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붕괴, 마침내
언니들 말 잘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나온다고 어떤 언니도 나한테 말한적이 없지만 경험상 알고 있다. 전날 코로나 통행금지 풀리고 처음으로 두시까지 술 퍼먹고 들어와서, 집중 안돼... 일하기 싫어 싫어 버둥 거리고 있는 데 잠자냥님이 왜 아직도 <헤어질 결심> 안봤냐고 얼른 보라고 다락방님도 얼른 보라고 하셔가지고, 일 빨랑 해버리고 심야로 혼영 때려야지! 그러면서 동네 영화관 좌석 찾는데… 탕웨이 무대인사가 떡하니. 상영 시간은 한시간 뒤, 인데 누가 취소 눌렀나 한자리 딱 있는 거다. 바로 겟했다. 걍 바로 점심도 안 먹고 달려 나감.
글구 나 탕웨이 봄. 여러분. 탕웨이. 봤어요. 본 제눈 사실 분? ㅋㅋㅋㅋㅋㅋ
진짜 대박임. 대박 키크고… 언니가 나 와이파이 허그 해줬다? 으하하하하하하!!!! 나 탕웨이한테 와이파이로 안긴 몸임 ㅋㅋㅋ 아무튼 세상에는 천상계에 존재하는 종류의 인간이 있고 나는 그런 사람을 보았다! 자다가 떡이 떨어진 것이지. 그런데 막 남자들이 박찬욱 감독님 사랑해요 박찬욱 감독님 사랑합니다! 이래서 오, 박찬욱을 사랑하는 남자들이 많다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롸?)
물론 나도 박찬욱을 좋아해. 그리고 박해일도. 누구보다 더러운 역할 많이 해서 잊고 있었는 데, 이 영화에서 박해일이 <난 깨끗해요!!> 라고 했을 때 얼마나 다행이었던가... 그러타. 사실 그는 나의 희재였다.. 어제까진 완전 하얗게 잊고 있었다.... 감독님. 박해일에게서 다시 국화꽃 향기가 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아직도 난 당신이 미워요. 왜냐면 내 나균신을 (병약하고 청초한 한남은 다 좋아했구나... 나는.... 근데 신하균을 제일 좋아했다...) <박쥐>에 고따위로 써먹은 이후로 신하균을 좋아할 수가 없...ㅠㅠ (고작 그만큼의 사랑이어따...) 난 저주 받은 덕질 못하는 삶인 게... 10대 때 좋아했던 남자 배우들은 훗날 모두 변태 역할을 하게 되고... 20대 때 좋아한 가수들은 마약을 하게 된다. 내가 진짜 국위선양하는 마음으로 BTS 안좋아하는 사람이야 내가. (응?)
근데 이거 자랑하려고 쓴 거 맞고, 영화에 대해서 스포 피하고 적자면…
무언가에 매진해본 사람만이… 붕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세상에는 붕괴하지 않는 사람이 있고, 붕괴를 겪는 사람이 있다. 그리고 매진의 댓가가 붕괴인 것 같다. 어쨌든 어떤… 붕괴를 겪는 사람의 경우… 그는 진심이었던 사람인데… 붕괴할 수 있는 사람이 붕괴시킬 수 없는 사람보다 인간적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또 그런 이야기를 좋아하는 편이고, 왜냐면 결국에 살아 남아 버렸다면 완전한 붕괴까지는 아니기 때문에… 음… 붕괴 이후의 복구, 재건에 관한 이야기에 관심이 있고… 그렇다. 붕괴, 허물어져 무너지는 것… 무너질 수 있지만 살아있는 한 무너진 채로 살 수는 없으니까… 내 경우는 다시는 붕괴하고 싶은 생각이 없어가지고 자아를 파상시켜 얕고 넓게 매진할 것들을 삶에 포진시키다 보니 (바쁘다 바빠 현대의 인의 삶) 가끔 이렇게 약삭 빠르게 살지는 못했던 과거의 나를 좀 서글퍼 할 때가 있지만… 그것도 나니까능.
그런데… 탕웨이가 붕괴 이전으로 돌아가라는 말도 안되는 말을 해버려가지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영화보고 너무 마음이 찢어져… 허기가 져서 국밥을 말아먹다가 눈물을 쏟았다네.
울었숴어…눈물을…참지 못해 울었숴…
밥먹다가 처 운것은 정말로 오랜만이어따…
난 뭔가를 외면하고 있는 걸까. 삶에서? 나는 모르지만 같은 오류를 계속 반복하고 있는 건가? 기를 쓰고 복구 한 척해도 복구 안되는 지점이 있다고. 어쩌겠어, 치유는 불가능하고 더 망가지지 않게 관리하면서 살아야지… 그래도 불쑥 가끔 그런 흔적들이 느껴질 때 아 나는 안되는 거구나… 하고 정신줄 놓고 싶어질 때가 있는 데… 그냥 영화보고 슬픔이 아주 슬퍼가지고 정신 줄 놓을 뻔 했는 데 어떻게 정신 줄을 놓는지 까먹었다. 국밥먹으면서 소주를 마셨어야 했나. 하지만 아직 그정도의 혼자력은 안되었고… 어떻게 그 전으로 돌아가. 절대 못 돌아가. 어떻게 그래. 그러니까 너는 애초에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 데, 그럴 수 밖에 없었잖아. 그건 필연이잖아. 모르는 채로 살지도 못할거 잖아. 알고는 그렇게 못살 잖아. 너는 안되는 거 잖아. 그럼 언제까지 이렇게 지낼건 데. 곧 종말이 온다. 나 혼자 멸망하는 건 좀 더 속상하니까 우린 모두 다 같이 평등하게 멸망할테니까, 살아있는 한은 명랑하게 지내자. 뭐 이러면서 집에 왔더니 안뜯은 택배 상자 있길래 뜯고 나니 또 금세 쾌활해졌다.
유럽에 갈 것이다. 네덜란드에 갈 것이다. 여행을 준비할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이다. 침묵할 것이다. 알렉셰비치의 또 다른 목소리 소설을 읽을 것이고.
선명한 산문을 읽고 싶었다. 조앤 디디온의 산문집을 샀다. 기대된다.
더우니까 좀 지친다. 좀 의욕없는 날들의 연속. 요즘 잘 안풀리는 일이 있어서 스트레스 받고 있었는 데... 뭐 어쩌겠어... 그냥 엉덩이 딱 붙이고 앉아 있어야 한다. 이럴 때 일 수록 퍼지면 안되는 데.... 그래서 더 지친다. 하나 부터 열까지 나를 다 조절해야하고, 밥하기 싫다고 저녁으로 아이스크림만 먹고 그러면 안된다. (고백한다… 요즘 좀 그랬어… ) 나는 탕웨이가 아니니까. 마침내. 살찐다.
밥을 먹자. 에구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