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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로부터의 수기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39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김연경 옮김 / 민음사 / 2010년 2월
평점 :
내가 책에서 느낀 거의 유일한 흥미로움은 도스토옙스키가 글 쓰는 방식(랩하는 것 처럼 피곤한 의식의 흐름 문체)이었다. 200년 전에 이런 소설을 썼다고? 오. 존경. 그리고 인물에 대해서는. 흠… 여기 나오는 지하 인간이 지금 시대에 태어났으면… 음 할말하않이다. 책을 많이 읽어서 자기가 책인 줄 아는 이 지하인간은 희진샘이 죽도록 패는 ‘서구지식의 낡은 산물’이 분명하다.
어쨌든 나 역시 읽는 것이 되려 하는 가? 읽은 것이 되려 하는 가? 하는 뜨끔함도 없지는 않았다. 그런데 아니다. 내가 읽는 것들은 내 삶을 담아내지 못한다. 그래서 쓴다. 나를 합리화해 보려고. 지하 인간과 반대다. 살면서 만나는 지독한 문제들에 맞서서 나에게 도움되는 읽을 만한 글씨들을 조합해 나가려는 것에 가깝다. 소설 속의 지하 인간은 성매매업소 가서 리자한테 자기합리화하고 난 다음에 (우웩) 돈 쥐어주고 자기 위안까지 하고 나오지만 (우웨엑-), 나는 계속해서 나를 침범해 오는 많은 것들 중에 어떤 것은 받아들이고 또 어떤 것은 밀어내려고 읽는다. 덕분에 고독해지기도 하고 좋은 친구들을 만나기도 하며 확실히 나를 더 많이 좋아하고 있다.
정희진이 끊임없이 문제 삼는 것은 주체-타자(이성-감정, 머리-몸)의 이분법과 이항대립이다. 서구 지식의 낡은 산물인 그런 ‘인식의 방법’이 현대 발생하고 있는 대부분 문제의 기원이다(내가 지겹게 문제삼는 불법 촬영물까지도 그렇다는 생각이다). 희진샘이 말하는 ‘다르게 생각하라’는 것은 생각대로 몸을 맞추라는 지행합일 이런 게 아니라 몸에 생각을 맞추라는 것이다. 어제 잠깐 반짝 캐런 버라드이야기가 나왔었는 뎈ㅋㅋㅋ (너무 당연한 말 “너 자신을 알라” 하는 데 왜 또 양자역학까지 들고 와야 하는지 모르겠닼ㅋ 진짜… ㅋㅋㅋㅋ) 서구의 사상가들은 자기네 역사와 철학이 망쳐버린 인류와 지구에 미안해서 열심히 (푸코-해러웨이-버틀러-버라드를 이어오면서) 주체-타자의 이분법을 해체하고 있는 데… 그게 그렇게 어렵게 말할 일인가 싶다가도. 뭐 많이 읽으신 분들에게는 어려운 거 겠구나 한다….
그러기 쉽잖아. 이 지하인간처럼. 자기가 너무 잘나고 똑똑해서 남들은 아무 생각이 없는 줄 아는 거.
지하인간을 포함한 어떤 종류의 사람들에게 글씨를 읽고 쓰는 것이 왜 문제가 되는지 조금은 알 것도 같다. 하지만 지상에서 생활을 하는 우리는 지하인간처럼 삶 자체를 도외시할 수는 없다. 어떤 의미에서 지식을 섭취한다는 것은 섭취하는 지식들이 몸에 역하지 않다는 것은 (분열이 없다는 것은) 자신이 글씨가(지식권력)이 되었음(혹은 위치가 원래 가까웠거나)을 뜻하는 것이기도 하겠구나. 하고 추측. 수월하게 획득하는 앎을 넘어 나의 몸과 불화하는 지식까지 섭취하며 사유를 밀어붙이는 이들을 존경하지만, 나는 그럴 생각이 별로 없다. 이미 온 세상이 내 삶과 불화하고 있으며ㅋㅋㅋㅋ 나는 타인이 아닌 나 자신에 대한 깊은 이해를 원하고, 미래의 내가 지금의 나를 조금 기특해하고 귀여워하면 좋겠다 싶어 읽고 쓰기 때문이다.
계속 정희진의 언어들이 몸에서 섞이는 데. 딱히 인용부호를 달지는 않겠습니다. 자신을 해방하지 못하는 사람은 남 역시 해방하지 못한다. 남을 쉽게 단정 짓는, 우월한 자신을 생산하는 글쓰기로 타인을 바꾸고 싶어 해서는 안된다. 그건 미래의 나한테 쪽팔려 못할 짓.
주체-타자는 해체되었다. (그러나 언어는 현실보다 늦게 당도한다 ㅜ..ㅜ) 철학 천재들이 지금도 양자역학까지 가져와서 부지런히 해체 중이시다. (아놔, 근대는 커녕 봉건에서 허덕이는 나는 진심 그것이 이렇게까지 해서 해체하고 말고 해야 하는 지난한 지적 과정이었다는 게 좀 더 이해가 안 간닼ㅋㅋㅋㅋ) 우리는 때와 장소에 따라 주체와 타자를 부지런히 오고 간다. 이분법을 넘어서는 것은 ‘성실성’이다. 나는 정희진의 아래 문장을 정확하게 안 까먹고 기억하고 있으려고 한다. 대화에서 성실하려고 노력해야지.
"(11) 안정된 존재가 쓴 글은 바람직하지도 않지만 안정이란 애초에 성립 불가능하다. 성립가능 하다면 그 안정은 *기득권 속의 안정일 뿐*이다. 그래서 나는 불안정한(unstable) 상태를 존중하고 불안정한 상태에 있는 사람과 연대하고 싶다.
글을 쓰는 주체인 나를 알기 위해 나를 대상으로 삼은(삼는) 그들의 언어를 아는 것, 이것이 *맥락적 지식*이다. 우리는 상황에 따라 주체도, 대상도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주체가 되겠다는 의지가 아니라 이 둘 사이를 지속적으로 왕복하는 성실성(integrity)이다.* 그리고 그 누구도 객관성을 독차지 할 수 없기 때문에, 모든 관점은 부분적 시각(partial perspective)일 뿐이다. - 정희진, <영화가 내 몸을 지나간 후>"
모든 삶에는 다 나름의 이유가 있고 원리가 있다. 자기가 너무 중요하면 남도 중요한 줄 알아야 한다. 이 지하 인간은 그걸 모른다. 읽은 글씨들 때문에 현실과 계속 불화하던 그가 욕구를 풀고 난 후 창녀 리자에게 되지도 않게 인생 고나리질을 하다가 “(146) 그녀도 머릿속으론 똑같은 생각 을 했던 것일까? 즉, 그녀도 이미 얼마간은 사유할 수 있는 능력 이 있다는 소리인가…? ‘젠장, 이거 참 흥미롭군, 같은 부류라 고나 할까.’ 이런 생각을 하며 나는 흥분에 들떠서 거의 두 손을 비벼 대기까지 했다. ‘게다가 이런 풋내기 영혼 하나쯤 맘대로 주무르지 못할쏘냐…?’ 이 놀이에 나는 그 무엇보다도 매혹됐던 것이다.”라고 하는 장면이 있다.
난. 음. 이 책 많이 읽은 무식한 새끼의 너절함이 너무 투명하고 맑아서. 앜ㅋㅋㅋㅋ 글을 이렇게까지 솔직하게 쓸 수 있다니ㅋㅋㅋㅋ 역시 이런 글은 살아남는구나!!!ㅋㅋㅋㅋㅋㅋ 정말 문학은… 위대해 😱 어쨌든 내가 한남성(최근에 깨닫는 건데 이건 여자한테도 있다. 한남성말고 따른 말을 붙이고 싶은 데… 대체할 말이 없어서 당분간은 한남성이라고 부르도록 해야겠음… 아직까진 유의미한 실천이라 사료됨ㅋㅋㅋ)이라고 말하는 그것을 너무도 잘 보여주는 이 책은 도스토옙스끼로 대표되는 토종 서양남들의 여성혐오(와 숭배)를 전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라고도 생각한다. 물론 작가가 반영웅으로 설계했다고 작품해설에서 읽긴 했는 뎈ㅋㅋㅋ 영웅이나 반영웅이나ㅋㅋㅋㅋ 아쒸ㅋㅋㅋㅋ 도옹이 쓴 건 쓴 거니까요?ㅋㅋㅋ 나 어디선가 도끼옹이 창녀 폭행했다고 들은 거 같은 데. 그럴 수 있는 인간이 쓴 글임이 분명하다. 200년전이니까 뭐ㅋㅋㅋ
한마디로 정리하면 책만 읽고 살다가 편협한 자아가 비대해져 관계에 실패하고 마는 모든 인간들에게… 경종을 울릴 책이다. 그럼 여러분은 묻겠죠? 너는? 나는… 경계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데 내가 복수하고 싶어하는 종류의 인간이 그런 인간이기도 하고. 사실 책읽는 사람 주변에 딱히 많지는 않아서 (긁적긁적)…
나는 아픈 인간이다…… 나는 심술궂은 인간이다. 나란 인간은 통 매력이 없다. 내 생각에 나는 간이 아픈 것 같다. 하긴 나는 내 병을 통 이해하지 못하는 데다가 정확히 어디가 아픈지도 잘 모르겠다. 의학과 의사를 존경하긴 하지만 치료를 받고 있지 않으며 또 받은 적도 결코 없다. 게다가 나는 아직도 극도로 미신적이다. 뭐, 의학을 존경할 정도로는 미신적이란 소리다.(미신 적이지 않을 만큼은 교육도 충분히 받았지만, 그럼에도 나는 미신 적이다.) 아니, 나는 심술이 나서라도 치료 따위는 받기 싫다. 이런 심보를 여러분은 잘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뭐, 하지만 나는 이해한다. 😳강렬한 첫문장
하지만 단언하건대, 여러분이 그렇게 생각하든 말든 나는 아무 상관이 없다……. 나는 심술궂은 인간이 되지 못한 건 말할 것도 없고 숫제 아무것도 될 수 없었다. 심술궂은 인간도, 착한 인간도, 야비한 인간도, 정직한 인간도, 영웅도 벌레도 될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내 방구석에서 이렇게 연명하면서, *현명한 인간이라면 진정 아무것도 될 수 없다, 오직 바보만이 뭐든 되는 법*이다, 하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표독스러운 위안이나 하며 나 자신을 약 올리고 있다. 😳 도옹은 바보입니다 어허허 - P11
내가 지금 이렇게 많은 말을 늘어 놓은 건, 절대로 나 자신을 변명하기 위해서가 아니고……. 아니, 그렇지 않다! 거짓말을 하고야 말았다! 나는 다름이 아니라 나 자신을 정당화하고 싶었던 것이다. 이건, 여러분, 나 자신을 위해 지적해 두는 것이다. 거짓말을 하고 싶진 않으니까. 그렇게 약속했지 않은가. 😳 이 부분에서 나는 나를 느꼈... ㅜㅜ 앍ㅋㅋㅋ 나 도끼옹 따라 쓴 거 아닙니다 ㅋㅋㅋ 쓰다 보니 비슷했을 뿐이얌ㅋㅋ - P79
"왠지 당신은……" 그녀는 갑자기 말을 꺼냈지만 이내 멈춰버렸다. 하지만 나는 이미 모든 것을 이해했다. 그녀의 음성에는 이미뭔가 다른 떨림이 배어나왔는데, 그것은 아까처럼 날카롭고 거칠고 반항적인 것이 아니라 뭔가 부드럽고 수줍은 것, 갑자기 나마저도 왠지 수줍어지고 미안해질 만큼 수줍은 것이었다. "어떻다는 거야?" 나는 상냥한 호기심을 보이며 물었다. "당신은요………." "어떻다고?" *"당신은 왠지…..… 꼭 책을 따라하는 것 같아요."* 😳 지하인간 현타오는 소리 ㅋㅋㅋ 우지직 ㅋㅋ - P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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