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주정뱅이
권여선 지음 / 창비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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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여선작가의 '안녕주정뱅이'라는 단편소설집이 있다. 1년 전쯤에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샀다. 제목이 나한테 인사하는 것 같았다. 주정뱅이. 내 20대에서 술을 빼면 뭐가 남을까. 술김에 한 다짐과 그것이 술김에 한 객기가 아니었다는 증명을 위한 하루와 그 하루가 힘겨워서 나에게 주는 술과. ...


어제 다지가 물었다. “언니, 혼자 살아본 적 있어요?”, “한 1년 반에서 2년쯤 고시원에서 지냈던 것 같은 데. 그것도 혼자라고 할 수 없는 것이 그때의 난 관계중독이어서.... 항상 사람들과 함께 있었어.“

혼자살기. 작년이 절호의 기회였지만, 동네로 이사온 어벙이와 거의 매일 같이 지냈고 얼마안가 동생의 원룸 계약이 만료되면서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11월부터는 오빠랑 함께 살고 있다. 물론 반려묘도 같이(지금도 내 옆에서 그루밍중). 이번 생에서, 앞으로도 완벽히 혼자 가능 성은 별로 없는 것 같다..

혼자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그런데 오빠가 출장을 갔다. 오예 찬스다.
오늘 부터 일주일, 난 혼자 살아볼테야.

*


아침에 일어났는 데, 나 한 사람을 위해서 밥한끼를 지으려니 너무 귀찮았다. 동생들 한테 전화했더니 이미 먹었다고 한다. 심각해졌다. 밥을 할까 말까. 영화 '리틀포레스트' 속의 김태리 처럼 나 자신을 위한 건강한 한끼를 선물 할 수도 있었을 테다. 하지만 귀찮았다. 결론은.. 아침부터 어제 친구들과 먹다 만 와인을 역시 먹다 만 안주와 함께 비우기를 선택. 와인 병 바닥을 보고 나니, 급 소설이 생각 나서 다시 읽었다.

<안녕 주정뱅이> 속 단편 <이모>는 말기 암 환자다. 맞딸이었던 그녀의 헌신을 끊임없이 강요하는 가족들에게 어느 날 찾지 말라는 선언을 하고 떠나와 홀로 여생을 살아가고 있다. 암치료는 거부했다. 이모의 하루는 단조롭다. 도서관에서 한권의 책을 끝마칠 때 까지 읽는 것과 중간에 집에 와서 자신을 위해 정성스러운 한끼를 차려서 먹는 것. 주말엔 소주 한 병을 천천히 비운다. 그녀는 죽기 전까지 그렇게 살고 죽었다.

소설의 마지막 장에 1년 전 내가 적어 놓은 메모가 있었다.
[’자신’이 없는 삶. 늦게라도 자신 만을 위해 살고 싶어했던 이모.]

‘투사’일지도 모르겠지만, 일년 전의 나는 소설을 그렇게 읽었나 보다. 책 읽기와 밥 지어먹기. 생각해 보니 그 두 가지 말고 자기 자신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은 것 같다. 아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 두 가지 조차 자신에게 해주지 못하는 채로 살아가고 있을까.

나조차.

*

나 자신을 위한 한끼를 차리는 것이 비생산 적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고 보니 19살 집을 떠나와 대학에 입학하고 부터는 계속 그래왔다. 얇은 지갑 앞에서, 가파른 일과 속에서, 바쁜 시간들 때문에. 나는 계산했고- (계산의 결과) 혼자 끼니를 때워야 할 때면 인스턴트 아니면 굶기를 택했다. 속이 허했고, 무언가 쫓기듯 바빴다.


리틀포레스트에 김태리가 “배가 고파서 내려왔다”는 대사를 할 때 울컥 눈물이 터졌었다. 그 허기를 잘 알고 있다. 엄마 밥이 언제나 그리웠다. 그 정체가 맛이나 반찬의 종류가 아니라 사랑이고 정성이었다는 것을 깨닫는 데는 좀 더 시간이 걸렸지만. 20대 이후 내가 먹고 산 것의 대부분은.. 먹어도 묘하게 허기지던 그 사랑없는 음식들.

누군가를 위해서는 몇 시간짜리 공들인 요리도 할 수 있으면서.
자신만을 위한 한 끼를 정성들여 지어 먹는 것. 그것이 왜 그렇게 사치 같았을까.
고작 하루 혼자였던 주제에.
나의 얄팍한 ‘자기애’에 대해 깨달아 버린 듯.
스스로를 위해서 해줄 수 있는 좋은 일, 이라는 게 기껏해야 늘어지게 낮잠을 자는 것 말고는 없다는 사실에 자괴감이 밀려왔다.

아직 혼자있기 능력치는 부족 한 것 같다.
내일은 나를 위해 차를 끓이고, 음악을 틀고, 책도 좀 읽고, 운동을.. 청소도.. 빨래도.. 아 고양이 똥부터 치우고.. 무튼.

사랑하자!! 혼자있어보자!!!
sns도 좀 끊고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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