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제국주의 - 누가 블록체인 패권을 거머쥘 것인가 북저널리즘 (Book Journalism) 40
한중섭 지음 / 스리체어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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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2000년대의 한창 모 지방의 대학 강의실. 참여 민주주의의 확대로 기대되던 인터넷이란 게 얼마나 빠른 속도로 상업화되고 있는지에 관한 수업을 들으며, 세상에 이런 걸 배울 수 있다니(!) 대학생이 되길 잘한 것 같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했더란다. 이제 막 친구들과 싸이월드 도토리를 주고 받기 시작하던 시절이었다. 당시 인터넷 상업화와 관련한 리포트를 써야했을 땐 머리에는 쥐가 났을 테지만 내가 대학을 졸업하기도 전에 ‘해피 캠퍼스’라는 사이트가 만들어지더라. 리포트란 돈주고 ‘살’수도 있는 것이 되었다. 


둘, 페이스북 안에서 벌어지는 그들만의 아무말 대잔치가 지겹다고 생각하던 시기 넷플릭스 다큐 <소셜 포비아>를 봤다. 확증 편향을 다루고 있는 내용을 기대했지만(당연히 그 내용도 다루고 있다!), 더 놀라웠던 건 공짜라고 여기는 소셜 미디어 서비스를 사용하면서 우리의 개인정보 데이터들이 페북에 어떤 식으로 돈을 벌어다주는 지에 대한 내용이었다. 십오년 전처럼 역시나 공짜는 공짜가 아니었다. 웹브라우저에 주렁주렁 달려 귀찮게 따라붙던 광고 팝업들이 SNS안의 소름 돋는 맞춤형 광고서비스로 바뀌어있음을 알아차렸을 때, 이미 나는 한껏 팔려있었던 거였다. 그 뿐이겠는가. 예측 가능한 나의 소비패턴으로 적절하게 생산-유통 된 제품들은 아마도 누군가의 고용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었을 것이다. 


셋, 플랫폼 노동 관련 독서 중이었다. 맙소사 이 따금 ‘로봇이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 클릭했던 귀찮은 사진들이 구글의 인공지능을 학습시키는 나의 무료 노동이었다고 한다. 알게 모르게 온 인류가 함께 해운 봉사 덕에  데이터들은 ‘빅-데이터’가 되어 4차 산업혁명의 원료로 쓰이게 되었다. 10년이 채 안되는 기간 동안 완전하게 세계를 장악한 실리콘 밸리의 플랫폼 기업들이 그 모든 데이터로 또 무슨 일을 벌이려는 걸까. 은퇴한 아빠는 택시 운전을 하겠다며 온라인 원서 접수를 도와달라 하신다. 큐알 체크인도 못하는 아빠가 카카오택시 서비스는 할 수 있을까? 염려를 내색 하지 않으며 괜시리 자율주행 자동차를 검색해본다. 그러고 보면 꾸준히 나는 그런 것들에 흥미를 느끼고 궁금해했다.


마지막, 비트코인과 블록체인. 지금이야 투기와 한탕주의의 대명사처럼 언급되고 있는 것이 “비트코인”이지만 이 기술은 2008년 금융위기를 초래한 월가 금융자본과 달러 패권을 비난(!)하면서 등장했다는 것은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이야기다. (난 석달 전까지만 해도 전혀 몰랐다. 크립토 관련해서 처음으로 다산북스의 <넥스트 머니>를 읽다가 얼마나 황당+당황했던지… 그 날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군.) 탈중앙화와 프라이버시의 깃발을 휘날리며 등장한 사이퍼 펑크(cypher-punk)들이 주장하는 세계는 초창기 인터넷 무정부주의자들의 모습과 많이 다르지 않았다. 나 또한 크립토지지자들이 안내하는 블록체인에 기반한 토큰경제가 소유권이 아닌 사용권에 기반한 글로벌 시민들의 보다 민주적인 경제활동을 열어줄 것이라는 낙관적 세계에 기대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69) 그러나 세상을 바꾸겠다는 비전으로 인터넷 기업을 일궈 낸, 한때 순수했던 괴짜들은 대부분 상업화의 과정을 거치면서 권위적인 (표면적으로는 자유와 평등을 주창하지만) 황제로 변했다. 디지털 제국의 황제들이 각국의 정치인들과 결탁함으로써 인터넷은 이제 완벽한 감시와 통제의 수단으로 변질되었다. *한때 분권화, 민주화를 꿈꿨던 인터넷의 부식에는 한계가 없는 것 같다.* 추락하는 새는 날개가 없다.

물론 스티브 잡스가 이 모든 부작용을 염두에 둔 채 악의를 가지고 아이폰을 만든 것은 아닐 것이다. 다만 그는 대부분의 기술 예찬론자들이 흔히 범하는 오류인 기술의 긍정성에만 주목했을 뿐이다. 설사 그가 스마트폰의 부작용을 예견했을지라도 애플 제국을 최고로 만들고자 하는 야망을 꺾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것이 나의 조심스러운 추측이다.”

“(208)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비트코인의 등장으로 인해 디지털 제국주의가 새로운 전기를 맞이했다고 생각한다. 인터넷이 디지털 제국주의 1.0이라면 *블록체인은 디지털 제국주의 2.0이라는 의미다.* 탈중앙화를 부르짖는 블록체인 이상주의자들의 계획은 상업화와 규제로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높다. 나는 오히려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이 기득권 국가와 기업에 더 큰 권한을 부여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 책은 ‘글로벌 기업이라는 제국’의 입장에서 비트코인의 전망을 내다보는 책이다. 그렇다고 비트코인을 거대한 사기극으로 취급한다거나, 사토시 나카모토가 NSA라는 음모론을 펼친다거나, 유시민 아저씨의 말마따나 “(14)비트코인 도박판의 승자는 채굴, 거래소, 그리고 투기 자본을 운용하는 주체”라는 주장을 하지도 않는다. 비트코인이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저자는 ‘디지털 금’이라고 표현하며, 향후 비트코인 본위제까지 내다본다) 설명하되 인간의 제국주의적 속성에 대해서 짚는다. 인터넷이 어떻게 상업화되고 강대국의 이익에 복무했는지 살펴보면서 그 방향으로 가고 있는 지금의 비트코인 생태계를 환기하고 미래를 전망한다.


“(111) 블록체인 관련 기업들의 상업화 및 정치권력의 개입 외에도 블록체인의 탈중앙화가 실현될 수 없는 결정적인 이유가 있다. 기존에 권세를 누리던 제국주의자 상인들이 돈 냄새를 맡았다는 점이다. 특히 월가의 금융 자본과 실리콘밸리의 산업 자본이 비트코인 및 블록체인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120)  키프로스 사태는 2008년 금융 위기와 유사한 면이 있다. 실패한 경제 정책 및 저조한 성과의 책임을 져야 할 소수의 잘못을 만회하기 위해 정부는 다수의 시민들로부터 재산을 상납할 것을 요구했다. 시민들의 세금을 걷어 대형 금융 기관을 구제한 2008년의 불공정 거래가 똑같이 재현된 것이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비트코인 덕분에 시민들이 중앙 권력의통제를 피해 재산을 보전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키프로스 사태뿐 아니라 위기의 먹구름이 드리울 때마다 비트코인은 빛을 발했다. 브렉시트, 트럼프 당선, 북한의핵 실험 등 *시장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비트코인의 가격은 상승했다. 이는 비트코인의 안전 자산으로서의 잠재력을 시사한다.*”


나는 이 책이 좋았다. 솔직히 이런 종류의 관점(자본주의 비판)은 내게 매우 익숙하다(독서 주종목 이었다고나 할까🤭ㅋㅋㅋ) 읽으면서는 그 어느 책을 읽을 때 보다 집에 온듯한 편안함을 맛보았다. 물론 나에게 익숙한 시각이 좋은 시각은 아니란 건 안다. 그러나 이 편안함이 너무 오랜만인거라 문득 페미니즘이 얼마나 어렵고 심오한 사상인지 깨달았… 😲 


아무튼 책은 내가 크립토 관련된 책들을 읽으면서 가장 부럽고도(아직도 천진할 수 있다니) 의아했던(약을 잘파는 데?) 부분을 해소해주는 부분이 있었다. 그리고 이 현상을 바라보는 내 태도와도 시선이 가장 닮아있어 내놓는 전망에도 수긍이 갔다. 기술과 현상 자체는 건조하게 인정하면서도 너무 모여라 꿈동산은 아닌 태도. 다 좋다치자. 기술 좋고, 의미 알겠고, 낙관 좋은데, 솔직히 그렇게는 안될 것 같은 데? 블록체인이 인터넷처럼 상용화 될 거 같긴 한데, 그게 더 좋은 세상 확실해? 이게 만약 극단적으로 간다면 어떻게 되는 거지? 등등. 그게 좋을 수는 있는데 정말 좋은 건가? 그게 나쁠 수 있는 데 그게 진짜 나쁜건가?의 태도랄까.


“(239) 시민들은 소비자로서의 권리를 요구할 것이고, 결국 블록체인 식민지는 서서히 금융 시장을 글로벌 디지털 플랫폼에 내줄 것이다. *지금 이대로 가면 대한민국은 분명 블록체인 식민지가된다. 완전히 나쁜 일만은 아닐 것이다. 시민들은 글로벌 디지털 플랫폼이 제공하는 맞춤형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며 얻는 경제적 혜택에 만족할 테니까.* 하지만 국내 금융 기업들은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깨달을때 쯤, 국내 금융 산업 관계자들은 부랴부랴 ‘한국형 비트코인은행’, ‘한국형 디지털 자산 플랫폼‘ 따위를 논할 것 같다. 그러나 부디 여기에 세금을 낭비하는 일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인터넷과 마찬가지로 블록체인도 국경을 초월한 글로벌 산업이다. 이미 우리는 ‘한국형 유튜브’, ‘한국형 넷플릭스’, ‘한국형 페이스북’을 만들려는 시도가 얼마나 무모한 것이었는지를 깨달았다. 같은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현재 국내 상황을 지켜보고 있자면 안타까울 따름이다. 블록체인 식민지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국내 규제 환경과 금융산업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전부 바뀌어야 한다. 아니, 지금부터 바뀐다고 하더라도 이미 너무 늦었다.”


낙관도 비관도 하지 않아서 뭔가 더 뼈 때리는 문단도 맘에 들었다…. 옮겨다 적지 않았는 데, 빅데이터 시대의 시민들이 정말 프라이버시가 중요하다고 생각할까? 정보 좀 넘겨주고 더 편하게 사용하고 돈도 받으면 그게 더 낫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 않나? 는 문단도 어디서 봤었다ㅋㅋㅋ 빅 브라더에 대한 자발적 동의, 어, 그러네. 어쩐지 묘하게 설득력 있어…


“(106) 그러나 탈중앙화가 본격적으로 실현될 것이라고 믿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다. 탈중앙화는 유토피아다. 다시 말해 실현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탈중앙화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실현 가능성이 대단히 낮은 이상주의자들의 희망 사항이라고 생각할 뿐이다. *탈중앙화라는 블록체인의 철학은 이미 심각하게 훼손됐고 앞으로도 결코 회복되지 않을 것 같다.* 블록체인 산업 종사자들이 이미 인터넷 산업 선배들이 빠진 늪으로 발을 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상업화의 유혹과 정치권력에 굴복하는 것이다.”


내 생각에 어떤 가치를 믿느냐 믿지 않느냐는 믿을 만한 % 보다는 심리적인 문제다. 아무리 훌륭하고 좋은 지식과 정보라도 마음이 동하지 않으면 소화하지 않는다. 정보과잉의 시대에 우리 스스로가 가장 잘 느끼는 걸거다. 가치(혹은 성장 전망)에 대한 믿음이란 결국 그 사람이 가진 욕망의 종류를 보여주는 문제랄까. 나라를 믿고 나라 걱정을 하는 사람들은 나라에서 기대할 것이 있었던 사람들일 테고, 비슷하게 지금의 ‘코인충’이라고 불리는 크립토 지지자들은 (그들이 희망하는 미래가 아무리 아름답다한들 결국은) 저성장 사회에서 한몫 단단히 잡아보려는 계급 상승욕망이 투영된 이들인 것이다. 기술에 따르는 탈중앙화는 그럴 듯한 명분. 


나 역시 그렇다. 만약 내가 비트코인의 가치를 강하게(!) 믿는다면, 그건 내가 투자를 해서 믿어야만 하는 상황이 되었기 때문일게다. 하지만 나는 이 가치를 아주 아주 미약하게 믿는다.ㅋㅋㅋ 가치가 아무리 강해져봤자 득볼게 없을 만큼, 가치가 아무리 떨어져봤자 아쉽지 않을 만큼을 믿어. 거의 나라 걱정 하는 것과 비슷하게 믿어… 기대와 믿음의 분산 투자랄까…🙄 


책이 설명해주는 대로 인터넷 상업화의 역사를 주욱 따라가다 보니, 스무 살의 강의실이 떠올랐고, 이걸 쓰면서 그때 써서 냈던 내 레포트를 찾아 보았다. 당시의 내가 전망했던 미래가 궁금했다. 하지만 레포트는 유실되었고 레포트를 쓰면서 투덜거린 싸이월드 일기가 발견되었는데 마지막 문장이 가관이다. “결국 인터넷도 빈익빈 부익부다. 나는 가난해서 스킨을 입힐 돈이 없다!!!” ㅋㅋㅋㅋㅋㅋㅋ 난 똑같다. 한결같아. 한결같이 가난하고, 한결같이 불만이 많으며, 궁금해만 하고 그걸로 금전적 이득되는 일을 추구하지는 않고, 그러다가 말고… 😭 문제다. 15년 뒤에도… 또 이러고 있는거 아냐? 안되는 데, 집사야 되는 데.


8월이 시작되면서 노동소득 모드의 나를 동기화 중이다. 오랜만에 일하려니 온 몸이 배배 꼬아지고 죽겠다. 지난 시기 노동모드일 때는 하루가 너무 바빠 감히 투자?? 재테크?? 금융소득?? 이런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었다. 시간적 여유가 생긴 덕에 ‘집’ 이라는 선명한 목표를 세우게 되었고, 오로지 적금 뿐이었던 경제 관념에서 벗어나 이것 저것 두리번 거리게 되는 것이다. 실은 백수기간 동안 주식관련 책을 읽으려고 했었는 데…. 멀어진 친구가 코인으로 집을 샀다는 소문이 들렸고… 가까이 있는 친구들은 코인에 아주 제대로 물려서 표정들이 부쩍 안좋아졌고… ㅋㅋㅋ 이 지경이 되도록 나만 모를 수 없어서 코인 책을 읽기 시작했는 데(코인을 할 생각을 안하고 코인 책을 읽기 시작했)… 재밌었다. 어떤 기술과 아이디어, 그것들을 추동하는 사람들의 욕망이라는 함수, 미래에 대한 전망 등등 지적으로 무지 동했던 것 같다. 


생각해보면 백수 기간 동안 오로지 유희만을 위한 독서 중 유일하게 나의 금전적 욕망(?)이 투여된 분야는 크립토 책읽기였다…. 많이 읽었으니 이제 그만 읽고, 주식 책을 좀… 이라고 해놓고… 오늘 도착한 책에 또 비트코인 책이 있네… 😱 나여, 적당히하자… 이제 그만!!



인상적인 것은 초창기 인터넷 산업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대부분 반권위주의, 무정부주의 가치관을 지녔었다는 점이다. 실제로 1996년 존 페리 발로John Perry Barlow가 인터넷에올린 ‘사이버 스페이스 독립 선언문’은 "산업 사회의 정권들, 너 살덩이와 쇳덩이의 넌덜머리 나는 괴물아. 나는 새로운 마음의 고향 사이버 스페이스에서 왔노라. 미래의 이름으로 너 과거의 망령에게 명하노니 우리를 두고 떠나라. 너희는 환영받지 못한다. 우리의 영토를 통치할 권한이 네게는 없다"로 시작한다. 당시 사람들은 인터넷 혁명이 사람들을 더 자유롭게 만들어 줄 것이라고 진심으로 믿었다. - P45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피조물을 창조해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는 점에서, 프랑켄슈타인과 사토시 나카모토에게는 비슷한 면이 있다.* 사토시 나카모토는 비트코인을 창조한인물(혹은 그룹)이다. 2008년 10월 사토시 나카모토는 인터넷에 비트코인: P2P 전자 화폐 시스템 이라는 9페이지의 백서를 올렸다. 백서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금융 기관의 개입 없이 개인 간 거래가 가능한 전자 화폐다. 주요 특징은 개인 간네트워크를 통한 이중 지불 방지, 조폐 제도 혹은 다른 중앙화 기관 배제, 참여자의 익명성, 해시 스타일의 작업 증명에 기반한 화폐발행 등 이다. - P80

이런 상황에서 가장 큰 수혜를 입는 것은 디지털 제국이다. 정보의 바다를 장악한 인터넷 기업들이 가치의 길목마저 장악해 전 세계를 상대로 금융 산업을 전개한다. 월가 금융 기관들은 이 기회를 활용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실리콘밸리 인터넷 기업들과 제휴를 맺으려 들 것이다. 사실 이러한 징조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기업들이 비트코인에 기반한 디지털 화폐를 발행한다면 중앙은행들과 IMF는 비트코인을 보유하는 것을 진지하게 고려하기 시작할 것이다. - P158

비트코인 비관론자들이 주장하는 논리 중 하나가 "달러를 발행하는 미국은 결코 비트코인이 성공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 이는 명백한 오해다. *비트코인의 대중화로 가장 득을 보는 것이 미국이다. 미국의 금융 자본은 비트코인을 하나의 대체 자산으로 분류해 새로운 돈벌이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미국의 산업 자본은 비트코인에 기반한 금융 및신원 인증 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게다가 비트코인은 달러를 대체할 기축 통화라기보다는 금과 같은 자산으로 취급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의 달러 패권을 위협하지 않는다. 이뿐만이 아니다. 비트코인에 기반한 디지털 화폐들이 대중화될수록 미국의 감시 범위는 확장된다. 미국이 자국의 인터넷 기업들을 활용해 전 세계 정보의 흐름을 감시했던 것처럼 돈의흐름마저 감시할 수 있다는 뜻이다. - P209

종합하면, 인터넷 생태계가 미·중에 의해 철저히 양분된 것처럼 *블록체인 생태계도 결국 미·중의 주도하에 이원화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비트코인과 비트위안은 각 진영에서 주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비트코인은 미국이 설계한 질서하에 전 세계적으로 쓰일 것이고 비트위안은 중국 내수시장에서만 쓰이거나 일부 반미 국가에서도 통용되는 수준으로 제한된 확장성을 지닐 확률이 높다.
- P212

비트코인을 비롯한 디지털 자산은 미국 인터넷 기업이겪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전통 금융 기업의 개입이 거의 필요 없는, 국경을 초월한 디지털 자산은 미국 인터넷 기업들의 금융 사업에 날개를 달아 줄 것이다. 실제로 디지털 자산의 잠재력을 간파한 미국의 금융 자본과 산업 자본은 전 세계를 무대로 금융 사업을 벌이기 위해 발 빠르게 네트워크를구축하고 있다. 가장 주목해야 할 두 네트워크는 바로 스타벅스 - ICE - 마이크로소프트와 골드만삭스-애플이다. 페이스북은 아직 월가 금융 기관을 네트워크에 포섭하지 못했는데, JP모건, 씨티 등과 논의할 것으로 예상한다. 월가 금융 기관과 실리콘밸리 인터넷 기업 간의 네트워크 형성은 앞으로더욱 활발해질 것이다. - P215

저자는 비관도 낙관도 하지 않는다. 냉철하게 다가올 미래를 인식하고, 상상력을 발휘해 생존 방법을 모색하자고 말한다. 진정한 개인화와 분권의 시대는 오지 않겠지만, 정보와 자본의 식민지로 전락하지 않을 방법은 있다.
변화의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자고 일어나면 등장하는 새로운 개념들은 이해할 새도 없이 우리의 삶에 뿌리내린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들은 변하지 않았다. 거대 제국이 이끄는 세계, 제국에 복무하는 과학과 기술, 그리고 돈.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의 말처럼 변하지 않는 것에 집중하면 10년 후의 미래를 더 명확하게 그려 낼 수 있다*. 역사를 바탕으로한 현실 인식 위에서 상상력을 발휘하는 것이야말로 새로운 제국의 시대에 대비하는 창조적 파괴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 P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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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1-08-08 09:2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여기가 그렇게 유명하다는 페이퍼 맛집 맞군요. 큰 깨달음을 얻기에 저는 너무 일천하지만, 찬찬히 두 번 읽고 좋은 거 많이 배우고 갑니다.
세계가 이렇게 변하고 있는데, 그것도 아주 빠르게 변하고 있는데, 저는 아직도 ‘돈은 사람 사이의 약속‘ 뭐, 이런 정의에 밑줄을 긋고 살고 있네요. 거대한 세계 자본 앞에서 쪼꼬미 한국 자본이 무슨 힘이 있을까요. 한국은 블록체인 식민지가 된다, 너무 암울한 전망이기는 한데, 코인은 커녕 코인책도 안 읽는 나는 어쩔.... 쟝쟝님 통해서 배운만큼이라도 이해하자,가 제 목표입니다.
오늘도 덥대요. 그렇다고 하네요^^

공쟝쟝 2021-08-08 10:43   좋아요 3 | URL
암울하지 않아요~~!! 식민지가 되어도 우린 좋은데? 이럴 수 있다는 이야기^^; 우리나라에 네이O 카카O가 없없으면 저희는 이미 구글 페북 식민지 됐을텐데요! 하지만 식민지가 그렇게 나쁜가 싶은 게 전 넷플릭스보고 지메일씁니다ㅋㅋㅋ (주식은 카카오에...꺄하하~) 그래도 나름 든든한 국내산 플랫폼 서비스가 양대 산맥으로 있으니 너무 속수무책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데 블록체인은 정말 모르겠어요~ 되려 삼성이 삼성페이로 열심히 이것저것 해보고 있다고 책에 나와요!! 우리 기업들도 실리콘밸리 걔네들 못지 않게 세계적으로 보면 제국주의자들인 거겠죠. 이제 한국은 식민지만은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새파랑 2021-08-08 11:1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제 다시 일 시작하시나 보네요~!!이젠 일과 투자 두마리 토끼를 집는 건가요? 공쟝쟝님의 금전적 욕망 달성을 응원합니다😆

공쟝쟝 2021-08-08 11:55   좋아요 3 | URL
욕망엔 끝이 없는 법이죠 엣헴!!!!!!!! 이곳은 일하기 싫어서 더 자주 출몰할 수 있습니다.

2021-08-08 11: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8-08 11: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21-08-08 12:1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런류의 책을 읽는 대신 이런 류의 책을 읽고 써주는 쟝님의 리뷰를 읽겠습니다.
본문중에 페미니즘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요, 제가 처음 페미니즘 관련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온 몸으로 흡수하던 경험이 떠오릅니다. 그걸 재미있다고 표현해야 할까요. 그보다 뭔지 알겠어! 하면서 막 짜릿하던 순간들이 페미니즘 책들 안에 있었어요. 크- 좋았습니다.
비록 지금 읽는 책들은 다 어렵긴 하지만... 그래도 좋습니다.
쟝님 책 많이 읽고 리뷰 많이 써줘요. 알았죠? 같이 똑똑해지자. 더불어 똑똑해지자!!

공쟝쟝 2021-08-20 16:52   좋아요 0 | URL
그럼 다부장님을 위해 제가 맞춤형(?) 천자만자 리뷰로 4차산업혁명의 세상을 안내….😂😂
저도 페미니즘 책을 온몸으로 흡수하던 좋은 옛 시절이 있었지요…. 막 막 나에게 언어가 생기던 입문서 읽기의 시절 🥰 똑똑헌 후렌드들을 만나 지금은… 그 쫙쫙 흡수된 언어들의 두꺼븐 원본들을 읽고 있는 데! 제 안의 익숙한 (이분법/남성중심) 언어들이 자꾸 눈을 비비게 하옵니다. 그러나, 행복해요! 전! 생각하는 방법마저 다시배우는 즐거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