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볼수록 더 보이지 않는 세계
멈추지 않고 ‘다른 방식으로’ 이해하기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
벵하민 라바투트 지음, 노승영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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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과거의 나도 주장과 근거가 맞물려 있는 글을 쓸 줄 알았다. (어쩌면 그런 게 더 쓰기 쉬웠다) 그러나 서재의 달인 뺏지도 벌써 4개 째... 이제와 나의 독후감이란 갱장히 사적(?)임을 추구하고 있어서 (일기와 다를 바가 없다, 그런데 나 일기 너무 잘쓰지 않나요? ㅋㅋㅋㅋㅋ) 잠자냥님과 같은 알찬 리뷰 기대하고 오신 분들이 제 리뷰 읽고서 얘는 왜 여따대고 이런 소리를 한대(?)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책을 소재삼아 나의 심각한 사상(?ㅋㅋㅋㅋ 저는 언제나 심각합니다)을 펼치는 이야기를 써대는 것이 넘나뤼 재밌고... 


그러다보니 이번에 리뷰 대회 참여하면서 글을 예전처럼 단정하게(설계하고?)... 쓸 수 없어졌다는 걸 알고야 말았다. 나는 그야 말로 *의식의 흐름...* 대로 쓰는데... 쓰면서 아 내가 이렇게 생각했네? 이거 발견하는 거 너무 재밌거든. 이번에도 "왤케 독후감 안써진대?" 끙끙 대다가 (괄호를 쳐대 면서 일케 사족을 붙이자) 한방에 쓰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해 버렸음.  


그리고 더 확실해졌는 데, 좋아하면 괴롭히는 거 나 특징인가바. 좋아하는 여자애들 고무줄 끊고 도망가는 거 극혐!!이라고 하면서, 왜, 나는 왜, 좋아하는 아니, 신경쓰이는 등장 인물이나 저자(예를 들면 푸코)들을 괴롭히고 싶은가. 이건 뭐지? 이거 뭔가요? 나 왜 이래? 나 왜 이렇게 멘탈이 한남스러워?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러분 나 좀 말려줘, 아니 당분간은 말리지 말아봐ㅋㅋㅋㅋ 내가 어디까지 가나 보자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저는 지난 리뷰(https://blog.aladin.co.kr/jyang0202/13858760)에서 사실 소설 속 하이젠베르크를 너무도 조롱하고 싶었는 데ㅋㅋㅋ 그래도 명색이 알라딘이 적립금 좀 많이 걸고 드디어 *모처럼(사실 처음으로) 내가 읽은 소설 책*을 독후감 대회로 내주셨는 데, 그걸 도전하면서 평소처럼 “하이젠베르크 이 자식 똥쌌어~”이럴 순 없잖아요? ㅋㅋ🤣🤣🤣🤣 그래서 못썼는데 정말인지 너무 쓰고 싶어서 이거 쓰는 거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하여 저는 질문을 던져보고 싶습니다ㅋㅋㅋㅋㅋㅋㅋ 여러분들아, 불확정성 원리를 발견할 것인가, 남들이 다 보는 앞에서 똥을 쌀 것인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이게 무슨 소리야ㅋㅋㅋㅋ?!! 이거 좀 심오하다니깐요? 왜냐면 우리는 손 까딱하면 하룻밤 사이에 셀럽이 될 수 도 있는 초연결 시대를 살아가고 있지 않겠습니까?




예시 - 하룻밤 사이에 서초동 현자가 된 사나이 (나도 여서동 현자가 꿈임)


대천재로 인류사에 남을 업적을 쌓는 사람. 혹은 얼굴 천재로서 일거수일투족을 보여주는 것이 인류의 정신 건강에 이득이 된다는 암묵적인 합의하에 지저분한 사생활이 폭로되는 연예인(나는 조니뎁의 발기부전 따위 알고 싶지 않았다)들. 사실 꼭 대단한 사람 아니더라도 누구 하나 맘먹고 악의적으로 결심(?)만 하면 똥싸는 모습도 생중계 될 수 있는 그런 세상이라고요. 지금 세상이. 그러니까 여러분 부디 재능을 조심해. 자신의 천재성을 숨겨. 너무 드러내지 말라구!!!!! 그것도 아니면 대놓고 드러내서 명예 따위는 상관없을 정도로 수치심을 방어할 만큼의 많은 돈을 벌자. 하하하하하. 


아무튼, 이 소설은 제 아무리 '심장의 심장'을 발견하는 수학의 대천재라도 사회화 기능(?)이 현저히 떨어질 수 있으며(그로텐디크), 남 부러울 것 없는 부잣집 프랑스 공작이라도 인정욕구를 버리지 못한다면ㅋㅋㅋ 아인슈타인과 같은 더 노련한 천재들에게 가스라이팅을 당하게 된다는 것을 보여주며(드 브로이), 재능 많은 소녀에게 욕정을 참을 수 없는 슈뢰딩거가 나온다?!!! (앞으로 저에게 슈뢰딩거는 어불성설 고양이가 아니라 추잡스러운 사생활을 지닌 과학자로 기억될 예정입니다.) 그리고.... 불확정성의 원리를 정식화 하기 위해 사춘기도 아닌데.....몽정....을 하고.... 자위를 참는... 하이젠베르크가 나오는데요....


저는 감히 그가 *자위를 참았기 때문에* 불확정성 원리를 정식화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135)하지만 자위만은 참았다. 몸의 모든 정력을 연구에 쏟을 수 있도록 간수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렇습니다. 언제나 우리는 여분의 힘(!)을 남겨 놓을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벵하민 라바투트는 슈뢰딩거와 하이젠베르크의 성욕을 대하는 자세를 통해 (응?) 진정한 천재(ㅋㅋㅋㅋ)로 가는 길의 고단함(_-_)을 보여주고 싶었던 건가? 그런게냐? 왜 그런거냐. 굳이 왜 그렇게 써야만 했냐? 그런데 그래서 다행이다. 만약에 반대였으면 좀 하이젠베르크 너무 다 가진 자 같을 거 같아. 대천재의 삶에도 부족한 지점이 있어야쥬, 그렇지 않겠어요? 


그래서 또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성욕을 (섹스만 참는게 아니라 자위까지) 참고서 아인슈타인을 이겨볼래(하이젠베르크)? 아니면 즐길거 다 즐긴 반(半)천재(슈뢰딩거ㅋㅋ)가 될래? 하이젠베르크도 슈뢰딩거도 될 수 없는데 성욕도 그냥 한 번 참아볼래?(는 나다. 난가?)....... 그냥 참아지는 걸로 봐서 나는 무성욕자다. 이걸 왜 이렇게 쓰고 있냐. 그리고 나는 내가 이걸 써야 잠자냥이 좋아할 걸 안다. 내 성생활을 나보다 더 응원하는 잠자냥, 읽고 있죠? 아무튼 내가 돼서 좋은 점은.... 하이젠베르크도 슈뢰딩거도 아인슈타인도 깔 수 있다는 거? ㅋㅋㅋㅋㅋㅋㅋㅋ?🤷🏻‍♀️🤷🏻‍♀️ 그거 말곤 없음, 돈도 명예도 사랑도 없음ㅋㅋㅋㅋㅋ


무튼 벵하민 라바투트는 대학자들의 위대한 발견에 '환각, 꿈과 같은 요소'들을 적절히 배치한다. (그래서 이들은 몽정을 자꾸 한다. 별로 알고 싶지도 않지만 난 몽정 안 해봐서 증맬로 모르겠다.) 그런데 전혀 틀린 건 좀 또 아닌 게, 내 생각에 나는 꿈꿀 때 제일 똑똑한 것 같다. 분명히 잠자는 동안에 꿈 꾸는 동안에 우리의 무의식은 무슨 일을 하는 것 같다. 때문에 시각적, 혹은 기존의 과학적 방법론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아원자들의 운동원리를 마치 꿈꾸듯 환각적인 상황 묘사를 통해서 그림 그리듯 스케치한 부분도 난 갠적으로 좋았다.  


이거 처음으로 한글에 a4키고 두다다닥 쓰고 있는데, 세상에 이렇게 쓰니까 이렇게 쉽게 a4 용지 한장 넘기는 거였어? 그그렇다, 인간 정신의 한계와 아원자의 세계 따위, 인간의 이해능력과 인류를 망칠 수 있는 능력 따위, 사실 내 글쓰기에 중요하지 않았던 거다. 


나에게 중요한 건........................... 이런 찌끄래기 글로라도 위대한 이과형 수학, 물리 천재들을 괜히 한,번, 조롱해보는 것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들을 조롱하기 위해 이번 생에서 나는 천재를 포기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여러분, (혹시 오해하실까봐) 이 것은 소설, 픽션입니다. ㅋㅋㅋㅋㅋ 슈뢰딩거의 사생활 따위 내가 알게 뭐람? ㅋㅋㅋㅋㅋㅋ 근데 그냥 지적질 한번 해주는 거지 뭐. 가뿐하게 A4 두장 꽉꽉 채워 쓰고 비하인드 독후감 마무리하는 이시점에서 갑자기 정희진 샘 문장 하나 인용해오는 걸로 나의 고약함을 정당화하겠슴돠. 


“(84) 대중의 사랑과 존경을 받는 정치인, 학자, 예술가들의 인간성이 그가 이룬 성취와 비례한지 아닌지 정확히 알기는 어렵다. 인간성은 수많은 요소로 이루어진 개념이기 때문이다. 아내를 학대했는지(톨스토이), 남의 업적을 가로챘는지(아인슈타인), 성차별을 일삼았는지(레닌), 자기 만을 지식인이라고 생각했는지(푸코), 비열한 연애로 상대에게 고통을 주었는지, 권모술수를 부렸는지, 표리부동했는지, 부동산 투기를 일삼았는지……. 거의 대부분 '위대한 서양인'들은 제국주의자들이다. 성폭력범은 너무 흔해서 이 논의에서 제외한다.” - 정희진, <영화가 내 몸을 지나간 후> 


마지막 공책에서 슈바르츠실트는 어느 물체이든 그 물질을 충분히 제한된 공간 속에 압축하면 특이점이 생길 수 있음을 추론해냈다. 태양은 3킬로미터, 지구는 8밀리미터, 평균적 인체의 질량은0.000000000000000000000001센티미터로 압축하면 된다.
그의 공식에서 예측되는 공허 속에서 우주의 기본 매개변수들은 성질이 뒤바뀌었다. 공간은 시간처럼 흘렀고 시간은 공간처럼 늘어났다. 이 왜곡은 인과 법칙을 바꿨다. 슈바르츠실트는 가상의 여행자가 이 텅 빈 구간을 지나고도 살아남을 수 있다면 미래로 부터 빛과 정보를 받아 아직 일어나지않은 사건들을 볼 수 있으리라고 추론했다.
🤔 나는 커서 뭐가 되나 했는 데, 그냥 작아져서 블랙홀이 되는 방법도 있겠다 싶어졌다. - P68

머리카락이 빠지기 시작하자 아예 삭발을 했는데, 머리통은 완벽한 달걀꼴이었다. 사진 속의 그는미셸 푸코와 일란성 쌍둥이처럼 보인다.
유능한 권투 선수였고 베토벤의 후기 4중주곡과 바흐에 열광했으며 자연을 사랑했고 "태양과 생명으로 가득한, 자그맣고 나이 많은 올리브나무를 존경했지만, 수학을 비롯한이 세상 무엇보다 더 몰두한 것은 글쓰기였다. 그의 글은 광기의 경계에 놓여 있었다. 그가 어찌나 열정적으로 썼던지원고 여기저기에 연필심이 종이를 뚫은 자국이 남았다. 계산을 할 때면 공책에 방정식을 쓴 다음 거듭거듭 겹쳐 썼는데, 급기야 각각의 기호가 하도 굵어져서 알아보지 못할 지경이되었다. 그는 흑연을 종이에 긁는 신체적 쾌감에 사로잡혔다.
🤔 푸코 니가 왜 여기서 나와? ㅋㅋㅋㅋ?ㅋㅋㅋ 하지만 반갑다 - P90

섬의 붉은 흙에 발을 디뎠을 땐 어찌나 괴로웠던지, 양자 세계의 신비를 풀겠노라 결심한 뒤로 자신을 괴롭힌 온갖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가장 신속하게 해결하는 방법을 떠올리며 머리 위로 70미터 이상 솟은 가파른 절벽에 눈길을 주지 않으려고 무척 애를 써야 했다.
🤔 ㅋㅋㅋㅋㅋㅋㅋㅋ 난 이 부분 웃긴 데 또 나만 웃기겠지 ㅋㅋㅋ - P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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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2-08-22 21: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 외전 리뷰 대회 1등이다. 쟝쟝니아 울프, 의식의 흐름 일기는 끝장이여

공쟝쟝 2022-08-22 22:02   좋아요 3 | URL
리뷰의 리뷰 대회 같은 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없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실 이런 수다 떨고 싶었는 데... 다들 너무 양자역학에 진심인 독후감들이 올라와서....ㅋㅋㅋㅋㅋㅋㅋ 난 계속 묻고 싶었다. 여러분, 저만 이 소설의 이런 포인트가 웃겼나요? 나만 웃겼어? 나만?ㅋㅋㅋㅋ

잠자냥 2022-08-22 22: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근데 나도 슈뢰딩거 이제 고양이보다 그놈의 성욕만땅으로 생각날 거 같음 ㅋㅋㅋㅋㅋ

공쟝쟝 2022-08-22 22:04   좋아요 3 | URL
하민씨........ 개인적으로 슈뢰딩거 안좋아하는 게 틀림없다ㅋㅋㅋㅋㅋㅋ 진짜 비호감으로 써놓음 ㅋㅋㅋㅋ

그레이스 2022-08-22 22:0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왜 또 쓰셨나 했더니 몹시 답답하셨군요 ㅎㅎ

공쟝쟝 2022-08-22 22:10   좋아요 3 | URL
네, 하이젠베르크 놀리고 싶어 죽는 줄 알았어요......................

mini74 2022-08-22 22:4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왜 전 이 글이 더 좋죠 ㅎㅎㅎ

공쟝쟝 2022-08-22 22:41   좋아요 2 | URL
미니님을 심사위원으로….

잠자냥 2022-08-22 22:4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또 읽으러 옴. ㅋㅋㅋㅋㅋㅋㅋ 몽정자 하이젠베르킄ㅋㅋㅋㅋㅋ

공쟝쟝 2022-08-22 23:25   좋아요 1 | URL
100년 넘게 반증불가한 물리법칙 만들려면 몽정도 하고 똥도 지리고 자위도 참고 그래야하는 거다. 남자의 몸이란 참, 갑갑도 하지. 하이젠베르크 이 훌륭한 자식…

잠자냥 2022-08-22 22:4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쟝쟝니아 울프의 S-life를 응원합니다. S-life도 mbti대로 하지 말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2-08-22 23:27   좋아요 2 | URL
mbti 에서 극 n(직관)인 제가 s(감각)을 더 연마하라는 뜻으로 알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 아놔 난 왤케 똑똑한거지?)

잠자냥 2022-08-22 23:37   좋아요 1 | URL
아니 난 I랑 J에 중점을 두고 말한 거라고! 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2-08-22 23:42   좋아요 2 | URL
거미가 부릅니다. 혼자만 하는 사랑....
이번 생에서 전 혼자만 하는 사랑을 하기로 하였습니다. I와 J에겐 혼자서 하는 사랑이 짱임.

새파랑 2022-08-26 16: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요책 리뷰대회 하는가보네요. 공쟝쟝님이 1등 하시면 좋겠습니다. 무성욕자(?)의 일기를 가장한 명품 리뷰네요 ^^

공쟝쟝 2022-08-26 16:36   좋아요 2 | URL
푸하하하 리뷰대회 끝나고 후기올린거예영 ㅋㅋㅋ 이 소설 좋아요 파랑님 ㅋㅋㅋ 그리고 무성욕자…를 가장한 ㅋㅋㅋ 것은 맞습니다 ㅋㅋㅋ 꿰뚫어보시기는 ㅋㅋㅋ

단발머리 2022-08-29 21: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너무 잘 썼어요, 진짜. 갱장히, 갱장히 치밀하고 냉소적이고 유쾌하고 지적이다. 이런 글이 1등 받아야 하는데요.
1등 안 되면 2등이라도.....

공쟝쟝 2022-08-29 23:17   좋아요 1 | URL
20세기 이후의 담론들 말예요... (물고기도 그렇고요) 어떤 앎들은 폐기가 마땅하다는 것을 외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이 소설 생각하면 생각할 수록.. 이제는 이해하길 멈출 때다..... 라고 말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ㅋㅋㅋㅋㅋㅋㅋ 물론 잠자냥님의 백자평이 더 맞는 이야기라고 생각은 합니다만........... 그런 부분이 분명히 있는 것 같았다능.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
벵하민 라바투트 지음, 노승영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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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당신은 언제 가장 외로움을 느끼는가?


나의 경우로만 한정해서 말하자면 설명할 수 없는 것을 설명해야 할 때. 비슷하게 다시 풀면, 이해시킬 수 없는 것을 이해시키고 싶을 때. 곁에 사람이 있고 없고와 상관 없이, 어쩌면 이해가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일말의 기대가 있을 때 더욱더. 그러므로 기대를 지워버리면, 기대를 불러일으키는 대상을 저리 치워버리면 나는 외롭지 않을 수 있다. 정말로 내가 외로웠던 순간은 숱한 소통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거의 완벽하게 몰이해 당했던 경험들이다. 의도적인 배척과 은근한 차별의 경험보다 더 입맛을 쓰게 했던 것은 나를 이해할 생각이 전혀 없는 채로 던져지는 질문들에 전전긍긍하며 대답을 내놓으려던 스스로의 모습이다.


“(120) 하지만 청중에게 원자에 대한 자신들의 관념을 버리라고 요구하는 젊은이에게 귀를 기울이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누구도 그가 보는 것처럼 보고 싶어하지 않았다.* 하이젠베르크가 슈뢰딩거의 이론을 반박하는 내용으로 칠판을 채우기 시작하자 사람들이 그를 계단위로 떠밀어 강의실 밖으로 내쫓았다. 그의 요구는 지나친 것이었다. 물질의 가장 작은 차원을 바라보는 데 왜 과학자들이 상식을 버려야 한단 말인가? (…) *하지만 하이젠베르크는 그들이 전부 틀렸음을 알고 있었다.* 전자는 파동도 입자도 아니었다. 아원자 세계는 그들이 이제껏 알고 있던 그 무엇과도 달랐다. 이것은 그에게 절대적으로 확실한 사실이었다. 확신이 어찌나 깊던지 말로 표현할 수조차 없었다. 무언가가 그에게 드러났기 때문이었다. 어떤 설명도 허락하지 않는 무언가가. 하이젠베르크는 사물의 심장에 있는 시커먼 핵을 엿보았다. 이 모습이 진짜가 아니라면 그의 모든 고통은 헛된 것이었을까?”


그런가하면 동시에 당신은 또 언제 가장 충만함을 느끼는가?


여기에 대해서도 나는 대답할 수 있을 것 같다. 도통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은 문제들을 이해할 수 있어 졌을 때. 혹은 이해 받을 수 없는 상황을 마치 이해 받은 것 처럼 느꼈을 때. 내 삶과 경험이 가진 고유한 불가해함을 ‘알 수 없음’의 통째(그것은 양자의 운동방식?!?ㅋ)로 존중받는 어떤 순간적인 경험, 그런 인격과 태도를 갖춘 인간을 만났을 때. (난 그것이 우리가 애써서 공유 해야하는 태도로서의 이해understand라고 생각한다.) 그럴 때 나는 충만해지고 인생은 살아볼만 하다고까지 생각한다.


“(216) 스승의 머릿속에서 기어가 딸깍거리며 생각을 갈아 정수를 추출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그가 다가가자 보어는 이 짝지은 성질들이 방금 말한 두 가지 변수에만 해당하느냐고 물었다. 하이젠베르크는 숨을 헐떡거리며 아니라고 했다. 전자가 어떤 상태에 머무르는 시간과 그 상태에서 가지는 에너지를 비롯하여 양자적 실재의 여러 측면을 좌우한다고 설명했다. 보어는 이 관계들이 물질의 모든 수준에 존재하는지, 아원자 영역에만 존재하는지 물었다. 하이젠베르크는 이 관계들이 전자에 대해서는 자기 두사람만큼 참이지만 거시적 대상에 미치는 효과는 미미한 반면에 하나의 입자에 미치는 영향은 어마어마하다고 단언했다. 하이젠베르크가 자신의 새 개념을 뒷받침하는 수학적 근거를 적어둔 종이를 꺼내 건네자 보어는 눈밭에 앉아 읽었다. 하이젠베르크에게 영원처럼 느껴진 시간 동안 보이는 말없이 계산을 검토했으며, 다 끝나자 일어나는 것을 도와달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추위를 떨치려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


직관과 열정이 탁월해 “(95)심장의 심장”을 알아버린 소설 속 과학자들은 심연과도 같은 고독과 “(123)종교적 환희”와도 같은 찰나적 이해의 경험들 사이를 부지런히 오고가며 조증과 울증을 반복한다. 그러한 수학-물리학적 지적 희열의 세계는 “(251)밤의 정원사”가 말하는 것 처럼 평범한 “(252)일반인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종류의 것임이 분명하고, 에지간한 정신력과 자아존중감을 갖추지 못하면 “특이점”에 잡아먹혀 내면과 정신세계마저 “찢어발겨”질지 모르는 위험함이 두려워 난 감히 건네다 보고 싶지도 않지만. 


그러나 이 책은 물리학 책이 아닌 소설 책!!!!! 때문에 나는 하이젠베르크(와 슈바르츠실트와 그로텐디크와 같은 초천재들이)가 느꼈을 외로움(빡침?ㅋ)과 충만함을 내가 겪은 삶의 경험에 빗대어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하여 일면식도 없는(정말입니다. 저같은 문과생도 읽을 수 있어요…) 이 물리학자들의 이론에 아무 의미없는 (내가 슈뢰딩거의 방정식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게 뭐란말입니다) 내적 친밀감이… (응?) 생기고 말았는 데…. 그들과 친밀해진다한들 이 몸이 그 과학 지식을 이론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분량이란 작고 작은 미시세계의 아원자만큼의 미미함일 듯 하므로, 쓸 수 있는 이야기만을 골라서 좀 더 적자면…



2.


언제나 ‘이론 자체’보다는(이건 전문적으로 공부하지 않으면 모르는 거) 이론이 가지고 있는 태도와 배경, 인식론에 더 먼저 관심을 가지는 편이다. 때문에 이 책을 다 덮고 나서 이런 저런 심란함에 속이 좀 상했다. 기존 앎의 폐기, 세계를 설명하고 분류하는 과학적 방법론 자체의 폐기를 촉구하는 하이젠베르크가 하는 말이 대충 어떤 의미인지 확 끼치니까(심지어 그의 불확정성 이론은 아직까지 반증도 되지 않았다), 여태껏 내가 학교에서 배운 게 뭔지 싶고, 내가 아는 것이 있긴 한가, 우동사리 같은 뇌를 좀 정화수 같은 데다가 헹궈야하는 거 아닌가, 나 같은 인간 만 세상에 드글드글 하면, 인류의 미래는 진짜로 없고(이미 없긴하지만서도 한번 더 앵콜), 소설 속 레몬 나무처럼 화려하고 잔혹하게 와랄랄라~다 죽겠구나 싶어서.


“(253) 이것을 실제로 이해하는 사람은 산 자와 죽은 자를 막론하고 단 한 명도 없다. 우리의 정신은 양자역학의 역설과 모순을 감당할 수 없다. 양자역학은 마치 다른 행성에서 지구로 떨어진 이론 같아서 우리는 유인원처럼 그 주위를 뛰어다니고 만지작거리고 노리개로 쓸 뿐 결코 진정으로 이해하지못한다.”


그러니까, 아무도 이해못한(ㅋ) 양자역학은 아인슈타인으로 상징되는 20세기 인류의 중요한 두 가지 사고방식에 치명적인 균열을 낸 듯 한데, 하나는 인과론이고 다른 하나는 주체-대상의 이분법인 것 같다. 실제로 소설 속에서 하이젠베르크와 그의 스승 보어는 “(217)철학적으로 말하면 이것은 결정론의 종말”이라는 종류의 대화를 나눈다. 과학 문외한인 나는 이 소설을 읽지 않았다면, 양자역학이 이런 종류의 철학적 함의를 갖고 있는지 오랫동안 알지 못했을 것이다. 


인과론과 이분법. 이미 백년 전에 코펜하겐에서 아인슈타인과 함께 박살난 이 두 가지 사고 방식은 우리 삶 속에서 끈덕지게 작용하고 있으며, 모든 제도권 교육의 토대가 되어 가장 먼저 습득하는 *세상을 이해하는 주요 방식*일 터다. 나 역시 사실 숨쉬는 것 처럼 자연스럽게 그 방법으로 사고하고 있는 사람이고.


그런데 뭐라고요? “(217) 양자는 단일한 정체성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요? (224) 입자를 대상으로 만드는 것은 측정 행위” 라고요? 


“(225) *과학은 이제 실재를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 대면할 수 없습니다. 세계를 분석하고 설명하고 분류하는 방법은 스스로의 한계*를 맞닥뜨렸습니다. 이것은 개입이 탐구 대상을 변화시킨다는 사실에서 비롯합니다. 과학이 세상에 비추는 빛은 우리가 바라보는 실재의 모습을 바꿀 뿐 아니라 그 기본적 구성 요소의 행동까지도 바꿉니다. ”


잠깐… 그러면 이거 좀 너무 많이 생각을 바꿔야 하는 거잖여, 근데 왜 우리가 지금까지 배운 것들의 치명적 맹점에 대해서 그 어떤 선생님도 정색하면서 이야기해주지 않았나. (내가 20세기 사람이라서? 그런데 양자역학 정식화 최초논문 1925인데여?) 신의 자리에 과학이 차지했다고 떠들면서, 아, 나는 신도 모르고 과학도 몰랐네. 내가 모르는 것은 알고자 하지 않았기 때문이지만… 양자역학은 안 알려주더라도, 지금까지의 방식으로 세상은 ‘이해되지도 않겠지만, 이해할 수도 없다’고 미리 미리 좀 배워줬더라면, 내 인생 좀 덜 힘들었을거 아니겠냐며…. 


나는 ‘왜’와 ‘이유’와 ‘원인’이 너무도 중요한 그런 사람이었고, 할 수 만 있다면 예상 가능한 범위 안에서 대책 세워가며 살고자 하는 소박한(?) 인간이었단 말이다. 게다가 주체와 대상에 대해 타자와의 소통이라는 것에 대해 얼마나 숱한 밤 (술이나 마시며) 고민했었는 데… 이마저(?)도 양자역학 이론에 발맞추어(ㅋㅋㅋ) 조금 덜 경직되게(ㅋㅋㅋ) 생각했더라면, 이해가 아니라 ‘불가해’ 함에 대해서도 같은 밀도로 중요하다고 여겼더라면… 그걸 F=ma배울 때 같이 좀 알려줬더라면, 나 인생 덜 심각하게, 힘빼고, 좀 더 재미지게 살았을 것 같은 데… 이제와서 굳어버린 사고 습관 바꾸려니 아주 맨날 맨날 책읽고 글써야 하고, 누가 돈 주는 것도 아닌데, 증멜루 힘이 든다고요. 투덜투덜😩


어쨌든 이젠 뇌과학이 아니라 양자역학까지 나서서 나한테 인과론 좀 집어 치우라고 하는 바, 대체 인과론도 없이 어떻게 이 험한 세상을 살아가나요?라고 누군가 묻는다면?! 


저는 나이 반칠십에 알라딘 서재에서 배운 띵언으로 대체합니다. 인생은 예측불허! 인간이란 원래 모순덩어리! 헙!!🫡



3.


“(124)영원의 한 조각”에 가 닿을 수 있었던 과학자들은 ‘이해하는 일’이 가져다 주는 필연적 외로움에 투항하지 않았고, 자신이 이해한 세계를 세상에 이해시키는 일도 멈추지 않았다. 자신들이 공들여 발견한 개념들의 ‘조각’이 “(71)괴물”이 될까봐 걱정했고, 세상에 피해를 입힐까봐 “(97)노심초사” 했다. “참된 이해”에 닿기 위해서 터무니없게도 “(200)양자의 방식으로 생각”하는 일까지 감행했다. 그 결론이 “이해할 수 없음”이라 하더라도, 이해하기 위한 노력들을 멈추지 않았다. 


그런데, 그들은 대체 왜?🤔 왜를 묻는 것은 아인슈타인의 방식처럼도 느껴진다. 묻긴 묻되 그 전처럼 물어서는 안될 거 같다. 


마지막 단편, <밤의 정원사>가 레몬 나무를 베어서 속을 들여다 보지 않고서는 나무가 언제 죽을지 알 방법이 없다며, 그런데 누가 그렇게 하냐면서 되묻는 지점이 의미심장하다. 이제 더 이상 ‘지식’을 그런 방식으로 이해하려 들어서는 안된다고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하여튼 늙은 나무는 병들거나, 베이거나, 과숙으로 죽거나 죽긴 죽을 거다. 나무보다 적게 사는 인간의 유한함이야 말하면 입 아프다. 그러므로 우리는 죽을 것이고, 죽을 때 까지 알려고 노력한 들 아마도 다 알 수는 없을 것이다. 이전 처럼 다 죽여서 알려 할 수도 없을 것이고. 


그러므로 이해를 멈추지 않되 다만

다른 방식, 다른 방식의 이해. 

다른 방식으로 이해하기.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를 ‘다른 방식(태도)으로 이해하기’를 촉구하는 소설로 읽고 싶었다. 내가 그러고 싶었던 건… 팬더믹 이후에 걱정이 좀 많아졌기 때문이다. 아, 인류여 더는 이러지 말자🥲 내 비록 원자처럼 생각하는 것은 넘사벽이지만, 레몬나무 입장도 한번 쯤은 생각하며 이해의 대상과 폭를 넓히고 그 방법도 새롭게 모색 하겠습니다. 그러니 나무여, 살자. 조금 더 오래.


지적으로 자극되면서도, 한 없이 겸손해지는 독서였다. 아, 물리와 우주를 생각할 때 딸려오는 뭔가~ 아득하고 웅장한 아름다움은 덤이다. 읽기 전에 양자역학과 관련된 김상욱 책 읽으면 조금 도움이 될 것 같은 데, 사실 몰라도 조금만 노력하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슈바르츠실트에 따르면 질량의 밀도가 가장 높아질 때 무엇보다 두려운 것은 공간의 형태가 달라진다거나 시간에 기묘한 영향을 미친다거나 하는 것이 아니었다. *진짜 두려운 것은 특이점이 맹점이며 기본적으로 불가지不可知라는 사실이라고 그는 말했다.* 빛은 특이점에서 결코 탈출할 수 없으므로 우리의 눈은 특이점을 볼 수 없다. 우리의 정신 또한 특이점을 이해할 수 없다. 특이점에서는 일반상대성 법칙이 여지 없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물리학은 아무 의미도 없어진다. - P70

슈바르츠실트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은 것은 이것이었다. 물질이 이런 종류의 괴물을 낳는 경향이 있다면 그것은 인간 정신과도 상관관계가 있을까? 인간 의지가 충분히 집중되면, 수백만 명의 정신이 하나의 정신 공간에 압축되어 하나의 목적에 동원되면 특이점에 비길 만한 일이 벌어질까? 슈바르츠실트는 그런 일이 가능할 뿐 아니라 조국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고 확신했다.
- P71

자신의 개념과 슈뢰딩거의 개념을 합쳤더니 양자 물체가 고정된 정체성을 가지지 않고 가능성의 공간에 거주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것이었다. 전자는 하나의 장소가 아니라 여러 장소에 존재하며 하나의 속도가 아니라 여러 속도를 가진다고 하이젠베르크는 설명했다. 파동 함수는 그 모든 가능성이 겹쳐져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 전자에 일정한 운동량을 부여하면 위치를 도무지 확정할 수 없게 된다. 전자는 당신의 손바닥에 있을 수도 있고 우주 끝에 있을 수도 있다. 이 두 변수는 수학적으로 상보적이다. 하나를 확정하면 다른 하나는 사라진다. - P214

입자는 여러방식으로 공간을 통과할 수 있지만 그중에서 하나만 고를 수 있다. 어떻게? 순전히 우연으로. 하이젠베르크가 보기에 어떤 아원자 현상이든 절대적으로 확실하게 기술하는 것은 이제 불가능했다. 이전에는 모든 결과에 대해 원인이 있었지만 이젠 *확률의 스펙트럼이 존재할 뿐*이었다. 만물의 가장 깊은 바닥에서 물리학이 발견한 것은 슈뢰딩거와 아인슈타인이 꿈꾸었듯 세계의 끈을 당기는 합리적인 신이 지배하는 단단하고 확고한 실재가 아니라 우연을 가지고 노는 천수千手 여신의 변덕에서 탄생한 놀랍고도 희한한 세상이었다.
- P219

탁월한 우상 파괴자인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은 그런 극단적 변화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물리학이 객관적 세계에 대해 그만 말해야 한다는 것은 관점의 변화만이 아니었다. 그것은 과학의 정신 자체에 대한 배신이었다. 아인슈타인은 물리학이 확률에 대해서뿐 아니라 원인과 결과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야 한다고 확신했다. 세상의 사실들이 상식과 그토록 상반된 논리를 따른다고는 믿을 수 없었다. 자연법칙이라는 관념을 버리고서 우연을 왕좌에 앉힐 수는 없었다. - P226

기껏해야 20년 안에우리는 인간성의 진짜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게 되리라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예전에는 이해했다는 말은 아니지만상황이 점차 악화되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우리가 원자를쪼개고 최초의 빛을 포착하고 우주의 종말을 예측하는 데는한 줌의 방정식과 구불구불한 선, 알쏭달쏭한 기호만 있으면 충분하다. 인류의 삶을 지배하는 이 수식들을 일반인은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평범한 사람들만 그런 것이 아니다.
과학자들조차 더는 세계를 이해하지 못한다. - P252

하지만 나무는 사뭇 다른 생명체이며 이런 과숙의 과시는 식물보다는 인류의 마구잡이식 파괴적 성장과 더 가까워 보인다. 내 레몬나무를 얼마나 살려두어야겠느냐고 그에게 물었다. 그는 베어서 속을 들여다보지 않고서는 알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말이지, 누가 그러고 싶겠는가? - P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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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비하인드 스토리
    from 의미가 없다는 걸 확인하는 의미 2022-08-22 20:36 
    과거의 나도 주장과 근거가 맞물려 있는 글을 쓸 줄 알았다. (어쩌면 그런 게 더 쓰기 쉬웠다) 그러나 서재의 달인 뺏지도 벌써 4개 째... 이제와 나의 독후감이란 갱장히 사적(?)임을 추구하고 있어서 (일기와 다를 바가 없다, 그런데 나 일기 너무 잘쓰지 않나요? ㅋㅋㅋㅋㅋ) 잠자냥님과 같은 알찬 리뷰 기대하고 오신 분들이 제 리뷰 읽고서 얘는 왜 여따대고 이런 소리를 한대(?)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책을 소재삼아 나의 심각한 사상(?ㅋㅋㅋ
  2. 이모 중의 왕 이모 스테이시 앨러이모로 (feat.신유물론 페미니즘)
    from 의미가 없다는 걸 확인하는 의미 2023-02-04 16:57 
    알라딘의 시스템은 나에게 많은 책들을 알려주는 데(알만한 사람은 다 알겠지만 그 책들이 무슨 책인지 분간(?)하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갈 수가 있다), 알고리즘은 똑똑해서 나를 나보다 더 잘안다. 얘를 대체 왜 설명해주는 거지? 싶은 책들 중에 제일 나를 짜증스럽게 했던 건 <신유물론>에 관한 책들이었다. 나는 코웃음을 쳤다. 남한에 유물론(사회주의)이 언제 있었다고 ‘신’유물론이냐ㅋㅋㅋ 그러다가 1월의 책 <페미니즘 이론과 비평>
 
 
다락방 2022-08-19 09: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거 에이포 한 장 맞아요?

공쟝쟝 2022-08-19 09:49   좋아요 0 | URL
분량이 정해져 있었어여?? ㅋㅋㅋㅋㅋ (쓰다보니 많이쓰는 게 취미인 사람)

잠자냥 2022-08-19 10:14   좋아요 0 | URL
1장 내외인데 이 사람 너무 나갔네 ㅋㅋㅋㅋ 저도 한잔 반은 됩니다.

잠자냥 2022-08-19 10:14   좋아요 1 | URL
아니 한 장 반 ㅋㅋㅋ 한 잔은 어제 한 거고!

공쟝쟝 2022-08-19 10:15   좋아요 1 | URL
양으로 승부한다. 솔직히 잠자냥님은 못따라갈 거 같으니까(유 진짜 넘 잘씀ㅋㅋㅋ) 저는 간식 박스라도 굽신굽신!!!

다락방 2022-08-19 09:5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와 진짜 쟝님 대단하네요. 정말 대단해요. 저도 이 책 시작했는데 저는 ‘도대체 이걸로 무슨 리뷰가 나온단 말인가!‘ 했거든요. 어떤 느낌, 마음 같은 것은 제 안에 퍼져나가는데 그것을 밖으로 표출할 때 어떤 단어들로 어떤 문장을 만들지는 저에게 정말 전혀 생각나지 않는거예요. 그래서 이 책의 리뷰를 쓴 분들 다 대단하다 생각했는데 쟝님은 어떻게 이런 언어들로 이렇게 써내나요? 그러니까 뭔가 느꼈으면서 분석도 하는 그런 리뷰네요. 대단합니다. 항상 쟝님 보면서 느끼는 거지만 적합한 언어를 잘 찾아내는 것 같아요. 그렇습니다.

공쟝쟝 2022-08-19 10:14   좋아요 2 | URL
아니, 백년 전에 이미 상식이 파괴니 이를 어쩌니 하면서 과학자들은 싸우고 난리 친뒤 우리는 모른다네~ 겸손해졌는데, 대체 무엇이 잘못되어 왜 아이큐 100 현실의 평범 인간들은 아직도 흑백논리, 이분법, 니가 뭘알아, 내가 더 잘알아 훈계하는 계몽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가.! (이러면 너무 나.빼.쌍. 이죠?ㅋㅋㅋ 책한 권 읽고 인류의 문제점 파악한 척 하기ㅋㅋㅋㅋ)

잠자냥 2022-08-19 10: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쟝하민 라바투트의 탄생!

공쟝쟝 2022-08-19 10:16   좋아요 1 | URL
하민씨 저 하민씨 태어난 로테르담이랑 하민씨 살던 헤이그 다녀왔어요 ㅋㅋㅋㅋ (치근덕 거리기)

단발머리 2022-08-19 11: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아! 너무 좋은 리뷰인데요. 전 양자역학 첨 읽을 때 (양자역학 1도 모르다가 0.3 아는 사람) 관찰 대상이 관찰자의 개입 여부에 따라 다르게 행동한다는게 넘 신기했어요. 그니까 광자가 마치 의지가 있는 것처럼? 어? 나, 보고 있어? 그럼 이리 가야지? 어? 아무도 없어? 그럼 이리 가야지. 이런 거. 관찰자, 객관자의 허상을, 개입의 그 어마무시함을 좀 깨닫고 그랬어요. 관찰자의 해석에 따라 달라지는 (역시 <시선은 권력이다>) 그런 거요.
원래 정해준 만큼 써야하는데 잘 썼으니까 ㅋㅋㅋㅋㅋ 좋은 결과 바랍니다! 하민씨 80년생이더라 ㅋㅋ 그냥, 그렇다고요 ㅋㅋㅋㅋㅋ

공쟝쟝 2022-08-19 15:17   좋아요 1 | URL
맞아요, 객관성의 허상 ㅋㅋㅋ 그거 너무 놀랍고 사실 왜 나한테 안알려줌? 이랬어요 ㅋㅋㅋ 그 좋은 걸 과학자들만 알았다니 ㅋㅋㅋㅋㅋㅋㅋ
하민씨 ㅋㅋㅋ 몸에 문신이 많더라고요 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

건수하 2022-08-19 13:3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게 과학책이 아니고 소설 리뷰란 말입니까.... 왜 다들 이 책을 읽으시나 했더니 리뷰 대회가 있는 모양이군요 ㅎㅎ
(A4 얘기가 나와서 알았)

저는 과학쪽 업에 종사하고 있지만 양자역학은 알고 싶지 않더란.. 계속 모르고 살고 싶어요.
다들 어디서 매력을 느끼시는지 궁금하지만 읽지 않을거야...

공쟝쟝 2022-08-19 15:19   좋아요 1 | URL
양자역학이 아닌 소설자체의 아련한 아름다움이 있다니깐욬ㅋㅋㅋㅋㅋ 뭔가 이과한테 다 진 것 같은 문과생의 허탈함이 있었다 ㅋㅋㅋ (지독한 문이과 이분법ㅋㅋㅋㅋ)

단발머리 2022-08-19 15:19   좋아요 2 | URL
하지만 일주일 뒤, 우리는 이 책이 궁금해 몰래 읽다가 결국 리뷰를 작성한 수하님을 만나게 됩니다 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2-08-19 15:26   좋아요 1 | URL
/단발님 리뷰대회도 끝났는데 제가 그럴일이냐며…
사실 전 어글리 러브가 더 궁금합니다 ㅋㅋㅋ 일주일은 좀 무리고 나중에 읽을지도요 ㅋㅋㅋ

공쟝쟝 2022-08-19 15:44   좋아요 1 | URL
어글리 러브 ㅋㅋㅋㅋㅋㅋ 지금 세계1위예여 ㅋㅋㅋㅋ 파리도 로테르담도 어글리열풍 ㅋㅋㅋㅋ

단발머리 2022-08-19 15:45   좋아요 2 | URL
어글리 러브에 마일스 나와요. 어마무시 섹시 코드 장착. 어두운 과거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치명적 매력의 파일럿.

건수하 2022-08-19 16:05   좋아요 1 | URL
’읽고싶은 책’ 에 다 담았습니다 여러분…. ;;

단발머리 2022-08-19 16:07   좋아요 1 | URL
그래요, 잘하셨어요. 좋은 선택이고요 ㅋ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2-08-19 19: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늘 이 책 리뷰를 몇 개째 읽었는지??어질어질~@.@
근데 또 다들 잘 써😃😃
우열을 가리기 힘들어요.
누가 대상을 타시려나??ㅋㅋㅋ

공쟝쟝 2022-08-21 18:15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쵸.. 사람들 물리에 진심이엇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레이스 2022-08-20 15: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려운 책을 만화로 읽는 것과 비슷한 느낌! 재미있게 읽었어요! ㅋ

공쟝쟝 2022-08-21 18:16   좋아요 1 | URL
네,그레이스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뭔가 정갈하게 써보고 싶었는 데 결국 수다떨 듯 써야 써지더라고요.. 흑....
 
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 주커먼 시리즈
필립 로스 지음, 김한영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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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할 수 있다.
당신을.
사실 이해하지 않은 적이 없다.
당신들을.

핵 노이해! 라고 말하고 쓰지만 이해하기 싫은 것이다. 그게 단순할 수록, 수가 다 보일 수록 더 이해 안하고 싶어진다. 아주 조금 노력해서 이해하게 되버리면 미워지지가 않으니까. 그래도 네가 이해해야 해. 그래도 우리가 이해해야 해. 이해하고 나면 좀 화가 누그러지니까. 그것은 살기 위해 매일 매일 투항하라는 주문이었는 데, 그래서 아주 많이 이해할 수 있어졌다.

보통 많은 사람들이 소설을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 읽는다고 말한다. 도통 교훈을 찾을 줄을 모르는 맹점을 가진 인간들이 쳐대는 사고들. 그것의 화학 작용들. 어떤 인간은 혁명을 위해 수도승처럼 살고 어떤 인간은 혁명과 상관없는 욕망의 포로로 살면서 제가 혁명을 하고 있다 믿는다. 수도승처럼 사는 인간이 혁명에 바치는 진심보다, 엉망진창으로 살면서도 혁명을 하고 싶어했던 인간의 진심이 더 간절하고 맹목적일 수 있다는 것을 난 이해한다. 굶주린 빈민가의 아이들을 위해서 펑펑 흘리는 그 눈물의 진심을 —그것은 진심이다— 그런 아이들을 위한 정당에 투표않는 하녀를 꾸짖으며 들고 있던 그릇을 집어던지는 그의 분노를— 그런 캐릭터를 모순적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아니지, 모순적이지 않지. 사실 우린 모두 그래서. 가까이서 보면 비극 같아도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옳고 그름 보다 우선하는 것은 당장에 작용하고 있는 미묘한 심리적 권력이라서. 사랑하는 그녀 앞에서는 이런 말을 하고, 잘 보이고 싶은 형 앞에서는 저런 말을 하고, 정부 앞에서는 다른 소리를 하고, 거들먹거려야하는 이들 앞에서는 누구보다 오만하게 거들먹거리고, 내 앞에선 누구보다 신사인 척, 그 모든 게 그다. 그리고 그 연기는 모두 진심이다. 그러므로 연기가 아니다.

현실에서 아이언 린을 만나면 어떻게 될까. 아마 스무살의 나였다면 네이선과 별반 다르지 않게 그를 추앙했을 테지. 그의 난잡한 사생활을 알게 되면 충격을 먹었을 거고, 혁명을 넘어 인간 자체에 대해 회의 했을지도 모르겠다. 다채로운 인물. 나는 내가 보고 싶은 만큼만 그를 보았을 것이고 빠졌을 것이고 매료되었을 것이며 실망했을 것이며 그가 내 세계에서 차지했던 비율 만큼 그만큼 아팠을 것이다.

경험치가 길고 넓었다면 비율은 작아지고, 경험치가 짧고 얕았다면 비율은 줄어들고. 아, 이건 또 너무 정량적인 평가인가? 그러나 뭐 그렇다는 소리다. 지금 만났으면 적당히 인맥관리하고 거리두기 하면서 지냈을 것 같다. 알아둬서 나쁠 것 없는 인물. 그리고 매카시즘 광풍이 몰아닥친다? 그거 아니라는 청원운동에 동의하는 싸인 정도는 해줄 수 있겠지만… 솔직히 비웃을 것이다. 아니, 뭐 공산주의자가 저래. 공산주의한테 1도 도움안되는 데 무슨 공산주의노ㅋㅋㅋ 야 니는 하지마라 공산…ㅋㅋㅋ

나는 인간을 이해하지 않기 위해 소설을 읽는다.

삶에서 마주치는 한 개인을 책이라고 놓고 본다면, 나는 그 앎/책들이 나를 해칠 때까지 이해하곤 했던 사람이다. 나를 읽을 생각 없는 이들의 생각들을 다 읽고 이해한 후 미워하지 않았다. 그 넓은 이해력을 나 자신을 위해서 써야 했는 데… 딱히 그러지도 않았다. 나를 미워하는 사람들, 나를 해치는 사람들에게까지도 쓰면서 나 한테는 안썼다. 내가 착해서였다기 보단 편해지기 위해서 였다. 나를 편하게 만드는 가장 편한 방법이었다, 그게.

그 때 내가 화내도 되었던 건 ‘그래도 그건 아니지!’라고 할 수 있는 건 그런 것들. 사회가 세운 원칙들 상식이라는 말로 통용되는 기준들. 그것은 어떤 윤리의 기준이 나 자신이 아니었음을 뜻한다. 일단은 그런 기준들을 만들어낼 시각이나 배움도 없었지만, 용감하지 못했다. 나의 기준을 만드는 것은 어디까지나 ‘나’가 있고 난 이후다. 그리고 세상의 기준과 맞댄 뒤 나를 실현시킬 만큼의 배짱도 있어야 하겠지. 지금 그게 있냐면 아니다. (발명 중이라니까ㅋㅋㅋㅋ) 일단은 자아 확립 중임. (반칠십에도 자아는 만들어진다. -어느 성장서사 중독자의 외침-)

너무 많이 이해해버리는 내가 누군가에게 화를 낼 수 있는 근거는 ‘나 자신’이라기 보다는 내가 ‘그래야한다고 믿는’ 어떤 규범들이고 그렇게 된 것은 어떤 규범들이 나 자신을 통과하면서 대체로 평가의 기준으로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리라. 경험을 반복하면서 어떤 규범들은 이상하더라도 그냥 일단 내게는 맞는 것이 되었다. 다시 말하자면 나는 내가 없었다. 내가 없는 존재를 움직이는 것은 처벌에 대한 두려움일까. 아니 그보단 고립감에 대한 두려움. 내가 없다는 것을 들키고 싶지 않으니까 대다수가 기준 삼는 것을 기준 삼는다. 그럼 내가 없다는 것을 좀 숨길 수 있다. 쉽게 다수에 세상의 기준에 동일시 하는 마음. 내가 없는 사람들. 내가 없는 나. 내가 없었던 나.

‘자존감이 낮다’, ‘자신을 잘 알아야 한다’, ‘굳건한 자아가 있어야 한다’. 자신이 없는 것은 미덕이 아닌 것 처럼 나쁘게 이야기되는 것이 오늘 날의 윤리 같지만, 나는 종종 ‘자아’라는 실체가 자명하게 있는 것 처럼 이야기되는 세상이 더 혼란스러웠다. 난 나의 언어랄게 없었고, 사랑받고 사랑할수 있다면 (그게 뭔지도 생각 안하면서. 그냥 달뜬 감정이 사랑이라고 생각하면서… ) 내가 있고 없는 게 대순가… 내가 없는 사람은 어떤 의미에서는 다수 일 수 밖에 없고… 대체로 혼융되어 있는 그들은 따뜻하다. 난 삶에서 자아 발견이 그닥 필요 없는 종류의 사람들 손에서 길러졌고, 기도조차 할 줄 모르는 그 사람들은 오랫동안 떠날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따뜻했다. 나는 따뜻하고 자아가 없는 사람.

난 자아를 잘 비우는 습관이 체화되어 있어서… 조금의 시간을 내고, 조금의 마음을 쓰면, 그런 노동을 하면 누구라도 거진 다 이해할 수 있다.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이다. 나 자신을 이해하기도 전에 당신들을 이해하기를, 이해되지 않는 상황들은 받아들이기를 그냥 받아들이기를, 그런 역할에 익숙했던 난 이해한다. 그럴 수 있지, 관대하고 그래 뭔가 내가 모를 사연이 있을 것이다, 라고. 미워하지 않기 위해. 미워하지 않고 싶으니까.

한 인간의 특징을 파악해 그가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인과 관계를 추론하고,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들을 납득하게 되면 무엇이 남느냐고? 아무것도 안남는다. 그랬구나,그랬나보다. 다 이해할 수 있는 내가 좀 착한 것 같은 데? 하는 도덕적인 우월감이 좀 더 있을라나 모르겠는 데… 솔직히 말하자면 진짜 그런 태도를 찐으로 가진 사람은 우월감을 들여다 보거나 느낄 새도 없다. 모두를 다 이해한다는 것은 대단한 노동이라서… 코페르니쿠스 적인 어떤 전환을 하지 않고서는 계속 모든 에너지를 외부에 써야한다. 당연히 몸이 해쳐진다. 다른 방식으로 고통을 잊어야하고.

지금은… 조금 다르다. 나는 이해하지 않는다. 이해하고 싶어지면 나를 의심한다. 너는 지금 미워하지 않고 싶구나. 뭐가 미웠을까. 그게 너여서? 그에게서 네가 보여서?

지금의 나에게는 내가 있다. 물론 이건 내 몸이고… 나는 언제나 있었는 데… 그리고 나에겐… 언어가 있다. 나에게 내가 다룰 수 있는 어떤 언어가 있다는 것은… 나를 위해 내가 다듬어 온 어떤 글씨들의 세계가 있다는 것은… 내가 나 자신을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은… 다르다. 음. 그 때부터의 이해는 다르다. (나, 지금 주말이라고 아침부터 또 너무 심각해지는 데…) 어쨌든 글을 읽고 쓰면서 ‘나’를 만들어 온, 가까스로 존재감을 스스로에게서 획득한, ‘나’는 더 이상 사랑하고 받는 것이 중요하지 않아져 버렸다. (이 역시 건강하지 않은가… 갸웃.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더 살아보자.)

이제 난 세상의 규범과 기준 보다는 나 자신의 마음이 궁금하다. 타인을 대할 때 시시각각 변하는 내 마음. 어떤 사건에서는 아주 뜨끈한 분노를 느끼는 내 감정. 어떤 것은 분노의 대상이되고 어떤 것은 조롱의 대상이 되는 지에 대한 그 차이. 그건 나와 달라서… 또 어떤 부분은 너무 같기도 해서…

우리는 코넬이 나와 너무 닮아서 싫기도 하고, 칸트가 나와 너무 달라서 좋기도 하며, 이브 프레임은 내게 하나도 치명적이지 않아서 분노스럽지 않고, 아이언 린에게 연민의 감정을 느끼지만 여성으로서는 분노하며, 그를 비열하게 공격한 여자들을 이해할 수 있지만 나는 협조하지 않을 것이며, 그러므로 그런 입체적인… 살아서 숨쉬는… 자기들의 빈 곳을 채우기 위해 각자의 방식으로 다 자신을 내던지고 있는… 자아가 있거나 없거나 오로지 자아만 있는… 좋은 소설을 읽으면서 살아서 펄떡이는 인간들을 만난 다는 것은… 결국은 나 자신을 구체화 시키는 방법이고(나는 어디에 찔리는가, 무엇이 싫은가), 동시에 구체적이지 않은 상황에 따라 변하는 나라는 (어디까지 변할 수 있고, 어디서부터는 용납이 안되는가) 인간을 아는 것이며.

어쩌면 모든 사람을 다 이해하는 방법 밖에 몰랐던 (내가 얼마나 모지리였냐면 심지어 일베도 이해할 수 있었다… 이제 나는 너무 쉽게 이해되는 종류의 인간들… 권력 앞에서 자신을 속이거나 연기하는 방식으로 양육되거나 살아오지 않아 강약약강 만이 인간사를 헤쳐나가는 딱 하나의 스킬인 쩝쩝거리면서 먹어도 되는 멍청이들… 을 싫어한다. 애들아, 연기를 좀 해. 입체적으로 살아라. 그럼 문학도 즐길 수가 있게 될 것이다.) 아아, 이 말은 정말 쓰지 않고 싶은 데… 나를 짠해하지 않는… (난 가끔 내가 너무 짠한데 나를 짠해하는 내가 넘 싫다… 진짜 짠하니까…) 방법이 될지도. 그들을 이해할지 말지 ‘나’라는 한정적인 세상과 자원이 허락하는 한에서. 그 가늠을 시험해 보기.

이건 책 이야기고 현실에서… 가끔 공들여서 타인을 이해하는 것은 그냥 내가 좋아서 하는 것이지, 어떤 보답을 바라는 마음이거나 미워하고 싶지 않은 동기가 아니다. 음… 어쨌든 오늘의 나는 나를 그렇게 만들어 나가고 있다. 그리고 그러는 과정에서 사람들을 만난다. 사람들은 어떤 흔적을 남기고 사라지거나 곁에 남는데, 절반의 진실, 절반의 거짓. %나 함량을 측정할 수는 없지만… 결국 관계가 만들어졌고 이어져왔다는 것에 대해서 만큼은 대충 절반 절반이지 않았을까. 


한 때는 미워하고 싶어서 이해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던 이별한 사람들을 떠올린다. 사실 노력할 필요도 없이 다 이해가 되었기 때문에, 아무 생각이 안든다는 표현이 더 맞다. 내 쪽에서 먼저 끊어내는 경우는 좀체 없었는 데, 그러다 내 인생 사라질 위기에 처해가지고… 삼십대 이후부턴… 인연 끊기 열심히 연습… 이젠 아주 능수 능란해져서 확장패치로 딸려온 끊어진 거 암시랑토 않게 이어 붙이기도 잘함 ㅋㅋㅋ 암튼 내가 좀 살만한 건지 맘이 여유로와 진 건지… 사람들에 대해서… 내게 남은 것들과 내가 받은 것들이 먼저 떠오르는 데…. 그러면, (내가 준 것은 알 수 없다) 어떤 고마움과 안도감이 남아. 아쉽고 슬픈 것은 관계는 끝났기 때문에. 이젠 더 바랄 수 없다는 것인 거고. 단념. 언제나 단념 앞에서. 난 좀 멋지지. 아주 깨끗하게 포기할 줄 안다.

언니 생각 얼마나 많이 나는데요, 제 청춘의 한 페이지에 언니가 있어요. 언니, 이제 우리 다 돈버는 데 계하면 안되요? 라고 말하는 후배들을 3년 만에 만나러 나간다. (치밀하게 피해왔는 데 이제 코로나 끝남ㅋㅋㅋ 이런 식으로 연락오고 만나야 할 사람이… … ) 안돼. 계 안돼. 자발적 의사가 생긴 사람이 주도적으로 주도해. 그리고 난 절/대/안/해.

은둔자인 척 하지만 난 인기가 많다ㅋㅋㅋㅋ 한 때 관계 중독자였기 때문에 맘만 먹으면 바로 다시 중독 모드(이제 출근도 할 필요가 없으니 아주 흥청망청 살 수 있다) 전환 가능한 데… 음, 난 나랑 노는 게 더 재밌어서…ㅋㅋㅋㅋ 일주일에 한 번 사람 만나는 거 너무 인구 밀도 높다. (그렇다. 이것은 은둔자의 인맥 자랑이다) 어쨌든 얘들은… 친구라고 하긴 좀 그렇고 후배들인 데… 근데 얘들은 왜 날 좋아하는 걸까. 왜 관계를 끝내고 싶어하지 않는 거지? 아, 나도 별로 끝낼 생각이 없구나? 근데…ㅋㅋㅋㅋ 뭘까… 목적이나 의도없이도 쭉 이어지는 관계… 일상적이지 않지만 한 번씩은 모일 수 있는 관계… 그 관계와 이제는 완전이 딱 끝나버린 절단 면이 보이는 관계들의 차이… 그것들을 대했던 내 진지함의 차이… 오늘 만나면 물어봐야지. 니들은 대체 왜 나랑 놀고 싶어하니…?

오늘의 일기를 마무리 짓자.
좋은 소설은 사람에 대해서 생각하게 한다.
그리고 더는 이해하고 싶지 않아지는 그 지점.
그것이 나를 더 많이 보여준다는 생각이다.

나는 아이언린을 완전히 다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소설에서 이해하기 싫은 사람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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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런 문장은 섹시하다
    from 의미가 없다는 걸 확인하는 의미 2023-01-19 01:12 
    이를 테면 이런 문장은 섹시하다. 놀라지 마시라. <독서의 기술>이다. “(94) 사용되는 단어의 의미가 모호하다면, 말하는 이와 듣는 이, 혹은 쓰는 이와 읽는 이가 공유하는 것은 단순한 단어에 불과한 것이지 의미를 공유하고 있다고는 할 수 없다. 완전한 커뮤니케이션을 성립시키려면 양자가 같은 단어를 ‘같은 의미로’ 사용하지 않으면 안된다. 쓰는 이가 단어로 나타내고 있는 의미를 읽는 이가 바르게 이해하여야만 비로소 쓰는 이와 읽는 이는 하
 
 
라파엘 2022-07-09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은둔자인 척 하지만 사실은 엄청난 인기쟁이 쟝님~!!! 알라딘에도 쟝님 좋아하는 사람이 수두룩함 😆

공쟝쟝 2022-07-09 12:10   좋아요 1 | URL
엄청까진 아닙니다 ㅋㅋㅋㅋ 대하기에 따라 재밌는 대화가 가능한 상대죠, 전 ㅋㅋㅋㅋ (그러나 관심없거나 너무 세속적인 주제들에 대해선 입다물어버림 ㅋㅋㅋ)

yamoo 2022-07-09 13:01   좋아요 1 | URL
오~~~ 그렇군요!! ㅎ

감은빛 2022-07-09 13: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유는 모르지만 저도 인기가 좀 많습니...... 흠흠.

일베까지도 이해할 수 있었다니, 의외네요.
타인을 이해한다는 건 엄청난 노동이라는 건, 무조건 동의할 수 밖에 없네요.
저는 사회생활과 인간관계를 적당히 유지할 수준의 이해는 대체로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보다 조금 더 들어가서 누군가를 이해하고 있냐고 물어본다면 긍정하기 쉽지 않다고 생각해요.
사실 겉으로는 아주 친한 관계로 지내는 친구들이 몇 명 있는데, 그들을 모두 잘 이해하고 지내느냐고 물으면 아니라고 답할 수 밖에 없어요.
친밀감의 정도에 따라 좀 더 이해할 수 있는 사람과 조금 이해하기 어려운 면이 있는 사람들이 남죠.
저는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을 깊이 따지면 부부관계나 가족관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라고 여겨요.
평생 아버지나 어머니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고, 가장 가까운 사람이라 여겼던 아이들 엄마도 그랬으니까요.

현재 자신을 잘 들여다보는 일에 에너지를 쏟고 계신 공쟝쟝님은 좀 멋져 보여요. 저도 최근에는 에너지를 외부에 쏟지 않고 나 자신에게로 돌리려고 노력 중입니다. 워낙 그렇게 살아와서 쉽지는 않더라구요.

공쟝쟝 2022-07-10 02:07   좋아요 2 | URL
그것은 이해하기 싫었던 것이 아닐까요? 나와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을 조건없이 상황과 까닭모두 합쳐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이기는 쉽습니다. 나와 공모하고 있는 사람을 이해하는 것은 어렵지요. 나는 이해당사자이기 때문입니다. 맹점은 나와 가까이 있는 사람 나 자신에게 작동하죠.
쉽지않겠지만 조금 더 노력해보시길 바랍니다. 노력 안하셔도 상관은 없죠… 그러나 나는 타인을 이해하지 못한다… 우리는 모두 복잡하게 이해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라는 말의 뒤에 숨지않기를 바랍니다. 지배하기 위한 이해와 나의 이해관계까지 포함한 이해는 분명 다르기 때문이죠.

감은빛 2022-07-10 12:54   좋아요 2 | URL
글쎄요. 공쟝쟝님 서재에서 논쟁을 하고 싶지는 않지만, 확실히 관점이 다르다는 말씀은 드리고 싶어요.

현재 시점 아주 친하게 지내는 사람이 대략 7명 정도 있어요. 그냥 갑자기 전화해서 급한 일이 생겼다고 돈 좀 빌려달라고 해도 빌려주는 사람들이죠. 그런데 이 사람들을 이해하고 있냐고 물으면 아니라는 답이 나와요. 그정도로 친하지 않은 사람들이라면 오히려 어느 정도는 이해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다 이해한다고 생각하기는 어렵구요.

일단 맹점이 나 자신이라는 말씀에는 무조건 동의하고, 이해관계까지 포함한 이해는 다르다는 말씀도 동의합니다.

다만 복잡하게 ˝~이해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라는 말 뒤에 숨지 않기를 바란다는 말씀에는 조금 동의하기 어렵네요. 한참을 생각해봐도 그렇습니다. 오히려 사람이 과연 사람을 이해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표층과 심층을 나눈다고 생각해봐도 좋을 것 같은데, 겉으로는 대체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 속은 아무래도 이해하기 어려운 것 같아요.

공쟝쟝 2022-07-10 13:02   좋아요 1 | URL
네, 다른 말은 아닐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이른바 꼰대들을 지적하기 위해 안다, 이해한다는 것의 오만함을 경계하기 위한 내용으로 상투어처럼 나는 타인을 모른다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라는 말들이 쓰이잖아요. 거기까지 이해해본 사람들이, 그래 인간, 이해할 수 없지, (냉소) 이렇게 마음을 접는 구실로 사용하는 것을 경계해야지않을까 그리고 저는 그 사람이 아닌 이상 당연히 완벽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완벽에 가깝게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은 얼마든지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영화나 문학이 있는 대화와 이야기가 있는 이유겠지요?) 그 이해를 바탕으로 어떤 행동을 할건지는 다르지만요.

공쟝쟝 2022-07-10 22:04   좋아요 2 | URL
제 페이퍼에서 논쟁하는 것 저는 좋아합니다. 그런데 정말 궁금해서 물어보는 건지(1.니 이야기가 더 듣고 싶다), 그건 좀 아니지 않나? 저를 가르치기 위해서 물어보는 건지(2.네 관점이 틀렸기 때문에 내 이야기를 더 하고 싶다) 의도를 파악하고 2번의 경우는 굳이 내가 쓴 내 페이퍼에서 나를 가르치려드는 의도가 괘씸하여 (제가 덜 배운 젊은 여자라서 그런 걸까요? ㅋㅋㅋ) 상대하지 않습니다. 종종 좋은 질문들은 저를 더 사색하게 하기 때문에 어떤 논쟁은 즐겁고 좋습니다.

일단 제 독후감의 1독자는 저 자신이기 때문에 저만 알아보면 되는 비약들이 좀 즐비한 편이고, 기왕이면 저와 같은 곤란을 겪는 여자 사람들이 많이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쓰긴 합니다. (그분들은 제 넘나드는 비약을 이해하기도 전에 감응할 수 있을 거라고 추측합니다…) 좀 없어보이긴 하지만… ㅋㅋㅋ 건강한 논쟁을 위해 이 독후감에 대해 좀 친절하게 해설을 해야겠네요.

1. 이 글은 나의 ‘읽기’를 주제로 쓴 글입니다. 자아를 없애고 약자의 포지션에서 더 많이 이해하기를 강요받았던 시절의 ‘나’를 생각하며 썼습니다. 저는 그렇게 살아온 편이라 이른바 원문에 충실하게 읽기, 저자의 의도를 의도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읽기(역지사지?), 그런식으로 독서를 하는 것이 어렵지 않습니다.
그러나 비판적인 사고를 훈련하기 위해서 독서를 한다고도 합니다. (실제로 공산주의… 이 책의 화자 중 하나인 머리 선생님은 그것을 나에게 알려주는 선생님이기도 합니다.) 그러려면 읽는 주체인 ‘나’가 있어야겠죠. 저의 경우 독서 초보라 인문학 서적에 비판적 사고를 하면서 읽지는 못하지만 소설의 경우에는 그걸 하면서 읽습니다. 그리고 내가 어디에 찔리는 지 (이해하지만, 이해라는 노동을 하기 싫어지는 지점)를 독서하면서 훈련하면서 가까스로 ‘나’를 찾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이 독후감에 썼네요. (소설은 인간을 보여주니까요)
여담이지만 언제부턴가 작가가 창조한 인물이 소설의 도구로 쓰일 때, 작위적일 때, 저는 그 소설이 좋은 소설이라는 느낌이 안드는 듯 합니다. 이 소설의 경우에는 모든 인물들이 그럴듯 했기 때문에, 각자의 인물들이 좋고 싫음과 상관 없이 저는 이해할 수 있었고, 현실이라면 싫어했을 인물마저 ‘이해’가 되어 ‘싫지 않아’져 버렸으므로 좋은 소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2. 감은빛님은 그런 제 읽기(어쩌면 이해하기)에 인간을 다 이해할 수 있다고 하는 건 오만 아닌가? 나는 타자를 안다고 할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을 주신 것 같습니다. 저는 글쎄, 그게 맞지만 가까운 지인이든 먼 타인이든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소통하면서 폭을 좁히는 것은 여전히 태도로서 유효하다라는 말을 하는 것이고요. 다만, 어쩌면 여성주의적인 관점이 섞여있을 지도 모르는 데… 그런 ‘이해’가 어느 한쪽 일방의 이해하기 위한 노동 (참으라는 노동)이라면 더는 이해하지 않는 것도 방법이다. 라고 썼습니다. 그래서 이해하기 ‘싫다’는 거죠.

물론, 완벽에 가까운 이해에 도달하기는 신이 아닌 이상 어렵겠지요. 그러나 그 위치에 나를 세워보려는 노력으로서의 ‘이해’는 훈련이고 노동이고 연습이며 미덕으로 장려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전히 타자를 이해하는 것은 미덕입니다. 어떤 종류의 (주로 여성들) 사람들에게는 미덕이 아닐 수도 있고요. 그래서 타인을 이해하고 있다고 단정짓지 말라… 라는 말이 널리 쓰이고 공감되는 저변에는 납작하게 몰이해 당한 사람들의 목소리도 있겠지만 ‘이해하기 싫은’ 무의식이 들어있는 것이기도 하다는 생각 입니다. 더 섬세한 이해를 촉구하는 것과 어느 일방의 이해를 강요하는 것 사이에 각자의 위치와 삶의 경험이 있는 거고. 비판적 읽기든, 공감적 읽기든 확실히 소설 읽기는 좋은 훈련법이라는 생각였습니다.

이해... 어디까지가 싫은 지 어디까지가 감당 가능 한지는 각자들이 스로에게 물어보면서 노력해야하는 거라 생각합니다. 저에겐 어떤 사람들을 더는 이해하지 않는 것(주로 서구/남성/엘리트 ?)이 저를 발견하고 지키고 다듬어 나가기 위해서 더 필요한 과정입니다. 그런데 미국 남자가 쓴 이 소설이 좋았으므로 제 모순이 참으로 수치스럽네요ㅋㅋㅋ

감은빛 2022-07-11 22:52   좋아요 1 | URL
하, 북플 앱에서 긴 댓글 쓰는 일은 어렵군요. 한참 쓰다가 두 번이나 내용을 날렸어요. 이게 글을 날리고 나니까 다시 처음에 하려고 했던 말을 쓰기가 쉽지 않네요. ㅎㅎ

저는 처음 댓글을 달 때, 공쟝쟝님께 ‘오만 아닌가?‘ 라고 질문을 하고 싶었던 건 아니었고요. 순전히 제 관점에서 저는 남을 이해하는 일이 쉽지 않더라는 말을 남기고 싶은 의도였어요.

이 글에 쓰신 말씀과 제게 남긴 답글들 모두 대부분 저도 동의합니다. 다만 여전히 ‘이해‘ 라는 단어를 좀 더 본질적으로 바라보는 관점이 다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쩌면 제게 하신 말씀처럼 단순히 제가 게을러서 노력을 덜 했기 때문이라고 여길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ㅎㅎ

암튼 두 번이나 쓰다가 날려서 원래 의도보다는 조금 느낌이 달라졌는데, 이렇게 여러 차례 말씀을 나눌 수 있어서 좋네요. 혹시 제 댓글 때문에 기분이 나쁘셨거나 귀찮게 여기시지 않으셨다면 말이죠.

공쟝쟝 2022-07-12 00:32   좋아요 0 | URL
귀찮지 않았어요… 하지만 이해시키는 노동이 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공들여썼습니다. 아마 부족하실 겁니다. 세상은 남자에게 그렇게까지 심층적인 이해라는 노동을 시키지 않거든요. 자아를 없애고 조절하는 노동인 이해라는 영역은 특정 성별이 오랫동안 감내해왔다고 생각합니다. 일반화할 순 없지만 더 많이 발달했다고 생각해요. 사고의 습관과 체화자체가 달라요 (전 메일바디는 그래서 안된다고 표현하죠 ㅋㅋㅋ) 단 사회생활을 많이한 남자들의 경우엔 경험치가 좀 더 많겠죠. 군대 이야기 싫지만 군대가 영원히 지속될 때 선임을 사사건건 미워하는 것보단 스타일 위치 처한 곤란한 상황등을 이해해버리고 군대의 구조도 다 깨닫고 나면 안미워하고 시키는 대로 하는게 낫겠죠? 그걸 계속 한다고 해서 후임에게 자아가 없진 않을 텐데, 선임은 모를 테고요. 요컨대 ‘위치’를 제거한 말 그대로의 낱말 ‘이해’를 다르게 사용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댓글은. (표층, 심층이 아니라 위치와 상황으로 나누셨어야 했을 듯 합니다) 제 글이 혼탁했기 때문이겠지만 글을 누군가를 선명하게 설득할 목적으로 쓰진 않았습니다.
감은빛님이 게을렀다기 보단 할 필요없으셨을 겁니다. 더 사랑하고/받고 싶다면 더 인정을 구해야하는 상황이라면 노력하셔야겠죠^^ 일부 젊은 여성들이 한남을 싫어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습니다. 노력안하고 거저 사랑받고 싶어하는 지점ㅋ 노력이 뭔지 전혀 모르는 지점. 우리는 얼굴을 깎고 거식증에 걸리고 매일 화장하는 노동을 하는 데 말이죠 ㅋㅋㅋ

난티나무 2022-07-09 15: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감탄한다! 그리고 다시 읽는다! 생각한다! 그리고 다시 감탄한다!!!! 👍👍😍😍😍

공쟝쟝 2022-07-10 02:08   좋아요 1 | URL
😩😩😩😩 또 천재 돋았나? ㅋㅋㅋㅋ

미미 2022-07-09 15: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쟝쟝님만큼 읽어내고 이해하고 싶어요. 쟝쟝님 글을
읽으며 많이들 그런 생각할꺼예요. 고뇌조차 너무 매력적인, 스스로 발명중인 철학자 쟝쟝 ^^

저는 자신을 이해하는 만큼만 타인을 이해한다고 생각해요. 요즘들어 더 그래요. 나에 대한 이해와 타인에 대한 이해가 과거에는 다른 수준, 다른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런저런 일들을 겪고나서 생각이 바뀌었어요. 그런 면에서 결국 자신을 사랑하고 아껴야겠죠?!

공쟝쟝 2022-07-10 02:20   좋아요 2 | URL
자신을 이해한 만큼 타인을 이해한다. 저는 다른 문장 추가할게요. 그것을 언어로 표현하지 못해도 깊은 이해로 삶으로 타인을 이해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쓸 수 있는 사람은 씁시다. 쓰지 않으면 내 이해는 나만의 이해로 멈춥니다. 적어도 저는 읽겠습니다, 미미님의 글을!

바람돌이 2022-07-09 17: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소설을 왜 읽느냐? 음 저는 제가 이해하지 못한 사람들의 머릿속이 보이는게 너무 신기해요. 현실에서 진짜 이해 안가는 인간들의 극단이 소설속에서는 많이 나오잖아요. 아 얘들은 이렇게 사고하는구나 물론 그렇다고 그들을 이해할 수 있는건 아니지만 그 사고의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현실에서 그 비슷한 걸 만났을 때 분노수치가 좀 줄어드는 효과가 있더라구요. ㅎㅎ

후배들 만나면 물어보지 마세요. 그냥 좋으니까예요. 아무런 연결고리가 없는데도 계속 만나는건 공쟝쟝님을 만나는게 좋으니까요. 그 맘 하나만으로 이어지는 관계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멋지잖아요. 저도 그런 관계 있걸랑요 ^^

공쟝쟝 2022-07-10 02:19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 바람돌이님 댓글은 이제 읽어버려서 ㅋㅋㅋㅋㅋ 그러더라고요ㅋㅋㅋ 확인할 의도로 물어봤는데 ㅋㅋㅋㅋ 같은 대답을 들어바렸습니닼ㅋㅋㅋㅋ 니들 왜 날 좋아하냨ㅋㅋㅋㅋ 뭔 소리냐 좋아하는데 왜가 어딨냨ㅋㅋㅋㅋ
나: 난 있는데? ㅋㅋㅋㅋ (구체적으로 설명)
애들 : 그래서 언니가 좋음 ㅋㅋㅋㅋㅋㅋ
 
착해빠진 소설이랑 안맞는 이유
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 주커먼 시리즈
필립 로스 지음, 김한영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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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열 여섯 살의 소년이다. 나는 막 인기 있는 라디오 드라마에서 ‘링컨’을 연기하며, 부자 동네에 살면서도 노동 계급을 위하는 건강한 사상을 지녔고, 풍채 당당한 신체와 성적 매력으로 유명 여배우와 결혼한 남자 ‘아이라 린골드’를 만났다. 그와의 만남이 있은 후, 나는 어쩐지 아버지와 멀어졌다. 아이라는 나와의 우정을 허락 받기 위해 아버지를 찾아와 악수를 하고 대화를 나눈다.


“(184) 아버지가 다른 사람에게 상처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깨닫는 순간이 유쾌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아버지가 나에게 상처 받을 수 있고, 이제 내가 아버지를 필요로 하는 것보다 아버지가 나를 더 필요로 한다는 걸 깨닫는 순간, 또 내가 실제로 아버지를 두렵게 할 수도 있고, 심지어 마음만 먹으면 *짓뭉갤* 수도 있다는 걸 깨닫는 순간, 뭐랄까, 이런 깨달음은 평상시 효의 관념과 너무 어긋나 애당초 말이 안 되는 것처럼 다가온다. … 늘 양자로 삼기에 좋은 아이가 되려 했던 나는 아버지를 사랑하면서도 새로운 아버지를 찾으려는 시도에서 오는 죄책감을 피할 수 없었다. 내가 아이라나 다른 누구 앞에서 아버지를 비난하고 값싼 이득을 얻으려해서가 아니었다. 단지 내게 주어진 자유를 누리는 과정에서 다른 누군가를 얻기 위해 사랑하는 사람을 내팽개친다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그런 감정이 들었다. 차라리 아버지를 미워했다면 쉬웠을 것이다.”


방금 가져온 문장은 이 소설을 통틀어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문장이나 장면이 전혀 아니다. 그래도 책을 덮는 순간 탁 떠오르는 것을 보니… 어쩐지 내겐 이 부분이 소설의 중심부처럼 느껴지나 보다. <공산주의…>는 미국의 이야기다. 매카시즘 광풍의 전후를 다루고 있으므로 한국전쟁도 살짝 언급된다. 주인공은 ‘아이라 린골드’ 라는 공산주의 신념을 가진 사나이고, ‘나(네이선)’와 아이라의 형이 함께 그를 회상하는 형식이다. (그를 파괴한 것은 과연 신념이었을까요?ㅋㅋㅋ) 


읽기에 따라서는 이렇게도 읽힌다. ‘나’라는 문학 소년이 청소년기에 만난 정신적 아버지들에 대한 이야기. 아이라 린골드, 머리 린골드, 조니 오데이, 리오 글럭스먼 … 외에도 여러 인물이 등장하지만… 일단은 이 정도. 모두가 개성적이면서도 어찌 보면 전형적 인물들이라 (살면서 한 두 번은 만났던 것 같은…? 라고 말하면 내 인생 굴곡진 거 너무 티납니까?ㅋㅋㅋ) 어느 부분에서 네이선이 매료되었는지도 확 알겠다.


그런데 이런 남자들의 이쁨(?)을 듬뿍 받으면서 신나게 성장한 작가 ‘나’가 이런 글을 쓰는 건 너무 당연한 것 같은 거야. 와… 미국 현대사의 정중앙에 놓여 인생 찐하게 살아본 남자 사람들의 이런 경험과 통찰과 이야기들을 아주 그냥 다 쭉쭉 흡수해서 걍 씀. 오류 투성이의 욕망 종자들이 아주 처덕처덕 발라져있음. ‘나’는 사실 작가 본인일 테니…. 진짜… 필립 로스… 나에게 남성 연대란 이런 것임을 알려줘버림. 끌어주고 믿어주고 함께 여자를 혐오하고 수치심을 공유하며 비밀을 덮어주고 나이 아흔이 되어서도 우리는 우리만 이해할 수 있지…하는 진심의 의리를 보여줘 벌임.


그런데 그건 그러타 치고… 진짜… 그 와중에 막 역사 사회적 사건 이데올로기 막 개입하고 막 그것들이 화학 반응해서 이때다 복수하고 파멸 시키고 배신 당하고… 인간 심리 취약함 막 폭발하고… 감정은 복잡하고 인간도 복잡하고… 아, 잘 쓴다 잘 써…. 이러고 있는 데 뭐?! 문학 작파하고 좌익 사상에 빠져 노동 운동에 이 한 몸 바칠까 고민하던 네이선에게 어디선가 리오가 나타나서 글쓰기 팁을 알려줌. 그리고 난 또 이걸 받아 적네?


“(370) 기숙사 방으로 데려간 목적은, 나 역시 대중을 미워하게 만들어 내 산문을 파멸에서 구하기 위해서였다.”

“(374) 네가 예술가라면 뉘앙스는 너의 과제야. 너의 과제는 단순화가 아니라고. 네가 아무리 단순하게 헤밍웨이풍으로 쓰겠다고 작정해도 너의 과제는 뉘앙스를 전하는 거다, 복잡하게 얽힌 걸 명료하게 하고 모순을 수용하는 것. 모순을 지우고 모순을 부정하는 게 아니라 그 모순 안에 놓여 있는 고통 받는 인간을 보는 것이야. 혼돈을 허용하고 그걸 받아들이는 것. *반드시* 그걸 받아들여야 해. 그렇지 않으면 선전이 돼버려. 정당을 위한 게, 정치 운동을 위한 게 아니라면 인생 자체를 위한 멍청한 선전이 되겠지. 선전하고 싶은 인생이 있다면 말이지만.”

“(375) 특수성의 본질은 규범에 순응하지 않는다는 거다. *고통을 일반화 하는 것, 그게 공산주의고, 고통을 특수화하는 것, 그게 문학이야.* 그 대립에서 적대성이 나와, 모든 것을 단순화하고 일반화하는 세계에서 특수한 것을 살려내는 행위, 바로 여기서 교전이 벌어지는 거야. 공산주의를 정당화하려고 글을 쓰면 안 돼. 자본주의를 정당화하려고도 글을 써서도 안 되고. 어느 쪽에든 발을 들이면 안 돼. … 너는 이 세계와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아주 다른 방식으로 다루는 사람이야. 정치 투사는 세계를 변화 시킬 신념을, 강한 믿음을 소개하고, 예술가는 이 세계에 들어설 자리가 없는 창작물을 소개하지. 그 창작물은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어. 예술가는, 진지한 작가는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는 걸 소개하는 거야.”


문제는… 필립 로스는 저 꿀팁을 진짜 자기 소설에 구현하고 있다는 것이다. 고통을 일반화해서 삶의 동력으로 삼아버린 아이라 린골드를 비롯 아주 인간들이 펄떡펄떡 살아 숨쉰다. 솔직히 소설 내내 여혐이 낭낭한데 다 있을 것 같은 여자들이긴 하다. 즉, 이 아재는 어떤 의미에서는 여자 연구도 끝나신 분인 듯ㅋㅋㅋ (여자에 대해서 1도 고민 안하고 다 아는 것처럼 쓴 동양남작가들같은 여혐은 아니다) 암튼 고통을 특수화하는 문학을 어떻게 구현했는지 알고 싶다? 이 소설을 읽으세요. 띠용. (하지만 작가가 너무 미국 역사 덕후라 초반에 좀 힘이 많이듬)


아이라 린골드. 아이언맨…. 지나치게 허술한데 넘나리 뜨거운 공산주의자…. 아니 혁명가가 가장 갖고 싶은 게 가정과 자기의 아이인 게 말이 되나요…?ㅋㅋㅋㅋㅋ 하지만 말이 되지. 필립 로스니까. 그리고 인간은 원래 말이 안돼지. 푸하하하하.🤣🤣🤣🤣 문제는 인간이 모순 적 인거랑 상관 없이 인생은 더 엉망진창이라는 거야. 크허허 크하하 ㅜㅜㅜ 인생은 한치 앞을 내다 볼 수가 없고, 엉성한 인간들이 만든 세상은 별 시덥 잖은 것을 크게 부풀려서 주인공들을 막 후두려 패고, 너무 처 맞은 인물들은 복수하고 싶은 데 멍청하고, 알고 보면 다 지가 싼 똥이고, 여차 저차 지혜로워지고 나면 이미 늙고 병들어서 곧 죽어버리지…ㅜㅜ (소설은 이런 내용이 아닙니다…)


그런데 진짜 재밌는 게 뭐냐면, 모순 왕 아이언맨이 모순없는 조니 오데이보다 천 만배는 인간적이면서 매력적이라는 거고… 그런 ‘나’가 머리 좀 컸다고 모순왕에 실망하면서, 모순없는 인간에 확 매료되면서도 결국 ‘나’ 자신은 모순인 것을 알고 자기한테 실망해 화자가 울어버리는 그 지점… 그 지점에서 와~ 나는 박수를 치는 데, 또 그 와중에 다른 정신적인 아버지 등장인물이 우는 ‘나’를 조롱하고 앉아 있네ㅋㅋ?ㅋㅋㅋㅋ 대체 네이선의 아버지는 몇 명인거냐…ㅋㅋㅋ 로스옹은 아버지가 많아서 글을 이렇게 잘 쓴 건가? 그런 건가요? 궁금하네요. 말 좀 해주세요.


아무튼 책을 읽는 우리는 모두 시종일관 아이언 맨 왜저뤠… 이런 시선으로 보다가 진짜 빨갱이 인 것만 빼면 넘나 형편없는 쓰레기라 ㅋㅋㅋㅋ 근데 빨갱이가 이 인간의 코어임ㅋㅋㅋ 하지만 빨갱이가 그러면 안되지 않나?ㅋㅋㅋ 그런 걸 다 하는 빨갱이라 매력적인 빨갱이라고요 ㅋㅋㅋㅋ 여튼 읽다 보면 독자는 계속 왜 저뤠… 하는 나 자신이 더 엄청난 모순(내 앞가림 못함)을 가진 존재임을 깨닫게 되고요? …… 그리고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 가서 완전히 하…. (나한테는 반전이었지만 남들한테는 반전 아닐 수 있음.) 이걸 이렇게 쓴다고요? 


와.. 거장한테 이런 말 하면 안될 거 같은 데… 필립로스 옹… 이 아메리칸 girl 여우같은 girl 🦊 365일 춤만출래…. 나 지금 뭐 쓰고 있냨ㅋㅋ(흥분했음)ㅋㅋㅋㅋ 에이쒸….


모든 것을 단순화하고 일반화하고 싶은 건 내 욕망이다. 그렇게 하면 삶이 편해질 것 같았냐? 그렇지도 않고, 미학적이지도 않은 것 같다. 뒤메질, 뒤메질 처럼 살아야지… 그래야 관대해진다….


언젠가 잠자냥님이 나이 들면서 점점 사회 과학 읽는 병 탈출하고 문학 읽는 독서가로 정착했다고 했는 데….

아… 알고는 있었지만 잠자냥님 진짜 깨달으신 분이셨고요… 그리고 질 좋은 문학 한편은 이렇게 사람을 초라하게 만듭니다…. (사람 참 초라해진다….)


“(366) 사회에 반항하고 싶어? 그렇다면 내가 방법을 알려주지. 잘 쓰는 거야.”


네. 로스옹의 이 불한당 같은 가르침. 뼈에 새기겠습니다.


그러니까 이… 이상한 독후감은… 단발머리님께 헌정 하는 데요… 이 책은 단발머리님이 나한테 선물한 책 이거덩요… 근데 단발님 <공산주의…> 보셨어요? 이거 정도면 중간 맛이라는 데… 매운 맛은 어떡해? 읽고 싶은 데…ㅜㅜ 겁이 난다. 좋아하기 싫은 데…. 매운 맛 읽고 필립 로스 너무 좋아하게 되버릴까봐… 아… 내가 바로 미국 남자못잃어였어… 나라는 페미니스트…ㅋㅋㅋㅋㅋ 정말 끔찍하다ㅋㅋㅋ 


난 정치를 하면 안되고 예술을 해야 하는 몸인가 봄ㅋㅋㅋㅋㅋㅋㅋ 바로 어저께 좋은 것 가장 좋은 것을 ‘별’로 박아놓고 추구하겠다고 써놓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


아 참, 그런데 이 소설 이렇게 끝난다.


“(538) 별은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이다.”


모든 사람은 우울에 빠지는 성향을 타고나지만, 일부만이 우울을 습관화한다. 어떻게 습관이 되는 걸까? …. 배신을 당하면 그 습관이 생기는 거야. 정답은 배신이었어.

🦊 나는 여기서 어떤 질문을 하게 되는 데. 배신당하지 않으려면 역시 믿지 않는 것이 최선 아닐까 하는. 그러나 매번 배신이 두려워 믿지 않겠다고 몸부림쳐도, 결국 믿고 싶은 대로 믿어야지 그나마 숨쉴 틈이 생기는 것 아닌가. 배신에 익숙해질 것인가. 믿지 않을 것인가. 이것은 같은 말인가, 다른 말인가. - P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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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7-08 10: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제 공쟝쟝님도 필립 로스 팬이군요 ^^ 여자 연구 끝낸 필립 로스라고 평가하시다니 ㅋ 전 필립 로스가 너무 남성(?)적이어서 이렇게 써도 돼? 이런 느낌을 받았었습니다 ㅎㅎ
주커먼 시리즈도 괘않지만 후반기 4부작(죽어가는 짐승 등) 정말 좋습니다~!!

공쟝쟝 2022-07-08 11:12   좋아요 2 | URL
팬 하기 싫었는 데. 매운맛 중심으로 찾아 읽으려고요.... 일단 <공산주의자...>만 읽었기 때문에 작가의 여성관에 대해서는 알았다고 보기 힘들지만... 전 읽는 내내 좀 복잡한 마음이 듭디다. 등장하는 남성 인물들의 깨달음(?)과 쾌락을 위해 수월하게 등장하고 또 사라지는 여자들이지만, 단 한 명도 개성 없지 않았어요.

히스테릭하 건 창녀 건 삶에서 터득한 고유한 욕망과 고유한 지혜를 가지고 살아 움직이는 모습이어서 (저는 자신의 위로 받고 싶은 욕망을 투사 해서 자아 없는 여자들을 그리는 남자 작가들 작품이 역겨운데요... 로스의 여성들은 적어도 자아는 있습니다. 뒤틀려서 문제지 ㅋㅋㅋ) 이해가 갔고... 그녀들의 몸이 성적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여성의 몸이라는 것 빼고는(그것을 자원화 하고 있다는 지점?) 로스의 소설에 나오는 다른 남성 인물들과 똑같이 입체적이고 고약했어요. 그러니까 필립 로스가 여성혐오적이라기 보다는 필립 로스가 이해한 인간과 사회가 여성 혐오적인 거다?

게다가 이 책의 경우는 야하지 않았습니다. 야한 장면 없던 데? 있었나? 있었을 수도.. 그런데 안 야하게 느껴진걸로 봐서는... (이건 순전히 내 문제 일 수 있음..) 여튼 좀 더 생각해볼게요. 하.. 복잡한 마음이고요. 그래서 더 약올랐던 문장입니다.

˝사회에 반항하고 싶어? 그렇다면 내가 방법을 알려주지. 잘쓰면 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오만해. 본받는다 내가. 저거.

새파랑 2022-07-08 11:55   좋아요 2 | URL
야한걸 찾으신다면 <죽어가는 짐승> 추천합니다 ㅋ 필립 로스 책에 나오는 인물들은 다 평범하지 않은거 같아요. 다 공쟝쟝님 처럼 개성 넘칩니다~!!

공쟝쟝 2022-07-08 12:46   좋아요 2 | URL
공쟝쟝님 처럼…. 아 저번에 누구 보고 공쟝쟝님 처럼 이라고 또 해서 진짜 화났는 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안나카레니나였낰ㅋㅋㅋㅋㅋㅋ 저 도덕적인 사람예요 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2-07-08 10:2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단발님은 이 책 읽으셨을 걸요?
필립 로스 매니아시잖아요.^^
저는 휴먼 스테인 1 권 조금 읽고, 애브리맨 단편 읽었었는데, 애브리맨 읽고 헉!! 했었던 기억이...굉장히 야한데, 읽고 나니까 인간 심리 묘사가 굉장히 빠져들게 하는 매력이 있는 작가란 생각이 들더이다. 이게 뭘까? 싶었죠.
이 책 단발님 극찬한 책 아녔던가요?
눈여겨 보곤 있었는데 공쟝님도 인정한 듯한 느낌이군요?^^

공쟝쟝 2022-07-08 11:14   좋아요 2 | URL
이거 진짜 대작이라... 두껍고 초반에 뭔가 장황해서 진입 장벽 힘들었는 데, 인물들에 공감하는 순간... 아 맞아 인간이 이래.. 인간이 이렇지.. 흑 인간이 이래요.. 이러면서 읽게 됩니다. (내 인간관 어쩔 것이냐...)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는 데.. 이 정도면 중간 맛이라고 해서 어디 한 번 보자 이러면서 더 읽어보려고요. 치명적인 미국 꼰대의 맛. 이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2-07-08 17:02   좋아요 3 | URL
책나무님 / 단발머리는 이 책을 읽었답니다. 내가 무슨 책 읽었는지도 아는 세상 ㅋㅋㅋㅋㅋㅋㅋㅋ 알라딘은 진짜 원더플 유니버스, 마이 파라다이스!! 전 필립 로스를 매우 애정하고 사랑합니다. 아, 간만에 한 권 읽어야겠네요.

쟝쟝님 / 로스는 읽으면 읽을수록 깔게 나옵니다. 치명적인 미국 꼰대의 맛, 맘껏 느끼시구요. 사진 보면 아시겠지만 얼굴에 ‘나 유대인‘ 써있어요. 그 시대, 그 상황을 헤쳐나가는 이민자로서의 시선, 어려움을 쪼금 생각해주시기 바라구요. 아, 로스 이야기하니까 왜케 신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2-07-09 00:12   좋아요 2 | URL
저 읽을 건데 필립로스를 사서 읽지는 않으려는 ㅋㅋㅋㅋㅋㅋㅋ 치졸한 복수계획 세웠어요 ㅋㅋㅋㅋㅋㅋㅋ (ㅋㅋ근데 이미 집에 두 권 있음ㅋㅋㅋ)

잠자냥 2022-07-08 11:2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괜찮아요. 필립 로스 <포트노이의 불평> 읽으면 확 싫어질 거야.
내가 코넬 싫어하는 수준으로 ㅋㅋㅋㅋㅋ

공쟝쟝 2022-07-08 11:38   좋아요 3 | URL
아이코 그럼 정뗄때는 그거 읽고 당분간은 좀 즐기자 ㅋㅋㅋㅋ 휴먼스테인 아니면 네메시스 ㅋㅋㅋㅋ 고고싱 ㅋㅋㅋㅋㅋㅋ 그전에 죄와벌 봐야함 ㅋㅋㅋㅋ (행복하다 행복해 ㅋㅋㅋㅋ)
그리고 잠자냥님아 나 코넬 좋아해 ㅋㅋㅋㅋㅋ 잠자냥 바보!!!!

잠자냥 2022-07-08 11:48   좋아요 3 | URL
알아요! 쟝쟝이 코넬 좋아하는 거!
내가 코넬 싫어한다고 단발머리랑!!! ㅋㅋㅋㅋㅋㅋㅋ
나 바보 아님 오줌싸개지 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2-07-08 11:50   좋아요 3 | URL
잠자냥… 당발머리님은 포트노이의 불평이 최애 작품인 사람이야 ㅋㅋㅋ 인간이 이렇게 모순덩어리 라고요 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 필립 로스는 대작가가 맞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인간 모순 절 정 단 발 머 리 !!

새파랑 2022-07-08 11:56   좋아요 3 | URL
<포트노이의 불평>은 정말 비추입니다 ㅋ

잠자냥 2022-07-08 12:40   좋아요 4 | URL
근데 단발머리 님 페미니스트임.......
나 그래서 내 안의 혼돈 뚜껑 열렸었음..
아...아니, 필립 로스를 그래요, 좋아할 수는 있지요, 그의 작품도 좋아할 수 있지요. 그런데!!! 다른 작품도 아니고 어떻게 <포트노이>가 최애가??!!! 코넬도 싫어(용서 못)하면서 어떻게?! 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2-07-08 12:45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 그쵸? 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 잘쓰면 됩니다 ㅋㅋㅋㅋ 잘쓰면 ㅋㅋㅋㅋ 아 필립 로스여 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방법을 알려주지 잘쓰면 돼ㅋㅋㅋㅋㅋㅋ 아 진짜 화난다 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7-08 13:59   좋아요 5 | URL
저는 포트노이의 불평 재미도 없고 기억나는 것도 없거든요?(다시 읽어봐야겠어요) 근데 <휴먼스테인> 있잖아요. 이거 읽으면 필립 로스가 막 싫으면서 싫어할 수 없는.. 막 그런게 있어요. 쟝님이 말한것처럼 굳이 이따위로 페미니스트를 까야 했나 싶으면서도 또 그 여성의 마음도 막 손에 잡혀. 환장하겠다니까. 인간의 모순 이랄까 내면이랄까 이걸 기가 막히게 잘 그려요. 진짜 천잰가 싶을 만큼. 그래서 싫어하고 싶은데 그렇다고 너무 싫어! 막 이렇게 할 수도 없고, 누가 좋아하는 작가냐고 물으면 거기에도 답할 수 없는 작가인데 그런데 작품들을 다 읽어보고 싶어요. 대환장 지점이라니까. 저는 휴먼스테인이 싫으면서 천재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실 제가 필립 로스의 책 몇 권 읽으면서(에브리맨,울분,휴먼스테인,포트노이의 불평,죽어가는 짐승, 유령퇴장,네메시스) 감탄해서 무릎 꿇은 건 <네메시스> 였어요..... 하아- 어쩐지 분하지만.. 네메시스가 너무 좋아요 ㅠㅠ 단발님은 로스의 포트노이의 불평 좋아하시고 저는 네메시스.....

공쟝쟝 2022-07-08 15:10   좋아요 3 | URL
다락방님 분해하지마요! 다락방님은 잘쓰잖아요? 잘쓰면 돼요 ㅋㅋㅋㅋㅋㅋㅋ 물론 저는 여자들 보라고 쓰는 데요ㅋㅋㅋㅋ 진짜 잘쓰는 글은 남자들도 보겠지요 ㅋㅋㅋ (그 지점에선 사람 눈 다 똑같음)ㅋㅋㅋㅋ 다락방님 글은 남자들도 볼걸요?ㅋㅋㅋㅋ 왜? 잘쓰니까 ㅋㅋㅋ 잘쓰면됩니닼ㅋㅋㅋㅋㅋㅋㅋ 그 지점에서 다락방님한테 좋아요 못누르면서 읽고 있는 남자들 많을 걸요ㅋㅋ?ㅋㅋㅋ 잘쓰세요 그럼 인정해드립니다.ㅋㅋㅋㅋ

단발머리 2022-07-08 16:52   좋아요 3 | URL
여러분~~~~~~~~
저 독서모임 언니님들 두 달만에 만나서 이야기 나누고 있는데 이런 아름다운 페이퍼가 올라왔다고 누가 알려줬어요.(진짜 찾아오는 서비스) 저 너무너무너무 읽고 싶은데 언니님들이랑 헤어지고 집에 뛰어와서 씻고 이제야 자리에 앉았어요. 필립 로스 이야기 나랑 할 사람 누구에요? ㅋㅋㅋㅋㅋㅋ

잠자냥님 / 필립 로스를 좋아해도 된다고 말씀해 주셔서 감사해요. 제게 필립 로스는 완벽한 길티 플레저이고 ㅋㅋㅋㅋㅋㅋ 페미니즘과 연관해서 생각할 수 밖에 없는데요. 저는 2014년과 2015년에 그의 소설을 10권 정도 읽었습니다. 페미니즘 공부는 2015년 하반기에 시작했구요. 전, 필립 로스를 다르게 볼 수 있다는 걸 ‘모르고‘ 읽었습니다. 지금은 물론 다른 감상이 나올 거라 생각하고요. 하지만, 그를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은 그대로입니다. (존경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애정합니다. 쟝쟝님이 뭘 몰라서 그러는데요 ㅋㅋㅋㅋㅋㅋ 저의 로스 최애작은 <유령 퇴장>입니다. 예전에 골드문트님이 안 써야 할 작품이라고 하셔서 제 맘을 아프게 하셨던 작품입니다. 코넬 미움으로 단결된 우리 마음.... 놓칠 수 없어요. 가지 마요, 잠자냥님!!

새파랑님 / <포트노이의 불평> 별로라 하신 마음 이해합니다. 저는 그 마음 이해합니다. 하지만, 제가 <포트노이의 불평> 우리집 아이들 앉혀놓고 밥상머리에서 읽어줬던 거는 모르시지요? 로스는 그렇게도 읽힐 수 있답니다. 저는 그랬습니다 ㅋㅋㅋㅋㅋ (유대인) 부모의 사랑과 음식에 대한 강박이 제게는 정말 크나큰 충격과 기쁨이었거든요. 그나저나, 제 기억에 제가 필립 로스 매니아 2번째였고 로쟈님이 1번째인줄 알았는데, 저 3번째네요? 새파랑님이 1번째 마니아시더라구요? 언제 다 읽으신 거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님 / 전 진짜 다락방님 댓글이 다 제 마음이라서 ㅋㅋㅋㅋㅋ 그냥 그대로 제 마음이에요. 로스가 극렬한 프로이트주의자라는 걸 최근에는 더 많이 느끼게 됩니다. 근데 심리를 파고드는 글솜씨와 문체... (사실 영어라 잘은 모르지만요) 천재의 반열이라고 생각합니다. 난데없이 저의 로스 순위표 놓고 가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유령 퇴장 > 휴먼 스테인 > 포트노이의 불평 > 에브리맨 > 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 > 네메시스 > 울분 > 굿바이, 콜럼버스 > 미국의 목가 > 죽어가는 짐승

공쟝쟝님 / 내가 언제 그렇게 말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나는 <유령 퇴장>을 젤 좋아하고요. 위에 표 보니까 포트노이는 3위네요. 상당히 높은 거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쟝쟝님 페이퍼 읽는데 책 내용이 정말 가물가물해서 (2014년이니까 8년 전, 그 때의 나는 이미 이 세상에 없음) 읽었나 싶기는 한데, 쟝쟝님의 페이퍼 읽는 것만으로도 넘넘 좋아요. 필립 로스 좀 더 읽어봐봐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새파랑 2022-07-08 18:59   좋아요 1 | URL
앗 ㅋ 단발머리님 <포트노이의 불평>을 읽어주셨다니 놀랍습니다 ㅋ 전 다른(?) 부분 때문에 좀 충격적이더라구요~!

전 <에브리맨>과 <휴먼스테인> 두 작품 꼽아봅니다~!!
제가 1번째 마니아라니 충격이네요 ㅎ 저는 필립 로스 열세권 읽은거 같습니다~!!

공쟝쟝 2022-07-09 00:09   좋아요 2 | URL
단발님이 <포트노이의 불평>을 보면서 사람마다 어두운 부분이 있는 데 단발님의 어두운 부분이라고 그걸 사주시려고 교보에 갔는데 절판이라 아쉬운대로 <공산주의>를 들려주셨지요.. 당연히 제일 좋아하는 책이 포트노이일줄 알았지 뭐예요? 팩트 정정 인정하겠스미다. // 필립 로스가 프로이트주의에 영향을 받았군요. 그렇다면 제가 크으-한 데에는 그 부분이 작용을 할 것도 같아요. 그런데, 저는 ‘경험‘요. 그가 만난 세상과 세상과 치고 박고 싸운 많은 남자들의 경험담. 그게 로스옹의 글 솜씨와 만난 부분이 분명있다 싶어요. 강렬한 체험은 강렬한 글을 쓸 수밖에 없게 하는 동력이 되죠. 여자들의 경험치가 더 넓어질 수록 좋은 글은 더 많이 나올거고, 그 때 즈음은 필립로스 따위 진짜 빠이짜이지엔 할 수 있겠다.. 이런 생각 했어요. 여자들이여, 모험과 여행을 두려워하지 맙시다 ㅋㅋ 뿅!

반유행열반인 2022-07-08 22: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직 누가 새버스의 극장 읽고 리뷰를
잘 안 써줘서…거기야말로 빻음의 결정체 동서고금 통틀어 콩콩 빻음 그런데 또 그게 악한도 아니고 엄청 흔남 흔한 말년 맞이한 남성의 전형 같은 변태가 하나 나오는데…저는 필립 로스 아끼느라 몇 개 안 봤지만 그게 제일 매웠어요…저런 말년일까 매우 두렵고 ㅋㅋㅋㅋㅋㅋ공산주의자 모셔놓고 오래 안 봤는데 봐야겠네요 한 12월쯤….(6월 완독 도서 단 한 권 현우진의 뉴런1…얘도 개빻았는데 버티다 결국 메가스터디에 돈 갖다 바침…ㅋㅋㅋㅋㅋㅋㅋ왜 소설가도 심지어 강사 나부랭이도 특정 분야 우수한 애들은 콩콩 빻은 걸까요…)

공쟝쟝 2022-07-09 00:11   좋아요 3 | URL
세상이 빻았으니까요 ㅋㅋㅋ 세상에 적응 잘한 남자들일 수록 빻음이 체화되어있겠죠? ㅋㅋㅋ 냅둬요. 고쳐서 못써요. 나나 잘 고칩시다 ㅋㅋ (그래도 잘쓰는 건 부럽다.)
 
구원은 구원하지 않는다
라파엘의 경우
깊은 강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60
엔도 슈사쿠 지음, 유숙자 옮김 / 민음사 / 2007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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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젯 밤엔 <깊은 강>을 읽고 레비나스를 떠올렸는 데, 잠들 기 전에는 아리송했다가 아침에 일어나니 좀 알겠다. 언제가 <소피의 선택>을 읽고 썼던 무력감과 구원서사에 관한 페이퍼(링크:https://blog.aladin.co.kr/jyang0202/12799417) 가 있는 데, 그 이야기와 일맥 상통한다. 2차 대전 혹은 전쟁 이후에 남자 작가, 철학가, 사상가들이 천착한 어떤 인간과 고통에 대한 이야기에 대해. 파고 파고 또 파내려간 심오함이 도달하는 지점에 그들은 ‘사랑’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자신의 내면이든 세계의 무엇이든 ‘모성적인 어떤 느낌’을 설명에 섞는 데 —나의 고통은 그들의 고통과는 다르므로 윤리적 비아냥은 할 생각이 없다— 여기에 그것이 그들의 삶을 가능하게 한, 메일 바디가 경험(체험)한, 고통에 대한 어떤 안도가 있나보다… 하고 추측할 뿐이다. 그리고 난 그런 안도/구원을 구할 수가 없으니 이 지점에서 차라리 한나 아렌트(끝까지 안도하지 않기를 주문한)에 관심이 생겨버린다.

2.
이소베, 누마다, 기구치, 심지어 오쓰까지… 이 소설에서 엔도 슈사쿠가 그린 남성 인물들 모두에 나는 이입할 수 있고 이해할 수 있었다. (이런 독서는 어렵지 않다.) 그러나 그가 쓴 미쓰코에 대해 (그가 뭘 그리고 싶은지는 알 것 같았는 데)선 딱 절반 정도만 이해했고 이입했다(추후에 <깊은 강> 읽은 여자 독자들의 이입량이 궁금하다). 그리고 이소베의 아내에 대해선 거의 이해하지 못했다. 미안하지만, 이소베의 아내는 이소베의 판타지거나 엔도 슈사쿠의 판타지다. 그러므로 엔도 슈사쿠는 ‘남자’ 작가다.
쫌 더 성급한 일반화로 가볼까? 슈사쿠가 내세운 인물중 가장 깨달은 자에 가까운(?) 오쓰는 남자고, 그를 시험하며 온갖 위악을 떠는(그 역시 슈사쿠의 내면이겠지만) 인물 미쓰코는 여자다. 일본 전후 문학의 거장 엔도 슈사쿠여, 왜 그렇게 캐릭터를 할당했나요?


3.
인물들이 ‘인도’까지 가서 만난 뒤 인상 깊게 소회하는 소설에 등장하는 (하, 독을 견디며 젖이 쪼그라들어 말라붙은 상태로도 젖을 물리는ㅋㅋㅋㅋ)수난의 여신은, 그 모든 고통과 기아아와 죽음을 ‘견디는’ 메타포다. 나는 여기서 읅ㅋ했다. 으어어, 참으로 인류는 고통을 견디는 주체에 여신을 할당(?)하기를 즐기는 도다(자, 이 지점은 읽고 있는 <가부장제의 창조>를 마저 다 읽고 까는 것으로 하겠다.) 그러므로 차라리 천형 앞에 모두를 위해 대신 고통 받는 주체로 젊은 남자인 예수를 할당한 기독교가 양심(?)있게 느껴져버리는 나다(ㅋㅋ).

고통받은 동아시아 남자는 예수를 양파로 바꾸어 부르지만 나 역시 무엇으로 바꿔 불러도 상관 없다. 내게도 이 지독한 삶을 견딜 신이 필요하고, 양파가 필요하고, 기도가 필요하고, 어떤 나만의 내면이 필요하다. 고통의 경험 앞에서 그것의 의미를 희구하는 각자들 만이 발견해 낼 수 있는 태도, 방법, 반응이 있는 것 같다. <깊은 강>은 그에 관한 이야기다. 나는 이를 구원이라고 부르지 않고 의미라고 잠정적으로 부르고 있는 데, 그 의미의 결론으로써의 어떤 삶/죽음이 있다고 하면 오쓰의 경우 혹은 엔도 슈사쿠의 경우는 품위있게 느껴진다.


4. 공쟝쟝의 경우.


천착, 나는 뭔가를 찾고 있다. 그게 뭘까.

공허함?
나는 공허하지 않다. 삶 자체가 허무하긴 하지만 미쓰코가 느끼는 무료함에 가까운 공허는 잘 모르는 감정이다.

빈 곳?
나는 비어있지 않다. 내가 허덕이는 것은 없음보다는 차라리 압도적인 있음에 훨씬 가깝다. 당연 나의 내면에도 어떤 진공처럼 빈 공간이 분명있다. 그런데 현재의 나는 그것이 비어져있다는 것을 안다. 내가 관심 있는 것은 비어져 있는 곳이 아니다. (그것이 채워지리라 기대하지 않고, 그것을 채우기 위해 살지 않는다) 채우고 싶다거나 충족하고 싶다는 마음을 불러 일으키는 상황들을 뚫어져라 응시한다. 그걸 쓴다. 그럼 그걸 채우지 않아도 재밌게 살 수 있다.

의미?
지금으로서는 가장 가까운데, 꽉꽉 들어차 있는 삶을 눈앞에 두고 의미에 몰두하는 것은 다른 종류의 의미로 의미가 없다. 덧붙여 자신의 의미부여가 너무도 심오한 나머지 다른 인간의 생산/재생산에 기대면서 안착(?)해버리거나 초극(!)해 버리는 브루주아적/남성적(동서양막론하고) 무의식…은… 그 맹점이 현재 인류에게 너무 치명적이기 때문에… 와따시는 다른 독자들처럼 그저 심오한 인간애에 감격해서 별 다섯을 줄 수가 절대 없는 것이다.

2차 대전같은 거대한 것을 겪지 않은 나 역시도 (그러나 꼭 그런 거대한 걸 겪어야지 거대한 사유를 해낼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고통 이후에 삶을 재건하는 방법에 관심이 많다. 어쩌면 이것이 내가 천착하는 혹은 천착해야 할 주제일지도 모르겠다고. 어제 그런 생각을 했다. 각자의 재건 방식이 있겠지만 그것은 내게 신의 존재나 구원은 아니다. 굳건한 물적 토대(피부에 와닿는 것…)와 현실 인식(고통은 현실로 부터 달아나려는 특성이 있는 것 같다)에 근거한 어떤 삶의 태도이고 실천인 데… 아, 아직은 구체화되지 않았으므로 표현이 쉽지가 않다. 그냥 막연히 아렌트… 푸코… 뇌과학… 읽으면…? 이러고 있다.

사실 몇 년 동안 일기를 쓰면서 난 그것이 ‘언어’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더란다(이 지점에서 버지니아 울프가 생각난다). 그런데 지금은 언어는 내가 활용할 수 있는 가성비 좋은(비교적 싸다) 재료일 뿐, 내가 살고 싶은 현실 자체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5.
운동을 가야하기 때문에 글을 성급히 마무리 짓자.
‘제2의 성(여성)’인 내 안에 있는 *신*은 ‘고통받는 주체’이기도 전에 먼저 ‘타자’로서 체험된다. 그것이 나의 분열이고, 허덕임의 기원이며, 어쩌면 글쓰기를 일으키는 역량—크리스테바는 이러한 글쓰기가 곧 사랑의 활동이라고 했다. 아, 크리스테바 읽고 싶어ㅠㅠ—이다.
고통이 고통인지도 몰랐던… 내가 분명히 있고, 온전한(온전할 수 있을까?) 자아감의 회복 이후에야 나의 *신*은 정말 ‘신’ 처럼 경험되는 것일지도🤔.

엔도 슈사쿠는 혹은 오쓰는 자신 안에 있는 신을 그렇게 경험하고 살아보려고 했을 테다.
나 역시 그렇게 살면 되지 않을까. 내 안에 있는 *신*을.

덧1, 이소베의 아내는 환생하고 싶지 않았다에 내 손톱을 걸지. 만약 환생한 세상이 2010년대의 한국이라면 페미물 꼭 먹으세요. 환생하고 싶지 않아지실 거에요.
덧2, 그러므로 여기까지가 일본 문학의 성취이자 한계인가? 그렇다면 몇 년 전 내가 일본 남자 소설가들의 작품을 다시는 안 읽고 싶다고 했던 이유는 분명해진다. 하지만 그렇게 치자면 인류가 생산한 숱한 고전은 9할 이상이 남자들의 작품이므로… 피할 수 없으면 즐겨야 하는 상황인데. 즐겨지지 않음에 내 훌륭함이 있는 것이지. 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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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6-24 12:0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공쟝쟝님의 리뷰도 수긍이 가고 새파랑님의 리뷰도 수긍이 갔으니 이건 결국 직접 읽어봐야 알겠네요. 저는 어느쪽일까요? 제가 궁금해서 다음주 도서관 갈때 이 책 들고 오는걸로... ㅎㅎ

다락방 2022-06-24 13:17   좋아요 4 | URL
저는 바람돌이 님의 리뷰도 기다리겠습니다!! 저도 이 책 사놨기 때문에 제가 어떻게 감상할지도 궁금하네요. 저는 일단 <침묵>이 너무 좋았습니다. 후훗.

공쟝쟝 2022-06-24 17:45   좋아요 2 | URL
헤헤! 사실 좋은 책인 데, 너무 좋다는 리뷰 일색이라 관종(?)돋아서 먼저 까고 시작한 게 좀 있습니다. 아무리 잘써도 남자 작가는 앞으로 별 다섯 안 주겠다는 것이 (푸코 제외 ㅋㅋㅋ 그는 게이....?) 저의 나름 결심이었...는 데.... 사실 뭐 그래도 정말 좋은 책은 별 다섯 주겠지만.... 아무튼 ............. 저도 참 헤르만 헤세 좋아하는 데, 헤르만 헤세 책 읽다보면 딱 정떨어지는 지점이 있거든요. ㅋㅋㅋ <깊은 강>도 정이 딱 떨어지는 지점이 딱 와버렸는 데.. 나중에 회복해주지 않을까? 하면서 꾹 참고 읽었는 데.... 음......... 서양남이 아닌 동양남의 결론이군. 하면서 끝났어요....

미미 2022-06-24 13:2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쟝쟝님 별 3개인데 수준높은 리뷰 인걸요?!! (저는 별3개의 경우 거의 안쓰는데ㅋㅋㅋㅋ일단 던져버림ㅋ)저도 어떤 작품들을 읽을때 걸리는 것들이 있는데(여성학 공부하며 더더욱) 공부하고 알면 알수록 앞으로도 더 그럴것 같아요! 너무 좋은 면! 엔도 슈사쿠는 계속 읽어보려고 하는데 <깊은 강>을 읽고 쟝쟝님의 리뷰를 다시 보렵니다.^^*

공쟝쟝 2022-06-24 17:47   좋아요 1 | URL
저는 별을 아예 안다는 책들도 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시간을 버렸는데 굳이..... 달아야 하는가? 그러다가 아 이건 좀 까서 알려야겠다 하면 복수의 마음으로 별 둘 별 하나 ㅋㅋㅋㅋㅋㅋ 전 상반기 알라디너들의 원픽인 듯한 <침묵>까지만 읽고 패스하렵니다. 침묵은 마음이 소란할때 한번 읽어보겠습니다.

잠자냥 2022-06-24 15:23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깊은 강>에서 레비나스 어리둥절..ㅋㅋㅋㅋㅋ
남성 작가들이 쓴 여성 캐릭터 한계점 많지요. 그럼에도 저는 작품에서 무엇을 더 중요하게 볼 것인가 하다 보면, 결국 엔도 슈사쿠 작품은 그런 면은 그냥 넘길 수 있게 되더라고요. (물론 그냥 넘길 수 없는 작가도 있습니다...대표적인 예 하루키)

공쟝쟝 2022-06-24 18:27   좋아요 3 | URL
제가 <깊은 강>이 아니라 <침묵>을 먼저 만났더라면, 혹은 여러분들의 극찬이 없는 채로 이 책을 만났더라면 (아... 그러면 안 읽었을 거 같아.. 극찬 안했으면 안읽었습니다 백퍼 ㅋㅋㅋㅋ) 또 모르겠습니다..? 근데 기대 높아서 읽기 시작했는 데 계속 ‘그런 면‘을 넘길 수 없는 지점을 참다가 중간에 살짝 오 좋은데? 이러다가.. 결국..... 딱 술맛 떨어져버린 부분이 나왔어요.
갑자기 레비나스 등장시킨 것은... 그가 홀로코스트 이후를 천착한 철학가이고 그의 철학에 대해 제가 잔뜩 기대하면서 읽다가 딱 술맛 떨어지는 부분이 나와서 화딱지났던 부분이 있었거든요 ㅋㅋㅋ 그 지점이 두 거장에게 정확히 공명해서!! 그렇습니다.
이이들의 철학과 문학에서 제가 간과할 수 없는 바로 그 지점에 현 세대의 몫이 있고(이들은 전후 세대로서의 몫을 다했습니다), 그들의 천착의 깊이가 얕다는 것이 아니라 그걸 넘어서는 다른 프레임을 제시해야 다음 단계로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이게 해결책인 것처럼 붙잡고 있으면 아무 의미가 없어져여...그렇다면 칭찬하기 전에 후진 부분 먼저 짚어줘야한다 생각합니다. 전 좀 급한게... 인류멸망은....이미 임박하지 않았나요?..
일단 제가 심오함과 깊에 비해 이이들이 인류의 해결책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은ㅋㅋㅋㅋ 그들의 이야기가 제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이 1번이고, 근본은 이분들이 남자 몸을 가지고 태어났기 때문인게 큽니다.ㅋㅋㅋㅋㅋㅋ 암튼 거장님들아, 저를 설득하지 못한다면ㅋㅋㅋ 도태된거예여... 2022년에 맞는 걸 읽고 싶다, 나는.
물론 해결책은 하나가 아닐 것이고, 그것이 문학일지 철학일지 페미니즘일지 저는 잘 모르겠는 데요 ㅋㅋㅋ 일단 ‘천착‘할겁니다.

p.s. 전 이 책에서 하루키의 씨앗ㅋㅋㅋ을 느껴버린 것이죠... 한남이 아닌 일본남 감성이랄까...?

새파랑 2022-06-24 17:2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밝고 자기애(?)가 풍부한 공쟝쟝님에겐 어울리지 않은 소설이었나 봅니다~!! 저는 그 환생을 바라는 마음이 인상적이었는데 😅
공쟝쟝님이 찾는건

양꼬치에 칭따오? ㅋ

공쟝쟝 2022-06-24 18:25   좋아요 2 | URL
아니요. 저는 누구보다 고통에 관심이 많은 사람입니다 ㅋㅋ 그건 자기애가 풍부해서가 아니랍니다~ㅋㅋㅋ
이소베는 그렇게까지 사랑할 가치가 없는 남자입니다. 썩 사랑할 능력을 계발한 것 같아보이지 않는 그와 다시 사랑하기 위해 환생까지 불사하신다니요. 일단 저는 환생이 있다면 가능하면 안하고 싶고요 ㅋㅋㅋㅋ (이 한생으로도 충분히 버거웠다) 만약에 환생하고 싶으셨다면 다른 삶을 좀 살아보고 싶으셨던 거라고 생각할렵니다.
사실 뭐 별 셋은 너무 서운해 마세요. 정치적인 입장(?)이 큽니다 ㅋㅋㅋ 일본 전후 문학의 거장! 이신데, 너무 거장이라서.. 후대들이 ㅜㅜ 따라서 쓰나봅니다... 자꼬 여성에 고통을 할당하고 자기 고통의 구원을 여자한테서 찾아.... 그러니까 일본이 도태하지... 아 일본아..

공쟝쟝 2022-06-24 17:4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여러분~ 오해마세요~ 저에게 별 셋은 훌륭한 책입니다 ㅋㅋㅋ
별 둘 부터 복수(? 시간 조금 아까워 내 시간내놔라!)입니다 ㅋㅋㅋㅋㅋ
별 다섯은 나 자신에게 특별한 책이 될 것 같아서 아끼다 보니 ㅋㅋㅋ 아무나 줄 수 없어서ㅋㅋㅋㅋㅋㅋ
대충~ 별 넷이 별 다섯 별셋이 별넷 이라고 생각하시면 될겁니다!! 아놔~~ 이 책 좋은 책임 ㅋㅋㅋ

라파엘 2022-06-24 18:35   좋아요 3 | URL
저는 인내와 희생을 동반하는 사랑을 모성이나 인간애가 아닌 신성으로 접근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이 책의 내용이 의미 있게 다가왔는데, 충분히 쟝님처럼 읽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같은 책을 읽어도 각자의 삶의 경험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나오니까, 이렇게 책을 같이 읽고 대화하는 건 정말 흥미롭고 좋네요 ㅎㅎ

공쟝쟝 2022-06-24 18:46   좋아요 3 | URL
네! 정확하게 짚어주셨어요. 인내와 희생을 동반하는 사랑을 여성에게 주되게 할당하는 것이 인류의 오천년 문화인데, 그것을 짚기 위해서 여성을 은유로 메타포로 한번 더 가져다 써봤자 인류의 절반의 절반은 그걸 숭배/혐오 하는 데 쓸겁니다. 숭배 혐오 하는 자의 입장이 아니라 당해온 입장이고 그런 사회안에서 인내와 희생을 질문없이 수행해온 저로서는 오독이라는 혐의를 받더라도 ㅋㅋㅋ 왜 다른 언어와 서사가 필요한지를 이야기하여야 겠다 싶었습니다 ㅋㅋㅋ 사실 알라딘 전체 리뷰들을 좀 살펴보니까 (동양남 찬양 ㅋㅋ) 더 밸이 꼴렸던 게 큽니다 ㅋㅋㅋ

라파엘 2022-06-24 20:44   좋아요 3 | URL
글에서 간혹 과격하게 표현되는 경우가 있다보니 쟝님을 오해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겠지만, 왜 그런 이야기를 하고 왜 그렇게 표현하는지 좀 더 생각해보면 쟝님을 이해할 수 있어요. 쟝님은 똑똑한 사람입니다!! 늘 공부하며 꾸준히 읽고 쓰는 멋진 공천착!!! 😃

공쟝쟝 2022-06-24 20:54   좋아요 3 | URL
네 이념적 과격성(?)은 저의 성향입니다. 모든 걸 걷어낸 추상화가 가지는 비약의 약점을 알면서도 그걸 상정해야 현실의 진부함을 넘어서는 상상력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페미도 파이어스톤 이런 사람 좋아함ㅋㅋㅋ) 표현의 과격성은 전략입니다. 광고도 어그로 끄는데요, 모… 건강한 호기심을 가진 건강한 인격들은 제 과격한 언어 사용을 찌푸리고 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ㅋㅋㅋㅋ
다만 극강 이상주의자인 저는 현실주의자 친구들과 사귀는 것을 좋아하며, 저를 오해하는 사람들에게 낭비할 시간적 에너지는 없습니다. 왜냐, 책읽고 글쓰고 북플하기 바쁘기 때문입니다. 앗, 그리고 쓰는 저는 이렇지만 말하는 저는 좀 다릅니다…ㅋㅋㅋ

공쟝쟝 2022-06-24 22:57   좋아요 3 | URL
라파엘님은 기분 나빠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도 이 책을 읽고 기분나쁘지 않았습니다. 인간 이하의 고통을 당하는 일본 군인에게 충분히 이입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또 어떻게 했습니까? 먼저 저는 일단 급한 자신의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 타인의 고통과 인내와 희생을 활용하는 치들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런 사람들한테 충분히 당했습니다(제가 만든 고통도 아닌데 말이죠). 그래서 슈사쿠는 오쓰를 가져와 고통의 밑바닥이길 자처하며 신성으로 인내와 희생의 윤리를 설파합니다. 그것은 선택한 삶이고 그렇기에 어떤 품위를 간직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자기 삶을 선택할 권한이 없이 애시당초 고통받이처럼 사용되고 양육되는 인간이 아닌 여자들이 있습니다. (한때 인류는 노예같은 것을 거느렸다고 하더라고요) 여성의 인내와 희생은 천연자원이지요. 그녀들은 전쟁에 참여할 자격도 없지만, 인내와 희생을 거부할 재간도 없습니다. 환생까지 당해서(?) 누군가의 재생산을 돕고, 사랑해드려야 하고, 안도감을 제공해야합니다. 그걸 정말 그녀들이 원했을까요?
저는 이 소설이 (혹은 지금까지의 인류가) 그걸 묻지 않는 다고 봤습니다. 다른 이야기가 필요합니다. 아직 하나도 이야기 되지 않았습니다.

라파엘 2022-06-25 00:05   좋아요 3 | URL
소설에 대한 해석이나 감상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쟝님의 문제의식에 동의합니다!! 인내와 희생이 스스로의 선택에 의한 것이 아니라면, 그것은 당사자들에게 숭고한 사랑이 아니라 단지 억압이고 폭력일 뿐이지요... 정말 필요한 이야기들을 쟝님이 해주어서 진심으로 좋습니다 ㅎㅎ

공쟝쟝 2022-06-25 00:19   좋아요 3 | URL
텍스트가 현실과 만나서 콘텍스트가 되는 지점, 거기서 논쟁이 되고 다른 생각을 소통하면서 자기를 수정하는 걸 푸코가 저자의 일이라고 불렀던 것 같습니다… (맞나?ㅋㅋㅋ 암튼 그랫던거 같습니다) 텍스트 내적인 감상은 사실 저나 라님이나 많이 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끝까지 열린 태도로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ㅋㅋ

그레이스 2022-06-27 12:01   좋아요 2 | URL
저는 별 3개 있으면 일단 걸르는데...
각자 기준이 달라서, ㅎㅎ
참고하겠습니다.

공쟝쟝 2022-06-27 13:05   좋아요 2 | URL
그레이스님 아 그렇군요… ㅜ_ㅡ 저는 분류쟁이라서…. 흑흑 이렇게 해놔야할 거 같아요. 별점 인플레를 극복하고 별 다섯을 지키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 (별 반개를 달라고 알라딘에게 요구한지 어언 몇년… 뭐 안바뀔 거 같으니 ㅋㅋㅋ )

독서괭 2022-06-27 11:5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점점 남성 작가들 작품이 거슬립니다 ㅠㅠ 하... 몇년전에 <설국> 읽고 막 깐 적 있는데, 얼마전 첨 읽어본 필립로스도 넘 별로였고.. 지금 읽는 자우메 카브레는 아직까진 좋아요!
나중에 엔도 슈샤쿠 읽게 되면 <침묵>부터 읽어보겠습니다.

공쟝쟝 2022-06-27 13:15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 이제 그게 시작되면 여자 작가들이 쓴 로맨스도 못보는 경지에 이르른다? ㅋㅋㅋㅋㅋㅋ 조심하세요 ㅋㅋㅋㅋ
일전에 제게 페미니즘의 언어가 없었을 때는 전혀 문제의식이 없었어여. 저는 데미안을 11번 읽은 사람입니다. (지금은 헤세..ㅋㅋㅋㅋ) 지금 읽고 있는 가부장제의 창조에도 나오지만 언어와 역사에 대한 해석권이 남성들에게 있었으니 기록은 글씨는 그들의 것일 수 밖에 없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페미니즘이 세상에 나온지도 얼마 안됐지만, 여성들이 급여를 받는 일을 하기 시작한지는 더 얼마 안됐고요, 거기에 글자를 가지고 글을 쓴 여자들은 너무 소수였다 생각합니다. 예전에 소수의 엘리트 여성들은 남자들의 글자들을 배우고 남자들이 평가하는 글을 썼겠지만요… 저는 아닙니다. 일단 전 엘리트 아니고 소수 아니거덩여… (앞으로 굳이 남자들을 설득할 필요가 있을까요? 신자유주의 덕에 여자들도 다 돈버는데 ㅋㅋㅋ)
저는 제 글을 남자들 보라고 쓰지 않고 여자들 보라고 씁니다. 인간 본연의 깊은 심연의 밑바닥과 전후 문학의 거장의 치밀한 사유를 여자라서 못배워서 이해 못해서 별을 깐게 아니고… 거기까지만이 ‘인간’으로 퉁쳐지던 20세기에 대한 감사함을 담아 ㅋㅋㅋ 소중하게 별을 깎습니다. 방망이 깎는 노인처럼.. (응?)

단발머리 2022-07-02 10: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아.... 여기는 진짜 무슨 방이에요. 넘나 고급지다. 근데 글도 어려운데 댓글들도 어려워ㅠㅠㅠ 흐미 ㅠㅠㅠㅠ
전 <깊은 강> 읽고 오실게요. 이제 막 푸코의 <푸른 강> 건넜는데, 이번주 내내 비왔는데... 물로만 채워지네요. 물, 파랑색, 강....

공쟝쟝 2022-07-02 23:34   좋아요 0 | URL
제 사주에 물이 많으면 좋다네요 ㅋㅋㅋㅋ 역시 물이죠 ㅋㅋㅋ 물입니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