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갈 날들을 위한 공부 - 아직 늦지 않았을 오십에게 천년의 철학자들이 전하는 고전 수업
김범준 지음 / 빅피시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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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은이: 김범준
* 제목: 살아갈 날들을 위한 공부
* 출판사: 빅피시
* 출간 연도: 2023.08
* 페이지: 264쪽

<살아갈 날들을 위한 공부>(2023)는 인생의 절반을 지나면서 마주하는 어려움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독자들에게 깊이 있는 철학을 말한다. <나는 매일 책을 읽기로 했다>, <오십에 읽는 장자> 등 공부와 자기계발 도서를 쓴 김범준 작가는, 이 책을 통해 과거의 철학적 스승들이 남긴 지혜와 가르침을 통해 인생을 더 의미 있는 방식으로 사는 법을 설파한다.

책은 다섯 명의 동양 철학자를 소개하며 각 시대에 주장했던 가치를 말한다. 순자, 맹자, 공자, 묵자, 노자 등, 기라성 같은 동양 사상가의 철학을 소개하며 인생을 어떻게 살아낼지 함께 고민하는 토론장을 만든다. 각 철학가의 사상은 세세하게는 달라도, 결국 배우고 비움으로써 자신을 돌아보고 성장하자는 이야기를 담는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을 꼽자면, 서양철학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유명한(?) 동양철학가의 가르침을 현대적인 맥락에 접목시켜 풀어낸 점이다. 선인들의 말이지만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큰 영감을 준다. 돈과 명예에 의존하는 현대사회에서 공자의 도덕성, 묵자의 배움, 노자의 비움은 큰 의미를 가진다.

동양 역사와 철학사상의 연결점을 시사하지 못한 점은 아쉽지만, <살아갈 날들을 위한 공부>는 인생의 남은 길에서 마주할 어려움을 지혜롭게 대처하고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될 책이다. 책은 축약된 내용을 다루기 때문에, 각 인물의 사상이 더 알고 싶다면 신영복의 <강의>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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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구멍 속의 유령 암실문고
데리언 니 그리파 지음, 서제인 옮김 / 을유문화사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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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데리언 니 그리파(Doireann Ni Ghriofa)

  • 제목: 목구멍 속의 유령(A Ghost In The Thront)
  • 번역: 서제인
  • 출판사: 을유문화사
  • 출간 연도: 2023.08
  • 원문 출간 연도: 2020
  • 페이지: 452쪽


<목구멍 속의 유령>(2023)은 작가 자신과 17세기의 아일랜드 시인 아일린 더브 - 두 여성의 이야기를 복잡하게 엮는다. 작가는 시간을 초월하며 묶이는 두 여성의 세계를 탐구하며 독자를 이끈다. 책은 여성성과 모성, 정체성, 창의성, 그리고 사회적 기대와 같은 주제를 복합적으로 말하며 이야기를 전개한다.


<목구멍 속의 유령>은 역사 속 아일린 더브의 강인한 의지에 대한 메시지를 심도 있게 담아낸다. 작가 자신의 경험과 아일린 더브의 시를 함께 묶어 이야기를 전개되는데, 과거와 현재가 번갈아가며 보여지는 구조는 복잡한 편이다. 약간의 독서력이 필요해, 독자는 텍스트를 하나하나 읽고 해석하고 이해하는 묘미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부분은 장점이자 단점이 되기도 한다. 과거와 현재의 시점을 번갈아가며 보여주는 구조는 내러티브를 풍부하게 만들지만, 일관된 흐름을 원하는 독자에게는 다소 거추장스러운 장치로 보일 수 있다. 또한 작가의 문장은 때로는 지나치게 감상적으로 보일 때도 있다.


저자 자신의 약점을 그대로 드러내고 이를 열등감이 아닌 자신의 인생이 목적으로 보려는 시각은 우리에게 감명을 준다. 또한 역사에 파묻혔던 여성 시인 - 에일린 더브의 목소리가 문학을 통해 현재에 다시 울려퍼짐으로써, 문학의 의의를 보여주기도 한다.


<목구멍 속의 유령>은 섬세하게 엮어낸 회고록이자 선언문이다. 거칠지만 진심을 담은 저자의 문장은, 여성과 문학에 관심이 있는 이에게 큰 떨림을 줄 것이다. 같은 회고록 장르인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룰루 밀러, 2021)과는 장르만 유사하지, 역사를 탐구하는 시선은 완전히 다르다. 두 작품을 비교하면서 읽는 것도 한 재미일테다.


본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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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호한 상실 - 해결되지 않는 슬픔이 우리를 덮칠 때
폴린 보스 지음, 임재희 옮김 / 작가정신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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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은이: 폴린 보스(Pauline Boss)
  • 제목: 모호한 상실(Ambiguous Loss: Learning to Live with Unresolved Grief)
  • 번역: 임재희
  • 출판사: 작가정신
  • 출간 연도: 2023.08
  • 원문 출간 연도: 1999
  • 페이지: 308쪽


<모호한 상실>은 미네소타대학교 가족사회학 명예 교수이자 40년 넘게 가족사회학을 심리치료와 연결해 고찰하고 ‘모호한 상실’ 이론을 정립한 폴린 보스의 작품이다. 책 <모호한 상실>은 해결되지 않은 슬픔과 당사자들의 심리를 깊게 파고들어, 명확한 종결이 없을 때 나타난 고통을 다룬다.


책은 제목이자 저자의 이론은 ‘모호한 상실’이란 무엇이고, 이것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탐구한다. 그가 말하는 모호한 상실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된다.


첫째로, 생사 여부가 불확실한 경우다. 부재하지만 여전히 함께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실종된 군인, 유괴된 자녀, 이혼/입양 가정 내에서 부모, 자녀가 부재, 누락된 경우이다. 둘째는, 실체는 있지만 심리적으로 부재하는 경우다. 심각한 알츠하이머나 정신질환을 앓는 가족 구성원을 둔 가족들에게 나타난다.


모든 상실은 당사자에게 슬픔을 준다. 저자는 그중에서도 그가 명명한 모호한 상실이 가장 치명적이라고 말한다. 슬픔을 정확하게 규정하기 힘들고 불분명한 상태로 남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런 불분명한 상태에서 자신을 부정하고, 모든 잘못의 원인이 자신에게 있다고 생각하며 혼란에 빠진다.


저자는 모호한 상실의 상황을 통제하기 위해 완벽한 해결책을 찾으려는 노력을 포기해야 한다고 말한다(222쪽). 그러면서 불확실성에 비교적 잘 대처했던 사람, 가족의 일화를 소개하며 불확실성에 대처하는 단 하나의 올바른 방법은 없다는 역설을 설파한다. 


<모호한 상실>은 해결되지 않는 슬픔을 경험했거나, 이런 이들이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이 읽으면 좋을 책이다. 많은 일화가 수록되어 있어 슬픔을 겪는 자신의 결정이 틀리지 않고, 그저 다르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위안을 준다. 


* 본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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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자꾸 내 탓을 할까 - 내 마음 제대로 들여다보는 법
허규형 지음 / 오리지널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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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의 서재에서 오리지널 도서로 출간한 <나는 왜 자꾸 내 탓을 할까>의 개정판이다. 정신건강 의사이자, 심리/정신건강 유튜브인 <뇌부자들> 채널의 운영자 허규형 작가가 썼다. ‘내 마음 제대로 들여다보는 법’이라는 부제답게, 작가는 여러 사람의 에피소드를 통해 심리학의 기본 개념을 알려주고, 독자들이 오해하고 있는 포인트를 집어준다.


책은 총 네 개의 장으로 이루어졌고(감정과 기분, 성격 유형 검사, 페르소나와 억압, 자기 의지와 그 외의 것), 각 장은 예닐곱 개의 개념과 에피소드를 소개한다. 일상에서 흔히 느끼는 감정, 불안, 화와 분노부터 시작해, 한참 유행했던 MBTI를 지나 페르소나, 열등감과 콤플렉스, 나아가 가스라이팅과 인간관계까지 다룬다.


한번쯤 들어본 심리학 개념을 다루기 때문에 책은 쉬운 편이다. 이론만을 소개하지 않고 모두 각자의 에피소드, 대화가 포함돼 있어 개념을 이해하기 쉽다. 공식과 계산으로 이루어진 심리학이기에 모든 내용이 독자에게 모두 맞다고 할 수는 없다. 단어로 구체화된 개념을 인지하고 이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는 법을 다시 깨달는 것이 이 책의 의의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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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알게 된 모든 것 - 기억하지 못하는 상실, 그리고 회복에 관한 이야기
니콜 정 지음, 정혜윤 옮김 / 원더박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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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 정은 한국계 미국인 작가로, <내가 알게 된 모든 것>을 통해 입양인으로서 개인적인 경험을 풀어냈다. 조산아로 태어나 죽을 위기에 처한 그녀를, 백인 부부가 입양한다. 아시아인이 거의 없는 동네에서 자란 그는 커가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하지만, 자신과 양부모를 위해 그 마음을 꾹 누르고 산다. 하지만 임신 후, 자신의 친부모를 찾기 위해 노력한다. 결국 친부모, 언니와 연락이 닿게 되고 대면하면서 자신이 알지 못했던 자신의 출산 과정과 당시 친부모의 속마음을 듣게 된다.


> 하지만 어쩌다 한번씩은, 내가 용기를 내어 양부모님한테는 한 번도 한 적 없는 이야기를 한국 부모님에게 했더라면 어땠을지 궁금했다. 어쩌면 나를 이해해 주었을지도 몰랐다. 적어도 내 백인 가족보다는 그 고통에 더 공감했을지도 몰랐다. _87쪽

시애틀의 작은 마을에서 자란 작가의 주변에 아시아인이 적었다. 양부모는 그를 아시아인, 입양아가 아닌 그냥 자신의 딸로 생각했고, 친척들도 모두 그와 외양은 달라도 그저 같은 가족일 뿐이었다. 하지만 커갈수록 아시아인이라고 놀림을 당하기 일쑤였다. 자신이 괴롭힘을 당했다는 이야기를 해도 양부모는 100% 이해하지 못했다. 어쩔 수 있나. 자신들은 그래도 주류 백인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심리적으로 받는 고통을 어디다 토로하지 못했다. 어쩌다 아시아계 친구를 만나도, 깊게 사귀지 못하고 헤어지곤 했다. 미국은 그의 나라이고 고향인데, 어째 타향살이로 비춰진다. 게다가 주변에 자신의 처지를 이해해줄 사람이 없다니! 한없는 사랑과 관심을 주는 양부모였지만, 자신의 감정에 완벽히 공감하지 못하는 틈바구니에서 자란 작가의 감정이 슬그머니 다가왔다.


> 하지만 나는 친부가 우리의 첫 만남 이후 찜찜한 기분이나 불만을 품고 돌아가지는 않았다고 느꼈다. 우리가 함께한 그 짧은 시간을 위해 그분은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했다. 나를 만나기 싫어서가 아니라, 여전히 이방인일 수밖에 없는 누군가에게 마음의 문을 열고 자신의 취약함을 드러내야 했기 때문이다. _305쪽

우리가 흔히 접하는 입양 이야기는 아름답다. 태어나자마자 외국으로 팔려가듯이 입양된 아이가, 번듯하게 성장해 한국으로 돌아온다. 자신의 어릴 적 사진과 한국 이름을 들고는 친부, 친모를 찾는다. 입양인은 낯선 사람 집 문 앞에 서 있다가, 문이 열리면 서로 울면서 껴안고 이야기는 끝난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눈물과 포옹 뒤에는 서로의 멀뚱멀뚱함과, 알게 모르게 남아 있는 서운함과 책망이 뒤따른다. 친부모와 만나 그간의 이야기를 하며 각자의 감정을 풀어내고 그들의 역사를 꿰맞추면서도, 눈치를 봐야 한다. 친부모를 찾는 것 자체가 과거의 상처를 들쑤시는 것 아닐까? 내가 생각했던 사람들이 아니면 어떡하지? 그들이 만나는 것은 화합의 장이면서도, 아득하게 쌓인 현실적인 문제를 풀어나가야 하는 무대이기도 하다.


저자는 개인적인 이야기를 솔직하고 가감없이 씀으로써 책에 진실성을 더한다. 친부모의 약점을 말하고, 책의 결말부까지 친모와 만나지 않는 이유도 모두 말한다. 서로의 만남에서 오는 떨림과 기대감. 실망하면 어떻게 하지라는 불안감. 친부모와 양부모 모두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모습. 완벽하진 않지만 ‘이도 저도 아닌 내’가 아닌, **내가 바로 나**라는 자존감 가득한 생각. 작가의 솔직한 글 덕분에 책을 읽는 동안 나도 걱정하고, 웃고, 기뻐하고, 눈물흘렸다.

재밌게도 역자 정혜윤은, <H마트에서 울다>를 번역하기도 했다. 한국계 미국인의,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찾아 해매는 책이다. 두 책이 완전히 다른 소재를 말하지만, 결국은 **나로서 나 자신**을 다루기 때문에, 두 책을 비교하면서 읽어보는 것도 재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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