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좋은 연휴의 오후였으므로 느릿느릿 방을 치우고, 책 한권 옆구리에 끼고 가까운 공원에 산책하러나왔다. 좋은 날씨 x 미세먼지보통 x 아이스아메리카노 x 공원 나무 그늘 벤치 x 얇은 책 x 내일도 쉬니까 여유로운 오후 = 완벽한 독서환경 을 떠올리며 공원에 들어섰는 데.... 😸 아뿔싸, 오늘은 어린이날이다. 이미 공원은 숱한 어린이가 신나게 실컷 뛰어놀고 있었다.

햇살. 온도. 습도. 바람. 모두 엄청 만족스러운데, 오늘의 나야 😿 왜 이어폰 안꽂고 나온거니..? 어린이 날을 맞은 꼬꼬마들의 웃음과 눈물과 모든 희노애락은 차라리 귀여운 백색 소음에 가까웠다. 사람생각이란 거기서 거기인 것이 이 집순이가 산책을 나오고 싶었다면 모든 이들이 산책을 나왔다는 뜻. 제 이쁨을 뽐내는 기백마리의 반려견🐶들이 주인과 함께 거친 숨소리를 내며 지나간다. 수시로 짖기도 한다 월ㅋ월ㅋ.

조잘조잘 때론 왁자지껄 사람들 이야기소리, 찰칵찰칵 사진 찍는 소리.. 동네의 특성 상 삼분에 한번씩 비행기는 부와왕 날아갔다✈️. 그래도 하이라이트 소음은 역시.. 뽕짝 라디오📻 .. 등산가면 자주 뵙는 뽕짝을 크게 켠 할아버지들을 많이 만났다. 공원에서 가장 으슥한(?) 그늘 아래 한시간 앉아 책읽는 동안 열분 정도 지나가셨는데 압도적 존재감에 갑자기 많은 것이 궁금해졌다. 저정도 출력의 라디오는 가격이 얼마인가? 나오는 음악은 왜 다 똑같은 노래처럼 들리는가? 설마 할아버지들도 스밍을 하시는 것인가? 그런데 굳이 크게 틀어 놓는 이유는? 내 가수를 알리고자 하는 팬심?? 음악이 잘 안들리셔서? 여기에 내가 있다는 강력한 존재의 표현?? 어쩌면 등산, 산책자들 세계에선 볼륨의 크기가 어떤 권력의 상징일지도??
여하튼 계속 듣다보니 묘하게 저 음악들이 반갑다. 뽕짝짜자작뽕짝. 음.. 그와 나 사이의 거리를 가늠케하는 매너의 표현일지도 몰라, 뽕짝뽕짝🎼

_

모처럼 나온 주말의 공원은 생동감 그자체! 기분이 좋다. 사람들은 대부분 함께다. 혼자인 사람 별로 없는 데.. 책읽는 사람은 정말 나밖에 없어...외로워..📖.. 이 모든 흑색 소음 공격하에서도 꿋꿋하게 읽어내리다 문득 외로워졌으므로, 고독에 침잠하기 위해 나의 ‘자기만의 방’으로 돌아가야겠다고 생각. 집으로 가는 길에 글을 적는다.

_

오늘 나를 사로 잡은 문장은 “돈”과 “사물을 그 자체로 생각할 수 있는 자유”. 눈물이 찔끔 났다. 버지니아울프가 살던 시절 1년의 500파운드를 현재의 원화로 환산하면 월 385만원(이라고 친절하게도 어떤 블로거가 계산해 주셨다). 아아,나의 편견과 생각하기 싫음과 문득문득 올라오는 억울함은 385만원 때문이다!!! 우리는 그것이 없어서 있는 그대로를 바라볼수 없다. 넘나 맞는 통찰...

_

요즘의 나를 생각하면 슬프다. 시간이 많으면 자유로울 줄 알았는데, 돈없는 시간은 불안과 다르지 않다. 일이 있을 때는 일을 하느라 일이 없을 때는 불안해서 내 문제가 너무 문제라서, 생각을 하지 않고 감각을 굳히는 스스로를 느낄 때....는 오늘처럼 옆구리에 책을 끼고 사람들 있는 곳을 좀 돌아다녀야겠다. 이어폰이 없어도 괜찮았다. 요즘의 날씨가 꽤 오래 지속되면 좋겠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yo 2019-05-05 18: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쟝쟝님이 사용하시는 야옹이모티콘은 뭐랄지, 어쩐지 쟝쟝님의 프사가 진짜 프로필사진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착착 감긴달지요.

공쟝쟝 2019-05-05 18:20   좋아요 1 | URL
저의 분신입니다. 제방에 저보다 더 오래있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