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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에 날개를 다는 독서지도 : 초등 해오름 교육활동 지도서 5
월간 배워서 남주자 편집부 엮음 / 도서출판 해오름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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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큰아이는 어려서부터 공부와 관련된 수업을 하나도 시키지 않았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지금도 남들 다 한다는 학습지도 시키지 않고 엄마와 함께 공부하고 있다. 주변에서는 이제 학습지도 시키고 해야하지 않느냐고 부추기지만 아직까지는 소신(?)껏 나가고 있다. 물론 언제까지 이렇게 할 수 있을지는 나도 잘 모른다. 지금의 교육현실에 맞추어 나가다보면 나도 언제 마음이 변하게 될지는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사실 지난 여름방학때 벌써 한번 마음이 흔들렸다.

아이가 처음으로 맞이한 여름방학이었는데 숙제가 일기 쓰기와 독서록 쓰기였다.
어려서부터 나름 좋다는 책 골라서 많이 읽어주고 글자를 안 다음부터는 재미난 책을 찾아 읽기도 하면서 책을 참으로 좋아하는 아이였다. 하지만 어린나이에 책을 읽고 내용을 얘기하거나 감상을 얘기하는 등의 독후활동을 하는것은 책읽기에 방해가 된다는 말에 그저 정말 열심히 책만 읽어주고 권해주었던것 같다. 그런데 막상 독서록을 쓰려니 책을 많이 읽기는 했는데 밖으로 표현이 되지 않았다. 그러던 중에 독서토론 수업 같은걸 받은 아이들은 알아서 독서록을 쓴다는 얘기에 마음이 흔들렸던 거였다.^^ 

그래도 아직은 저학년이니 엄마와 함께 해보려고 독서토론이나 글쓰기와 관련된 책들을 많이도 찾아 보았다. 그러나 대부분이 이론만 너무 거창하거나 예문들만 나열된 책들이어서 뭔가 조금은 아쉬운 감이 있었다. 그러던 차에 정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만한 좋은 책을 만났다. <배워서 남주자>는 독서,논술 교사들을 위한 교육잡지에 실렸던 내용들을 모아 엮은 <생각에 날개를 다는 독서지도>라는 바로 이 책이다.

소규모 아이들을 대상으로 수업한 내용을 그대로 옮겨놓아 아이들의 생각도 읽어볼 수 있고 상황에 맞게 대처해서 이야기 해줄수도 있어 부모님들께 좋은 지침서가 되어 준다. 또한 수업을하며 아이들과 나누었던 대화나 활동같은것도 자세히 나와있어 참고가 된다. 나 또한 책을 보는 내내 "아! 이렇게도 해 줄 수 있구나!"하면서 여러번 감탄을 했다.

책의 내용은 아이들이 관심 갖을만한 다양한 주제를 5개의 장으로 나누고 각 장마다 저학년에서 고학년에 이르는 책을 선정하여 소개해주고 있다. 책을 보다 내가 보았던 책이 나오면 왜 그리도 반갑던지 더욱 관심을 갖고 읽게 된다. 처음 책을 소개할때 권장 대상을 알려주는것도 도움이 되고 줄거리도 살짝 알려주어 아이에게 적당한 책을 고르는데도 도움을 준다.



본격적인 수업 내용은 독서 전 단계, 독서 중 단계, 독서 후 단계에 맞추어  마음열기, 펼치기, 열매맺기로 자세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함께 읽으면 좋은 책>도 소개해주고 있어 아이에게 좋은 책을 권해주는데 도움이 많이 될것 같다.



책이 다소 두껍고 양이 많지만 아이의 교육과 관련되다보니 정말 열심히 보게 된다. 그리고 지난 여름방학때 이 책을 만났더라면 방학 숙제를 좀 더 재미나게 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마음이 든다. 내 생각과 맞지 않는다고 아이를 다그쳐가며 독서록을 작성했던걸 정말 후회한다. ^^ 아이들 독서지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모님들께 적극 추천해드리고 싶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여러군데서 오타가 꽤 많이 보인다는 거다. 다음 인쇄시에는 좀더 신경을 써주셨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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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9-11-05 0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정말 소신있는 교육이네요 흔들리기 쉬운데요. 저랑은 좀 다르긴 하지만. 전 그냥 아이가 좋아하면 시켜요. 시키는 건 강제성이 느껴지는데 아이는 너무 좋아해서 계속 하고 싶어해요.
물론 일주일에 한번 할까말까지만 그걸로도 흥분하죠.
공부던 뭐든 재미있을 때 한다는 주의여서.
하지만 책 내용 이야기나 억지로 독서록 만들기는 좀 그렇네여
소신을 갖기는 어렵고 그 소신을 실천하기는 더 어려운 것같아요
같은 하늘님 멋진 엄마가 되겠어요

같은하늘 2009-11-06 09:20   좋아요 0 | URL
소신이라기 보다는 저희 J군이 원하지 않아요. ㅎㅎ
아마 저도 J군이 학습지 해달라하면 시켜줬을지도 몰라요.
전 '하기싫으면 하지마'하는 식이라...
지금도 남들 다 배운다는 피아노도 싫다해서 안 가르치고 있기는한데
사실 고학년 올라가면 할 시간 없다는 말에 걱정은 되요.^^

울보 2009-11-05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지세요,
저도 저 나름대로 소신껏 아이를 끌고 가야지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가끔은 주위반응에 휘들리고 학교에 가니 더 공부란것을 무시할 수가 없더라구요,
책을 너무 좋아하는 딸이 책읽을 시간이 없어서 속상해 하면서 잠자는 시간이 점점 늦어지는 모습을 보고 어떻게 해야 하나 많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하루에 세권정도 독서록을 쓰는 딸 잘쓰던 못쓰던 저는 주로 지켜보는 스타일이거든요 모르는것만 새로운 방법만 제시해주고 제가 독서하는 법을 배운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냥 제 가 아는한에서 도와주고 있어요,

같은하늘 2009-11-06 09:22   좋아요 0 | URL
맞아요. 학교에 들어가니 공부를 무시할 수 없더군요.^^
그래도 지난 중간고사에도 평균 이상은 하였으니 더이상 바라지 않을랍니다.
우리 아이도 책보는거 좋아하는데 책 볼 시간이 없다고 울상이예요.
자기가 늦게해서 시간을 다 잡아먹는건 모르고... 류도 느리다고 항상 말씀하시더니 그렇지 않은것 같은데요. 어찌 하루에 세권이나 독서록을 쓸 수 있는지 그 비법좀 알려주세요~~~ㅎㅎ
 
외딴방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199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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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글은 우울하다. 밑바닥 인생의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는 모습을 들여다 보고 있노라면 때로는 침울한 느낌마저 든다. 그러면서도 다시 그녀의 글을 찾게 되는것은 나를 되돌아보게하는 그녀만의 글이 갖고 있는 매력이다. 이 글은 사실도 픽션도 아닌 그 중간쯤의 글이 될 것 같은 예감이다.(p.15)라는 <외딴방>의 시작을 읽었지만 난 왠지 이 글이 모두 사실일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그녀의 글 속에서 나의 모습이 투영되어 떠오를때면 나 또한 숨기고 싶었던 나만의 외딴방을 들여다 보게된다. 그리고 열여섯의 그녀도 나처럼 부끄러운 마음에 그때의 얘기를 꺼내는게 힘들거라고 생각했다. 그녀의 친구 하계숙이 얘기했던것처럼...

고등학교를 진학하지 못한 열여섯의 그녀는 무료한 시골집에서 나와 서울의 오빠에게 가기를 갈망한다. 그러나 동네에서 가장 넓은 마당을 가진 가운뎃집의 딸이었던 그녀의 서울 생활은 최하위 계층에 속하는 고단한 삶이었다. 서른일곱개의 방이 따닥따닥 붙어있는 가리봉동의 작은 방에서 스물셋이라는 어린나이에 가장 노릇을 해야하는 큰 오빠, 사진 찍기를 즐겨하며 대학 문턱이라도 가보고 싶다던 외사촌, 문학을 좋아하지만 문학으로 세상을 바꿀수 없기에 법대에 입학해 데모를 하고 다니는 셋째오빠, 작가가 되기를 꿈꾸는 그녀가 함께 생활한다. 낮에는 동남전기주식회사의 스테레오과 1번으로 적은 임금을 받아가며 기계와 같은 노동을 해야했고, 밤이면 학교라는 곳을 가지만 그녀가 꿈꾸는 글쓰기와는 상관없는 공부를 하는 곳이었다.

그녀와 같은 열여섯에 나는 무엇을 했던가? 중학교 3학년... 학교에서 꽤나 우수한 성적으로 선생님들께 촉망받는 인재였으나 가정형편상 대학을 포기하고 상고 진학을 결정하며 갈등을 겪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연로하신 부모님을 생각하면 고등학교 3년동안 장학금을 준다는 집근처 학교로 진학하는게 맞는 거였는데, 마지막 나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며 서울에서 알아준다는 여상으로의 진학을 결정했었다. 뱀의 머리가 되기보다는 용의 꼬리가 되어도 좋다는 생각으로 결정한거였다. 하지만 학교에 입학해서 처음으로 받아들었던 성적표에 씌여있던 등수는 나를 열등감에 빠지게 했다. 그렇게 점점 떨어져가는 나의 성적은 나와 맞지 않는 수업 때문이라며 스스로를 위로하곤 했다.

그녀 나이 열일곱에 고등학교에 진학하지만 직장에서 겪는 또 다른 고충이 있었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이런저런 이유로 깎이는 임금에 대해 자신들의 권리를 찾고자 하는 노조가 결성된다. 그러나 학교를 다녀야 하는 이유로 노조 탈퇴서를 쓰고 잔업거부에 함께 동참하지 못하며 수치심을 느껴야 했고, 그녀에게 따뜻하게 대해줬던 노조지부장을 외면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가하면 그녀의 외사촌과 그녀가 직장상사에게 유린을 당하고, 동료 중에는 임신도 하고 도둑으로 몰려 직장을 그만둔 이가 있다는 얘기도 듣게된다.

나 또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을 다니며 나의 이름보다는 미스O으로 불리며 커피심부름과 복사심부름, 다른 사람의 문서를 대신 작성해 주는 정도의 일을 하며 회사생활을 맛 보았다. 그러던 중 컴퓨터를 조금 잘 다루었던 내가 좀더 좋은 직책으로 자리를 옮겨 나만의 일을 할 수 있는 계기가 생겼었다. 하지만 어느날 낙하산처럼 떨어진 대학을 나온 아무것도 모르는 어떤 여자가 그 자리에 앉아버렸다. 학벌 지상주의에 상처를 받은 나는 그를 계기로 스물셋의 늦은 나이에 대학에 들어갔다. 나도 그녀처럼 낮에는 직장에서 일하고 이른 퇴근으로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며 야간대학을 다녔다. 그 4년이 온전히 행복했다고는 말할 수는 없다. 너무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을때도 있었지만 꿈이 있었기에 견뎌낼 수 있었다. 그리고 그때는 낙하산처럼 떨어진 그 여자가 원망스러웠지만 이제 생각해보니 나를 자극해준 그 여자가 고마운 존재이기도 하다.

그녀와 나는 살아온 시기가 다르기 때문에 겪어온 과정이 다르지만 없는 것에 대한 서러움과 그 시대에 걸맞는 쓴 맛도 보아온 것 같다. 하지만 그녀가 그때의 얘기를 꺼내기 힘들어 하는 것은 나와 같이 없는 것에 대한  부끄러움만이 있어서가 아니라는 것을 책의 말미에서 알게된다. 가끔씩 희재언니의 얘기를 꺼내며 얘기하기 힘들어 하는 부분을 느꼈지만 설마 아니겠지 하며 페이지를 넘겨갔다. 하지만 그녀가 희재언니의 자살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동조하게 되어버린 죄책감과 두려움 때문에 외딴방을 떠나오고 다시는 그곳을 찾지 않고 생각조차 떠올리지 않으려 했다는 사실을...

그녀는 소설 <외딴방>을 통해서 그녀가 잊고자 했던 열여섯에서 열아홉의 시절을 다시 회상하고 희재언니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털어놓는다. 이로서 그녀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모든 것을 인정하며 그녀의 잊혀졌던 4년을 고스란히 받아 들이게된다. 그녀와 나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은 크기가 다를뿐 각자의 숨기고 싶은 외딴방을 가지고 있다. 그녀가 모든 것을 털어내고 인정했던 것처럼 나도 그러고 싶다. 작고 마른 체구에 조금은 예민한 성격탓에 부자집 외동딸로 자란듯이 보이는 나지만, 나에게도 숨기고 싶은 과거가 있었고 힘들게 이겨낸 시절도 있는 털털한 사람이라고 내보이고 싶다. 그리고 그녀가 힘든 공장생활에서도 작가가 되기 위한 꿈을 펼치기 위해 공부를 했던것처럼 나도 아이 둘을 키운 이제사 또 다른 꿈에 대한 도전을 시작해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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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희망꿈 2009-08-09 0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슬픈이야기를 좋아하지 않지만 이 책 한 번 읽어봐야겠네요.
책을 읽어도 리뷰대회에는 참가하지 못하겠지만 집에 있어서 읽어보고 싶네요.
남편이 결혼하기 전에 구입한 책인데, 꼭~ 읽어보고 싶어졌어요.
님처럼 저도 나의 꿈을 찾고 도전할 기회가 되면 좋겠는데요.

같은하늘 2009-08-10 08:11   좋아요 0 | URL
가슴 한켠이 저린 이야기...
부모님의 야이기, 언니,오빠들의 이야기, 나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는...
꼭 읽어보세요...

마노아 2009-08-09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들여다보면, 저마다 아팠고 힘들었던, 서러움의 외딴방이 있어요. 그때는 힘들었는데, 지금은 나를 좀 더 성숙하게 만들어줄 외딴방이 된다면, 그건 또 나름의 고마움이 될 테죠. 리뷰 잘 읽었어요.^^

같은하늘 2009-08-10 08:12   좋아요 0 | URL
그때는 힘들다 생각했는데 그로 인해 내가 성숙됨을 이제사 알게 되지요...
아마 지금도 계속 그러고 있을거예요...^^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 장영희 에세이
장영희 지음, 정일 그림 / 샘터사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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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아이가 어렵게 세상 구경을 하고 남들보다 힘들게 커가는 과정을 지켜보는게 엄마인 나에게는 참으로 힘든 경험이었다. 그렇게 돌이 한참을 지나도 못 걷는 아이를 병원에 데리고 다니면서 일찍 태어나게 만든 내가 죄인 같아 마음이 쓰였다. 그래도 병원에서 아이에게 아무런 문제는 없으니 많이 연습시키고 엄마가 도와주라는 말씀에 한시름 놓기도 했다. 그렇게 마음이 복잡한 시기에 병원 대기실에서 처음으로 접했던 선생님의 책이 <내 생애 단 한번>이었다. 기다리기 지루하고 조바심 나는 마음을 편하게 달래주었던 선생님의 글... 그리고 마저 보지 못한 뒷부분은 책을 구입해서 보겠노라고 생각했었는데 아이에게 마음쓰고 바쁜 삶에 치이다보니 잊고 살았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아이들 책을구입하기 위해 서점을 들락거리다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이라는 책이 나온다는 소식을 보고 '아차!!!' 싶었다. 그리고 이 책이 선생님의 유작이 되었다는 소식은 더욱 마음을 안타깝게 했다. 병상에서도 마지막 원고를 고쳐가며 공을 들였다는 책을 읽는 동안 살아가는 한순간이 모두 기적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렇게 애간장을 녹이던 큰아이가 태어난지 21개월만에 첫발을 내딛던 모습이 생각났다. 지금은 보통의 아이들과 똑같이 자라 학교생활도 너무 잘 하고 있는데 그때는 왜 그리도 안달이 났었는지... 아이가 일찍 태어난 것도 아이가 아픈것도 모두 내 탓 같아 '왜 나한테만 이런일이...'라며 살았었는데...  

선생님은 자신이 1급 신체장애인이고 암투병을 하고 있는 삶이 비참하지도 않고 나름대로 삶의 방식에 익숙해져 불편이 없다고 했다. 그래서 인간 장영희, 문학 선생 장영희에 초점을 맞춘 인터뷰글에 기자가 붙인 제목 '신체장애로 천형 같은 삶을 극복하고 일어선 이 시대 희망의 상징 장영희 교수'를 보며 심히 불쾌했다고 말한다. 천형이라고 불리는 삶에서도 축복을 찾아내는 너그러운 마음이 부러웠다. 인간으로 태어남에 감사하고, 주위에 늘 좋은 사람과 함께 하는 것에 감사하고, 사랑하는 일이 있는 것에 감사하고, 알아들을 줄 아는 머리와 아픔을 나누는 마음이 있는것에 감사한다는... 그리고 내 글을 읽어주는 독자가 있어 책을 낼 수 있고 선생님 책에서 힘을 얻는다는 말이 축복이니 '천형'이 아닌 '천혜'의 삶이란다. 이런 선생님의 글을 이젠 남겨진 책으로 밖에 볼 수 없다는 사실이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선생님의 글은 꾸밈이 없고 소박하다. 영문학자 대학교수라는 타이틀의 묵직함 보다는 옆집 사는 언니가 살아온 얘기를 해주는 듯 하여 편안하다. 하지만 편안한 글 속에 녹녹하지만은 않았던 선생님의 삶에서 희망이라는 것을 배운다. 유학 막바지에 심사만 남겨놓은 논문을 잃어버리고도 '괜찮아. 다시 시작하면 되잖아. 다시 시작할 수 있어. 기껏해야 논문인데 뭐. 그래, 살아 있잖아...... 논몬 따위쯤이야.' 선생님은 그것을 예고 없는 순간에 절망이 왔듯이 예고 없이 찾아와 속삭여 주는 희망의 목소리라고 말한다.  

선생님의 글 하나하나가 재미나고 따뜻하고 슬프기도 해서 웃다가 울다가 하며 책장을 넘겼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 있는 능력을 재능이라고 얘기하는 모습... 게을러서 결혼을 할 수 없다는 모습... 중국산 부세를 굴비라고 속아서 사오는 모습... 자살을 예고하는 제자를 지켜주지 못해 안타까워 하는 모습... 그 중에서 어느 제자에게 했던 얘기가 제일 마음에 남는다. 똑똑했던 제자가 사랑에 실패하고 딸아이와 의연하게 살아가는 모습에 가슴이 아파하며 했던 얘기... 그 얘기는 얼마전 내가 속상한 일이 있을때 누군가 나에게 힘내라며 해주었던 얘기와 같았다. 

사람이면 누구나 다 메고 다니는 운명자루가 있고, 그 속에는 저마다 각기 똑같은 수의 검은 돌과 흰 돌이 들어 있다더구나. 검은 돌은 불운, 흰 돌은 행운을 상징하는데 우리가 살아가는 일은 이 돌들을 하나씩 꺼내는 과정이란다. 그래서 삶은 어떤 때는 예기치 못한 불운에 좌절하여 넘어지고, 또 어떤 때는 크든 작든 행운을 맞이하여 힘을 얻고 다시 일어서는 작은 드라마의 연속이라는 것이다. 아마 너는 네 운명자루에서 검을 돌을 몇 개 먼저 꺼낸 모양이다. 그러니 이제부터는 남보다 더 큰 네 몫의 행복이 분명히 너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p.115-  

선생님은 자신이 신체장애와 암을 극복한 사람으로 기억되기 보다는 좋은 글을 남겨 사람들에게 희망을 심어준 사람으로 남기를 원하실 것이다. 나 또한 그녀를 편안한 모습으로 삶에 대해 얘기해주던 옆집 언니로 기억하고싶다. 그리고 책을 마무리하며 했던 얘기를 가슴에 담고 싶다. 

나쁜 운명을 깨울까 봐 살금살금 걷는다면 좋은 운명도 깨우지 못할 것 아닌가. 나쁜 운명, 좋은 운명 모조리 다 깨워가며 저벅저벅 당당하게, 큰 걸음으로 걸으며 살 것이다. -p.232- 

지금 여러가지 일이 꼬여 마음이 복잡하고 삶의 고비(?)를 힘들게 넘기고 있을 친정 오빠에게 이 책을 보내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고인의 명복을 빌며 <내 생애 단 한번>도 구입해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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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09-07-02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리뷰에 비하니 너무 멋져요.^^

같은하늘 2009-07-02 17:36   좋아요 0 | URL
과찬이십니다...
전 솜씨가 없어서 그림책 리뷰만 올리는 사람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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