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긋기의 변천사
좋은 책을 읽고 나면 알라딘 서재 리뷰를 찾아서 읽는 편이다. 그러다가 가끔 책 만큼 좋은 리뷰를 만날 때가 있다. 그런 방식으로 나만 알고 있는 서재들이 늘어간다. (가끔 찾아가 좋아요 폭탄을 투척하고 가는 제 관심이 부담스럽다면 여러분 알려주세요. 눈팅만 하고 갈께요.)
<디디의 우산>을 읽고 난 후 찾아낸 알만한 사람들은 다아는(?) 황정은리뷰 맛집 아무님이 월간 아무르를 연재하고 계셨다. (사실 주간 아무르였는 데 올라오는 속도를 보니 월간…ㅋㅋㅋ)
이웃님의 밑줄긋기 변천사를 보는 것이 즐거웠다. 이곳 서재 이웃들—유명하지 않은(!) 독서가들—의 책탑과 책장과 책 택배 뜯은 페이퍼야 말로 내가 좋아하는 페이퍼 장르라는 것을 문득 알아차리고 말았다. 언제나 후회와 결심을 반복하는 알라딘 택배요정 다O방님과 특별히 고양이 묻힌 책 탑으로 유명한 알라딘 적립금 플렉서(ㅋㅋㅋ) 잠O냥님… 등등. 오늘은 모처럼 텅 빈 하루로서 제법 시간이 남아돌기 때문에 아무님의 밑줄 변천사 페이퍼 (엮인 글 혹은 링크 클릭 : 밑줄 긋기 변천사 참조)에 영향을 받아 진화하는 내 독서 환경에 대한 페이퍼를 좀 끄적여볼까 한다.
덧붙여 나는 궁금하다. 이웃님들의 독서 루틴이! 여러분의 책상을, 책장을, 책을, 책갈피를, 책에 그은 밑줄을, 쌓아놓은 책탑을, 책읽기에 필요한 모든 것을 구경시켜달라. 가을이니까! 독서의 계절이니까! 혹시라도 제 글에 영향을 받아 엮인글 써주신다면 주저않고 달려가 게걸스럽게 읽으리. (🤭어쩌면 나 책보다 책에 관한 글을 더 좋아하는 걸지도.)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기 시작했다. 그 전엔 읽긴 읽되 쓰지 않았고, 한국인 평균 독서량에 조금 웃도는 수준의 독서량을 가진 평범한(?) 인간이었다. 북플에 드나들기 시작하면서 읽기와 쓰기를 사랑하게되었고, 사랑하게 되었다고 말하고 다니는 순간부터 사랑은 점점 커져 2022년을 바라보는 현재의 삶이란… 책 살려고 돈 벌고, 돈 벌다가 책 읽을 시간 없을까봐 돈을 조금만(?) 벌고, 오랫동안 읽고 싶어서 루테인을 챙겨 먹으며, 오래오래 읽고 쓰며 살아가고 싶어 달리기를 한다. 세상에 책이란 것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읽고 쓰는 데 진심인 사람들이 이렇게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 기쁘기 그지 없고 참 좋다.
책에 뭐 묻는 거, 책이 뒤틀리는 거, 밑줄 긋는 거, 접는 것을 상상도 못하시는 독서가들과는 좀 다르게 난 책에 밑줄을 긋지 않으면 책을 읽은 것 같지 않다 생각하는 완고한 밑줄파였다. 대체로 연필로 줄을 그으며 특별히 좋은 문장에는 스OO러 형광펜 노랑색으로 영역 표시를 해두곤했다. 특별히 좋은 페이지는 신나게 귀퉁이 접어두기도 서슴지 않았다.
그렇게 알라딘이 알려주는 20대 여성 상위 0.7% 책 구매율을 찍던 어느 날, 깨닫고 말았다. 이 속도로 책을 사제끼고 영역 표시를 하다보면 5년안에 쌓아둔 책탑이 무너져 큰 부상을 당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2년 마다 이삿짐을 싸야하는 고달픈 서울살이에 장서라는 취미는 매우 무겁고 비효율적인 분수에 맞지 않는 무엇이라는 것을 몸소 체험하면서 욕망을 덜어내게 되었다. 이사를 앞두고 읽지 않을 책을 절반 넘게 팔고 버렸다. 그렇게 몇 차례 이사를 하며 근육통을 겪다보니, 집을 살게 아니라면 도서관에서 빌려읽거나 전자책으로 갈아타자 싶어졌고 절반 정도는 성공한 것 같다. 집에 갖고 있는 물질(!) 책이 300권이 넘지 않게끔 신경써서 유지하고 있다. 되팔거나, 친구들에게 선물하거나, 책 보관ㆍ대여 서비스에 보내버리거나 한다. 그러다보니 지금 내 집 책장은 심히 페미니즘 적이되고 말았더라는 후문. (페미니즘 책이나 개념을 이해하면서 읽어야하는 종류의 책들은 어쩔수 없이 종이책으로 구매해 연필, 색연필, 형광펜, 때때로 회색 형광펜까지 사용해가며 노트를 병행해 읽는다. 다 읽고나면 그게 아까워서라도 팔아치울 수가 없어져서 쌓여가고 있다…)
그래도 책 욕심은 끝이 없어, 오늘 자로 확인한 우리집에 있는 책은 391권… (언제 91권이 또 늘어났죠? … 응?) 또 비울 때가 다가왔다. 독서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도 전부터 아이폰 유저였던 나는 가지고 있는 책을 ‘산책’이라는 아이폰 전용 어플에 전자책, 집에 있는 책, 대여 서비스에 보관중인 책 등으로 카테고리화해서 수시로 업데이트 한다. … 때문에 산 책을 모르고 또 사는 경우는 아직까지는 없었다…(다락방님 미안 ㅋㅋㅋ🤣)
<내가 사용하는 읽기와 쓰기 앱들. 가운데는 '산책' 태그별로 분류해놓고 바코드만 찍으면 되서 아주 편하다. 오른쪽은 종종 언급하곤 했던 '펜 케이크' 난 명조체를 좋아해서 이 앱에다 글을 써둔다. 보이는 리스트들은 쓰다 만 글들 ㅋㅋㅋ 아마 더 안쓸 것 같다ㅋ>
어쨌든 집에 보관할 책 권수를 의식적으로 제한하다보니 책 자체에 대한 영역 표시 열망이 줄어들었고, 플래그라는 좋은 물건이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그렇게 저는 플래그의 세계에 입문하고 마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 초기에 내 플래그 붙이는 클라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동생 책을 빌린 거라서 밑줄을 그을 수 없는 고로 플래그를 사용했었다. 아주 걍 막 붙임..(이제와 생각해보니 색깔이라도 통일한게 어디여 싶긴함)
그러던 어느 날 저는 제 페미니즘 책읽기 친구들과 독서모임을 하러가서 그들의 플래그를 보고야 만 것입니다.
여러분 6층 입주민을 보십시오. (저는 3층. 귀퉁이 접어파 되시겠습니다.)
그 붙여진 플래그의 정갈한 자태가 어찌나 아름다웠던지, 난 친구의 생일 선물로 플래그를 한통 사주고야 마는 데…(관련 링크 : 쇼님의 세상에 최대한 무해한 욕망) 그나저나 저 때까지는 플래그가 무해한 욕망이라 생각했는 데, 엊그제 황정은 책 읽고나서 안썩는 다는 사실을 알고 심히 찜찜해지기 시작했음.
어쨌든, 그러고 나니 플래그… 너… 괘니… 신경쓰여… 이후로 나는 조금씩 6층의 입주민을 따라해보려고 했으나, 붙임 삐꾸가 생길 때 마다 승질이 나서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여차저차 고안해낸 것은 바로!!!
플래그 접기 신공 되시겠다. 딱 맞추는 것은 승질에 안맞어 접어붙입니다!! 그걸 또 열심히 하다보니…
얼마전 나의 제2의 성. 이젠 플래그에 깔 맞춤까지 집착하고 자빠졌다. 정말 나란 인간은 왜 중간이 없는 가…. 무관심 아니면 과몰입 밖에 없는 나 자신이여. 이번 생은 어쩔 수 없으니 다음 생은 제발 차분하고 덤덤하게 살아가자. 어쨌든 이제 나는 더 이상 책 귀퉁이를 접는 만행을 저지르지 않는다. 플래그를 접으면 되니까. 룰루! 😚
여기까지는 나의 플래그와 밑줄긋기 스토리였고, 본격적으로 기록으로 넘어가자.
그러니까 처음엔 온라인에 독서를 기록하는 것을 신경써서 하는 편은 아니었다. 북플에 올리는 독후감 외에는 오프라인 기록을 고집했고, 보통은 일기장에 일기를 쓰(고나서 찢어버리)고, 책은 좋은 문장 접어뒀다 천년에 한 번 필사하는 정도.
그런데… 책을 집에 두지 않기로 마음 먹자 읽고 바로 잊어버리는 것이 너무 아까워 컴퓨터에 기록을 남기는 것이 좋겠다 생각했고, 때에 맞춰 런칭된 북플의 스캔>변환 서비스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북플의 노예가 되었다고 한다.) 비공개로 모아뒀다가 날잡아서 한글 파일에 따로 세이브 하기를 몇년… 나는 평소에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사용하는 사람이었고 때때로 이 작업이 너무 번거롭게 느껴졌다. 한글이 아닌 에버노트로 옮겨야하나 생각을 몇번 했는 데, 에버노트가 좀 비싸다는 생각이 들어 선뜻 갈아타지 못하다 더 저렴한 베어라는 앱을 알게 되었고.. 결국 정착했다.
그리고 베어노트는 신세계였다.
<내가 베어노트로 책을 정리하는 정리하는 방식, 얼마전에 재밌게 읽었던 보부아르 전기를 가지고 와보았다. 내부로 내가 쓴 글들을 저렇게 링크 시킬 수 있다. 글 안에서 글 안으로, 글 바깥에서도 가능. 스마트폰 뿐만 아니라 맥북, 아이패드로 동기화 가능하고 맥북으로 보면 더 멋지다.>
어느 정도냐면… 올해 초에 베어노트를 더 잘 쓰고 싶어서 맥북을 샀다. (이럴 걸 에버노트를 사는 게 더 싸게 먹히지 않았을까?ㅋㅋㅋㅋ) 백수가 되어 시간이 넘친 나의 베어에 대한 집착(?)은 하늘을 찔러서 여기 저기 흩어져있던 내 모든 hwp형태의 텍스트 기록은 무려 2004년 싸이월드 일기부터 대학시절 레포트까지 베어에 아카이빙 되고 말았다. 혹시나 해서 여기에 적어두는 데, 제가 예고 없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이 오거든 내 베어도 함께 삭제해주세요… 부디… 열어보지마… (이미 잠궈놨지만 ㅋㅋㅋ 그래도 열어보지마….)
트리구조가 아니라 태그를 통해서 정리를 할 수 있는 이 메모장 앱은 검색기능도 따로 있어서 사진을 자세히보면 보이겠지만 페미니즘 치면 쫘라락 동명의 제목책들과 내가 만든 노트들이 검색되어 나온다.
전 또 이런거 구조화(?)하는 거 좋아해서, 아무튼 어쩌다보니 현재 베어앱은 저의 두뇌보다 더 저를 많이 기억하고 있는 정념과 정리와 책 문장 모음과 기사/논문 스크랩과 여타의 뭐 그런 제2의 두뇌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이렇게 써놓고 나니 뭔가 엄청 기록 집착적인 사람 같은 데… 딩동댕! 그래요. 나 집착해…. 원래는 오프라인으로만 집착했는 데, 맥북 사고나서 아주 물만난 물고기 마냥 집착이 더 심해졌다.
정리하면, 저는 독서하고 독후의 활동을 북플로 캡처하고 텍스트로 변환해 베어라는 앱에 따로 저장하고 있으며 그것은 트리구조가 아닌 태그 구조기반이라 자기만의 카테고리화를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분들은 각자가 구성하는 형태로 보다 자유롭고 구체적으로 사용할 수 있으며, 잘 구조화 하기에 따라서는 내부 링크 연결을 통해 나무위키처럼 만들 수도 있습니다.
독서기록의 경우 저는 이렇게 사용해요. 올해부터 시작해서 데이터가 많지 않지만 이게 쌓이면 뭔가 좋아지지않을까요? (대체 뭐가 좋은지는 모르겠지만 기록 덕후는 그저 좋다ㅋㅋㅋㅋ) 아무튼 애플 쓰시면 한번쯤 사용해보시기를? 동기화 안하면 공짜입니다. 마크다운 방식의 텍스트 기록이라 제 느낌엔 에버노트나 hwp보다 간편하고 편해요. 종종 제가 알라딘 페이퍼에 *이렇게* 쓰는 것은 베어에서는 굵은 글씨로 변환시킨… 설명은 그만. 암튼 아이폰 쓰는 데, 기록 덕후다! 이러면 아이폰 전용 앱 <베어>를 활용해 보시는 것도 ㅋㅋㅋㅋ
여기까지 썼는데 지친다….
쓸거 다 쓴 거 같아….
자 마지막으로 책 읽는 엊그제 저의 책상을 보여드립니다.
솔직히 대부분은 소파에 눕듯 퍼져서 읽는 데… *페미니즘 벽돌 책 한정* 열공모드로 읽숩니다ㅋㅋㅋ
커피는 그란데. 읽고 있는 책은 페미니즘의 투쟁. 책에 열심히 밑줄 긋기. 주요개념 노트에 메모하면서 이해하기. 두꺼워서 다시 읽을 자신은 없으니 문장은 바로바로 베어에 기록해놓기. (맥북으로 보면 베어 저렇게 보여요) 아… 타이머 시계가 빠졌군요… 대신 이날 아이패드에 켜놓았던 저것은 (이것도 최근에 공부하는 친구가 알려준 것인데) ‘스윗미’를 치면 볼 수 있는 유튜브 공부 브이로그입니다.
자자 못따라오고 계시는 여러분, 일전에 제가 알려드린바 있죠?
요즘 젊은이들은 공스타그램과 공브 브이로그로 자기계발ㅋㅋㅋ한다고요? 🥲 저도 그저께 한번 밖에 안해봤지만 저 스윗미 의대생 친구를 옆에 켜두고 책을 읽기 시작하면 대학시절 시험기간에 도서관에 가면 옆 사람들이 열심히 공부하고 있어서 나도 덩달하 공부하는 체험(?)을 집에서 하실 수 있으십디다. 세시간 안쉬고 엉덩이 붙여 공부하기 챌린지, 샤락샤락 책장 넘어가는 백색소음 체험… (근데 어쩐지 전기 낭비 같아 앞으로 안할거 같긴한데… 요즘 젊은이들은 저렇게 공부 한다고 해서 아는 척 해보기)
무튼 저는 이렇게 읽습니다. 읽다 보니 쓰고 싶고 쓰다 보니 더 잘 읽고 싶어 이리 되어버렸습니다.
왜 이렇게 읽고 기록하고 쓰기에 진심인지 모르겠지만, 전 이 짓(?)이 너무 좋고 행복합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읽으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