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종일관 난해하던 영화가 마지막에 가서야 이해할 수 있을 만한 건덕지가 있는 어떤 것으로 바뀌었다. 거칠게 요약하면 예술병 걸린 애비를 용서하지 말라는 교훈되시겠다. 끝까지 정신 못차리고 심연 어쩌고 하는 데, 아담 드라이버 등치 너무 크고 근육 근사해서 내가 패봤자 하나도 안아플 거 같고… 후추 잔뜩 뿌린 방에 가둬서 15시간 동안 쉬지 않고 재채기 하게 만들거나 고양이 알러지가 있다면 101마리 고양이를 독방 감옥에 풀어놓고 가둬놓는 형벌을 처방하고 싶은. 암튼 저 인간 눈물 콧물 쏙 빼놓게 하고 싶을 정도로 약 오르더라…. (그러고 보니 아담 드라이버 이런 연기 너무 잘해서 쎄하고, 갑질 논란 있었다지? 내 <패터슨> 물어내 이놈 시키야!!)



예술은 심연을 들여다봐야만 할 수 있는 건가. 아니, 예술가에게는 보인다는 그 심연이라는 것이 있긴 있는가. 어느 정도의 자의식 과잉이 있어야만 예술을 할 수 있고, 저 자신의 기량을 연마함과 동시에 어떤 지점에서는 저 자신 속을 들입다 파야하는 것이 예술이라는 건 어렴풋이 알겠다. 게다가 난 제법 예술적 인간, 예술하는 인간에 대해 존경심을 가지고 있는 편이다. 


그러나 ‘심연’ 이랄게 있나. 가난이라는 건 있을 수 있겠다만, 여타의 생존 조건이 마련된 상태에서 예술가의  ‘심연’이란…? (솔직히 생계문제 해결이 안된 상태에서 예술하겠다는 것도 말리고 싶다. 베토벤이랑 고흐랑 셰익스피어가 대단한건 다 해 놨으니 그것만 잘 즐기며 살자…) 그건 대체 뭔가. 꼭 그걸 긁어 파야 독창적이고 훌륭한 예술이라는 것이 나오는 건가. 상처를 치유하는 것이 아닌 상처를 긁어파면서(열등감, 나르시시즘, 자기합리화를 심연을 들여다본다는 것으로 뭉개고) 자신과 곁을 상처입히고 희생시키고 그것을 예술이라며 명예를 획득할 수 있었던 시대는 이제 갔다. 내지는 그것을 예술적인 성향인 척 포장하는 일을 제발 좀 중단하라. 먼저는 윤리적이지 않고 보다더는 촌스러우니까. 


나는 이렇게 망쳐졌으니 다음 세대여, 나를 동정하지도 용서하지도 말아라. 치유불가능한 예술병에 걸렸던 레오 까락스가 <아네트>를 통해서 하고 싶었던 이야기일까. (이 영화는 레오 까락스의 딸에게 바쳐졌다.) 그렇다면 나는 대답해줄 수 있을 것도 같다. 뭐 당연한 반성문을 이렇게 까지 길고 처절하게…😰 용서는 안하고 깨끗하게 인연 끊어 드릴테니 그거 잘 감당하시고, 제 앞에서는 울고 짜고 불고하지 마세요, 구구절절 자체가 좀 꼴사나워요ㅎㅎㅎ 제발 저를 잊으시고 자신을 잘 살아가세요! 빠잉~👋 뭐, 그런 의미에서 자식을 핑계삼아 제 삶의 무능을 합리화 하는 데 이용하는 많은 부모들이 봤으면 좋겠더라. 감독은 이렇게 반성이라도 했지(했냐?), 님들은 반성도 안하고 뭐하고 있는 거임. 


영화를 보고 버스를 타고 돌아오면서 이런 발견을 했다. 내가 사랑하는 예술은 미학적으로 포장된 아름다운 폭력이 아니라 폭력이 훼손하지 못한 어떤 존엄을 대할때 느끼는 경이와 아름다움이라는 걸. 작가 김금희의 문장을 따르자면 “부스러졌을 지언정 완벽히 파괴되지는 않은” 무엇이고 피아니스트 시모어 번스타인을 따르면 “단단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결코 본질적으로 망가뜨릴 수 없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상처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의지, 깊은 심연을 들여다본들 심연에 잡아먹히지는 않는. 그것을 들여다보는 용감함, 동시에 사로잡히려는 절묘한 순간에 끊어낼 수 있는 절제. 그것의 열중, 연습 또 연습, 그 흔적으로서의 결과물 혹은 열중의 과정에서 느끼는 만족감. 


어쨌든 잘 살고 싶어하는 것. 자기 자신이 가진 것으로 최선을 다하는 것. 

이 지점에서 내 최애 영화 중 하나인 <세이모어 번스타인의 뉴욕 소네트>가 생각났다.


<너무 훌륭한 영화라 안보신 분 보라고 유튜브 영화 링크 걸어둡니다. 클릭> 


영화 <아네트>가 예술하는 사람들아 이렇게 살지 말아라하는 오답노트라면,

영화 <세이모어 번스타인의 뉴욕 소네트>는 예술을 하려거든 이렇게 해보는게 어떨까?하는 정석 참고서같은 느낌. 


무대공포증에 시달리던 배우 에단 호크는 “(21) 나는 늘 삶이 내 연기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시모어를 통해 내가 연기하는 모든 것이 삶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그런 생각은 한번도 해보지 못한것이죠.”라고 이야기한다. 에단 호크는 시모어는 어떻게 음악가의 측면과 개인의 측면을 통합할 수 있었을까?를 궁금히 여겼고 그 질문의 과정을 자신이 감독한 이 다큐영화로 보여주었다. 피아니스트 시모어의 대답은 간명하다.  

“(17) 우리는 삶이 우리가 글을 쓰거나 연기하거나 음악을 하는 데 영향을 준다는 것을 압니다. 하지만 그 반대도 성립한다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은 몰라요. 우리의 재능이나 예술성도 우리를 규정하고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칩니다.” 

“(23) 나는 모든 사람이 재능을 타고난다고, 혹은 특정한 뭔가를 탐구하려는 내밀한 욕망이 있다고 확고하게 믿습니다. 재봉 기술, 정원 가꾸기, 혹은 요리가 될 수도 있어요. 그게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어떤 재능이든 간에 우리가 가진 재능이 우리 존재의 핵심이라고 확신합니다.


사람들이 가진 고유의 재능과 그 재능(예술)을 가꾸는 것에 대한 헌신이 더 좋은 사람이 되게 한다는 말, 그걸 삶으로 꾸준히 살아온 아흔 살 피아니스트의 연주를 듣고 검소한 일상을 들여다 보는 일. <아네트>를 보고 나니 시모어 할아버지가 그리워졌다. 책장에서 <시모어 번스타인의 말>을 꺼냈다. 


오늘 내 눈에 머무는 문장은

“(108)하비 : 선생님이 음악을 약물처럼 사용했다고 느낀 적이 있나요? 세상에서 벌어지는 고통을 느끼지 않으려고, 끔찍한 부당함에 맞서 그것을 바꾸려는 노력을 피하려고 음악에 몰입했다고 생각해요? 위대한 예술의 아름다움이 행동에 자극을 주기보다 진정제로 전락할 수도 있는 위험은 없을까요?

번스타인 : 나는 음악을 결코 *진정제*로 사용한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힘들고 특히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음악이 여러 차례 *구원자* 역할을 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군대가 생각나네요.” 

진정제로서의 예술과 구원으로서의 예술. 내가 좋아하는 예술은 혹은 내가 하고 싶은 예술은 명확히 후자구나 한다. 하지만 때때로 그것을 진정제처럼 사용하지 않았다면? 아마 나는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영영 몰랐을 것이다. 나 자신에게 해줄 수 있는 일들을 내가 하지 않았더라면,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인정받기를 원하며 그것을 주지않는 사람을 탓했을 것이다. 가까이 있는 사람들에게서 도망치기 위해서 진정제처럼 읽고 썼다. 정확한 글자들은 구원처럼도 느껴졌다. 나는 그런 사람이니까. 더 많은 언어가 필요한 사람이니까. 언어로 해석된 감정을 느끼는 것이 현실의 감정을 느끼는 것 보다 더 생생한 사람이니까. 나는 관계보다는 글자가 필요한 사람이었다. 슬픈 사실은 내가 속한 세계가 글자에 썩 호의적이지 않았다는 것. 


지난달과 이번달에는 사람들을 자주 만났고, 다행스럽게도 세상에 속해있다는 안온함과 어떤 세상과는 영영 멀어지고 있구나하는 비애감을 동시에 느꼈다. 혼자있을 때보다 친구를 만났을 때 더 외로워지는 기분. 한없이 책 속으로 도망치고 싶었다. 친구들이 담담히 감내하는 중인 세상이 내주는 숙제(거칠게 단순화 하자면 취업, 결혼, 출산, 육아)를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않아도 된다는 이야기들로 안심하고 싶었다. 책 속에는 그런 사람들이 드글드글하다. 규범의 입장에서 약간 미쳐있는 그 사람들은 초조해하지 않는다. 나는 자신만의 세계에서 살아갈 지언정 초조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나 현실의 사람들을 만나면 그것이 나만의 자폐적 세계인것 같아 걱정도 하게 된다. 나는 어쩌고 싶나. 


진정제 같은 글과 구원으로서의 글. 점점 내 안에서 읽고 쓰는 것이 매우 커져간다는 걸 느낀다. (그를 위한 고독의 시간과 조용한 환경이 무척 중요해졌다.) 시모어 할아버지는 누구에게나 고유한 재능이 있으니 관심있는 것이라면 그것을 꼭 붙들고 결실을 맺을 때 까지 매달려보기를 권유했다. 좋은 삶을 살 수 있다면 읽고 쓰는 것 따위 언제든 버릴 준비가 되어 있다고 생각했었다. 요즘은 그것이 없으면 내게는 좋은 삶이라고 할 수 없겠구나 싶어진다. 그것이 따로 떨어진 별개의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 오해였을까. 내가 바라는 것은 시모어 할아버지가 피아노 연주를 하고 가르치는 것 처럼 읽고 쓰며 늙어가는 것. 곁에는 고양이 한 마리, 맥주도 있으면 좋고. 가끔 책이야기 할 수 있는 친구들.  


나에게도 꽉 잠궈둔 심연 비스무리 한 것이 있다. 내가 물끄러미 건너다 보는 것은 심연이 아니라 거기서 구해내고자 했던 나 자신이다. 쉽게 포기하지 않았던 나라는 인간이 가진 고유함이다. 무의식과 심연에 글자들을 입히면서 나를 구해왔다. 그럴 때야 살아있는 것 같았고 숨이쉬어졌다. 그런 나를 어렵다고 말하는 말들에, 그런 나를, 내가 만들어 낸 것을 쉽게 얻은 것처럼 생각하는 이들에게 이제 더는 주눅들지 않는다. 나에게 예술이란 글자들이고 글자들을 발견하는 짓을 그만 둘 생각은 역시 없다. 시모어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되새긴다. 예술과 좋은 삶은 따로 떨어져있지 않다. 좋은 삶이란 무언가? 잘 모르겠지만 심연을 제거한 것이 좋은 삶이라는 생각 역시 들지 않는다.


규범에서 살짝 비껴있더라도, 존재를 구원하는 예술이라면 나는 찬성.

규범에서 비껴나는 것이 예술이라고 착각하여 존재를 해치는 행위에 나는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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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07 18: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1-07 18: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1-07 19: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1-07 19: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청아 2021-11-07 19:5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어디선가 진정한 사랑이란 사람을 살리는 것이란 얘길 들었는데 쟝쟝님 글 읽고 생각났어요.
진정한 예술도 사람을 살려야지 상처주고 죽여선 안돼 라고 말하고 싶네요.
최근 한겨레 기사 중 ‘알파메일의 이야기 아닌 더 나은 남성서사가 필요해‘읽고 ‘아네트‘랑 ‘라스트 듀얼‘ 꼭 보고팠는데 아무래도 ‘세이모어 뉴욕 소네트‘가 급하네요. 이런저런 추리로 저보다 어릴것 같은데 글은 언니고 형님인 쟝쟝님!ㅋㅋ항상 좋은 글 감사해요~♡♡♡

공쟝쟝 2021-11-07 20:17   좋아요 3 | URL
기사 댓글 보고 찾아 읽었어요. 아아, 자기연민을 단죄하는 남성서사로 읽을 수도 있겠네요. 영화가 감독의 자전적이야기란 걸 듣고나니 더 그렇습니다. 시모어의 뉴욕 소네트야 말로 좋은 남성서사라는 생각입니다. 이 할아버지는 자신의 남성성을 좋아하지 않아요. 이런 종류의 사람은 존재만으로도 환기되는 카타르시스가 있습니다. 덧붙여 에단 호크를 좋아하신다면 인간 에단호크도 엿보실 수 있어요, 영화보시고 꼭 감상 남겨쥬세요!! 저두 감사해용 💕

mini74 2021-11-07 20:5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내가 만들어 낸 것을 쉽게 얻은 것처럼 생각하는 이들에게 이제 더는 주눅들지 않겠다 ~ 란 구절 마음에 확 와닿아요. 주눅들지 않고 옆구리엔 고양이와 책들. 가끔 시원한 맥주가 있는 공쟝쟝님의 삶을 그려봅니다 ~ 상반된 듯 닮은 두 영화 추천 감사해요 *^^*

공쟝쟝 2021-11-07 23:52   좋아요 3 | URL
상반된 듯 닮은 영화이긴 한 듯. 그나저나 천재 감독들이란 인간들은 왤케 영화를 어렵게 만드는 걸까요…. 제가 이렇게 말하면 저와 똑같은 논리로 감독들은 말하려나요 ㅋㅋ 내 영화를 어렵다고 말하는 말들에 주눅 들지 않겠다!! ㅋㅋㅋ 그리하여 저는 어렴풋이 이 영화를 이해했다고 생각해두려 합니다ㅋㅋㅋㅋ

난티나무 2021-11-08 00: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문장의 행위에 저도 반대.ㅠㅠ
공쟝쟝님의 삶을 응원합니다.

공쟝쟝 2021-11-08 09:55   좋아요 1 | URL
아침부터 응원받으며 꾸물럭대는 중! ㅋㅋ 여기비와요 난티님!

붕붕툐툐 2021-11-08 07:2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나는 어쩌고 싶나‘에 울고 갑니다. 하.. 전 진짜 어쩌고 싶은 걸까요?
같은 작품이 누군가에겐 존재를 구원하고 누군가에겐 존재를 해친다면 어떡해요?ㅠㅠ

공쟝쟝 2021-11-08 09:56   좋아요 3 | URL
적어도 해치는 작품이 예술인 척 거들먹 거리는 시대는 보내드려야죠. 이를 테면 김기덕 이라던가 또 김기덕 이라던가 아니면 우디앨런이나… 한방에 훅가는 배우들…

다락방 2021-11-08 08:2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늘 아침 시사인에서 [아네트] 리뷰 보고 영화 보고 싶었는데 공쟝쟝 님은 벌써 이 영화를 보셨네요. 빠른 분, 그리고 똑똑한 분.. 멋지다 ♡

공쟝쟝 2021-11-08 09:58   좋아요 2 | URL
왠지 그 리뷰 좋았을 것 같당😩 주말까지 있는 쿠폰을 반드시 써야했기에!! 영화는 듄보다 만족 스러웠음돠! ㅋㅋ

잠자냥 2021-11-09 16:3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나 세이모어 할아버지 직접 만난 사람이라옹~ 헤헤헤
세이모어 할아버지가 코엑스 메가박스 영화 GV에 직접 왔던 거 모르죵?
난 암튼 세이모어 할아버지 영화 두 번이나 봤어요. 눈물 줄줄.... 너무 멋진 할배 ㅠㅠ

공쟝쟝 2021-11-09 17:02   좋아요 2 | URL
저 스마트 폰으로 너무 호들갑 떨면서 댓글달다가 너무 흥분한 나머지... 댓글 지워버림ㅋㅋㅋㅋㅋㅋㅋ (방금 일어난 일) 일하다 말고 인터넷 창켜고 로그인해서 이거 댓글달러 접속함. 같은 모드의 흥분으로 주접을 떨어보겠음.
왓?????? 왓???????????? 뭐라고요????????? 직접 만났다고요???? 나의 시모어를?? 내가 우리 할아버지보다 좋아하는 시모어 할버지를??????????? (돌아가신 할아버지 미안ㅋㅋㅋㅋ근데 진짜야ㅋ) 직.접. 만났다고요? 아흔 넘으셨는데 방한까지 하셨다고요? 하긴 한국전쟁...ㅜ_ㅜ (눈물줄줄)
전 에단호크 좋아해서 왓챠로 보게 되었는 데요... 진짜 세이모어할아버지 너무 사랑하고요. 나중에 유튜브에 풀려서 아예 사가지고, 인류애 떨어지면 한번씩 봐요... ㅜ_ㅜ 그러믄 그냥 나 잘살아가고 싶어짐... 흑흑...
아무튼 잠자냥님 시모어 직접 만난거 정말 너무 부러워요... 흑흑... (정작 접속해서 까지 댓글달았는데 댓글 내용은 부럽다는 말밖에 없다,.,..)

잠자냥 2021-11-09 17:03   좋아요 2 | URL
GV도 굉장히 성실하게 유쾌하게 인자하게 하신 세이모어 할배~ 만수무강 기원합니다~
 

*스포 없음, 영화랑은 상관없고 긴글 주의*



1.


달리기는 애석하게도(?) 현재 진행형이다. 대략 30분~40분 사이 6’ 5’’~7’ 5’’ 페이스로 달리는 데, 얼추 5킬로미터씩 뛴다. 속도를 좀 더 빠르게 하고 싶은 마음과 거리를 좀 더 늘리고 싶은 기분과 시간을 좀 더 늘려보고 싶은 욕망이 생겼는 데 너무 덥다. 세상의 모든 수증기가 내 몸에 달라붙는 것처럼 줄줄 땀 흘리면서 뛰다 보면 무리하지 말자 싶어 진다. 선선한 바람이 불면 조금 더 긴 거리를 조금 더 빠른 속도로 달려볼까 싶다. 높은 기온과 습도라는 복병을 제거하면 달리기의 가장 큰 어려움이었던 호흡은 퍽 안정적으로 되었다. 그러므로 금연은 여전히 성공 중이다. 


달리면서 자주 듣는 노래는  Adoy-Grace, 혁오-graduation, 짙은-망명 그렇게 빠른 노래가 아닌데도 달리기 박자에 맞아서 듣기 좋다. BTS와 블랙핑크도 많이 듣는다. 최근에는 친구가 박새로이 나온 드라마(드라마 이름이 기억이 안 나 ㅜㅜ) ost 추천해줘 가지고… 그거 들으면 어쩐지 잘 뛰어지는 느낌이다. 방금 멜론 목록을 살펴보니 숨겨진 비장의 플레이 리스트에 유승준의 ‘열정’이 있다ㅋㅋㅋㅋ 학창 시절 딱히 유승준 팬은 아니었는데, 노래는 좋아했다. 난 그냥 되는 대로 살았었쥐~ 지금 들어도 가위 / 나나나 / 촺길봐래 등은 띵곡인 듯(아련). 손정우는 미국 안 보내는 데 스티브 유는 미국에서 못 돌아오는 한국의 현실이란(쯧쯧). 전 세계 최대 아동성착취물 유포자의 시민권은 지켜도 병역기피자에게는 시민권을 줄 수 없는 괴기한 남성연대의 시민권 기준. 음. 그닥 궁금하지 않다. 


달릴 때는 외국 노래보다는 한국 노래가 뭔가 더 힘이 난다. 요즘엔 시티 팝 느낌 나는 적당히 빠른 노래들을 모으는 중인데 리스트 좀 신경 써서 만들어봐야지… 하다가 귀찮아서 말았다. 이게 참, 어릴 때는 막 테이프로 정성 들여서 앨범 만들고 그랬었는데 말야ㅋㅋㅋ 밤새도록 시디 굽고 그랬는데 말이지… 그러다 소리바다가 생겼고… 엠피쓰리가 나왔다. …윈앰프라고 아세요? (유승준으로 시작해서 갑자기 시작된 추억여행) 요즘처럼 음악을 모아 듣기 쉬운 시대가 있었냐 싶은데, 그래서인 걸까. 플레이리스트 목록을 만들지 않게 된다. 막귀라서 아무거나 듣는데, 멜론이 내 취향이라며 추천해 주는 음악들만 듣던 차에 그저께 영화 <블랙 위도우> 보고 갑자기 삘이와서 어젠 마블 OST를 들으면서 달려보았다. 막 사이렌 울리는 효과음 나고 하니까 아주 내가 슈퍼 히어로가 된 거 같고 좋더란 말이지.  




2.


<블랙 위도우> 이야기가 하고 싶었다. 나타샤 ㅜㅜ 이대로 보낼 수 없어…ㅜㅜ  하지만 스칼렛 요한슨은 고생 진차 많았으니 보내줄게…ㅜㅜ 오랜만에 영화관에 가서 너무 좋았고, 마블 영화는 볼 때마다 즐거우므로 좋았고, 난 싸움 잘하는 여자들이 나오면 아묻따 다 좋아서… 히야… 키야, 좋았다…. 스포하지 않는 선에서 영화가 불러일으킨 감정에 대한 수다를 떨어보도록 하겠다.


나타샤 여동생으로 우리의 플로렌스 퓨가 옐레나로 등장한다. 이 자매는 오랜만에 만난 김에 회포도 풀 겸(?) 칼싸움과 총싸움을 한다. (당연히 서로에게 겨눈다.) 그런데 또 원최 잘 싸우실 수밖에 없는 자매님들이라 아주 살벌하다. 부부 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 했던가? 자매 싸움은 역시 칼부림이다. 고등학교 다닐 때, 굉장히 착하고 실제로도 상냥하고 싹싹했던 학급친구(친하지 않았다)가 있었는 데 어쩌다 여동생이랑 싸운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걔가 말하기를 서로 부엌칼까지 들어봤다는 거다. 이 상냥한 아이의 어딘가에 그런 이글거리는 분노가 있단 말인가, 아직도 기억나는 걸 보면 조금 충격 받았던 듯.


나에게도 두 살 터울 여섯 살 터울의 자매 두 명이 있다. 우린 칼 들고 싸운 적은 없지만 입으로는 거의 칼침을 날리면서 싸워왔으며, 당연히 물건을 집어던지거나 머리를 쥐어뜯는 등의 몸싸움을 벌인 적도 있었으며, 나이 먹고는 기력이 쇠하여 물리적으로는 상해를 입히지는 못하지만(폭행죄이기도 함), 여전히 기가 쫙 빨리도록 심리적 에너지를 쓰며 다투고… 서로에게 상처 준다…. 셋이 함께 쓰는 단체 카톡방 이름마저 서로의 염원을 담아 <상처 주지 않는 자매 카톡방>인걸 보면 말 다했지ㅋㅋㅋ 


나타샤네처럼 두 사람이면 전선이라도 단순할 텐데 세명이니까 관계의 지형도도 어렵다. (여기에 남동생까지 끼면 더 복잡해지지만, 블위는 자매 영화니까 자매 관계로만 하자) 각자의 다른 성향과 바이오 리듬 때문에 틈만 나면 신경전을 벌이는 우리들이지만 재밌고 통할 때도 있다. 문제는 맘먹고 못되게 굴면 진짜 못되게 굴 수가 있다는 것. 무튼 오묘하다. 아아-, 전 사회를 향한 자매애는 차고 넘치는 데 왜 혈족 간의 자매애란 이다지도 구현이 어려운 것인가!!! 


동생들이 내게 가진 불만의 구체적 내용은 어렴풋이 추측할 뿐이지만, 내 경우 핵심 정서는 —동생들이 내가 상처 받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잊어버리는 것 같을 때 느끼는— 서운함이다. 깊게 파인 게 아니라 잔기스 같은 상처들이라 말하고 난 당사자가 더 옹졸해지는 종류의? 어쨌든 내 딴엔 뚱해있지 말고 ‘너가 그렇게 말하면 내가 상처 받아!’라고 표현해야지!!라고 맘먹고 연습도 했는 데… 막상 그 상황이 왔을 때의 난 말을 꺼내기도 전에 이미 눈물이 나고 있어서 나 자신에게 짜증이 난다. 자주 그런다. (아, 글쓰다가 짜증이 나 버렸다. 이쯤에서 끊고 자야겠다 -_-;;)




3.(자고 일어나 마저 씀)


나의 자매들. 좋아하고 사랑하지만 거리 조절이 잘 안돼서 이따금 폭력적이게 되는, 가장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존재이지만 그래서 이해해주고 싶지 않은, 가장 이해받고 싶은 사람이지만 각자의 상처가 너무도 상이해서 결론적으로는 소통을 할 수 없는, 언제나 오해하지만, 서로들의 눈물을 보는 게 지겹고 지긋지긋하지만, 그런데 또 누구보다 힘껏 응원하고 있는… 그런 존재들. 




영화에서 옐례나가 나타샤에게 언니 히어로 등장 포즈 구리다고 뭐라 하는 장면이 나온다. 우리도 그런다. 자매의 세계에 부둥부둥 따윈 없다. 세상에서 누구보다 직설적으로 객관화해서 처지를 알려줄 수 있는 존재들이 있다면 그거슨 자매다. 서로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디딤돌 삼아 우리는 자신을 돌아보는 능력을 조금쯤 갖췄을지도 모르겠다. (자연스러운 자아성찰이라기보다는 자매들의 팩폭보다는 성찰이 덜 아파서 갖추게 된 능력이랄까;;) 말이 냉정한 평가지 실상은 거의 구박이라고 보는 게 옳다. 서로에게 한없이 다정한 자매 사이?? 남의 집은 그럴 수 있는 데 우리 집은 안 그런다. 가끔 각자들 안에 다정함이 피어오를 때가 있긴 하겠으나 셋의 다정함이 일치하는 순간은 평생의 손에 꼽는다. 우리에겐 싸우지 않는 상태가 가장 다정한 상태이며, 그 상태는 대부분 텔레비전이나 영화를 보며 말을 하고 있지 않을 때다!!!!! (이것이 자매들과 영화 메이트가 된 비결) 


특별히 우리가 가장 싫어하는 것은 자기 연민에 빠져있는 꼬락서니다. 상황의 경중(대개는 이별 중, 실업 중, 사회생활 중)을 따져서 최대 세 번 정도까지는 참아주지만 네 번부터는 얄짤없다. 자기연민 금지. 야, 그거 네가 판 니 구덩이야. 나의 자매님들은 힘들 때 서로 격려해주고 감싸주고 도와주지 않는다. 그렇다고 각자의 불행을 배려한답시고 숨기지도 않지만…ㅋㅋ 상태가 아주 심각한 경우 상태를 공지하고 일종의 접근 금지령을 내린다. 나 건들면 문다. 자기 연민은 금지지만 치유는 셀프. 힘들 때야 말로 타인이 된다. 쓰다 보니 그것이 옳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힘들 때, 바닥일 때, 고통을 당하고 있을 때, 그때— 가장 쉬운 통증의 해소는 가까이 있는 사람을 괴롭히는 거니까. 생활의 잔기스들은 허용하더라도 치명적인 상처는 주지 말자는 건가. 문득 ‘스스로의 지옥은 스스로가 견디는 것’이 우리가 가까스로 합의해 온 관계의 코어 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


그러므로 다정한 자매-남매-형제들을 보면 신기하고, 의심하고, 너무 부럽고, 나도 그렇게 되고 싶다. 사실 스스로가 억울해지지 않는 선에서 다정해지기 위한 노력들을 기울이고 있지만 언제나 실패하고 만다. 사회생활을 위한 페르소나로 다정함을 구사할 수는 있으나, 민낯의 우리들은 배려심 많고 조심스러운 성격들이 아닌 것 같다. 음. 서로에게 잘 보일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조심스러운 성격이 작동이 안된다고 보는게 옳겠다. 대체로 안다정한 우리들은 개성적이고 쾌활하며 개그욕심이(왜지… 왜 우리들에겐 개그욕심이 있는 것일까) 과해서 서로 놀리다가 빈정이 상해 결국 한 사람을 울린다… (제일 많이 우는 건 나다… ㅅㅂ… ) 



그래서. 영화를 보는 데. 저 못난이 콩가루 집안이 진심 우리 집처럼 느껴졌다. 자기 연민 꼴사나워하고(좀 우쭈쭈 해주면 덧나냐-덧난다), 응원 대신 불행 배틀로 호승심 자극하고(좀 가여워해 주면 안되냐-안된다), 공통의 적 앞에서만 돋아나는 파트너십 ㅋㅋㅋㅋㅋㅋㅋㅋ 아오…ㅋㅋㅋ


솔직히 난 동생들에 비해서 사회생활 능력이나 현실감각이 떨어지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뭘 좀 모른다. 하지만 언니라서 알아야 될 때가 있다. 그러나… 결국 몰랐다… 그것이 반복되다 보니 뭔가 무한도전의 정준하처럼 되어 버린 것. 작정하고 꼰대질을 해도 씨알도 안 먹히고(권위가 없다) 여하튼 나의 동생들은 무척 세다… 무섭다… 잘 싸운다… 인싸(인 것 같)다. 그래서 힘들다… 동생들도 내가 힘들겠지…


근사한 언니가 되고 싶지만 이 집구석에서 나의 역할은 

동생들이 좀 걱정하는 / 세상 물정 모르는 / 괴짜 / 패션 테러리스트 / 노잼 /언니… 다.



4.


종종 자매님들은 하나도 안 친절하게 툭 치듯 어떤 암시와 힌트들을 줄 때가 있다. 

(나중에 물어보면 별생각 없이 한 말이 많았다.)


“언니! 또또또!! 파고든다!!! 보기 안 좋아.”

“내 생각에 그건 이해해주면 안 되는 부분임.”

“과거 미화 금지 / 낭만화 금지 / 모여라 꿈동산 금지 / (기타 각종 금지 많음)”

“딱 한 번만 물어볼게, 정말로, 진심으로, 결혼이 하고 싶어??”




5.


우리는 아래와 같은 대화를 자주 나눈다. A와 B의 역할은 번갈아가며 하는 편.

A : (위로를 바라는 기대를 담아) 나 진짜 별로지. 

B : (단호하게) 어 별로야. 

A : (절망)

B : (내뱉듯) 근데. 니가 생각하는 정도까지 별로는 아님. (자기 일 하러 감)

A : (살짝 안도)


몇 년 전, 무슨 바람이 불어서인지 동생 1이 이런 말을 해줬다. 


“나 깨달았어!! 언니가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는 데, 언니한테는 예술가 소울이 있었던 거야!! 언니는 보헤미안~ 예술혼~ 이런 과였던 것! 세상에는 그런 종류의 사람들도 있는 건데, 그게 바로 내 언니였던 거지! 앞으론 언니의 자신만의 세계를 존중할게! 공쟝쟝(사실은 본명 부름)! 너만의 월드!!! 힘죠!!!!!”


그렇게 내 월드를 존중하겠다던 그녀는 이후로도 지속적으로 한결같이 내 월드를 전혀, 일도 궁금해하지 않았다고 한다. 우리는 정말인지 서로에게 관심이 없었다. 정정한다. 난 동생들에게 관심이 많지만 동생들은 나한테 관심 없다. 아, 다시 정정해야겠다. 나 역시 그들을 궁금히 여기지만 별로 알고 싶지 않다. 그러고 보니 원래 가족이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존재들이 아닌 것이다. 푸하하하하.


오랫동안 세상에 잘 적응한 ‘나이스한 사람’이 되고 싶기도 했고, 되고 싶지 않기도 했다. 노력했는 데, 잘 안됐다고 보는 게 맞다. 사람들 사이에서 잘 섞이는 ‘척’하는 데 온 에너지를 쓰고 집에 돌아와 무기력에 시달리는 것. 사실은 섞이지 못하고 나만의 세계로 어느 순간 쑥 들어가 앉아 버리는 것. 어쩌면 집에서야 말로 섞이기 위한 노력을 다른 의미에서 더 많이 해야 했기 때문에… 힘들었다. 남들도 다하고 산다는 그런 걸 힘들어하는 내 모습을 도통 예뻐할 수가 없었다. 예뻐해줘야 하는 데, 나 혼자 이뻐한다고 되는 게 아니란 것도 알았다. 


동생의 그 말은 소금 같았다. 듣고 난 뒤부터 인생의 맛이 달라졌달까. 어느 날부턴가가 나의 나이스 하지 않은 부분을 ‘예술가적 기질’이라고 여기고 있었다. 아아, 여기까지는 나만의 월드. 나만의 워얼드는 가꿔가야지, 미워하지 말자. 그 진술이 사실이든 아니든. 어쩌면 난 하나도 예술가스럽지 않은 인간이지만, 난 그냥 예술가적인 사람인 걸로. 자유로운 영혼인 걸로. 


내가 나에게 아무리 좋은 말을 해주고 나 자신을 사랑해야지 사랑해야지 주문을 걸어도, 내가 사람이어서, 사람인지라, 나 자신뿐만이 아닌 타인의 말이 필요하다. 자매들은 나를 아끼고 사랑하는 방법을 전혀 알려주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내가 싫어질 때, 별로일 때, 최악일 때, 나는 나에게 이런 말을 해줄 수 있다. 


- 나 내가 생각하는 만큼까지 별로는 아니야.


그 말은 세상에서 나를 가장 예뻐해하지 않는 사람들이 해준 말이므로 믿어도 된다.



6.

이 글은 <블랙위도우>의 감상문이다. ㅋㅋㅋ 뭐 이 딴 감상문이 다 있냐고? ㅋㅋㅋㅋ

영화 보고 오면 이해될 걸ㅋㅋㅋㅋ.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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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붕툐툐 2021-07-14 15:4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 영화 봐서 그런지 너무 잘 이해돼요~!!^^
저는 세 자매 중 막낸데, 큰언니를 한때 거의 우상시했던 사람이라-큰언니가 예쁘다는 옷 사고, 큰언니가 하라면 하고, 큰언니가 하는 거 다 따라함- 아마 동생들이 말을 그렇게 해고 공쟝쟝님을 매우 사랑하고 있을 거라 확신해요!!^^
블랙 위도우 여성 감독이 여성 히어로를 주인공으로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너무너무 좋았어용^^

공쟝쟝 2021-07-14 16:04   좋아요 5 | URL
ㅜㅜ 큰언니를 따라하는 툐툐님 귀여워!!!! 제가 동생들에게 가장 지적을 많이 당하는 부분은 패션입니다. …… 제발 그옷좀 그만 입어. 대체 넌 그 옷을 언제까지 입을 테냐!!! 그 색깔 안받는 다고 몇번을 말해!! 옷사러 갈 때 제발 물어보고좀 사… ㅋㅋㅋㅋ 영화 너무 좋았죠. ㅎㅎㅎ 사이 좋은 자매들 ㅋㅋㅋ

잠자냥 2021-07-14 15:5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와, 이 사람 보게, 주의 주고 왕창 길게 쓰네! 주의 주면 다요? 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1-07-14 16:07   좋아요 5 | URL
제가 글쓰기를 하는 어플이 있는 데, 그 친구는 몇자인지 알려주거든요? 2500자가 넘어가기 시작하면 불안합니다. 그런ㅏ 5000자가 항상 넘지요. 8000자를 넘기지 않으려고 얼마나 노력하는 지 모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주의줬으니까 봐주세요. 다음 글은 2000자 내외로 준비하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1-07-14 16:32   좋아요 4 | URL
그냥 길게 써요. 줏대 없이 왜 눈치 봐요! 저기 다부장은 맨날 만자 내외 글이여 ㅋㅋㅋㅋㅋ

공쟝쟝 2021-07-14 18:27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ㅋ 오예 일만자 허락해주신거죠? 방금?🥺

다락방 2021-07-14 20:52   좋아요 3 | URL
아 여기서 갑자기 제 얘기가 왜나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맨날 만자 내외라니 ㅋㅋㅋㅋㅌ 아 터졌네 ㅋㅋㅋㅋㅋㅋㅋㅌㅌㅌㅌㅌㅌㅌㅌ

공쟝쟝 2021-07-15 15:35   좋아요 1 | URL
만자 내외인데 김치만두 성경 음란마귀 막 주지훈 다 나오는 엽기적 페이지(페이지가 없으니... 페이퍼)터너 ㅋㅋㅋ

단발머리 2021-07-14 17:2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난 자매가 없어서 모르겠는데 친구들 언니욕 동생욕 들으면서 자매 없는 것이 다행이다,라고 생각했지만,
쟝쟝님 동생같은 동생이라면 어디 한 번 거느려볼까 하는 호승심에,
담에 우리 만날 때 한 명씩 데리고 나와요! 라고 말하고 바로 후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잘 읽었습니다. 자매 동행 건 취소합니다. 길지 않아요. 아주 딱 좋아!!!

공쟝쟝 2021-07-14 18:29   좋아요 1 | URL
자매란 오묘해요. 그러나 자식만 하겠습니까? (안겪어보고 아는 체) 저희 자매는 뭐랄까 ‘울 언니를 강하게 키우자!!!’ 이런 느낌입니다 ㅋㅋㅋㅋ

잠자냥 2021-07-14 17: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연습합시다. 쟝쟝. 이 글을 100자로 줄여보시오.

단발머리 2021-07-14 18:12   좋아요 2 | URL
우아! 이 프로젝트 괜찮은데요!
쟝쟝님! 이 글을 100자로 줄여보시오.

공쟝쟝 2021-07-14 18:31   좋아요 2 | URL
영화 블랙위도우에 나타난 복잡미묘한 현실 자매애를 생생한 경험담으로 풀어쓴 큰언니의 성장기…
(나는 진지하다) 거봐 재미없다..

잠자냥 2021-07-14 21:48   좋아요 1 | URL
와 진짜네 잘하지만 재미가 읎다! 앞으로 쭈욱 팔천자에서 만자 내외로… ㅋㅋㅋ

공쟝쟝 2021-07-15 15:35   좋아요 1 | URL
잠자냥님 미워!!!!!

mini74 2021-07-14 18:2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상처주는 않는 자매 카톡방 !!!! ㅎㅎㅎ 저는 큰언니가 환갑 다 돼가서 까불면 노인불경죄까지 추가됩니다 ㅎㅎ ㅎ

공쟝쟝 2021-07-14 18:37   좋아요 5 | URL
ㅋㅋㅋㅋㅋ 아놬ㅋㅋㅋㅋ 환갑에 이르러서까지 저희 자매들도 싸우려나요? 진짜 그만 싸우고 그만 상처주고 싶은 데 ㅋㅋㅋㅋㅋ 우리는 서로에게 너무 나이스하지 못해 ㅜ_ㅜ!!

scott 2021-07-14 21:0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공장쟝님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면 항상 의지하고 서로를 가장 많이 챙겨주는 세자매들처럼 공장쟝님의 자매님들 말보다 행동 맘으로 많이 챙겨줄것 갔습니다.동생들의 조언은 !金

공쟝쟝 2021-07-15 15:34   좋아요 1 | URL
네. 조언이 금과 같은 조언이. 정말. 그들의 조언과 뼈때리기를 통해 제가 무탈히. 사이비종교에 빠지지 않고. 네트워크 마케팅에 홀리지 않은채로 잘 살아온 것입니다. ㅋㅋㅋ

독서괭 2021-07-21 16: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A : (위로를 바라는 기대를 담아) 나 진짜 별로지.
B : (단호하게) 어 별로야.
A : (절망)
B : (내뱉듯) 근데. 니가 생각하는 정도까지 별로는 아님. (자기 일 하러 감)
A : (살짝 안도)˝
이거 너무 재밌네요 ㅋㅋ 입발림이 아니어서 더 안도가 될 듯요 ㅋ 전 언니랑 어릴 때 많이 싸우긴 했지만 물리적으로 싸우지는 않았고, 크면서 점점 사이가 좋아졌어요. 쟝쟝님 자매는 막상 위기가 닥치면 엄청 서로 의지가 되는 관계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공쟝쟝 2021-07-21 19:00   좋아요 0 | URL
항상 위긴데요🤭 그래서 더 큰 위기가 없기를… 😏
 
박하사탕 SE (2disc)
이창동 감독, 김여진 외 출연 / 미디어허브 / 2011년 3월
평점 :
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스포일러주의 / 한남용어주의 *

5ㆍ18 이니까 관련 영화 안본거 한편 땡겨주자! 설경구팬 불한당원 꼬셔서 봤다. 패러디 된 기찻길 장면만 알았지, 이런 영화일거라고 생각도 못했다.(대충 영호가 계엄군인 것만 알았음) 80년 5ㆍ18과 영화 속에서의 현재 1999년 사이에는 대략 20년의 차이가 있다. 그리고 영화가 개봉한 후 명작의 반열에 오른지 20년이 지나 지금은 2021년이다.

난 지난 20년 동안 이 영화를 안봤길 너무 다행이다. ‘5ㆍ18을 다룬 몇 안되는 영화 중 가해자의 삶을 다룬 최초의 영화!’라는 타이틀로, 누가 가해자이며 누가 피해자인가, 격랑의 한국 현대사 속 망가져가는 인간의 선택! 혹은 설경구 연기 죽인다~!! 뭐 이런류의 평들만 읽었으면 진짜 속터져 죽었음.

영화보고 너무 불편하고 이해안되고 빡쳐서 100자평 뒤졌다. “남성끼리 피해자 가해자 다 해먹고 화풀이는 여성한테 전부해대는 쓰레기 같은 사회. 그 사회를 담은 영화에 감정이입해 눈물 흘리는 수많은 박하사탕의 주인공들. - ID : 채고, 별은 0.5, 왓챠피디아” 내말이여, 제말이요, 예!! 제가 제가 이런 평을 너무 읽고 싶었습니다!!

이 영화는 ‘(자기연민으로 꽉찬)나쁜 한국 남자의 일생’ 이라는 부제달고 보는 게 차라리 맞고, 감독이 거장이라고 하니까 일부러 그렇게 그린 건가 싶을 정도로 너무 여혐이 심각해서 얼탱이가 없었다. 영호가 해대는 여혐은 혐오의 표본이고, 그걸 비틀어서 보여줬다고 치더라도 기본적으로 영화가 여성을 재현하는 방식이 불쾌했고, 그것까지도 한국사회였으니 어쩌면 그런 의미에서 사료적 가치(?)가 있는 것도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난 좀 다른 의미로 한번쯤 보아야하는(한 번 이상 볼필요는 없을 듯) 영화였다는 생각이 든다.


박하사탕의 이야기는 역순 구성을 취하지만 정방향으로 돌리면 이렇다.
‘순수청년 - 계엄군 - 고문경찰 - 사장님 - IMF - 도산 / 이혼 / 자살’
나름 그가 순수했던 시절이 있었다!!가 영화적 반전이라면 반전일 테지만, 첫사랑 순임(문소리역)을 순수한 시절, 돌아가고 싶은, 박하사탕!!으로 그린 것부터가 너무 한(국)남(성)스럽다. 성녀/창녀(혹은 숭배와 혐오) 이분법이 고전적인 여성혐오의 시작인데, 어떤 순수(박하사탕)가 깨지고 짓밟혔을 때 그렇게까지 쉽게(?) 흑화(!!)해버리는 놀라운(!!!) 비약적 합리화와 순수에 대한 강박적 집착에 코웃음이 쳐졌다. 가장 깨끗할 것이 아니면 쓰레기가 되겠어!! 라니?? 야, 넌 중간없어? 물론 우리는 순간순간 양자택일이란 선택지 앞에 서긴 하지만, 인간은 반성이라는 걸 하거든.

영호는 순수했던 시절이 있었던 사람이 아니라 걍 자기반성을 졸라 할 줄 모르는 인간에 불과하고 그 전형적임이 전형적으로 기능해온 한국사회 진짜 참 엉망이었구나 싶어서 새삼 없던 인류애 다시 한번 식었다. 그래, 한 사회의 질이란 그를 구성하는 인간들의 총합이겠지. 우리가 그런 시대를 살아왔던 거지ㅋㅋㅋ

자, 여러분 이제 우리는 평범한(?)인간으로 호명된 ‘김영호’를 다시 봅시다. 그는 평범하지 않습니다. (평범한 한국남자는 성매매 그렇게 많이 자주 하나요?) 성급하게 일반화 하면 안되죠. 하지만 아마도 영화는 평범한 인간으로 그리고 싶었을 (감독의 의도가 다분한) 그는 유별나게 자기반성을 할줄 모르는 이분법의 소유자로서, 언제나 그는 그를 연민(?)하는 여성들에게 기대고 있습니다. 혹시 영화를 보면서 그를 욕하기 전에 한 인간으로서 연민을 느끼며 이해해주고 싶어지셨나요? 
노노~ 그럴 필요 전혀 없어요. 이해와 위로라는 노동을 한쪽 성의 역할로 고정시켜버리면 그들은 자기가 자신에게 느끼는 연민이 진짜 타당한 연민인줄로 압니다. 불쌍히 여겨주면 진짜 지가 불쌍한 줄 알아요. 정신차리라고 불쌍히 여겨준건데 정신 절대 안차립니다. 그 이해의 결과로 죽는 순간까지 끝까지 허접해진답니다. 쓰레기에게 쓰레기라고 가해자에게 가해자라고 쪽을 주고 혼내주고 해야합니다. 안그러고 우쭈쭈해주면 버릇나빠져요. 그런 인간을 그린 영화가 바로 ‘박하사탕’입니다 여러분.


쓰다보니 말이 길어졌는 데, 사실 영화에서 가장 건지고 싶은 역할은 김여진이 연기한 ‘양홍자’였다. 솔직히 첫사랑 순임이야 그냥 남자들 판타지고, 영호 부인 ‘홍자’가 그나마 인상적인 캐릭터 였는데 아무리 구글링을 해도 김여진은 조연 취급하고 노출씬어쩌고만 나와서 졸라 빡침... 그래서 나라도 여기에 리뷰를 남겨 영화에서 남편한테 매맞는 예수쟁이 부인으로 퇴장하는 홍자언니를 꺼내주고 싶었다. 실제로 영화보면서 친구한테 “아니, 저 새끼(영호)는 김여진이 위로해주는데 우리 여진언니는 누가 위로해줘? 엉? 설마.. 하나님??? 오노..”하면서 격분했음.


처음에 자전거를 배워달라고 끼를 부리며 영호 앞에 등장하는 홍자는 나중에는 자가용 운전선생으로 보이는 청년이랑 바람이 나고(엄청 처 맞는다.. 개 ㅉㅏ증남... 진짜 그 시절엔 그랬겠지?), 영호의 사업이 망한 후 이혼했으며, 거지꼴로 대가리를 들이미는 영호에게 아파트 문을 절대 열어줄 생각이 없는 걸로 보아 아주 깎듯이 절연해 버린 것으로 보인다. 
‘자전거 - 자동차 - 이혼(영호버림)’ 이것을 ‘이동 범위의 넓어짐(자유로워지고 싶음)’으로 읽는 다면 별다른 자원이 없는 그녀는 (처음에는 남자들의 도움을 얻어서라도) 다른 곳으로 나아가고 싶었다라는 은유로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그남들에게 그것들을 배운 그녀가 더더 멀리 나아가는 삶을 떠올리면서, 이 영화가 투척한 찝찝함을 떨쳐보기로 한다. 

죄는 영호가 지었다. 홍자는 죄의식을 가질 필요없다.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영호따위 기찻길 위에 올려놓고 돌아가서 죽든 치어 죽든 말든 생까버리고, 울 홍자 언닌 미래로!! 언니 퐈이팅!! 울 홍자는 영호 새끼 버리고 딸이랑 잘살자. 아주 겁나 잘살자. (이건 정말 내 뇌피셜인데) 영호한테 위자료로 받은 아파트는 제발 강남 아파트였어라!!!!!!!!! 쒸익쒸익 😤

생각한다. 남자 주인공의 편협한 자기연민에 가려져서 실종돼버린 각 여성들의 서사에 대해. 스포트라이트 바깥인, 남자 창작자가 보여주고 싶은 대로만 편집되어 납작한 그녀들을 위해 이런 외전을 써본다.

사랑 받지 못해 못말리는 예수쟁이가 된 것 처럼 그려진 홍자는 교회 안의 인적 네트워크를 동원해 강남에 아파트 여러 채 가진 건물주가 되고, 납작하게 그려진 ‘순수’의 상징(공장에서 박하사탕을 천개씩 쌌다는) 순임이는 야학선생을 하다 518을 겪고 야학-노동운동을 하는 지하 운동권의 대모로 자라나, 실은 그날 경찰이 된 첫사랑 영호를 포섭하러 온거였던 것이쥨ㅋㅋㅋ 마지막으로 군산에서 물망초를 운영하시는 다방 언니는 사실 영호한테 연기 연습 중이셨던 배우 지망생이었던 걸로.... 암튼 모두에게 골고루 입체적인 캐릭터를 나눠줘 보아도... 하, 하지만 정말인지. 이 영화... 역사 속 가해자를 구구절절하게 설명하기 위해 도구처럼 사용되는 너무도 간단한 성녀/창녀..들... 이거 너무 지독했다. 그녀들을 그렇게 취급해서 만들어진 전형적인 한 남자(당시에는 인간이었겠지? 남자가 아니라ㅋㅋ)에 대해 질문해 보는 게- 대체 왜 필요한지는 모르겠지만, 필요했었다고 치고/

이젠 정말로 다른 이야기가 필요하다고 느낀다. 다른 해석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또 그건 되돌릴 수 없는 어떤 흐름이면 좋겠다.

영호는 나 돌아갈래!하고 외치지만,
영호 말고는 거기 나오는 어떤 여자들도 그때로 돌아가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한국 현대사 역시 그렇다. 가끔 한숨 나올 정도로 한심한 상황들이 있긴 하지만, 여성들에게 돌아갈만한 과거는 없었다. 확실히 떠나와야 하는 어떤 기이한 부정의의 세계들만이 말해지거나 서사가 부여되지 않은채로 있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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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21-05-17 22:0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이렇게 읽어주시니 뭣같은 거, 절대 돌아가면 안 되겠네. 안 돼 못 돌아가 노 빠꾸

공쟝쟝 2021-05-17 22:09   좋아요 4 | URL
응 절대 직진만 할껴! 노빠꾸!!!!!

잠자냥 2021-05-17 22:4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전 이 영화 멋모르고 새해 1월 1일에 봤다가 증말 기분 잡쳤던 기억이.... 으으

공쟝쟝 2021-05-17 22:53   좋아요 3 | URL
제가 개봉 당시의 분위기는 잘 몰라서요. 2021년에서야 봤는데... 막 당시에는 (지금도)정말로 영호 돌아가고 싶어하는 마음을 다들 이해하고 싶어했던 거 같아서요.. 근데 그거 아니야.. 처음부터 아니었어.. 이러고 싶었어요...

붕붕툐툐 2021-05-17 23: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영화 대학생 때 보고 진짜 별루였는데, 뭐가 별루인지 확실히 집어주신 공쟝쟝님께 감사를!!😍

공쟝쟝 2021-05-17 23:12   좋아요 1 | URL
어떤 소설의 주인공이 별로라고 해서 그 소설이 안좋은 소설일 수는 없듯, 영화자체는 좋은 영화겠죠? 상도 많이 받고 명작인 이유도 있을 테고요. 사실 저는 김여진에 대해서 쓰고 싶었어요 ㅎㅎㅎ 쓰다보니 길어졌지만 ㅋㅋ 물음표가 많이 생기는 좋은 영화이긴 하지만, 그치만 2021년을 사는 저는 돌아가고 싶지 않다...

다락방 2021-05-18 06:29   좋아요 2 | URL
저 이 영화 안보고 하는 말인데요, 상도 많이 받았다고 명작인건 아닐듯 해요. 상 주는 주체가 누구인지에 따라 다르지 않겠습니까. 이 영화에 만약 쟝님이 심사위원이었다면, 상 줬겠습니까? 저는 이 처절한 남성 위주의 영화가 계속 만들어지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고 봐요. 이렇게 만들고 이런 영화에 상주면서 이어지고 이어지고..

공쟝쟝 2021-05-18 09:12   좋아요 1 | URL
다락방님 말씀에 동의합니다. 2000년 당시에 518가해자를 들고 나왔다는 것이 신선했을 테지만, 그건 그시대 이야기로 기능했기에 받은 거라는 생각. 그런데 제가 이 영화가 가치있다면 그때 상받아서라기 보다는 적나라해서요. 우리가 옹호해서는 안되는 가해자에 서사부여해주기가 정밀하게 잘 짜여져서 상찬받은 작품인 걸루..
한국판 메일 게이즈의 완성...

단발머리 2021-05-18 10: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피해자성을 생각하는 광주의 아침이네요. 너무 좋아요, 오늘 이 리뷰!!
맥락이 아주 딱이야!!!!

공쟝쟝 2021-05-31 18:58   좋아요 0 | URL
그렇지요? 맥락이 딱이었던 듯?!!! 영호를 추호도 용서하지않겠다!!

난티나무 2021-05-18 15: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영화는 안 봤지만 공쟝쟝님 쨩이야요!!!!

공쟝쟝 2021-05-31 18:59   좋아요 0 | URL
전 난티님이 짱 😣 우리는 짱짱 걸!!

thekissxxxx 2021-05-30 2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공쟝쟝 2021-05-31 18:59   좋아요 0 | URL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 언니, 난 서른이 넘으니까 너무 좋아. 과거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
- 나도. 요즘엔 그 생각을 해. 이대로 계속 살아간다면 사십대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 오십대는 더, 육십대는 더더.
- 맞아 맞아. 건강관리만 잘하면 살 수록 좋아질 것 같음.
- 있지, 그거 산타의 존재처럼 어른들이 치는 거대한 거짓말은 아닐까? 살아보니까 나이먹을 수록, 늙을 수록 좋은거야. 너무 좋아서 상대적으로 젊은 시절이 힘드니까 위로의 차원에서 “그때가 좋을 때다”라고 하는 거지.

극장을 나와 찬바람을 맞으며 동생과 대략 이런 대화를 나눴다. 알 수 없는 인정투쟁 속에서 조울 섞인 이십대를 보낸 동생과 나는 꽤 근사한 영화 메이트다. 어떤 영화도 함께보고나면 대화의 소재가 된다. 우리는 보통 유년의 슬픈 기억을 경유해 각자의 고집스런 방법으로 쟁취해낸 독립까지의 노고를 치하해 준다. 어제의 영화는 모처럼 대화의 끝이 ‘감사함’에 가 닿았다.

고맙지. 고맙긴한 데, 그 고맙다는 말이 잘 안나와.

우리는 잘 안다. 나 역시 최선을 살아왔 듯, 우리의 가족도 각자의 최선을 살아왔다는 걸. 일개미 본능, 각자 알아서의 생존 본능은 부모님이 몸소 실천해 주신 자원임에 틀림없다. 아빠도 엄마도 소처럼 열심히(만) 살았다. 네 남매는 어쩔 수 없이 모두 초중고 개근을 이뤄내버렸다. 우린 정말 쓸데없이 성실하였고, 성실하기만(!)했다. 그래서 가끔 억울하다!!!!!!

“22: 상처는 지구에서 받는 거야”

지구에서 받은 상처들. 서른을 넘기고 나니까 동생도 나도 상처보단 나 자신이 더 강하다는 걸 체득한 것 같다. 아니다. 체득 아니다. 공부였다. 그것도 열심히(!)했다. 비용을, 시간을, 에너지를 투여한 노력의 댓가이다. 우리는 상처를 직시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니까, 결국, 그러므로. 앞으로는 더 괜찮아 질거다.

동생과 나는 하나 더 알고 있다. 우리에게 흔적을 남긴 혼란한 상처를 긍정하게 되기까지 앞으로 많은 공부가 필요할 것이란 걸. 꼭 긍정이어야만 하냐고? 이건 must라기 보다는 운명의 데스트니 같은거다. 꽉 닫힌 결말의 드라마. 아무리 망쳐보고 싶어도 더 안망쳐지는 지점. 그냥 그렇게 생겨먹은 거. 그러니 어쨌든 우린 결국은 긍정하고 진심으로 감사하게 되고 말거야. 그래도 대충 퉁쳐서 긍정하지는 말자. 결국 고맙다고 말하고 싶어진다면 그건 아주 구체적으로 디테일하게 각자의 언어로 감사해 할 줄 아는 능력을 갖게 되었다는 뜻으로 생각하자. 안녕. 얻어탄 동생 차에서 내렸다.

*

디즈니-픽사가 그리는 ‘생전의 세계’에서 아이들의 영혼은 지구로 가기 위한 패스권을 따내기 위해 자신들만의 불꽃을 장착해야 한다.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자연스럽게 각자의 불꽃은 무얼까 사색하고 이야기 나누게 된다.

생전의 나는 쏘맥을 맛있게 마시는 불꽃을 장착했나보구나, 그 불꽃에는 숙취와 이불킥이 딸려온다는 걸 멘토샘들이 알려주지 않았던 걸까? 또 나에겐 버튼이 눌리면 아무말 대잔치와 독설을 씹어뱉는 불꽃도 장착되어 있는 것 같다. 그 역시 다음날 이불킥을 하니까 설마 내 불꽃은 .... 이불킥? 🤭

좋은 불꽃을 생각해보자!! 22랑 비슷한거! 있다. 하늘 올려다 보기랑 겨울 불냄새 불꽃🔥 비교적 최근에 장착되어 있다는 걸 알게된 불꽃은 (반년에 한 번씩) 정희진 샘의 책을 읽으며 완전 다른 곳에서 감동 포인트를 발견하는 ‘재발견의 불꽃’이다. 지금까지는 주로 정희진에 해당했으나 앞으로 살면서 발견/재발견해야 할 저자들이 풍부해질테니 ‘좋아했던 책을 다시 읽을 때 느끼는 황홀함의 불꽃🔥’ 으로 이름붙이자. 하하! 생전의 나는 그것을 장착하여 지구로 오는 패스권을 따내버린 것이다. 여부가 있겠습니까? 그럼, 오늘도 불꽃을 불태우자!!

*

남서향으로 창이난 집은 아마 곧 긴 햇빛이 들어올 것이다. 암막커튼을 사이에 두고 들어오기 시작하는 겨울 햇살을 힐끔 건네다 보며 빨래 널 생각을 한다. 사소한 순간들을 아름답고 행복하게 느끼는 불꽃은 아직 잘 작동되지 않는다. 언제나 할 일, 그 다음의 할 일을 생각하는 종류의 사람이었다. 그래서 아직 발견할 불꽃들이 많다. 이 지구에 오래오래 머무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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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1-01-24 12: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난 여동생이 없어서... 아니지, 모든 언니/여동생이랑 그런 좋은 관계를 갖는 건 아닐 테니까요.
아무튼 근사한 영화 메이트 부럽습니다. 두 분 오래오래 행복하시길^^

공쟝쟝 2021-01-24 13:10   좋아요 1 | URL
저흰 영화볼때만 좋아요! ... 평화를 알게해주기까지 전쟁을 혹독하게 겪은 자매애.. 아직도 전쟁중 ㅋㅋ 영화만이 휴전!!

공쟝쟝 2021-01-24 13:11   좋아요 1 | URL
그치만 여동생 너무 좋구 요즘은 언니들도 좋아요(소곤소곤)

수이 2021-01-24 14: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100세 시대니까 지구에 오래오래 머무를 수 있습니다. 가끔 무수한 자연재난과 사건사고들이 일어나지만 그래도 인류는 어떻게든 살아남지요. 뭐라는거야;;;; 소울이 그리 좋다 하시니 저도 가서 봐야겠습니다. 근데 영화관 가도 될까? 사람들 엄청 많이 있으면 어쩌지;;;;

공쟝쟝 2021-01-25 19:17   좋아요 0 | URL
아주 많지는 않았어요! 음 오히려 방역을 어느 곳보다 철저히 하는 곳이 영화관이라는 생각. 소울은 가족과 함께 보시기를 추천합니다 ^ㅡ^

다락방 2021-01-24 16: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글 좋아 좋아 좋다. 쟝님 이 글 참 좋다요. 여동생은 사랑입니다. 물론 남동생도 사랑이고요. 샤라라랑💕

공쟝쟝 2021-01-25 19:18   좋아요 0 | URL
아 샤라라라랑~ 제 글 좋다고 해주시면 기분 진짜 샤라라라랑~ 30년만에 알라딘에서 숨겨진 글쓰기 재능을 찾을 줄이야! 아핫. 그러고보니 요즘 저의 불꽃은 알라딘 페이퍼!!!

바람돌이 2021-01-24 19: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장착하산 모든 불꽃들이 다 훌륭하십니다. 오늘 날씨가 따뜻해져서인지 이 글 때문인지 술이 확 땅기네요. 집에 맥주도 와인도 다 있는데 지금 집이 가는 길에 뭘 마실까 행복한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공쟝쟝 2021-01-25 19:20   좋아요 0 | URL
바람돌이님 집에가셔서 무엇을 드셨을까요? (궁금) 적당한 혈중 알콜농도로 일상의 시름을 잊을줄 아는 사람~ 우리는 같은 불꽃을 가지고 있군요 *^^*

scott 2021-01-24 20: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공장쟝님 여동생은 행운!이런 언니 속이 확트인 언니가 있다는것 세상 어느 누구보다 내편이 되어주는 !소울속 ost재즈 넘 좋지 않나요 공장쟝님에 황홀함에 불꽃 꺼질까봐 난로 위에 놓아드려야쥥 ╰┳🔥┳╯

공쟝쟝 2021-01-25 19:21   좋아요 1 | URL
재즈를 잘 알지는 못하지만 주인공이 재즈를 좋아하고 몰입하는 장면이 압권이었어요. 저도 재즈적인 삶을 살아보고 싶어졌습니다. 따끈따끈 난로 덕에 페이퍼 불꽃이 지펴지고 있습니다!! 화르르륵

syo 2021-01-24 21: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씩씩해.
씩씩한 사람으로 자라는 것은 착한 사람으로 자라나는 것보다 더 귀한 일인데 대단해요!




.....하지만 결국 귀여운 게 이긴다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1-01-25 19:24   좋아요 0 | URL
그렇지! 저 대학교 다닐때 별명 오뚜기였어요. 응? 씩씩하면 나야 나!!! 귀여움은....... (잠시 침묵) 귀여움이란 역시 인간보다는 개와 고양이죠..

붕붕툐툐 2021-01-25 09: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공쟝쟝님과 동생분 저런 대화를 나눌 수 있다니 너무 멋지당~😍😍

공쟝쟝 2021-01-25 19:25   좋아요 2 | URL
영화 보고난 후 한정입니다. 자매들과의 평소 대화는 ...... 차마 옮겨적을 수 없나이다... 입험한 자매들? 정도로 유튜브를 준비해볼까 싶을 정도입니다 ㅋㅋ

붕붕툐툐 2021-01-25 19:27   좋아요 0 | URL
구독자 1명 추가요!!ㅎㅎ
 
아워 바디
한가람 감독, 최희서 외 출연 / 인조인간 / 2020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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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핑계대고 운동 너무 안하는 게 맘에 걸려, 운동 뽐뿌기대하며 본 영화였으나... 사는 것에 대한 현타가 왓다..(생의 의지가 10 감소하셨습니다) 오늘의 달리기를 끝내면 내일의 달리기가, 지금의 전투를 마치면 다음의 전투가, 뭐 그런 식으로 끝없이 이어지는 일상이라는 게 베이스고 그냥 저냥 버티는 게 아니라 아주아주 온힘을 다해 힘을 써야하는 데, 좀 힘이 생겼나? 견딜만 하다는 느낌이 들면 더 힘든 코스가 눈앞에. 그렇게 뱃살이 빠지고 근육이 생겨서 건강해진 몸으로 더 힘든 달리기 코스를...
이 끝없는 달리기를 멈추려면!! 죽어야한다!!! (는 영화는 아닙니다만) 여하튼 근육이 뭔가를 해결해줄 거라고 생각했다면 오산이고, 그래도 근육이 생기면, 체력이 좋아지면, 술을 맛있게 마실 수 있다니까..이 번주에는 좀 달려볼까 싶기도 한데.. 비오네?...🌧☔️
너무 힘들었던 불투명한 시간들을 통과하며 지나온 과거의 내가 있고, 문제는 지금도 까마득 하다는 건데,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을테고, 되는대로 멋대로 살더라도 (체력적으로) 너무 망가지지는 말자.. 라는 마음을 먹었던 영화. 그려.. 오늘은 비와도 달려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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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깨비 2020-07-28 10: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운동하니까 오래전에 인스타에서 본 유머가 생각나네요. 의사와 상담중에 갑자기 체중이 불어난 이유에 대해 요즘 운동을 안해서 그런 것 같다고 셀프 진단을 하고 있으니까 의사가 원래 안하던 운동을 계속 안한다고 살이 갑자기 찌진 않습니다 살이 찌는 이유는 뭔가를 먹어서 그렇습니다 라고 아주 뼈때리는 말씀을 하셨는데 ㅋㅋ 제가 요즘 딱 그렇습니다. 자택근무하는 날들이 많아서 집에 있으니까 원래 안하던 운동 계속 안하고 있는데 냉장고 문을 그렇게 자주 열고 있더라고요. ㅋㅋㅋㅋㅋ 저도 빨리 운동을 좀 시작해야 할텐데요. ㅠㅠ

공쟝쟝 2020-07-28 20:26   좋아요 1 | URL
냉장고 문을 열때 스쿼트를 하시면서 열어보시면.. (남일 이라고 막말한다 ㅋㅋㅋㅋ)

얄라알라 2020-08-18 19:08   좋아요 2 | URL
이런 유머라면 한 번 들어도 잘 안 잊혀질 거 같아요. ˝남 이야기˝가 아니라, ˝제 이야기˝라서요 ^^

공쟝쟝 2020-08-18 19:31   좋아요 2 | URL
오예 저 얄라님께 유머 칭찬 받은 거 맛죠?

수이 2020-07-28 12: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비 와도 달릴 사람들이 누가 있지 했는데 공쟝쟝님이셨어!!! 그 누가!!!!

공쟝쟝 2020-07-28 20:26   좋아요 0 | URL
훗.. 오늘 저는 달릴 것인가...(뒹굴)

비연 2020-07-28 16: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ㅜㅜ

코로나...
저는 쟝쟝님 글이 왜 이렇게 보일까요? ㅜㅜㅜ

공쟝쟝 2020-07-28 20:27   좋아요 0 | URL
ㅠㅠㅠㅠㅠㅠㅠ 통곡 ㅠㅠㅠㅠㅠㅠ 아 정말인지 징징대고 싶은 요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