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924 구매도서



저도 어쩔 수 없는 베스트셀러를 찾아다니는 한 마리 철새같은 독자네요 ㅋㅋ 그래도 각 책마다 사연이 있습니다.

먼저 김영하의 신작 산문집 <보다>입니다. 김영하는 제가 전작을 한 유일한 작가이기도 합니다. 네이버블로그에서에서 김영아 강연회가 있어서 참가하기 일주일 전에 대여섯권을 보았던 적이 있습니다. 전 퀴즈쇼부터 읽었었는데요. 시원시원하고 상당히 가벼운내용이죠. 쓰고 담은 내용, 주제도 그렇게 심각하지 않고 이야기가 흥미롭게 지나가는 부분이 많아 재밌게 읽었습니다. 그걸 기점으로 해서 김영하 작품도 갈린다고 생각합니다서. 데뷔작이나 직후의 책은 너무 어렵고(<검은 꽃>과 <빛의 제국>이 가장 좋았어요) 최근의 <살인자의 기억법>은 김영하 이름을 달고 나는데 겨우 이정도밖에 못냈냐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형식의 파괴를 노린 듯하다는 느낌을 계속 받았지만 형식파괴를 보여준 소설은 예전에 이미 많이 봐와서, 그리 새롭지 않았습니다. 차라리 독백으로만 이루어진 하일지의 소설 <진술>이 훨씬 충격적이었어요. 어쨌든, 이번 산문집은 <살인자의 기억>보다 괜찮다고 하니까 많이 기대됩니다.


다음으로 <무엇으로 읽을 것인가>. 전자책과 종이책 그 사이에서 고민하는 저에게 전자책의 미래, 가능성을 말해줄 책인 것 같습니다. 저는 지금 이북리더기를 3대 가지고 있습니다. 처음은 아이리버에서 나온 스토리KHD네요. 지금 만저 보면 기기도 가볍고 액정도 깨끗하고 장점이 많지만... 교보문고 밖에 사용하지 못한다는 거! 전 교보문고가 아니라 알라딘 유저기 때문에 아쉽게도 이놈은 사둔 채로 거의 쓰지도 못하고 어딘가 처박혀 있습니다. 다음으로는 알라딘에서 구입한 크레마 터치. 이것은 리디북스로 전자책 서점을 옮기는 바람에 사용하죠 않았답니다... 리디북스 어플이 제대로 구동이 안돼서 ㅠㅠ 그래서 바로 크레마 샤인으로 갈아탔습니다. 루팅도 하고 열심히 잘 읽다가 전자책 자체에 좀 시들해져서 안 쓰고 있네요. 유일히 남은 기기는 iPad 미니인데요, 가볍워서 좋지만 역시 책은 종이로 읽어야 제맛 아니겠습니까. 그래도 과연 Kindle 개발자가 말하는 <무엇으로 읽을 것인가>가 제가 생각하는 전자책의 한계와 미래성을 펼쳐 보여줄지 참 기대가 됩니다. 모든 것이 디지털로 이동하는 시대라고 하지만 전자책은 책을 표현하는 다른 방법으로써의 출연을 말한다고 생각합니다. 책이란 글씨체, 글씨 크기, 종이 질감, 여백, 줄간격, 표지까지 모두 다 쳐서 책이라는 게 완성 된다고 보는데 전자책은 사실 자기에 맞춰 옵티마이즈하지만 그것은 결국 책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정보만을 보여주는 것일 뿐입니다. 이상 사견. 흠흠.

그와 동시에 읽을 책은 이번에 산 <페이퍼 엘레지> 라는 책입니다. 이언 샌섬이란 아저씨가 썼구요, 제가 정말 사랑해 마지않는 반비 출판사에서 출간했습니다. 이 책은 <무엇으로 읽을 것인가>와 대척점에 있는 책입니다. 엘레지는 애도를 뜻하는데요, 점점 사라지는 종이에 대한 애도를 표현하면서 동시에 종이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표현한 책이 되겠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책이 사라지고 있죠. 모든 문서들이 디지털화가 되면서 필요성이 사라지는 추세입니다. 하지만 여태까지 인간 문명은 종이와 함께 성장해갔죠. 저자는 종이가 없다면 인류는 결국 사라질 것이라고 합니다. 언론은 참 많이 소개된 책인데, 많이 팔리지는 않은 것 같네요. 어쩌면 종이가 사라져가는 요즘 시대를 정면으로 보여주는 현상(?)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데 이 책 너무 비쌉니다. 언론에 처음 소개될 때부터 정말 정말 사고 싶었던 책이었는데 이번 기회에 큰맘먹고 사게 되었는데, 그래도 삼백쪽밖에 안되는 양장본이 만팔천원이라니... 하이고, 이러고 무슨 종이에 대한 애도를 표현한다는 건지! (돈없는 자의 푸념)

마지막으로 그 유명한 있는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입니다. 이건 뭐, 이제 유행과도 같죠. 책 좀 읽는다 싶으신 분들은 요즘 한번쯤 다 펴보는 것 같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이런 부류의 책은 한가지 주장을 뒷받침하는 수많은 예시 모음에 가깝습니다. 이 책도, 말하고 싶은 것은 ‘불평등이 점점 심해진다’밖에 더 있나요. 경제라는 분야에다가 한가지 주장을 말하기 위해서 많은 종이를 할애하다니, 어떻게 보면 정말 비실용적인 책이라도 할 수 있겠네요 ㅋㅋㅋ 인내심을 가지고 천천히 한장한장 읽어봐야겠습니다. 아, 이런 책은 정말 띄엄띄엄 읽는 데 익숙해져서 걱정입니다. WSJ에서 조사한 ‘가장 안 읽힌 베스트셀러’ 1위가 바로 이 책이라고 합니다! ㅋㅋㅋ 여기에 호킹박사의 <시간의 역사>도 추가하고 싶네요. 저도 시간이 역사는 참 재미없게 읽었습니다. 역시 최고의 스테디셀러는 ‘누구나 읽는 것 같아서 사뒀지만 막상 읽기는 귀찮아서 책장에 꽂아둔 책’이 최고죠! ㅋㅋㅋ 이번에는 그런 꼴 면하기 위해 머리싸매고! 진지하게 읽겠습니다. 보통 경제학 서적에 비해 재밌게 썼다고 하더라구요. 여러 가지 역사, 문학 이런 것들을 잘 버물였다고 하니 나 자신에게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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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경계를 지나면 당신의 승차권은 유효하지 않다
로맹 가리 지음, 이선희 옮김 / 마음산책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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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차, 싶었다. 잘못은 우리 별에 없어를 힘겹게 읽다가 포기한 친구에게, 자기 앞의 생이 재밌다고 빌려줘버리다니, 크나큰 실수고 자만이었다. 쿠어. 그는 그 책을 읽으며 얼마나 한탄하고 있을까. 내 능력이 이것밖에 안되나 좌절할지도… 는 내 자만. 부디 재밌게 읽길 바란다. 나처럼 울컥하지는 않더라도.
원래는 니콜라스 카의 유리감옥을 읽을 예정이었는데 프랑스소설의 감수성에 푹 빠진 바람에 로맹 가리의 책을 한권 더 꺼냈다. 자기 앞의 생도 그렇지만, 순전히 로맹 가리라는 작가 이름과, 엄청나게 뭔가 있어뵈는 제목 때문에 구입한 책이다. 스토리도 없고 인물도 별로 매력적이지 않은데도 이상하게 계속 읽힌다. 재미는 없는데 재밌어? 흐음? 여튼, 이제 절반 왔다. 아마 이놈 덮고나면 한동안 소설만 읽을 것 같은데… 안돼, 기껏 사온 유리감옥이 나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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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앞의 생 (특별판)
에밀 아자르 지음, 용경식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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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앞의 생, 에밀 아자르

시간은 흐르지만 모모는 자기 자신의 미래를 알지 못한다. 모모는 주변을 보며 앞으로의 생을 상상한다. 생이 나를 지나치고나면 나는 어떤 모습으로 변할까. 로자 아줌마처럼 반쯤 미쳐있을까? 카츠 선생님처럼 자신의 고통을 견디면서도 남을 돌봐주는 어른이 될까? 평온하게 자신만의 세상에 갇힌 하밀 할아버지의 모습은 어떨까? 거울 앞에 서서 아무리 얼굴을 찡그리고 허리를 수그려 봐도 도무지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는다.
시간이 지난다는 건 다소 현명해진다는 얘기와 같다. 오랜 산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할 때 자신의 앞에 펼쳐진 시간이 매력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생이 짓밟고 간 자리는 어떠했는가. 삶의 기쁨과 환희가 아직도 남아 있는가? 모모가 가장 사랑하는 로자 아줌마는 처녀 적부터 다 늙어 대머리가 될 때까지 과거의 기억에 붙들려 괴롭게 산다.
모모는 더빙 NG 때문에 앞으로 되돌리는 영화를 보고는, 로자 아줌마의 아름다웠던 때를 떠올린다.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로자 아줌마가 비극을 맞지 않고 행복하게 살았다먼 얼마나 좋았을까 상상하지만 그건 그저 영화에서밖에 볼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사람은 과거로 돌아가 젊어지고 싶어하면서, 동시에 과거로 돌아가기에는 지금이 너무나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그래, 시간이 흐른다는 건 완전 검지도 희지도 않은 일이다. 흰색은 검은색을 숨기고 있고 검은색은 흰색을 포함하고 있다. `앞`이란 단어는 `앞에 펼쳐진`이란 미래와 `앞에 있었던`이란 과거의, 이중적인 의미를 품는다. 하지만 그 의미가 어떠하든, 무엇보다도, 또 언제든지 사랑해야 한다는 것을 어린 모모는 알고 말았다. 슬픔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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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89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박형규 옮김 / 민음사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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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1, 074. 부활. 톨스토이.


이미 읽은 지 한참 지난 책... 세네 줄로 짧게 써본다.


분명히 읽었던 책이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내 기억의 <부활>은 죄지은 남자가 죄 때문에 한참 고뇌하다가 결국 유죄를 받아들이고 유형을 가는 이야기다. 거기에 쏘냐라는 여자가 옆에 붙어 함께... 읽다보니 기억났다. 이 스토리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이다. (물론 죄와 벌도 온전히 읽은 게 아니라, 맨 앞과 맨 뒤 각각 수십쪽씩밖에 읽지 않았다)


러시아 문학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그렇게 들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장편소설들(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죄와 벌)을 무진 재미없게 읽다가 때려쳤던 나로서는 러시아 소설은 항상 무섭다. 빅토르 위고처럼 곁가지로 빠지지는 않지만 이상하게 집중하기 힘들다. 거기엔 러시아식 이름도 한몫하는데, 이놈의 이름은 다 거기서 거기처럼 보이는데다가 지들 맘대로 애칭으로 부르느라 더더욱 헷갈린다.


부활도 그러긴 마찬가지다. 주인공격인 네흘류도프와 마슬로바의 이름이 너무 많다. 거기다 그들이 만나는 인물들도 엄청나다. 감옥과 죄수를 관리하는 사람들은 물론이거니와 상류사회의 사람들, 감옥에 갇힌 사람들... 제각각의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줄줄이사탕으로 인물 소개가 계속된다. 덕분에 중간중간 등장하는 감옥에 투옥된 이들의 사연을 깜빡해버렸다. (다른 책을 동시에 읽느라 집중하지 못했다는 것은 변명 아닌 변명)


소설은 제목처럼 부활을 다룬다. 흔히들 생각하는 하나님의 부활은 아니다. 네흘류도프는 땅은 개인이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며 적은 소작료만을 받고 농민들에게 넓은 땅을 나눠준다. 억울하게 투옥된 이들의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경청하고 이들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닌다. 방탕한 젊은 시절을 보냈던 네흘류도프는 당시 부조리한 사회관습을 깨는 혁명적 인간으로 다시 태어난다.


젊은 시절, 네흘류도프와 순수한 사랑을 나눴지만 타락한 네흘류도프에 의해 자신도 타락하게된 마슬로바. 억울하게 유죄를 선고받고 유형지로 향하는 마슬로바는 유형수들과 지내며 차차 예전의 순수함을 찾아간다. 감옥에 갇힌 이들이 모두 악한이 아니다. 정치가들이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택도 없는 이유로 가둔 정치범과 지극히 일반적인 사람도 있었다. 이들과 가까워진 마슬로바는 타락한 과거를 차차 잊는다.


네흘류도프와 마슬로바는 각각 위와 아래로부터의 사회 개혁(또는 인식 바꾸기)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부활>의 백미는, 과거 자신의 잘못을 바로잡으려는 네흘류도프의 청혼을 거절하는 마지막 장면이다. '위'에 기대지 않고 자신만의 뚝심으로 서려는 '아래'의 결연한 모습이 빛난다.


책은 읽기 자체가 매우 재밌다. 여러 인물과 사건이 등장하기 때문에 지루하지 않다. 다만 톨스토이가 만년에 쓴 책이어서인지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너무나 직접적으로 드러내기 때문에 톨스토이의 생각을 담은 소설이라기보다는 소설의 형태를 빌린 긴 논설문이라는 인상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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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온한 산책자 - 8인의 철학자, 철학이 사라진 시대를 성찰하다
애스트라 테일러 엮음, 한상석 옮김 / 이후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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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


  이번에 내게 소개된 세 권의 책은 문학, 철학, 자연과학이었다.(책을 일일히 적지 않겠다) 평소라면 응당 문학책을 골랐을터이나 올해 독서기록을 보니 철학책이 하나도 없다. 작년에는 그나마 개론서라도 읽었는데 말이다. <히틀러의 철학자들>을 읽고서 다시 철학에 관심을 가진 김에 철학 관련 서적인 <불온한 산책자>를 골랐다.


  책은 다큐멘터리 ‘성찰하는 삶’의 바탕이라고 할 수 있다. 8명의 현대철학자들을 연구실에서 끄집어냈다. 거리와 공원, 차 안, 심지어 쓰레기장에서 그들과 대화를 나눈다. 뭔가 고차원적이고 어려워보이는 철학을 현실과 접목시키려는 의도이다.


  소개된 철학자들을 살펴보자. 코넬 웨스트, 아비탈 로넬, 피터 싱어, 마이클 하트, 마사 누스바움, 콰메 앤서니 애피아, 슬라오볘 지젝, 주디스 버틀러. 오 마이 갓. 이름을 아는 건 단 두 명인데다가 둘 다 책을 자세히 읽어보기는 커녕 어떤 사상을 내세우는지조차 알지 못한다. 1장인 ‘진리’를 펴고서 후회했다. 아, 이 책, 잘못 골랐구나.


  확실히 어려운 편이다. 보통의 철학 개론서나 철학사책은 철학적 사고를 차근차근 보여준다. 기본과 시초가 되는 사유와 철학자를 소개하고 단계적으로 쌓거나 반론을 제기하면서 전개된다. 하지만 <불온한 산책자>는 가벼운 마음과 ‘뇌’로 읽어서는 이해가 쉽지 않을 것이다.


  책은 철학자들이 쉽게 설명하기보다는 인터뷰어의 질문에 답하는 방식이다. 첫 독서에서 이 책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소크라테스, 아리스토텔레스는 물론이고 니체, 로크, 데리다(겨우 1년 전에 처음 들어본 데리다라니!)까지 기저에 알아야 한다. 진입장벽이 너무나도 높아서 진땀 흘렸다. 게다가 1장(코넬 웨스트, 진리)과 2장(아비탈 로넬, 의미)이 다른 장보다 상대적으로 어려운 편이다.


  앞의 두 장은 ‘철학은 거리에서 이루어진다’라는 책의 카피를 (적어도 내게는) 잘 반영하지 못하지만 다행히도 3장(피터 싱어, 윤리)부터는 읽는 재미가 생긴다. 3장은 아주 재밌는 질문으로부터 시작한다.


  (전략) 당신이 얕은 연못 옆을 걸어가고 있습니다. 연못을 다 지나갈 때쯤, 어린 아이 한 명이 연못에 빠져 죽을 위험해 처했다는 사실을 알아차립니다. (중략) 당신이 연못에 들어가 꺼내 주지 않으면 아이는 물에 빠져 죽을 수 있는 상황이지요. 물에 들어간다고 당신이 위험에 빠지지는 않습니다. 연못이 얕다는 걸 알기 때문입니. 그러나 당신은 좋은 구두를 신고 있죠. 아무리 연못이 얕아도 연못에 들어가면 구두는 십중팔구 망가질 겁니다.

어떤 선택을 할 거냐고 물어보면 누구나 당연히 구두 따위는 잊고 아이를 구할 것이라고 대답합니다. 그러면 나는 이렇게 말하죠. “좋습니다. 나도 당신 말에 동의합니다. 그런데 당신이 지금 신고 있는 구두 값 정도만 <옥스팜>이나?<유니세프> 같은 곳에 기부한다면, 가난한 나라의 아이를 한 명 이상 구할 수 있을 겁니다.” (121쪽)


  어찌 보면 궤변이라 할 수 있겠지만, 원래 무언가 의미를 담은 말들은 대부분 이런 식이다. 어쨌든, 이 부분을 읽고 나는 적금 10만원을 줄이고 그 돈을 유니세프에 기부하기로 마음먹었다. ‘나’를 바꾸는 자기계발서적이나 경영서보다 이런 책이 떄론 도움이 될 때도 있단 말이지.


  이외에도 몇 구문을 집어두었지만 모두 파편적인 의미만을 가지기 때문에 메모만 해두었다. 파편적이라는 것 어려움과 동시에 책의 단점이기도 하다. 한 권으로도 모자를 사유의 향연을 짧은 부분에 담으려니 전체적으로 욕심이 과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인터뷰이들은 독자(또는 시청자)를 배려하지 않는다. 뭐, 어쩌면 당연한 거겠지만.


  겨우 마지막 장을 덮은 나와 달리 책을 같이 읽으신 분은 재독을 하셨다.(난도가 있는 1, 2장은 빼고!) 이분도 처음엔 나와 같은 느낌을 받으셨단다.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도 모르겠고 책을 덮고 싶고. 재독하니 그나마 인터뷰어가 의도한 바가 무엇인지 어렴풋이, 정말 어렴풋이 알겠다고 하셨다.


  그렇다. 이 책은 난이도도 높은 주제에 두세 번은 읽어야 큰 의미로 다가오는 책이었다. 깊게 읽기보다는 넓게 읽기 습관을 가진 나로서는(사실 그리 넓지도 않다) 힘들 수밖에 없던 책이었다. 철학이 사라진 시대를 성찰한다는 멋진 카피가 마음에 콱 와닿는, 철학을 좀 공부하셨던 분에게는 추천드릴 만한 책이다.



성찰하지 않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 (22쪽)


지적 쾌락은 늘 특정한 사회질서, 즉 지배구조를 통해 형성된 사회질서를 전제로 하고 그 질서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34쪽)


일종의 이차적인 보완 장치인 글은 모든 것을 적어 놓기 때문에 모든 기억을 지워 없앱니다. 글은 망각을 조장합니다. (68쪽)


위대한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에 따르면 이론가의 의무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국가를 상대로 한 사적인 작은 전쟁터에 서는 겁니다. 사람들은 공포탄만 쏘아대고 있으니까요. 그러니까 당신의 의무는 큰 목소리를 내는 것, 당신의 생각을 말하는 것, 추문을 의식하고 실망을 표현하는 것, 그리고 귀를 기울이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확신하더라도 성실하게 그런 일을 해 나가는 겁니다. (80, 81쪽)


토머스 아퀴나스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에게는 우리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한에서 재산을 향유할 자연권이 있다. 그러나 필요를 모두 만족시켰다면, 필요 이상으로 지나치게 많이 가지고 있다면, 반면에 다른 살마은 자기 필요를 충족시킬 만큼 갖고 있지 못하다면, 그떄 재산에 대한 우리의 권리는 [필요를 충족시키지 못한] 그 사람의 권리를 능가하지 못한다. (130쪽)


적절한 말투로 말하면 어떤 헛소리라도 심오한 생각처럼 들ㄹ비니다. 내가 지혜라는 것에 철저하게 반대하는 이유죠. (29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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