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지키며 일하는 법
강상중 지음, 노수경 옮김 / 사계절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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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끝나고 집에 가는 길에 가끔 아니, 자주 광화문 교보문고에 들른다. 멀미 날것 같이 쏟아지는 신간을 구경하면서 만져보고 읽어보고 쓰다듬어도 보고 그러면 괜히 뿌듯해진다. 힐링타임이랄까. 충동구매는 잘 안하는 편인 데, 이 책은 사서 읽으면서 집에 들어와 끝까지 읽었다.

‘일’이 나를 해친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은 아니다. 사회생활에 대해서 고민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게 주요 문제는 아니었고. 읽으면서 알겠더라. 나, 내가 하는 일에서 ‘의미’를 찾고 싶었던 거구나. ‘생계수단’이라는 의미만으로도 충분할 때도 있지만, 그것이 ‘다’는 아니라는 것이 응당.


"(p.19) 오늘날처럼 불확실한 시대일수록 일을 그저 생계 수단으로서가 아니라 ‘내 삶의 방식을 만드는 어떤 것‘으로 받아들일 기회가 늘어날 것입니다. 일에 임할 때 내가 왜 이 일을 하는지, 이 일을 통해 나는 어떻게 변화하고 싶은지, 또 사회를 위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매일매일 원점으로 돌아가 진지하게 질문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일이란, 사회에서 내가 있을 자리이면서 동시에 ‘나다움-그다움’의 개성을 추구할 수 있는 영역”이며, 기회가 생긴다면 실제로 해보면서 깨닫고, 다만 불안한 지금의 시대에서는 “하나의 영역에 자신을 100퍼센트 맡기지 않겠다는 태도”를 가지라는 저자의 말이 단단한 위로로 남았다.

책을 읽고 나서 식탁에 앉아 수첩에 적어가면서 - 내가 하고 있는 일들에 대해서 의미를 찾아보고, 중요도로 순서를 매겨보고, 일에 훼손당하지 않게 지켜야 하는 ‘나’라 는 인간자체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어쩐지 차분하게 1년을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p.52,63) 실제로 자아실현이라는 말이 사용되는 맥락을 보면 ‘지금의 나‘는 임시적인 모습일 분 ‘진짜 나‘가 아니고, 내 안에는 아직 완성되지 않은 훨씬 더 훌륭한 ‘진정한 나‘가 있어서 그것을 목표로 삼아 매진하며 자신을 질타하고 격려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아실현의 함정)
원래 인간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인정해야합니다. 마찬가지로 있는 그대로의 타자도 인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자신을 다시 있는 그대로의 타자에게서 인정받아야 합니다.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통해 성립되는 사회는 본래 그래야합니다. 있는 그대로 존재하면서 동시에 상호 자유롭게 개방되어야 합니다.(자연스러울 것)"


종류로 치면 ‘자기계발서’ 일 것 같다 다만, “자아실현의 함정”에 대해 언급하고 일방적인 ‘성공’을 독려하지 않는, 조금 다른 의미의 훌륭한 자기계발서. 



언젠가 동생에게 “앞으로 우리는 세 번 이상 직업이 바뀌는 시대가 될 거래. 그러니까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고 조절해가면서 일해.” 조언해준 적이 있다. 일 때문에 기 빨려 창백해진 채로 귀가하던 동생이 그 말을 듣고 일주일은 신나서 회사에 다닐 수 있었다고 했다. 이 일이 영원하지 않을 거라는 말이 그렇게 위로가 되더란다. 다음 직업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서 지금을 잘살아야 더 괜찮은 일을 도모해볼 수 있지 않을까 자기를 연구해야겠더란다.

가끔 내가 한 말이 고스란히 나에게 돌아오는 데, 나도 그랬다. 되고 싶은 것도 없고, 하고 싶은 일도 없고, 대체 난 뭐하는 인간인가 싶었다가. ‘커서 뭐가 돼야지!’ 생각 할 필요 없이 ‘그냥 내 일을 잘 하’고 있으면, 또 그와 연관된 더 괜찮은 기회가 찾아오겠지 근거 없는 낙관이 생겼다.

한 가지 일이 ‘소명’이며 ‘천직’이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 저자에 따르면 불확실한 시대 - ‘개인 경력 모델 사회’다. ‘일’이 나를 지켜주던 시대가 지난 것이다. 어떻게 보면 참, 잔인한 사회다. 때문에 나를 지켜야 한다. ‘나’를 ‘지키면서’, ‘일’ 할 수 있어야 한다.

‘일-과 나-’에 대한 진지한 물음.
가끔은 그것을 묻는 것만으로도, 더할나위 없는 해답이 되는 경우가 있다.
읽고 동생한테 책을 넘겨줬다. 우리 가족 모두 씩씩하게 ‘일’했으면 좋겠다.


p.42

그래서 저는 ‘나다움‘에 두 가지가 있다는 것을 강조하려 합니다. 하나는 스스로가 알고 있는 ‘나다움‘입니다. 사람들이 ‘나다움‘이라는 말을 할 때는 대부분 이것을 가리킵니다. 하지만 내가 아는 ‘나다움‘ 이외에도 다른 사람이 보았을 때의 ‘그다움‘도 있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나다움‘은 종종 자기 자신만 그렇게 생각하는 경우도 많지만, 다른 사람이 본 ‘그다움‘은 객관적이며 정곡을 찌를 때가 많습니다.


p.96

지금은 불우하더라도 반드시 돌아올 시간을 믿고 기다릴 것, 그저 기다리기만 할 것이 아니라 ‘지금‘,‘여기‘를 열심히 살면서 ‘그때‘를 기다릴 것.


p.119

논어에는 ‘학이불사즉망學而不思則罔(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막연하여 얻는 것이 없다-옮긴이) ‘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정보로서 받아들일 뿐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면 책만이 가진 효용을 살렸다고 할 수 없습니다.

p.121

지성의 건강이라는 측면에서 멀리 내다본다면 기초가 되는 부분은 ‘말린 것‘을 통해 견실하게 취하는 것이 좋겠지요. 그런 후에 필요에 따라 ‘날 것‘을 받아들이면 좋지 않을까 합니다. ... ‘말린 것‘과 ‘날 것‘을 튜닝하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사회에서 연달아 일어나는 사건이나 사례의 심층을 재빠리게 읽어내고 제 안에 비축해둔 말린 지식과 연결 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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