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쉽다. 어떤 세계에서 다른 세계로 건너가는 것은. 이렇게 살아서는 안된다는 강력한 생에 대한 의지 혹은 이렇게 꼭 살아야만 하겠다는 어떤 사랑에 대한 열망이 아니고서야. 다른 세계로 이동한다는 것은. 그건 마음을 바꿔먹는 일임과 동시에 나를 구성하는 관계들을 변화시키는 일이며, 내 몸을 달라지게 만드는 일이기 때문에. 


어쩌면 모든 것의 재배치. 재배열. 내 어떤 부분은 뜯겨져 나가고, 내 안에 쌓여있던 언어들을 또박 또박 해체해야 하며, 기약 없이. 이제까지의 생각들을 대롱대롱 흔들어보는 일. 은. 동시에 나를 이루고 있는 것과 계속해서 이별하는 일. 지반의 상실. 두려움. 애도. 부여잡음. 해석. 집중. 그리고 당신의 자리에 다시 나를 세워보는. 그러니까. 사는 방식을 바꾸는 것은. 정말인지 어려운 일이다. 혼자서 해야하지만, 정말로 혼자서는 할 수 없다. 


나는 내 해석의 옳고 그름을 평가하는 사람들이 필요한 적은 없었다. 어차피 내 해석은 내가 만들어야 하는 것이었고. 다만 사는 방식을 바꾸는 데 부득불 딸려오는 과정의 난망한 어려움을 삶을 좀 길게 살아온 사람들은 으레 알고 있으리라. 여겼을지도…


지나고 나니. 정말로 내게 다행스러운 일은. 이해 여부와 상관 없이 그냥 여기에 있자고 하는 것. 스스럼없이 인정을 주는 것. 어색함, 부적절함을 느끼지 않게 배려해 주는 것. 목소리를 떨고 있는 사람에게 듣기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 옆의 자리를 내어주는 것. 어쩌면 그것은 우리가 오래 전 함께 읽은 <사람, 장소, 환대>의 환대와 비슷한 모습일지도 모르겠다고. 


<신앙인과 시인(니체)의 영혼 만나러 가는 빨갱이 영혼을 지닌 자의 밑줄. 그렇다면 우리는... 반자본..읍읍>


읽고 쓰는 언니들을 만나서 나는 읽고 쓰는 사람이 되었다. 

더 좋은 글을 쓰고, 더 책을 잘 읽는 일은 앞으로의 나의 몫일 테지만. 여기 있어도 된다고 계속해서 함께 읽고 쓰자고 말해준 언니들의 다독임이 없었다면.

때때로 지난 삶들 때문에 너무도 화가 나고 무참하게 슬펐던 시간을 지나. 지금의 나를 좋아하기까지. 무거운 짐처럼. 엉뚱한 외계인처럼. 어떤 패배의 결과물처럼 느껴졌던 나 스스로를 변화시키면서. 결국 오늘의 (좀 똑똑하고 꽤 씩씩한 있을 자리를 내가 만들어낸) 내가 되기까지는 생각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책이라는 것이 숨 쉬는 것처럼 당연한 사람들. 

그런데 읽고 쓰는 몸을 가지기까지, 나 스스로에게 집중하면서 나를 비난하지 않기까지. 

나는 정말 어려웠어요. 이 세계에서 다른 세계로 건너 가는 일과 다르지 않았어요. 이제 나는 나를 퍽 많이 좋아하는 사람이 되었지만, 이런 내가 되고 보니. 


그동안 내가 배우고 싶고 닮고 싶고 되고 싶었던 사람들이 언니들이라는 걸 알아요.


사는 방식에는 읽으며 사는 삶이라는 것도 존재한다는 것. 그 많은 책들을 게걸스럽게 또 내키는 대로 읽고, 읽다 말아버리는 광폭한 읽기와. 그보다 더 기력을 모으고 생각을 집중해야 하는 돈도 안되는 무용한 쓰기를 일상에 녹이면서, 스스로와 타인들을 돌보는 일을. 돌보고 헤아리고. 앎을 나누고 비우고 말을 섞는 기쁨을 알게 해준 사람들.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일단 가 보자. 일단 읽자. 

그리고 나는 언제부턴가 점점 더 알게 된다. 

이것을 읽을(이해할) 수 있게 되기까지 내가 삶을 바꿔온 것이란 걸. 

그런 읽기와 쓰기를 가능하게 해 준. 나의 첫 번째 독서 모임.


멀어진 사람들을 포함해서 감사합니다.

이제야 읽고 쓰는 것이 익숙해진 나를 제법 좋아합니다. 

그리고 알아요. 앞으로의 나는 더 잘 읽을 수 있게 될 거라는 걸.


<친구를 위해 읽는다고 하기엔 너무 수준이 높은 <호미바바>와 <신을 옹호하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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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3-11-11 22: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무화과 케이크다! ㅋ 북촌? 서촌? 안국동? 삼청동? ㅋㅋㅋㅋㅋ (오늘 이쪽 교통지옥이던데…)

공쟝쟝 2023-11-11 22:46   좋아요 1 | URL
아마도 안국동!! 교통지옥 맞습니다…! 돌아오는 길엔 탄핵시위…ㅋㅋㅋ 무화과 케이크 맛있었어용💞💞

잠자냥 2023-11-11 22:58   좋아요 1 | URL
블루리본…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3-11-11 23:40   좋아요 0 | URL
북촌 로우루프!!!!!!

수이 2023-11-11 23: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요즘 책 지지리 안 읽는 이혼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3-11-11 23:37   좋아요 2 | URL
그토록 게걸스럽게 읽어대던 사람이 책을 안 읽으면서 삶을 바꿔버렸다고 한다…. 이 무슨 모순ㅋㅋㅋㅋ

수이 2023-11-11 23:42   좋아요 2 | URL
아 입 근질거려 손가락 근질거려 ㅋㅋㅋ 반성했습니다, 다음 모임에는 책 들고 나갑니다!!!!

hnine 2023-11-11 23: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독서모임, 저도 해봤지만 이렇게 뿌듯한 마음으로 참여해본 적이 없어요.
(좋겠다...부러워요.)

공쟝쟝 2023-11-11 23:53   좋아요 1 | URL
그렇죠? 제 복인가 싶어요! 첫 독서 모임이… 독서 습관들이는 모임이 아니라 이미 독서 너무 많이 하는 분들이셔서 허리가 휘었다는 것은… (그리고 직장마저 그만두었단 것은ㅋㅋㅋ) 제 비밀입니다… 광폭독서자들…

책읽는나무 2023-11-12 09: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첫 독서모임이었어요?
전 계속 운영되어져 온 줄 알았네요.
워낙 방대하게 읽고 쓰는 멤버들?이라...ㅋㅋㅋ
암튼 발대식을 성대하게 치뤘으니 앞으로 계속 더 무궁한 발전이 있길 기원합니다.^^
다독임...많은 책을 읽는 모임처럼 들립니다.ㅋㅋㅋ

공쟝쟝 2023-11-12 10:15   좋아요 1 | URL
아니용ㅋㅋㅋㅋ 책 읽다가 제가 처음으로 만난 사람들이고, 그 모임은 이제 없습니다…! 😆 좋은 친구들이 되어 곁에 남았네요. 발대식이라니 ㅋㅋㅋ 해체 모임이었을지도….

독서괭 2023-11-12 18: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이 러브레터를 받은 언니들 완전 감동받았을 듯요!!😳

공쟝쟝 2023-11-12 18:48   좋아요 0 | URL
내가 받은 러브☺️에 비하면😆

2023-11-13 13: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공쟝쟝 2023-11-13 19:57   좋아요 0 | URL
🫰😍🫰 지적 자극 왕창받고 싶을 때 오다 보니 그냥 눌러 앉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