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에 최근에 알게된 지인들과 짧지는 않은 대화를 나눴다. 속상한 일이 있어하길래 달래주고 싶었는 데, 어찌어찌 하다보니 누군가를 평가하는 말을 하고 말았다. 내 의도와는 상관 없이 듣는 사람에 따라서는 타인을 얕잡아본다는 인상을 줄 수있는 말.

“그분은 사회성이 좀 부족하신 것 같던데요.”

지인들이 너무 돌직구라고 했는데, (돌직구라는 말 자체가 동의한다는 뜻이 아닌가요. 음..) 그 말이 나쁘다는 뜻이 아니라고 첨언했지만 나의 의도대로 전달된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도 넌 꽤 친하게 지내는 것 같아보였는 데 그렇게 느끼는 지 몰랐다는 뉘앙스의 말이 돌아왔으니까.

사회성 부족하단 말은 칭찬은 아니지만 깎아내리는 발언도 아니었는데... 그냥 정말 건조하게, 물 흐르듯 사람들 사이에서 잘 섞이는 타입이 아니라는 뜻이었는 데...ㅜ_ㅜ 쩝. 오해의 소지가 있는 말이었군요. 발언의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주절주절 설명하자니 나의 사람보는 방식까지 그분들이 알필요는 없을 듯 하여 덧붙이진 않았다.

다만, 여기에라도 항변(ㅋㅋ)하고 싶어 글을 적어보는 중이다.

사람이 많은 그룹안에서 (그 모임이 잘 굴러가게 하기 위해) 사회성이 떨어지는 친구(혹은 유난히 겉도는 사람)를 챙기고 섬세하게 배려하는 것은 사실 피곤한 일이다. 내게 그건 그냥 ‘피곤’할 따름이지 그게 또 괴로운 종류의 일은 아니다. (대부분의 괴로운 일은 배려가 없을 때 발생한다.)

솔직히 일대일의 관계에서 그런 류(한꺼번에 묶어서 분류하기는 싫지만 글을 쓰기 위해 임의로)의 사람들은 해롭지 않다. 오히려 나는 좋아하는 편이다. 그 사람에게 집중하기 위해 나 자신을 조절하는 기분. 조심스러워 지는 느낌. 머뭇거림. 보이지 않는 선을 더듬어 찾아가는 듯한. 어느 지점에서의 균형. 적으면서 명확해 진다. 나는 그런 류의 사람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 그 조율하는 감각을 좋아하는 거였구나...😭

그렇대도 나에게 ‘사회성 부족’ 이라는 말은 나쁜 카테고리에 들어가는 의미가 아니다. 나 자신의 타고난 사회성이 그렇게 좋지 않기도 하고. (이게 본질...ㅋㅋㅋ)

반대로 난 사회성 높은 사람이 싫다. 사회성 좋은 사람, 사회생활 잘하는 사람, 매력 자본을 듬뿍 가진 사람, 평판과 인기관리 잘하는 사람, 그러니까 어디다 내놔도 번듯하고 멀쩡한 사람............
싫다.
으.
별로다.ㅋㅋㅋㅋㅋㅋㅋ
왜냐고?
별로니까...ㅋㅋ
진짜..

사회성이 좋다는 것이 무엇인가. 사회에서 인정받고 사회에 잘 적응 했다는 뜻 아닌가? 그게 칭찬인가? 물론 어렸을 때는 그게 칭찬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런데 뒤집어 바라보면 그거 실은 칭찬 아니잖아. ‘사회’야 말로. 썩었으니까. 거기서 적응을? 매우 잘? 별로인 사회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사람..... 그거 별로라는 뜻 아닌가? 사회성 떨어진다는 말보다 욕같은 데 ㅋㅋㅋ

주류, 핵인싸, 평판 좋은 사람.
그러고 보면 항상 사회성 좋고 사회생활을 잘하는 사람들에게 상처받았고 때로는 착취당했다. 잘 쓰이고 팽당하거나, 내 부적응이 드러났을 때 은근히 배제 당하기도 했던 듯. 어느 순간 그런 범주로 묶이는 사람들을 선망하지 않게 되었다. 이젠 핵인싸의 냄새가 나는 사람들 곁은 피하고 본다. 가까이에 핵인싸를 두는 경험... 인싸의 인싸가 된다는 건 무지 기빨리는 일이라는 걸 안다. 사회성 좋은 사람들은 어떤 부분에서 ‘무리’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무리하면 자기 자신이 병나거나 타인에게 해를 끼친다. 드물게 아주아주우 나기를 핵인싸여서 훌륭한 사람도 있겠으나, 애석하게도 현생에서 아직까지 난 만나본적 없음.

난 부족한 사회성을 열심히 연마해 왔다... 정말 노력 많이했지. (먼산을 바라보며 눈물 삼키는 중.) 그래도 잘하지는 못했다. 적당히 섞이는 것은 어떻게 저떻게 클리어했는 데, ‘핵’인싸는 어려웠다. 어떤 그룹 안에서든 남보다 조금이라도 더 돋보이고 싶어 노력할 때의 내 모습..... 싫었다. 자아가 분리되는 느낌. 내 속의 많은 나들 중에 어떤 모습의 나는 계속 배제하고 왕따시키는 것 같았다. 자아 분열보다는 결핍된 자아로 살자! 번듯하고, 멀쩡하고, 사람 좋고 평판 좋은 ‘여러모로 훌륭한 사람’되기는 이번 생에서는 포기하기로 했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사람이 너무 멀쩡하면 의심부터 한다. ㅋㅋㅋㅋㅋ

인정한다. 열등감일 수도 있다는 거!!
그래서 더 공식이 강화된다.
너무 멀쩡한 사람 = 나에게 열등감을 느끼게 하는 사람 = 나에게'는' 안 좋은 사람

사회성 너무 좋은 사람 보단 굳이 사회생활 못해도 자신만의 스타일로 잘 살아가는 사람이 좋다.
그렇다고 안 번듯 하고, 안 멀쩡하고, 이상하고, 아예 못 섞이는 사람이 좋냐면 그건 또 아니다.
음...

섞인 듯 못 섞이는 사람, 못 섞이는 듯 어느 새 섞여있는 사람, 멀쩡해 보였는 데 안 멀쩡한 사람이 좋다. 안 멀쩡해보였는 데 의외로 멀쩡한 구석이 있는 사람도 좋다. 또 이렇게 적고 보니 첫눈에 판단하기 보다는 모든 게 시간을 들여야 알 수 있는 특성이란 결론에 도달했다.

멀쩡한 척 살아가기 위해 ‘일단은 숨긴’ 과잉 혹은 결핍을 들켰을 때, 그걸 부끄러워하지 않는 사람이 좋은 것 같다.
즉 용감한 사람이 좋다.

어떤 이가 가진 용감함은 바로 알아채기 어려운 종류의 성질 중의 하나다. 내가 만났던 용감한 사람. 그들은 대체로 시간이 아주 오래 지난 뒤에서야, 어떤 뒷모습의 느낌으로 기억되는 것 같다.

더 길게 쓸 수 있을 것 같은 데...ㅋㅋ
쓰는 동안 밤이 깊어져서 자야하므로 성급히 결론을 내려보자..

좋아하는 사람은 용감한 사람.

스쳐간 몇몇 용감한 사람들이 떠오른다.
그들은 하나로 묶을 수 없이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사람들 이었는데, ‘사회생활 잘’하는 ’사회성 높은’ 부류의 사람들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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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03 04: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7-03 08: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7-03 10: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공쟝쟝 2019-07-03 13:48   좋아요 1 | URL
소위 사회생활 잘한다는 사람들은 ... 결국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이나 자기 자신에게 소홀할 수 밖에 없는 것 아닐까.. 그런 생각이 점점 들어요 ㅎㅎㅎ

블랙겟타 2019-07-17 19: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신기한게 사회성이 그다지 좋지 않으면서도 대학생시절에도 엠티는 다가고 모임같은데 가도 꼭 끝까지 있구요... 가면 듣기만 하는데요..하하하..;;;;

공쟝쟝 2019-07-17 22:12   좋아요 1 | URL
ㅋㅋㅋ앍ㅋㅋㅋㅋ 그런캐릭터 좋아요!!!! ㅋㅋ 끝까지 앉아있는데 다 듣고 혼자 웃고 있는ㅋㅋㅋㅋ 부끄럽게도 저는 그런 친구들에게 꼭 말을 시켜야만 하는 인싸병이 있는 아이였습니다....

물고기 2019-08-08 14: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사회성 좋은 사람, 사회생활 잘하는 사람, 매력 자본을 듬뿍 가진 사람, 평판과 인기관리 잘하는 사람, 그러니까 어디다 내놔도 번듯하고 멀쩡한 사람

ㅋㅋㅋㅋ너무 재밌게 읽어썽요

공쟝쟝 2019-08-08 16:13   좋아요 0 | URL
여전히 번듯한 사람.... 싫어요 ㅋㅋㅋㅋ (아 타고 나기를 마이너 취향인가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