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기 전, 책을 산 이유가 있다. 책을 고른 이유가 있다. 내가 궁금한 것들, 질문하고 싶은 것들, 읽기 전에 내게 있는 편견들을 서문이나 시작 부분에 써 놓는다. 읽어가면서, (이게 내가 책을 지저분하게 읽는 까닭인데)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알게 된 것들은 알게 된 것들이라고 줄 긋고 별표 치고, 경험과 기억, 감정이 솟아난 것들은 짤막하게 메모.너무 좋으면 막 중간에 흥분해서 독후감 쓰고 필사까지 하게 되는 데... 그러면 99% 완독 못함.다 읽고 나서, 휘발시킨다. (이 과정이 중요하다) 어차피 다 잊어 먹을 것이다. 그래도 남는 것들이 있다. 이게 나한테 중요한 거다.책을 읽은 효과는 보통 며칠 뒤에 나타나는 데 (다 까먹고 남는 것만 내 것이라는 심보), 보통은 산책하거나 일기를 쓰면서 남은 것들과 나에게 있는 것들을 서로 섞는다. 나는 여러 권의 책을 동시에 읽고 있어서, 그 책들끼리 대화시켜 볼 때도 있다. (이게 꿀 잼 - 희진 샘은 이걸 매핑이라 하시던데, 내가 그렇게 하고 있었구나 하고 또 내 똑똑함에 취함)
요즘 핫한 챗GPT 때문에 걱정이 좀 많았는 데 (대체 지식을 섭취할 필요가 있는 것인가? ㅋㅋㅋ)
나의 몸에 남은 훌륭한 직관과 무의식은 인공지능보다 엉성하고 혼란스럽게 이 작업을 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
그건 대체할 수 없다.
꼭 기억하거나, 기록해야 하는 것들은 기왕이면 정리해서 메모 앱에 저장시켜 놓는다. 일종의 독후 활동인데, 사실 이건 잘 못한다. 다음 책으로 넘어가기 바쁨. 나중에 돈 많이 벌어서 직업이 독서가가 되면 하는 걸로. (영원히 못할 거란 소리)여기까지, 소설 못 읽는 일기 전문가 공쟝쟝 독서법.2월에 산 책들에 대해서 설명할 건 없는 데 (바쁘다 바빠)... 방금 책 와서 박스 뜯고 첫 페이지 펴자마자 딱 하나 생겼다.못생긴 공산주의자라고 개무시했던 사르트르 첫 페이지부터 호감 된 사건. (남자 주제에 사랑 좀 하나봄?) ㅋㅋㅋㅋㅋㅋ참고로 <제2의 성>을 보부아르는 미국 애인 자크 보스트에게 바쳤다.ㅋㅋㅋㅋ (괘니 꼬소한 지점🙄)사르트르 좀 짠 내 나니까 내 안의 지독한 외모 지상주의와 못생긴 남자에 대한 편견을 거두는 계기로 삼아보겠다. 그럼 빠2!
"(구토의 첫 문장) 가장 좋은 방법은 그날 그날 일어나는 일들을 적어두는 것이다. 그런 일들을 명확하게 보기 위해 일기를 쓸 것. 아무리 하찮게 보이는 일이라도, 느낌들과 자잘한 사실들을 놓치지 않을 것. 특히 그것을 분류할 것. 내 눈에 이 테이블, 거리, 사람들, 내 담뱃갑이 어떻게 보이는지 이야기해야 한다. 왜냐 하면 변한 것은 ‘그것‘이기 때문이다. 그 변화의 범위와 성질을 정확하게 밝 혀낼 필요가 있다. 여기에 내 잉크병이 든 종이상자가 있다고 치자. 이럴 때 말하려고 애써야 할 것은, ‘전에‘는 나한테 그것이 어떻게 보였는데, 지금은 어떻게 ——*다 는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