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 보고 싶은 페이지. 아버지의 부재와 서양 철학. 혹은 군군신신부부자자하는 전통적인 한국에서 철학함이라는 것. 존경하고 싶은 아버지(남성성)를 찾아야 했던 어떤 세대(와 개인들)의 정치적(철학적) 열망들과 환멸.
그리고 나, 명예남성, 가소롭게도 철학에 매혹되었다가 집어치웠다가 미련하게 반복하는 건. 없는 것과 다름없었던 아버지의 딸이면서 정신적인 아들로 자라났기 때문였던 건가. 질문을 간직해두기 위해 적어둔다.

“철학, 전체로 파악되는 대상과 자신이 갖는 관계에 대한 통제”라는 문장.

서양철학사는 친부 살해의 역사이며, 초월적 위치에서 모든 상황을 지배하고 통제하려는 총체성에 대한 (가부장적) 야망을 시대에 맞게 갱신해온 역사이기도 하다. 시종일관 자신을 거세한 엄마에 대해 불평랩을 하던 알튀세르가 아버지 두고는 마르크스의 말을 가져와 자신의 철학함에 대해 하는 해설에서 눈이 멈춘다. 아버지가 있다는 환상을 가져야 했다.

철학. 총체성에 대한 갈망. 그리고 고독과 책임감. 고독과 책임감. 누군가는 그것을 짐처럼 지고. 누군가는 그 짐을 지는 것 자체가 애초에 배제되지. 아버지 없는 아들들은 아버지 없는 딸이 어떻게 철학이라는 환상을 갖기 위해 분투하는지 분석할 수 없다. 내가 아는 몇몇의 철학을 사랑했던 여자들. 은 모두 아버지의 탁월한 (정신적) 아들로 자랐던 것 같다. 의식적/무의식적으로 아버지와 가까웠다. 여성이 펜을 가진다 혹은 가까이에 있는다는 것은 그런 것이었다. 하지만 이 역시도. 전통적 부르주아 가정의 정신분석일 터. 서양 철학이라는 타자.

“(230)‘전체’에 대한, 그리고 우선 자아에 대한 통제, 다시 말하자면 ‘전체’로 파악되는 대상과 자신이 갖는 관계에 대한 통제, 이것이 바로 철학인데, 철학이란 “철학자 자신이 자아와 맺는 관계” (마르크스) 일뿐이며, 따라서 철학자란 바로 그런 존재다. 그런데 ‘전체’는 총체적이라고 자부하는 사고, 즉 ‘전체’의 모든 요소와 모든 접합들을 반영하는 사고의 엄격함과 명확성 속에서만 진정으로 사고될 수 있을 뿐이다. 따라서 나는 명확하고 또 스스로 엄격하기를 원한 철학자였다. 물론 이런 야망은 내 독자들의 개인적 경향과 기대에 반향을 불러일으켰으며 명료함에 대한 강한 요구 속에서 일정 부분 독자들을 사로잡았던 것이다.”
😩 알튀세르 안 읽어봐서 모르겠넼ㅋㅋ 잘났어 증말…

“(233)하지만 내가 언제나 그 사실을 먼저 알아차렸다. 내 책을 읽으면서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것, 바로 그것은 나 자신이 내가 하는 개입과 마주해 느끼는 철저한 고독, 그리고 결국 나 하나 위에 근거를 두고 있는 내 극단적인 책임감, 그리고 내 고독과 내 책임감이 내게 부과한 모든 ‘위험들’을 항상 의식했다는 사실이다. 수많은 독자들이 내 이런 고독과 자신들의 고독, 그리고 자신들이 내 주장에 찬성하면서 지게 된 책임감, 그리고 자신들이 입게 될 정치적 파장과 관련된 위험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확인했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러나 적어도 독자들은 그런 상황에서 완전히 혼자는 아니었다. 왜냐하면 내가 그 앞에 서서 독자들에게 보증인과 스승(확고한 스승)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며, 그 일을 주도하는 데 있어서는 내가 가장 먼저, 따라서 혼자였기 때문이다.”
😩 이런 문장에서는 끄덕이다 말고 항마력 딸린다. 사유는 혼자 했겠지만 ㅋㅋㅋ 행실은 완전 바람둥이였음… 짜증남ㅋㅋㅋㅋㅋㅋ

나는 먹고 살아야대서 고독할 겨를도 없다!! 점심 먹고 짬 내서 읽기… 많이는 못 읽고… 끗! #미래는오래지속된다 #알튀세르



‘전체’에 대한, 그리고 우선 자아에 대한 통제, 다시 말하자면 ‘전체’로 파악되는 대상과 자신이 갖는 관계에 대한 통제, 이것이 바로 철학인데, 철학이란 "철학자 자신이 자아와 맺는 관계" (마르크스) 일뿐이며, 따라서 철학자란 바로 그런 존재다. - P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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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4-02-19 15: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 아빠 없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4-02-19 15:34   좋아요 0 | URL
남자로 태어났음 철학하셨을 텐데요ㅋㅋㅋ

잠자냥 2024-02-19 16:03   좋아요 0 | URL
남자로 안 태어나길 천만다행이죠. 한남철학가 오마이갓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4-02-19 17:00   좋아요 1 | URL
자본주의 리얼리즘 땡스투 나예요~ 그 사람~ 바로 나예요~

호시우행 2024-02-20 05: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빠, 언젠가 있었음ㅎㅎ

공쟝쟝 2024-02-20 09:46   좋아요 0 | URL
내면의 상징적 아버지이긴 한데 ㅋㅋㅋ (알튀도 아빠는 실제로 있음 ㅋㅋㅋ) 아버지는~ 호시우행님의 맘 속에 계십니다~

호시우행 2024-02-20 10: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즐거운 하루되세요.

단발머리 2024-02-23 08: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철학이란 ˝철학자 자신이 자아와 맺는 관계˝ (마르크스) 일뿐이며, 따라서 철학자란 바로 그런 존재다. - P230

일단 여기를 내가 3번 읽었음요. 찬찬히 따라 읽겠지만 무척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거시기하네요.

공쟝쟝 2024-03-04 13:34   좋아요 1 | URL
스스로에게서 시작해서 구조를 훑어내는.. 그러나 또한 그러하기에 당파성이 중요해지는 지점인 것 같아요. 헤헤. 우리는 모두 스스로의 철학을 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