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리는 없고 신념만 있다
나도 책을 샀다.
얼마 없는 독서종족은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빡칠 때나 뭐 여타의 때를 명분삼아 책을 산다.
[기사 링크] ‘추적단 불꽃' 박지현 “민주당은 졌지만 2030 여성들은 이겼다. 우린 더 강해질 것이다.”
https://m.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203110811001?utm_source=urlCopy&utm_medium=social_share
아침에는 박지현 기사를 읽고 굳게 마음 먹었다.
부자가 되야겠어. 박지현 후원하게. 개표 방송 보면서 심상정 후원하는 데… 내가 돈 버는게 그렇게 좋을 수가 없더라. 하지만 뭐, 내가 부자가 되고 싶다고 해서 부자가 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부자가 되고 싶다는 욕망이 서울 수도권 투표 결과를 그렇게 만들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건 부자가 되고난 후의 일이고 부자가 되보지도 않고서 부자를 포기하고 싶지는 않기 때문에 (응?)
<부의 인문학>을 중고로 구매.
기실 나의 안전에 대한 욕구는 어쨌든 부동산으로 수렴이 된다. 왜 내가 소박한 나.의. 아파트를 향해 기도하는 지, 시간이 되면 차차 써보도록 하겠으나 힌트를 하나 드리자면… 얼마전에 곽정은이 유튜브에서 결혼을 고민하는 2030 여자들에게 (링크 https://youtu.be/DOYtzfK72Ms 곽정은 유튜브 - 망하지 않는 결혼 하고 싶다? 3가지만 기억하세요.) 그러더라. 안전과 부동산에 대한 욕구를 결혼에 대한 욕구와 헤깔리지 마라. 자신의 욕망이 무엇인지 아는 것은 중요하다. 한녀들은 이런 것들을 보면서 번식에의 욕망을 자기 계발의 욕망으로 대체 시킬건 데, 당장 여가부 폐지만 믿고 있었던 2번남은 어떡하나. 자가 번식을 하지 않는 이상 한녀들이 번식에 함께해주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데. 2번남들아 유튜브에 자기계발. 능력주의 담론 판을 치니까 그거라도 좀 봐. 자기 자신을 조금 더 혹독하게 대하란 말야!!! 불법 촬영물 그만보고. 응? 늬들도 살아남긴 살아 남아야 할거 아냐. (잔소리를 하게 된다... 아아.. 어쩌나 2번남은 엄마 잔소리도 듣기 싫어할텐데..)
책 뒷면: ‘세상에서 살아남을 방법을 찾는 일, 이것은 거의 모든 젊은 여성이 마주치는 과제다’
솔닛의 젊은 시절에 대한 회고록 <세상에 없는 나의 기억들>이 출간되었다. 그렇다. 이제 이준석과 아이들 세상에서 어찌저찌 살아남아야 하는 나를 포함한 젊은 여성들에게는 솔닛의 회고록이 중요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뭐 언제는 안 살아남아야 했었나... 그래도 대놓고 여가부를 폐지하자는 정치를 드럽게 배운(ㅋㅋㅋ) 이준석이의 등판은 어쩔티비, 저쩔티비, ㅋㅋ (한번써보고 싶었지비) 페미니즘을 정말로 더 필요해지게 만들고 말게 되었다. 그렇다, 정희진의 말마따나 젠더는 이제 정치의 최종심급이 되고 말았다.. 그러므로 이러한 세상에서 필요한 철학
바로 <페미니즘 철학>을 섭취하자 여러분!
전 ‘철학’ 하면 역시 페미니즘이라고 생각하는 꼴페미거든요. 헤헤. 게다가 나는 철학을 좋아한답니다?
나에겐 후진 인간/ 그렇지 않은 인간을 구분하는 방법들이 몇가지 있는 데 (일번남이번남ㅋㅋㅋ 아닙니다, 참고하세요. 이건 그냥 적절한 언어가 붙었기에 즐거운 일일 뿐) 그 중에 오늘 페이퍼로 풀어보고 싶어진 썰은 자기 반성능력과 지적 개방성이다. 둘다 갖추기 어렵지만 둘은 상호 보완적이다. 자신을 반성하는 능력이 지적 개방성과 함께가지 않으면 자학하는 수도승이 되어 결국 … 억울해지고, 지적으로 개방적인 사람이 자기를 반성하지 않으면 세상 모든 것을 다 깨달아버려 결국… 억울해지더라. 억울해지면 내면이 일그러지고, 누구나 조금씩은 억울하기 때문에 슬픈 세상에서 살고 있는 우리들은... 이번 대선을 맞이하여, 내면이 심각하게 일그러진 사람들에게 이름을 붙여줄 수 있게 되었는 데요? 그것이 바로 2번남. 그들이 착각하고 있는 데, 1/2를 나누는 것은 외모가 아니예요. 이른바 쎄함. 억울함에 내면이 잡아먹힌 그런거? 똑똑한 한녀들은 알아보는 데, 자기 자신들은 자신을 모르고 그러나 투표는 소신있게 하는. 그런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죠. 어쩌다가 세상아 이렇게 되었니. 어쨌든 세상은 현실이기 때문에 이제 우리는 보게 될 겁니다. 그들이 뽑은 정치인을. 테레비에서. 자주.
잠깐 옆으로 샜는데 ㅋㅋㅋ 나의 난잡한 독서 목록은 그런 연유로 생겨났다. 뭐, 자기반성능력은 부연할 필요가 없을 것 같고 (그러나 확실히 이번 선거에서 유시민의 사과는 인상적이었다) 지식에 대한 개방성을 이야기해보고 싶은데 이것이 왜 중요하냐면, 무언가를 알고 싶어 하는 마음 보다 어떤 것을 모르고 싶어 하는 마음이 더 크기 때문이다. 심리적으로 방어할게 많지 않은 사람은 이상한 이야기에 호기심을 느끼지 이상한 이야기를 후려치지 않는다... 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호기심이야 말로 건강함의 상징?
내 생각에 스낵처럼 집어먹을 수 있는 간편하고 얇은 정보들이 아주 아주 여기저기 널려있는 지식-정보화 시대에 자기가 무엇을 모르고 싶어 하는 지를 똑바로 살펴 보는 것은 꽤 쓸모있는 작업이다. 나는 내가 내켜하지 않는 주제들이 내가 사실은 욕망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종종 할 때가 있다.(실제로 그렇기도 하고)
이렇게까지 한녀들이 싫어서 여가부를 폐지해야겠다는 2번남들을 떠올려보면, 그들이 죽도록 한녀들한테 사랑받고 싶구나 하고 생각하게 되어버리고, 아 어쩌지? 그런데, 너에게 부동산이 없다면… 아마 일반적으로 제정신이 박힌 한녀들은 자신의 욕망을 헤깔려하지 않을 텐데? 뭐 이렇게 생각하면서 또 에… 그만하자. 앞으로 5년 동안 꾸준히 생각할 주제니까. 하여 그런 시선으로 어떤 사람들이 유독 무언가를 모르고자 하거나 혹은 무언가를 아는 것을 거부한다면 (혼자서 조용히 비웃으며) 쓰윽 의심을 한다. 우치다 타츠루같은 이퀄리스트에게 “이 시키 지가 밥먹은 거, 설거지 안하는 시키가 분명해” 유난히 지적인 업적을 많이 쌓은 사람이, 유난히 페미니즘에 무지하다면 여성의 재생산 노동에 지나치게 기댄 사람일거다 하는 추측.
자신이 너무 편협한 지식을 쌓았다고 실망하지 않길 바란다. 지적 개방성보다 자기 반성능력은 훨씬더 중요하기 때문에 뭔가 반성이 하고 싶고 특별히 2030여성에게 미안한 마음도 어쩐지 드는 분들이 알라딘에 계시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어. 일단 우리
<여성-되기>를 해보자.
책의 소개에 이렇게 써져 있다. “되기는 보편성을 근거로 차이를 차별의 이유로 삼는 권력에 대항하면서 착취당하고 배제당하는 사람들의 관점을 옹호하는 방법으로서 의미를 지닌다. … 차이를 역량으로 삼고 체현성에 기반을 둔 새로운 여성 주체의 형상화를 모색할 수 있다는 점에서 페미니즘의 이론적, 실천적 논의와 맞닿아 있다.”
김은주님의 책이라서 사긴 했는 데, 어려운 용어들 너무 많이 나와서… 아무튼 들뢰즈. 스바... 이번엔 들뢰즈다. 어쩌지. 이건 도움을 요청하기로 했다. 하지만 당분간은 책 읽을 시간이 너무 없고…. 하지만 기대된다. 나랑 이거 읽을 사람~~? 올해 안에는 읽겠져? (그런데 왜 나 또 죄와벌 하권 생각나? 죄와벌.. 오. 죄와벌이여... 죄으식 엄청드네... ) 암튼, 2번남의 정치세력화는 나를 공부하게 한다. 나를 천재되게 한다. 아 미쳤다. 나는 이렇게 더 미래의 현자가 되어가고 있는 데. 오 맙소사, 나처럼 똑똑한 사람들이 나랑 같이 똑똑해지고 있어서 큰일이다. 똑똑한 사람들의 가장 강력한 특징은 똑똑한 사람과 친구가 된다는 것이다. (정재승)
<마음은 외로운 사냥꾼>은 좋은 책이여따!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아주아주 깊게 외롭고 그 깊은 외로움을 이해받고 싶어하며 이해받고 싶어하기 때문에 제대로 소통하지 못한다. 끝내 이해받지 못하는 그들은 자신의 내면에 어떤 것들을 깊게 간직하기도 하는 데, 나는 그것이 슬펐다. 이해받지 못하여 더욱더 깊어지는 그것들을 그들이 내려놓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것을 내려놓아 결국 삶에서 승리를 거두는 이야기였다면, 이 소설이 이토록 가슴 아프진 않았겠지. 당신은 이해받고 싶나요? 당신에겐 싱어같은 친구가 있나요? 나는 당신의 깊은 외로움을 나의 마음에 빗대어 이해합니다. 그러나, 당신이 먼저 이해하고자 하는 존재가 되길바라요.
아무튼 카슨 매컬러스의 매력에 빠지고 말았다. 조금 다른 이야기를 읽고 싶은 이웃이 계시다면 매컬러스의 소설을 추천.
<8개의 철학지도>는 내가 철학 좋아하는 거 너무 티냈나…. 생일 선물을 받았습니다. 아 참, 그리고 어쩐지 내게 시인 친구가 생긴 걸까? 생겼을지도? 생긴겁니까? (발그레☺️) 나에겐 요즘 책을 통해서 만난 친구들이 생겨나고 있다. 그런 친구들을 사귀어보고 싶었더랬다. 그게 참 좋은 거 같다.
<여성 괴물>은 바로 3월의 페미니즘 책읽기. 선거결과가 아쉽긴 하지만 다락방 리더님을 따라 알라딘의 페미니즘 책읽기는 계속된다.
누구나 하실 수 있습니다. 절찬리 판매 중? 응? (무엇을?)
앞으로의 5년, 걱정은 되지만 별 수 없다. 사실 뭐 1번남이 됐어도 그닥… 🤷🏻♀️
까치발 들고 조심조심 살아왔어도, 세상이 가하는 숱한 폭력을 나는 피해나갈 재간이 없었다. 그래도 어쨌든 살아남아버렸다. 그리고 남탓을 할 수 있는 마지노선이라 여겼던 35살도 넘어버렸다. (35살부터는 자기가 싼 똥을 치우기 위해 부지런히 반성하며 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나는 우리의 훌륭한 젊은 여성들의 편에 선다. 이것은 언제나 나의 리더, 내가 커서 될 사람 바로 다락방이 주장하고 있는 삶의 태도다. 나는 그를 따른다. 더는 젊은 여자들이 죽지 않기를 바랄 뿐이지만, 나도 겨우 겨우 살아냈으니 뭐….
살아남고 말았다. 나를 살게 하는 것은 책과 일기 쓰기와 고양이와 유산소 운동, 내가 번 돈과 돈을 벌게 하는 일과 얼마 없어 더욱 소중해지는 내 친구들. 그러므로 저들과 싸우면서 저들과 닮아가지 않기 위해 (내면이 일그러지지 않기 위해) 앞으로 나는 책 읽기 덕분에 만난 친구들과의 우정을 귀하게 돈독하게 여기면서 나에게 더 잘해주기로 한다. 나는 그래도 된다. 나는 그럴 수 있다. 나는 내 안의 많은 미움들을 인정하고 억울해하지 않는다. 억울하게 되면 혐오하기 쉬워진다. 애초에 억울해하지 않으려면 나에게 잘해주는 게 최선이다.
그러니 책읽는 종족들아.
책을 사자.
책을 읽자.
나에게 잘해주자. 억울해하지 말자.
인생은 흘러가고, 우리는 번식을 멈출테니 인류는 멸종하고 그럼 지구에게 좋을 일이다.
그런데 한번에 망하지는 않는다. 천천히 망해간다. 우리 천천히 망해가자.
길게 망해가자, 이건 황정은 언니가 한말이다.
그렇게 금방 망하지 않아. 세계는,
그렇게 길게망해가면 고통스럽지 않을까?
단번에 망하는게 좋아?
아니.
그럼 길게 망해가자.
황정은 <계속해보겠습니다>
덧붙임, 엮어 놓은 글은 2번남의 등장을 미리 꿰뚫어보고 계셨던 천재 다락방님의 몇년 전 글.
https://blog.aladin.co.kr/fallen77/10802691 (논리는 없고 신념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