 여기에 있다. 나는 종교가 없다.


현 시점의 나에게 가장 유해한 사상이라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대상이 무엇이든) 메시아니즘이다. 이는 무력한 인간일 수록 취약하게 작용하는 사상이라 세상이 혼란할 수록 창궐한다. 정치인의 모습이든 사이비 교주이든 연예인이든 기업가든 이념이든 기술이든 연인의 모습을 하든 간에… 구원자는 멸종할 때까지 재림할 것이다. 인간은 애초에 무력하기 때문이다. 


그 무력함을 통째로 끌어안아버린 채 삶을 도모하는 신앙적 행운은 내게 오지 않았고, 이제와서 인간의 무력함을 알았습니다, 투항하기에 나는 너무 질문이 많다. 신이 있고 없고는 내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고, 신이 있건 말건 지금 내가 잘 사는 게 내게 중요한 문제다. 잘 사는 것. 그것은 중요하다. 그냥 얻어지는 것이 절대로 아니다. 어쩌면 유신론자들보다 무신론자들에게 훨씬 중요하다.


고통은 지속되지 않는다. 내 생각에 고통의 경험을 되새기고 반복하는 것이 고통의 속성이다. 그래서 고통은 나쁘다. 똑같이 행복은 지속되지 않는다. 언제나 행복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현실을 잊는 자극에 중독된 사람이다. 대체로 행복은 현실과 딱 붙어있는 안녕에 가까운 담담한 상태고, 우리가 행복이라고 착각하는 종류의 감각과 감정은 행복이 아니다. 그건 취해있는 것. 도피다. 현실을 직시하지 않는 자에게 행복은 어려운 것이다. 도취를 행복으로 착각해서는 안된다 … 현실 직시… 나는 이 단어를 스스로에게 읽어주는 것을 좋아한다. 


왜? 내가 이상주의자여서다. 

현실 도피… 그게 내 취미다. 그거 없이 못산다. 그래서 *현실 직시* 해야한다. 수시로 안해주면 ‘잘사는 일’과 멀어지더라.


난 현실에 없는 것, 좋은 것,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것을 상정해두기를 좋아한다. 그걸 마음 속 벽 같은 데에 액자 같은 데에 걸어놓고 째려본다. 그러면 내가 어쩐지 그렇게까지 허접한 인간은 아니라는 위안이 든다. 점점 덥고 습해지는 날씨까지 포함해 매일은 현실과의 악전고투다. 달걀하나를 부쳐먹으려고 해도 치열한 (달걀 살 돈을 벌어야하고, 유정란 무정란 부터 닭이 어떻게 컸는지, 몇개를 살 건지, 얼마짜리를 사야 가장 합리적인건지, 사러 온 김에 다른 간식 더 살건지…) 협상을 해야하며, 내가 걱정한다고 해도 아무 영향이 없는 사건 사고들은 수시로 터져나와 휴대폰 알람을 울려대고, 아무리 은둔 생활을 즐긴대도 반면교사가 되어주는 빌런 같은 인간들은 도처에서 출몰한다. 


사니까. 살아가야하니까. 

나는 현대의 도시에 사는 독신 여성이니까ㅋㅋㅋㅋ 



2.


함께, 살아야 한다, 어쩔 수 없이. 현대의 도시녀성인 나는.


에스컬레이터에서 내 어깨를 무례하게 치고 가는 놈도, 일 다끝났는 데 결제 안해놓고 잠수 타는 거래처 이사 놈도, 친구랑 소주를 마시는 데 괜히 궁시렁대며 시비를 터는 놈도, 달리기하다 (자주) 마주치는 노상방뇨 놈도, 한남의 사회성을 극단으로 밀어붙여 나라의 우두머리가 된 서울대 출신의 굥도… 삶에서 마주치지 않을 수가 없다. 아니, 그런데, 왜, 가만히 있는 나를 열받게 이들은 다 중년의 남자인가… 그것이 현실이다. 아, 아무리 함께 안살아보려고 노력을 해보아도… 마주침 그것은 불가항력이다. ㅠㅠ


저것들은 좀비야. 무감각한 표정으로(이젠 징그럽지도 않다), 급소를 푸욱 쑤셔서 으드득 돌려서 후벼파 무찌르고 내 갈길을 가자! 라고 해도 숨돌릴 틈이 생겨 그것들이 내게 묻혀 놓은 흔적들을 들춰보면 어김없이 손톱자국 이빨자국이. 난 어디까지 감염된 걸까. 역시 이 세계를 살고 있는 내가 바로 절비(ㅋㅋㅋ 넷플릭스 지금 우리 학교는 참조)로 구나. 


현실과의 악전고투 속에서 ‘나 자신이 되는 일’—이것은 나 자신을 잃지 않는 일일 수도 있겠다. 아니다. 어느 정도는 잃어버린 나 자신을 인정하고, 그래도 어디까지는 복구하는 일이다. 원상복구는 어렵다. 꼬매고 찢어진 누더기 같은 흉터들 사이로 돋은 새살을 보면서 오, 인생 좀 살아본 자의 스크라치하며 피식대는 것일 수도 있고. 남의 쭉 찢어져서 잘 아문 근사한 흉터를 보면서 오, 저 정도는 아니지 내적인 안도하며 감상하는 일일지도 모르겠다고—은 내가 걸어둔 이상주의 액자를 한번씩 쳐다보는 거다. 야, 너 안까먹었지? 하는 거. 나는 그렇게 살고 싶고, 이렇게 삶을 설정하는 데에 영향을 미쳤던 중요한 텍스트가 있다.


좀 읽은 지 오래된 인용문을 가져와본다. 다시 읽으면 20대의 나 처럼 좋을란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대학시절의 내가 참 좋아했던 책의 한 구절 이다.

“(59) 오늘의 사학에서는 종말관을 가질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오늘날 같이 인생관이 아주 물질적으로 되어버린 사람에게는 세계의 끝이 온다는 말은 견뎌내지 못하는 사상이다. 그들은 보이는 이 세계 밖에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명을 구원하는 것은 이 사상일 것이다. 그 이유는 인류의 사상은 순간적인 조건 보다 영원한 미래에 의해 규정될 때 가장 원대성을 띠고 건전한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치 가까운 언덕보다 저 무한한 거리의 별이 도리어 확실한 목표가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대심판은 역사 사실로는 영원히 안 올지 모른다. 그러나 그것을 믿음으로써만 역사를 바른 방향으로 끌 수 있다. *별을 바라보고 가도가도 별이 있는 곳에는 가지지 않는다해서 별은 거짓이란 말은 되지 않는다.* 가도가도 잡히지 않기 때문에 참이요, 지도 목표가 될 수 있다.

*실현되는 것이 이상이 아니라, 영원히 실현 안 되는 것이 이상이다.* 실현되는 이상은 실현되는 그 순간 죽어버리나 실현되지 않는 이상은 현실적으로 안 되기 때문에 뜻으로는 순간마다, 또 영원히 계속되어 실현이 되면서 이끌어가는 산 이상이다. *종말관은 인류 역사를 이끄는 정신적 항성이다.* (중략) 그러나 만일 그날이 없다면 이 무한히 계속될 고통의 운명에서 누가 능히 견뎌낼까? 종말이 온다는 말은 도리어 인류에게 희망을 약속한다. 더구나 그날이 예측할 수 없이 온다는 데 하나님의 사랑이 들어있다. 천년이 하루 같고 하루가 천년 같은 날이 온다. 언제 올지 모르게 도둑같이 온다. 이것을 믿는 데 역사 추진의 힘이 있다.” 

-함석헌, <뜻으로 본 한국 역사>


내 이상한 종말관에는 아마 함석헌 옹이있었나보다. (근데 이 책도 여혐심해가지고 아주ㅋㅋㅋㅋ 한국의 역사를 갈보의 역사에 비벼버리면서 갈보 왜 나쁘냐 꼭 필요하다 하는데 님아 그러니까 제발 제일 낮은 자리에 여자 할당하는 짓을 멈춰 제발. 너는 남자로 태어나서 갈보 못하잖아.) 종교 없는 내가 메시아니즘은 경계하면서도 종말론은 좋아하는 이유를 이 책에서 발견해 버림 ㅋㅋㅋㅋ


암튼 종말론 이야기 할건 아니고, 이상주의의 현실성에 대해 쓰고 싶었던 것 같다. 

여성의 역사적인 종속의 기원을 다루고 있는 책 <가부장제의 창조>를 꼼꼼히 읽으면서 계속 저 구절을 떠올렸다. *별을 바라보고 가도가도 별이 있는 곳에는 가지지 않는다해서 별은 거짓이란 말은 되지 않는다.*


이상주의자인 내가 현실에서 극단적으로 아무리 추구해봤자 놈들이 걱정하는 페미니즘 유토피아는 도래하지 않겠지만… 그렇다고 내가 가진 이상(별) 자체를 조정 할 필요가 있을까? 그것을 현실주의 혹은 현실적이지 않다, 현실 정치에서는… 라는 말로 무모하다고 하는 것이 정말 맞나? 근래에는 이런 물음표들로 좀 구체화되었고 같은 주제로 친구와 운동장을 수십바퀴 돌면서, 모처럼의 책 모임에서는 아주 핏대까지 올려가면서, 떠들었던 것 같다. 별 수 없네, 난 아직도 이상주의네. 


그래서? 



3.


나는 내가 별 수 없는 이상주의자인 게 좋다. 그런 성향이 아니었더라면 진작에 좀비가 되어서 남의 살점을 씹어먹는 것에 대해 쾌감을 느끼지 못하면서도 채워지지 않은 허기를 해소하고자 애썼을 거다. 나는 허기 해소만이 목적인 텅-빈-인간들을 싫어하고 (어쩌다 그들이 그렇게 되었는지는 내 알바 아니나) 순간순간 쉽고 수월하게 그렇게 하고 싶었을 때, 신앙이 없으면서도 그렇게까지 하지 않았던 이유는… ‘좋은 것, 가장 좋은 것, 현실에서 발견할 수 없거나 어려운 것’들을 내 머릿 속에 어떤 언어/이념 적인 형태로 만들어 놓고, 그것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었다. 나는 있다고 믿는다. 그러므로 그건, 나한테, 있다. 


현실은 이념이 되고 이념은 현실이된다. 그건 얽혀있고, 시간 속에서 변화한다. 위치에 맞게 다르게 해석되고. 사람에 맞게 다르게 도달한다. 나의 지나친 비약과 언어유희 같은 일반화, 오해를 살만한 거친 단어 선택은 좀 더 좋은 것, 좀 더 이상적인 것을 향한 글쓰기다. 그것은 그냥 글쓰기이지만, 또 그냥인 것만은 아니어서 조금 더 조금 더더 하면서 써보는 용기를 낸다. 언제나 용기를 내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쓰지 않으면 모른다. 나한테 그런 좋은 것을 추구하고 싶은 욕망이 있는 지. 


그걸 발견해서 나의 정신없는 자아에 이상한 관점들을 또 하나 추가한다. 걔들은 섞일 것이고 내 세계는 한번 더 혼돈의 카오스가 되고. 그런데 나는 정리를 잘하는 사람. 거기에 맞는 언어와 글씨를 또 찾고. 써보고. 나를 부정하고 또 나를 인정하고. 푸하하하. 과정 그 자체는 방법이며 목적이다. 


“(30) 지배의 우산이 제거되고 개념 정의가 여성과 남성에게 공유되었을 때 역사쓰기는 어떤 모습일까? *과거를 평가절하하고 범주들을 뒤집어 엎고 질서를 혼란으로 대체하는 것일까?*

아니다. 우리는 단지 자유로운 하늘 아래로 나가설 것이다. 하늘이 어떻게 변하며 별은 어떻게 떠오르고 달은 어떻게 도는가를 관찰할 것이고, 세상의 모습과 여성과 남성의 목소리 속에서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가를 설명할 것이다. 궁극적으로 우리는 아마 더욱 큰 풍요로움을 보게 될 것이다. 이제 우리는 인류의 잣대가 남성이 아니라, 여성과 남성임을 안다. *남성이 세계의 중심이 아니라, 여성과 남성이 중심이다*. ..... 어쩌면 이전에 두 가지 배역이라는 부담을 져왔던 사람이 이제 더 자유롭게 순수한 존재의 즐거움을 연기하고 경험하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오직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발견하기 위해 세상의 먼 변방까지 항해했던 탐험가들처럼, 우리는 우리가 발견하게 될 것을 설명해야하는 의무를 가지고 있다.

*시작하지 않는 한 우리는 결코 알 수 없다. 과정 그 자체는 방법이며 목적이다.*”



4. 


사실 페미니즘 정치…까지는 잘 모르겠다. 나 하나를 이 정도의 페미니스트로 만드는 거 그거 하나도 엄청난 고통(과 희열)을 수반하는 지난한 과정들이었기 때문에. 아, 나는 그냥 이렇게 생겨먹은 사람이구나… 를 아는 것 만으로도 이토록 훌륭하게 똑똑해져 버렸는 데ㅋㅋㅋㅋ 이걸 막 다른 사람들이랑 같이 하려고 생각하는 순간 막…막… 어후… 막막해. 역시… 못할 거 같다. 그냥 하던대로 열심히 알라딘에서 여성주의 책읽기 열심히 해야지. 


내게 성경 책은 없지만 페미니즘을 계속한다면 (아마 계속 하지 않을까?) 이 책을 성경처럼 사용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버려서는 안되는 여성주의적 원칙들을 아주 확고하게 쥐고 있는 책이다. 특히 마지막 장이 그랬다. 이상, 별, 항성. 그러니까 그건 좀 움직이면 안되고 확고해야 하것 같다… 그걸 확고하게 설정해서 딱 박아 놓지 않으면 길을 잃는다. 어느 정도의 현실적 타협은 해야하지만 ‘페미니즘’의 본질 자체를 바꿔버려서는 안될 것 같다.


“(396)우리는 반드시, 최소한 당분간은 여성중심적(woman-centered)이어야 한다. 우리는 반드시, 가능한 한 가부장적 사고를 떠나야 한다.”


백래시. 분리주의를 비판적으로 평가했던 일부 강단 페미니즘은 ‘페미니즘’이라고 말하면서 어느 순간 페미니즘적 원칙을 져버린 것 같다. 일전에 모 교수의 주디스 버틀러 강연을 들으면서 했던 생각이다. 응? 저게 페미니즘이라고? 


요즘엔 이런 생각을 한다. 그러니까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이라니… 그건 페미니즘일 수 있나? 대선을 거치면서 나의 그런 생각은 소위 진보 진영의 페미니스트 학자 집단들이 하는 (…ㅜ_ㅜ 정희진 까지도…) 말들을 듣고 보면서 점점 더 혼란해 졌는 데… “(394)제 각기 머릿 속에 최소한 한 명의 간직된 훌륭한 남성들”을 두고 있어서 그러신 지… 오로지 독학으로 독서로 페미니즘을 공부하는 나는, 종종, 저게 왜, 페미니즘인건지 당최… 모르겠는 상황들이 현실에서 펼쳐지니까… 그래서 내가 하는 공부가 페미니즘 맞아요? 이럴 때가 있었는 데… 그 분들이 하시는 게, 되려 페미니즘적이지 않을 수도 있었겠구나 하는 생각을 좀 했다.


아무튼, 이 책에서 배운 몇가지 기준들을 원칙삼아 많이 배운 지식인 여성 페미니스트 교수라고해서 무조건 맞다고 생각하지 말 것이며, 이 책이 필요없어지는 날까지는 이 책에서 정리해준 페미니즘적 원칙들을 잊지 않아야 하겠다. 


“(396)가부장적 사고의 바깥으로 나가기가 의미하는 것은, 사고(thought)의 모든 알려진 체계를 향해 회의적이 되는 것이며, 모든 가정들과 서열짓는 가치와 정의들에 대해 비판적이 되는 것이다. 우리 자신의 것, 여성의 경험을 신뢰함으로써 누군가의 진술을 검증하기. 그런 경험은 대체로 하찮은 것으로 취급되거나 무시되었기 때문에 그것은 우리 자신과 우리의 지식을 타당한 것으로 받아들이기 위해 우리 자신 속에 깊숙이 들어 앉아있는 저항을 극복하는 것을 의미한다.”


페미니즘이 내게는 비교적 건강한 메시아니즘으로 작용해왔던 것은 아닐까하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불안하고 혼란스럽고 무력한 이 세계에서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부여 잡은 사상(내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 ㅋㅋㅋ)이긴 한데, 이게 안내하는 길이 더 혼탁하고 더 엉망진창이고 세상에 끈질기게 남아 실낱 같은 안전을 담보하는 마지막 구원 담론(낭만적 연애…와 가족…)마저 걷어차버리는 그런 사상이었던 거라… 난 부득불 나 자신을 더 굳걷히 부여잡을 수 밖에 없었고, 뭔가 ㅋㅋㅋㅋ 졸라 멘탈이 강해짐 ㅋㅋㅋㅋ


나. 여성인 나. 일하는 여성인 나. 좋은 학벌과 번듯한 직장이 없는 주제에 감히 결혼도 하지 않으려는 나. 심지어 돈을 버는 것에도 썩 진심이 아닌 나(노력을 안한 것은 아니었다 진쉼~;;;), 로맨스에 휴머니즘 마저 비웃고, 세상을 따돌리는 아싸가 되어 은둔생활을 하는 와중에… 이렇게 아무도 나를 사랑해주지 않고 나도 아무도 안 사랑하는 채로 늙어가면 어떡하지?라고 생각했는 데 이미 그 상태라는 것을 알아버려서 아… 이 상태를 유지하면 되는 거구나를 제대로 깨달아 버린 나는 믿을 것은 나 자신 밖에 없다!!! 라는 현실 직시를 하고 페미니즘을 뼈 아프게 섭취하며, 아무도 안사랑해주면 나나 나를 사랑하자! 아주 건강하고 자립적인 존재로 재탄생해 버림😩


“(391)역사적으로, 생각하는 여성들은 즐거움·일상성·즉시성을 가지고서 한 여성의 삶을 사는 것과, 생각하기 위해 한 남성의 삶을 사는 것 사이에서 선택해야만 했다. 교육받은 수세대의 여성들이 한 선택의 대가는 잔혹하고 컸다. 다른 여성들은 의도적으로 혼자 살거나 혹은 다른 여성들과함께 삶으로써 성성별체계(sex-gender system) 바깥에 사는 것을 선택했다. 여성들의 사고에서 가장 중요한 진보 중 일부는, 대안적인 삶의 방식을 위한 개인적 투쟁이 자신의 의식 속에 녹아든 여성들에 의해 우리들에게 주어졌다. 그러나 그런 여성들은 대부분의 역사적 시간 동안 사회의 변두리에서 살도록 강요받았다. 그리고 그들은 ‘일탈적‘인 사람으로간주되었으며, 그 때문에 그들의 경험은 다른 사람들에게 일반화되기가 어렵고, 또 영향을 미치거나 인정을 받기도 어려웠다. 왜 체계 건설자 중에 여성은 없는가? 그 이유는, 자신의 자기(self)가 일반칭 (generic)에서배제되어 있을 때 그 사람은 보편적인 것들을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추상적 사고의 구축이라는 인간적 사업에서 여성을 배제함으로써 생긴 사회적 비용은 한번도 계산된 적이 없었다. 우리가 우리에게 취해진 행동들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명명하고, 그것이 아무리 고통스럽더라도우리가 그 사업에 참여했던 방식을 설명할 수 있을 때, 우리는 생각하는여성들에게 그 비용이 어느 정도였던가를 이해하기 시작할 수 있다. 우리는 강간이 우리를 겁에 질리게 하고 우리를 종속상태에 머물러 있게하는 하나의 방편이었다는 것을 오랫동안 알고 있었다. 이제 우리는 또한, 비록 고의는 아니었지만, 우리가 우리의 정신에 대한 강간(rape of our minds)에 참여했다는 것을 안다.”


그러므로 페미니즘. 나 자신이 되는 것. 나 자신의 경험을 신뢰하는 것. 나 자신을 구하는 내가 되는 것. 나의 섹슈얼리티가 아닌 나의 노동으로 나를 생산하고 나를 재생산하는 것. 적은 임금이나마 노동을 하는 나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 그것만 해도 되었던 남자들이 만든 역사와 문자와 철학을 시간내서 공부하면서 조롱하는 것. 나의 가부장적 사고(남자 못잃어)에 대해서 비판적 검토를 계속하는 것. 그게 어쩔 수 없는 나라면 나를 조롱하는 것. 여자들이 쓴 글을 읽는 것. 여자들을 독려하는 것. 여자들을 사랑하는 것. 나를 사랑하는 것. 생각하는 나 자신을 귀하게 여기는 것. 나의 경험을 신뢰하기 위해 노력하는 내 글을 쓰는 것. 나는 물리적으로도 사상적으로도 이제 더 이상은 소수가 아니라는 것을 힘으로 삼는 것. 인류의 절반 여성으로서의 나의 추상적 사고를 구축하는 것.


여기까지 쓰고 나니 내게 남은 질문은… 인류 재생산이네…? (응?) 

매달 피를 흘리는 나는 재생산을 포기 했을까? 아니, 어쩌면, 아니? 어쩌면. 어쨌든. 아마도 포기한 것 같은 데… 내가 가장 사랑했던 존재는 엄마였다. 지금도 마찬가지고. 그래서 비혼을 마음 먹으면서도 끝끝내 포기 안되던 것이 엄마가 되는 거였던 거 같다. (어쩌면 엄마가 되고 싶어서 결혼을 하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 삶에 결정적인 것이 될 중요한 결단은 상황이 닥쳐야 내려지는 것이라서 아마도 나는 결단을 내리는 상황 자체를 만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재생산. 하지 않겠지. 



5.


그러니 현 시점에서의 나를 기준으로 생각하면… 이렇게 살면… 내 세계는 끝난다. 내 대에서 완벽히. 기후위기든 핵폭탄이든 인류는 멸종할테지만 (여기에 더 좋은 세상으로 가자라는 상상력으로의 이상주의는 절대로 발동하지 않는 데… 이에 대해서는 좀 더 생각해보겠다…) 이렇게 되면 그런 인류의 종말과도 정말로 나 자신과는 상관이 없어지고 마는 것이다. 


미래는 알 수 없으므로 당장 내일이 나 자신이라는 유한한 종족이 끝나는 날이 될지도 모르겠다. 


아니… 그런 폐색이 짙은 세계관으로 어떻게 세상을 살아요? 라고 물어보면 대답은 간단하다.

무슨 소리! 그래서 살아있는 동안은 명랑하게 삽니다.😉


여자가 자기 자신으로 사는 것이 얼마나 명랑한 일인지 일단 살아보겠습니다.

살다가 이토록 똑똑한 내가 너무 싫고 힘들어서 미춰버리면 그건 다 여성 종속 5천년의 가부장제 탓ㅋㅋㅋㅋㅋ

내가 졸라 잘살고 엄청 근사하면 해질 수록 그건 페미니즘 탓 ㅋㅋㅋㅋ

남자를 잘못만나서 망하는 여자는 많지만 남자를 안만나서 망하는 여자는 없다.

내가 망하면 그건 남자 탓 내가 안망하면 그건 여자 탓.


나는 나자신이라는 신을 명랑하고 건강하고 심각하게 주조하는 지적 오만을 지속해볼 생각입니다. ^^


“(397) 가부장적 전통 속에서 훈련된 사고인 우리 자신의 사고에 대해 비판적이 되기. 결국, 그것은 지적 용기, 즉 혼자 우뚝 설 수 있는 용기, 우리에게 닿는 것보다 더 멀리 뻗으려는 용기, 실패를 감수하는 용기를 발달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아마도 사고하는 여성에게 가장 큰 도전은 안전과 승인을 추구하는 욕망으로부터 그 모든 것 중에 가장 ‘비여성적인’ 자질 —세계를 다시 질서짓는 권리가 스스로에게 있음을 주장하는 최상의 자기 과신인 지적 오만—로 옮겨가려는 도전이다. 신을 만드는 자의 자기과신, 남성 체계건설자들의 과신으로.”


덧, 남들은 메소포타미아가 힘들었다는 데... 난 정말 기독교의 성경을 몰라서 힘들었다... 하지만 그거랑 별개로 정말 잼난 책이었음. 강추강추! 별 열개! 

‘가부장제의 성립’ 기간은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대략 기원전 3100년부터 기원전 600년까지 약2500년에 걸쳐 전개된 과정이다.

😉 그리고 그것은 5000년 째 현재 진행형이다. - P22

시작하지 않는 한 우리는 결코 알 수 없다. 과정 그 자체는 방법이며 목적이다.

😉 과정 자체가 목적이 되는 것이 주는 활력. - P31

그래서 우리의 탐색은 가부장적 체계의 역사에 대한 탐색이 된다. 남성지배체계에 역사성을 부여하는 것과, 그 기능과 양상이 시간에 감에 따라 변화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전해져 내려오는 전통과 뚜렷하게 결별하는 것이다. 이 전통은 가부장제를 비 역사적이고 영원하며 눈에 보이지 않고 불변한 것으로 만듦으로써 그것을 신비화 하였다.

😉 가부장제는 인간이 ‘창조‘한 거다. 그건 그러니까 ‘폐기‘할 수 있다. 물론 그걸 만든 성이 폐기할 순 없고, 여성들이 교육받고 글자를 익힐 기회를 가질 때까지 견고했다... 지금도 정신 못차린다ㅋㅋㅋ 폐기는 여자가 한다. - P56

산업사회라는 대담한 신세계를 출범시킨 현대 남성들이 오염이나 생태계에 대한 영향과 관련된 결과들을 알지 못했던 것만큼이나, 신석기 시대의 사람들도 그러한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그과정과 결과에 대한 인식이 발달할 수 있었던 시점이 되었을 때는 이미 그 과정을 멈추기에 너무 늦었다. 적어도 여성들에게는.

😉 모든 악행은 악한 의도로 행해지는 것이 아니지... ㅋㅋㅋ 이제 그만 망쳐 ㅋㅋㅋ 비켜 ㅋㅋㅋ - P90

그러므로 사유 재산의 첫번째 전유는 재생산자인 여성의 노동력에대한 전유로 구성되어 있다.

😉 그렇다.
- P91

그 경험은 노예제가 발명되기 이전에 남성들에게 주어졌던 것인데, 그것은 바로 자기 집단의 여성들을 종속시켰던 경험이다.
*여성억압은 노예제보다 먼저 일어나 노예제를 가능하게 만든다.*

😉 이 책의 핵심 문장이다. - P139

그 태동기부터 고대 국가는 가부장적 가족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으며, 가족의 질서정연한 기능과 공적 영역에서의 질서를 등치시켰다. 가부장적 가족을 공적 공동체라는 건강한 유기체의 기초적 건축블록, 즉 세포에 비유한 것은 메소포타미아법에서 최초로 표출되었다. 그것은 3천년에 걸쳐 이데올로기와 실천 속에서끊임없이 강화되어 왔다.

😉 국가는 시작부터 가부장적 가족제에 의존했다. 그래서... 국가는? 여성에게 조국은 없다ㅋㅋ 기본 소득 도입하면 생각해 볼게... - P211

여성에 대한 성적 규제는 계급형성의 기초이며, 국가를 떠받치고 있는 토대 중 하나이다.

😉 남자는 계급으로 분할되어 있다. 여자는 섹슈얼리티와 계급으로 분할되어 있다. 그런데 그 계급은 여성의 성적 규제를 하지 않았으면 만들어 질 수가 없었다. - P249

만일 우리가 뱀을 다산 여신의 오랜 상징으로 이해한다면, 이것은 유일신 사상을 확립하는 데 반드시 있어야 하는 조건이다. 그것은 언약 속에서 울려퍼지고, 재차 단언될 것이다. 세상에는 오직 하나의 신만이 있을 것이며 다산 여신은 악이기 때문에 내던져지고 죄의 상징 그 자체가 될 것이다.

😉 아. 뱀이. 뱀이.. 뱀이다아... 응...? - P341

창세기에서 유일신 사상의 발달은 추상적 사고의 경향과 보편적으로 타당한 상징의 정의라는 면에서 인류의 엄청난 진보였다. 이 진보가 가부장제를 강화시키고 지지하는 사회구조와 조건에서 일어났다는 것은 역사의 비극적 재난이다. 따라서 상징이 만들어지는 과정 그 자체는 여성을 주변화하는 형식 속에서 일어났다.

😉 난 좀 추상적인 사고하길 좋아하는 편이라 그런 사고는 남자들이 하는 거다라고 말할까봐 걱정했는 데, 여자도 안시켜줘서 그렇지 잘한다고 해서 아주 기분 좋았음 ㅋㅋㅋ - P342

이성애 주의자 페미니스트들도 역시 여러 시대에 걸쳐 여성들과의 우정에서, 선택한 독신생활에서, 혹은 사랑과 성의 분리에서 힘을 얻었다. *사고하는 남자들 중 누구도 생각하는 대가로 자신의 자아 정의와 사랑에서 위협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 *

😉 여성의 자아를 강화해주는 사람은 다른 여성 밖에 없다는 거 너무 맞는 말이고... 남자들은 생각과 공부하는 것의 댓가로 자신의 정의와 사랑에서 위협 받아본 적 없다는 것도 너무... 와 너무 억울하다... 나 여자애가 공부잘해서 뭐할거냐 라는 말 들으면서 컸는데. 틀린 말이란 거 알면서도 아주 잘하지는 못하니까 공부는 내 길이 아니다라고 생각했던거 좀 화남... - P394

가부장제 체계는 역사적인 구성물인 만큼, 그것에는 시작이 있고 끝도 있을 것이다. 가부장제의 시간은 그 경로를 따라 거의 끝나가고 있는것 같다—가부장제는 더 이상 남성들 혹은 여성들의 욕구에 봉사하지못하며, 군사주의 · 위계 그리고 인종주의와의 뗄 수 없는 연관성 속에서 지구상에 있는 생명의 존재 자체를 위협한다.
그 다음에는 무엇이 올 것인가, 어떤 종류의 구조가 우리가 아직 알수 없는 사회조직의 대안적 형태를 위한 토대가 될 것인가? 우리는 전에없던 변형의 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는 무엇인가로 형성되어가는 과정에 있다.

😉 이미 너무 망해서 더 망할 수 가 없는 페미니즘 하기 참 좋은 시대입니다. - P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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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07-07 08:3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일단 이 책이 쟝님께 쟝님만의 성경이 된다는 것이 너무 뿌듯합니다. 제가 쓴 책도 아닌데 왜... 아무튼 뿌듯하고요.

이 리뷰를 읽다가 생각나는 걸 좀 적어볼게요. 우선, ‘구원자는 멸종할 때까지 재림할 것이다. 인간은 애초에 무력하기 때문이다‘라는 문장에 대해서요. 저는 믿는자에게는 그 힘이 작용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그게 무엇이든요. 예수님을 믿는다면 예수님의 힘은 작용할 것이고 사주팔자를 믿는다면 사주팔자의 힘은 작용할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여기엔 어떤 전제가 있느냐, 그 어떤 힘, 인간보다 더 큰 힘, 결국 인간으로 하여금 믿게 하는 힘, 그 전에 존재해야 하는것은 ‘인간의 믿음‘, ‘믿는 존재인 인간‘ 이라는 것이죠. 제가 최근에 엔도 슈사쿠의 <침묵> 을 읽으면서 이 생각을 더 확고히 하게 됐습니다. 고통당할 때 신은 어디에 있었는가, 라고 작가는 묻고 결국 신은 늘 우리와 함께 있었다, 라고 말하지만,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고 믿는 존재가 인간인 것이죠. 정말로 신이 있느냐 보다 우선하는 것은 신이 있다고 믿는 혹은 없다고 믿는 인간이요. 이건 아마도 제가 지극히 인간중심적인 사람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쟝님이 적어주신 말, 그러니까 인간은 애초에 무력하므로 구원자는 계속 나타날 것이다, 라는 것은 바로 저의 이런 생각과 같은 흐름이라고 봅니다.


저는 정희진 쌤의 강연에 갔다가 ‘워마드는 페미니즘이 아니에요‘ 라는 말을 듣고 크게 실망을 했었어요. 그리고 제가 페미니스트라고 정체화 하고나서 ‘너는 페미니스트니까‘ 라며 저에게 어떤 기질, 성향(자신들이 바라는) 을 기대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됐고요. 이 과정에서 나를 어떤 단어로 정체화하고 정의내리고 감별하는 것은 나에게 쓸모없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습니다. 한나 아렌트가 행동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나타낸다고 했잖아요? 저는 제가 믿는 바를 행동으로 보이자, 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그 행동이 어떤 효과를 봤으면 좋겠고요. 그런데 효과를 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극단적이어야 합니다. 부드러운 말로 설득하는 것은, 특히나 페미니즘에 있어서 아무 효과를 주지 못해요. 묵살되는 언어가 될 뿐이지요. 그런점에서 저는 모든 여성들이 극단적인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불가하겠지요. 우리는 옳다고 믿는 방향으로 가도록 합시다.


재생산에 대해서라면, 저는 또 한번 깨달았어요. 쟝님의 리뷰를 읽으면서요.
저는 엄마를 사랑하고 조카들을 사랑하지만, 제가 재생산을 함으로써 저만 바라보는 존재가 생긴다는 것, 제가 무한히 사랑하고 무조건적으로 사랑하고 또 저를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는 존재를 만든다는 것은, 역시 제가 선택할 수 없는 영역의 것이라는 것을요. 저는 그걸 감당할 자신이 없고 의지도 없다는 생각이 쟝님의 리뷰를 읽으면서 새삼 듭니다.


아무튼, 읽고 씁시다!!

공쟝쟝 2022-07-07 09:43   좋아요 3 | URL
제게 페미 성경을 쥐어주시다니ㅋㅋㅋ 아주 꼭 마음에 들었습니다. 페미니즘이 너무 방대하고 훌륭하고 최신식의 사상이라 그 안에서 복잡해지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데, 그러다 보면 영판 다른 소리를 하게 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여성주의자가 여성주의를 버린다?ㅋㅋㅋ 그냥 말 좋아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여성주의 하다 만 거 아닐까요?) 근데 이것 저것 다 좋을대로 떠든 뒤에 자기가 하는 게 페미니즘이라고 하는 건 좀 싫기도 하고, 기준이 좀 애매했거든요. (무언가로 정체화하는 것의 위험성과는 별개로 최소한의 기준이 있어야 하는 데 그것의 근거 마저 회의 하게 하는 게 페미니즘 특유의 급진성이긴 하지만^^)

최근에 서재 안에서 나의 페미니즘 모먼트와 관련된 글을 읽으면서 왜 내가 페미니스트가 되었는지를 생각하면 페미니즘 적 원칙들은 명확해질 수 있겠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먼저 페미되신 선생님들의 페미니즘은 제가 알 수가 없고, 저는 넷상의 혐오표현(일베)들과 불법 촬영물 이슈가 각성 계기 였거든요. 가부장제의 창조도 거슬러 올라가서 여성의 종속에 대해 다루잖아요? 여성 종속의 모먼트! 그걸 추적한 대단한 책이었다 생각합니다! (강간… 이 있었겠더라고요… 강간이…) 생각하는 여성들에게 정신적 강간을 저질러왔을지도 모르겠다고 적힌 부분에서 저는 그토록 제가 생각하기를 두려워하고 내 생각을 말하는 것에 조심스러워했던 과거들이 좀 떠올랐구요…. “(394)사고하는 남자들 중 누구도 생각하는 대가로 자신의 자아 정의와 사랑에서 위협을 받아 본 적이 없었다.” 음. 그렇대요. 이거 너무 충격적인 문장예요. 여자들 한테 너무 슬프고... 뚫린 입이라고 말을 막하면서 여자들이 말막하면 어떻게 그런 말을… 이러면서 자아에 상처입는 남자들을 많이 봤는 데... 징징대지 마라 진짜 경고한다 내가ㅋㅋㅋㅋ

믿음에 관해서라면… 저는 침묵을 꼭 읽어본 후 믿음에 대해 생각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어쨌든 저는 무언가를 믿어요. (걍 나 자신에 대한 다짐일 수도 있어요….) 종교인의 그것과는 뭐가 다른지 같은 지 잘 모르겠지만 단발님이랑 대화하다 보면, 아… 꼭 신을 믿지 않는 내가 나로 살기 위해서 만들어낸 방법들이 종교적 차원에서는 구축이 이미 되어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할 때가 좀 있었어요. 그것이 맞건 말건 조금 더 ‘건강하게’ 작용한다는 것에 대해 함석헌 옹의 글을 읽으면서 좀 끄덕끄덕 했고요. 칸트처럼 수확을 기대하지 않고 씨앗을 뿌리는? ㅋㅋㅋㅋ

재생산… 이건 제가 좀 더 생각하겠습니다. (생각을 피해온 것일지도?) 이젠 삼십대 중반 넘어서 난자 얼리는 것도 별 가망이 없고…. 뭐 점점 더 못하는 노산의 나이가 되어가고 있어서 몇 번의 유혹만 더 물리치면 자연스럽게 포기할 거 같은 데 ^^ (엉?) 하지만 다락방님이 조카들을 사랑하고 소중히 여기는 모습이 제게 참 귀감이 됩니다? … 저는 꼭 조카 아니더라도 인류애 회복하여 사랑하고 싶고요… 내 애는 안 키우지만 키우고 싶은 사람들 잘 키우라고 매달 모단체에 후원합니다…ㅋㅋㅋㅋ

그러니 애 안낳아본 여자에 대한 혐오를 멈춰라!

건수하 2022-07-07 13: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391쪽에 나와있는 문장이 무척 가슴에 와 닿네요..

아직 2장까지밖에 못 읽었는데, 얼른 마저 읽고 싶습니다.
다 읽고 다시 와서 쟝님 글 읽을래요.

저는 엄마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전혀 안했던 사람이었는데요, 엄마가 되고 나니 그게 참 힘들지만 의미가 있는 그러나 강요해서는 안되는 일이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엄마가 된다는게 어떤 건지도 잘 모르면서도 되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알았다면 저는 절대 엄마가 되지 않았을 거예요.. (이런 말할 때마다 아이에게 미안하지만)

공쟝쟝 2022-07-07 15:33   좋아요 1 | URL
우린 같은 여성이라서 서로를 십분 이해하지만, 또 그래서 무조건 다 같아!라고 묶기엔 너무도 다른 경험들을 하고 다른 감정들을 느낄 수 있다는 것. 그러니 더 힘을 내어서 떠들고 읽고 쓰고 또 떠들고 논쟁하고 그러다가 지치면 쉬고 또 힘나면 나는 대로 읽고 쉬고해야한단 걸 한번 더 생각하게 하는 댓글예요!
저는 낳지 않은 / 낳아서 길러보고 싶었던 / 하지만 존재조차 하지 않게 만들어버린 / 없는, 없을, 없앤 / 미안해 할필요 없는 원래부터 없었던 제 아이를 생각하면서 좀 더 좋은 사람이 되야겠다라고 맘 먹어 볼게요. (뭔가 심오한 댓글이 되었다)

거리의화가 2022-07-07 13: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른 것보다 대학 때 읽으신 책 보고 흠칫했네요ㅎㅎ 저 책 일단 한국통사 하면 손에 꼽히는 책이라 읽자 해서 구입은 해뒀는데 손이 안갑니다^^; 그걸 무려 대학 때 읽으셨다니 아후~ 대단~! 역사책 읽다보면 특히 여혐 등 보기 싫은 장면들을 마주하게 되어서 괴로울 때가 많아요. 제대로 읽자 생각하며 비판적으로 읽기 중입니다! 주어진 대로 받아들이지 말기~ 태도는 역사책 읽기에도 유용한 것 같습니다.

재생산은 하지 않으니 저도 제 대에서 삶이 끝나겠네요. 끝나는 삶까지 열심히 살아야겠어요. 그리고 비혼주의자 쟝쟝님 응원합니다!

공쟝쟝 2022-07-07 15:40   좋아요 3 | URL
대학때 읽는 책들은 인생에 영향을 많이 미치는 것 같아요. 함석헌 옹의 저 책은… 한학기 수업 교재라서 열심히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거화님은 잘 모르시겠지만… 제가 숨겨진 현대사 덕훕니다. (응?)ㅋㅋ 알라딘은 페미되고 부터 시작했고… 이제 맛 없어서 역사 안읽지만.. 최근에 읽은 책 중에서 <법률가들>은 아주 수작였습니다… (응?) 추천드려요.

비혼/주의/까지는 아니지만… 결혼 제도에 대해서는 (특히 한국의 며느라기~문화에 대해서는) 살짝 건네다 본 것 만으로도 치를 떨었습니다. 여자가 여자를 미워하게 만드는 최전선에 고부관계가 있는 것 같더라고요. 이대로라면 인류 재생산과 마찬가지로 비혼에 안착하게 될 것 같고요. 그런데 제가 한번도 제가 설계한대로 인생이 굴러간 적이 없어가지고, 단정짓지는 않습니다 ㅋㅋㅋㅋㅋ 네 뭐 그러합니다… 제가 이나이 먹고 유튜브를 만들고 있을거라고 생각을 해본 적이 없으므로 ㅋㅋㅋㅋ 일단 끝나는 삶까지는 우리 열심히 살아요 ^^ 화이팅!

거리의화가 2022-07-07 17:11   좋아요 2 | URL
엇 쟝쟝님 이렇게 더 알아갑니다ㅎㅎㅎ <법률가들> 책은 못 읽어봤는데 참고해볼게요 고부관계 쉽지 않죠 그나마 저는 시월드 참 편하게 지나가는구나 생각합니다 시어머니가 안 계시고 시할머니만 계셔서^^;
미래는 알 수 없으니 예단할 수는 없지요^^ 그래서 재미난 게 인생이고^^

독서괭 2022-07-07 17: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메소포타미아보다 성경이 힘들었다, 저요! 저도 성경을 몰라서.. 함무라비법전이 더 익숙한 것만 같은 느낌? ㅋㅋㅋ
긴 글 읽다보니 앞부분에서 하고 싶었던 말 까먹고.. 음..
아 인용해주신 30쪽 저도 넘 좋았어요! 그리고 *별을 바라보고 가도가도 별이 있는 곳에는 가지지 않는다해서 별은 거짓이란 말은 되지 않는다.* 이 문장 참 좋네요. 다 쓸데없어, 하는 체념적 현실주의와 반대로군요? 이상적 현실주의? 현실적 이상주의? 전 별보다 새우깡 찾으며 가는 사람 같지만.. 쿨럭.. 약간 다른 얘기긴 하지만, 제가 좋아하는 괴테의 구절이 생각납니다. ˝올바른 목적에 이르는 길은 그 어느 구간에서든 바르다˝
앞으로도 쟝쟝님의 읽고 생각하고 쓰기를 응원합니다~^^

공쟝쟝 2022-07-08 11:26   좋아요 1 | URL
저 였나 제 mbti였나 모르겠는 데 저를 설명한 표현 중에 ‘현실주의자 인 척 하는 이상주의자‘ 라는 표현이 있었어요. 끄덕끄덕 했습니다. 하지만 확실히 현실의 새우깡엔 별 관심이 없어요. 그러나 언제나 진짜 행복은 새우깡 먹을 때 느껴지는 것 같다요 ㅋㅋㅋ

독서괭 2022-07-08 11:31   좋아요 1 | URL
별을 바라보면서도 새우깡 먹을 수 있어요! 쟝쟝님 옆에는 입에 새우깡 갖다 넣어주는 분들이 계시니 문제 없습니다 ㅋㅋㅋㅋ

공쟝쟝 2022-07-08 11:39   좋아요 0 | URL
맞아요… 입천장까질까봐 소주도 부어주는 분들… 사랑합니다…💕

책읽는나무 2022-07-10 18: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좋은 글을 이제 읽었네요^^
지난 번에 분명 뉴스레터에서 본 기억이 있는데 공쟝님의 글을 읽은 기억이 없더군요.
안 읽었어~ 안 읽었어~ㅋㅋㅋ
‘현실주의자인 척 하는 이상주의자‘ 인 공쟝님!!
진짜 맞는 말 같은데요?
저는 그게 참 건강하게 다가옵니다.
늘 공쟝님의 글은 읽고 나면 건강해지는 기분이에요. 현실을 직시하지만, 멘탈을 더 강하게 만들어 주는 믿음직스런 부분들이 있어요.
저도 작년부터 여성주의 책을 계속 읽게 되는 이유는 좀 더 올바른 자아를 확립하고 싶어서..라는 욕구가 큰 것 같아요.
이 사람 말, 저 사람 말들을 듣다 보면 좀 혼란스러울 때가 많은데 중심을 잡으려면 아무래도 지식이 많아야 겠구나! 싶더군요.
공쟝님은 중심을 빨리 잡아가고 계신 듯!!^^
재생산은 여자 인생의 행복과 연결 된다는 것은 저도 아이를 키우고 있지만 반반인 것 같습니다. 제 곁에 결혼은 했지만 재생산 하지 않고 살아가는 친구가 있거든요. 보고 있음 또 막 부럽기도 하고..ㅋㅋㅋ
요즘 결혼하는 조카들도 재생산 하지 않는 부부들이 늘어나고 있어 이젠 당연하게 받아 들이게 되면서...재생산이 꼭 의무일 필요는 없구나! 생각하게 되었죠.
삶이 확 바뀌게 되는 것 같아요.
재생산에 대한 제 생각은 그래요ㅋㅋㅋ

공쟝쟝 2022-07-10 22:13   좋아요 1 | URL
자아 확립. 여성에게 여성주의는 좋은 것입니다. 왜냐면 우리가 읽은 거의 모든 것은 여성이 아닌 남성들 혹은 남성언어의 훈련에 익숙해진 여성들이 쓴 글들이기 때문이죠. 때로는 가장 많이 읽은 여성이 가장 앞장서서 여성을 혐오하는 글을 쓰는 것을 우리는 보기도 하고요. 나의 위치를 선명하게 인식하고 내가 내 목소리를 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내 목소리가 진짜 내 목소리를 심문하는 글을 쓰면서 나의 언어를 발명하는 것. 우리 잘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재생산에 관련해서도 더 많은 이야기와 담론들이 필요하구요 ^^... 생식/번식ㅋㅋ에 관해서는 별로 할말이 없고... 다른 소리 같지만 나무님의 훌륭하고 건강하고 먹음직스러운 상차림이라는 재생산 노동들이 저는 근사한 재능이라고 생각하고 부럽답니다! ㅋㅋ
 
웹소의 미덕
집안의 노동자 - 뉴딜이 기획한 가족과 여성 아우또노미아총서 56
마리아로사 달라 코스따 지음, 김현지.이영주 옮김 / 갈무리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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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님이 나한테 도피하지 않는 강한 정신이라고 했는데.... 인정하는 바다. 자 도피하지 않은 강한 정신이 얼마나 병들었는지 써보겠다. 


신자유주의에서 살아가(남)기 위해 푸코를 읽는다… 고 말하면 사람들이 웃던데, 나는 진심이다. 우치다 타츠루는 푸코의 사상을 한마디로 “나는 바보가 싫다”로 요약했더란다. 처음엔 이게 뭔 소린가 했는데… 뭐랄까 읽을 수록 그것이 푸코의 핵심 사상 같다. 여기서 포인트는 그의 이상한 뒤틀린 태도(?)정도로 요약될텐데…  강한 정신의 소유자인 이 몸이 얼마나 푸코만큼 뒤틀렸는지나 이야기 해야겠다. 


토요일 아침부터 상쾌하게 이런 걸 읽었다. … 


[위근우의 리플레이]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 세상엔 오 박사님도 해결 못할 문제가 있다


짝짝짝. 좋은 글이다. 역시 위근우. 남자가 페미하려면 이 정도는 해야지. 열심히해라. 



나는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가 강력하게 작동하는 집안의 장녀로 자라났다. 우리 집은 양친의 뼈를 깎는 노력으로 성공적인 정상 가족(핵가족도 아니고 심지어 대가족이었다)을 일구어내었다! 그리고 나는 뼈를 깎을 생각이 없다. 그냥 좀 안착해볼까, 타협하려다 가까스로 결혼에서 탈출(ㅋㅋㅋ)한 입장이 되어보니까 더 선명해졌다.


이제와서는 만병 통치약이 아니라 만악의 근원 만병의 원인 진단이 되어버린 것 같은 ‘신자유주의’라는 단어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신자유주의 하에서 누가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은 환상에 가깝다고 (특히 남자가 여자를?) 그거야 말로 바래서는 안되는 거라는 생각을 파혼하면서 선명하게 했다. 


그건 가족임금제가 가능하던 시기—가 있었나 싶지만, 적어도 제도적으로는 장려되며, 성별 분업화가 완벽하게 이루어졌던 과거—의 이야기다. 둘이 함께 벌어서 살림을 꾸려야 하는 구조 안에서는 가사 노동 및 재생산 노동도 똑같이 분담해야 한다. 보통은 남성들의 임금이 더 높기 때문에 가계를 꾸리는 데 있어서 여성의 기여도는 낮을 것이다. 모든 것은 다 기브&테이크 아니겠는가. 그러면 여성이 재생산 노동을 더 많이 하겠지. 문제는 주부의 일이라고 여겨지는 여성의 노동(재생산 노동)은 갖은 자본주의 가부장제의 협박과 달램과 여타의 폭력적 합의(캘리번과 마녀 참조)하에 ‘자연화’되어 있다는 것에서 비롯된다. (<결혼지옥>뒤에 <페미니즘> 콘텐츠를 편성해서, 아빠들한테 페미니즘 공부좀 시켜라. 오박사님이 해결할 수가 없는 문제잖아 이건ㅜㅜ) 즉, 여자가 집에서 하는 일은 천연 자원처럼 당연하게 여겨진 다는 것. 


가족 임금이 사라져버린 신자유주의 안에서 가사 노동이 자연화되어(이것이 가부장제다) 있는 것을 인식조차 못하는 남자와 가족을 꾸리기 위해 일일이 일상에서 협상을 하는 것이 자아를 축소 시키는 심각한 노동이라는 것을 알아버린 와따시의 비극이 바로 탈혼 되시겠다. 

 


“(39) 월급을 받는 여성은 자신이 정치 경제적으로 꼭 필요한 존재임을 최초로 자각한 여성이다. 그녀가 자본주의적인 사회구조와 직접적으로, 분명하게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주부는 이들보다 느리긴 하지만 각성하고 있다. 주부는 광산이나 공장의 자본가 사장이 집에 있는 여성의 노동력을 지배한다는 점을 깨닫기 시작했다. 보수를 주거나 인정해주지도 않으면서 그녀의 삶을 내내 움켜쥔 채로 말이다.”

한국형 뉴딜? (코웃음) 좋아하시네. 성별 분업화에 대한 자각도 없이 무슨 뉴딜이여. 신자유주의 덕분에 내 월급봉투 받아본 여성들은 절대로 남자 월급 봉투에 만족 못한다. 그러므로 우린 적어도 기본 소득이 뭔지는 알고 있는 대통령을 뽑았어야 했다. 신자유주의 덕분에 가족 임금은 사라졌다. 가족을 부양할 만큼 많은 돈을 버는 남성들의 일자리가 절대적으로 줄어들었다.  imf는 저임금의 비정규직 여성 일자리를 대량 양산했다. 그 노동은 대부분이 재생산/돌봄과 관련된 노동이었다. 여성들은 집안에서 하는 일을 집 바깥에서 돈을 받으면서 하기 시작했다. 집 ‘안’의 노동자가 사라진 자리에 무엇들이 어떻게 채워졌을지는 각자의 삶들을 들여다 보면 알겠지. 


아마도 신자유주의는 계속 될 것이다. ‘자연화’되어 있는 여성들의 노동이 값을 매긴 (저임금의) 노동으로 모조리 바뀌기 전까지는. 이것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가? 나는 나의 소중한 직관으로 결론을 내린다. 어떤 남자도 여자를 행복하게 ‘해줄 수’는 없다는 것, 어떤 여자도 남자를 통해 생계의 안녕과 안전을 담보 받을 수 없다는 것. (그런데 누가 누굴 행복하게 ‘해줄’수 있단 말인가. 자기가 자기를 행복하게 만드는 거 아닌가.) 


한번 더 반복. 가족 임금은 사라졌다. 그 시절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리고 우린 이 시절을 살아가야 하고. 내 현실에서 이 슬픈 사실은 엄마의 시집가 공격에 대한 반동으로 구체화된다. 나는 확정적으로 대략 이렇게 말한다. 내가 운 좋게 돈을 많이 벌어 여자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남자를 ‘물어’ 시집을 갔었더라도, 엄마가 나를 너무 자주적으로 키워 놓은 나머지 그 남자가 “내가 돈 주잖아!”의 시늉만 해도 난 분노 폭발해서 밥상 뒤집고 나와 남의 집 밥 해주면서 돈 벌어서 살았을 거라고.


그럼 서로 알뜰살뜰 같이 벌어서 평등하게 집안 일도 하는 남자를 만나면 되지 않느냐고? …. 미안하지만 내 또래엔 없다. 갱생 가능한 자질이 보이는 남자들은 이미 너무 현명한 여성 동지들이 다 데려갔다. 그래서 없는 것으로 확정 지음. (이 나이 쯤 되면 현실을 잘 알게 된다ㅋㅋㅋ) 서로 잘 져주고 맞춰주면서 살아가는 소수의 커플들을 보긴 했는 데, 그 속은 모르는 거라고 생각함. 또. 음 나는 져줄 생각이 없는 인간이란 걸 파혼하면서 깨달음. 


아예 새롭게 양육된 새 세대면 모를까. 쉬운 길(가부장제가 주는 달콤한 권력을 누리는 길)을 냅두고 알아서 권력을 반납할 남자가 얼마나 있겠느냔 말이냐. (이준석을 보면 알지 않나?) 있어도, 소수겠지. 그러니까 그 남자가 내 남자가 될 일은 없!다! 만약에 있었다치면 그건 행운인데, 언제나 말하지만 나는 그닥 운이 좋은 편도 아니고 내가 획득하지 않은 행운에 감사해 하는 스타일도 아니다. 라고 말하면 엄마만 속상하지만 나는 말해야 하는 T... (그리고 사회화가 잘되었기에 아주 착하게 조근조근 설명합니다.)  


두 번 더 반복. 가족 임금은 사라졌다. 그 자장 안에서 살아가는 나보다는 조금 앞선 세대나, 현 세대라도 소수의 축복 받은 가족은 예외로 하자. (살면서 나는 예외였던 적이 별로 없다.) 이미 사라진 토대 안에서 나 만은 다를 거야라는 환상은 환상이기에 위험하다. 그러므로 나는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줄 수도, 누군가가 가져다주는 행복에 행복을 느낄 수도 없다. 


결론 : 나는 나에게 잘 해야 한다. 내가 나에게 행복을 주는 일에 몰두해야 한다. 음… 어쨌든, 지금도 나는 행복한데 (물론 먹고사니즘은 힘들다. 그건 그냥 원래 x같고 힘든 거다. 자본주의 양아치 없앨 수 있다면 없애주세요 엉엉) 너의 행복에는 타자(혹은 남자)가 없으니! 가짜야!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을 때… 설명하기 지치고 지쳐서 자연스럽게 멀어지다 보니 이제 주변에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은 엄마 밖에 없게 되었다ㅋㅋㅋㅋ(대쪽 같은 성격)  



물론 나의 행복에 섹스가 없는 것은 좀 슬프긴 함. 비혼을 원했지만 비연애까지 원한 건 아닌데… 또 확실히 너는 비혼이야? 이러면 비혼까진 아닌데…. 아무튼 이걸 주저리 주저리 길게 쓰는 이유인데…. 



더 이상 정상 가족이 작동할 수 없는 신자유주의 한국에서 대중 매체가 유포하는 형식의 쉬운 행복은 없다는 거다. 여자들아, 남자들아. 꿈에서 깨어나라. 로맨스 다 끊어라. 나처럼! 그리고 가능하면 휴머니즘 드라마 보지마라!! 나처럼 ㅋㅋ 나는 솔로 이딴 거 제작하지 마라ㅋㅋ 하지만 그러지 않겠짘ㅋㅋㅋ 왜냐 그게 제일 재밌으니깤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  



그래서 내가 제일 화나는 것은…. 이차 저차 알아서 열심히 사는 사람들에게 여전히 남은 환상을 유포하는 미디어다. 실은 내가 20대일 때 극에 달했는데, … 신자유주의시대의 가장 실현 가능 할 것 같은 구원 담론…연애… (완전 판타지 보다 그 담론이 더 판타지), 이성애 중심의 로맨스… 막 재벌2세 남이 쨔라랑 등장해서 구원이 되는… 신데렐라서사….뭐… 더 악독한 류는 재벌2세도/존잘남도/아닌 제 구실 못하는 남주를 구원해주는 여자인 데. 그딴 우렁 각시 서사… 제발 집어치워.

처럼 보다 보면 점점 화가 나기 때문이다. (옆에 누가 있어서 같이 씹으면서 보면 상관 없다. 혼자 보면 스트레스 받음) 무튼 페미니즘 공부하고 난 이후부터는 로맨스는 에지간 하면 소비하지 않는 데, 가끔 사회 생활(나도 한다 그거…)을 하기 위해 보더라도 저거 저거 대가리가 꽃밭이네 저거 저거… 하면서 씹어 대기 때문에 드라마 좋아하는 친구들을 부득이하게 상처주게되서… 이제 정말 거의 안보게 되었다. 단, 자매들은 예외인 데… 우리는 cj 감성 가족 영화는 막 처 울면서 …보고… 로맨스는 함께 씹는다. 왜 인지 모르겠지만 울음 포인트와 빡침 포인트가 같다는 점에서 좋은 넷플릭스 동지들이다 ㅋㅋㅋ (응?) 사실 아시겠지만 저는… 그 옆에 있는 알 수 없는 역병이 창궐하여 모든 걸 다 씹어 먹는 좀비물을 보는 것을 더 즐겨요…. 하지만 혼자 보는 것은 무서워함. (뭐야 모순 모순 개모순.)



어쨌든 나의 로맨스 기피병 증(?)은 독거 시간이 거듭해질 수록 심각해져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약한 우리가 기대어 살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 설파 하는 뉘앙스의 휴머니즘 드라마까지도 완존 심드렁해져 버렸는 데, 또 주말이어서 놀러 나갈 거니까 거칠게 쓰겠다.  


안다. 로맨스 소비 안하는 거. 이건 나의 괴벽이다. 그러나. 그래도 잘 산다. 왜냐면 로맨스물이 아니더라도 신자유주의는 달콤하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는 나에게서 가족 임금을 빼앗아가고 (저임금의ㅋㅋㅋ) 일을 주었다. 가족을 부양할 생각이면 매우 부족하지만, 내 입만 걱정하면 되는 처지이므로 아쉽긴 하지만 괜찮다. 나는 나의 자원이 내 몸과 젊음과 건강임을 안다. 노동하는 틈틈히 운동과 산책을 하고, 정신 건강을 위해 돈을 내고 심리 상담을 받고, 외로움에는 달리기를 처방한다. 지금 건강해서도 좋지만, 결국엔 누구에게 기댈 생각이 없으므로 어쩔 수 없이 하는 자기 관리다.


가끔 심심하면 술을 마시면 되고, 필요하면 친구도 만난다. 끼리끼리 논다고 나의 친구들도 나와 비슷하다. (대체로 비연애, 비혼, 비출산 상태라서, 인류 멸망에 이해관계가 별로 없으면서도 누구보다 기후위기를 염려해 저탄소 생활을 실천하는 사람들이다… 이 모순과 아이러니를 누가 분석 좀 해봐라.) 


어쨌든 나는 타인을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 / 타인에게서 행복감을 충족하기 위해 / 살지 않으므로 나 자신의 행복 포인트를 찾는 데에만 지대한 관심이 있다. 다행인 것은… 내가 행복해지는 데에는 그다지 많은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거다. 나에겐 약간의 알콜과 질 좋은 대화 상대, 도전 정신이 필요한 조금은 어려운 텍스트 (너무 쉬우면 잠든다…) 정도면 충분하고, 읽은 것을 나눌 사람은 여기 북플에 있다. 


말해 뭐해? 내게는 오늘 치의 행복을 섭취하기 위한 최소한의 양식이 마련되어 있고, 그걸 누리면 되고, 과거에는 가끔 사로잡히지만 미래는 거의 걱정하지 않는다. 자신이 아니라 타인(가족)을 행복하게 해주기 위한다는 명분으로 모두가 실컷 먹고 마시며 소비하는 이 세계에서… 탄소는 끝없이 생산될 것이고… 인간중심주의를 포기 못하는 인류를 가까운 시일 내에 지구가 단죄 하겠지. 게다가 가족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부동산을 선택한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굥이고 이들이 이러면 이럴수록 현명한 지구의 단죄는 앞당겨질텐데… 지구님의 벌은 나도 지은 죄가 있으니 기꺼이 받을 것이고, 그나마 다행인 것은 금욕적(?)생활을 실천하고 산 탓에 난 나만 죽으면 되니까 나보다 더 소중하다는 자식이 없어서 인류 멸망이 별로 상관이 없게 되어버렸다는.


그러니 <결혼지옥> 보면서 페미니즘 공부할 사람들은 내가 아닌 데…. 아….


주부인 여성은 자본가 사장이 주는 임금을 직접 받지 않는다. 따라서 자신이 경제 체제와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항상 인지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주부와 경제는 실제로 다소 간접적이지만 매우 긴밀하게 연결되어있다. .... 아내는 새벽에 일어나 남편을 위해 아침 식사를 만들고, 점심 도시락을싸고, 모든 준비물을 남편 손에 쥐여준다. 남편은 시간과 에너지를 아껴야 한다. 남편의 시간과 에너지는 모두 사장 소유이다. - P37

월급을 받는 여성은 자신이 정치 경제적으로 꼭 필요한 존재임을 최초로 자각한 여성이다. 그녀가 자본주의적인 사회구조와 직접적으로, 분명하게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주부는 이들보다 느리긴 하지만 각성하고 있다. 주부는 광산이나 공장의 자본가 사장이 집에 있는 여성의 노동력을 지배한다는 점을 깨닫기 시작했다. 보수를 주거나 인정해주지도 않으면서 그녀의 삶을 내내 움켜쥔 채로 말이다. - P39

여성이 하는 무급 재생산 노동은 자본주의 성장 계획에서 핵심적인 부분이지만, 자본주의 체제에서 가장 ‘인정받지’ 못하는 일이다. 달라코스따가 말하듯이 이제 더 이상 가족 안에서만 재생산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며 집안일이 다양한 가사 서비스로 재편되었지만, 재생산 관련 노동은 여전히 대부분 비정규직, 저임금 노동으로 때대로 무시와 천대를 받기까지 한다.
- P219

뉴딜과 복지 국가 제도는 노동계급을 구하였는가, 아니면 노동계급이 가진 자율적인 재생산 능력을 파괴하였는가? ... 달라 코스따의 저작은 뉴딜을 재생산 정치의 측면에서 재평가 하는 데 크게 기여한다.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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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게 핵심인가..
    from 책읽는 고양이의 숲 2022-06-20 16:34 
    어제 이 책을 읽는데 이런 내용이 나오지 않겠어요? 얼른 찍어두었죠. 쟝쟝님께 먼댓글로 바칩니다ㅎㅎ * 하지만 비혼자만이 겪는 문제라는 편견은 노노 ㅋㅋ
 
 
얄라알라 2022-06-18 13:42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공쟝쟝님과 친한 척(?), 친해 보려.하는 말처럼 보이려나요.참.신기한 우연의 일치이네요 저는 오늘.새벽 3시까지 최근 ˝이혼/결혼(지옥)˝ 컨텐츠.싹싹 훑으며 보다가.종착지가.오은영쌤.음소거 부부 회차랑 위근우님.칼럼으로 마무리했거든요. 집안의 노동자는.1/2쯤 메모하며 읽는 중이고요 ㅎㅎ 저도 이렇게.좀 후련솔직하게.쓰고싶습니다....나는.나에게.잘해야한다고....

공쟝쟝 2022-06-18 14:17   좋아요 5 | URL
우리는 같은 시대를 살고 같은 매체가 담론을 유포하는 현대사회에 살고 있고, 이건 아닌 것 같다?는 물음표를 가지고 있으므로 ㅋㅋ 같은 것을 읽고 볼 가능성은 매우 높습니다! 이 책 저도 좀 읽다 말았는 데, 오늘의 글에 가장 인용해야하는 문장 따올려고 가져왔어요. 글이라도 후련하게 쓰셔야죠!! 쓰십시다!! 얄라님 신나게 써버려욧!!!

잠자냥 2022-06-18 13:47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비장하게 읽다가 ㅋㅋㅋ행복에 ㅅ ㅅ 없어서 슬프다는
말에 빵 터짐 ㅋㅋㅋ “나는 나에게 잘해야 한다”에 격렬히 공감합니다~
로맨스는 로맨스 자체가 약간 판타지 같은데 거기에 판타지를 또 붙이다 보니 진짜 안드로메다 이야기가 되어버리는 것 같아서, 저한텐 때론 sf소설보다 더 황당한 이야기 같아서 안 보게 되는 것 같아요. 아무튼 비혼, 비출산을 함께하는 동지로서 쟝쟝 님 글에 극공감하는 토욜 오후~ 오늘치 행복 잘 누리셈~

공쟝쟝 2022-06-18 14:24   좋아요 5 | URL
로맨스는 끊어도 ㅅ ㅅ 는 끊어도 알콜은 못 끊어…. ㅠㅠ ㅋㅋㅋ
로맨스 … 가끔 나도 세상에 사는 인류라는 감각을 회복하기 위해 생각나면 보는 데…. 이제 진짜 항마력을 끌어써야하는 단계에 와버렸어요 ㅠㅠ 나란 여자 이념에 심취하는 여자 ㅋㅋㅋㅋ

12N5 2022-06-18 16:3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공쟝장님 글 눈팅만 하다가 댓글 남겨요 어쩜 너무 속시원해!!
저도 푸코를 읽어보겠어요(ㅜㅜ)

공쟝쟝 2022-06-18 21:35   좋아요 3 | URL
속 시원하다니요 ㅠㅠ (안돼…. 속 시원하길 바라지 않았어…. ㅋㅋㅋㅋ) 푸코를 읽는다면 성의역사 1권을 읽으시도록 하세요! ㅋㅋㅋㅋ 읽다가 인내심의 한계를 느끼면 저처럼 까주세요 ㅋㅋㅋㅋ 푸코는 좋아할 겁니다 🤭

건수하 2022-06-18 17:1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괴벽은요.. 뭐든 보고 싶은 사람만 보면 되는 거죠.

비혼 비연애만 ㅅㅅ와 멀다는 것은 편견입니다… 토이가 요즘 잘 나온다 그러더라고요? 궁금하긴 한데.

단발머리 2022-06-18 21:00   좋아요 2 | URL
댓글 달고 싶네요ㅋㅋㅋㅋㅋㅋㅋ 뭐라고 할 말은 딱히 없는데 제가 여기에 댓글 달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2-06-18 21:37   좋아요 2 | URL
저도 할 말은 없지만 ㅋㅋㅋㅋ 댓글을 답니다 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 그것이 잘 나온다는 것은 ㅋㅋㅋㅋ 구조의 반영이라고 생각합니닼ㅋㅋㅋㅋㅋ 가장 사적인 것이 가장 정치적인 거고 경제적인 거고 기술적인 거고 뭐 그렇다…?

독서괭 2022-06-18 22:24   좋아요 5 | URL
편견입니다…에 빵 터졌습니다 ㅋㅋㅋㅋㅋ 편견이죠, 암요!

유부만두 2022-06-18 17:1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예리하시다… 그 속은 모르는거에요. 멀쩡해 보이는 결혼일수록 아무도 모르죠.

단발머리 2022-06-18 21:00   좋아요 3 | URL
옳소!에 한 표!!

공쟝쟝 2022-06-18 21:38   좋아요 1 | URL
^..^ 모르니까 좀 써주세용~!!! 좋은 것도 싫은 것도 아닌 것도 행복한 것도!!! 🙏

단발머리 2022-06-18 21: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일하는 여성이라면.... 당분간은 세탁특공대를 이용하고 음식은 밖에서 먹는 것으로.
전업주부라면.... 당분간은 세탁특공대를 이용하고 음식은 밖에서 먹는 것으로.... 해결해야 하지 않나 싶어요.

공쟝쟝 2022-06-18 21:53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 그걸 계속 외주화하다가 비용이 벌어들이는 것 이상이 되는 순간(!) 가부장제 자본주의가 파열하는 지점이겠지만…. 그 비용을 낮추기 위해 기술만능주의자들이 할 일 역시 끝없으므로 ㅋㅋㅋㅋ 궁극에는 돌봄에 대한 올바른 가치평가 (저는 재생산 노동에 프리미엄 붙여서 집에 있는 돈이 바깥에서 벌어들이는 돈 보다 높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면 남자도 가사노동 함 ㅋㅋㅋ) 페미니즘 확대로 사회가 나아가야겠죠. (아쉬운대로 개인에 지급하는 기본 소득ㅋㅋㅋ) 무엇보다 주양육자들의 여남 차별없은 양육이 중요한 시점입니다. 알라딘 만세!

건수하 2022-06-18 22:09   좋아요 3 | URL
세탁특공대는 별로예요.. 다른걸 써보세요 ^^

공쟝쟝 2022-06-18 22:13   좋아요 1 | URL
근데 진짜 지금처럼 계속 발전하는 것도 아닌 것 같고 ㅋㅋㅋ sf 페미니즘 읽다보면 남자들이 재생산 권력 (다락방님의 여성괴물 페이퍼)가져가는 걸로 결론 나더라고요. 그 사회에서 여자는 뭐가된다? 섹스토이가 된다 ㅋㅋㅋㅋㅋㅋ 답은 페미니즘 밖에 없어요 ㅋㅋㅋㅋ 페미니즘 없는 미래는 결국 여자=섹스입니다. 이미 이만큼 퇴행된 거예요 ㅋㅋㅋ 인류야, 제발 좀 정신좀 차려요, 아니 나는 좀비되도 상관없다니까?

단발머리 2022-06-18 22:14   좋아요 1 | URL
앗! 그럼 ㅋㄹ토피아로 가야 하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난 답은 기본소득이되 그 중간단계로는 국가가 돌봄, 보육 기능을 더 많이 담당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아, 5년 동안은 아무 생각 하지 맙시다 ㅠㅠㅠ

단발머리 2022-06-18 22:15   좋아요 0 | URL
암울하되 정확한 지적이에요. 남자는 여자 없이 아이를 만들려고 할 거구요. 이미 가능하고… 아.. 5년 지나도 암울한가요? 우리 미래는?

공쟝쟝 2022-06-18 22:15   좋아요 1 | URL
근데 국가한테 투표하는 인간들을 선동하는 정치가 왜 좌나 우나 똑같이 아편전쟁이냐고요 단발님 ㅠㅠ 야 남자들아 ㅠㅠㅠ 페미니즘좀 봐라 ㅠㅠㅠㅠㅠㅠ

공쟝쟝 2022-06-18 22:22   좋아요 2 | URL
저는 암울해도 상관이 없는데 ㅠㅠ 희망을 반드시 발견해야 하는 사람들은 빨리 환상에서 나와요. 현실을 직시해요. 페미빨간약 먹어요ㅠㅠ 적어도 젊은 여성들이 뭔 말 하는지라도 들어요 ㅠㅠ 이대남 우쭈쭈 그만해…

단발머리 2022-06-18 22:24   좋아요 2 | URL
쟝쟝님 말 들어요! 🥺🥺🥺
페미 빨간약 먹어요!!!

공쟝쟝 2022-06-18 22:29   좋아요 2 | URL
근데 안먹을 거예요. 우리는 행복한 파멸을 원하는 인간이라는 존재. 가장 희망적인 낙관은… 동시에 다 죽어버리자아아아아아아…..(feat.이랑, 환란의 세대)

건수하 2022-06-18 22:30   좋아요 2 | URL
ㅋㄹ토피아는 지점별로 다르다던데… 그래도 중박은 가고요 ㅎㅎ 여튼 세탁특공대는 좀 많이 별로였습니다 ㅎㅎ

건수하 2022-06-18 22:32   좋아요 1 | URL
/단발님 쟝쟝님 인공자궁이나 무성생식이
가능해질 쯤 되면 인류 멸망 위기가 오지 않을까요? 미리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아요 ㅎㅎ

공쟝쟝 2022-06-18 22:36   좋아요 2 | URL
수하님 저도 큰 빨래는 ㅋㄹ토피아가 더 좋아요 ㅋㅋㅋ 하지만 그 가격이 더 올라가면 결국 가사노동은 제가 더 해야하는 거겠죠? 그러니까 답은 페미니즘 공부입니다! 읽고 씁시다. 쳐들을 때 까지 협상하고 ㅋㅋㅋㅋ 협상할 필요없는 저같은 비재생산여성노동자는 이딴(?)글 써 갈기고요. 여돕여 하십시다! 내가 쓰면 누구는 보겠죠 ㅋㅋ 그런데 정작 나는 망하든 말든 상관이 없다니까? 재생산을 포기했다궄ㅋㅋㅋㅋ 아무튼ㅋㅋㅋ 화이팅!!!

독서괭 2022-06-18 22:3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앗 저도 오늘 아침에 위근우님 저 글 읽었는데! 굉장히 공감이 가더라고요. 오박사님이 넘나 훌륭해도 개인으로서 한계가 있는 문제..
역시 쟝쟝님은 직시하는 자 맞네요. 결혼과 가부장제의 작동을 정확히 보고 탈출함 ㅋㅋ 적당히 맞춰서 살지 뭐 가 안 되는 거죠. 직시에 대쪽까지… 하지만 거기서 받는 개인적 상처까지 훌훌 털어내기에는 섬세하고 그정도까지 강하진 않은 거 아닐까요(그렇게까지 강한 사람은 거의 없을 듯).
누구보다 저탄소 생활을 실천하는 사람들 ㅋㅋ 모순과 아이러니 ㅋㅋ 정말 그러네요. 주변에도 보면 비혼/비출산 여성들이 주로 채식하고 자차 안 몰고 그러니까요. 4인 가족인 저는 할말 없음다.. ㅠㅠ
암튼 혼자 단단하게 살아내는 쟝쟝님 항상 멋지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공쟝쟝 2022-06-18 23:02   좋아요 5 | URL
맞아요! 저는 아파요! 힘들어요! 왜 이러고 사나 하고 막 뭐가 올라와요!! ㅋㅋㅋㅋ 그러나 이 모든 걸 겪으면서도 사랑해야하는 의무가 있는 사람들 보다는 허약해도 되요. (그러나 너무 똑똑한 여자는 불행하다는 신화와는 싸우고 싶습니다 ㅋㅋㅋ 저는 더 똑똑해지고 행복해질겁니다 .. 그리고 저 같은 글은 꽤 많습니다…)
음… 그러니까 궁극적로는 괭님을 비롯해 페미니즘 공부가 더 필요한 사람들이 현실 직시하는 것이 더 대단하고 더 훌륭하고 더 (어떤 면에서는 괴롭겠지만) 필요한 존재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사랑하므로 사랑하는 존재들에게 제가 감히…?라는 생각도 많이 들어요. 그러므로 제가 하자고 하는 거는.. 말 하세요, 글쓰세요, 말하지 않으면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모를 것 같습니다. 적어도 저는 그렇습니다. 대놓고 말할 수 없으면 글이라도 쓰세요. 그 고민하고 사유하고 아파하는 글들이 앞으로의 여자들에게는 더 많이 필요할 겁니다. 저는 믿어요 😍

잠자냥 2022-06-19 00:0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나 똑똑한데 행복해 ….. (아, 다부장 자뻑은 넘사벽이다. 난 못하겠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2-06-19 08:36   좋아요 3 | URL
다부장만이 할 수 있는 심오한 자기애의 세계가 있는 데, 그것은 보통 내공이 필요한게 아닙니다 그려 ㅋㅋㅋㅋㅋ

잠자냥 2022-06-19 00:1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음 그리고 난 위근우에 대해 약간 삐딱한 시선으로 지켜보는 입장… 한남 한계패치가 결국 언젠가는 작동할 거 같은 느낌적 느낌…

공쟝쟝 2022-06-19 09:29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 한남한계 패치래ㅋㅋㅋ 저도ㅋㅋㅋ 남페미는 일단 실눈뜨고 보는데 위근우는 잘쓰니까 흐린눈 ㅋㅋㅋ (나 흐린눈 되는 사람입니다 ㅋㅋㅋㅋ) 실수하면 바로 환멸의 눈 ㅋㅋㅋㅋ 잘해라 위근우 ㅋㅋㅋㅋㅋ 하지만 남자가 잘해봤자 ㅋㅋㅋㅋ 남자는 좀만 잘해도 다 우쭈쭈해주니까 나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닼ㅋㅋㅋ

시에나 2022-06-25 17: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너무 재밌게 읽었어요. 알라딘 리뷰도 써볼까 몇번 하다가 못 했는데 공쟝쟝님 글 읽으러 들어옵니다. ㅎㅎㅎㅎㅎㅎㅎ


공쟝쟝 2022-06-26 20:36   좋아요 0 | URL
매실님 안녕하세요, 주로 적나라한(?) 글을 좋아하시는 군요(!) 저도 방금 매실님 서재 갸웃하고 왔는 데!! 에바 일루즈!! (찌리릿!! 저도 정말 좋아하는데요~ 완독한 책은 한권 밖에 없 ㅜㅜ) <사랑은 왜 끝나나> 리뷰를 보았습니다... 아아... 읽진 않았지만 벌써 좋은 것이.... 저의 로맨스 거부(?) 사상과 일맥 상통하는 책 이더군요? ㅋㅋㅋ 구매할때 땡투 할게요ㅋㅋ
그리고 매실님이 종종 들러서 즐거워하실 수 있게, 이토록 현실적이고 날카로운ㅋㅋㅋ 주장을 조금더 적극적으로 펼치도록 하여야 하겠습니다...(다짐..?)

먼데이 2023-01-14 14: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이 글 읽으면서 몇 번 폭소 했습니다. 덕분에 면역력 지수 급상승!!!
공쟝쟝님 덕분에 이 신자주의 시대에도 불구하고 타인에 의해 행복해졌습니다 ㅎㅎㅎㅎㅎㅎㅎ

공쟝쟝 2023-01-14 14:52   좋아요 0 | URL
아이 좋아!! 😀
 
[여성과 광기] Thinking is my fighting
여성과 광기
필리스 체슬러 지음, 임옥희 옮김 / 위고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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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자신에 대해 계속 공부하는 사람이고 싶다. 내가 느끼는 것, 아는 것, 생각한 것을 구분할 수 있는 사람. 그것은 내 몸에도 해당되는 일이라 내 몸에 대해서도 잘 알고 싶다. 어떤 근육이 안써서 짧아지고 있는건 아닌지, 무얼 먹었을 때 컨디션이 좋은지도. 


한달의 서너번은 충분히 웅크리고 들어앉아 책을 읽거나 일기를 쓰거나 하는 사람이고 싶다. 난 그 시간이 제일 행복한데, 언제나 시간이 없다고 생각한다. 무언가 초조하고 조급한 기분을 조율하고 뚝뚝 잠시 멈추어 응시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생각과 대화가 재밌는 사람이 되고 싶다. 알아갈 수록 알아가고 싶은 사람, 이야기에 빠지면 넋을 잃는 사람. 좋아하는 주제가 나오면 눈이 반짝빤짝 하는 사람, 그런데 그 좋아하는 것이 많은 사람. 조금은 다르게 생각할 줄 아는 사람, 그 다름을 조심스러운 태도로 말해서 달라도 존중 받는다는 느낌을 줄 수 있는 사람. 아니, 실제로도 진심으로 존중하는 사람. 진지하면서도 개구진 사람. 


희노애락을 잘 느끼고 표현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잘 웃는 사람, 잘 우는 사람, 정확하게 화내고, 즐거운 와중에서도 왜 즐거운지 아주 자세하게 포착하는 사람. 그래서 언제나 자신을 즐겁게 만들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 때때로 자신에게는 아무일이 없는데도, 누군가 무언가를 대신해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감정에 솔직하면서도, 타인에 대한 배려는 잊지 않는 사람.


맛있는 걸 아주 맛있게 먹고, 또 잘 만드는 요리가 열두가지 정도 있는 사람.

좋아하는 노래를 피아노로 열 곡은 완벽히 쯤 칠 수 있는 사람. 

글을 읽고 쓰는 사람임을 부끄러워 않는 사람.

경제적으로는 자신을 책임지고 단체 다섯개쯤은 넉넉히 후원할 수 있는 사람. 

계절이 바뀌는 것을 해가 지는 것을 바라볼 줄 아는 사람.

가장 가까운 이들에게 용기를 주는 사람. 

우리를 둘러싼 세상에 대해서도 안테나를 끄지 않는 사람.

어떤 부분에서는 지독한 면이 있는 사람.

모두에게 잘보이려고 하지 않는 사람. 

생각하게 하는 사람. 생각하는 사람.

가끔은 생각을 멈출 수 있는 사람.

취미로 하는 운동이 하나쯤 있는 사람.

동물과 식물을 꾸준히 잘 돌보는 사람.

자기 몫의 삶은 담담히 끌어안을 수 있는 사람.

너무 고생하지는 않았으면, 고통스럽지는 않았으면, 혹은 그런일을 겪어도 기꺼이 잘 사는 사람.

너무 기대를 많이하지 않는 사람, 

그리고 (방법적으로) 잘 실망하는 사람, 혹은 실망할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


-


이 되고 싶다고, 2019년의 나는 썼다. 그 날이 어떤 온도였고 내가 어떤 상태였는지 기억이 난다. 막 페미니즘 공부가 불 붙기 시작할 때 였고, 동생들과 따로 지내기로 마음 먹고 완전히 혼자가 된지 반년은 더 지나서였을 것이다. 


이 때 쯤이었을까, 내가 ‘내’가 되기로 한 게. 내가 다듬어 만들어나가고 있는 ‘내’ 모습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 것은 확실히 이 무렵이었을 것이다. 나 자신‘을’ 나 자신‘만’ 생각한다는 게 그토록 어려운 일이었는지를 묻는다면 적어도 나는 그랬다. 그런데 페미니즘 책들을 읽으면서는 안다. 그건 대부분의 모든 여자들에게 무척 어려운 일이라는 걸. 

 

조금의 시간이 흐른 지금, 나는 어떤 사람이 되었을까 하고 생각나 읽어보니 가까워진 부분도 있고, 원래 나였던 부분도 있고, 더 노력해야할 부분도 많다. 특히 ‘글을 읽고 때로는 쓴다’는 사실이 이제 더는 부끄럽지 않고 가장 큰 자긍심이 되어있다는 걸 발견했다. 여전히 생각을 멈출 수 있는 수련은 부족하다. 방법을 잘 모르겠다. 지금은 몇 가지 더 추가하고 싶은 문장들이 생겼다.


2022년 새해 맞이 추가 문장


나 자신이 필요하다고 느낄 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사람.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사람 혹은 죽음을 준비하는 사람.

자신을 수정하고 고치는 데 겸허한 사람, 사과를 잘하는 사람 곧 용감한 사람.

시간을 들여 잘 쉬면서 자아에 여분을, 여백을 만들어 두는 사람.

여유가 되면 더러는 없더라도 자주자주 지구를 생각하는 사람. 


위의 것들은 내게 있는 장점들인 동시에 내가 되고 싶은 나의 이상형이다. 

 

새해 첫날 완독한 필리스 체슬러의 여성과 광기는 “(526) 여성의 가장 중요한 자아 정체성은 제한적이고 특정한 타인들을 위한 관심사와 몇몇 남성을 즐겁게 해주는 것에 근거하고 있다”고 이야기 했다. 세상에 그런 사람이 어딨느냐, 요즘 여자들이 어디 그러느냐고 되묻고 싶겠지만. 인류의 무의식이라는 것은 거대하고 내면화된 훈육이 몸에 작용하는 것은 어마어마하다. 


서른 살에 1차 심리상담을 마무리짓고 가장 크게 인식한 무의식은 나 자신에 대한 엄청난 무관심과 그것에 근거한 타인에 대한 의존심, 그리고 ‘헌신하는 엄마’에 대한 거대한 연민과 분노였다. 앞의 두개는 가까스로 의식화하면서 정신줄 놓고 싶을 때마다 바로잡지만 맨 마지막의 것의 경우는 아무리 페미니즘을 공부해도 어떻게 잘 처리가 안된다. 이를테면 엄마가 아팠을 때, 엄마가 슬퍼할 때, 엄마가 심심하거나 우울하거나 사는 낙이 없다고 말할 때, 나는 정말 하늘의 별이라도 따다주고 싶은 심정이 된다. 그것이 내 탓 같고, 그것을 멈추게 하고 싶고, 그럴 수만 있다면 애라도 덜컥 낳아 안겨주고 싶을 정도다. (요즘의 엄마가 가장 바라는 것은 손자손녀 임) 


엄마한테 통째로 나 자신을 넘겨주면서 투항해버리고 싶을 때 마다 나는 손을 꽉쥐고 참는다. (vita언니의 언어대로 손톱을 손바닥에 박아가면서) 엄마가 원하는 것은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며, 엄마 그 자신도 원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그래도 가끔은 사실은 자주 엄마가 슬퍼서 미칠 것 같은 감정이 든다. 


“(527~9페이지 이어지는 문장) 여성의 자아정체성은 어떻게든 바뀌어야하고 강인한 개인으로 살아남는 데 필수적인 닻을 내려야 한다. 여성은 많은 일들과 많은 생각, 많은 사람들에 관심을 갖는 것에서 어떻게든 자유로워져야 한다. 자아 초점을 그처럼 급격하게 옮긴다는 것은 극도로 어렵고 두려운 일이다. 모든 ‘여성적인’ 신경과 감정이 날카롭게 자극되면서 심각한 대가가 따르게 된다. 어떤 여성은 그처럼 초점을 이동시킬 때 ‘미쳐’ 버린다. … 열정은 언제나 사죄하거나 자신과 타인 앞에서 스스로를 위장하는 여성적인 행동을 그만두고 *자기 자신의 성장과 생존에 관심을 갖는 것을 의미한다.* … 다양한 권력을 ‘남성’이나 ‘가족’을 통해서 쟁취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적으로 쟁취하는 데 관심이 있어 나선 여성이라면 누구든 가부장제의 심리적인 왕국 안에서 급진적인 행동, ‘승리’를 위한 모험적인 행동을 하는 것이다. 그와 같은 심리적으로 급진적인 행동만이 여성으로 하여금 개인 간의 무수한 차이를 관대하게 견디며 발전시키도록 해줄 것이고 … 이러한 자아 변화에 적극 참여하는 여성들은 필연적으로 개인적인 권력 쟁취와 생존을 적극적으로 지지하지 않는 모든 인간 상호작용으로부터 물러나게 될 것이다. 달리 표현하자면 다음과 같다. 

심리적으로 남성의 생존ㆍ권력ㆍ쾌락보다 여성의 생존ㆍ권력ㆍ쾌락에 좀 더 투자하는 여성이 발전하게 될 것이다. 여성의 신체에 대한 가부장제의 혐오로부터 벗어나야 하며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관계’를 유지하려는 집착에서 벗어나야 한다.* 

여성의 심리적인 정체성은 자신의 생존과 자기 인식에 대한 관심사로부터 구출된다. 여성은 이와 같은 어마어마한 노력을 지지하지 않는 상호작용을 피하거나 포기한다고 해서 따스함ㆍ감정ㆍ양육의 능력을  포기할 필요는 없다. … 여성은 먼저 자기 자신에게 그리고 다른 여성들에게 부드럽게 대하고 연민을 느껴야 한다. 여성은 세계를 ‘구하기’에 앞서, 남편과 아들을 ‘구하기’에 앞서 자기 자신과 딸을 ‘구하기’에 나서야 한다. 여성은 오로지 배우자나 생물학적 자녀를 갈망하고, 보호하고, 보살피는 외골수의 무자비함을 *자기보존과 자기계발에 집중하는 ‘무자비함’으로 바꾸어야한다.*

여성은 정서적인 위안과 애정에 대한 자신의 (대체로 충족되지 않았던) 욕구를 부정할 필요가 없다. 사실은 여성은 자유와 존엄을 상실하지 않고서도 이런 욕구를 만족시킬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사랑에 대한 여성의 욕망은 다양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충족되어야 하며, 그 방식은 무력함에 지배받는 사건들이 아니라, 그런 사건들과 대조되는 방식이어야 한다. 여성들 사이의 애정과 섹슈얼리티는 행동과 승리, 사상과 지혜가 서로 잘 어우러지면서도 뚜렷이 드러나는 것이어야 한다. 

내가 거론하고 있는 여성의 자아 변화는 심리적인 변화임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여성들의 경제 생활과 재생산의 영역에서 핵심적인 변화가 일어난 후에야 비로소 대다수 여성들이 그런 심리적 변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아마도 일부 젊은 여성들, 아마도 극소수의 여성들만이 오직 자각으로, 이해의 힘으로 그런 변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잇을 것이다. 이 자각이 지혜로 화할 때 필요한 행동이 수행될 것이다.”


가져온 이 페이지들을 씹어서 먹어버리고 싶었다. 나는 이걸 하고 있었고, 이걸 포기할 생각이 없구나. 나는 이걸 할거고 이걸 하겠다는 선언이 2019년의 저 일기였구나 하는 걸 생각해냈다. 필리스 체슬러 말마따나 내 엄마가 가족에게 헌신했던 ‘무자비함’ 수준을 엄마 딸인 나의 ‘생존’과 ‘자기계발’에 집중하는 ‘무자비함’으로 바꾼다면… 아, 도서관 하나 쯤은 통째로 내것으로 만들어야겠구나. 


살아남아야지. 먼저 나를 구하고 그 다음에는 여자들을 구해야지. 여자들을 미워하지 말아야지. 엄마 말을 듣지 말아야지. 엄마 말을 듣지 말아야지. 엄마 말을 안들어야지. 엄마 말을 안들어야 한다. 엄마가 짠해질 때 마다 내 삶은 사라진다. 엄마는 엄마 자신을 거의 없애버렸기 때문에 나한테 완전하게 영향을 미치려고 들지만, 그래서 종종 나는 엄마를 생각하면 나를 없애고 엄마가 되어버리지만. 언제부턴가 생겨난 나 자신에 대해서 계속 공부하는 나는, 나에게 너는 어떠니라고 물어보는 나는, 글을 쓰고 책을 읽는 나는, 그건 내가 만든 ‘나’다. 그것은 자꾸자꾸 사랑해서 물거품이 되어사라지려고 하는 나를 가까스로 구해낸다. 이건 ‘나다. ‘나는 엄마를 사랑한다. 그런데 엄마가 나를 사랑한 방식과는 다른 나의 방식으로 사랑한다.


주먹을 꽉진다. 이기적인 년, 지만 아는 년, 자의식 과잉이시네요, 글에 자기 자신이 너무 많은 것 같은 데, 너무 주관적이시네요, 그렇게 살아서 사회생활 가능해?(쌉가능이다 나에겐 소극적으로 잡아 31가지의 페르소나가 있다, 우하하)와 같은 말들을 비롯해 자신의 저 자신도 알지못하는 욕망을 꾸준히 투사하며 나에게 영향을 미치는 모종의 시선들까지도 기꺼이 받고 때로는 쳐내면서 나 자신을 살거다. 기구하게 사는 게 아니라 잘 살거다. 책 속의 여자들은 미쳐있지 않았다. 미쳐있는 것은 오천년 치의 여성억압이며, 만연한 여성혐오사상이다. 미친 세상에 적응하지 않아 미쳐버린 여자들을 찾아 읽을 것이다.


출발점은 나의 자아에 초점을 맞추는 것. 나는 내가 된다. 

딱히 그것말고 할 것이 없는 간단하고 심오한 혁명이다. 이러한 시대에 태어난 것이 감사할 뿐.


여성은 다른 사람의 힘과 기술에 대한 사랑과 의존을 자기 자신의 모든 힘과 기술에 대한 사랑으로 전환해야 한다. ...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훈련과 용기와 신념과 분노와 행동할 수 있는 능력과 벅찬 기쁨과 절박함이 요구된다. - P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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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여성과 광기] 나는 그대의 레퍼런스가 되어
    from 책이 있는 풍경 2022-01-06 18:40 
    쟝쟝님의 글 [여성과 광기] 외골수의 무자비함으로 를 읽고 쓴다.https://blog.aladin.co.kr/jyang0202/13229167 최근에 제일 공들여 읽고 있는 책은 『남근 선망과 내 안의 나쁜 감정들』이라는 책이다. 마리 루티의 책을 세 권 읽었는데, 이 책을 가장 좋아하고, 그래서 이번에 다시 읽고 있다. 어떤 글이든, 글은 결국 쓴 사람을 보여줄 수밖에 없다. 에세이, 소설처럼 직접적이든 혹은 사회과학 서적처럼 간접적이든. 어
 
 
다락방 2022-01-04 10:1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읽느라 고생했어요, 쟝님. 이 책을 읽으면서 자신의 것으로 소화시킨 것 같아 보는 내가 다 뿌듯하네요. 우리는 ‘나도 모르는 나‘를 발견하고 점점 더 내가 되어가도록 합시다.

공쟝쟝 2022-01-04 10:21   좋아요 5 | URL
정말 좋은 책 같이 읽자고 권해주셔서 감사해요. 나는 이미 너무 잘하고 있었지만, 이 책 후반에 와서 내가 얼마나 잘하고 있었는 지 알겠더라고요?! (응?) 마지막 장에 왕 책갈피를 꽂아 놓고, 스스로를 의심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면 필사라도 하려고요. 새해에도 건승합시다. 우리!

수이 2022-01-04 11:38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근우회 소속인 느낌입니다 오늘 쟝쟝님의 글은. 계속 근우회 관련 페이퍼 읽고 와서 근우회에 포옥 빠져버림. 엄마 말 안 듣는다고 하니까 이 엄마 입장에 선 자는 엄마 말 들어야지! 하지만 대가리 컸다고 엄마 말 안 듣고 엄마한테 덤비는 거 보소?! 이년이! 하고 엄마가 등짝 패대기칠 때 한 번만 더 내 몸에 손대면 확 집 나가서 다시는 안 돌아와버릴거야! 소리쳤던 중딩 꼬마가 떠오릅니다. 제 때도 중2가 제일 무서운 아가들이었군요. 좋아요, 좋아, 엄마 말 듣지 마요. 엄마 말 듣지 말고 엄마 기쁘게 해줄 생각 하지 말고 쟝쟝님 기쁜 거 다 해요. 쟝쟝님 지금처럼 살면서 10년 후 내다봐요. 전 벌써 그림이 그려집니다. 저는 안초비 잔뜩 들어간 생면 파스타에 화이트 와인 한잔 하면 그야말로 온몸의 세포가 들떠서 덩실덩실 엉덩이춤을 흔듭니다. 그걸 아는 게 중요한 거 같아요 내 몸이 뭘 좋아하는지, 뭘 먹어야 내 영혼이 풍부해지는지. 마찬가지로 글도 마찬가지라고 여겨요. 필리스 체슬러는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좋았어요. 그 글에 그 문장에 여러 여인들의 목소리가 웅성웅성 많이 담겨있어서 더 좋았습니다. 다들 미친년이라고 손가락질하며 그들 뇌에 칼을 대고 전기충격을 주었을 때 필리스 체슬러가 뭐가 잘못된 건지 눈치를 채고 그 목소리들을 찾아 기록한 것도 좋았어요. ‘훈련과 용기와 신념과 분노와 행동할 수 있는 능력과 벅찬 기쁨과 절박함‘ 우리 계속 내내 갖고 갑시다.

공쟝쟝 2022-01-04 17:35   좋아요 3 | URL
이 댓글 읽고 근우회 찾아봤잖아요. 좌우를 막론한 조선 여성의 굳은 단결, 봉건제 타파!!!!! 그렇다!! 우리가 가야할 길이다!! 2022년에도 여전한 봉건제여!!!!
내 몸이 뭘 좋아하는 지, 내가 뭘 먹어야 영혼이 풍부해지는 지... <- 이거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매 끼니 한끼 떼우기에 바빴던 저 자신을 반성합니다... 그래서 일까요. 그날 혀르가즘을 느꼈던 오징어 먹물 리조또가 떠오른다... 내 세치 혀는 그런걸 먹으려고 있는 거였어. 책정리 하려고 문장들 키보드로 좀 쳤는데요...필리스 체슬러.... 너무....... 하....... 너무............ 다 읽어라 여자들아!!!

미미 2022-01-04 13:4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쟝쟝님 너무 많은 부분이 공감되서 (아마 거의 다 라고도 할 수 있을 만큼)읽으며 뭉클뭉클 했네요.고마워요! 이런 글을 써줘서! 공감하고 덩달아 가슴뛰게 해줘서!! 나도 이렇게 한번 써볼래요.내 일기장에ㅋㅋㅋㅋㅋ아 페미니즘 공부하길 잘했다. 정말 잘했다. 기특하다 나에게 칭찬해줍니다. 올해 모두들 더욱더 스스로를 발견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해요!!!!

공쟝쟝 2022-01-04 17:36   좋아요 4 | URL
아 잘했다. 미미 잘했다. 페미니즘 공부하기 정말 잘했다. 미미 기특하다! 잘한다 잘한다!!!
좋아요. 그리합시다. 나를 공부하는 기쁨, 나를 잘 알아가는 기쁨. 우리는 새로운 시대에 필요한 인재들 입니다.

단발머리 2022-01-04 14:24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자기가 원하는 자기에게로 한 걸음, 한 걸음 쟝쟝님이 가까워질 떄, 그 옆자리에 앉아 쟝쟝님의 발전과 성장과 눈물과 결심을 내 눈으로 꼭 보고 싶어요. 가까이에서 보고 싶어요.

엄마에 대한 이야기 넘 절절해요. 이 세상에서 제일 좋은 엄마를 가진 내가, 그냥 그런 엄마인 내가 하고 싶은 말이라면....
쟝쟝님이 행복해야 엄마도 행복해요. 어떻게해야 쟝쟝님이 진짜 행복한지 엄마도, 엄마조차도 잘 모를수 있거든요. 엄마를 위해 쟝쟝님을 없애지 말아요. 엄마가 쟝쟝님을 낳은 건.... 쟝쟝님 안에서 새롭게 살아가기 위해서잖아요. 이상 엄마 말씀 그만 ㅎㅎㅎ
좋은 날 보내요!!!

공쟝쟝 2022-01-04 14:41   좋아요 4 | URL
저 지금 울어요 ㅠㅠㅠㅠㅠㅠ 울고 올께요 ㅠㅠㅠㅠㅠ

단발머리 2022-01-04 15:00   좋아요 2 | URL
울지 마여~~~ (토닥토닥)

수이 2022-01-04 17:04   좋아요 3 | URL
왜 애를 울리고 그래!!!!!

공쟝쟝 2022-01-04 17:38   좋아요 5 | URL
저 진짜 개 오열하다가.. 정신 차리고 잠깐 나가서 6킬로미터 뛰고 왔어요.. (대체 왜..?) 내일치 운동 미리 땡겨서 했으니까, 내일은 밖에 안나가야지...... 내 안에 있는 엄마. 엄마 자신도 모르는 엄마. 엄마 사랑해... 나는 내가 될께! 화이팅!

다락방 2022-01-04 17:40   좋아요 3 | URL
아니 단발님 댓글 왜이래? 이제 내가 울차례다 .. ㅠㅠ

단발머리 2022-01-04 17:41   좋아요 2 | URL
아이공!! 오늘 우는 사람들 왜케 많아요. 이리 와요, 다락방님! (토닥토닥)

단발머리 2022-01-04 16: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1979 봤어요? 1979 ㅋㅋㅋㅋㅋㅋㅋㅋ 우아, 넘 신기합니다. 오늘 안에 2020년으로 진입하는 거에요? ㅋㅋㅋㅋㅋㅋㅋ

수이 2022-01-04 17:04   좋아요 2 | URL
1987 인데 1987

공쟝쟝 2022-01-04 17:39   좋아요 1 | URL
이게 뭔가 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1995 입니다. 새로운 21세기로 진입중.

다락방 2022-01-04 17: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 조회수 무슨 일이야. 유튭 어딘가에서 소개된거 아닐까요? 껄껄. 흥해라!!

단발머리 2022-01-04 17:40   좋아요 1 | URL
에헤라디여~~~ 얼쑤 조오오타!!!!

공쟝쟝 2022-01-04 17:40   좋아요 1 | URL
아 정말.. ...... 셀럽이랑 친하면 역시 셀럽되는 거지... 다락방 셀럽이랑 친한 나는 세상에서 제일 돈없는(?)ㅋㅋㅋㅋㅋㅋ 알라딘 셀럽 ㅋㅋㅋㅋㅋ 알라딘에 노출되면 될 수록 책 값으로 탕진한다..

다락방 2022-01-04 17:40   좋아요 2 | URL
아니 근데 쟝님 유튭 보고 제 서재도 오나봐요. 저는 조회수 700 넘네요? 원래 이시간에 넘었었나?

단발머리 2022-01-04 17:42   좋아요 2 | URL
다락방님은 원래 방문자수 많아요. 평소보다 쪼금 더 많은 상황. 이상입니다, 오바!

공쟝쟝 2022-01-04 17:43   좋아요 2 | URL
운명공동체다!! 그 영상을 헌정한 잠자냥은 어떻게되었을까?

공쟝쟝 2022-01-04 22:26   좋아요 2 | URL
진짜 무슨일 있었나봐 현재 1만6천!!! 뭐지? 나 드디어 … 셀럽…?

난티나무 2022-01-04 19:3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공쟝쟝님이 들려주시는 이야기와 인용문들은 어찌 이리 가슴에 내리꽂히는지…. 저도 좀 울고 올게요~~~~~😢

공쟝쟝 2022-01-04 20:14   좋아요 4 | URL
왜... 왜 다들 우는거야... ..... 하지만 이미 나도 많이 울었다... 단발님 댓글좀 봐요.. 진짜 ㅜㅜ

책읽는나무 2022-01-04 20:0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전 아까 미미님 글에서 이미 울고 왔쪄요^^
공쟝님 혹시 맏딸??
맏딸이기에 이렇게 야무지고 똑똑하네요.
엄마를 사랑하는 그 마음이 뜨거워 손가락 데여 반창고 붙이고 왔쪄염~^^
어머니가 만약 이 글을 보신다면 행복하면서도 딸이 안쓰러울 것 같기도 해요.
공쟝님이 행복해야 엄마도 행복하단 단발머리님의 말씀에 100% 동의합니다!!
이제부터 공쟝님은 행복하기만 하자구요!!^^

공쟝쟝 2022-01-04 21:32   좋아요 6 | URL
네 오뉴월의 한이 서린 K장녀입니다, 엄마는 안보실거예요. 보면 안돼요. 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저를 행복하게 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독서괭 2022-02-09 17:0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헉 쟝쟝님.. 좋아요만 눌러놓고 이 글을 이제야 읽었네요. ㅠㅠ 많이 감동받고 갑니다. 아 쟝쟝님 내가 계속 응원할거야..♥

공쟝쟝 2022-02-10 11:23   좋아요 1 | URL
서재에 얼마 없는 mz이자 워킹맘 페미니스트인 괭님을 내가 더 많이 응원할거야...!! (애정합니다)
 

룰루, 오늘은 즐거운 일요일.

9월 막주부터 해야하는 데… 미루고 있던 에어컨 필터청소와 선풍기 씻어서 넣음과 동시에 가습기를 꺼내야겠다고 야심차게 마음을 먹고 앞치마를 입었다. 본격적으로 혼자 집에서 일을 시작한 나에게 할 일을 중심으로 복장을 갖추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식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잠옷에서 추리닝으로 (분명 다르다!! 왜냐면 저는 잠옷 만큼은 셋트로 갖춰서 이쁜 것을 입습니다. 추리닝은 목이 늘어져 있어야하고 고무줄 바지는 배꼽 위로 올라와야 함. 당연히 브라자는 안한다. 그것이 프리랜서 재택근무자의 가장 판타스틱한 직원복지 인 것이다. 뭐지 이 tmi는 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후후. 어쩐지 오늘의 페이퍼는 계속해서 tmi일 것 같은데?😏) 갈아입어야 일하는 모드의 나 자신이 된다. 잠옷으로 다시 갈아입으면 자유 모드의 나다. 넷플릭스를 보거나 읽고 쓰는 시간의 나는 대부분 일할 때 보다 더 잘 갖춰입은(ㅋㅋㅋ) 잠옷 차림이다. 추리닝이 작업복이라면 운동할 때는 레깅스. 좋은 거 새로 사고 싶은 데, 다이어트 성공한 동생이 커졌다며 잔뜩 안겨줘서 레깅스가 좀… 많다.

그리고 얼마전 부터는 앞치마 모드 자아를 하나 더 만들었는 데, 이것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던 것이, 회사다닐 때야 구내식당이 알아서 메뉴를 챙겨주었지만, 이제는 내 밥 내가 해먹고 설거지도 내가 해야하기 때문이다. (물론 바쁠 때는 그냥 나가서 휙 사먹고 옴) 그런데 내가 평범한 인류인 이상 밥을 먹고나면 설거지가 하기 싫고, 설거지를 하지 않으면 쌓이고, 그 쌓인 것은 너무도 당연히 나 아닌 누구도 해결해주지 않는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크지 않은 집이 휴식과 여가의 공간으로만 기능할 때는 상관이 없었는 데, 일하는 공간으로 겸업 하니까 의식적으로 청결 상태를 유지하지 않으면 금세 난장판이 되버리는 것😱.

지금 바쁘니까 이따 치워야지 → 바쁘게 일함 → 일이 끝남 → 집이 엉망 → 피곤하고 치우기 싫음 → 대충 씻고 일단 잠 → 일어나서 작업복으로 환복 → 집이 엉망인 상태에서 일 → 피곤하고 치우기 싫은 데, 어제보다 더 치우기 싫어짐 → 반복하다가 마감 → 와! 드뎌!! 일 끝!!! 이제 집에 가야지???  응? 집이… 집이… 아, 여기 집인데 왜 집에 가고 싶죠? 🥲

이 짓을 세 번 하고 나니까 이 모든 시작점이 바로 먹고난 뒤 설거지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무튼 설거지가 쌓이기 시작하는 순간이 바로 일도 휴식도 그 모든 정리가 되지 않는… 뭔가 계속 찜찜하고 어느 것 하나 집중할 수가 없는… 퇴근했는 데 집에 왔는데 집이 아닌… 아 몰랑😞 난 암튼 그랬다. 그래서 설거지를 밀리지 말자! 하면서 밥하고, 밥먹고 설거지 할 때는 앞치마를 입자! 하고 짱박아둔 앞치마를 사용하기 시작했는 데 워, 이게 생각보다 너무 괜찮네? 앞치마 안입을 때는 밥먹고 설거지하기 싫어서 계속 딴짓 하다가 노동자 모드로 전환하는 로딩이 좀 걸렸는데, 앞치마를 기준으로 하니까 바로바로 노동 모드 동기화가 빨라지더라(느낌인가?? 🙄 ㅋㅋㅋ).

여튼 여기서의 교훈 : ‘재생산 노동’ 모드의 나 자신은 꼭 필요했다!!!는 것.

앞치마, 내가 그를 입지 않았을 때 그것들은 하기 싫은 설거지에 불과했다. 그러나 내가 적극적으로 앞치마를 입고 의식을 갖추자 그 일은 나에게로 와 ‘사회라는 공장’을 굴리며 ‘노동자’인 나를 더욱 온전하게 하는 ‘재생산 노동’이 되었따….

“(23) 이 ‘고용되지 않은’ 여성들은 문 닫힌 집 안에서 노동하고 있다. 그들은 자본의 필요에 따라 다시 밖으로 불려 나가기 전까지는 계속 집 안에 머물며 일을 한다 (...) 자본주의에서 생산되는 다른 모든 상품과 달리, 여성이 생산하는 상품은 인간, 다시 말해 노동자이다. (...) 그 자체로 자본주의 생산 양식에 결부되어 있다. 이 사회적 상황은 공장과 마찬가지로 언제나 규격화되어 있으므로, 우리는 이를 ‘사회적 공장’이라 부른다. ”


앞치마 질끈 동여매고, 햇살이 좋아 창문 활짝 열어놓고, K-POP 틀고 일요일 맞이 청소 시작. 

분명 여름용 가전기기 집어넣는 것만 하고 <페미니즘의 투쟁>을 읽으려는 것이 나의 계획이었건만, 하다보니 또 완벽주의 돋아서 온 집안의 먼지를 닦아내고 공기청정기 필터 청소와 세탁기 청소도 모자라 화장실 줄눈까지 닦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왜일까. 왜 청소는 하기 싫을 때는 더러운 게 암시랑토 않다가 하기시작하면 미친 듯이 하게 되는 걸까.

혼신의 힘을 다해 청소를 마치고나니 점심먹을 때도 한참지난 한시 사십분. 집에선 에어컨 세정제 냄새와 화장실 락스냄새가 진동하고…. 입맛이 뚝 떨어져서 도저히 집에서 밥 먹기가 싫어서 밥차림 노동의 외주화! 동네 분식집에서 떡볶이를 잡숫기로 했다. 떡볶이 먹으면서 드는 생각이 오늘 너무 화학약품 많이 쓴 것 같아 지구에 대한 미안함이 돋아나 세제 떨어져가는 데 바꿔볼까? 무계면 활성제를 사용한 제로웨이스트 친환경 타블릿형 세탁세제를 구입했고… 내친김에 패키지와 물없는 알약 타입의 친환경 치약도 구매했다(비쌌다).

“(47)소비는 여성이 가사노동을 할 때 갖는 강박적인 완벽주의에 정확히 상응한다.” 


홀린 듯 결제를 하고나니 작년 가을에 환경을 위해  비누 하나로 모든 것을 해보겠다고 (샤워, 머리감기, 세수) 자발 떨다가 얼굴이 다 텄던 악몽이 생각났(여러분 세수는 꼭 폼클렌징으로 합시다)고, 아니야 괜찮아, 대나무 칫솔은 그럭저럭 성공했잖아(하지만 역시 칫솔모가 흐물거려…)하면서 돈을 더들여 친환경 제품을 사는 것이 친환경적인 것인가 하는 생각을 잠시 하다가, 더 쾌적하고 말끔한 공간에서 살고 싶다(즉, 청결한 청소상태 유지)는 욕망과 친환경은 서로 배치되는 것은 아닌가 뭐 그런 생각을 하면서, 청소에 집착할 수록 쓰레기를 많이 배출하며 화학 약품으로 지구를 해친다면 청소에 대한 집착을 버리는 것이 어떨까… 아, 그것은 절레절레… 집으로 돌아와 반짝 반짝 빛나는 식탁위에 앉아 본격적으로 <페미니즘의 투쟁>을 읽기 시작했다(가 십분만에 피곤해서 낮잠을 자고 일어나서 읽었다).


“(26)이 논평(여성과 공동체 전복)은 ‘여성 문제’를 규정하고 분석하며, 자본주의적 노동 분업이 만들어 낸 전체 ‘여성 역할’ 속에 위치시키는 시도이다. 이 글에서 우리는 가장 먼저 *주부를 여성 역할의 중심인물*로 두려고 한다. 또, 모든 여성, 심지어 집 밖에서 일하는 여성까지도 주부라고 상정한다. 어디에 살든 어느 계급에 해당하든, 세계 어디서나 여성의 위치는 가사노동이 가진 독특한 성격에 따라 결정된다. … 따라서 여성이라는 카스트caste에 관한 분석은 모두 노동 계급 주부의 지위를 분석하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70년대 가사노동 임금투쟁을 이끈 빡센 이탈리아 페미니스트 운동가인 마리아로사 달라 코스따는 이 글 <여성과 공동체 전복>을 통해 자본주의적 노동분업에서 기존의 맑스주의적 관점이 짚지 못한 ‘주부(저자에 의하면 여성 역할의 중심인물)’와 ‘가사노동’을 분석 한다. 놀랍지 않은가. ‘주부’를 중심에 두고 자본주의를 분석한다니. (사실, 더 놀라운 것은 좌우파 막론하고 200년 넘게 ‘주부’를 경제 분석 단위 자체에 포함시키지 않았다는 것이지만…)

내 생각에 핵심 문단은 요 부분인 것 같다. 임금노동이 은폐하는 지점에 대한 비판.

“(32)자본이 *남성*을 모집해서 *임금 노동자*로 바꾼결과, 임금을 받지 않는 다른 모든 프롤레타리아(여성, 노인, 아동…)들과 남성 사이에는 균열이 생겼다. … 바로 이 임금을 통해서 임금 없는 노동자에 대한 착취가 조직적으로 이뤄진다는 점이다. 이 착취는 임금이 없다는 점이 착취를 감추기 때문에 훨씬 더 효과적이다.”

동시에 그것은 ‘가장’이라는 이름으로 가족 안의 독재를 가능하게 했으며, 가정의 범위에 들지 않는 이들을 사회적으로 배제하였고, 고립된 가사노동으로 여성들의 사회적 역할과 창조적 능력을 축소시켰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마리아로사 등이 주축이 되어 벌인 “가사노동에 임금을 지급하라”는 투쟁은 당시엔 비록 성공하지 못했지만 그들이 제기한 관점은 자본주의는 물론 전통 맑스주의 조차 은폐해온 여성의 가사노동, 즉 ‘재생산 노동(출산, 돌봄, 가사노동 등등)’에 대해 중요한 질문들을 던졌다. 이는 추후에 ‘노동의 성별분업화와 노동의 위계화(차별화)가 바로 자본주의의 원리’라는 중요한 정치경제학적 통찰로 발전하게 될 것이다. (캘리번과 마녀 링크 : https://blog.aladin.co.kr/jyang0202/10828728 )

그 뿐인가. 글에서 제시한 ‘사회적 공장’ 이라는 개념은 임금만이 생산체제가 되면서 생산체제가 배제하고 분리시켜온 전 사회적 노동의 착취를 환기하며 임금노동 여부와 관계 없이 ‘사회적 임금’을 지급해야한다는 이론 —어디서 보셨죠? 바로바로 *기본소득* 되시겠습니다— 으로 나아가게 되고야 마는 데…. (기본소득이 알려주는 것들 링크 : https://blog.aladin.co.kr/jyang0202/10735810)

여기까지는 지난한 페미니즘 책 읽기를 통해 알고 있었던 부분이라서 오-! 하면서 읽었는 데, 내가 글의 후반부에 가서 흥분하며 소름 쫙 돋았던 이유는 글 자체가 가진 무지막지한 급진성 때문이다. 장난없다. 제목 <여성과 공동체 전복>답게, 전복을 전복해버리신 마리아로사느님이랄까. (전복에 약한 편)

“(46) 노조와 마찬가지로 가족은 노동자를 보호하지만, 남녀 모두 노동자 외에는 다른 어떤 존재도 될 수 없게 한다. 그렇기 때문에 노동 계급 여성이 *가족에 저항*하여 싸우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롸?!!!!! 😱 주부여, 페미니스트들이여, 본격 가족파괴를 시작하자!!! 마리아로사는 가사노동 투쟁의 구체적 과정을 자본주의적 사회질서가 수립한 *핵가족의 파괴*를 거쳐야 한다고 말씀하시며 그것이 더 높은 계급투쟁의 차원이라 설파 하는데 (가족 파괴!!!! 마리아로사느님! 저 잘하는 중입니까? 나여, 힘죠!!!!!! 나 혼자 산다!! 아자!!!) 그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한 술 더떠 주부를 거부하는 여성에게 예의 ‘임금 노동자’가 되라고 하는 것이야 말로 자본주의가 원하는 일이라며 돈주는 일도 하지 말라고 하신다!! “(55)왜냐면 우리는 충분히 일했기 때문이다.”

여차저차 제3세계까지 포괄하시며 자본주의를 어떻게 뿌술건지 제안하시는 데… 

여하튼 거칠게 정리하면 우리가 가야할 길은 반성장, 탈노동 혹은 반노동의 투쟁인 것이다! 

만세! 진정한 노동 해방이여!


“(57)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는 투쟁을 시작한다. -1971년 12월 29일”


뭐지. 이거. 너무. 너무. 😳 팬데믹, 4차산업 혁명과 기후위기와 페미니즘적 요구가 넘실대는 2021 지금의…  현대적 문제 의식에 맞아떨어지는 해결책을 미리 품고 있는 50년 앞서간 글 아닌가. 아놔… 보봐르에 이어 이 언니 마저 이러면, 나 페미니스트인거 너무 행복하잖아요…(아찔)

그대 지금까지 고작 프롤레타리아 혁명만이 급진이라 생각했나? 훗, 진짜 혁명은 ‘노동’이라는 프레임 자체를 거둬야 하는 거야. 그리고 현대사회의 노동윤리를 가능케한 가족 ‘따위’를 없애버리는 거지. (성급한 일반화 ㅋㅋㅋㅋㅋ)

나만 알기 싫다… 이 책… 좋다 좋다 하더니 정말 좋은 책이다… 진짜 개 치인다. 띵문 대잔치여.
근데 저 지금 제대로 읽고 있는거 맞죠?….ㅋㅋㅋㅋㅋㅋ 제가 읽고 싶은대로 읽고 있는 걸까요? ㅋㅋㅋㅋㅋ



자본주의에서 생산되는 다른 모든 상품과 달리, 여성이 생산하는 상품은 인간, 다시 말해 노동자이다. 그러므로 사회적 상황은 따로 떨어진 별개의 요소, 즉 공장의 부속물이 결코 아니며, 그 자체로 자본주의 생산 양식에 결부되어 있다. 이 사회적 상황은 공장과 마찬가지로 언제나 규격화되어 있으므로, 우리는 이를 ‘사회적 공장’이라 부른다. - P23

여성의 노동시간이 영원히 계속되는 이유는 기계가 없어서가 아니라 고립되어 있기 때문이다. - P34

임금 노동자이자 한 가족의 가장인 남성은 여성 착취라는 특수한 착취에 사용되는 특정한 도구에 불과했다. - P36

가사노동이 본질적으로 ‘여성의 노동’인 건 아니다. 여성이라고 빨래나 청소를 하면서 남성보다 자아를 더 많이 실현하거나 남성보다 덜 힘들진 않다. 빨래나 청소는 노동력을 재생산하므로 사회서비스이다. 자본은 정확히 자본주의 가족 구조를 제도화함으로써 남성을 이런 사회 서비스 역할에서 ‘해방’시켰다. 따라서 남성은 온전히 ‘자유로운 상태’에서 직접적으로 착취당하게 된다. 남성들은 자신을 노동력으로 재생산해 내는 여성을 부양할 충분한 돈을 자유롭게 ‘벌 수 있게’ 된 것이다. *자본은 가정 내 여성에게 이런 서비스를 떠넘기는 데 성공했고, 그만큼 남성을 임금 노예로 만들었다.* 동시에 여성이 노동시장에 유입되는 것도 통제했다. - P38

노동 계급 가족은 더욱 무너뜨리기 어려운데, 그 이유는 노동 계급 가족이 노동자를 지탱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노동자로서, 그리고 노동자라는 이유로 노동 계급 가족은 자본을 지탱하고 있기도 하다. 노동 계급 가족은 계급의 유지 및 생존을 좌우하지만, 이때 계급의 유지 및 생존은 계급 자체에 반하여 여성을 희생시킴으로써 가능해진다. 여성은 임금 노예의 노예이며, 여성의 노예상태가 남성의 노예상태를 보장한다. 노조와 마찬가지로 가족은 노동자를 보호하지만, 남녀 모두 노동자 외에는 다른 어떤 존재도 될 수 없게 한다. 그렇기 때문에 노동 계급 여성이 가족에 저항하여 싸우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 P46

그러나 가사노동을 통한 여성의 착취는 핵가족의 생존과 결부되어 특수한 역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투쟁의 구체적 과정은 자본주의적 사회 질서가 수립한 *핵가족의 파괴*를 거쳐야만 하고, 그럼으로써 계급투쟁을 한 차원 더 높여야 한다. - P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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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티나무 2021-10-25 06:25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잠옷과 추리닝은 다르다 - 옳소!
당연히 브라자는 안한다 - 옳소!
이하 모두 - 옳고 말고요!!!!
(핵가족의 파괴… 흠흠 요거는 개인적으로 딱 걸리는 항목인데… 일단 패스)

공쟝쟝 2021-10-25 11:10   좋아요 4 | URL
마리아로사가 의도한 건 아닐테지만 70년대에 비해 더 막나가는 신자유주의덕에 핵가족은 파괴가....된것 같긴 합니다? 나는야 비혼1세대 ㅋㅋㅋ

책읽는나무 2021-10-25 08:4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오호...읽으려고 사다 놨어요!!!
보부아르 다음으로 읽기 딱 좋은 책이로군요?^^
아....나도 앞치마 두르면 선풍기랑 에어컨 필터 청소 시작할 수 있는 건가요??
거실 한 켠 잘 보이는 곳에 놔두고 열심히 언제 할까???? 날짜 계산만!!!ㅋㅋㅋ
선풍기 쳐다만 봐도 너무 춥다고 느껴질 때가 선풍기 청소하는 날이라고 생각 했었는데 아~~앞치마가 답이었군요!!!!불끈!!!!

공쟝쟝 2021-10-25 11:12   좋아요 5 | URL
앞치마 너무 좋아요. 청소에도 좋지만 특히 택배 받거나 분리수거 같은거 하러 잠깐 집앞 나갈때 ㅋㅋㅋ 굳이 브라 안해도 됨 ㅋㅋ (이미 모든 브라가 브라렛이지만 그래도 브라 싫다... ㅜㅜ)

미미 2021-10-25 09:3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런 tmi너무 좋아요!!ㅎㅎㅎ
저도 때때로 어딘가로 퇴근해야 할것 같고 ...싶은 그 느낌 찡하게 공감입니다 하 =͟͟͞͞(๑º ロ º๑)

공쟝쟝 2021-10-25 11:13   좋아요 4 | URL
어딜퇴근해요. 딱붙어서 책읽고 글쓰셔야죠!! 미미님 저 바뻐서(-_- 거짓말 ㅋㅋ) 인제 시작했어요!!! 빨랑 읽을 수 있을거 같아요!! 요거 읽고 에코 페미니즘도 읽을 꺼예요~!! 뽜이팅!!!

2021-10-25 10: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0-25 11: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mini74 2021-10-25 13:4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노동 모드 동기화 ㅎㅎㅎ 청소하실때 조심하세요. 전 손끝이 갈라지면서 피가 나서 왜? 했더니 엄마집 청소하면서 쓴 제품이 너무 독해서 ㅠㅠ 손끝이 까져서 피가 ㅠㅠ 여성의 가사노동이 진정한 시지프시의 형벌같아요. 공장쟝님 글 읽고나면 힘이 불끈, 씩씩해지는 느낌입니다 *^^*

공쟝쟝 2021-10-26 09:34   좋아요 3 | URL
피가...... ... 피 볼때 까지 하는 청소... ㅋㅋ 어제 저도 과몰입해서 청소하고 가사노동 글 읽으니까 뭐랄까... 여러가지 생각이 들더라구요...
책에서 70년대에 반자본주의와 함께 가족파괴를 외치신 마리아로사 대모님을 만나니 힘이 아주 불끈 솟아올랐습니다! 밤 늦게까지 제가 씩씩댄 것이 느껴지셨다니!! 보람있습니다!!!

잠자냥 2021-10-25 20:5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브라자를 브라자라고 말하는 거 너무나 시원하다~ 브래지어 노노

공쟝쟝 2021-10-26 09:35   좋아요 0 | URL
요즘 촌스럽게 누가 브래지어를 하나? ㅋㅋ

붕붕툐툐 2021-10-25 22: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급진적인데 너모 좋다. 얼레벌레 1인 가구가 된 나도 가정 뿌시자에 한표! 움하하하하!
악순환의 시작에 설거지 있는 거 너무 공감. 설거지만 잘해도 왠지 관리잘되는 집같은 느낌이! 앞치마 매직파워 짱짱!!

공쟝쟝 2021-10-26 09:38   좋아요 0 | URL
설거지가 쌓여있으면 깨끗해도 집이 더러운거 같은 효과도 있죠 ㅋㅋㅋ 아... 툐샘 출근했어요? 오늘도 화이팅!
 

페미니즘이 철학이 될 수 있을까.

높은 천장의 200명 학생들. 수요-공급 곡선안의 원자화된 이기적 개인의 욕망을 어떻게하면 자극 할 수 있는지에 관한 case by case 연구들을 꾸역꾸역 외워대다가 다른 차원에서 다른 차원으로 이동 하는 것 처럼 인문대에 놀러가곤 했다. 낮은 천장의 낡은 책상들이 옹기 종기 모여있는 작은 강의실에서 교양 강의로 철학 수업을 듣는 것은 즐거웠다. 시간을 미분하고 공간을 우주까지 늘려봤다가 이내 삶을 조망하고 생각을 생각하고 생각하는 방법을 생각하라는 요구들이 엉뚱하게도 그 순간 만큼은 나를 해방시켜줬다. 네가 선 곳. 네가 생각하는 것. 네가 바라보는 방식. 그것에 대해 빈틈 없이 흔들어 볼 것. 나는 나자신을 아예 잊어버리기 위해 철학 수업을 이용했을 지도 모른다.

철학에 매료되었지만 공부할 수는 없었다. 인문학은 죽었고, 철학을 공부해선 먹고 살 수 없었고, 저출생으로 신입생이 줄어가는 전국의 모든 대학교들에서 철학과는 통폐합 1순위였고, 무엇보다 나 자신이 공부를 평생할 수 있는 것이라고 여기지 않았다. 철학은 공부를 평생 할 수 있는 사람들이나 하는 것 아닐까라고 생각하면서 간 보듯 쪼금 쪼금 찍어먹었다. 그걸로도 충분했다.

어차피 좋아하는 건 할 수 없는 거다. 나는 그런 이상한 비합리적 신념에 싸여서 30여년을 살아왔는 데, 철학공부 역시 그랬다. 좋으니까 이건 할 수 없는 것이겠구나. 너무 좋아하지는 말자. 그러나 사람은 변하기도 하는 모양이다. 비합리적 신념을 조금이나마 걷어낸 내가 돌아돌아돌고돌아 혹시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가장하고 싶은 것은 전과이고 철학 공부니까. 그러나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는 노릇이고 그리하여 나는 내가 허락하는 한에서 적당히 추구해보고자 하는 데, 어쨌든 나라는 한정적인 자원이 노동 후 피곤하지 않을 만큼의 시간이 생길 때, 가장 읽고 싶은 책은 페미니즘 책과 함께 철학책이다. 둘이 비슷한데 페미니즘 책은 같이 읽기로 한것이기 때문에 먼저 읽게된다. (그리고 거기에 뇌 용량을 다 투하하고나면 다음 달의 벽돌 책이 기다리네?)

그래서 ‘페미니즘 철학’이라고 하는 데 책을 안살 수가 없었다. 작가님의 이전 책 <생각하는 여자는 괴물과 함께 잠을 잔다>를 인상깊게 읽기도 했고. 더군다나 페미니즘 철학이라는 건 내가 학교 다닐때 커리큘럼에는 있지도 않았다. 그 뿐인가, 유명한 철학자(라고 불리는 한국의 지식인)들이 페미니즘은 철학이 아니라고 대놓고 이야기하기도 했었다.


“(45) 페미니즘 철학을 기존의 보편 인간을 이야기하는 철학과 기존의 가부장제 질서에 반대하는 안티철학, 반反철학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어요. ‘이게 남성 철학이라면 여기에 반대하는 철학이 페미니즘 철학 아닌가’라고 생각하거나 여자가 하는 철학을 페미니즘 철학이라고 생각한다는 거예요. 저는 둘다 아니라는 거죠. 페미니즘 철학이 기존의 철학적인 사유나 개념 틀에서 시작하는 건 사실이에요. 그런데 그로부터 비판적 거리를 두는 거죠. 비판적 거리를 두기 위해서는 기존 철학에서 타자라고 해왔던 것들, 기존의 철학에서 무시되어 왔던 것들, 즉 신체, 여성들의 경험, 감정이나 정념 같은 것들을 다시 철학의 언어로 사유해보는 거예요. *기존에는 철학적 재료가 될 수 없었던 것들을 철학적 재료로 다시 다듬어보려는 거죠.* 둘 다 해내는 거예요. 기존의 철학적 도구를 사용하는 동시에 기존의 철학이 무시해왔던 몸이나 감정 같은 것들을 철학의 재료로 가져오는 거죠. 그렇기문에 페미니즘 철학은 세계에 대한 새로운 관점과 이해를 포함해요. *본래 철학의 일이 세계를 인식하는 틀거리를 만드는 것이라면, 그런 점에서 페미니즘 철학은 세계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발명하고 새로운 관점들을 고민해보는 철학*이기도 한 거죠..”


고작 책의 1장을 읽었을 뿐인데, 그동안 어렴풋이 이것은 페미니즘 ‘철학’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던 것들의 해상도가 높아지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 호들갑을 떨며 페이퍼를 적어보는 중이다. 보부아르와 파이어스톤과 오드리 로드. 저자가 페미니즘 철학의 ‘입문’으로 선정한 인물들도 매우 마음에 든다.

마지막으로 처음으로 제대로 페미니즘을 마주했을 때.이제는 예전의 나로 돌아갈 수 없겠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던. 그리고 여전히 내가 누군가가 페미니즘이 뭐야? 라고 물을 때 대답하는 그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적어놓고 오늘의 페이퍼를 끝내보려고 한다.



“(73) 어머니 억압의 역사는 자본주의의 역사보다 20배는 더 오래되었다. 그러는 동안 어머니는 어머니 자신에 대해 말할 수 없게 되었다. 어머니는 자신이 원하는 희망과 자신에게 부과된 희망을 구별하지 못한다. *이 글을 쓰면서 나는 훌륭한 언어는 아니지만 내게 언어가 있다는 사실에 대해 어떤 쾌락을 느꼈다.* 그런 점에서 (물론 그들이 의도하지 않은 결과겠지만) 내게 언어를 가르쳐준 아버지들에게 감사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버지 언어’의 역사적 맥락을 설명하고 상대화시켜준 여성주의 지식인들에게 감사한다. *앞으로 딸들은 아버지의 검은 잉크를 엎어버리고 어머니의 젖이라는 흰색 잉크로 어머니에 대해 다시 써야 한다*. 이제 아들은 어머니에 대해 말하는 것을 그만 두어야 한다. 딸은 어머니를 자신에게 투사하지 말고 스스로 욕망하는 대로 살아야 한다. 사회는 여성과 어머니를 분리하고 ‘성스러운’ 어머니의 일을 남성에게도 부과해야한다. ” 

 - 정희진, 페미니즘의 도전 (구판)


나는 나의 페미니스트로서의 전향(?)을 진지하게 궁금하게 여기는 지인들에 한정하여 저 문장을 말해주면서 내 언어로 풀어서 페미니즘을 이렇게 설명해주곤했다.

“[공쟝쟝] 여기 책이 있어. 이건 책이야. 자, 이건 글씨지? 지금까지 나는 글씨를 읽어왔어. 그리고 이 책을 읽었다고 여기며 뭔가를 알았다고 생각했지. 그런데 페미니즘은 나머지야. 글씨를 제외한 나머지의 모든 것. 흰 여백, 단어와 단어 문장과 문장사이의 공백, 저자가 쓰지 않은 맥락, 종이라는 물성과 이 책이라는 것이 내게 오기까지의 노동까지. 그러니까 텍스트를 제외한 이 책을 이루고 있는 모든 것 또한 ‘책’이라고 페미니즘이 말해줘. 어쩌면 텍스트는 가부장이야. 나는 그걸 읽고 뭔가를 알았다고 생각했는 데, 그걸 읽을 수 있었던 건 텍스트 외의 모든 것을 이루고 있는 나머지들이 존재하기 때문이었어. 텍스트가 아니어서 텍스트가 될 기회 조차 없어서 아직 읽히지 않은, 검은 글씨의 나머지를 포함한 것을 볼 수 있게 되었을 때, 그러나 그 텍스트야 말로 철저하게 그 나머지 것들에 기대지 않으면 존재할 수 조차 없다는 걸 알았을 때. 세계가 완전해진 느낌이었어. 텍스트를 가능하게 한 모든 것(그게 여성의 노동이든 존재든)을 인식 시켜 준. 나에게 페미니즘은 그래. 그리고 안타깝게도 텍스트가 아니었기에 한번도 읽힌적 없는 그것들의 존재를 인정하고, 읽히지 않은 그것들을 새로운 텍스트로 부단히 적어내리는. 어쩌면 가능하지도 않고 계속해서 어려울 그 작업이 페미니즘 인 건 아닐까?”


여자는 어떻게 표시되요? ‘-A’, 즉 A가 아닌 것으로 표시돼요. 이게 아주 중요하다고 봐요. 자기가 누구인지 표시될 수 있는 것과 자기가 ‘무엇무엇이 아님’이라고 표시될 수 있는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어요. 그렇지 않나요? 육체적 특징을 ‘고추가 없습니다’라고 설명해야 되는 거잖아요. (중략) ‘아님’의 기호. 그러니까 정상성과 보편성의 기호, 즉 A가 바로 남성이었고, 여성은 비남성의 지위인거죠. *따지고 보면 여성은 여성이라는 이름을 갖는 것도 아니고 ‘남성 아님’ ‘비남성’이 여성의 지위*예요.
🤭 타자. 여성. 보부아르. 근대 서양철학이 전제한 보편적 의미의 인간을 쪼개면서, 페미니즘 철학이 시작되다. - P30

20세기 들어서 많은 소수자들 혹은 많은 타자들, 그러니까 자신의 존재론적 위치, 인식론적 위치를 누군가(억압자)가 대신말해줬던 사람들은, 예를 들어서 그 억압자들이 자기를 비하했던용어를 통해서 자신을 다시 생각해보기도 해요. 자기를 억압했던말들을 이용해서 자기를 설명하려고 하는 지혜를 가져요. 우리가이 세계 바깥에서 살 수가 없잖아요. 여태까지 우리가 배운 언어들은 나를 옥죄던 언어일 수 있어요. 남성들이 만들어왔던 언어일 수도, 이 세계를 지배했던 언어일 수도 있죠. 그런데 그 언어를이용해서 이 세계를 바꾸어보려고 노력하는 거예요.
🤭 나를 억압한 것으로 부터 도구를 얻는다. 고쳐쓴다. 다시쓴다. 의심한다. 부수고 창조한다. 사실은 철학이 원래부터 해온 일과 다르지 않은 일. - P42

페미니즘 철학에 대한 편견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페미니즘 철학은 기존 가부장제 철학에 반대하는 반反철학이거나 여자가 하는 철학이 아니고, 또 여성만을 위한 철학도 아니라는 거예요. 저는 페미니즘 철학이라는 게 여성주의적 가치에대해 질문하고 탐구해보는 철학이면서 페미니즘의 내용들과 개념들을 철학적인 개념으로 만들어보는 철학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러한 작업의 효과는 기존 철학의 주제들, 그러니까 인식론,존재론, 윤리학 같은 것들을 다시 검토할 수 있다는 거예요. 그리고 이러한 페미니즘 철학의 활동은 근대성에 대한 문제 제기와 그 대안을 마련하려는 현대 철학과 조우하죠.
🤭 강0주 철학자여, 보고 있나? ㅋㅋ - P46

제가 생각하는 페미니즘 철학은 이래요. 타자인 여성이 철학 개념과 이론에 명시적이고 또 암시적으로 배어 있는 여성 평가절하의 논리를 추적하고 비판하는 건데, 여기에 철학의 도구를이용한다는 거죠. 기존의 철학을 겹쳐 쓰고 같이 쓰면서, 뿌리 깊은 기성 철학의 입장에서 벗어나 어디서든지 살아낼 수 있는 다양한 사유들의 목초들, 풀들을 자라나게 하는 일인 거예요. 지워버리고 없애버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계속 겹쳐 쓰다보면 새로운 모양이 될 수 있잖아요. 다 지우고 새로운 흰 종이에서 다시 시작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방식 안에서새로운 운동을 발명하면서 살아가는 것들, 이게 저는 페미니즘철학인 것 같아요.
🤭만약 페미니즘을 철학이라고 할 수 있다면, 바로 이것이지 않을까 했던 부분을 저자가 말해주어 너무 기뻤다. - P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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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티나무 2021-10-07 01:5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공쟝쟝님 겁나 머시써요!!!!!! 다시 읽어야지!

공쟝쟝 2021-10-07 08:57   좋아요 3 | URL
우리에게 ‘겁나’ 맞는 형용사 ‘머시써’

다락방 2021-10-07 06:1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오 이 사람 왜케 날로 멋져지는 것이야. 쟝님의 독서와 쓰기와 사유와 앞으로의 삶을 응원합니다!!

공쟝쟝 2021-10-07 08:58   좋아요 3 | URL
다락방님 좋은 아침! 오늘의 상황극을 들려줘!!

미미 2021-10-07 06:4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쟝쟝님 멋지쉼요!!!! 읽으면서 점점 입이 떡 벌어짐👍저는 대학때 철학을 좋아하긴 커녕 겉멋으로 하는 이상한 학문이라고 생각했어요ㅠㅠ(바보바보!)

공쟝쟝 2021-10-07 09:21   좋아요 3 | URL
겉멋 없잖아 있는 것 같긴 한데…. 저는 철학과 문학과 예술은 가난의 지름길이라고만 생각했던 게 더 커요ㅋㅋㅋㅋ

에로이카 2021-10-07 08:2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페미니즘은 글씨가 아니라 여백이다… 구성적 외부다… 공쟝쟝님, 멋진 정리인데요? ^^

공쟝쟝 2021-10-07 09:01   좋아요 4 | URL
오!! 구성적 외부!!! 이거 누구 말이예요? 🤭 철학책 읽는 에로이카님의 칭찬은 개니 북흐럽다!!!

에로이카 2021-10-07 10:28   좋아요 2 | URL
구성적 외부(constitutive outside)라는 말 자체는 <생명의 그물 속 자본주의> 307쪽에 나오는 말인데, 이 개념의 저작권을 꼭 저자 제이슨 무어에게만 국한할 수 있는 것 같지는 않아요. 마리아 미즈가 이야기한 것도 자연, 여성, 식민지가 자본주의의 ˝구성적 외부˝라는 말이니까요...

공쟝쟝 2021-10-07 16:17   좋아요 1 | URL
오오😤 에로이카님 멋있어요! 책 검색해봤어요 ㅋㅋㅋ (ㅋㅋ 번역ㅋㅋㅋ) 저두 열심히 읽어서 자유자재로 개념 써보고 싶어요 ㅋㅋㅋ!

막시무스 2021-10-07 08:4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 책 지금 한참 저에게 달려오고 있습니다! 이 글 보니 더 읽고 싶은 욕구가 상승되네요!ㅎ 즐건 하루되시구요!

공쟝쟝 2021-10-07 09:02   좋아요 4 | URL
전투적 제2의 성 읽기 끝내버리고 또 같이 읽어요! 즐거운 하루가 또 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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