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혼자 죽자 (재택사를 권함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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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집에서 혼자 죽기를 권하다 - 건강하게 살다 가장 편안하게 죽는 법
우에노 지즈코 지음, 이주희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2년 7월
평점 :
인생 독고다이 포스가 폴폴 풍기는 우에노 지즈코 선생님은 ‘사리사욕’을 위해 연구를 하신다는 데, 참으로 세상에 이득이 되는 사리사욕이 아닐 수 없다. 몇 권 읽지는 않았지만 선생님의 책을 읽다보면 연구자로서 뾰족하게 지적하는 부분들이 더 이상 제 기능을 할 수 없는 ‘가족’을 여전히 기준에 두고 있는 일본 사회에 대한 ‘현실 인식’ 촉구고, 그에 대한 ‘현실적인’ 대안 마련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쩌다보니 혼자 살고 있고, 혼자 사는 게 나쁘지 않은 나로서는 '혼자 사는 여성'인 그의 글을 읽는 것이 꽤나 임파워링 되는 데, 사회가 겁주던 것에 비해 혼자가 되는 것도, 나이를 먹는 것도 그렇게 두려운 것이 아니라는 걸 살 수록 살아갈 수록 점점 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 상태가 아닐 때는 두려웠으나, 두려움의 상태가 곧 내 상태가 되고 보니 응? 이거였어? 이렇게 된다는. 뭐. 그렇다. 나는 숨막히게 자유롭다ㅋㅋㅋㅋ 가끔 이 모든 자유가 버거워서 차라리 속박 당하고 싶을 정도로ㅋㅋㅋㅋㅋ 숨막히게 압도적인 자유. 이것이 실존의 조건이 되어버린 시대에는 그놈의 자유를ㅜㅜ 감당해야 하는 것이다. 이 책은 한국보다 한발 먼저 가 있는 일본 사회를 예로 삼아 근미래의 한국 사회를 생각해볼 만한 지점들이 나와서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나는 우에노 지즈코 선생님의 말들에 전부는 아니지만 대체로 동의 한다. 그리고 좋으나 싫으나 *이게 현실*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국은 더 이상 ‘정상 가족’이 국가의 복지 시스템의 기본 단위 값이 될 수 없고 되어서도 안된다. 왜냐면 정상 가족을 만드는 게 너무도 어려워져버린 사회니까. 개인을 사회가 책임지지 않고 ‘가족’이 책임지게 ‘내버려 두는’ 동안 ‘가족’이 그 안에서 얼마나 썩어 문드러져 왔는 지를 (그런데… 가족이 썩어 문드러진게 아니라 이 글의 인용에 따르면 며느리의 돌봄…이 썩어 문드러진거 아닐까? 원래 썩어 있었는 데, 며느리들이 밖에 나가서 일하게 되면서, 썩은 부분이 더 잘 보이게 된 게 아닐까요?ㅋㅋ 띠용?ㅋㅋ) 우리는 좀 아니까. 이렇게 된 김에 가족을 다 해체해버리자...는 아니고요 ㅋㅋㅋㅋ 개인을 좀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회로 나아갑시다요. 개인들도 자기 앞가림 좀 더 잘하고요.
정상 가족이야 말로 미디어가 유포한 환상이라는 것에 대해 나는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그림 같은 가족, 좋지. (속내야 모르지만 보기는... 참 좋더라) 하지만 나는 이번 생에서는 텄다. 생각 좀 해봤는 데, (환생이 있었다면) 이전 생에서도 전전 생에서도 이후의 생에서도 튼 사람이 난 것 같다. 평범해지는 것이 목표가 되는 삶이란 평범함에도 들 수 없는 삶들을 타개해야지 도달할 수 있을텐데, 평범의 기준이 너무 높다는 깨달음을 일찍이 아주 어려서부터 깨달은 사람이 이 몸이라서. (제인 오스틴 소설에 1도 감정 이입이 안되는 나,는 역시 사교계…에 데뷔하기 보단 그 옆에서 시중들던 시녀 였을 것 같고…ㅋㅋㅋ 500년 전에 태어났으면 우리 동네는 향,소,부곡이어서 나야 말로 천민이었다는 걸 중학교 때 부터 알고 있었던 지라…🤔 정리하면, 사회가 제시하는 높은 기준에 합당한 인재가 되긴 글러먹은 반골 인성. 그것이 바로 나.) 그러니까... 그래도 난 정상 가족에서 자랐으니 그거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는 데... 가족을 만드는 것도 이젠 확실히 내 길은 아닌 것 같아... 엄마,아빠 미안해요.
하여튼 인간의 기본 설정 값이 ‘남성-백인-중산층’이 아니어야 하는 것 처럼 사회 보장 제도의 기본 값도 ‘가족’이어서는 안되는 시대가 점차 도래하고 있다. 그게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면 나에겐 좋은일이기 땜시 ㅋㅋㅋㅋ 그런 사회로 점차 가야하는 과정에서 *직면한 현실에 대한 의식개선*이 이뤄져야 할텐 데… 오늘 지하철에서 제일 많이 본 광고는 우째 *결혼해 듀오*란 말인가. (꼴배기 싫어 죽는 줄. 배아파, 퉷퉷)
여튼 그 의식 개선을 똑바로 안하니까 남자 청년들은 여자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뺏긴 것 같아서 억울하고, 남자 중년들은 여자 중년들이 돌봄을 안해줘서 억울하고, 남자 노년들은 나이 먹으면 거뜬히 따라올 줄 알았던 사회의 인정이 안따라와 줘서 억울하고, 사회 전체는 ‘으른다운 으른’이 없어서 또 다 같이 억울하고. 그런거 아니겠나요. 이것은 뭐랄까 온 사회가 “호의가 지속되자 권리인 줄 알았던” 사람들이 신자유주의 덕택에 호의를 빼앗겨 버리자 엄하게 여자들(과 약자들)에게 덤태기써서 억울함을 방사하는 그런…응? 이러니, 내가 페미를 안하고 배겨? 🤷🏻♀️
아, 그러니까 신자유주의 나도 안하고 싶은데요, 이미 세상이 이렇게 되버린 걸 어쩌겠어요. 이렇게 된 김에… 혹독하게 살아 남아 자기 밥 그릇 하나는 잘 챙기고 자기 돌봄은 자기가 하는 그런 개인들이 되십시다. 가족 챙기지 말고 자기 자신 잘 챙기고요. 돌봐야 하는 가족이 있으면 더욱더 사회를 좋게 만드시는데 힘써주시고요. 나 챙기는 것 조차 싫어서 남에게 의탁하고 싶으면 그 만큼 돈을 많이 벌던가. (돈이면 다 되니까요?) 그러나 그게 쉽냐고요. 어려우니까 투표라도 잘하지 그랬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지만 투표를 잘했다 하더라도 그게 완전 맘에 쏙 들게끔 되진 않았겠지만… 그래도 대통령이 머리에 구두약 바르고 외국 정상들이랑 펜팔하는 것에 힘쓰느라 사회보장제도는… 아이고 나는 모르겄다, 하나마나한 소리 같고.
암튼, 재밌게 읽었음.
죽음에 대한 선택지가 몇개 더 늘어났고, 그냥 이 상태로 살면 되겠다 싶어짐.
불행과 불운은 닥치면 그때가서 해결하는 것으로.
혼자 사는 게 비참한가? 이 역시 생각하기 나름. 혼자 죽는게 비참한가?
음.... 혼자 사는 게 당연했으면 죽을 때도 혼자인 게 당연하지 싶음...
자연사 기왕이면 재택사. 간병 보험 안되면 존엄사 적금. 나 하나 잘. 젊을 때 돌봄은 셀프. 그게 되면 늙어서도 걱정 안해도 됨.돌봄은 무료가 아님. 돈을 내세요. 여러분, 가족에게 돌봄 받고 싶으세요? 가족 안에서의 사회성을 연마하세요. 여자는 잘 되는 데, 남자는 잘 안된 대. 근데 여자라고 언제부터 잘되었겠나요? 미래의 고독사가 두렵다면, 지금 부터 자기 돌봄과 가족과의 소통을 연습하세요. 학습하세요.인간은 평생 배우는 존재! 우리는 100% 죽고, 운좋으면 늙어서 죽습니다.
삶이란 먹고, 싸고, 청결을 유지하는 일이다. 이게 식사, 배설, 목욕이라는 간병의 3대 기본 조건이다. 이 3종 세트가 유지되는 동안에는 살아갈 수 있다. 오늘 하루도 눈을 뜨고 기분 좋게 하루를 살 수 있다. 그리고 이를 도와줄 전문가들이 있다. 간병 보험 덕분에 치매에 걸려도 도움을 받으며 일상을 보낼 수 있는 사회가 되었다는 사실에 기뻐하면 된다.
🤔간병의 3대 기본 조건. 그렇군.
안락사는 적극적인 자살 방조, 존엄사는 임종기의 의료 억제라고 말한다. 전자는 의료가 개입하여 죽음을 앞당기고 후자는 의료의 개입을 억제한다지만 안락사와 존엄사 사이에는 ‘미끄러지기 쉬운 언덕’이 존재한다. 게다가 유럽에서는 존엄사라는 말을 안락사로도 사용한다. (중략) 또한 이시하라 신타로 전 도쿄도지사가 "생식을 끝낸 아줌마가 살아가는 것은 의미 없는 일"이라고 한 말도 떠오른다. 사회에 공헌할 수 없으면 살아 있을 가치가 없을까? 삶의 보람, 일의 보람이 사라지면 과연 인생을 살아갈 의미가 없을까? 이런 생각의 배후에는 ‘살아 있을 가치가 있는 생명’과 ‘살아 있을 가치가 없는 생명’을 구별하는 생각이 깔려 있다. 이것이야말로 일본안락사협회를 설립한 오타 덴레이 씨가 주장한 *우생 사상 그 자체*다.
🤔 존엄사에 대해 가지고 있던 막연한 긍정을 재고 해보아야겠다. 하지만 나는 죽음을 선택할 수 있었으면 싶다.
그런데다 아버지는 절망하고 나약해진 암 환자였다. 어떤 날은 하루라도 빨리 죽게 해달라고 애원하더니 다음 날에는 재활 병원에 다니고 싶다고 했다. 가족들이 온 사방을 뒤져 재활 병원을 찾아오면 그때는 또 "이제 됐다"며 변덕을 부렸다. 가족들은 아버지의 흔들리는 마음에 실컷 휘둘렸다. 간병 선배였던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훌륭한 사람이 훌륭하게 죽는 모습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는 감동적이기는 해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소심한 사람들이 마지막까지 발버둥을 치며 죽는 모습이 그나마 위로가 되었다. 그리고 각오도 할 수 있었다. 죽어가는 사람은 마치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감정 기복이 심해진다. 그 기복에 휘둘리는 게 가족의 역할이다. 아버지의 간병 이후로 나는 건강할 때 써둔 본인 의사 같은 것은 믿지 말자고 생각하게 되었다. 또한 일단 결정한 것은 끝까지 관철하는 게 훌륭하다는 생각도 버리게 되었다.
🤔 상황은 바뀐다. 내가 믿는 나 자신도 바뀐다. 내 생각은 바뀐다. 건강은 유한하지 않다. 내 상태도 언제나 지금 같지는 않다. 도래하지 않은 미래를 두려워할 필요는 없을지도 모른다. 필요가 없다고 두렵지 않은 것도 아니지만.
일본의 간병 보험 제도가 완성되었을 때 나는 ‘가족 혁명’이 일어났다고 생각했다. 한계가 있기는 해도 "간병은 가족(만)의 책임이 아니다"라는 ‘간병의 사회화’를 향해 한 발짝 내디뎠기 때문이다. 그리고 노후를 맡길 가족이 없는 내 입장에서는 간병을 남에게 맡겨도 된다니, 그야말로 나를 위한 제도라고 생각할 정도로 반가웠다.
🤔 간병의 사회화, 돌봄의 사회화… 사회는 방법을 찾을 것이다.라고 미약하게 나마 믿을 수 있으려면….
또한 그때까지는 무료였던 며느리의 간병 대신 타인을 들이기 위해 10%나 부담해야 한다는 사실에 저항감을 보이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 예상했다. 그래서 간병이 필요한데도 간병 보험을 이용하지 않고 가족이 간병할 때는 그 노동력에 보수를 지급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언뜻 보면 타당해 보였다. 현금으로 받으려면 공적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아야 했다. 하지만 히구치 씨와 동료들은 서비스 이용료보다 훨씬 낮은 금액의 현금을 받고 ‘며느리의 간병’이 고착화될 수 있다고 걱정했다. 히구치 씨는 그동안 간병을 여자의 일, 혹은 며느리의 무료 노동으로 여기면서 각 지방 자치 단체에서 진행했던 ‘간병 며느리 표창 제도’를 비인간적이라고 비판해왔다.
🤔 ‘가사노동에 임금을‘이라는 이탈리아 페미니스트들의 운동이 한계에 맞닥뜨렸던 것과 연결해서 생각해보면 좋을 지점.
많은 사람이 놓치고 있는 부분인데, 간병 보험이 불러일으킨 큰 변화 중 하나는 *돌봄 노동이 무료가 아니라는 상식*을 널리 정착시킨 것이다. 지금까지 간병은 여자의 무임금 노동이었다. 나는 이를 ‘감사 없는, 평가 없는, 대가 없는 노동’이라고 불렀다. 특히 며느리라면 당연히 해야 하는 ‘강제 노동’이었다. 어느 해외 문헌에서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간병은 강제 노동’이라는 글을 보고 무릎을 쳤다. "그렇구나. 강제 노동은 강제 수용소에만 있는 게 아니었구나" 했다. 자기 집에서 시부모를 간병하면 대가가 없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집에서 다른 사람의 부모를 간병하면 대가를 받는다. 그렇다면 서로 간병할 상대를 바꾸면 되지 않나?(웃음). 그런 생각까지 든다.
🤔 며느리 노동... 하말넘많... 일본과 한국에서 며느리란 그러라고 있는 것이었던것인가...
간병의 사회화를 다른 말로 하면 ‘탈가족화’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간병 보험이 ‘후퇴’하면 다시 간병의 ‘재가족화’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 현재 우리는 이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하지만 간병 보험 시행 후 20년 사이에 가족은 크게 바뀌었다. ‘재가족화’라고는 해도 이미 현재의 가족은 간병할 여력이 사라지고 있다. 간병 보험 20년 사이에 2인 이상의 고령자 가구와 1인 고령자 가구는 모두 합쳐 50%를 넘었고 이제 재택 간병이라는 말이 곧 가족의 간병 능력을 가리키는 것도 아니다.
🤔 가족-국가-사회/ 우에노 지즈코는 줄곧 일본의 제 기능을 할 수 없는 ‘가족’을 겨냥해 특유의 현실적인 담론을 생산해 온 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그녀는 중산층 지식인이겠지만…)
늙는 것은 누구도 피할 수 없다. 사망률은 100%이다. 5명 중 1명이 치매에 걸린다고 한다. 간병 없이 살겠다며 열심히 운동하고, 치매를 예방한다고 두뇌 체조에 매달리기보다는 간병이 필요해져도 안심할 수 있는 사회, 안심하고 치매에 걸릴 수 있는 사회, 장애가 있어도 죽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해야 할 일이 아직 너무나 많다. 당신도 함께 싸워준다면 기쁘겠다.
🤔 100%죽는다. 혼자 살면, 혼자 죽는다. 가족은 이제 제 기능을 (한적이나 있냐만은, 하는 게 맞는 거냐만은) 할 수 없고, 기업과 ai와 사회가 그 기능을 나눠서 져야 하겠지. 나빠질까, 좋아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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