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바라
크리스티안 펫졸드, 니나 호스 외 / 아트서비스 / 2014년 8월
평점 :
절판


평일 낮에 셀프 반차(ㅋㅋㅋ)를 내고 개봉관도 얼마없는 <어파이어>를  보게 된 것은. 글 쓰는 사람들이 주인공인 영화라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유튜브도 아니고 작가가 쓰는 모습이 영화가 될 수있나? 내가 궁금한 건 이거였다.


(뭐 대단한 걸 쓰는 것은 아니지만) 책을 읽다가, 노트에 무언가를 끼적이다가, 맥북을 켜고난 뒤 턱을 긁적이며 척척척, 중간중간 멍때리고 백스페이스를 두드리는 신중하고 미세한 움직임으로만ㅋㅋㅋ 나의 글쓰기는 이루어져 있으므로. 이걸로 쇼트가 만들어진다고?


음.🤔 결론부터 말하면. 

앞으로 나는 글 쓰는 사람이 등장하는 영화라면 다 챙겨 봐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쓰는 장면이 문제가 될리 없다.


작가라는 종족은 정말인지!!!!!!

존.재.자.체.로.

웃. 기. 다!!! 


<아무도 이해해 주지 않는 고독한 창작의 늪에 빠져버린 레온의 라운드 숄더(역시 작가의 직업병 아니겠나요)... 인마, 어깨 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상상했던 영화가 아니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게. 나는 작가에 대해서 뭐라고 생각했던 거냐. ㅋㅋㅋ


영화에서 레온이 실제로 글을 쓰는 시간은?

글을 쓰겠다고 글을 써야 한다고 마음을 먹는 시간은?


아. 작가란 무엇인가.


이 영화는 글을 쓰지 않는 사람들도 남자 주인공 (레온)한테 “쟤 왜 저뤠?!!!? 아, 나 저런 사람들 진짜 극혐!” 이러면서 욕하면서 보기라는 쾌락을 선사할 테지만. 이들보다 더 이 영화를 심각하게 즐길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은 글을 쓰는 사람들일 것임이 분명하다. 


마감에 쫓겨본 자라면, 창작의 고통을 안고 있는 사람이라면... 됐다... 그럴 필요도 없이. 약간의 신경과민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공감성 수치감을 지대로 느끼면서 감상... (제가 그랬다는 것은 아니.... 쫌. 맞구여)을 차마 다 못하고 중간에 영화를 보다가 나가는 일이 생길지도. 모르겠으며. 


본인은 글을 쓰는 괴로움을 느껴본 적은 없기 때문에 (나는 글을 쓰는 것이 언제나 즐겁다. 아마 쓰고 싶을 때만 쓰기 때문인 듯. 하지만 매문을 하거나, 일로 써야 한다면 너무도 고통스러울 것 같다. 그걸로 대중들의 평가까지 받는다? 으윽. 신경과민이 아닌 게 더 이상하다. 글을 써서 밥벌이를 하는 이를 가까이에서 좀 지켜본 바로는 정말인지 그렇다.) 남이 당하는 고통을 즐기면서 봤다. 


- 야! 나 좀 그만 내버려둬!(두지마!) 내버려둬!(지마.)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예민하기로는 아주 하늘을 찌르는 남주 레온이 좀 많이 귀엽더라고. 주변 사람들이 왜 깔짝깔짝 건드리는 지 알겠음.


창작이 꽉 막힌 그의 기준에서는 세상 모두가 다 선을 넘고, 모두가 다 민폐인데다, 사람들은 뭘 모르고, 단순하며 생각이 짧다. 친구들은 진부한 현실과는 조금 다른 레온의 고매한 창작의 세계를 이.해.할.리.가.없.다!!!!!! 


세상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해 외로운(?) 레온은 기분 좋은 휴양지까지 (굳이 일을 싸매고) 와서는 심술을 아주 여기저기 투척하고 다녀서. 


<누구의 말도 안 듣고 사실은 잘 안들리는ㅋㅋ 레온은 그래도 예쁜 나디아 말은 쬠 듣는다. 100에서 0.5정도?ㅋㅋㅋㅋ>


여자 주인공 나디아가 일러준다. 야, 너 왜 심술을 부리냐고. 적당히 해라잉.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 내가 심술? 웃기시네! 니들은 암것도 몰라!! 모른다굿!!!!


솔직히. 당하는 사람은 진짜. 짜증나기도 하는 데. 이해되는 부분도 있고 그래서. 나디아 마음 내 마음. 펠릭스 빡침 내 빡침. 너 꼭 대단한 거 써라잉. 세계를 놀래켜라잉 ㅋㅋㅋㅋ


톡톡. 

툭툭.

퉁퉁.

야. 일 쫌만하고. 놀자. 건들. 건들.


- 시끄럽다고!! 나 지금 심각하다고!!! 나 좀 내버려 둬!!!!!

하지만 난 일하기 싫어. 그러니까 나랑 놀자는 말을 제발 하지 마.

왜냐면 나는 정말 놀고 싶으니까!!!! 그런데 일해야 해!!!! 놀기 싫다고!!

야~~~~~~~~~ 이놈들아!!!!~~~~~ 나 빼고 놀면 재밌냐?~~~~~~~~ 


(라는 대사가 나오지는 않습니다만)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창작자가 아니라도 누구라도 레온 같은 시기(자신에게 중요한 것이 너무도 중요해져서 풍경은 물론 주변 사람들 모두가 보이지 않는)를 지난다. 돌이켜 보면 나도 그랬고, 내 동생들도 그랬다. 


조금 나이가 들고난 뒤에 인정하는 부분이고, 동생들의 경우 아마도 내심 인정하고 있지만 서로에게는 인정하고 있다는 모습을 들키기 싫은 부분이 있다면. 가족 모두가 상당히 예민한 (신경과민) 축에 속하는 종족이라는 것이다. 어쩌면 정서적으로 케어가 필요할 사회 초년생의 시기에 우리는 스스로를 돌볼 줄 모르는 채로 부모님과 떨어져서 붙어 지냈었다. 말해 뭐해. 돌아가면서 레온했지모...ㅋㅋㅋ 과거형으로 쓰도록 하자꾸나. 



레온의 친구들은 속닥속닥 목소리를 줄이고, 소음을 일으키지 않기 위해 에어팟을 끼고서 집안을 곳곳을 청소하고, 요리를 만든다. 나에겐 그를 세심히 배려하고 있는 친구들의 움직임이 보였다. 레온은 모른다. 레온만 모른다. 어쩌면 레온 빼고 다 안다. 언젠가는 알게 되겠지. 하지만 지나는 중에는 모른다. 레온은 글을 잘 써야 한다. 잘 써야만 할 것이다. 잘 써라. 네 이놈.


<Afire>라는 제목답게 시시각각 육박해오는 산불의 느낌은 영화의 분위기에 또 다른 묘미이지만. 영화를 보실 분들을 위해서. 내용을 많이 걷어내고. 나만의 정리를 한다면. 


이 영화를 <작가의 탄생>쯤으로 갈무리해 두고 싶다.


나는 레온이 꽤 좋은 작가가 되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아마 동의하지 않을 사람도 많을 것이다.)


자기 자신으로 파고들 수 있는 사람.

타인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는 사람. 

​전 세계를 따돌려버릴 수 있는 사람. 


자기 마음대로 생각하고 이야기를 만들고 추측하고 예단하고 분석하고 멀리 크게 보고 작게 옹졸하게 보고 짧게 보고 길게 보고 그러다가 그렇게 자기 자신이라는 미로 안에 갇혀 본 사람이.


글을 쓴다. 음. 좋은 글을 쓸 수 있다.

그건. 갇히기 위해서가 아니라 빠져나오기 위해서. 

그러니까 먼저는 갇혀야 한다고.


아마도. 

아닌가?


어떤 사람들은 자신 안으로 들어가 보기 (갇히기) 위해서 글을 읽기 때문이다. 

글 속에서 만나는 것은 다른 이들의 생각과 경험일 테지만, 그것들이 내 안에서 섞이는 것은 나의 경험과 내 안에 건드려지는 무엇임을 읽는 이는 직감한다. 내 안에 침잠되어 있는 아직은 굳어지지 않은 말랑대는 무언가가 불쑥 건드려지는 느낌이 좋은 읽기의 (때로는 감동받는 영화의) 느낌이라면. 


그건 완성된 모습의 어른보다는 천진하고 나르시시즘에 갇힌 아이의 상태(자의식에 푹 쩔어서 오로지 자신만 보고 있는 레온의 상태)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아이에 가까운 마음으로 글을 쓰는 사람이. 독자의 마음을 건드릴 가능성이 조금 더 높지 않나. 아마도. 애매한 추측. 모두가 그런 느낌을 받기 위해서 읽지는 않을테니까. 


내가 읽기 좋아하는 글은 내 마음을 시시때때로 아이의 마음으로 돌려 놓는다. 나는 상처받기 쉬운 상태가 되고 천진해지기도 하며 세계가 선명하게 (가끔은 아프게, 언어로는 명료하게) 감각된다. (자주 운다) 읽는 사람으로서 내가 느끼고 싶은 것은 그런 경험. 그런 이해. 그러므로 내 안의 아이와 자주 접촉 할 줄 아는 종류의 사람이. 좋은 글도 쓸 수 있고, 또 좀 덜 나쁜 어른이라는 생각도 난 좀 드는데. 자기만 어른인 줄 아는 사람들이 막 쓰는 계몽의 언어들로 불타고 있는 현시점의 지구에서는 말이다. 이 역시 아님 말고. 


덧, 다 쓰고 나서 이 말을 꼭 쓰고 싶었는 데, 빼 먹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레온 바보!!!!!!!!!!!!!

아직 영화 디비디가 안나와서 첨부는 감독의 다른 영화로 ㅋㅋㅋㅋ (나중에 고칠예정)


댓글(11) 먼댓글(0) 좋아요(3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잠자냥 2023-10-28 09: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휴 ㅋㅋㅋㅋ 뒷모습도 못났다 ㅋㅋㅋㅋ

공쟝쟝 2023-10-28 09:55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 등 근육 운동 시켜주고 싶다... 우리 필테샘 소개시켜주고 싶다....

우끼 2023-10-28 10: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이고 넘 감사합니다!!

공쟝쟝 2023-10-28 19:12   좋아요 1 | URL
웅? 뭐시 감사하단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끼 2023-10-28 20:03   좋아요 2 | URL
못난 작가 자의식 보여주셔서요 ㅋㅋㅋㅋㅋㅋ aka 제가 본 (저 포함)문창과생들 다수의 자의식..

공쟝쟝 2023-10-29 16:05   좋아요 2 | URL
우끼님 문창과였어요?... 우오오아와앙 (문학도에 대한 환상있음)

stella.K 2023-10-28 11: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글 써서 몇 푼이나 벌겠다고. ㅉ 그래도 그 똥폼이 멋있어서 너도나도 작가하려는 거 아니겠슴까? ㅋㅋㅋ
작가가 나오는 영화라... 거 네루다와 우체부가 나오는 거시기 영화 있잖아요. 아시죠? 암튼 그 영화 보셨겠죠? 괜히 땀 뺀 거 같습니다. 푸하하~

공쟝쟝 2023-10-28 19:21   좋아요 1 | URL
저는 저에게 읽는 즐거움을 주는 작가들의 사생활(?)에 요즘 좀 퍽 관심이 좀 많아졌습니다. 아이돌의 사생활.......... 보다 흥미진진한 작가들의 사생활....ㅎㅎㅎ 어떻게 이런 걸 쓰게 된거지? 하게 되는 지점요. 각자의 까닭으로 쓰고 싶어지는 순간이 올테고 왜 써야‘만‘하는 지..거기에 대한 각성이라던가. 그런 욕망은 노래를 부르는 것이나 그림을 그리는 것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누구나 가수나 화가가 되는 것 처럼. 작가 역시도..

네루다 우체부...... 듣기만 해도 주말의 명화 시네마 극장 느낌이 나는 데... 안봤습니다. 기회가 닿는다면 봐볼게요~

stella.K 2023-10-28 19:59   좋아요 2 | URL
아, 안 보셨군요. <일 포스티노>요. 오래된 영화긴 하죠.
은유에 관한 이야기였죠.

은오 2023-10-28 13: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바닷가짤 쟝님 설명이 너무 웃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작가분들은 창작의 고통을 느끼며 열심히 창작을 해주세요!!! 전 누워서 낼름 받아읽으렵니다 캬캬캬ㅑㅋ

공쟝쟝 2023-10-28 19:35   좋아요 2 | URL
영화 속 저 장면 실제로 보면 더 웃겨요ㅋㅋㅋ
은오님........ 누워서 낼름이라니.......... 작가는 고통스럽지만........... 가장 고통받는 것은 작가의 가족과 친구들이지 않는가ㅋㅋㅋㅋㅋㅋ (그리고 더하기 편집자 ㅋㅋㅋㅋ 잠자냥을 부르고 싶다. 편집자냥)
그런데 작가라는 종족은요............ 팔 하나를 잃어도 분노의 포도 같은 걸 쓸 수 있으면 그렇게 하고 싶대요.ㅋㅋㅋㅋㅋ (모 작가가 그랬음..) 저 역시 팔을 안 잃고 누워서 분노의 포도를 읽는 쪽으로... 그런데 왜 하필 분노의 포도인지는 모름. 포도는 맛잇눈건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