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따위가 책을 평가할 기준이란게 있나? 읽은 책은 다 좋은 책!! 했었는 데, 읽기가 쌓일 수록 ‘내’가 읽기에 너무 좋은 책들은 별 다섯을 주고 싶다는 욕망이 생겼다. 그러다 보니 별 반개가 없는 북플의 특성상 (도입좀 해주라 제발), 모든 책이 별 네개가 되어가고 있었고…. 또 그건 아닌 것 같아 깎다보니 좋은 책들도 별 세개가 되어 본의아니게 좋은 책들에게 별점 테러(?)를 하고 있는 것 같아서…. 나름의 기준을 정하고, 또 별 셋이 별로라는 뜻은 아니라고 항변하기 위해 페이퍼를 써보는 중이다. 시작은 이러한데 언제나 그렇듯 쓰다보면 맨날 다른 글을 쓰고 있는 나…. 두시까지 후딱 쓰고 일하러가자.
사실 책에서 만큼은 양다리 세다리 문어다리인 내가 마지막 장까지 흥미를 잃지 않고 완독하는 책은 내게 좋은 책에 속한다 싶다… (예외 : 너무 좋아 아껴 읽는 경우, 너무 어려워 못읽은 경우가 있음) 집 앞에 도서관이 생겨서 다양한 책을 고를 선택지가 많아지니까 더 뒤적뒤적 하게 되서 완독이 수월하지 않으니 점점 더 ㅋㅋㅋ 그렇게 될 예정이다..
도서관에서 일단 책을 편 후 나는 보통 세가지 기준으로 완독 할지 말지를 판단한다.
1. 내가 몰랐던 세계에 대한 지식이나 정보를 주거나
2. 재미있거나
3. 아름답거나
과거 1-2-3 이 충족되었던 저자라서 아묻따 의리로 읽는 경우도 있음. 중요도 순서는 평등한거 같다. 사회과학이나 철학, 인문교양 책에 1 번이 2,3은 주로 에세이나 소설에 해당한다.
1. 정보 혹은 의미
기실 모든 책은 정보를 주기 때문에 별 다섯에 다다르기는 좀 까다롭기로 해보자.
(내 기준에)새로운, 알아서 내 삶에 도움이 되는 지식을 주는 책의 최고는 별 넷
새로운 지식 + 인식하는 방법론 자체를 재구성하게 하는 책 에는 별 다섯 (정희진과 푸코가 별다섯인 이유)
읽었고 의미가 있었던 독서 였다면 별 셋 -> 별 셋을 기준으로 더 깔지 더 할지 생각함
새로운 지식을 줬는 데 빻았으면 별 하나씩 깜 (윌 스토)
새로운 지식을 ‘재밌게’ 풀면 별 하나 추가 (유발 하라리)
같은 맥락에서 정보전달을 아름다운 문체로 하면 더욱 관대해짐(별 하나가 아까울 때가 있어 반개가 필요함ㅋㅋㅋ)
정보가 새롭진 않았지만 분석력, 통찰력이 돋보이거나 설명을 정말 잘했거나. 취재 과정에서 너무 열심히 쓴 노고가 느껴지면 또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다.
굳이 상향평준화 되어있는 평점들이 보이면 일부러 별을 낮게 매기는 경우도 있는 것 같긴 하다..
좀 싫었던 책은 별하나… (이건 별점 테러용...)
2. 재미
음… 재미는 진짜 주관인데… 내 개그 코드가 기준이며.. 그래서 이 부분 만큼은 기준이 없는 것 처럼 보이기도ㅋㅋㅋㅋ? 일상에서 보통 재밌는 사람은 눈치가 빠른 사람(!)인데, 글로 독자를 웃기는 건 눈치의 문제는 아니라고 봄. 전적으로 지적 설계의 문제임 ㅋㅋㅋ (읭?) 세상에서 글이 재밌는 사람이 제일 똑똑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번역을 했는데도 재밌어 버리면? 음.. 헤어나올 수 없어지지요. 최근에 에런 라이크 책이 그랬고, 페미니즘 책 읽다보면 풍자와 해학의 고급 개그코드들이 느껴지는 데, 그럴 때 가끔 영어공부를 하고 싶어져… (마음만 그래)
독서에 습관이 붙으면서, 책과 책의 연결 고리로 아는 게 많아질 수록 웃기고 더 재미도 생겨나는 것 같다. 금며들었다고 표현했는 데… 예전엔 이뭥뮈 했던 금정연 작가가 좀 그랬음. 책 덕후용 유머였어.
웃기겠다고 노력하다가 불편하게 만드는 유머(김영민 교스님ㅋㅋㅠㅠ)를 구사하거나, 책이라는 매체의 특성상 두세 페이지 안에 너무 많은 유머가 들어가 과유불급이 안타까운(혼비님의 아무튼 술😭이 그랬다.. 웃기려고 너무 애쓰는게 티났어…) 경우도 있다. 이렇듯 저는 글로 웃기는 것이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일들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 사람이고😔 재밌기만 참 재밌고 웃기기만 겁나 웃기다고 생각하던 도중 뼈가 있어 버리면 바로 폴인럽.. (사실 혼비님의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축구가 그랬는 데 ㅠㅠ 아무튼 술에서 ㅠㅠ..무리하셔가지고 ㅋㅋㅋ) 여하튼 그 어려운 일을 해내는 사람 중 독보적인 분으로 손꼽는 에세이스트에 <계간 홀로> 발행자이신 이진송님이 있음. 20대 부터 그녀의 글을 읽어왔으나 생각해보니 제가 애정하는 만큼 그분의 책에 대해 페이퍼를 쓴 적은 없었더라고요? (왜지? 스스로 의아함)
여하튼 그녀의 주옥 같은 책을 살짝 페이퍼에 공유해드리겠습니다. 아래와 같습니다. 언젠가는 묵혀둔 리뷰도 써보겠음다.
신예로 이주윤님 있다 들었으나 (대놓고 웃기다는 오빠 맞춤법을 아직 읽지 못한 고로) 아직은 판단을 유보. 솔직히 요즘 에세이 시장이 활활 타올라서 내가 발견하지 못한 웃기신 분 진짜 많을 것이라 추측해본다. 소설 계에서는 독보적으로 박상영(나오는 사람들 하는 짓이 웃김..)이 있고, 그 밖에는 소설을 안 읽어서 나 잘 몰라… 앗;;;
참고로 알라딘 마을에 글로 웃기는 분 많다 ㅋㅋㅋㅋ 특히 댓글로.. (여러분 내가 애정해여😚) 이는 이 마을의 지적 능력이 한국의 평균 이상이라고 ㅋㅋㅋㅋㅋ 쓰려고 했는데, 가끔 유튜브 댓글들 보다보면 한국의 지적 총량이 이렇게나 세계적임을… 아 어떡해 쓰다보니 또 쓸데 없는 소리 계속 쓰고 있어….
암튼 소설의 별표 기준은 이렇다.
흡입력있는 (페이지터너) 소설 < 생각할 것이 많은 소설
캐릭터가 매력적인 소설 = 구조가 촘촘한 소설
문장이 이쁘고 좋은 소설 < 내 마음 같은 공감이 많은 소설
힘빼고 그냥 즐겁게 읽는 소설이 많아져야 할텐데… 작가가 소설을 통해 하고 싶은 말이 뭘까?를 많이 생각하는 편(황정은 작가님을 좋아하는 이유)이다. 그렇게 읽다 보니 자꼬 힘이 들어가고 읽는데 힘들면 피로해지니까 소설 안읽고… 고치고 싶은 점임.
3. 아름다움
글이 아름다운 책 < 태도가 아름다운 책
이 좋지만 점점 문장이 아름다운 게 왜 중요한지 알아가고 있는것도 같다… 아, 이 문장을 만나려고 내가 이 책을 읽었나? 싶을 때도 있고. 이 아름다움 역시 재미만큼 주관적이라서ㅋㅋ 그래도 객관적으로 아름다운 글들도 있다. 한강 작가님 김애란 작가님 아름답고, 신형철 평론가 글도 아름답고, 김혜리, 이슬아… 아, 아름다운 글 너무 많지만… 근래에 읽은 책중에는 김상욱의 <떨림과 울림>이 탁월하게 지적이면서 아름답고 아름다우면서 지적이더라… (물리학이라고는 에프는 엠에이밖에 모르는 문돌이가 과학책에 매료되는건 쉽지 않아요. 하지만 이과가 글까지 잘쓰면 그거 진짜 반칙 아닌가?)
버뜨!! 문장을 꾸미지 않아도 진실한 통찰이 묻어나는 글에 훨씬 후한 점수를 주는 편이다. 아주 가끔 미문으로 만들어졌는 데 지적이지도 재밌지도 않으면서 하나마나한 착한 소리를 하면 빡이 칠 때도 있다. 어이 당신, 세상이 그렇게 아름다워? 째려보고 싶달까… 그 문장력으로 착할거면 차라리 아름다운 개소리를 해줘. 물론 개소리보다는 하나도 안꾸민 소박한 문장으로 적혔을지라도 하루를 살아가는 데 용기를 주면 그 글, 그 책이 좋다. 그런 의미에서 에세이는 전업 소설가들(에세이 김연수님 만큼 쓸거 아니면 소설가들은 소설을 쓰자.. 물론 에세이 잘쓰시는 분들이 소설 잘쓰는 경우도 거의 없더라... 헛...)보다 직업인(?)이나 엔잡러(!)들의 글이 더은 것 같다. 예를 들자면 허혁님의 <나는 그냥 버스운전사입니다>같은?
태도의 아름다움도 주관적이다. 주관적이기만 한가, 나 자체가 일관성 없어서 자꾸 자꾸 좋아하는 태도들이 변한다. 솔직히 나는 잘 살고 싶다. 그 잘사는 게 어떤 건지는 공부하는 중이고, 그 공부로 책만한 게 없는 것 같아서 열심히 읽는다. 읽고 또 읽으면서 잘 사는 태도를 삶에 적용해보는 것 말고 다른 잘 사는 방법이 있다면, 책 따위 다 불살라도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잘 살고 있는 사람들의 세상을 해석하는 이야기가 정말 중요하다. 또 그렇기에 못사는 사람들의 글도 중요하다. 정 반대의 의미로.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고, 별표를 다는 것이 다 뭔가 싶다가도. 이거 잊지 않고 해보려마하는 사람들이 어디선가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면(우리가 같은 이유로 이 공간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서도), 좀 덜 외롭다.
사실 요즘은 외롭다는 감각에 꽂혔다. 그래서 요즘 내 별표의 기준은 ‘멋지게 외로운 태도’다.
(+)
정리 및 추후에 덧붙임,
⭐️별하나 별점 테러용 (ㅋㅋㅋ)
⭐️⭐️별둘 굳이 안읽었어도 상관없었을 책
⭐️⭐️⭐️별셋 한번은 꼭 읽어야하는 책
⭐️⭐️⭐️⭐️별넷 재독해도 좋은 책
⭐️⭐️⭐️⭐️⭐️별다섯 (내 기준에)여러번 거듭 읽을 책
나도 몰랐던 나의 별 기준을 하나 더 추가하면, 디자인이다. 책 고유의 기능을 잃지 않은 범위 안에서의 가독성을 보장한 아름다움과, 종이 벌크감과 때타는 것과 휴대성과 들었을 때의 그립감을 포함한 뭐 ㅋㅋㅋㅋ 여러가지 면을 본다 ㅋㅋ
그게 많이 충족되면 책 내용까지 좋게 느껴지더라.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