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아닌 것으로도 읽은 기분 읽어본다
요조 (Yozoh) 지음 / 난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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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다 출판사의 ‘읽어본다’ 시리즈. 요조 편. 일할 때 종종 팟캐스트를 듣는 데, 요즘은 빨간책방보다 '책이게뭐라고'를 더 좋아하게 되었다. 8할은 진행자 요조 때문인데 목소리가 너무 내 취향이라, 그녀가 시나 책의 한 구절을 낭독할 때는 엄청 귀기울여서 듣게 된다.

팟캐스트에서도 그렇지만 책에서도 요조의 ‘시 사랑’이 모락모락 묻어난다. 덕분에 읽고 싶은 시집 목록이 다양하게 또 추가되었다. (오늘도 배부른 나의 알라딘 보관함)

책의 내용을 설명하기 보다는 느낀점 위주의 독서일기라 머리 식힐 때, 가뿐하게 읽어내리기 좋다. 일기 대부분의 마지막 문장이 재밌다. 요조는 뒷심이 있는 사람 인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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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은 완벽한 페미니스트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고, 완벽하지 않다고 해서 페미니스트가 되지 않기보다는 완벽하지 않은bad 페미니스트가 되겠다는 록산 게이의 다짐은 그래서 나에게도 굉장한 귀감이 된다. 나는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
그리고 페미니스트이다.(p.26)” 


“소녀의 세계에서 비행은 옳다.
나 역시 그 세계를 지나왔다는 것이, 가끔은 믿기지 않는다.(p.39)”

“나는 거의 매일 죽음에 대해 생각한다. 이 책을 읽고, 나는 그동안 늘 생각을 하다가 중간에 그만두었다는 걸 알았다.
끝까지 생각할 엄두를 못 냈었기 때문에. (p.216)”

“책읽기를 마무리하며 분명히 알 수 있었던 것은 이것도 여성으로 사는 삶의 현장의 정정당당한 일부라는 사실이었다. 좀더 많은 책을 읽어보면서 자연스럽게 나는 어떤 입장에 서게 될 것이다.
그것을 기다려 보기로 했다.(p.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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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책읽기에 취미를 붙인, 혹은 책을 좋아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선물해 봄직하다.

나도 요조처럼 간단하게나마 책 일기를 써보려했건만.. 이놈의 완벽주의(?)는 글쓰는데 시간을 너무 많이 잡아먹어..
사는 속도 읽는 속도 못따라가고 읽는 속도는 쓰는 속도를 더욱 못따라가므로.. 그런데 쓰다보면 읽고 싶고 읽다보면 사고 싶어져서.. 독서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통장은 비어가고)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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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정말 가벼~업게 읽다가 또 눈물샘 터진 문장.

“이 책을 읽으면서 괜한 향수에 사로잡혀 많이 울었다.
나는 정말 신실한 신도였다. 그런데 이제 다시 그때로 돌아갈 수가 없다는 게 무척 안타깝고 슬펐다.
어떤 종교든, 종교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그것을, 종교를 잃고 알았다.
예전에는 나를 힘들게 하는 그 어떤 상황 앞에서도 담대함이라는 것이 있었다. 기도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내가 믿는 신에게 쪼르르 달려가서 도와주세요, 살려주세요, 저에게 힘을 주세요, 하고 기도할 수 있었다. 그 문제가 해피엔딩이 되면 당신 덕분에 내가 잘되었다 감사했고 새드엔딩이 되어도 당신이 뜻한 바 있어서 내 뜻을 이루지 못한 것이라고 믿는다고 그렇게 건강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종교를 잃고 나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기도할 곳이 없다는 막막함이었다.
진짜 나 밖에 없다는 자각. 이 세계에서 이제 나를 지킬 존재는 이렇게 형편없는 나 혼자라는 사실.
휘청휘청거렸다. 뭐든 다시 믿고 싶어졌지만 그 마음이 다시 생기지 않았다. (p.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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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도 마치 종교처럼 믿고 따랐던 흔들림없는 가치관과 그를 기꺼이 살아가고 있는 사람(집단)이 있었다. 언제나 감사함과 미안함을 느끼게 하는 ‘기도’ 같은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내 신앙의 맥이 탁 풀려버렸다. 나는 살을 긁어내듯 사람들을 떼어냈고 아팠지만 스스로를 조금 덜 미워할 수 있게 되었다.

요즘도 자주 생각한다. 돌아갈 수는 없을까. 왜 떠나온 것일까.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겠지만, 그 사람들의 문제는 아니었다. 내 안의 변화들이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었던 거다. 많은 이들이 신앙을 이어가지 못하는 이유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변하지 않는- ‘신’이 아니고 ‘변해 버린 나’인 것처럼. 나는 변했고, 이제는 누구도 무엇도 탓할 수가 없다.

그래도 가끔 그때가 그립다. 맹목적이던 그 때가.
나의 기도와 같았던 선량한 얼굴의 사람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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