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내 마음입니다 - 서툴면 서툰 대로 아프면 아픈 대로 지금 내 마음대로
서늘한여름밤 지음 / 예담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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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겪었던 내 우울증의 증상은 ˝감정 없음˝ 남들은 내가 신경질적이라고 생각했겠지만, 적어도 내가 느끼는 나는 감정없음. 기운이 좀 나서 감정이 생기면 그걸 분노, 눈물, 웃음으로 격하게 방출. 

서밤님 말대로 사막처럼 온도조절 안됨.

성격 좀 고치라는 진심어린 충고들이 다 튕겨졌는 데, 고치고 어쩌고 할게 아니라- 지나고 나니 그냥 나한테 내가 좀 더 관대했으면 됐을 텐데 싶다. 잘 안들렸으니까. 좋은 충고도 나한테는 송곳같은 상처였으니까.


"P. 85-91 우울증이 있었던 이야기
우울증을 겪은 적이 있다. 우울증을 ‘마음의 감기‘라고 하는데, 솔직히 마음의 폐렴 정도이지 싶다. 폐렴의 증상은 생의 에너지를 조절할 수 없는 느낌부터 시작되었다. 그렇게 뭔가가 한바탕 휩쓸고 지나가면 정서적으로 완전히 탈진해 버렸다. 그때의 감정은 ‘감정 없음‘이었다. 내 안에도 내 밖에도 아무것도 없는 그 진공의 느낌.
생의 에너지가 조금 생기면 그것을 감정으로 교환할 수 있었다. 그 중 슬픔이나 우울은 생의 에너지가 가장 적게 드는 감정이었다. 아무것도 없는 느낌보다는 슬픔이든 뭐든 있는 게 나았다.
기분이 까닭없이 좋아질 때는 그야말로 하늘을 나는 기분이었는 데, 무엇도 나를 잡아주지 않고, 언제라도 곤두박질 칠 수 있다는 불안감이 그 기분을 더욱 증폭시켰다.
...
기분이 곤두박질칠 때는 끝이 없었고 비명을 질러도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는 곳이었다. 그리고 다시 진공. 도저히 온도조절이 되지 않는 사막 같은 마음.
겉으로는 괜찮은 척 했다. 위로받거나 이해받는 것도 피곤했기 때문에. 나는 필사적으로 벗어나려 노력했다.
마음의 빈자리가 생기는 게 무서워 뭐든 쟁여두려 했다. ... 돌아보면, 어느 수준까지 관리하는 것은 성공했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지금, 우울을 걷어낸 마음에는 듬성듬성 못자란 부분이 많다. 지금은 마음의 나무를 심고 있는 중이다.
언젠가 내 마음도 울창해지겠지...
...
적절할 때 전문가의 도움을 받았으면 좋았을 텐데, 그 때는 도움받을 여력마저 없었다. 여기에는 다 담아내지 못한 너무나 많은 일이 있었고, 너무나 많은 노력이 있었다. 중요한 것은, 나는 다시 재건 중이라는 것."


대체적으로 잘 살아왔고, 잘살고 있으며, 잘 살아갈 것이라고 믿는 나지만, 갑자기 울컥, 기억과 감정들이 쏟아져 내릴 때가 있다. 이마 저마 많은 것들이 있지만, 관통하는 딱 한가지 후회는 ‘스스로한테 좀 더 잘해줄 걸.‘

나한테 가혹했던 순간들, 절체절명 아등바등 백척간두 같던 날들, 비어있는 스스로를 애써 의미있게 포장해보려던 시간들이 아쉽고 후회된다.

나를 독려하고, 나를 조건없이 사랑하고, 나를 보호하고 배려하는 것은, 앞으로 30년간 내가 배워야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건 아득하기도 하지만 기분 좋기도 한 일이라서, 옛날보다는 훨씬 더 내일이 기대 된다.

이제는 영혼의 동반자 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서밤님의 ˝어차피 내 마음입니다˝.
헤쳐왔던 나의 문제들이 나혼자 겪는 문제는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누군가는 나와 비슷하게 또 다르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에 위로 받았던 시간들.


˝대단한 포부 따윈 없고 멀리도 못보지만, 한치 앞은 보려고 노력한다.˝
˝세상에 망한 인생은 없다. 인생은 망하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내가 뭘 좋아하는 지 아직은 모르지만 적어도 싫어하는 것을 하고 있지는 않다. 새로운 삶에서 나는 하고 싶지 않은 일들을 걱정하지 않는다. 빛나는 미래를 위해 지금을 견디지 않는다. 만약 그런 것이 있다면, 나는 그것을 끌어다가 지금을 밝히는 데 쓸 것이다. ˝


너무도 위로가 되었던, 그녀의 띵언들을 명심하고!!
오늘도, 내일도. 내 마음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는 내가 되기를!




P.106-109
˝나는 이제야 내 인생을 스스로 그려보겠다고 붓 들고 있는 데, 시작부터 큰 그림은 아무래도 무리다. 큰 그림을 그리겠다고 망설이는 대신 내가 하고 싶은 작은 그림들을 거침없이 그리는 게 즐겁다. 작고 소소한 일상과 생각을 누군가와 나눈다. 대단한 포부따윈 없고 멀리보지도 못하지만, 한 치 앞은 보려고 애쓴다. 언젠가 지금의 작은 그림들이 모여 큰 그림이 될 수도 있고, 아니어도 뭐 어쩌랴. 순간순간 만족스러웠으니까 됐지 뭐. 언젠가 남들의 큰 그림에 자괴감이 드는 순간도 올 수 있겠지. 그런 순간에 작고 즐거웠던 조각들이 나를 지켜주기를 바랄 뿐이다.

P.131
엄마는 남에게 싫은 소리 하고 싸우는 걸 싫어했다. 그 억눌렀던 화는 자식들에게 돌아갔다. 습관적인 정서적 분풀이. 이걸 끊어내려고 나는 엄마한테 지랄을 했다. 물론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쉽게 용서할 수는 없었다. 쉽게 용서된 폭력은 쉽게 반복되기 때문이다. 엄마를 위하고 싶지만 그게 나를 학대하는 방식이라면 싫다. 엄마를 사랑하지만 그렇다고 분풀이 대상이 될 생각은 없다. - 어른의 좋은 점은 엄마와 정서적 물리적으로 선을 그을 수 있다는 것.

P.152
네가 이렇게 얘기 해줬다
˝네 오른쪽 눈은 반달처럼 예쁘고 왼쪽 눈은 아몬드처럼 예쁜 걸.˝
내 눈은 여전히 짝눈이고, 짝눈이 아니었더라도 미녀는 아니지만, 나는 처음으로 내가 짝눈이 아니라 서로 다른 예쁜 눈을 가졌다고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너는 나를 아무것도 바꾸지 않으면서 내 모든 것을 바꿨다.

P. 138
사람들은 다양한 정서를 느끼며 산다. 그런데 나는 정서를 덜 느끼며 살려고 노력했다. 외면하고 억압하려고 했다. 나에게 정서란 다양하거나 유쾌한 것이 아니었으니까. 오히려 아무것도 느끼지 않는게 편했다. 그래서 이성에게 인생 몰빵! 오직 이성이 이끄는 삶만 살아왔다. 그래서.. 이제와 이러고 있다. .. 용기내어 마주해보려 한다. 그래서 언젠가는 다양한 정서를 잘 느끼게 됐으면 좋겠다.

p.214
내일이 괴롭지 않을 거라는 건 확실히 안다. 내가 뭘 좋아하는 지 아직 잘모르겠지만 적어도 싫어하는 것을 하고 있지는 않다. 우습지, 그만두면 모든 게 끝장이라고 생각했던 때도 있었는데. 그래, 어쩌면 나는 그 때 끝나 버린 건지도 모른다. 그리고 1년전 오늘부터 새로운 삶을 일구고 있다. 그 새로운 삶에서 나는 하고 싶지 않은 일들을 걱정하지 않는다. 대신 하고 싶은 것들을 계획한다. 남의 눈치를 보는 대신에 스스로를 살핀다. 빛나는 미래를 위해 지금을 견디지 낳는다. 만약 그런 것이 있다면 나는 그것을 끌어다가 지금을 밝히는 데 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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