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보조테이블로 드디어 완전해진 내 독서스팟에서 하루종일 책을 읽을 요량이다. 
얼마만에 맞는 아무 걱정없는 휴일인지 모르겠다. 
(본질적으로는 걱정많음. 하지만 걱정 스위치 잠시 일시정지가 가능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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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을 연료로 돌리는 삶은 살지 않겠다고 먹었던 마음이 무색할 만큼, 다이너마이트 돌리기 혹은 지뢰밭 지나가기의 마음으로 지내고 있다. 언제나 그렇게 산 것 같아서, 이제는 다른 삶이 가능하기나 한건가하는 생각도 든다.
어제 두어시간 정도 곰곰히 생각했다. 결론은 견디자, 버티자, 그러나 꼭 나를 돌보자. 나를 돌볼수 조차 없게 된다면 단호하게 도망치자. 일기장에 마침표를 찍었다.(생각보다 버티기를 잘하는 미련한 본인의 기질적 특성까지 포함해서 내린 희미한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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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나를 돌보기로 한 날. 읽고 싶은 책과 노트, 커피를 세팅하고, 천천히 조금씩 뜯어 읽는 중인 책 <다소곤란한감정 >을 얌냠 씹어 삼킨다. 좋다. 정말 좋다. 반갑게도 몇년 전 내가 온몸으로 감응하며 읽었던 <무력한조력자>가 나온다. 
마음에 호들갑이 인다. 여기서 더 좋아해버리면 왠지 투항하는 느낌이 들 것 같아😹(괜한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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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한조각씩 조심스럽게 꺼내 내보이는 이야기가 너무 섬세해서, 마치 최은영의 소설을 읽을 때 처럼 위로받는 느낌이다. 나는 학문과 예술이라는 자장안에 살고 있지는 않지만, 때때로 만나게된 글에서 그 삶들을 읽으면 경외감과 함께 약간은 부러운 마음이 든다. 

거기까지 가기 위해 얼마나 스스로를 톺은 것입니까? (경외)
더하기
톺을 수 있는 감정적 여유라는 자원(그게 시간이든 돈이든 삶에서 우연하게 만나게된 어떤 관계든)(부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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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기간 ‘나 자신이 되는 일’을 마음 속 깊이 수치스러워했던 나였기에. 
여전히 자신을 돌보지 않는 것이 돌보는 것 보다 더 익숙한 나이기에.
어쨌든 오늘은 나를 방치하지 않기 위해 읽는다. 그리고 읽는 나의 존재를 잊지 않기 위해 쓴다. 
조금은 슬픈 분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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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10 15: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5-10 16: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북깨비 2020-05-10 15: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불안을 연료로 돌리는 삶... 말씀이 가슴에 팍 와닿습니다. 저도 그거 하지 말아야지 하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면 또 열심히 장작을 때고 있어요.. 그나저나 독서공간이 생기신 것 축하드려요~ 사진을 보고 있는 제가 다 설레네요. 🥰

공쟝쟝 2020-05-10 16:36   좋아요 2 | URL
하루라도 불안하지 않으면 불안해하지 않는 나를 불안해할 것이라는 누군가의 인터뷰가 생각나요... ㅠㅠ
그나저나 이 독서공간에 앉아있을 수 있게 되기까지 갈리고 갈렸던 지난 몇달이 떠오릅니다. (쇼파를 사놓고 왜 앉지를 못하니..) 오늘에야 비로소.. ㅠㅠ 아 행복해🥰라고 적으면서 다섯시가 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또 불안해 하는 중(출근 시러..)ㅋㅋ

2020-05-10 18: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5-10 22:4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