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때 코인노래방에서 즐겨불렀던 노래중 한스밴드의 오락실이 있다.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하는 소절 “🎶오늘의 뉴스, 대낮부터 오락실엔 이시대의 아빠들이 많다는 데~”

문득 의아하다.
왜 경제의 위기는 통상 가장의 위기=아버지의 위기=남성의 위기로 기표화되는 걸까.
하긴 그 시절은 그랬을 수 있겠다 하면서도 뜨악 하게 되는 건 부지런히 쓸고 닦고 또 식구들 밥을 먹이고 가계부를 쓰는 와중에 쌀을 팔 걱정을 하며 시집살이까지 하던 엄마가 떠오르기 때문인가. 왜 엄마의 24시간 노동은 “경제”가 아닌가. 무임금 이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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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여성억압과 남성에 대한 종속을 봉건적 관계의 잔재로 보는 맑스주의의 정설에 맞서, 달라 코스타와 제임스는 여성이 자본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상품인 ˝노동력˝의 생산자이자 재생산자였던 만큼 여성 착취는 자본주의적 축적의 과정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해 왔다고 주장했다.
달라 코스타의 말에 따르면 임금노동자의 착취, 즉 ˝임금 노예제˝는 여성의 가정 내 무임노동이라는 기둥 위에 세워졌고, 이 무임노동이 임금노예제의 생산성의 비결이다. 따라서 자본주의 사회의 여성과 남성의 권력 차이는 가사노동이 자본주의적 축적과 무관하기 때문도 아니고, 문화적 기획이 영원히 존속하기 때문도 아니다. 특히 여성의 삶을 지배했던 엄격한 규칙들을 고려하면, 가사노동이 자본주의적 축적과 무관하다고 할 수 없다. 오히려 남녀간의 권력차는 특정 사회적생산체제의 결과로 이해해야 한다. 여기서 남녀간의 권력차를 만들어내는 사회적 생산체제란 노동자의 생산 및 재생산에 들어가는 무임노동의 이익을 보면서도 그것을 사회경제적 활동이나 자본축적의 원천으로 인정하지 않고, 자연자원 또는 개인적 봉사로 신비화하는 체제를 말한다.
달라 코스타와 제임스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일어나는 여성착취의 뿌리를 성적 분업과 여성의 무임노동에서 찾음으로써 가부장제와 계급의 이분법을 극복할 가능성을 제시했고, 가부장제에 구체적인 역사적내용을 부여했다. 또 그들은 자본주의와 계급투쟁의 역사를 여성주의적 시각에서 재해석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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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하루 15시간 일을 하는 동안 몇일은 엄마가 있었다. 나는 좋아하는 병어회를 먹었고, 싱싱한 배추쌈을 먹었고, 제철 과일을 먹었고, 함께 옥상에서 빨래를 널었고, 밤에는 대화를 하다 잠들었다. 엄마가 본가로 돌아가고 나는 똑같이 15시간 일을 했고. 커피를 많이 마셨고, 청소기와 세탁기를 열심히 돌렸고, 치킨을 먹거나 라면을 먹고, 빨래를 개우고 너무 지쳐 잠도 안와 아이패드로 영화를 보다 잠들었다. 매우 피곤했다.
아, 엄마가 필요해. 엄마가 필요했다.

“🎵가끔 아빠도 회사에 가기 싫겠지 엄마 잔소리 바가지 돈타령 숨이 막혀~”
오락실에서 놀던 (철없던) 아버진.. 아마 퇴직금으로 치킨집을 냈다가 망했을 것이고, 돈타령 하던 엄마는 팔을 걷고 나서서 아마 음식점이건, 청소용역이건 실직한 아버지를 대신해 혹은 아버지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일터로 나갔을 것이다.

우린 엄마가 필요한 채로 자라나 엄마 처럼은 살 수 없는 딸들이 되었고, 이젠 결혼을 하지 않지.

엄마가 필요하지만 엄마가 되고 싶지 않은 딸들 중 하나 인 나는 <캘리번과마녀>를 읽으며 #임금의가부장제 에 밑줄을 긋는다. 자본주의의 대안을 말하던 남성들이 놓친 이면의 이 텍스트들을 다 읽고 나면, 아마 더 혼란스러워지겠지. 

그러나 명료하지 않은 것들을 견디고 그 혼란을 어느덧 받아들이게 된 지금의 내가 좋다. 무엇이 명료하지 않다는 것은 이면의 여백이 있다는 것. 명료하지 않은 나머지를 흡수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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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9-03-15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 이것이 바로 같이읽기의 묘미네요. 같은 책을 읽고 같은 걸 느껴도 표현하는 건 다르잖아요. 쟝쟝님 이 글 읽으니 정말이지 크- 소리가 절로 나와요. 명문으로 가득합니다.

공쟝쟝 2019-03-15 22:03   좋아요 0 | URL
덕분에 너뮤 좋은 책 읽고 있어서 고마워요 _!! 크~라니 왓 글쓰기 의욕이 돋습니당😍

단발머리 2019-03-15 19: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목부터 마지막 문장까지 너무 좋네요.
엄마-다움에서 가장 멀리 있는 엄마이지만, 그런 제게도 엄마가 필요하고...
그 와중에 저는 엄마 같은 엄마가 되지 못 해서... 아 ㅠㅠ

쟝쟝님 글~~ 좋아요 100개입니다!!

공쟝쟝 2019-03-15 22:05   좋아요 0 | URL
엄마는 존재 자체로 엄마!! 우린 다양한 엄마를 가질 권리가 있고 다양한 엄마가 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두 댓글에 100개 좋아요 누르고 싶어요! 고맙구 행복해요 우리!

블랙겟타 2019-03-16 00: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쟝쟝님 글을 바로 올리셨네요. 그리고 글의 퀄리티가!!
다락방님 말대로 같이읽기의 즐거움이랄까요?
같은 책을 읽더라도 개인마다 관심가는 곳은 조금씩 다르니까 색다르네요.

열심히 필기하시고 밑줄그어가며 읽으시고 계시는 군요 ㅎㅎㅎ
저는 그냥 읽었는데..;;;

‘오락실‘에 그런 가사가 있는 줄은 몰랐네요.
˝우린 엄마가 필요한 채로 자라나 엄마 처럼은 살 수 없는 딸들이 되었고, 이젠 결혼을 하지 않지.˝
이 문장이 읽고난 뒤 진한 여운으로 남네요.
글 잘 읽었어요 ٩(ˊᗜˋ*)و

공쟝쟝 2019-03-16 23:46   좋아요 1 | URL
이 책은 서문 개념들이 어려워서 좀 정리하면서 봤어요~. 좀 더 읽어봐야죠 ^.^ 어여 다음책들도 보겠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