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하는 예술가 [대체 뭐하자는 인간이지 싶었다]
삶의 지축을 흔드는 앎들 [당신이 계속 불편하면 좋겠습니다]


서른의 언저리에서 물흐르듯 몇가지 결단을 하게되었다.

그 전까지는 사람들에 별 관심이 없었다. 사람들이 그렇게 살아가게 되는 ‘구조’나 세상의 생겨먹음이 궁금했다. 세계의 모순에 집중했고 그리고 그것을 바꾸는 일을 하면 나의 삶은 가치있고 명료해지지 않을까. 달려왔다.

어느 날 부터인가 매일 아침을 마주하는 게 싫었고, 심리상담을 받은 후 그게 일종의 우울증이었다는 것을 알았다. 스스로는 아주 잘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나를 돌보는 것에 능숙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 ‘업’이라고 생각했던 활동을 정리했다. 심리학책을 많이 읽었고, 내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감정들을 응시하게 되었다.

그 때 만났던 사람들이 책을 선물해주었다. 
우연치 않게 모두 나와 같은 나이의 친구들 에세이였다.
내가 열심히 사는 동안 또래의 친구들도 열심히 살아갔다.
#권성민 #이랑 #박정민. 
해직 PD, 예술가, 유명하지 않은 영화배우.



아직은 ‘청춘’인 그들의 고민과 삶의 모습이 공감되었다. 
잘 살고 있었다. 나도 잘 살고 싶었다.


한 권의 서사가 될만큼의 사색을 해온 그 글들이 부러웠다.
나는 일기를 쓰지 않았고, 세상에 대해서 할 말은 많았지만 나 자신에 대해서 할 말은 별로 없었다. 많이 울고 웃고 떠들지만, 스스로 재미없는 사람이라고 느껴졌다.
















“‘너같은 놈 많이 봤어. 발 좀 담그는 척 하다가 다 없어져.’
화가나서 참을 수 없었지만 그 형이 싸움을 잘해서 참았다. 이 후 배우가 되는 길이 너무 힘들어서 다 포기해버리고 싶은 순간마다 그 형의 말을 되새겼다. 누가 이기나 해보자는 마음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아직도 싸움은 그 형이 이긴다. 뭐가 어찌 됐든 연기를 하겠다고 마음먹은 순간부터 잘한다, 최고다라는 말보다는 어쩌면 그 말이 더 큰 거름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혹시나 일터에 후배가 있다면 아껴주길 권한다. 안그러면 그들이 오기로 당신들을 짓밟을 지도 모를 일이다. 되도록 후배들에게 경어체를 사용하고, 웬만하면 싸움도 져줘라.” 박정민, 쓸 만한 인간

“나이를 먹을 수록 이런저런 기회로 말하는 일이 많아졌다. 그건 고스란히 빚이었다. 입에서 나온 단어들이 어깨위로 기어올라가 그 무게만큼 나를 지그시 누르는 것 같았다. 말뿐인 녀석이 되는 것만큼 두려운 건 없었다.” 권성민, 살아갑니다

“나는 더 이상 이사를 하고 싶지 않다. 이대로 아침마다 ‘이렇게 좋은 집에 살아도 될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살고 싶다. ” 이랑, 대체 뭐하자는 인간이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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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로도 또래의 책들은 많이 출간되었다. 읽지 않던 에세이들을 사서 읽기 시작했다. 친구들의 이야기가 궁금했고, 책을 사서 다만 얼마라도 그들의 경제적 삶에 보탬이 되면 좋겠다 싶었다. 대단하지는 않지만 자신의 삶을 잘 구축하고 있는 이들에게, 여전히 사회의 주류는 되지 못하고 그 언저리에서 겨우겨우 스스로의 목소리를 지키고 있는 ‘우리들’을 응원하고 싶었던 것 같다.















서른 둘 하고도 벌써 6개월이 지났다. 
이 때 쯤 해야하는 어른의 과업은 달성하지 못했다.
결혼이라던가 번듯한 직장, 차..
20대 내내 꿨던 꿈도 이루지 못했다.

아니, 꿈이 변했다.
세상에 맞게 꿈을 축소시켰나? 글을 쓰면서 생각해보고 있는 데- 내가 가진 세계에 대한 이상은 그대로이나, 거기에서 할 수 있는 ‘역할’ 곧, 내 ‘일’의 형태가 조금 구체화 된 것 같다.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너무 조급해하지 않고, 조심조심 해 나가는 것. 그 과정에서 만나는 누군가들을 존중하며 사랑하는 것. 비틀려 있는 세계의 모습에 관심을 가지고 언제나 레이더를 켜놓고 있는 것. 등등

예전과 같은 강도는 아니지만, 내가 가지게 된 목소리를 작게나마 내려고 노력할 것이다.

가치있지 않은 내 흐릿한 삶이 좋다.
또 각각의 사람이 생겨먹은 모습에 관심을 갖게 되어 좋다.
나 자신과 세상과 사람을 공부해나가는 것을 멈추지 않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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