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나 읽고 싶었는 데 절판 되었던 (게다가 중고 거래에는 험악한 가격으로 풀려있던) 폴 벤느의 푸코에 관한 저작이 역자의 ‘개정판 옮긴이 후기’를 첨부해 두터워 진 채로 등장했다. 




다정한 이웃이 몸소 출간 소식을 알려주셨고 비슷한 날짜에 나온 푸코의 문학관 <거대한 낯섦>(과 그를 읽기 위한 사드…ㅋㅋ)보다는 폴 벤느의 푸코가 더 읽고 싶어서, 진짜 손 부들부들 하면서 샀다(장바구니에서 다른 거 무시하고 딱 이것만 사는 게 너무 어렵다. 뒤에는 알라딘 본 투리드 무지 노트와 홉스). 



운동 다녀와서 래핑 벗기자 마자 이 감격적인 소식을 알리는 바이다! (아.. 내일 마감인데 🥺😩)


목차를 살펴보니 눈이 가는 부분은 약 60페이지(책 360페이지)를 할애해 전개된 개정판의 역자 후기 <푸코를 불태워야 하는가?>다. 진짜 침도 안 삼키고 순식간에 읽어내리다가, 일단 워워~나 자신을 말리며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어!!!) 일시정지 시켰다. 한마디로 *2021년에 있었던 기 소르망의 <푸코의 소아성애 폭로 스캔들>에 대한 글*이라고 할 수 있는 데… 그래서 푸코가 했냐고 안 했냐고?라고 묻고 싶은 분께 읽는 즐거움을 빼앗지 않기 위해 진실에 대해선 노코멘트 하겠으며.  


다만 만약 누군가 -쟝쟝, 너는 푸코가 페도필리아라도 사랑할 거냐?


라는 질문에 대한 현시점의 대답을 한다면.


나는 *푸코가 아주 엄밀하고 다면적인 ‘철학자’*(스스로는 지난 세계의 철학을 상대화시키며 아니라고 주장했지만)라고 생각하고 그래서 좋아한다는 것 이다. 요점은 ‘철학자’라는 거다. 내게 있어 ‘철학함’의 수준이 아니라, 철학‘자’의 지위를 획득하는 조건이 있다면. 삶을 살다가 마주치는 문제 의식에 대해 사유를 통해 얻어낸 어떤 개념의 획득(언어를 갖고 싶다라고 나는 종종 표현한다)인 것 같다. 아주 거칠게. 그건 타인을 위해서라기보다는 나 자신을 유지하기 위해서 기능하며, 꼭 고급스러운 글씨가 아니라도 그렇게 자신을 만들어 가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일상의 철학자다.



어제부터 시작된 푸코 <감시와 처벌> 강독에서 조난주 선생님은 책을 ‘무엇을 정치화 할 것인가?(혹은 일상을 정치화하기)’라는 질문을 안고 읽어보자고 하셨는데. 내가 앞으로 정치화하고 싶은 질문은 취향이다. 즉, 취향은 정치적인 문제다. “정치 : 일상적 삶의 저변에 깔려있는 모종의 권력 관계”에 대해 숙고해 보는 것. 문득 내가 읽기 좋아하는 종류의 글은 그런 글이란 생각. (일단 여기서 매듭) 


푸코의 독특한 성적 취향 역시 그렇다. 장난처럼 푸코는 나를 사랑할리 없는 게이라고 놀리…지만, 내 입장에서는 그가 복잡하게 사유를 전개할 수 있었던 ‘위치성’(지도와 달력이라고 푸코는 표현한다)에 대해 강조하는 것이다. 매번 장난쳐서 미안한데… 뭐, *장난할 수 있음*도 엄밀하거나 권위세울 필요가 없는 *내 위치성*이라고 해두자. (이러다 기 소르망 꼴 나겠네ㅋㅋㅋ 하지만 전 유명하지 않습니다. 더 유명해지기 위한 위치성을 획득해야 하는 처지라면 또 모를까.) 


여하튼 지금 나는 무진장 바쁜 상태에서 점심 먹을 시간을 쪼개서 책을 훑다 말고 이걸 쓰고 있고, 천천히 곰곰 읽고 싶다는 욕망을 뒤로한 채, 재출간을 기다렸던 책 <푸코, 그의 사유 그의 인격> 소식과, 그것을 바로 구매해 버린 나의 훌륭한 구매력…(-_-;;; 책 살돈 버느라 책 볼 시간 없다는 비극과 함께)을 자랑합니다… 히히 


다 쓰고 나니 내용이 하나도 없는 것 같아. 책 <푸코 그의 사유, 그의 인격> 개정판 역자 후기에서 내가 푸코의 사생활(?)에 대해 가지고 있는 입장에 대해 맞춤한… 몇 가지 문장들을 인용해 오는 걸로. 글 급 마무리. 


“(252) 하지만 소르망과 밀러는 푸코의 사유와 저작이 개인적 성향(특히 성적 지향)의 직접적인 표출이자 행동의 합리화 혹은 자기 변호라는 지극히 통속적인 시선에 머무른다. 이는 푸코가 제기하는 철학적 논점들을 사생활의 모래밭 속에 묻어버리고, 그의 사유에 대한 설명을 전기적 환원론의 좁은 쇠 우리 안에 몰아넣는다.


<미셸 푸꼬의 수난>의 그 밀러 맞다ㅋㅋㅋㅋ 자기의 성적 판타지 푸코한테 투사했다고 디디에 에리봉에게 대차게 까인 것 같지만 정작 앨휘봉씨는 자신의 학자적 판타지를 투사했다고 푸코의 반려인 드 페르는 생각한다는 인터뷰를 읽었음. 그리고 내 생각에 이런 모든 인터뷰들에 무덤에서 나온 푸코는 이렇게 말할 것 같다. 

(장기하 주의) “그건 니(들) 생각이고” 


해석될 여지와 비밀도 많은 이 철학자의 일생은 어떤 서사적 충동을 불러일으키는 치명적 매력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그런 식의 읽기가 내게 필요하지는 않다. 내 경우 타인들의 규정에 쉽게 휘둘리는 내 삶을 바꾸기 위해서 푸코를 읽고 있는 중 이고, 그가 가지고 있는 민감함과 취약함 그걸 스스로 부수고 싶어 하는 신랄한 부분에 대해 동일시를 하게 된다.


“(266)이러한 불일치는 과연 어디에서 기인한 것일까? 그 기원을 찾으려면 어차피 확인 할 수도 없는 ‘의식의 심층’을 들여다보려 애쓰기 보다는, ‘역사의 표면’을 있는 그대로 짚어가는 편이 훨씬 생산적일 테다. 달리 말해 푸코 개인의 충동, 욕망, 성향을 제멋대로 추정하지 말고, 그의 사유가 시간 속에서 어떻게 진화하며 말과 글로 질서 지어졌는 지를 파악하는 편이 더 나을 것이라는 뜻이다.”

- 폴 벤느, <푸코 그의 사유, 그의 인격> / 이상길, <푸코를 불태워야 하는가? -철학자의 섹슈얼리티, 섹슈얼리티의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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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23-10-19 16:4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역자 후기의 제목은 보부아르가 쓴 ‘사드를 불태워야 하는가?’의 오마주 같습니다. 동서문화사판 ‘악덕의 번영’ 서문격으로 그 번역이 실려있는데 번역이 헬이라 그런가 하여간에 저 책은 새 번역판 나오기 전에는 (아니, 나오더라도!) 적어도 저 번역판은 불태웠으면 싶은 게 사드 독서 마지막 후기였습니다...우리 사드 나 보부아르 안 읽는다고 강제로 연결시켜 줌...

공쟝쟝 2023-10-19 17:00   좋아요 2 | URL
아 그렇네요! 확실히 그렇것 같습니다! ㅋㅋㅋㅋ 그 번역도 재번역 되었다면 사드 전집 살 의향이 있는데!! 아직은 모르겠다!!! 사드… 읽다가 보부아르…가시는 역행자 반님이네요ㅋㅋㅋㅋ 고은 읽다가 최영미 맞고 그러는 거죠 뭨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3-10-19 17:33   좋아요 1 | URL
셋다 아니 넷다 안 사요 안 사 ㅋㅋㅋㅋㅋㅋ

우끼 2023-10-19 22:04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ㅋ제 사드 가져가실분!!! 이거 아름다운 가게 가져다 줄 수도 없다… ㅠ 아름답지 않아요

공쟝쟝 2023-10-19 22:19   좋아요 2 | URL
사드 폭탄돌리기냐며 ㅋㅋㅋㅋㅋㅋㅋㅋ

우끼 2023-10-19 23:14   좋아요 2 | URL
무료로 드립니다!!! 무료무료!!!(무료로 줘도 안가져가냐며.. 쓸쓸) 심지어 펼치지도 않았어요!!

반유행열반인 2023-10-20 10:12   좋아요 2 | URL
사드 동서문화사판-거절/ 성귀수 새 번역-흠 좀 궁금...ㅋㅋㅋㅋ안 본 1권이면 더 궁금...(사드 마니아 놓을 생각 없는가 자네여...)

우끼 2023-10-20 11:21   좋아요 2 | URL
1번 동서판입니다 ㅠㅠ 아주 빳빳해요 한번 펼치고 지지 하며 닫음(대체 왜 산거지… 몹쓸 호기심)

공쟝쟝 2023-10-20 12:36   좋아요 1 | URL
피학은 가학을 필요로 하죠. 여러분의 성향 잘 알겠습니다. 아직연구가 덜 끝났지만 지적 호기심은 일종의 마조히즘이라고 생각하며…. 나를 지배할 사드를 찾아…
저를 변명하자면..
1. 푸코의 사드 궁금
2. 보부아르의 사드 에세이 읽고 싶음
3. 그래서 사드를 봐야하는가? 내 정신세계에 사드를 꼭 넣어야 하는가? (갈등 중)
저는 달라요!! *몹쓸* 호기심의댁들이랑 다르다 ㅋㅋㅋㅋ (차별화 ㅋㅋ)
4. 하나더 추가하면 어쩐지 고급 독서가는 사드는 봐줘야할 것 같다.
5.19금 책 구매해본적 없음. (애서가로서 새로운 경험..)

쓰다보니 이유 계속 만들어지네… 곧 사것구만 쩝..

우끼 2023-10-20 19:49   좋아요 1 | URL
19금 필요하면 굳이 사드말고 웹소설 많은데요!! 거기도 연구자료 수두룩합니다!! 사드보다 훨 친절한 변태들이 나오고요.. 팔리는 소설은 개연성없이 친절한 놈들이 나와야 해서 .. 나를 지배할 거면 친절해야 한다 이거에요 ㅠㅠ 자본가놈들은 친절할 수 없는데…
근데 전 사드고뭐고 가학적인거 싫음… 이미 삶이 이 기후가 자본주의 시스템이 너무 가혹해요

공쟝쟝 2023-10-21 01:59   좋아요 1 | URL
저도 가학적인 것 싫어요. 저가 피학적이라는 말이 아니라 가학적인 상태에 놓여있었기 때문에 그 고통이 당연한 줄 알았어요. 저도 싫어요. 하지만 여기서는 제가 철학을 공부하는 이유가 작동해요. 왜 지배받기 싫은데 지배받고 싶은가. 저와 다른 성향의 인간에겐 이런식으로 작동할 테죠. 왜 지배하고 싶은데 (완전히) 지배당하는 인간은 싫은가. 가학/피학 이분법이 아니라. 가학이 원하는 자율성 피학이 원하는 타율성…. (아직 잘 모름) 거기에 인간의 어떤 현존이 있지 않은가 하는 추측. 그것을 저는 개념의 언어로 파악해야 속이 시원해하는 형해화된 인간이지만, 실은 대부분은 감각하면서 실존안에서 고심하며 분투하며 살아간다는 것.
우끼님 자본가는 친절해요. (물론 맥락입니다) 노동자는 친절하지 않습니다.
제게 느껴지는 어떤 여유와 친절이 있다면… 그건 제가 제 일을 자본가(사업가)처럼 생각하면서 살아가는 사람이기 때문예요…. 좀 슬프지만?… .

우끼 2023-10-21 10:08   좋아요 1 | URL
아아.. 자본가는 친절해야하는 사람에겐 친절하죠 ㅠㅠ 노동자나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람에겐 가혹하지만요 그게 시스템이 하는 일이니까요 ㅠㅠ 그래놓고 노동자가 부당함을 말하면 불친절하다 하는 세계…눈에 보이지 않으면 부당함을 알려 하지도 않으면서 부당함을 가시화해도 노동자를 탓하는 세계에서 산다는게 참
이렇게 말하니 페미니즘이 왜 또 평등을 말하는 학문인지 알겠다 싶은게 이 평등을 말하려는 사람들이 시스템에 당하는 구도가 비슷하네요
다만 이 세계에서 살려면 자본가 마인드로 살 수밖에 없다고 요구하는 것도 세계가 교육하는 방식이라는 것도 알아요… 그 사람의 위치성이 어떠하든

독서괭 2023-10-19 17:4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책 살돈 버느라 책 볼 시간 없다는 비극 -> 여기에서 눈물 한번 훔치고요,, (크흡)
쟝쟝님의 흥분이 느껴지네요. 푸코읽기 응원합니다!!
...그래서, 답은 뭐예요? 진짜 페도필리아입니까? ㅋㅋ

공쟝쟝 2023-10-19 19:07   좋아요 2 | URL
비밀입니다! ㅋㅋㅋ 푸코식으로 진리 게임이라고나ㅋㅋㅋㅋ
(댓글 달 시간은 낸다!!)

2023-10-19 18: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0-19 19: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0-19 19: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0-19 19: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0-19 19: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잠자냥 2023-10-19 23: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다.

홉스야 안녕? 여전히 스크래쳐는 깨끗하규나.

공쟝쟝 2023-10-20 08:06   좋아요 1 | URL
홉스 스크래처 뒤집었어요 ㅋㅋㅋ 냐옹!

유부만두 2023-10-19 23:5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내가 인터셉트해서 먼저 읽어버릴까… 생각만 했습니다.

잠자냥 2023-10-20 00:00   좋아요 1 | URL
인터셉트!!!

공쟝쟝 2023-10-20 08:06   좋아요 0 | URL
허뤼업!!! 하 읽고 시풔요 😭😭
 
[SIWFF] 잉게보르크 바흐만 : 사막으로의 여행/ 질투는 나의 힘/ 슈퍼 에이트 시절

왜 때문에 오늘이 연휴의 마지막 날인 것인가. 보다 놀라운 것은 뭐 했다고 벌써 시월인가. 징글징글한 가족들과 딱 붙어 지내다가 (중간에 두 번 다퉜음) 서울에 올라오니 아, 이제 진짜 가을인가. 안되겠다. 뭐라도 써야겠다. 뭐라도 쓰자.

“(40) 삼십 대 후반, 굉장히 가슴 아프고 특별하게 쓸쓸한 사연을 겪은 이후 나는 자웅동체 아메바처럼 혼자 씩씩하게 살기로 하고 모든 준비를 마쳤다.” - <잘 돼가? 무엇이든> 이경미


새벽 기차를 함께 타야 했기에 추석 연휴 시작에는 동생네 집 책장에 꽂힌 이경미의 에세이 <잘 돼가, 무엇이든?>을 꺼내 다시 읽었다. 삼십 대 초반, 나도 자웅동체 아메바가 되었다. 내 안의 남성성과 여성성을 셀프로 통합하기까지 (융이냐ㅋㅋ) “근거 없는 피해의식”“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리며. “(41) 엄마한텐 아빠가 있고, 동생(들)한텐 제부(남친)가 있고… 그래, 나한텐 영화(책)가 있어. 근데 걔는 내 손도 못 잡아주고 백허그도 한번 해주지 못하는 주제에 심지어 나를 딱 반만 죽여놔서 내가 지금 죽지도 살지도 못하고…” 지냈다. 


감독님은 맘이 힘들 때마다 영화 <파고>의 마지를 떠올렸다는 데, 나는 그의 영화 <비밀은 없다>의 ‘연홍’을 떠올렸다. 스스로를 손예진(죄송합니다)에 빙의시키며 *생각하자 생각하자 생각하자. 정신 똑바로 차리고 생각하자.* 내 몫의 인생조차 감당이 안 돼서 정신줄을 놓고 싶어질 때마다 눈에 핏발 세워가며. 

“(22) 사랑을 잃었다고 무너지면, 나는 끝난다. 나한테는 나밖에 없다. 매일 매시간 매초, 나를 때리며 악으로 버텨왔는데, 창피한 줄 모르고 아무 때나 울음을 터뜨렸다. 그래도 그렇게 매번 눈물을 흘리고 나면 마음은 편해졌다. 숨 쉴 수 있어서 좋았다. 그냥 내가 마흔을 목전에 둔 서른아홉 가을에 그랬었다는 이야기.”

(아직 마흔은 좀 멀었지만.... 윤석열 나이 땡큐!)


  

감독님께는 죄송한 말이지만 읽으면서 내가 싫어하는 내 모습을 계속 발견했다. 그러고 보니 영화 캐릭터들도 그래…😭 (영화 속 인물 비호감 상위권에 여전히 랭크되는 미숙이 연홍이…) 후… 스스로를 죽을 때까지 데리고 살아야 하는 나에게는 고달파도, 한 발 떨어져 감상하기에는 좀 많이 웃기고 뭔가 귀여운 매력도 있다고… (가까스로 가여워에서 귀여워로 무의식의 오타를 수정했다…) 


에라 모르겠다!!!! 나는!!! 이경미와 그녀의 인물들처럼 비호감인데 귀엽다!!!!!!



 19년에도 23년에도 동생 집에서 읽으면서 위로받는 부분은. 이경미의 사주팔자다. 

“(100) ‘갈대밭을 베며 걸어가는 팔자’라고 아저씨가 그랬다. …미래는 계속 안 보였다…

 ‘잘돼가? 무엇이든?’하고 누가 질문한다면 나는 갈대 무성한 망망 무제한 벌판에서 낫을 들고 서서 외치겠다. 

‘어떻게 이렇게 평.생.을. 살아요, 아저씨이???!!!’”


막막해서 5년 전에 본 내 사주도 비슷했다. 1인자 (1인자가 되는게 아니라 그냥 혼자 다 알아서 해야 되는 사주라고) 사주니까 혼자 일하고, 결혼도 지금이야 고민하지만 결국 안 하는 게 편하단 걸 곧 깨닫게 될 거라며… 마치 사주대로 살기 위해 노력한 것처럼… 그렇게 지내고 있네. 나는. 웅웅. 준비는 진작에 끝났고 이대로 쭉 완벽한 아메바 자웅동체 굳히기에 들어간다 🦹🏻‍♀️ 크하하


성인이 된 이후부터 앞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 상황(갈대 밭)에 마주할 때면 마음이 황망하고 많이 억울했다. 의지하고 의존하고 싶어도 잘 안되더라. 그래서 더 억울했다. 낫으로 아무리 베도 길은 나오지 않아 쉬발 엿 같다고 생각하면서 술 퍼마시고 엉엉 자주 울었다. 맨날 술만 퍼마실 수는 없어서 도피처럼 읽기 시작한 책들이 집을 어지럽히기 시작하고 내 인생은 갈대밭이 아니라 책 지뢰밭이 되었다. 



<사진은 반항에 대한 욕망이 너무 기고 만장해서 9월에한 뒤메질… 꽂을 데도 없다>


“(15) 우리를 주체로 형성하는 미시적 권력, 즉 규율 권력의 메커니즘이 사회의 도처에서 그물망처럼 전개되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렇지만 이와 동시에 우리는 이런 식으로 우리를 주체로 생산하고 재생산하는 권력에 대해 어떤 식으로 저항할 수 있는가라는 의문을 품게 된다. *권력이 주체를 생산한다는 이 테제에 대한 거부반응 때문에*, 예를 들어 위르겐 하버마스의 <현대성의 철학적 담론>(1985), 뤽 페리와 알랭 르노의 <68사상>(1985)처럼 의사소통적 주체나 근대적 주체로의 회귀 운동이 일어나게 된 것이다. 나는 권력에 의해 생산된 주체가 권력에 대해 저항할 수 있는 전략이 (포스트) 구조주의 이론에 내재적인 방법으로 보여지지 않는다면, 하버마스나 페리·르노처럼 ‘주체로의 회귀’가 향후에도 반복될 것이며, 또한 (포스트)구조주의 이론의 혁명적인 성과 자체가 억압되고 은폐되어버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것이 이 책의 직접적인 집필 동기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어디까지나 (포스트)구조주의 이론에 내재적인 방식으로 전개되는 ‘저항’의 이론을 보여주는 것이지, 결코 ‘근대적 주체로의 회귀’에 의한 저항이라는 손쉬운 방향을 취하지는 않는다. 이 책은 미리 이런 한계를 설정함으로써 근대적인 능산적 주체가 아니라 오히려 *정신분석이 찾아낸 ‘무의식의 주체’를 참조*하게 된다. 이 책이 철학과 정신분석의 대화, 나아가 철학에 의한 정신분석의 극복이라는 관점을 제시하는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다.” - <권력과 저항> 사토 요시유키


놀라지 마시라. 나의 독서는 아마도 제대로 가고 있다. 하버마스 등이 퇴행으로 읽히는 지점이 흥미롭다. (잘 모르지만 동의가 된다. 나를 포함, 인간은 고상해 보이고 싶어하지 고상하지 않다.) 

포스트 구조주의의 미시적(규율) 권력이 저항의 가능성마저도 포박해버리는 것 같다는 느낌에 대해 (알겠는 데 그래서 어쩌라고? 하게 되어버리는 딱 거기에서) ‘무의식의 주체(라캉)’에서 답을 찾아보마 하는 일본 지성계의 맥을 좀 짚어낸 것 같다. 낫 들고 갈대 패듯 혼자 씩씩대며 읽어오던 나로서는 책이 책을 일러주는 가이드가 신선하고 고맙다. 


이 책은 “(14)푸코, 들뢰즈, 데리다, 알튀세르라는 네 사람을 관통하는 권력 이론에 대해 고찰” 하고, “내재적인 방법으로 권력에 대한 ‘저항’의 문제”를 전개한다. 


그래 저항이다. 그러니까 저항. 내 안의 반골 기질이 웃고 있다. 즉슨, 내가 대타자에 반항하는 방식은 이런 읽기라고 할 수 있지😏 어렵긴 드럽게 어렵다. 그런데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졌다. 저항의 방식을 (그저 읽어서 알 수 있는 거라면) 알고 싶다. 간절히. 



서론까지 정독한 결과 <권력과 저항>은 그래도 (포스트) 구조주의와 정신분석에 대한 지식이 어느 정도는 있어야 도전할 수 있을 법하고, 최신간인 <라캉과 철학자>들의 난이도는 그보다는 조금 아래 그리고 입문서들보다는 조금 위에 위치한 것 같다. (우치다 타츠루 ➡️  지바 마사야 정도 읽고 넘어오면 딱 좋을 듯)


“(10) 라캉은 프로이트적인 의미에서의 무의식, 즉 개인이 가진 욕망의 방향을 잡고 결정하면서도 본인조차 알 수 없는 마음의 영역을 역설적이게도 하나의 ‘앎’으로 정의했다. 그것은 완전히 알 수 없다기보다는 속속들이 알 수는 없는 ‘앎’, 그럼에도 항상 활동하고 있는 ‘앎’이다. 무의식이란 어떠한 지배자라도 통제할 수 없는 ‘앎’, 단적으로 말하자면 지배자 없는 ‘앎’이다. 라캉이 생각하기에 철학은 이러한 종류의 삶에 대해 충분한 질문을 던지지 않았다. 그래서 철학의 언어에는 앎을 자신의 것으로 삼으려는 지배자가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삶에 대한 사랑으로서의 철학은, 예를 들면 그것이 ‘절대자’는 ‘자아’든 간에 모든 앎을 축적해서 이윽고 보편적인 앎을 손에 넣는 자를 집요하게 탐구해 왔다. 하지만 이러한 탐구의 이면에는 오히려 *지배자에 대한 사랑*이 보인다. 생각해 보면, 철학적 사변 속에 세력을 뻗치고 있는 어마어마한 숫자의 추상적 개념들이 우상숭배 혹은 페티시즘적 대상과 같은 대용품으로 바뀌어 있는 것은 아닐까. 라캉의 말을 빌리자면, 이러한 개념을 정점으로 한 앎의 제국이야말로 철학의 “영원한 꿈”이다. ‘반철학’이란 곧 정신분석과 철학에서 *앎이 존재하는 방식의 근본적인 차이*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반면 라캉 학파는 물론이고 뱅센느에 모인 반체제적 지식인, 예를 들어 미셸 푸코나 질 들뢰즈와 같은 철학자들의 작업에 눈을 돌려 보면 그들이 각각 고유한 방법으로 철학의 “영원한 꿈”을 해체하기 위한 투쟁에 몸을 던졌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동업자를 거리낌 없이 신랄하게 비꼬던 라캉도 그들에 대해서는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애초에 푸코든 들뢰즈든 이 시대에 창조적인 작업을 했던 철학자들은 예외 없이 프로이트의 우수한 독자였으며, 그러한 점에서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라캉과 공유하는 것이 있었다. 즉, 1960년대 이후의 프랑스 철학이란 무엇보다도 프로이트 이후의 철학, 혹은 정신분석과 함께하는 철학이었다.” - <라캉과 철학자들> 구도 겐타


일본 인문학자들은 1960년대 파리를 중심으로 생겨났으며 2000년이 오기 전에 정리(?) 된 일련의 지성의 흐름들을 *현대사상*이라고 명명하기로 정한 듯하다. 먹고사는 문제는 해결된 이 프랑스인들의 지적 논쟁 대상은 그 자신들이었으므로 (갑자기 보부아르와 사르트르가 겁나 착하게 느껴진다) 내가 읽을 수 없는 것은 당연하며ㅋㅋㅋ 푸코의 경우 대놓고 <말과 사물>의 독자가 2000명 안팎일 거라 상정하고 썼다고 했다. (알려줘서 고맙다. 걔만큼은 안 읽으려고 했는데, 호승심 돋구로.)


앎에 대한 사랑(philosophy)으로서의 철학은 곧 ‘지배에 대한 사랑’이라는 문장에 밑줄을 긋는다. 전통적인 지식 생산을 서양-백인-브루주아-남성-지식인 계급이라는 위치성으로만 이해했는 데, *현대사상*에 속하는 이들이 그러한 철학의 무의식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정신분석가였던 라캉은 ‘앎’이 닿을 수 없는(기실 그건 앎의 모양일텐데) 영역에 ‘무의식’(아마도 니체는 광기)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걔를 드러내는 방식에 대해 천착한 듯하다. 


인식할 수 없는 것. 언어화할 수 없는 것. 스스로 알기 싫어 억압한 것. 

사실은 99.99999999999999999999999999%


아무리 알고자 해도 알 수 없는 부분이 남으며, 알게 된 것들이 그 자신을 억압한다는 앎의 역설. 그 태도의 체화. 나는 여기서 다시 철학(혹은 인문학)을 시작해야 하는 거구나 하게 된다. 


*현대사상* 혹은 라캉의 ‘[무의식적인] 주체’는 아마도 철학이 ‘타자화’한 대상일 테다. 하여 인문학의 남은 몫은 타자들의 철학이며, <제2의 성> 타자로서의 여성(페미니즘, 물론 페미니즘은 신자유주의와도 만난다. 그런데 포스트 구조주의도 읽기에 따라서는 신자유주의랑 친하다), 그리고 포스트 콜로니얼리즘(탈식민주의)은 조우한다.



탈식민주의의 선구자라고 볼 수 있는 아시스 난디(혹은 프란츠 파농) 역시 심리학(정신분석)자다. 식민주의의 심리적 유인들을 추적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는 이 책이 파고드는 피식민자의 무의식도 매섭다.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가 피식민자(타자, 여성, 장애, 퀴어, 자연…)의 위치에서 다시 사유를 전개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


“(27) 식민주의자의 이런 전락을 이해하지 못할 때 세속적이거나 비세속적인 종류를 망라한 모든 해방 이론은 *간접적으로 억압자들의 우월성을 인정함*으로써 그들과 협력하게 될 뿐이다. 

이런 나의 입장에 대한 핵심적인 논증은 간단하다. 근대적인 노예주와 비근대적인 노예 중에서 후자를 선택해야만 하는 이유가 자발적 가난을 선택하고 고통받는 쪽의 우월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당위에만 있지는 않다. 또한 노예가 억압받고 있어서도, 심지어 그가 노동을 하기 때문만도 아니다. (맑스는 노예가 노동으로 말미암아 노예주보다 덜 소외된 존재라고 말한 바 있다.) 노예를 선택해야 하는 당위는 *노예는 아마도 한 인간으로서의 노예주를 배제하지 않는 더 높은 차원의 인식을 대변*하는 반면, 노예주의 인식은 하나의 ‘사물’로서가 아닐 때 노예를 배제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에서 비롯된다. 궁극에 있어 근대적인 억압은 전통적인 억압과는 달리 그저 자아와 적, 지배자와 피지배자, 혹은 신과 악마 간의 만남이 아니었다. 그것은 탈인간화된 자아와 대상화된 적, 기술혁신을 따르는 관료와 그의 물화된 희생자, 그리고 *유사 통치자와 그의 ‘신민’에게 투사된 그 자신의 공포스러운 다른 자아들 간의 투쟁*이었다. … 그런 이유로 이 책은 오로지 희생자에 대해서만 말한다. 간혹 승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면 그 승자는 궁극적으로는 승자로 위장한 희생자, 그것도 심리적 부패가 더 진전된 단계의 희생자임이 드러날 것이다.” - <친밀한 적> 아시스 난디


근대 이후의 식민자-피식민자/정상인-환자/피해자-가해자/남자-여자는 그 정도의 차이 혹은 순서의 차이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나를 포함한 우리는 누구나 [그들]이 될 수 있다. 이는 삶의 조건이다. 피식민자의 위치에서 사유를 한다는 것은 보고 싶지 않은 것(무의식)을 보는 것이다.  그 긴장을 유지하기 싫으면 공부를 안 하면 된다. 공부 안 하고 사는 사람 널렸다. 사실 한국 사회에서 가장 식민화된 개념이 공부일진대. 시켜서 할 공부는 안 하는 것도 저항이라고 난 생각함. 


어려운 책 이야기를 계속했다. 이제 쉬운 책 이야기를 해볼까 했는데 벌써 5천 자를 다 썼네. 그래도 쓰자.



맨 아래 두꺼운 책 <존재론적, 우편적>은 일본의 철학자 아즈마 히로키의 데리다 논문이라고 한다. 단순한 번역서가 아니라 일본의 현실에서 ‘현대사상’을 조명한 거의 최초의 책이기에 연구자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나 보다. 지바 마사야도 사토 요시유키도 이 책에서 작업을 시작했다 하니 어떤 건가 하고 사봤다. 읽으려면 아직 멀었다는 느낌. 


인도에서 수입(?)된 탈식민주의 책과 1세계를 풍부히 소화하는 일본 책 사이에서 한국말(전라도까지 2개국어 가능) 밖에 할 줄 모르는 나는 좀 어리둥절하다. 일단은 번역이 더더더 많이 되고 책을 많은 사람들이 더더더더 많이......사..... 기 위해 역시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 



<타인을 안다는 착각>은 “나, 사람, 세상을 ‘알아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불안한 사람들’이라는 부제가 바로 나 아닌가? 하면서 사서 읽었다.

라캉의 말대로 알고자 한다는 것은 지배하기 위함일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정희진을 통해 ‘앎비앎’도 배웠다. 페미니즘 이후로 뚫려(?) 버린 지식에 대한 폭식은 나 자신의 ‘(이토록) 희미한 자아감’이라는 캐릭터에서 촉발된 질문 묶음들이다. 


징그러울 정도로 얽히고 엉켜서 살아온 전근대형 봉건녀(?)에게 안정적이고 선명한 근대적 자아 정체성이란 저절로 획득되는 것이 아니었다. 심리학 책 한참 많이 볼 때는 스스로 ‘경계선 성격장애’라고 생각한 적도 있다. 요즘엔 HSP로 정착. 여하튼 나는 타인들에게 영향을 많이 받고, 그런 내가 싫어서 책을 왕창 많이 읽어도 여전히 영향을 많이 받는다. 근대는 나를 근대화에 실패했음.😪


“(101) 불교에서는 ‘마음이란 순간마다 변화하는 운동이다’라고 가르칩니다. 즉 ‘마음’은 고정적인 실체가 없고 따라서 매 순간마다 변화한다고 말하지요. 이는 단순한 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제가 상담을 하면서 접하는 환자의 마음 상태를 표현하는 설득력 있는 말임을 실감합니다. 행복해하던 사람이 갑자기 침울해지거나 하거든요. 그래서 불교는 서양 심리학과 비교할 만한 ‘동양 심리학’의 내용을 갖추고 있고 역시 전위적이고 놀라운 철학이라고 생각합니다.” - <타인을 안다는 착각> 요로 다케시


책은 불교적인 통찰을 제안하는 데, 그래도 일본은 동양이라서 느끼기에 역함(서백남이 생산성 어쩌고 하면서 불교·명상 떠는 거 싫어함)이 좀 낫다 싶더라. 


“인간은 근본적으로 결여되어 있으나 우리는 빈 곳을 채우고저 할 때에만 동력(에너지)이 생기므로 그걸 인식한 상태에서 기왕이면 타자의 욕망이 아니라 자신의 욕망을 발견하고 그걸 일상의 동력삼아 적당히 추구하면서 살라”는 것이 거칠게 정리한 라캉의 가르침이라면 불교는 “헛되도다 인간의 욕망이여. 욕망은 번뇌의 시작이라. 자아란 공空! 자아가 없으면 욕망도 없는 것이여”라고 말(아, 넘나 심오하고 급진적임🤔)하는 듯. 


내가 이놈의 자아를 추구하기 위해서 쓴 돈(?)과 기력과 시력이 얼마인데. 앞으로 궁극의 가르침 끝에는 불교가 있다고 생각하겠다만 당분간은 라캉적으로 살란다. 기질에 따른 욕망을 억압하지 않겠숴여. 나의 욕망은 어려운 철학 책 한국어로 번역된 것 만 읽기! 현시점의 나에게 붓다보다 더한 가르침을 주신 성인 ‘마리 루티’님께 조신히 감사를 표하며. 



“(9)이 책은 인종주의와 식민주의에 깊이 의존한 주인 서사(master narrative)를 지탱하는 지극히 파괴적인 가정들이 함축된 *유럽계 미국인 페미니스트 인본주의가 와해되는 과정*을 검토한다. 그다음에는 섬뜩하고 위반적인 기호를 채택하여, ‘사이보그’페미니즘의 가능성으로 시선을 돌린다. 이 페미니즘은 강력한 연결을 계속 추구하면서도 특수한 역사적·정치적 입장과 *영원한 부분성*에 보다 열려 있을 것이다.” <영장류, 사이보그 그리고 여자> 도나 해러웨이


결국 *현대사상*을 부수고 내가 가야 할 (머나먼) 길…은 포스트 휴머니스트 사이보그 페미니스트 문이과 통합체 다학제적 연구자 도나 해러웨이의 길… 펀딩 해서 받았습니다. 책 정말 예쁨. 


그런데 아 희진 샘 증말 너무하네요.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사상가가 왜 하필. 해러웨이입니까!!!!!!!!!!!!!!!!!!!!!

이제는 구구단도 헷갈리는 본 투 비 수포자가 팔자에도 없는 이과남들이 쓴 책을 사게 된단 말입니다. 내 안에 돋아나는 양자역학에 대한 지적 욕망 해결하라!!! (웅성웅성🗣️👥👤🗣️👥)



 이 책 <세계 그 자체>는 <하나의 유령이 온 과학을 떠돌고 있다 플라톤주의라는 유령이>라는 자극적인 책 소개 때문에 일단 덮어놓고 샀다. 아무튼 살 때의 마음은 “철학(인문학) 없는 과학은 없다!!!!”는 문과적 호승심이 하늘 끝까지 치솟았는데, 이 사진을 찍을 때까지 이 책을 샀다는 것조차 까먹고 있었던 것으로 보아 호기가 아니라 객기였던 것으로. 


 














장강명 신간 에세이 읽고 그의 지독한 한국 문학 사랑에 영업당해 <재수사>와 요즘 눈여겨보는 젊은 소설가 단요의 신간 <세계는 이렇게 바뀐다>도 기꺼이 사들였다. 사람을 움직이는, 안산 걸 사게 하는 힘, 이란 사랑의 힘!! 


이번에 잠자냥의 퀴즈를 풀(지 못하)면서 느낀 점은 나는 역시 문학(특히 고전이나 문단)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난쏘공><무진기행><새의 선물><모순>안 읽었고요. <가시고기>는 읽었다ㅋㅋㅋㅋ 인생 최애 소설은 <드래곤 라자>랑 <해리포터>에서 아직도 업데이트 안 되었고. 소년 성장소설(;;) 취향 못 버려서  아직도 소설 읽을 바엔 넷플릭스 보는 게 더 재밌고요. 이런 나의 한국 문학에 대한 지독한 무관심이 제도권의 문학 교육 때문은 아닐까 하여 근 20년 전 언어영역 지문 읽다가 유일하게 맘에 들었던 소설 오상원의 <유예>가 눈에 보이길래 중고 서점에서 겟. (나… 문학… 사랑할 수 있을까?)


그 외 니체, 마르크스, 젠더, 나를 잃어버린, 어떤 글이 살아남는가~은 중고 구매!



삼십세는 커녕 사십 대로 달려가는 이 시점에서 <잉게보르크 바흐만> 전기 영화를 보고 난 뒤, 작가의 글이 궁금해서 샀다.  영화 속에서 지독한 사랑을 겪고 난 후 만신창이가 된 여성 시인의 독백을 듣다가 퍼뜩 정신이 들었다. 내가 또 잘못 생각했네.


헤어지는 것이 어려워서, 사랑이 변하는 것이 싫어서, 내 인생에서 사랑은 없어도 돼!라고 마음먹었다. 이경미 감독 말마따나 사랑이 끝났다고 무너지면 나는 끝난다.며. 


영화를 보고 나니 바흐만이 가닿게 된 진실이 궁금해졌다. 사랑이 아니라 이별이 진짜 앎이라는 걸 느꼈다. 사랑이 아니라 잘 배운 이별이 필요해졌다. 우리는 만나고 변하고 헤어지는 데, *변한 나*는 헤어져야만 인식할 수 있다. 변화의 농도와 질량이 사랑이 일으킨 것이라 한다면, 그것은 내게 남아 있으므로 완전한 이별은 없는 거네. 내 안에 무엇을 남길 것인지는 내가 선택한다. 


관계의 단절과 상실이 주는 분리의 고통이 아니라 이별에 딸려오는 반추, 그러니까 내 인식과 해석이 지나치게 아플 때도 있었다. 그건 독후감을 쓰는 것과 비슷하다. 매번의 독서로 연습했던 거 아닐까. 이별. 그러고 보면 쓰지 않았을 때는 몰랐던 것도 같다. 


어떤 관계는 무 자르듯 싹둑 잘라낼 수가 없어. 그래서 아주아주 느리게 천천히 이별을 준비하듯 유지하지만. 그것 역시 길게 보면 헤어지는 과정이라서. 환멸과 슬픔과 미움과 불행.


20대의 나와 30대의 나의 가장 큰 차이점은 아마도 ‘쓴다’는 것이다.


9월. 지난한 기록들을 정리하다가 알게 되었다. 어떤 이별이 들이닥친대도, 나는 결국엔 나를 돌보게 될 거란 걸. 현명한 이웃님의 말대로 궁극의 사랑은 자기애다. 나는 그걸 몰라서 이별이 무서웠다. 책을 읽고 글을 쓴 후부터는 매번의 헤어짐 이후에 엄청나게 똑똑해지고 있다는 걸 느낀다. 상실의 두려움을 제거하니 사랑할 일이 남았다. 


그렇다면 더 알고 싶다. 더 사랑하고 싶다. 더 잘 헤어지고 싶다.  


나는 자웅동체 아메바이고, 갈대 밭을 혼자 낫 들고 베어 가는 막막한 운명이 택한 인간이지만. 이런 나의 운명을 사랑하며 덕분에 쿨한 이별, 애닳는 이별, 지겨운 이별, 인정할 수 없는 이별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내 방에서 일기를 쓰는 방법을 터득했다. 이건 꽤 비용도 안 들고 재밌어서. 사는 동안 계속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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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3-10-03 19:0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나 저 홍당무 쟤 좋아하는데…? ㅋㅋㅋㅋ
오상원의 <유예> ㅋㅋㅋㅋ 딱 쟝다운 선택이군요. 그새 책장이 더 뒤메질이 되었군?!

그러나저러나 나에겐 아직 6일의 연휴가 남았다! 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3-10-03 19:16   좋아요 1 | URL
잠즈ㅏ냥!! 정말요? 미숙이 좀 나같은데… 그의 창조자 이경미에세이는 공감성 수치감이 너무 올라와서 읽으면서 현타와요ㅋㅋㅋㅋㅋ
유예… 의식의 흐름..ㅋㅋㅋ 책장.. 저 이사 어떡하죠? 망해따 ㅠㅠ
우와와~ 6일의 연휴????? 진짜 끝내준다!!!!! 잼난거 또 올려주세요!!!😎

잠자냥 2023-10-03 19:25   좋아요 2 | URL
홍당무는 좋아하는 영화이기도 하고…. 암튼 난 볼빨간 그 애가 좋아요. ㅋㅋㅋ

공쟝쟝 2023-10-03 22:52   좋아요 1 | URL
잠쟈냥은 쟝쟝이를 조아한다 (오독)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은오님 부럽지 메롱😝

독서괭 2023-10-04 08:25   좋아요 1 | URL
뭣?? 아직 6일이라고요? 우왕.. 혹시 부산영화제 가시나요? 목요일에 노벨문학상 발표던데.. 역시 문학분야 아닌거 맞쥬??

잠자냥 2023-10-04 09:02   좋아요 1 | URL
부산영화제처럼 사람 몰리는 데 제가 갈 거 같습니까?
문학 많이 나온다니까 ㅋㅋㅋㅋ 그리고 제가 1인출판사입니까 ㅋㅋㅋㅋ

독서괭 2023-10-04 09:09   좋아요 1 | URL
아니 담당분야…. 없어유?

독서괭 2023-10-04 09:11   좋아요 1 | URL
(잠사모로서 공부가 많이 부족하군)
쟝쟝님 글에다 딴소리 해서 미안합니당 ㅎㅎ 대충 읽을 내용도 길이도 아니어서 이따 피씨로 정독 예정.

잠자냥 2023-10-04 11:22   좋아요 1 | URL
제 담당분야는…….


수학입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3-10-04 17:50   좋아요 1 | URL
뻥!!!!

미미 2023-10-03 19: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학창시절에 <유예>읽다가 너무 좋아서 읽고 또 읽고 했었어요! ㅋㅋㅋㅋ 그래서 저 책도 사둠ㅋㅋㅋ

공쟝쟝 2023-10-03 22:42   좋아요 1 | URL
역시 의식의 흐름에는 무언가 거뷰할 수 없는 치명적 매력이 있다!!! 제 문학교과서에는 최초 한국 판타지의 장르를 개척한 <드래곤 라자>가 실렸다는 것을 밝힙니다! ㅋㅋㅋㅋㅋ!!! 판타지를 교과서로 배웠어요~

단발머리 2023-10-04 08: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8월, 9월이 쟝님에게는 넉 달이었나. (9월에 이걸 다 읽은 건 아니겠죠?) 왜케 많이 읽었어요, 좋겠다ㅋㅋㅋㅋㅋ

<마르크스주의와 여성해방>, <니체, 실험적 사유와 극단의 사상> 담아갑니다. 읽겠다는 건 아니고, 일단 담아둡니다.
<아직도 가야 할 길>을..... 그러니까 왜 산 거에요? 나는 선물 받았단 말이죠, 20년 전에.... 왜 산 거에요, 쟝님은?

공쟝쟝 2023-10-03 22:53   좋아요 2 | URL
요양을 좀 했습니다ㅋㅋㅋㅋ 많이 읽었는데 정리를 하나도 못했어요 (시무룩) 써야지 공부되던 데ㅋㅋㅋ 쓰면 요샌 기력이 사라져서… (작년에 제가 미쳤던 걸까요?)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게만 느껴진다…. 사랑이라는 주제에 대해 고전이라고 하더군요… ㅋㅋㅋㅋ 아마도 벨 훅스 선생님이 일러주신… 아직은 가야할 길로만 남겨두는 것으로…(자웅동체는 지금도 충분합니다)
 

에세이를 좋아한다. 내 독서 주 종목은 에세이다. 그 사람이 삶을 대하는 태도와 자신과 맺는 관계를 주로 본다. 그런 시선을 배우기 위해 읽는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중요한 건 태도이고 관계다. 에세이(라고 쓰지만 나는 일기를 쓰고 일기가 주는 장점을 스스로 안다)를 쓰는 나는 나를 대상화한다. 글씨(언어)가 된 것 끄집어 내진 것은 내 무엇(그 나 역시 관계의 구성물)이지만 이제 내가 아니게 된다. 쓴 나와 쓴 것을 읽는 나 사이에서 대화가 일어난다. 그래서 어떤 글은 기도와 닮았다. 믿음을 잃어버린 채로, 기도마저 없는 사람에게는 내밀한 일기가 필요해.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곧 삶이라는 무의식적 믿음이 강했던 나는 일기를 쓰며 나와 대화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된다. 그것들이 퇴적되어 실체처럼 느껴지는 내면을 알아차린 후, 역할이 아닌 삶을 고안하는 데 집중했다. 특히 1세계의 여성들이 쓴 에세이들은 많은 도움이 되었다. 냅, 솔닛, 게이, 랭… 그러다 비비언 고닉을 만났을 때…는 아마도 겪어야 했을 또 다시 무너지는 시기였다.

불안, 고독과 우울의 한 가운데를 허우적거릴 때, 어떤 부표처럼 고닉의 문장들이 떠 있었다. 붙잡았다. 바다 위 몰아치는 폭우 속에서 문장들과 같이 흔들렸다. 어느 덧 폭풍이 멈추었고, 물결은 찬찬히 일렁였으며, 내가 짊어지고 가는 나.의 무게와 위기 앞에 부족한 근력.을 낱낱이 마주보게 되었다.

자기 직면, 매일의 반복, 환상을 포기해! 스스로에게 집중해, 권위에 기대지마, 그리고 흔들릴 것. 끝까지 의심할 것. 더 흔들릴 것. 몰아세울 것. 포기하기 힘든 나의 나르시시즘. 그것이 보인다면. 포기하지 않더라도. 포기하게 되더라도. 같이 흔들어 볼 것.

“말하고(쓰고) 있는 자신이 누구인지 망각하지 않으려는” 비비언 고닉의 글쓰기 작법서가 출간되었고, 일기를 멈추지 않기 바라는 아름다운 이가 선물을 보내주셨다. 함께 온 커피를 내리고 18페이지까지 읽다 말고, 고닉에 대한 나의 붙잡음이 틀리지 않았음을 직감한다.



“(13) 익숙한 것을 꿰뚫고 들어가기란 당연한 듯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힘들고 또 힘든 일이다.”

어떤 글이 더 의미가 있는지
어떤 삶이 더 가치가 있는지

나는 여전히 알지 못하며,
내 삶을 누구에게도 추천하지 않지만,

자기 자신을 쓰며 결국 자기 자신이 되는 사람들에게 깊고 단단한 존경심을 느낀다.
나는 해내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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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3-09-15 12:5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나는 해내고 있는 중이다!˝
한동안 모닝루틴으로 일기 열심히 쓰다가 운동을 1번으로 놓으면서 일기타임이 사라져 버렸네요;; 다시 써야지 싶으면서도 귀찮기도 하고.. 쩝.. 쟝쟝님의 일기 쓰기는 오래오래 지속되길요^^

공쟝쟝 2023-09-15 13:31   좋아요 2 | URL
운동….. 독보적…. 독보적…..(후 오늘의 걸음..103) 집에서 밥먹고 집에서 일하는 자…에게 운동과 독보적 알림이란… 생..명…

책먹는고란 2023-09-15 20: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에세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그 사람이 삶을 대하는 태도와 자신이 맺는 관계를 주로 본다. 그런 시선을 배우기 위해 읽는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중요한 건 태도이고 관계다.˝ 이 말이 와닿네여... 에세이를 읽을 때 이 말을 떠올리겠습니다!!

공쟝쟝 2023-09-15 21:13   좋아요 3 | URL
저는 크게 보면 픽션도, 사회학 책도 (연구주제의 설정과 무의식적 누락이라는 점에서) 자기계발서(성공은 거저 오는 것은 아닌듯 합니다. 과정에서 분명 자기를 해방시키는 경험이 있는 듯?)까지도 에세이라고 생각해요. 모두는 사실 자신을 씁니다. 말하고, 쓴다는 행위는. 더더욱 그렇고. 그것들 모두 관계이고 태도를 전제합니다.
읽고 듣는 것 역시 선택이죠. 특히 정보과잉의 사회에서는 말입니다 ㅋㅋㅋ 그래서 자신과의 관계가 더욱 중요하다는 현대의 비극~!
진지하게 읽는 고라니님의 노트가 제겐 자극됩니다!

책먹는고란 2023-09-17 16:44   좋아요 1 | URL
고라니 감동 심하다...... 쟝쟝님께 ㅇㅈ받은 거 진짜 내 독서인생에 중요한 일 10개 뽑으면 꼭 들어갈듯...

좋아하는 분야인 픽션과 사회학 책,
안 좋아하는 분야인 에세이,
싫어하는 분야인 자기계발서까지
좋아하면 더 좋아하게 되고
싫어하더라도 장점을 발견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공쟝쟝님의 아름다운 말...
가슴에 새기고 독서생활하겠습니다.

그리고 저도 저를 돌아볼 수 있도록ㅠㅠㅠ
tmi지만 새끼고라니 시절의 저는 약간우울충이었는데(지금생각해보면 걍 사춘기빨이었던듯...)
그때 그렇게 슨스에 우울글 쓰면 딴사람이 불편함. 중2병같음.
이런 피드백을 받고(이게피드백이냐???ㅠㅠ)
아!!! 하고 저의 슬픔... 정확히는 우울함을 많이 도려낸 느낌이랄까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나 자신의 내면이나 나 자체에 관심이 덜해졌던 것 같음...
사회적 이슈나 책 내용을 받아들이면 그게 나와 연관되지 않고
계속 다른 사람이나 사회하고만 연관지어서 화를 내는 거예요ㅋㅋ(우울을 도려낸 대신 화를 얻다)
그래서 제가 비록 댓글은 개허접하게 남겼지만...
공쟝쟝님의 글과 댓글을 며칠간 곱씹으면서 저 자신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공쟝쟝 2023-09-17 23:50   좋아요 1 | URL
고라니님, 제가 힘들다는 글을 썼을 때 저를 살린 말이 있어요. 중2병이냐, 우울충이냐, 아픈 사람 글 기빨린다!! 가 아니라

작가들 다 글써서 살았어. 살려고 쓴 거야.

살려고 견디려고 읽고 쓰는 사람이 세상에 있더라고요.

그러고 보니 버지니아 울프도, 조지 오웰도… 우울증이었대고(제가 울프나 오웰은 아니고요 ㅋㅋ 작가의 덕목이 우울이라는 것도 아닙니다만) 요컨대 세상을 아프게 감각하지 않는 사람이 책을 읽겠으며, 어떤 고전도 희노애락. 중에서 우울과 슬픔을 도려내라고 하지 않아요.

저는 계속 밝음을 유지해야 (소비가 유지되는)하는 조증 세상에 지지 않기 위해 때로는 님 말 대로 분노하며 읽기도 해요. 버뜨, 가장 좋아하는 글은 유머가 있는 글이죠. 풍자와 해학 ㅋㅋㅋ

가끔 진지한 독자를 만날 때 동족이다!!하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어요. 그가 진지하게 듣고 읽는 이유는 저자에게서 배우고 싶은 무엇이 있다고 여기기 때문일 겁니다. 고라니님은 진지한 독자!!

감정은 몸에 체현된 사상이래요. 언어의 그물은 매우 성기지만 질겨서. 나의 고유한 감정에 좋지 않은 말을 (우울충이라뇨 ㅠㅠ) 붙이는 건 두고두고 나 스스로에게 좋지않게 작용해요. 타인이 하는 말이 그럴진대 스스로 하는 말이 그러면 더 안타깝죠. 나의 우울에 얘쁜 말을 붙여쥽시다. 난 역시 예술가군!!!

분노하고 아파하고 우울하고 또 명랑하고 즐거우며 지적인 쾌락을 느끼는 고라니님의 다채로운 독서 생활을 종종 보러 오갰삽니다 😝

유부만두 2023-09-16 10: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신간 <통증과 뇌과학>이 보여서 링크 공유합니다.

http://aladin.kr/p/e4tUv

공쟝쟝 2023-09-16 11:16   좋아요 1 | URL
유부만두님의 뇌과학 마니아 당첨을 축하하며!! 💖💖💖

얄라알라 2023-09-16 21: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냅, 솔닛, 게이....푹빠져 읽었고, 그 중에는 비행기 타고 가서 만나고 싶기도 한 작가가 있지만 같은 책을 읽었어도 공쟝쟝님처럼
자신과 대화하며 자기화하는 시간을 못가졌나봐요. 쟝님께서 평소 유머강도를 1/10로 낮추시고 쓰신 이 일기형의 글이 왜 이리 와닿는지요....

아직 고닉은 읽지 않았고, 플친님들 칭찬으로만 대신 접했는데 쟝님 글 보니, 결코 놓치면 안되겠네요

공쟝쟝 2023-09-17 23:48   좋아요 1 | URL
나만 알고 싶은데~ 나만 잘 쓰고 싶은데~ ㅋㅋㅋ 비비언 고닉의 이 책은 정말 교재로도 너무 좋네요. 매료되었습니다.

단발머리 2023-12-14 10: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두 쪽 읽었는데 너무 좋네요, 이 책...
영어로 살까? 라는 생각을 해보는 아침... 굿모닝! 늦었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3-12-14 15:17   좋아요 1 | URL
굿앱터눈! 비비언 고닉의 관점을 모조리 훔치고 싶었더랬쥬!!! 고닉조아여! 영문을 어케썼을진 나는 모름!😂🤣
 

비와서 오늘은 달리기 못함!
커피 시켰는 데 (책나무님 땡튜❤️) 책이 딸려옴!!! 읽고 싶게 생긴 책 ㅋㅋㅋ

나는 푸코는 어려워 죽겠는 데 라캉은 너무 쉽다 ㅋㅋㅋ (응?) 무슨 말인지 다 알겠음 ㅋㅋㅋ!! 내가 바로 인간 라캉임 ㅋㅋㅋ (망언)

이거 적으며 생각해보니 라캉은 라캉이랑 나만 생각하면 되는 데 푸코 읽을 때는 사회랑 관계까지 다 생각해서 그런 것 같다는 추측이 문득!!

이 책도 쉬울까봐 걱정…. (하지만… 라캉말고 나머지 인간들이… 과연?) ㅋㅋㅋㅋㅋ 언제 읽을지는 미지수. 따뜻한~ 커피 냄새 굿!

(아무래도 북플의 독보적과 뒤메질 땡투는 포기할 수 없군요!!)

#라캉과철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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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3-09-13 20: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앗 이제 댓글창 열었어요 쟝쟝??

공쟝쟝 2023-09-13 20:57   좋아요 3 | URL
북플 중독이 대충 치료된 것 같아서~ ㅋㅋㅋ뒤메질(책 산거) 폴더를 열었사옵니다!!!
알라딘 떠나면 책 많이 안 살 줄 알았거든요? (구매액수는 변함없다...)

독서괭 2023-09-13 21:03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 반가워요~~ 웰컴백!!(와락)

공쟝쟝 2023-09-13 21:18   좋아요 2 | URL
부비적....! 뒤메질 책탑에 땡스투 부탁합니다. (하지만 요즘 사는 책 목록들이 엉망이네요. 추천불가능..)

건수하 2023-09-13 21: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웰컴이에요! ☺️

공쟝쟝 2023-09-13 21:17   좋아요 2 | URL
수하님 성이 생겼네요? 건?

건수하 2023-09-13 21:29   좋아요 2 | URL
쟝님은 성이 공이었어요? ㅋㅋㅋ
그런 사연이 좀 있어요

공쟝쟝 2023-09-13 21:30   좋아요 3 | URL
네. 공부하는 쟝쟝이 공쟝쟝입니다.
수하님은 건강한 수하님 건수하!?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3-09-13 21:35   좋아요 3 | URL
건강한 수하님 ㅋㅋㅋㅋ
건조수하입니다 ㅋㅋㅋ

공쟝쟝 2023-09-13 21:38   좋아요 1 | URL
하............... 이거 19금????????

건수하 2023-09-13 22:47   좋아요 1 | URL
네??????????? 크하하 쟝님 오자마자 한 건 크게 했네요 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3-09-13 22:48   좋아요 1 | URL
그런 거였군요… 전 factory 의 장인 줄…..

건수하 2023-09-14 09:30   좋아요 1 | URL
아니 공쟝쟝님 이런 명언을 남기고 그 다음 댓글이 없다니 ㅋㅋㅋㅋ

건강한 수하도 좋네요. 건치 건수하 이런 느낌? :)

공쟝쟝 2023-09-14 09:33   좋아요 1 | URL
아.. 수하님... 죄송해요. 워낙에... 무성애자 이미지가 강하시다보니......(;;;;;).... 그런데 또 이게 에이섹슈얼에게는 기분 나쁜 농담인가(에이스를 읽어보아야 하겠다...)? 긁적긁적ㅋㅋㅋㅋ 아 어쩌지? 아 어쩌나. 오자마자 edps........ 엉망이다 나는.

건수하 2023-09-14 09:52   좋아요 1 | URL
아 기분나쁜 건 아니구요 ㅋㅋㅋㅋ 그냥 생각도 못한 ㅎㅎㅎㅎ

제가 그 농담을 제대로 이해한 건가 잘 모르겠지만 꼭 완전히 이해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고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ㅋㅋㅋㅋㅋ

저야말로 에이스 얼른 읽어야 하는데 말입니다.

공쟝쟝 2023-09-14 09:56   좋아요 1 | URL
예!!!!!! !!!! 명심!! 그런 의미에서 건조한 것은 아니라는 것!!!! ㅋㅋㅋㅋㅋㅋ (아......)
더위가 좀 더 지나면 건조한 수하님께 가습기를 한대 놓아드려야겠어요. 저는 악성건성피부입니다.

잠자냥 2023-09-14 12:16   좋아요 3 | URL
사실 내가 그 별명을 지어주면서 (애초에 ‘건조수하‘였음) 하도 내가 변태자냥이라, 혹시 그런 쪽으로 생각하는 분이 계시는 거 아닌가 염려했으나 아무도 그런 것 같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몇 달 만에 돌아온 쟝이 바로 그렇게 해석했다는........ 너는 역시 인티제로구나.

건수하 2023-09-14 13:19   좋아요 2 | URL
심지어 쟝님은 이 별명 누가 지었는지도 모르고 있었는데...
그렇지만 처음엔 건강한 이냐고 물어봤다는!

그런데 저 서재 방문자수 왜 97인거죠...?

공쟝쟝 2023-09-15 09:07   좋아요 1 | URL
변쟈냥… ㅠㅠ mbti .. edps.. 동물성애자…
건수하… 그건 수하님의 건조함이 필요한 습한 날들이라 그러합니다

바람돌이 2023-09-13 21:2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우 어쨌든 쟝쟝님 오니 좋아요. 부비부비 ^^ 지금 저 막 깨춤추고 있어요. ㅎㅎ
저 아주 오래전에 푸코랑 라캉 읽었는데 저는 라캉이 훨씬 어려웠어요. 푸코는 그래도 대충 무슨 말을 하는지는 알겠는데 라캉은 말이야 빵구야 하면서 읽었던 기억이.....
어쨌든 저는 라캉에 상처가 많습니다. 라캉에서 철학공부를 접었으니 말이니다. ㅠ.ㅠ

공쟝쟝 2023-09-13 21:45   좋아요 2 | URL
바람..돌이님의 페이퍼는 책 사러와서 항상 챙겨 읽었어요. 요즘 이슈도 그렇고! 복직하시고 맘 복잡하실까봐 안부 여쭙고 싶고 그랬네요~!
저는 푸코의 문체가 어려웠지만 끌렸어요. 권력개념을 일상에 적용하는 순간 역했고..
라캉은 역하지 않았고 쉬웠어요! 제가 인간의 무의식에 무지 관심이 많은데다 (신비주의적으로는 아닙니다 ㅋㅋㅋ 과학적 임상적으로), 제가 좋아한 페미니즘 3대장 언니들이 다 라캉의 착한 딸, 나쁜 딸, (그리고 데리다의 여친.. 딸딸 거리는 건 맘에 안듬.. 내가 니 에미닼ㅋㅋ) 뭐 그렇지 않겠습니까?! ㅋㅋㅋ 그녀들 입문용 책 읽으면서 엉거주춤 어절씨구 대충 읽고 나니.. 라캉 입문서는 우왕~ㅋ 이렇게 되버렸지만. 또 모르겠네요. 푸코처럼 진짜 강의나 저작을 읽으면 멘탈이 찢어질지...... ㅋㅋ 하지만 굳이 그럴 욕심은 안생기고요. 라깡을 전유한 페미니스트 철학자들 책을 더 읽고 싶습니다!

거리의화가 2023-09-13 21:2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쟝님 댓글창 열린 걸 이제야 알다니! 블로그에 놀러가기는 했지만 역시 서재에서 보니 훨씬 더 좋네요^^ 웰컴!

공쟝쟝 2023-09-13 21:37   좋아요 3 | URL
네. 제가 멀티를 잘 못합니다! 여기는 책산거 + 100자평으로 남겨두고 글은 블로그에 쓰도록 하겠습니다.
거리의 화가님의 넓고 우아한 세계사 책탑. 그리웠습니다. (그리고.. 에.. 영어.....?) ㅋㅋ 화이팅입니다!

단발머리 2023-09-13 21:5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아... 아.... 아... 마이크 테스트 중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 여기 댓글창 열린 거에요? ㅋㅋㅋㅋㅋㅋ웰컴백!!!

한 번 오면 두 번 오고
두 번 오면 세 번 오고 싶은
알라딘 개미 지옥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 보라!!

공쟝쟝 2023-09-13 22:16   좋아요 3 | URL
오늘까지 읽은 책 662권. 백자평을 쓰지 않으니 다 읽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고합니다. 다. 읽었다.는 느낌은 알라딘 백자평만이 주는 느낌…이었던 것 입니다!!ㅋㅋㅋㅋ

건수하 2023-09-14 09:30   좋아요 2 | URL
662권이 올 한 해만요...? 으앜

공쟝쟝 2023-09-14 09:34   좋아요 2 | URL
일리가요 2017~입니다 ㅋㅋㅋㅋ

단발머리 2023-09-14 10:21   좋아요 3 | URL
자매품 : 이리가레

책읽는나무 2023-09-14 09:5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 댓글창 오픈!!!!
결국 돌아왔네~ 돌아왔어요.
가을이 되니까...전어도 굽기 전에..ㅋㅋ
요즘은 해산물 겁나서 먹지도 못하겠던데 알아서 돌아와 댓글창 열어주셨군요.ㅋㅋ
아침에 보고 이제 댓글 답니다.^^
커피 땡투 감사합니다.
커피 사진 저렇게 이쁘게 찍을 줄이야!!
6년동안 662권이면 진짜 많이 읽었군요.
곧 천 권 채우러 갑시다.ㅋㅋㅋ

공쟝쟝 2023-09-15 09:08   좋아요 1 | URL
그렇습니다! 천권 채우기와 서양철학 마니아를 위하여!!!

바람돌이 2023-10-05 22: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 책 지뢰밭에 한번 푹 빠져보고싶은 사람 여기!! ^^
나무님 말씀대로 역시 가을엔 전어가 있어 집나간 공쟝쟝님이 돌아오는거 맞죠? 전어회 먹고싶다요. 전어회 먹고 남은 뼈다귀는 잠자냥님네로 택배 보낼까? 저 긴 철학얘기를 읽고 저는 왜 전어회얘기밖에 못하는 것일까요? 그래도 전어회는 사랑인데 어쩜 올해 먹는 전어회가 내 생애 마지막 전어회가 될지도 모르니까 먹으러 가야지요. ㅠ.ㅠ

공쟝쟝 2023-10-06 10:08   좋아요 1 | URL
하 오염수 생각하면 열불 터져요… 제가 정말 좋아하능 데 가을전어… 가을도 짧아져서… 잊지 않고 꼭 먹도록 하겠습니다…!!
철학ㅋㅋ 아직까진 꿀잼인데 좀 지칠날이 오지 않을까요? 그런데 포스트 구조주의 좋아요 ㅠㅠㅠㅠ 왜일까요!!
저의 책 지뢰밭의 지뢰 해체작업은 계속될 예정입니다 🤩
 
노출 표지….

노출과 누드를 좋아하는 잠자냥 한테 지지 선언 받은 <에그 지지~> 책이 도착했습니다살까 말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덜컥 선물해주신 분께 (잠자냥은 아닙니다) 심심한 감사를그리고 나는 이 책의 서론을 읽고 심각하게 즐겁습니다. 정말 감사해요!!! ❤️ 생각보다 추하진 않습니다. 작아요. 모자이크 처리도 작아요.🙈 표지 땜에 안샀으면 어쩔 뻔!!!


서론 들어가기 전에 표지 안 본 눈을 산다고 댓글 다신 분들을 생각해서 보실 수 있게 해드리겠습니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제 안 본 눈 못산다.


 


 

내가 페미니즘으로 이야기되는 담론들 가운데 별로 안 내키는 개념이 두 개. 아니 여러 개 있는 데, 지금부턴 사실 모르고 떠들 건데 이게 직관이라면 직관이다. 하나는 *폴리아모리(같이 엮어서 BDSM)*이고두 번째가 로지 브라이도티의 *유목적 주체* 인데 둘 다 제대로 모르는 채(전자는 모르고 싶고 후자는 알고 싶다에서 다르다)로 찜찜해 하는 까닭은 이렇다.

 

. 라는 자원은 한정적이다. 나는 그것을 아주 잘 안다. 매우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폴리아모리(물론 그들은 소유하지 않는 사랑이라고 하지만 애초에 소유 감정에 기반한 사랑은 사랑이 아닌 거라면? 소유하지 않는다는 것 역시 개념 아닌가?... 하긴 사랑 역시 개념의 세계이지.)의 경우 기운 남아도는 능력자들만이 향유할 수 있는 세계라고 생각 하게 된다. 폴리가 되려면 먼저는 아모리가 되어야 하는데 보통 관습적 이성애(이성애가 안낀 폴리아모리는 잘 모르겠다.)란 자본이든 매력자본이든 갖춰야지 성립이 된다는 현실(이게 현실 아닌가..ㅋㅋㅋ)적 조건에서 아모리가 힘든데 폴리?... 내가 원하는 사랑은 그건 독점/비독점의 문제라기 보다는 대상에 대한 오롯한 집중일 것이다. (일시적이라고 할지라도) 어쩌면 그건 대체할 수 없는 관계라는 지점에서 다소 낭만적일 수 있겠으나사실 나 자신을 내가 대체할 수 없는 만큼 누군가를 그렇게 대하는 게 뭐 어려울까도 싶다. 암튼 나는 나를 나눠쓰고 싶지 않다. (이것도 유용성의 측면이긴 한 것 같아서 검토해볼 것) 그게 지금의 내가 나를 사랑하는 방식이다. 내가 아닌 타인들이 독점적 사랑을 비판하든 말든 모르겠고 솔직히 그게 힙이고 페미니즘인 것처럼 이야기되는 현상은 좀 못마땅했다. (아직도 그런가? 암튼 내가 막 페미니즘 읽기 시작할 때 그랬다.) 사람은 자신을 속이기가 매우 쉽다. 서로를 속이지 않는 투명한 대화는 보부아르와 사르트르에게나 가능한 것. 바쁘고 돈이 없는 일반적 현대인에게는 그것이 음음.


유목적 주체의 경우 안 맞는다고 하지만 정작 삶은 누구보다 유목적으로 살 수 있는 난 생계형 엔잡러다. 어디든 노트북을 들고 떠나기만 하면 되는 거 아니야? 좋겠다~ 친구들이 물어보면 나는 빙긋 웃는다. 그럴 생각이 없다ㅋㅋㅋ 난 내 방구석이 우주에서 제일 좋음-인데다, 일할 때는 일만 할 수 있다. (그렇게 생겨 먹었다) 이런 내가 원하는 삶이란 *제발 하나만 해도 되는 삶*이다. 이젠 하나**해도 유지 되는 삶을 악이라고 칭하고 싶을 만큼(내가 하나만 하고 있다면- 분명 누군가 다른 몫을 대신하고 있을 것) 이걸 자꾸 자본주의와 엮어서 생각하게 될 때가 있었다. 여튼 이건 언제가 더 써보기로 하고 도티의 이 개념은 자칫 *나 자신*이라는 몸과, 감정적 에너지를 무리하게 운영하기 쉬울 것 같은 이미지로 내게 다가왔달까.

 

그런데 이 책에서 앨러이모가 

“(16) 로지 브라이도티는 지속가능한 생성 sustainable becoming”이라는 새로운 윤리적 주체를 이렇게 묘사한다. “매일의 삶에서 작고 평범한 실천에서 뿌리내리고 소박한 희망을 실천한다. 지속할 만한 변화의 문턱을 붙잡고, 유지하고, 지도를 그리는 단순한 전략이다.” 난 브라이도티처럼 희망적이지 않다. 이 책의 결론에서 주장하듯이 지속 가능성이라는 개념에 대해 나는 비판적인 입장을 취한다.” 

이렇게 말해줘서 즐거웠다. 후후. 내 말이요. 지속 가능성. 제가 기운이 딸려서. 지속해야 하는 거 그만. 가능성 그만. 난 이제 그만 뿌리내리고 싶다. ㅋㅋㅋㅋ 유목하기 싫음. 무한한 가능성 너무 힘들다 ㅋㅋㅋㅋ 루틴 만들고 싶다. 그런데 밤새야 한다. 누군가의 근로 조건을 지키기 위해 나는 공백의 시간을 견뎌야 한다. 그러므로 언제나 이면이 있다는 소리다. 암튼 이 부분 읽으면서 아 왕이모랑 역시 나 비슷한 걸까? 이러고 있다가 이 문장 바로 뒤에 이어지는 글들은 나체 시위 어쩌고 퀴어...동물...어쩌고... 또 유교걸인 내가 헉! 할 수밖에 없는 주장들이 있어서 일단 그 부분은 투비컨티뉴. 혹은 판단 중지. 더 읽어보고 생각하겠음.

 

좀 읽다 보니 도나 해러웨이랑 캐런 버라드도 나와서 나 좀 또 신남. (케케케케)

 

(21)취약함의 반란으로써 노출을 이해하는 것은 추상적 동맹이기보다는 물질적 동맹을 수행한다는 뜻이고, 경계와 주권을 상실했기 때문에 정치적 행위능력이 난처함에 처해도 그 난처함 가운데 거주한다는 뜻이다. 인간이 영락없이 신체적 존재라는 물질적 페미니즘의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벡이 논의하는 주권의 상실은 인식론적일 뿐만 아니라 존재-인식론적이다(존재-인식론이란 캐런 버라드가 사용한 단어로 존재론과 인식론이 밀접하게 연관됨을 강조한 신조어다. 역주). 이것이 바로 내가 옹호하는 횡단-신체적 주체trans-corporeal subject. 이 책에 있는 여러 글은 횡단-신체적 주체성을 페미니즘 관점에서 개진하고 있다. 횡단-신체적 주체성이란 신체가 장소로 확장되고, 장소는 신체에 깊은 영향을 끼친다는 뜻이다. *이런 방식으로 자신이 장소 안에 존재함을 극화하는 것은 이성적이고 탈신체적인 서구 주체가 우월하다는 가정을 비판하고, 세상으로부터 거리를 둠으로써 객관성이 가능하다는 가정도 비판한다.* 노출된 주체는 알지 못하는 물질과 세력에 의해 항상 이미침투되어 있다. 윤리학과 정치학은 거기에서 시작되어야 한다.(중략)그러나 나는 이러한 공연들을 단순히 퀴어나 페미니스트 환경론으로 환원하려는 유혹에 저항한다. 나는 각각 장들이 다양성을 지니도록 내버려 두고, 종합적인 이론의 지형도를 그리고 싶은 욕망을 절제한다.”

“(24) 21세기의 환경, 경제, 지구 정치학적 공포 때문에 현재와 미래에 존재하는 전 지구적이고 추상적인 인간 주체를 위한답시고 탈신체화된 시스템이자원을 보존할 수 있으며 자원에 대한 객관적인 지도를 그릴 수 있다고 믿는 허황된 신념이 확산되는 지금, 해러웨이가 오래 전에 썼던 글로 다시 돌아가 보면 유익할 것이다. 해러웨이는 "페미니스트의 객관성이란 주체와 객체의 분열과 초월이 아니라 제한된 위치와 상황에 따른 지식을 의미한다. 이런 방식으로 우리가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해 답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앞으로 나올 장에서는 초월을 비판하고, 주체와 객체의 분열도 비판한다. 대신 신물질론적 노출이라는 대안을 제시한다. ‘횡단-신체성이란 개념은 명백히 해러웨이의 페미니즘적 인식론의 영향을 받아 형성되었다. 왜냐하면 횡단-신체성은 자아의 견고한 위치성을 인정하고, 주체와 객체의 분열은 부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앎의 주체는 자신이 알려고 하는 객체와 *절대로 분리되지 않는다*.”


흐흐. 그러나 내가 가장 웃었던 건 고탄소 남성성.

“(9)<노출>은 코비드19 팬데믹 이전에 출간되었다. 그런데 이 책의 제목 <노출>은 코로나 이후인 지금 색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 개발에도 불구하고 노출은 여전히 우리 신체가 언제든지 투과될 수 있 음을 자각하게 만든다. 투과적 존재성에 대한 자각이야말로 원치 않는 바이러스의 투과로부터 자신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 최선의 길이다. 미국과 다른 나라에서도 팬데믹 중 얼굴에 마스크 쓰는 문제가 정쟁화되었다. 팬데믹 을 부정하는 보수 진영은 내가 이 책에서 명명한 "고탄소 남성성"을 주장했다. 즉 그들은 마스크 쓴 얼굴이 취약해 보인다면서 마스크 쓰기를 거부하고, 마스크가 다른 사람에 대한 윤리적 책임인데도 이 책임을 공격적으로 부정했다. (이 책에서 미국 특정 그룹의 고탄소 남성성을 기술할 때엔 이런 만화 같은 버전의 공격적 언사를 일삼는 사람이 곧 미국의 대통렁이 될 거라고 상 상하지 못했다.) *기후 변화를 부정하듯 팬데믹을 부정하는 사람들은 비가시적 위협으로부터 스스로 안전하고, 자아의 견고한 경계 안에서 안전을 보장 받고 있으며, 자신이 외부 세계로부터 분리되어 있다고 상상할 수 있는 '권리'를 주장한다.* 그들은 취약함을 공유하기보다 남을 지배하는 데서 ''을 찾는 다. 그러나 팬데믹의 인식론적 불확실함은 특히 팬데믹 초기 과학적 정보가 뒤범벅일 때 인류세가 처한 광범위한 곤경을 확실시했다. 인간이 기후학적, 생태적 시스템을 망가뜨리면서 세상은 전보다 더욱 불확실해졌다. 인수 공통 질병이 증가하면서 인간과 비인간 모두가 이제 똑같이 위협 받고 있다.”


고탄소 남성성... 뭔가 저탄수..탄단지..생각이 나긴 하지만.... 고탄소 남성성... 이말 입에 착 달라붙네... 아후, 저 고탄소 남성성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좋다..... 역시 난 스테이시 앨러이모가 좋은 거 같당!! 근데 먼저 신유물론 책 사둔거 읽어야 하는 데. 으윽... 일단 흥분을 좀 내려놓고 이 글을 적고 있는 이유는.

 

다가오는 가정의 달 5월을 맞이하여 이 책을 살까 싶다.

 


내일은 노동절이고 나는 일을 할 예정이라 이 책도 살까 싶다. 소개 글 봤는 데 흥미로움.

 


........ 4월의 구매는 끝났고.... 5월의 구매를......... 미리미리.... 장바구니에 담아두는 뿌듯한 일요일.... 

나는 참 계획적이기도 하지!책의 맨 뒷 장에 표지 선택의 해설이 있기에 첨부합니다.

이 책의 그림 5로 삽입된 스펜서 튜닉과 그린피스의 작품 사진을 넣기로 결정했다. 이 사진에는 스위스의 빙하 위에 수백 명 의 나체들이 살아있는 조각처럼 서 있다. 이 사진은 차가운 빙하 위에 맨몸으로 노출된 인간 몸의 취약함과 강인함을 충격적으로 전달하고 있기에, 소멸하는 세계 가운데 무방비로 노출된 인간과 비인간의 곤경을 담고 있는 이 책의 환경정치학에 적절한 이미지로 여겨졌다. 또한 이 사진 속 인간들의 벌거벗은 몸은 전혀 외설스럽지 않다. 벌거벗은 몸들은 ‘살로서 인간이 자연 그 자체‘임을 적나라하게 각인시킨다는 점에서 자연과 인간의 정계를 허물어뜨리는 동시에 도나 해러웨이의 자연문화의 개념을 이미지로 극화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 번역자들은 이 사진이야말로 이 책의 취지를 적절하게 보여주는 이미지라 여겨 표지로 선택했다. - P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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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30 11: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4-30 11: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4-30 12: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4-30 12: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4-30 12: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4-30 12: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독서괭 2023-04-30 12:0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한번씩 튀어나오는 유교걸 어쩔 ㅋㅋㅋㅋ 저도 그래요 ㅋㅋㅋ 폴리아모리도 머리로는 좀 이해할 것 같은데 나는 절대 못할~~

공쟝쟝 2023-04-30 13:28   좋아요 4 | URL
유교걸 ㅋㅋㅋ 내 안에 열녀있다 ㅋㅋㅋㅋㅋㅋ 드디어 제가 이 책 <노출>을 읽기 위해서 두꺼운 퀴어이론 산책을 읽을까요 말까요 ㅠㅠㅠ 괭님 저 지식욕에 지쳐요 ㅋㅋㅋ 열녀인데 독서만큼은 문란한 나ㅋㅋㅋ

독서괭 2023-04-30 16:42   좋아요 2 | URL
쟝쟝님 퀴어이론 산책하기 재밌어요 시작하시죠 ㅋㅋ

책먼지 2023-04-30 12:2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쟝님 이렇게 확인사살을…

공쟝쟝 2023-04-30 12:30   좋아요 4 | URL
빵야빵야 ㅋㅋㅋ 안본눈없게하여 노출을노출하자…ㅋㅋㅋㅋ

건수하 2023-04-30 13:4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생각보다 괜찮은데요?

그보다 exposed 와 노출이 같이 나란히 있는게 더 거슬림…. 표지와 노출이란 단어를 보고 오해하는 사람들 있을 것 같아요. (노린 건가?)

공쟝쟝 2023-04-30 13:53   좋아요 3 | URL
노린 거다 ㅋㅋㅋㅋ 여기서의 노출은 방사능 노출, 바이러스의 노출인뎁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물론 인류세 논의를 합니다… 저 넘 맘에 들어요! 내 맘에 꼭 드는 페미철학자입니다 ㅋㅋㅋ

공쟝쟝 2023-04-30 15:09   좋아요 2 | URL
읽다보니 맨 뒷장에 그림 해설 나와서 왜 이 그림 썼는지 페이퍼 수정했어요 ㅋㅋ

우끼 2023-04-30 16: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쟝님 리뷰 너무 기대되구요…!!!

공쟝쟝 2023-04-30 18:15   좋아요 3 | URL
안그래도 기후 우울증을 앓고 계신 우끼님한테 댓글달려고 접속했습니다. 우끼님께 스테이시 앨러이모 처방 시급합니다.
“얼라이모는 자신의 책을 ‘환경 정치학‘으로 규정하면서 왜 노출과 쾌락을 핵심어로 삶은 것일까. 얼라이모는 종종 우울하다고 여겨지는 환경론을 유쾌하고 적극적이고 긍정적으로 만들고자 한다. 얼라이모는 환경 운동이 즐거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비슷한 맥락에서 얼라이모는 현재 환경 운동의 지배 패러다임인 ‘지속 가능성‘을 비판한다. 얼라이모가 보기에 지속 가능성은 너 무나 수동적이고 부정적이라고 비판한다. 즉 지속 가능성이라는 말 자체가 이미 파괴된 현 상태를 지속할 뿐 손 놓겠다는 뜻이니 수동적이고, 새로운 시도조차 그 실현이 회의적이라는 점에서 부정적이라고 비판한다. 얼라이모는 노출을 통해 유쾌한 상호 연결, 즐겁게 개방된 ˝횡단-신체성‘을 말하고자 한다. 혹시 아는가. 유쾌함이 더 큰 유쾌함을 생성해낼지!˝
아 근데요... 진짜 짱인게요... 이모님 불교를 좀 공부하셔서 미래라는 시간성을 부정하시면서 운동에 따른 예상되는 결과에 초연하자는 입장 이십니다 ㅋㅋㅋㅋㅋㅋ 아 진짜 너무 재밌네 너무 재밌다 ㅋㅋ (또 나만 재밌지ㅋㅋㅋ 저 역시.. 함께 멸망하자는 쪽이긴 합니다만.... (-0-) 동시에다 죽어버리자아아아~~ bgm이랑 ~ )

우끼 2023-05-01 14:34   좋아요 1 | URL
유쾌하고 적극적이고 긍정적인거 넘 중요하구요 ㅎㅎㅎ 동의합니다 ㅋㅋㅋ 넘 흥미롭네요 꼭 읽어볼께요!!

2023-04-30 18: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4-30 18: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자목련 2023-05-02 14: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올려주신 사진 덕분에, 살짝 보고 말았어요. 안 본 눈으로 있어야 하는데. ㅋ

공쟝쟝 2023-05-02 20:25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 목련님 보게하려고 사진 찍었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